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얼굴없는 미녀



얼굴 "있는" 게 훨 낫다

김혜수는 드물게 어릴 적부터 연기를 괜찮게 하며 데뷔한 배우라고 기억한다.
데뷔작인 젊은 느티나무에서 들뜬 목소리로 일관했던 것 말고는   
초창기만 보자면 김희애의 데뷔시절과도 비교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랬던 김혜수,
꽤 똑똑함을 자랑하기도 했던 김혜수가,
대본을 책 삼아 읽어주던 한심한 이쁜이들 몇몇 조차도 일취월장하는 동안
대체 뭘하고 지냈는 지.

한번의 인상 깊은 표정이 있다.
시작 즈음에 병원 복도에서 김태우의 아내가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던 표정.
뭘보고 있는 지 확실히 느끼게 하는 아주 좋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저 배우는 자기의 연기력을 꽤나 믿고 있군.
하는 생각 밖에는 들지가 않았다.
끝날 무렵에는 예쁜 몸과,
화장품 포스터에나 어울릴 듯한 두툼하게 화장한 입술과 산발한 머리,
본인은 내면연기라고 믿었겠지만 영화의 삼분의 일을 넘게 차지하고 있는 같은 표정과 거북스러운 저음의 대사톤만이 기억에 남았다.
   
사실 영화의 내용을 중심으로 한다면 미녀보다는 최면을 거는 의사에게 포커스가 맞춰져야 하는 게 아닌가. 
얼마나 사랑하길래 그런 짓까지 하는 지.
여자의 과거니, 여자의 불안한 심리상태는 그래봤자 최면에 잘 걸리는 이유 중에 하나일 뿐인데.
이런 도발적인 여자는 누구나 최면을 걸어서라도 사랑하고 싶다는 게 꼭 하고 싶은 말인가?

언젠가 친구 하나가 그런 얘기를 했었다.
김혜수 머리 좋은 척은 다하면서 하는 짓 보면 전도연 머리만도 못한 것 같다고.
출연작 고르는 걸 보고 한 말이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배우 김혜수가 걱정된다.
요즘 기사들을 보면 김혜수가 인간성이 좋다는 것은 알겠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연기를 그 많은 신문들이 이구동성 극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따금 아는 것 많다고 소문난 배우들에게서 나타나는 갭.
알고 있다는 것은 알겠지만
아는 게 나오고 있는지는 모르겠는 것.
배우는 표현의 선봉에 선 직업이니까 이 갭은 아주 치명적이다.

이 영화, 장희빈의 마이너스는 조금 살려줄 수 있겠지만 만일 이 정도로 자신의 연기가 재발견 된 거라고 생각한다면 
김혜수는 관객보다도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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