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멜니코프 피아노 리사이틀


스비아토슬라브 리흐테르라는 이름, 슈베르트와 브람스의 선곡으로도 기대만발이었던 공연.
빈자리가 많았던 것이 의외였다.
또 허둥지둥 도착하는 바람에 자리에 앉자마자 시작된 방랑자환상곡에 깜짝.
리흐테르를 대신한 적도 있다고 해서 비슷한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멜니코프는 리흐테르보다 훨씬 부드럽고 가볍고 화려했다.
리흐테르가 좀 단단한 느낌에 어딘가 사색하는 듯하면서도 씩씩한 방랑자였다면
멜니코프의 방랑자는 햇빛쏟아지는 숲속에서 나뭇잎의 물방울을 튕기기도 하며 걷는
더 자유로운 한량의 느낌이랄까.
강약의 대비가 큰 감성때문에 그랬는지도.
힘차게 내달릴땐 잠시 리흐테르의 CD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들때도 있었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건 소리방울에 싸인 것 같은 영롱한 음색.

어딘가 묵직한 소리로 기억되던 브람스인데 멜니코프의 브람스는 그보다 여린 느낌.
피아노 연주를 들을때면 악기 하나가 오케스트라라는 말이 실감나는 꽉 찬 느낌이 신기했는데
멜니코프의 브람스는 악기 혼자라는 것이 좀 실감났달까. 살짝 허전한 느낌도.

쇼스타코비치는 의외의 발견이었는데
1시간이 넘게 이어지는 연주도 대단했지만
멜니코프와 웬지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오늘의 선곡 중 단연 제옷처럼 들렸던.

정중하게 인사하며 두 곡의 앵콜을 연주한 멜니코프.
좀 깐깐해보이기도 했지만 단정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 같다.
겨울과 가을을 오가다 잠시 가을 날씨로 돌아온 덕에 가을향이 물씬 나는 연주회가 되었다.
겨울이었다해도...따뜻하게 기억되었을 음악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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