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미안의 네딸들|신일숙|대원













운명을 거스르는 사람에게 가장 두려운 것이 뭘까.
희생이 운명이라면
그래서 운명을 거슬러 죽든가 운명에 따르든가 결과가 같다면
굳이 운명을 두려워할 필요도,
원망할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희생을 부르는 샤리를 싫어했던 게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산 사람(혹은 정령)들의 의지를 무시한 무례였던 것 같은 생각이 이제사 든다.
늘 이기적이며-자신의 운명에 맞설 뿐과 다른 누구를 먼저 생각한 적이 없다,
불멸의 애인을 가진 주제에 꽃미남들의 무덤
-아마도 이것이 가장 큰 이유?^^-이었던 샤리가
세번째(네번째인가--;) 이 책을 읽고서야 좋아진다.

운명, 때로는 신-의 이름은
맘 편히 체념하거나 특별한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믿음으로 힘이 세지는 팅커벨처럼.
인생이 예측불허라 의미를 갖는다는 멋진 말은 좀 공허한 느낌이 들지만
시작과 끝을 선택하지 못하고 똑같은 레일을 걸어가야 하는 무기력한 존재라고 해도
가는 동안 질러 가든, 놀다 가든, 헤매며 가든,
어디나 한가하지 않을 정도의 선택의 여지는 있는 것이니
운명과 신의 이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맘대로 살련다^^  
상처주고 상처받아 괴로와하는 것만으로 점철된 인생을 산 리할은 여전히 밥맛이며
말이나 생각보다 몸으로 먼저 반응하는 에일레스
-그의 가공할 능력 덕에 폼이 나는 것이겠으나-는 여전히 멋지고
이해할 수 없는,
마치 허공에 붕 뜬 것 같은 사랑을 하는 미카엘은 여전히 불쌍하기만 한데,
글라우커스와 마누아의 닮은 꼴 인생의 다른 선택이야말로
운명과 인생에 대한 A4스타일의 정리인 것 같았다.
그런데 이런 책을 쓰고도 부끄러우시다니,
신선생님, 지나친 겸손은 팬 건강에 해롭습니다^^
그나저나 살 수 있는 책이 몇 권 안되던데
이쯤해서 애장판 한번 나와줘야 되는 거 아닌가.  

PS.
운명은 그런 것...  
무심히 스쳐가는 바람처럼 살며시 빠져 달아나는 운명...  
시간이 무르익기 전에는 원하는 것이 이루어진다 해도 풋사과와 같은 설익은 과실.  
기쁨을 느껴도 사랑과 진실을 모른다면...  
삶의 의미를 알 수 없다. ...

기다리던 애장판 구입기념으로 다시 읽던 중 맘에 들었던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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