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성|포레스텔라

나는 가수다에 격렬하게 열광했다가 엄청 실망한 뒤로 경연 프로그램은 진짜 일부러 피해가는 편이었는데
오늘 이 곡으로 오랜만에 고마움을 느꼈다.
포레스텔라도 여러 번째 출연이고 좋아하는 팀이지만 신라의 달밤 이후로는 큰 감흥이 없었는데
와. 오늘은 진짜.....

처음의 작은 종소리 같은 도입부는 들을 때는 그냥 마법 같은 분위기구나 했는데
노래를 다 듣고 나서는 
드라마의 어린시절 회상을 시작하는 음악이나
최면술사의 공이 흔들릴 때 같은 역할을 했구나 싶다.
 
선곡이 마법의 성이라서 아무래도 팬텀페스티벌 처럼 조민규 분위기의 노래겠구나 했는데 웬걸.

멤버들 중에서 '왕자' 컨셉(??)으로 제일 많이 불리는 두 사람,
'제일 인성 좋은 왕자' 분위기의 배두훈이 '공주'가사를 (드디어) 읇어주더니
그 뒤로 역시 '든든한 왕자'분위기의 고우림이 이어졌다-헐.
(생각해보면 '조민규 왕자'는 공주가 구해줘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암튼 의외로운 시작에서 바로 강형호.
늘 테프라노 담당이라고 했었지만 여기서는 고운 강형호의 소리가 나왔다가
다시 고우림이었다가
강형호-배두훈의 부드러움이 상승하다
강형호가 이쁘게 소개하듯 음절을 넘기니까
드디어 조민규가 1절의 절정 부분을 짧지만 소년미 강렬하게 부르고
배두훈이 마무리.
그러고 나면 강형호가 테프라노 소리를 내는데
꼭 마녀가 마법을 거는 것 같았다.
:날아가기 라지만 나는 그냥 계속 마녀로^^
뮤지컬 별로 안 끌리지만 강형호가 위키드 하면 반드시 관람 ㅋ

2절은 고우림으로 시작해서
강형호와 배두훈의 너무 귀여운 후후-아카펠라에 고우림 저음발사가 합쳐지는 위로 다시 조민규의 소년미 등장
(아마도 여기가 자꾸자꾸 듣고 싶어지는 구간 1순위!!!) 
테프라노 강형호가 또 다른 매력의 저음으로 이어가면
다시 합체하며
포레스텔라 전체 화음으로 이어지면서
두번째 절정은 네 사람의 목소리로 한 번,
소년미 조민규가 다시 한 번
그리고 다시 화음으로 마무리 했다가
하나씩 다시 넷.
마지막은 강형호와 조민규의 고음.

와.
감탄이 절로 나왔다.
고음이지만
강형호가 단단한 소프라노로 뻗는 소리라면
조민규는 파리나무십자가합창단원 같은 소년의 미성고음인데
그 둘이 이렇게 섞이면서
'마법의 성'의 폭죽이 터지는 것 같았다.

포레스텔라는 노래를 구성할 때 멤버들이 가장 잘할 수 있도록 정한다고 했었는데
이 전의 노래들이 각자의 강점을 잘 배치했었다면
이번 노래는
강형호의 저음이나 조민규의 미성 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의 매력적인 소리를 위해 노래를 고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모두의 좋은 소리가 고루 있어
따로 또 같이의 매력이 넘치니
개인팬이나 팀팬이나 다 만족스러울 것 같고,
구성도 노래의 느낌에 잘 맞았지만,
특히 노래의 마지막 가사인
'너무나 소중해 함께라면'을 저렇게 행복한 얼굴로 부르면서 마무리하는데
이건 포레스텔라 자신들을 위한 노래기도 했구나 생각하게 된다.

불후의 명곡 선곡을 4악장이라고 했는데
1악장에서 음악가의 놀라운 존재감을 드러냈다면
2-3악장에서는 음악적 능력을
4악장에서는 독창성을 드러낸 것 같았다.
내게 강렬했던 건 1악장과 4악장. 

포레스텔라는 경연우승팀인데
불후의 명곡이라는 또 다른 경연을 통해
이제는 경연밖으로 성큼 나와버린 것 같은 성장을 보여준 것 같다.

크로스오버의 벽을 다 없애 버리고 싶다더니
1년 만에 경연 밖으로 나온 경연우승팀.
그리고 교향곡의 형식도 깨버리는 것 같은 의외의 4악장.
진짜, 놀랍고
오늘, 이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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