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보겠습니다|황정은|2014

그게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렇게 가정하고 생각해보는 것은 조금 두렵다. 순자씨는 그 도시락으로 나나와 내 뼈를 키웠으니까. 그게 빠져나간 뼈란 보잘것없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구조적으로도 심정적으로도 보잘것없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대단하지 않아? 보잘것없을 게 뻔한 것을 보잘것없지는 않도록 길러낸 것. 
무엇보다도 나나와 내가 오로지 애자의 세계만 맛보고 자라지는 않도록 해준 것.
그게 그녀의 도시락이었어. 
다만 도시락.
그뿐이었고 그 정도나 되었으므로 대단히 대단하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당신이 상상할 수 없다고 세상에 없는 것으로 만들지는 말아줘.

이것은 몇번째 태몽인지 모르겠습니다. 수줍은 듯 일렁이던 달을 생각하자 묘하게도 가슴이 미어집니다. 그렇구나, 생각합니다. 가슴이 미어진다는 것은 이런 말이었구나. 여러개의 매듭이 묶이는 느낌. 가슴이 묶이고 마는 느낌. 

한편 생각합니다. 
무의미하다는 것은 나쁜 걸까.
소라와 나나와 나기 오라버니와 순자 아주머니와 아기와 애자까지 모두, 세계의 입장에서는 무의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의미에 가까울 정도로 덧없는 존재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소중하지 않은 걸까, 생각해보면 도무지 그렇지는 않은 것입니다. 

덧없어도 소중하다가 아닌, 덧없으니까 소중하다는 말은 아직 공감하지 못하겠는데, '도무지 그렇지는 않은 것'이라는 저 말은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게 된다.  
언뜻 보면 말장난 처럼 이래저래 말의 밥상을 차리는 것 같지만 죽 따라가다보면 거짓말 하기 싫은 사람의 정확한 표현을 만나게 된다. 흙으로 그린 동화같은 이야기.   
궁금함을 참지 못해 결국 책다방을 먼저 들은 뒤 책을 읽었더니...후회막급이다. 팟캐스트에서 들려줬던 인상깊은 구절들이 책에서는 방송 때만큼의 감흥을 주지 않았다. 그들을 직접 만날 기회를 놓치다니, 아깝다......! 

처음 제목을 들었을 때는 굉장한 의지가 담긴, 멈추지 않겠다는, 굴하지 않겠다는 '계속해보겠습니다'로 생각했는데, 소설속 '계속해보겠습니다'는 이어집니다, 끝나지 않았습니다-의 의미였다.

선언도 출사표도 아닌, 살아있고, 살아가겠다는 나즈막한 안내말씀.
그들의 행복이 참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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