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타타인붓다|2009



`난타`는 그저 그랬지만 `점프`때의 흥분을 상상하며 한번 신청해 본 이벤트에 당첨이 됐다.
사실 당첨이 안되었더라도 나중에 보러갔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공연...이었는데.

일가친척 불러놓고 서비스공연하는 사람들처럼
공연 전에 연출자가 나와 10분간 바람잡이를 한다.
일단 마이너스 10점이다.
드디어 시작된 공연.

공연은
어찌 이런 대본에 제작비 조달이 가능했을까 의심스러운 스토리에
100% 배우들의 노동력에만 의존한
총체적인 난국이다.
신체구조를 무시해서 막 입힌 의상, 보이기만 하면 다행이다 싶은 조명, 웅장한 녹음반주,
힘들겠다 싶은 해설용 노래-배우들로 전달되는 스토리는 거의 없고 해설자가 공연의 노래 대부분을 커버하는데 어지간한 콘서트를 능가하는 차력용 성대의 소유자 인듯 했다. 임춘길, 시카고에서 좋았고 춤 잘추는 배우라고 들었는데 정말 욕 봤다. 근데 100분간의 공연에서 아쉽게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는 하나도 없다.
연기는 아무도 연기할 필요가 없기에 말할 것도 없지만,
운동만 하던 학생들임에도 불구하고 다들 굉장히 성실해 보였다.
게다가 그 땀을 생각하면
노동강도에 한참 못 미치는 완성도로 공연을 만든 제작자와 연출자가 완전 나쁜 거다.

태권도를 걸고 나오지만
어느 태권도장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기본단체훈련이 여러 번 등장하고
놀라운 격파와 날렵한 동작들도 몇 있기는 하다.
중요한 건 군무를 대신해야하는 단체 동작들이 매우 단조로우며
밋밋한 스토리에 이런 동작들을 그냥 알박기 했을 뿐
하나의 공연속에 어우러지게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 따로 놀면서 뭐 하나도 살리지 못할 바에야
국기원 단증심사나 리권동영상이 더 박진감 넘치겠다.



아....
참 오랜만이다-시간이 아까운 공연이라니.
억지로 호응해 주기엔 정말 마음이 동하지 않았는데
앞 자리에 앉은 관계로
다가오는 배우들의 시선을 피하는 게 너무도 고역이어서
막이든 장이든 바뀔 때 불이 꺼지면 살짝 나가려고 했는데
공연은 한번에 쭉 갔다.
끝나자마자 나오려 했는데 또 잽싸게 다시 등장하시는 연출자.
이번엔 공연을 후원한 대학의 이사장을 불러 인사까지 하고
공연에 참가한 학생들이 이사장에게 꽃다발을 건넨다.
뒷풀이는 관객들 좀 보내준 다음에 하지 그래, 이 아마추어들.

안 봐서 태양의 서커스는 모르겠다만
난타라니, 점프라니......
지금 수준으론 비교한다는 거 자체가 명예훼손 같은데
정말 저 두 공연도 처음엔 이렇게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한 걸까?
왔다갔다 보낸 시간에, 먼길 꼬셔낸 동행에게
내가 찐하게 AS를 해줘야 할 것 같은 미안함마저 들었건만...한숨밖에 안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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