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우어 파우스트|Ur Faust


지난 번 오이디푸스 이후 명동극장에 대한 신뢰가 생겨 더 기대가 되던 오늘.
특별한 무대장치 없이도 배우들의 움직임과 공간 그 자체를 자신만만하게 활용하는
젊은 감각이 돋보였던 무대였다.
하지만.
원작을 모르기에 어디까지가 괴테의 진심인지도 알 수 없지만,
도대체 이 비극은 무엇을 향해 달리는 것인지 의아했다.
당당하게 거래하는 듯 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휘둘리는 파우스트는
베르테르의 나약함과 지식인의 자기연민이 조합된 매력제로의 인간이었고,
가볍고 일상적인 악마에서 공포로 넘어가지 못한 채 혐오수준의 악이었던 
메피스토도 설득력이 없었다.
이따금 지킬과 하이드처럼 보이기도 했던 둘이지만
같이 등장할 땐 오히려 관계가 모호해보였다.

그 중에서도 최악은  그레첸의 설정인데
약간 실험극 처럼도 느껴지는 극의 분위기와는 동떨어지게도
마녀사냥 이전 시절의 순결이데올로기가 결정적인 갈등의 기폭제가 된다는 것이
참...짜증스러웠다.
정규수의 역할이 신인 줄 알았는데 바그너였다니-헐.
기본없이는 볼 수 없는 극이었던 모양인데
그런 줄 알았으면 당연히 안봤을걸...

오늘의 보석은 주얼리 정-이 아니고^^
발렌틴 역의 윤대열.
발렌틴은 어딘가 '해변의 여인'속 하정우캐릭터를 생각나게 하는 인물인데
이남희가 전형적인 '연극배우'스타일의 연기라면
어느 무대에서나 자연스럽게 보일 연기를 연극무대에서도 존재감있게 보여주었다.

이래저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공연.
명동극장이 아니라 국립극단에 신뢰를 보내야 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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