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끝이라서일까.
긴 난민생활에 지쳤을 법한 어른들은 귀향에 설레기도 하는데
아이들의 눈동자는 텅 비어있다.
이것이 미래를 살아야될 아이들의 시간을 맘대로 저당잡으면 안된다는 무언의 항의처럼 보였다.
그나마 조금의 움직임이 살아있던 어른들의 눈조차
사막이 되어버린 호수 앞에서 말라가면서는
알수 없는 먼 곳을 보며 기약없는 기적만을 기다리는 듯 했다.
원망이나 복수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재앙을 더 가까이 볼 수 있었다.
나는 그 흙의 붉은색과 나무의 초록과 마른 노랑을 기억하지만,
흑백은 화면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흑백의 사구들은 바다와 더 닮아보였고
덤불들은 옷감의 패턴처럼 독특한 짜임새를 보여준다.
평화롭고 익살맞은 마운틴 고릴라,
횡한 사막에서 구식코트자락을 휘날리며 출전준비를 하던 군인,
젖을 물리고 담배를 피우면서 진지한 눈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던 난민.
순간을 붙잡는 사진의 매력.
벌써 10년이 넘었는데
아프리카의 영상을 볼 때마다 갔던 곳들은 똑같이, 가보지 못했던 곳들은 더해서
다녀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기아, 난민, 내전을 몰랐던 건 아닌데도
나에게 아프리카는 원시의 생명력이 살아있는 곳이라는 환상이 더 컸다.
시작은 사하라였는데도 왜 다채로운 색깔의 아프리카를 떠올렸는지도 참 이상하긴 하다.
사진전이라 하기엔 좀 적은 작품수였지만
99년에 내가 봤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70년대의 사람들부터
여러가지 모습을 한자리에서 볼수 있었기에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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