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쟁이 엄마|이태준|우리교육


어떤 날 아침 노마는 참새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엄마한테 물어봤습니다.

"엄마?"
"왜!"
"참새두 엄마가 있을까?"
"있구말구."
"엄마 새는 새끼보다 왕샐까?"
"그럼 더 크단다. 왕새란다."
"그래두 참새들은 죄다 똑같던데 어떻게 저의 엄만지 남의  엄만지 아나?"
"몰-라."
"참새들은 새끼라두 죄다 똑같던데 어떻게 제 새낀지 남의 새낀지 아나?"
"몰-라."
"엄마?"
"왜!"
"참새두 할아버지가 있을까?"
"그럼!"
"할아버지는 수염이 났게?"
"아-니."
"그럼 어떻게 할아버진지 아나?"
"몰-라."
"아이, 제기. 모두 모르나. 그럼 엄마? 이건 알아야 해, 뭐......?"
"무어?"
"저어, 참새도 기집애새끼하구 사내새끼하구 있지?
"있구말구."
"그럼 참새두 사내새끼는 나처럼 머리를 빡빡 깎구?"
"아-니."
"그럼 사내새낀지 기집애새낀지 어떻게 알우?"
"몰-라."
"이런! 엄마는 몰-라쟁인가, 죄다 모르게...... 그럼 엄마, 나 왜떡 사 줘야 해.....그것두 모르면서......"

노마는 떼를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린이, 1931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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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고 예쁘고 슬프기도 하다가 웃게도 만드는 이태준의 동화집.
좋은 작가들은 정말 의무적으로라도 동화를 남겨주면 좋겠다.
너무 우울한 거 아닌가 싶게 고달프게 사는 아이가 주인공인 얘기가 여럿 있었는데
그 슬픈 동화들이 거의 이태준의 어린 시절 경험이라고 한다.
무척 크고 높게 자란 어른 이태준의 소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그대로 다가오는 상처의 느낌이 특별하다.
이태준의 글속에서 유독 팔팔하게 살아 뛰는 한글의 재미는 여전하다.
흔히 잘난 사람 얘기할 때 100년에 한 번 어쩌고 하는데,
100년 지나면 진짜 나올까, 이런 작가가.
세종대왕께서 좀 굽어살펴주셔야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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