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왕자호동|국립발레단|2011

국립발레단 왕자호동
오늘 호동: 송정빈, 오늘 낙랑:이은원


늘 기대를 갖게 하는 국립발레단의 공연.
시작 1분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흥분의 북소리 덕분에 무용 한 쪽 안보고도 박수가 터졌으니깐.
하지만.
군무가 펼쳐지는 동안도 사라지지 않던 그래픽 뒷화면은 오히려 무대를 더 휑해 보이게 했다.
무대가 그렇게 넓은지 오늘 처음 안 것 같아.
발레가 넌버벌 퍼포먼스 중 하나라는 것도 새삼 깨달았고^^.

넌버벌마샬 퍼포먼스 왕자호동.
아마도 음악과 안무 때문일 것이다.
각도가 안맞는 군인들의 군무는 군기 빠져보일 수 밖에 없었고,
누구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따금 음악과 동작이 어우려지는 게 아니라
춤이 음악의 박자를 맞추느라 쫓겨가는 것처럼 보였다.
바뀌는 장면마다의 변화는 있지만 한 장면에서는 계속 재생되는 것 같던 단조로운 음악,
사랑에 빠진 때나, 전쟁때나 템포만 다를 뿐 비슷하게 이어지는 춤.
게다가 솔로들의 하이라이트가 죄다 빙빙돌기-물론 쉬워보이지는 않지만
나는 점프매니아라서 말이지.
많이 실망했다구.
게다가 호동이 떠난 뒤 낙랑에게 지분대는 필대의 춤이
폭력적으로 연출된 것도 불만이다.
춤으로 표현하기에는 구애가 훨씬 아름다웠을텐데
여기가 정말 무슨 성추행의 왕국이니.

오늘의 폭소포인트1. 노골적인 소품 침대.
침대씬들이야 옛날 드라마에서 촛불하나가 휘리릭 해도 
보는 사람들은 므흣하기 충분한데
굳이 침대 위에서 엎치락 뒤치락을 했어야 했을까.
그 위에서는 무용수들조차 편해보이지 않더구만.
(첫날밤에 신부 치마로 몸을 가려주는 신랑을 보는 관객의 안타까움)

오늘의 폭소포인트2.
외국발레에 부모가 등장하는 건 적극적인 방해꾼일때 뿐인데
우리나라 정서이다보니 지들이 좋다는 애들의 연애를 '허락'하는 장면에서
아버지왕이 등장해 뻘쭘하게 손으로 대사같은 몸짓만(춤이 아니다) 하고 들어간다.

안내책을 사지 않아서 더 모르겠는데
중간에 파란 띠옷의 처자들은 뭐하는 사람들인지,
염소(하얗고 작은 뿔이 있던데 아님 말구)의 역할은 뭔지,
두 마리 포유동물(큰 뿔 사슴인가-옷은 멋있었다)의 므흣한 춤은 무엇인지.
해설에 빠진 부분들은 모두 미스테리.

오늘은 의상도 약간 미스테리.
군무의상은 다 멋있었는데
이상하게 왕자와 공주옷만 초라했다.
아무리 빤짝이를 붙였어도.
그리고 신녀들 옷은 꽤나 착 감기는 천 같았는데도
어째 옷에 사람들이 갖혀있는 것 처럼 보일만큼
동작에 방해가 되는 것 같았다.
시녀들이 베개를 앞에 차고 나왔을 땐 기모노 베개를 앞으로 돌린 것 같았고,
게다가 병사들? 군인들? 중 한무리는 소림사 복장이어서,
호동의 한자 편지까지 합쳐보면 영락없는 중국발레같았다.
그나마 한국적인 느낌을 살릴 수 있는 게
의상이나 소품일 것 같은데.

어쩐지 지젤 때와 달리 늦게까지 표가 남아있더라니.
우리 왕자호동은 아직 성장기였던 게로군요.

앗 깜빡. 오늘 나의 박수는 필대에게로.
이름이 안나와서 모르겠지만
파워풀한 초반 점프가 인상적이었다.
워낙 남자무용수들이 많은 공연인데
큰 체격 덕에 더 멋있어 보이기도 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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