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소매 붉은 끝동|The Red Sleeve|2022

 

세자 시절 진짜 있었음직도 한 장면 아닐까


궁녀가 왕을 거절하다니 진짜 가도 너무 갔다 싶었는데 그게 사실이었다고?
급관심에 본 장면이 하필 역클리쉐로 유명해진 바로 서고 되밀기 장면이었다.
이세영의 얼굴 조물락 표정이 귀여워서 보기 시작했다가 전체 보기 시작...
했었던 것 같은데 하이라이트만 본 회가 좀 있고
또 보고 싶기도 해서 전 편 정주행 시작. 

하이라이트 영상에서 빠져있던 부분들에서는 
궁녀들과 홍덕로의 이야기들이 더 꼼꼼하게 담겨있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자꾸 극 속의 인물들을 찾아보게 됐었다.
물론 기억은 사라졌지만...
그러면서 비교가 되니 작가의 선택이 대단하게 보인다. 
어릴 적 같이 자랐다는 얘기가 있고
사실 로맨스물이라면 이것 만큼 절절하기 쉽지 않은데 그걸 버린 것, 
결혼까지 한 왕이 수염이 없고, 
중전은 존재하나 한 번도 등장-거의 언급도-하지 않고 등
화려한 의상을 넘어서는 과감한 선택의 흔적들. 

연애물이니 주인공들이 연애만 이쁘게 해도 볼만한데 
왕으로 궁녀로 직업인의 자세까지 보여주니 
인물은 더 입체적이 된다. 

홍덕로 내치던 장면에서 
홍덕로는 한 번도 아니었냐고 물었지만 
정조는 아무리 기다려도!-라고 답한다. 
홍덕로는 상처받고 
정조는 분노하지만
이것은 두 남성의 실연현장.

덕로와 덕임의 대조.
총애를 믿고 날뛴다고 하기엔 
덕임에겐 총애 없이도 일단 덤벼들던 역사가 있고
덕로는 저지르기 전 믿는 구석을 과시하기도 했으니.
정조의 입장에서는 둘 다 같은 죄이니 
어쩔 수 없는 결정이지만
단 하나의 친구와 
단 하나의 연인을 연달아 날려버린 멘탈 갑 정조.
조선 천지에 아마도 단 하나 뿐이었을
할아버지가 내린 뒤주에 아버지를 잃고
그 할아버지 밑에서 
엄마가 엄마보다 어린 할머니 눈치 보는 것을 보고 자랐는데
온전하게 사랑할 줄 알다니
정조가 천재인 것은 맞는 것 같다. 

항상 주인공의 연애상담이나 
피피엘 대사 전용으로 남용되는 주인공 친구들이
-물론 사극이라 피피엘은 불가능했겠지만-
마지막에 다들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각각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기에 충분한 모습으로 보인 것도 좋았고,
그 중 가장 뜨거운 불꽃 인생이 조근조근 얌전하던 영이여서 더 좋았다. 
팔자고침의 대명사였던 후궁간택이 
덕임으로선 피하고 싶은 일이었을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고. 
중전이 궁을 화려한 감옥이라 쓸쓸하게 얘기할 때
아, 그래서 궁중암투들이 그렇게나 많았나 싶기도 하고 ㅋㅋ

실제로는 맺어지기까지 14년이 걸렸다는 정조와 덕임의 이야기. 
역린에서는 극적인 정치적 암살로 풀던 정조의 죽음이었는데  
드라마 속 결말은 
정말 열심히 일한 왕, 정조의 넋을 달래주는 느낌이다. 
김과장 때부터 좋은 배우인 건 알았지만  
그 사이 더 잘하는 배우가 된 이준호의 정조 정말 멋있었다. 
게다가 메이킹의 재미-이세영은 정말 메이킹 케미요정.
왕이된 남자 때는 사실 본방보다 메이킹 속 이세영이 더 좋았지만
이번엔 본방과 메이킹을 관통하는 진짜 주인공이 된 듯.
주인공들 표정 다시 보고 싶어서 되돌려 본 드라마는 오랜만이었다. 
(근데 목욕탕 씬은 다시 봐도 덕임이가 뛰어드는 장면^^)
감정을 담거나 분위기를 담는 카메라는 정말 멋진데 
액션에서는 약간 개싸움^^

그냥 궁금한 거.
무술 고수 궁녀는 연습을 언제 할까.
한문독서원어민일 왕에게 바치는 책을 왜 한글로 필사했을까.

드라마를 보고 나서
정조에 꽂혔다. 
드라마와 역사스페셜을 합쳐보니 
세상에 
정조는 왕으로나 남자로나 완벽 그 자체였는데
거기에 위키피디아를 합쳐보니 
금수저 사춘기 출신의 흑역사가 묻었다. 
역시 완벽한 사람은 없구나-싶다가, 
그래도 자라서 멋진 왕이 되었지-싶었지만,
기방 동무들이 여동생들의 남편들이었다니
실연 당하고 나서는 남의 집 장독까지 깨러 돌아다닌거니 ㅋㅋ

-잠시만 더 저 백성에게 군주의 시간을 내어 주시옵소서.
-내가 기억을 못해서 하늘이 내린 백성을 지키지 못한다면 이는 군주된 도리가 아니지.

-모든 책임은 제왕의 것. 
이제까지는 일이 잘못되었을 때 이 자리에 엎드려 전하를 원망하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세상 모든 일들이 그처럼 간단하고 쉬웠습니다. 
이제 저의 하늘이 무너져 사라지고 제가 새로운 하늘이 되었습니다.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로 무섭고 두렵습니다. 
결코 숨지도 도망치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제부터 모든 것이 저의 책임입니다. 

홍덕로를 내칠 때의 정조의 심경은 영조가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둘 때와 비슷하다
하지만 그래서 죽이지 않겠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 마음을 받은 이가 좌익위

도와준 것을 빌미로 평생 미안하게 만들었던 홍덕로와 
모르게 구해준 덕임의 의연함의 대비는 군주로서의 정조를 더 커 보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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