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백|장강명|한겨레출판

마음에 드는 표지-파격,도발,고발 다 아닌 것 같지만^^


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것은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렇게 쪼잔한 스케일의 세상에 우리를 밀어넣는 것에 항의하겠다는 
단호한 의사표시를 하는 젊은이들의 기록, 표백.
개인의 개성이 조직에 묻혀 순응되어간다는 점에서 
'표백'이라는 표현은 일리가 있긴 하지만
굳이 78년 이후의 한국이 아니더라도
그냥 보편적으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타협해가는 과정-이라고 많이들 생각하지 않나?

언젠가 어디선가 읽었던 내용들이 같이 떠오른다.
이름도 까먹었지만 꽤 유명한 온라인논객이 20대들에게 충고하던 글이었다.
젊은 아름다움이 경쟁력인 여배우사회에서조차
3-40대들이 20대보다 대접받고 몸값도 높다는 걸 지적하며
청춘을 보조로 만들어버린 사회에 반항하고 저항하라고 했었다.

책장이 잘 넘어간다.
그런 와중에도 무언가는 이빨에 낀다.
도박빚을 갚으려고 죄와벌을 썼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고 하더니, 
타협형의 인간들의 선의의 행동이 
그들의 삶에서 우선순위가 아니고 이기심의 발로라는 것을 지적하는 식이다.

책을 읽고나면 
진짜 어린-낙담도 하고, 허세도 부리고, 
지적 허영을 뽐내기도 하며 그 가운데 구멍을 드러내기도 하는-작가의 
도전작 같은 느낌이 드는데
경력있는 기자의 소설이라는 것이 의외였다.

사실 내용에 호기심을 느껴 읽은 책인데 
오히려 후반부의 미스테리 전개가 유일한 매력으로 느껴진다.
다 읽었지만 밑줄 긋고 싶은 부분은 없다.
주요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 부분에서 팍 웃었다.

그날 나는 다른 팀원들과 저녁을 먹지 않고 주간지 기자인 휘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휘영이 약속에 늦었지만, 전화를 걸어 어디까지 왔느냐고 재촉하는 일 없이 하급 공무원답게 기다리고 있었다. 휘영도 약속시간에 늦어서 미안하다, 지금 어디까지 왔는데 얼마 뒤면 도착할 것 같다는 전화는 걸지 않았다. 기자답다.

한 가지 더 재미있었던 건 작가가 인용하고 있는 책들 중에서 
내가 읽은 것도 몇 권있는데 
인용한 부분들 중 기억나는 건 하나도 없었다는 것.
이 작가와 나는 같은 책을 좋아라 읽으면서도 
완전 다른 부분에 열광하는 취향^^ 
그래서인지 
읽지 않은 책중에서도 별로 관심가는 책은 없었는데 
딱 한 권 눈에 들어왔다.
제목은 '처녀귀신'.
꼭 읽어봐야지.

PS. 후반부 삼성전자 휴대폰은 소설 최초의 PPL?
삼성이라는 이름이 여러 번 실명등장하는 게 그냥 짜증스러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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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긴 해도 연쇄자살저항이 꽤 컸나보다.
문득 그들의 항의를 곱씹게 된다.
우주의 중심이 나인데
왜 그들은 그렇게 거대담론에 목말라했던 것일까.
끝까지 '보여주기'를 포기 못했다는 건
스스로의 행복에는 무관심하면서 
다른 사람의 선망으로만 만족하는 
산업세대 같은 낡은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뜻한다.
그런, 
거대해야한다는 강박증에 가려
네모난 지구의 끝에서 뛰어내려버린 에너지를 통해
불쌍한 이 시절의 청춘도 청춘임을
보여주려는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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