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알지도 못하면서|2009

자봉애들 술도 안사줬죠? 무책임한 인간.

구경남의 첫번째 만남, 공연희
뭔가 시선을 끌지 않으면 불안해할듯한 여인.
화를 엉뚱한 곳으로 돌려 발산하는 어쩌면 일반적일지 모를 빗나간 화통함의 소유자.
그녀가 연애할 남자는 어떤 사람일지 궁금하다.

흥행감독
설마했는데 정말 김연수 였다, 핫핫....
신인배우 입성을 놓치지 않을 만큼의 어색함도 좋았지만
강간범 변신 전의 눈알 굴리기는 정말 압권~

부상용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맴돌지만 어긋남을 느낄 때 격렬히 저항할줄도 아는 용감한 소시민.
자세히 나오지 않아서 그의 운명의 사랑의 뒷얘기가 궁금하다.
공형진의 연기가 요즘 새로워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추노에서도 그런 것 같고.
웃기는 것이 참 큰 재능이긴 하지만 그것 말고도 하는 일이 많은 배우인 듯 하다.

영화보면 감독님이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아요

부상용의 아내 유신.
놀라운 힐링체험자이나 광신도의 위험에서는 살짝 비껴나 있는 정상인 지향형.
받는 사랑을 즐길 줄 알며 주는 사랑에도 몸을 사리지는 않지만
엄청난 오해 앞에서는 별로 노력하지 않는 무심한 여인.
어쩜 그렇게 자기얘기를 영화로 만들어요?

구경남의 과거이자 구경남의 우상이었던 양천수의 현재인 고순.
느닷없는 고백에 망설여주기까지하는 친절한 여인이자 열애공세를 의연히 막을 줄도 아는 현명한 여인.
경험에서 배운 것을 그렇게 착실히 자기 것으로 만들며 시행착오를 줄인다는 것은 참 감탄할만한 일이다.
처음엔 포스터에 왜 엄지원이 아닌 고현정인가 했지만 어쩌리.
구경남에게 가르침을 주신 해변의 여인인걸.
고현정이 홍상수와의 인연을 오래 이어가면 좋겠다.
굵은 연기 사이사이 이런 감성이 꼭 어디선가 큰 힘이 될거니까.

양천수
술마시다가 팬의 머리를 툭 건드리고 들어가던 능청.
고순이 무릎꿇고 싶어한 부분은 그건 아니겠으나 얼핏 그 힘이 느껴지기는 했다.
인간적인 면에서 얼추 완성되었는데도 여전히 수컷을 극복하지 못하는
많은 지식인 혹은 이성적 인간들의 꼼꼼한 샘플.

고국장
전직은 모르겠으나 보통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해나가는 유형의 인물.
이따금 살짝 미치나 싶게 증폭이 커지는데
흔들리는 감정앞에서 짧은 순간이나마 치졸함까지 보여주는 섬세한 인물이다.
유준상의 매력을 물씬 느끼게해준.
조씨.
후배 또는 친구의 범주에도 들지못하면서 일방적인 연모와 친분만으로 예술가의 주변에 머물면서도 충성심을 발휘하는 단순충성형 인간. 모두에게 예의바른 양천수가 무심하게 누나김치까지 주문을 할 정도로 무시당하는데다 직함도 이름도 없이 조씨인 인물.
꽤 생각많음직한 자연인 하정우가 단순무식한 인물을 이렇게 매력적으로 연기하는 게 재밌다.
억울합니다-진정성이 느껴지는 단무지 대사.

구경남
구경하는 것도 구경당하는 것도 아닌 늘 밥이 되는 주인공.
영화에 대한 그의 열변은 마치 홍상수인듯 흥분까지 진짜 같았다.
김태우는 이제 키크고 잘생긴 홍상수 같아.
이런 영화를 왜 만드시죠라는 질문은 호기심이라기 보다는
평가이자 비호감의 표현이다.
나도 가끔 충동을 느끼지만 홍상수에게는 하고 싶지 않은 질문.

요즘 홍상수가 만나는 여자친구들은 좀 멋진 사람들인가 봐.
즉흥이라고 소문났지만 이번엔 좀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같은 실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영화의 어떤 대목에 들어가도 너무너무 잘 어울릴 것 같은 제목.
그래서 나오는 사람들을 한번 쭉 정리해보고 싶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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