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어쩌면 스포일러)|Interstellar|2014


보면서 내내 컨택트와 그래비티가 겹쳐보였는데
우주 하면 떠오르는 칼 세이건의 그림자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뭘 좀 알고 봐야한다길래 좀 찾아본
초끈이론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시각적으로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다 멈춰서는 장면이나,
시간의 상대성,
아버지와 천재과학자(가 되는) 딸의 관계의 유사점이 더 컸다.
시공을 넘나드는 것이 중력인지 사랑인지 결판을 내보자고
세 시간의 대 장정이라니.
게다가 타나토노트라는 소설이 마지막에서 그저 크게 놀란 주인공만 보여주고
그게 뭔지는 상상해내지 않은 작가때문에 황당했을 때처럼
아무 설명 없이 5차원을 겪고 블랙홀에서 빠져나온 주인공은
참 너무했다.

나의 의심은
놀란 감독이 다음 영화들을 위한 연습장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것...
아님 말구.
다크나이트 시리즈의 깊은 여운을 간직하고 있는지라앞으로의 기대까지 접지는 않겠다...

결국 그가 내 놓은 마지막 결말이란
예전에는 곧잘 4차원이라 부르던 것에 대한 상상을
놀란의 이름으로 5차원이라 정하고 그림으로 보여준 것 뿐이다.
게다가 그 탐험의 끝에서 그가 직접 얻은 지식이란
선택자가 자신이 아닌 딸이었다는 것 뿐,
그렇게 호의적이라는 '그들'이 왜 굳이 그런 개고생을 시켜가며
정보를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다른 은하계로의 여행을 준비했던 우주선에
사고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연료가 부족했거나
웜홀과 블랙홀을 떨어뜨려 놓은 설정에서
100년도 남지 않은 시간에 우주로 이사가야 한담서
굳이 그저 미지일 뿐인 블랙홀 주변의 행성으로 답사를 보낸 것도
이해가 안간다.
어차피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새로운 인류 창조를 위한 플랜B가 속뜻이었다면
굳이 서두를 필요도 없었잖아, 지구가 언제 망하든 탈출할 소수는 있을텐데.
저항하라는 시를 읊으면서 거짓말을 하는 노과학자라니, 웬 허세? 
게다가 예기치 않은 골동품,
설마 맷 데이먼이? 하고 의심스러웠던
요즘은 거의 멸종된 줄 알았던 1차원 악당의 등장이었다.
본격적인 분노게이지가 상승하던 지점.
신뢰가 거의 바닥이던 쿠퍼 남매의 극적인 화해도 그렇다.
아빠 얘기 한 마디와 포옹으로 다 끝?
장난하냐....
되게 사소한 걸로는 우주복.
그래비티에서는 그렇게 힘겹게 입고 벗던 우주복이
여기서는 거의 소방대원 방화복 수준이었다.
내가 모르는 깊은 뜻이 있었거나
미래에는 그 정도의 신소재가 개발되었다고 믿어야겠지만 어쨌든 싼티.
내내 감정선을 지배하려들던 음악도 거슬렸고.

보고 감동을 받았다는데
거기다대고 어디가 왜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를 따져묻는 건
바보같은 대화-라고 부를 수는 없는 게 될 수도 있는-가 되기 십상이다.
남들이 설레발을 치건 말건 아마도 보고 싶었던 마음이 조금은 있었을테니
원망할 것도 없고.
그러니 세시간이 지루하지않게 감동을 받은 관객들을 그냥 부러워하는 걸로.
그러나... 
큰 화면을 보라고 해서 아이맥스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서
저렴한 조조가 아닌 굳이 아이맥스를 선택하여 본 보람은 별로, 아니 전혀 없고
(아이맥스로 볼만한 장면보다는 드라마장면이 훨씬 많은데다가
일산 CGV 아이맥스의 사운드는 거의 재앙이다..!)
마지막의 30분, 그것도 아예 끝은 황당하기까지한 이 이야기를 위한
2시간 반의 설레발은 내겐 무척 과했던 당신.
초반에 좀 졸다가 뒷부분을 전혀 자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76% 신뢰수준의 분노와 짜증 때문이라고나 할까...

또 하나 의심은
유명 감독의 화제작 치고는 엉성했던 번역.
자막은 있었으나 없었던 것처럼
뭔가 훌러덩 본 느낌?
나의 무식 때문만은 아니었을 거라고 강력히 의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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