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igation into the Invisible World
나의 어린시절 대표적인 베스트셀러로서 집집마다 자리를 차지하던 계몽사 50권짜리 세계어린이동화가 있었다.
역시 같은 책을 보았던 친구와 어느날 우연히 동화같지 않은 이상한 동화들을 얘기하다가 북유럽동화집이 튀어나왔다.
랍란드라고 정확한 나라이름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개썰매를 타고 청어라는 생선을 먹는다는 그 동네 동화들이 무척 썰렁해서
딥다 재미없는 나라들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친구는 분명히 아이를 잡아먹는 핀란드 동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추운 나라 애들은 동화도 꽤나 썰렁하다 생각했지만,
자라면서 눈 많이 오고 겨울이 길다는 그쪽 나라들은 아는 게 워낙 없어서 그런지 호기심을 점점 더 키우게 되었는데,
마침 뒷다리로 대강 예매한 영화가 아이슬란드영화인 보이지 않는 세계였다.
처음 이 영화는 꼬마들과 다 자란 어른들이 아이시절에 만났다는 요정이야기로 시작했다.
팅커벨의 대사같은-요정들은 사람들의 믿음으로 강해진다-는 얘기도 나오고,
요정들이 산다는 바위를 치우려다가 중장비들이 이유없이 고장나고 서있던 차들이 추락하고-인명피해는 없었다-
암튼 불가사의 한 일들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 이상한 일들을 사실이라고 확신하면서 증인들-요정을 만났거나 다른 차원을 접촉할 수 있는 사람들-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세계'의 증거를 말해준다.
아이슬란드의 교회는 유럽에서도 개방적인 편이라 천사나 다른 요정같은 존재를 믿는다고 한다.
어떤 마을에서는 유령을 보는 것도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데, 나쁜 짓 안할때는 그냥 대충 같이 산다고 한다.
어떤 마을의 읍장은 사람들이 사는 집의 지도와 요정들이 사는 집의 지도를 그려 보여주는데
사람들만 사는 게 아니라 신기하다며, 관광객이 좋아할거라며 오히려 반가와하기까지 한다.
믿는 지 안 믿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린 사람을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한 정신과 의사의 정의에 따르면 요정은 인간보다 더 낮은 곳에 속한 존재들이고,
인간의 환생계 위에는 또 다른 영혼의 층이 있는데,
거기서 인간세계로 다시 태어나는 존재들 중 가장 나중에 합류하는 존재가
이전의 지식을 모두 흡수해서 모하멧이나 예수같은 특별한 존재로 태어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정신과 의사가 이런 말을 했을땐 아마 바로 환자가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처음의 흥미진진한 내용이 뒤로 가면서 무당들의 체험기로 도배가 되는 바람에 좀 싱거워졌지만
-그 얘기들이란 영화에서 많이 봤듯이 뭘 입고 있다, 뭐라고 말을 한다, 등등 시껍한 것들인데
그럴때면 그 귀신은 이름이 뭔지 한번 물어보라고 하고 싶다-
그래도 두 시간 집중이 되는 영화였다.
보고나니 아이슬랜드가 가고 싶어지는^^
부천영화제 참가 첫날-바가지 택시를 탔고, 발랄하고 친절한 자원봉사자들 덕에 기분좋았고,
매진이었던 영화티켓을 구해서 본 두번째 영화가 꽝이었고,
10시 넘은 시간의 부천은 시내 한복판도 무지하게 한산해서 좀 무서웠고,
뭐 이리저리 안내는 열심히 하던데 결국 난 무료셔틀을 한 번도 못탔다.
게다가 '악취미의 밤'처럼 감독과의 질의응답이 있는 영화를 늦은 시간에 상영하다니,
너무너무 미안하지만 말하는 중간에 나올 수 밖에 없잖아?
오늘보니 이노센스때문에 또 공지가 올랐던데, 김홍준씨는 이번에 백배사죄만 벌써 몇번째인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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