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DF|Sicko|2007


보통은 낄낄거리다가 마지막에 정리 좀 하는 것이 마이클 무어영화에 대한 보통 나의 태도이지만,
이번에 좀 눈물이 났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삶을 부정하지 않아도 될만큼의 치료였을 뿐인데.
 
무상급식 때문에
자유주의 미국의 맹방 혹은 호구인 대한민국에서도
이젠 낯설지 않은 사회주의 논의.
공산주의가 뿔달린 공산당의 사상이라서가 아니라,
그 우아한 목적은 현실적으로 실패하고
최악의 억압수단으로 전락해 처절히 패배했듯,
이젠 더 증명할 필요도 없이 우월한 제도로 인정받은 민주주의도,
누구네 집에서 빌려왔든
좋은 것을 잘 먹여 키우면 되는 것이다.

이따금 무어의 영화속에 등장하는 미국시민들의 순진함과 무지함이
아마도 안티 마이클무어 세력의 힘이 아닐까 짐작은 되지만,
사실 미국의 힘은
이렇게 미국을 사랑하고
사랑을 열렬히 표현하는
개별적 애국자들에게 있다고 본다.
수사로 치장하며 연기하는 상원의원들보다는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인 희망과 변화를 주니까.
그의 블랙유머가 냉소적으로 보일진 몰라도
냉소주의자는 이렇게 돌아다니지 않는다, 팔짱을 끼고 바라볼 뿐.
호기심 많은 낭만적 애국주의자랄까..?

과감한 과장과 편집을 쓰면서도
슬프고 분한 상황의 본질을 흐리지 않으며,
사람들의 집중력을 꼭 잡아두는 그의 유머감각도 여전하다.
이제 몇 편의 다큐를 통해 그는
그의 이름을 빌려 보험사 CEO에게 당당히 요구하는
생활속의 후계자까지 탄생시키지 않았나, 하하하^^

정말 구석구석 어디하나 돈에서 자유롭지 않은
자본주의 순수혈통이자 병폐의 전시장인 미국에서 나고 자라
촘스키와 하워드진이 끊임없이 비판하는
부실한 시스템의 교육을 받았는데도
911테러현장에서 망설임 없이 뛰어들고,
미국민으로서의 자의식과잉으로 보일 때도 있지만,
진심으로 전세계 재난과 재앙의 희생자들에게 선한 마음을 보내는
정의로운 개개인들의 맥이 끊기지 않는 것도 신기하다.

그래서 공식적으로는
"정의가 이긴다"거나 "착하면 복을 받는다"라는
냉소주의자들의 반찬 같은 명제가
계속 존재하기를 바란다.
그런 정의로운 국가나 조직은 영영 세상에 없을 지 몰라도
그래야
그 명제가 거짓인 현실에서
그 좌절에 똑같이 분노하며
참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아름답고 부지런한 사람들이 또 태어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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