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2013(스포일러 가득)

갑자기 든 생각.
화이는 '아버지'만 죽였다,
'아빠'들은 죽게 했을 뿐. 

영화를 찍는 것은 괜찮고 보는 것은 안 된다니,
자기 표정이 무엇을 던졌는 지 여진구 청소년만 모르겠구나^^

아버지의 상징은 권위, 이길 수 없는 라이벌, 숙적.
화이는 모르는 채 생물학적 아버지를 죽이면서 괴물로 다시 태어나 
생물학적 엄마를 보호할 힘을 자각했고
무려 다섯이나 되는 키워 준 아버지들을 죽이면서 
키워 준 엄마를 지켰다.

넌 나 처럼 살지 마-아버지
 화이는 그런 아버지에게서 두뇌를 얻었다.

 딴 거 필요없는 돈 아버지
화이는 풍족했다.

세상과 싸우는 기술을 가르쳐준 아버지
화이는 아버지의 가르침으로 살아남고 지킨다.

또 하나의 기술과 정 아버지
화이가 목숨을 유지하면서 사람답게 울게도 해주었다. 

화이는 처음부터 물었다, 왜 절  키우신거에요?
하지만, 아버지들은 누구 하나 우리한테 왜 이러니 라고 묻지 않았다....
그들이 아버지이긴 했던 것 같다.

아버지들이 화이의 총부리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건 화이를 아들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사랑 덕에 화이는 아버지들을 모두 처치할 수 있었다.


"자, 내 가족들을 소개해 드리지요. 딸 둘과 아들 하나를 두었는데, 모두 내 새끼들이지요.
그러니 내가 죽어버리면 대체 누가 저 애들에게 사랑을 베풀겠습니까?
반대로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저 애들 말고 누가 나처럼 추악한 인간에게 사랑을 베풀겠습니까? 
이것은 나 같은 부류의 모든 인간들을 위해 하느님께서 만들어 놓으신 위대한 사업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나 같은 인간도 누군가의 사랑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도스또예프스끼>

사람의 눈이 아니라던 석태는 외롭고 두려운 나머지 괴물을 가장한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쓸쓸한 아버지들의 초상.
하지만, 그 긴 기다림과 눈물나는 고백에도
화이는 돌아가지 않았다.

아무리 진심으로 사랑한다해도 괴물은 사람도 괴물로 키우고 만다는 
어떻게 보면 잔혹동화 같던 화이.
살인, 강도 뿐 아니라
사기, 거짓말, 각종 불법으로 잘 먹고 잘 사는 부모들에게 가장 큰 형벌은 
똑같은 방법으로 자식에게 배신당하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다른 개성의 배우들이 여럿 등장하면서도 합이 하나도 어그러지지 않던 
기묘한 에너지의 힘,
강력한 쾌감질주였던 화이-아빠들의 추격씬,
거친듯 진하게 남는 여운이 그 낭자한 피를 덮고도 남는다.
마지막에 석태 아부지가 너무 심하게 순식간에 무너져 당황했지만^^
유쾌 상쾌하고는 애초에 담 쌓은 이야기인데
이상하게도 묵직하게 개운하다.
마지막은 해피엔딩 같기도...


 완전 싸이코 같은데 하나도 튀지 않던 김성균, 
정말 짠하던 조진웅,
오랜만에 제 옷을 입은 것 같은 장현성,
김윤석 아니면 누가하리 김윤석.
멋지다.

 번외편 놀람-박용우가 특별출연이래.....그럼 안되지 않나.
나중엔 욕까지도 명대사 같던 박용우.
박용우의 이런 모습 또 보고 싶다.
사납게 돌아가신 이경영과  그 부인께도 명복을...
머리가 으깨져 돌아가신 문성근 회장님-왠지 속으로 즐겼을 것 같은 느낌 ㅎㅎ
임지은은 왜 스틸도 없는 것일까...
거친 화면도 그렇고 심하게 적은 숫자의 스틸은 왠지 저예산 영화 분위기^^

 하지만 이 영화는 화이의 영화다...!

PS. 화이는 나중에 커서 레옹이 되었습니다...이려나^^
스토커의 인디아랑 소개팅을 해도 좋을 것 같고 ㅎ

PS. 평소에 아끼는 평론가는 아니지만(^^) 재미있는 '화이' 평
http://magazine.movie.daum.net/w/magazine/film/detail.daum?thecutId=6491

PART 2
결국 두번째 보고 말았다.
액션호러폭력물은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못봐서
무려 김지운의 악마를 보았다와 신세계도 안봤는데
내가 맷집이 좋아진 걸까...
이태리 타올을 가지고도 그렇게 잔인한 연출을 했던 장준환이
사실 장면만으로 보자면 더 끔찍할수도 있었을 장면들을 조금은 살살 다뤄준 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든다. 아님, 말구....암튼 반복관람 가능한 이상한 잔혹영화.

오동진의 이야기에 솔깃해진다.
화이가 악이 되어 악을 더 확실히 처단하는 괴력을 보여주었으니까.
악을 더 잘 알고 악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존재가 악을 처단할 짐을 지는 것도 공평한 것 같다.
선택한 건 아니더라도 그 악의 유산을 누리며 살아온 것도 사실이니까.
악의 속성도 그렇다.
악은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 선을 해친다.
하나가 되지 않는다면 봉인된 양심이 언제 괴로와질 지 모르니.
화이의 괴물은 처음엔 늑대같았는데
사라질 땐 근영이의 방 모빌에 있던 반짝이는 고래모양이었다.

두번째 보는 석태의 사랑은 더 쓸쓸했다.
악도 외로움은 못이기는 구나...
엔드크레딧 이후의 임지은 클로즈업은 아마도 고생한 여배우에 대한 감사의 표시^^
추격씬은 더 보고 싶을만큼 매력만점.
이런 영화 만들면서
만드는 사람들은 사악(^^)한 기운을 대방출 했을 것 같은 생각이...

PS1. 화이, 볼 일 보고 손도 안씻어....
PS2. 아빠들 14년 간 동결된 외모...총잡이 아빠는 대체 몇살인가...!
PS3. 문성근이 화이 보충촬영 했다는 트윗을 본 것 같은데
         세 번 중 어떤 게 보충촬영이고 어떻게 바뀐 걸까...
PS4. 엊그제 극장들이 일년에 단 두번 의자청소를 해서
의자에 진드기가 장난아니고, 엄청 더럽다는 기사를 읽었다.
기사의 마지막은 극장 다녀와서는 옷을 세탁하라 였는데,
그 얘기 읽고 났더니 영화보는 중에도 왠지 온 몸이 근질근질...
골동품 같은 페브리즈를 오랜만에 꺼내썼다.....
근데 정말 1년에 두 번은 너무 한 거 아냐?!

이제사 인터뷰 같은 인터뷰들이 등장..

PS4. 푸하하!요절복통 김윤석 석태 '파더' 인터뷰
http://tenasia.hankyung.com/archives/174489

PS5. 읽으면 즐거운 장준환 인터뷰
http://tenasia.hankyung.com/archives/174984

PS6. 헐...인디아랑 소개시켜주면 안되는 거였구나....씨네21을 벗어나니 오히려 괜찮아보이는 황진미
http://www.entermedia.co.kr/news/news_view.html?idx=2846

댓글 2개:

  1. 너무 늦게 봤지만 마음에도 와닿고 참 멋지게 명쾌하게 표현해주신 부분이 많네요 좋은글 넘 늦게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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