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거래|2010


먹이사슬의 재구성
(진짜 경찰청장 같은 특별출연 이춘연-근데 청렴강직한 분위기는 아님^^)
여기까진 말 몇 마디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우아한 인생들
(물론 왕언니는 발랄한 방문 한번으로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셔^^)
추신:저도 한잔 받아보고 싶습니다, 그 특이한 맥주!
여기서부터는 몸 좀 팔고 비위 좀 상해야되는 땀 좀 내는 인생들:
완벽한 인텔리 외장과 스펙에도 인간자체가 양아치인 검사 주양
자질과 재능은 있지만 얄팍한 반성밖에 할 줄 모르는 반장 최철기    
야누스-민간인들의 구토의 대상
(더한 것들 있는 거 알지만, 당당히 억울해할 입장도 아닐테니...)

흔히 경제력의 피라미드를 그리지만
부당거래를 보고 있자니 양심의 피라미드가 떠올랐다.
세상이 망하지 않고 돌아가는 것은 불공정하게도
맨 아랫칸 약자들의 양심이 세상을 받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영화속의 인물들은 힘없고 빽없는 순서대로 죽으며
그리고 흔히들 '주류'라 부르는 동네에 끈을 단 인물들은 살아남는 것 뿐 아니라 '건재'하다.

영화는 진창속에 구르는 인물들의 사투의 현장이라서
우아하게 말 한 마디로 해결 가능한 신분의 인물들은 모두 잠깐 스치듯 등장할 뿐이다.
사실 보이는 현상대로 민간인들의 일상에서는 존재감 조차 없는 그들이
실은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기도 하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 꼭대기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정전후의 어느 장군들처럼 나라를 위해 목숨바칠 전장에 나가본 적도 없고
그저 벙커에서 사병들을 내보낼 명령만 할 뿐이며
아수라장은 겪은 적도 겪을 일도 없다.
소명없이 총알받이가 되는 사병들이 요행이 살아돌아와 트라우마에 시달릴때도
그들은 그저 하던대로 핏방울이 튀지않은 손에 묻은 피는 볼 필요도 없이 하얀 쌀밥을 먹으면 된다.
각자의 발치에 총알받이로 쓸만한 누군가가 다 있다는 건
그 피라미드가 두툼한 벽돌이 아니라 낱장이 켜켜이 자리잡은 모양임을 의미한다, 슬프게도.

요즘이야말로 검찰이 최고의 직업이란 생각이 든다.
누구에게나 칼을 들 수 있으면서
지들끼리는 절대 껴안아주며
'가오'죽을 일 절대 없는 신의 직장.
잠깐 치부가 드러났지만
비리인간이라 하더라도 어느 누가
검사부모, 검사자식을 진심으로 수치스럽게 생각할 것이며,
별의별 동료를 조폭문화로 감싸안는다고 해서
검사가 사회적으로 천대받는 직업이 될까.

읽다만 칼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에는
힘은 스스로 자정하거나 제어하는 법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평화가 유지되는 것도 비슷한 수준의 힘이 서로 견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서로의 이익을 위해 싸우더라도 최소한 성실하고 치열해야한다는 숙제가 있는 셈이다.
부당거래는 그저 에라 이 더러운 세상으로 끝나지 않았다.
힘과 권력을 가졌다는 게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성실히 일하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데
쉽게 조급하게 제 몫의 지도를 그려놓고 달려가는
불성실한 직업인들의 세계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했다는 건 퍽 세련되어 보인다.
업종에 관계없이 유난히 직업인, 생활인의 인물들이 많이 등장해서 확실히 대비가 되었던.
처음엔 농담같았던 단결의 힘이 만드는 결말도 좀 투박한 맛은 있지만 확실히 힘이 있다.
그들은 정의고 나발이고, 진실이고 나발이고 보다는
자타공인하는 개새끼를 참을 수 없어 응징한다.
개새끼가 어쩌다 개새끼가 되었는 지, 진실은 뭔지 신경도 안쓴다.
하지만, 왜 그러면 안되는데라는 정서적인 교감,
그리고 혹여 심하게 분노할 관객들의 속터짐을 미리 방지해주는 서비스 정신으로
'쌈빡함'의 여운을 강렬히 남기고야 만 것이다.

새로운 연기열전을 보여준 류승범과 황정민.
사생결단과는 또 다른 조화였다.
특히 능글맞아진 승범-정말 남자가 되어 가는 것 같은데 난 왜 아쉬울까^^
류승완-꽤 여러 편을 봤고, 좋기도 했지만,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압도하는 영화는 이번이 처음~!
예고편과 포스터가 오히려 유일한 흥행의 걸림돌(^^)이 될 부당거래.
나도 입소문 아니었음 안봤을 거라고~!

난 무기력한 음모론을 정말 싫어하지만,
진짜로 저런 일이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을 게 아닐까 우울한데
그런 와중에 가끔 차라리 영화속 현실이 부러워질 때가 있다.
놀라운 외모변신까지 보여준 이성민.
특별히 의로운 검사는 바라지도 않는 내 입장에서.
특별히 몰상식하지 않은 '이 정도' 검사로 보였다.
이 분도 진짜 명품 배운데, 곧 한방 터지고 말 것 같아.
부당거래의 미덕은 흥미진진 스토리 속에
흥미진진 배역들과 흥미진진 배경이 함께 간다는 거다.
대사는 좀 넘치는것 같았지만 무척 사실적이었던 경찰청.
'-사'자 들어가는 직업인이자 생활인인 국선변호사, 검찰수사관도 그렇고.
이젠 얼굴만 봐도 웃기는 송새벽의 귀여운 무릎인사 기타 등등.
그리고 뜻밖의 그림.
이 가난한 가족의 오후 정경을 보는데 불쑥 눈물이 났다.
저 모녀의 고맙습니다-도 그렇고.
몸싸움에서 보여준 액션소질은 그동안 갈고 닦아왔다 치더라도
류승완의 미적감각까지 다시 보였다, 이 동네 장면들은...

****두번째 부당거래 감상
처음 볼땐 몰랐는데 놀라운 음악의 힘을 발견.
뒷부분이 좀 길게 느껴지는 것이 다시 보니 감독판 같은 느낌도 들었다.
편집이 좀 더 날씬해진다면 류승완도 승천하리라~~
엄청난 캐릭터들이 향연이었던 것은 새삼스러울 것 없지만
어디선가 굿펠라스의 냄새가 솔솔-나쁜 놈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그러니 무조건 믿고 흔들리지 마시라는 현실적인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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