영화|플란다스의 개



사랑스러운 노랑비옷 커플


이 영화를 보기 전 나는 배두나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서 
정말 관리사무소 직원을 데려다 쓴 줄 알았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외모부터 망가지는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할 만큼 
너무나 자연스럽게 볼품 없어 보이는 스무살 여자애의 모습 그 자체인 현남양.
게다가 젠틀하고 샤프하고 우수에도 젖어본 이성재가 보여주는 윤주도 가관이었다. 
소심하기는 하면서도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해 약자를 괴롭히는 비굴함, 
불의에 굴하면서도 좀 찝찝해할 수는 있을 정도의 털끝만한 양심, 
강아지 한 마리를 잡는데도 나름대로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배운 놈 티내기 등등.
솔직히 이 영화로 둘 다 상 하나 씩은 받았어야 했는데 
시기를 놓치면서 좀 김이 빠진 게 아쉽다. 
이성재와 배두나 모두 이 영화에서 만큼의 연기를 다른 영화에서는 아직 보질 못했다. 
인구에 회자되는 보일러 김씨의 독백은 개인적으로 무지하게 지루했지만 
그 외에는 구석구석 웃을 수 밖에 없는 재미있는 코미디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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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생각이 나서 다시 한 번 봤다.
이성재와 배두나는 여전히 큰 웃음을 준다 ㅎㅎ
다시 보니, 그냥 집들의 서랍장 같은 아파트 공간이
재미있게 사용되고 있었다.
장황한 설명을 한 장면으로 잘 보여주는 구도.
그런데 연출된 거라고는 해도
강아지 장면들은 너무 짠하다-던지는 장면은 어떻게 찍은 건지 정말 궁금.

설국열차나 괴물, 어쩌면 살인의 추억도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다른 감독이 있을 법하지만
플란더스의 개야 말로 봉준호 뿐인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늘려가던 살림살이 줄이기야 쉽지 않겠지만
가끔 이런 영화도 찍어주면 안될까.
봉준호의 단편 지리멸렬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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