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스크랩] 파리근교에서"성의 나라 "속살 체험하기

파리 근교에 있는 보르비콩트(Vaux-le-vicomte)
성의 전경(맨 위)과 여름 야경(가운데),
보르비콩트 성의 정원(위)

햇볕 구경하기 어렵고 추위가 뼛속까지 스며드는 길고 긴 유럽의 겨울이 끝났다. 따뜻한 햇살과 나무에는 푸른 잎이 새로 돋아나는 4월은 유럽에서 관광 성수기가 시작되는 때이다.

바캉스 천국으로 불리는 프랑스에서도 가장 사람들이 많이 움직이는 때가 바로 4월 중순경인 부활절 방학 때다. 겨우내 움츠렸던 사람들이 ‘해바라기’를 하기 위해 모두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이 때쯤 되면 겨울 동안 닫았던 프랑스 관광지들도 문을 열고 손님들을 맞아들인다.

파리 근교의 관광지들로는 프랑스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러보는 베르사유 궁 이외에도 인상파 화가 모네의 집이 있는 지베르니, 그리고 모네와 대조적으로 우울한 삶을 보냈던 화가 고흐의 마을 바르비종 등을 꼽는다. 이곳들은 세계 최대 관광 도시 중의 하나인 파리의 유명세를 더 빛내 줄만큼 독특하면서도 다양한 경치나 풍물로써 제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하지만 나는 프랑스에서는 특히 크고 작은 성들을 구경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성(Chateau)의 나라라 불리는 프랑스 관광의 진면목은 바로 지역별, 시대별로 제각기 다른 특색을 자랑하는 성 관광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봄철 파리 근교 관광지는‘해바라기’場

나도 길지 않은 이곳 생활을 하면서 이곳저곳 성들을 많이 둘러보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성을 들라면 바로 파리 근교에 있는 보르비콩트(Vaux-le-vicomte) 성이다.

지난해 가을 ‘성자(聖者)의 날’방학 때도 6살 난 아들을 데리고 이 곳을 찾았다. 이미 두 번이나 갔던 곳이지만 방학 때 찾은 것은 이유가 있었다. 방학을 맞아 아이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유명한 우화 작가였던 ‘라퐁텐’의 동화를 재연해 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어린이들이 우화 속 의상으로 갈아 입고 연극도 해보고, 성 구석구석을 다니며 설명도 듣는 그런 내용으로 꾸며져 있었다.

라퐁텐은 보르비콩트 성의 주인이었던 푸케 백작의 후원을 받은 예술가이기 때문에 성 구석구석에 라퐁텐 우화 원본들이 전시돼 있다. 그래서 방학 때는 어린이들을 위해 성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거였다.

푸케 백작의 후원을 받았던 예술가 중 또 한 사람은 프랑스의 희극 작가 ‘몰리에르’다. 그래서 낮이 긴 여름철에는 정원에서 몰리에르의 연극 공연을 하기도 한다. 공연뿐만 아니라 야간 개장 때 밝혀지는 조명을 통해 프랑스가 자랑하는 조명 예술의 진수도 흠뻑 느낄 수 있다. 이번 부활절 방학 때도 어린이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었다. 정원 곳곳에 숨겨둔 부활절 초콜릿 찾기, 초컬릿 만들기, 그리고 기사 옷을 입고 검술 배우기 등등이다.

파리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기 때문에 보르비콩트 성은 파리지엥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하지만 성이라는 곳이 한 번 방문하고, 어쩌다 시간이 되거나 특별히 감명 깊어서 한번 더 간다고는 해도 그 이상 같은 장소를 또 방문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손님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머리를 짜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손님들의 욕구를 보르비콩트 성은 충분히 충족시키는 듯하다.

그래서 파리지엥들에게는 파리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 보르비콩트 성은 찾아가기도 쉽고, 방학 때는 아이들 교육의 장으로도 잘 활용할 수 있는 그런 곳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성에 얽힌 이야기들을 살펴보면서 아이들에게 훌륭하게 프랑스 역사 공부까지 시킬 수 있다.

파리지엥들이 즐겨 찾는 보르비콩트 성

성주였던 푸케 백작의 지시로 당대 최고의 정원사인 르 노트르가 설계한 정원은 베르사유 궁 정원의 모태가 됐다. 성 꼭대기에 마련된 전망대로 올라가면 정원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여기서 보는 보르비콩트 정원의 모습은 베르사유 궁 정원의 축소판이다. 루이 14세 때 재무장관까지 지냈지만 너무 호화로운 궁을 짓는 바람에 왕의 미움을 사서 결국 사형됐던 성주 푸케 백작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루이 14세의 명을 받고 푸케 백작을 잡으러 밤길을 달려 갔던 이들이 바로 ‘삼총사와 달타냥’이다. 푸케 백작은 이들에게 잡혀 철가면을 쓰고 감옥에 갇혀 있다가 결국 죽음을 맞게 됐다고 한다. 소설 ‘철가면’의 주인공이 푸케 백작이라는 이야긴데 이 철가면의 주인공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다. 이런 사연을 알고 성과 그 전시물들을 둘러보는 재미는 더욱 쏠쏠하다.

베르사유 궁 못지않게 호화로운 성 안의 방들과 칼로 자른 듯 조경한 아름다운 정원, 그 사이사이를 장식하는 화려한 분수 등을 구경하다 보면 왕으로부터 ‘괘씸죄’를 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푸케 백작은 성대한 궁을 지어서 집들이를 한답시고 왕과 귀족들을 초청해 파티를 벌였는데 그 대가로 목숨을 내놓아야 했으니 집들이의 대가가 너무 컸다.

루이 14세는 대신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푸케 백작을 사형시켰지만(동서고금을 막론하고‘괘씸죄’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임에 분명하다!) 이 성에 반해서 그대로 베르사유 궁을 짓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철가면’의 무대, 베르사유 궁 모태>

파리 근교에는 이 밖에도 유명한 고성들이 많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영웅 나폴레옹의 일화가 깃든 퐁텐블로 성, 그리고 르와르 강변의 아름다운 성 쉬농소와 샹보르 성, 그리고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무대가 됐던 샹티이 성들도 나름대로 멋을 자랑하지만 프랑스를 대표하는 베르사유 궁의 시초가 됐다는 점에서,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보르비콩트 성은 꼭 한번쯤 가볼 만한 것 같다.

<홍지영 / SBS 파리특파원>

▶서울~파리 : 대한항공 매일 운항(11시간 50분 소요)


샹보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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