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제임스 스페이더|James Spader

 
제임스 스페이더는 첫영화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맘에 쏙 들던 그 영화에서
좀 비겁하기도 하고, 매우 우유부단하게 보이며,
얌전한 척 호박씨 까는 청년이었던 제임스 스페이더.
그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영원히 '변태'로 낙인 찍혀버리기도 했었다.

제임스 스페이더는 전형적인 미남배우의 외형 조건을 가지고 있다.
금발의 파란 눈을 가진 백인이고 부드러운 얼굴 선을 가진 꽃미남.
고전적인 미남의 조건을 두루 갖췄다.
그런데, 꽤 젊은 시절부터의 그를 기억하지만
그 잘생긴 외모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번도 섹시 해보인적이 없다.
그의 몸은 지금도 근육질과는 거리가 멀어보이긴 하지만
16년 전을 생각해보면, 그땐 근육질이 각광받던 시절이 아직 아니어서
뭐 그닥 마이너스요인이 아닌데도
정말 섹시해 보인 적이 없다.
우리나라 신소설에나 나올 것 같은 문학청년,
고민 열심히 하고
나쁜 짓도 무슨 생각이 있어서 하는 것 처럼 보이도록 행동하는,
사실은 좀 재수없는,
그러면서 여자들한테 인기있는 청년,
그런 청년이 20세기에 나타난 것 같은.  
그의 표정은 늘 복잡하다.
망설이는 얼굴, 좀 귀찮은 것 같은 표정, 그리고 애원하는 것 같은 눈빛의 조합들이
매우 복잡한 표정을 만들어서 
환하게 웃을 때도 좀 피곤해 보이고, 눈빛 마저 우유부단하다.
그런데.
그런 복잡한 표정들이 왠지 끌린다.
잘 알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보고 싶게 만드는 걸까.
 
제임스 스페이더는 멀쩡한 역할을 맡은 적이 거의 없다.
대부분의 역할들이 대놓고 싸이코 아니면 멀쩡해보이는 싸이코였으니까.
어쩌면 매튜 매커너히처럼 젊을 때 적당적당 로맨스 영화들을 좀 찍었어야 했는지 모른다.
아니면 조니뎁 처럼 늙지 말던가.
 
올해 '세크리터리'에서 오랜만에 그를 봤다.
거짓말 안 보태고 장장 16년전의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의 '필'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의 얼굴에 주름은 정말 안 어울리고
그의 주름은 안성기의 주름 같지 않게 전혀 매력적이지 않지만
여전히 자신의 '필'을 지키고 있는 그는 기대가 된다.
올해 에미상 시상식에서 TV시리즈물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고 한다.
축하, 축하, 축하!
'필'받을 신작을 기대하면서.
 
내가 본 그의 출연작
Endless Love (Drama, USA 1981) as Keith
Wall Street (Thriller, USA 1987) as Roger Barnes
 
Sex, Lies and Videotape (Drama, USA 1989) as Graham
알고보면 이상한 네 사람의 관계. 그때만 해도 미국사람들은 다 솔직한 줄 알았는데, 감추고 척하고 그러는 모습들이 신선(!)했다. 그리고 그 이상한 욕망들. 그리고 그걸 찍는 더 특이한 남자. 여전히 제임스 스페이더의 베스트. 칸느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White Palace (Drama, USA 1991) as Max Baron
이 아주 인상적이었던 포스터-가을 낙엽이 뒹구는 길에서 남자가 허리를 굽혀 여자의 신발끈을 매주고 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니 그 장면은 낭만적이기는 커녕 남자가 아주 재수없어지는 장면이었다. 식당 웨이트리스로 나이도 많고 배운 것, 가진 것 다 없는 여자와 부족한 것 없는 전문직-변호사 였던가-남자와의 로맨스였다. 끝은 물론 해피엔딩. 여기서 그는 수잔 서랜든에게 끝까지 리드당하는 소심하고 똑똑한 남자로 나왔다.
 
Bob Roberts (Drama/Comedy, USA 1992) as News Anchor, Chuck Marlin
영화는 재미있었는데 나오는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Dream Lover (Drama/Thriller, USA 1993) as Ray Reardon
그저 그런 음모, 그저 그런 반전. 제목만큼도 재미없던 영화. 
 
Wolf (Horror, USA 1994) as Stewart Swinson
잭 니콜슨과 미쉘 파이퍼 틈에서 고생했다. 위아래 없이 실력믿고 까부는 잭니콜슨의 후배이자, 나중에는 실력이고 뭐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야비한 녀석으로 변신한다. 매력을 찾기 힘들 정도의 악역이었다. 늑대로 변했을 때 정말 너무 잘어울렸는데 그래서 싫었다.
 
Stargate (Sci-Fi, USA 1994) as Dr. Daniel Jackson
좀 귀여웠다. 동그란 안경. 공부벌레박사.
 
Crash (Thriller/Drama, Canada/France/UK 1996) as James Ballard
도대체 이게 뭔 소린지. 영화는 산만하고 배우들은 불을 뿜는데 정신없고 기억도 없다.
야하긴 충분히 야했던가. 이전보다 강도가 조금 더 높은 병적인 증세를 보였다.
 
The Watcher (Horror/Thriller, USA 2000) as Joel Campbell
호화캐스팅인데 극장 개봉을 못하고 비디오 가게로 직행했다면 그 영화는 의심해봐야 한다. '오죽했으면' 스티커를 붙여야 될 것이다. 만약 감독까지 유명한 사람이라면 그 영화는 100% 의심적중. 그래서 망설이다가 결국 TV로 본 영화. 몇몇 장면들을 생각해보면 프롬헬의 현대판 같기도 한데, 사이코 킬러 키아누 리브스와 몽롱한 형사 제임스 스페이더, 둘다 내가 좋아하는 매력적인 모습을 조금도 보여주지 않았다.
 
Secretary(Drama, USA 2002) as Mr. Grey
깜찍한 포스터 때문에 보게 된 영화였는데 의외의 대박, 제임스 스페이더를 다시 봤다.
여배우가 안 예쁘길래 뭔가 있을 거라 짐작은 했었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SLV의 그레이엄이 결혼 안하고 혼자 늙었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약간 완고해진 듯한 얼굴이지만 여전히 망설이는 이 남자, 반가왔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좀 비슷하다.
이 커플은 내가 축복을 아끼지 않는 천생연분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제임스 스페이더의 공식 홈
www.jamesspad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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