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쳐 정주행을 망설이게 하는 두 고개가 있었다.
내가 즐겨보지 않는 범죄 스릴러-사실 그래서 무려 한석규의 출연작이어도 안 봤던 건데
결국은 티빙 결제한 김에 한석규 때문에 첫 고개를 사뿐이 넘었다.
두 번째 고개는 경찰들끼리 '나 죽이러 왔냐'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무법도시 분위기.
경찰이 썩은 것과 서로 막 죽이는 건 좀 다른 얘긴데
이런 사람들이 절대 없다고 장담할 수 없는 세상이라도 설마 믿고 싶지는 않은 마음에서랄까.
이 고개는 손병길 단속하던 오지랖 영군이 덕분에 넘었다.
아이구야 사고 나셨네-라니, 이게 어디 20대 경찰 말투냐 싶은데 또 이렇게 잘 어울릴 수가.
알고 보니 이건 이웃 주민들과의 사랑방 핵인싸 말투였는데
다채로운 영군이의 100가지 그림자 중 하나였다.
그렇게 이 두 고개를 넘고 나니
어느새 보고 또 보고 지점에 도착해서 몇 번을 봤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범죄 집단으로 전락하고 말았지만
정의감 넘치는 경찰들의 범죄 뿌리 뽑기는 한 편으로는 시원하기도 했고
김재명이 뿌린 씨앗이 다시 몇 배의 재앙이 되어 김재명을 덮치는 전개는
사건 언제든 돌아온다는 도치광의 얘기를 곱씹게 한다.
김재명이 가르친 대로 수사하고
범죄자는 그 복수를 하고
그 범죄자를 끝장내며
죄값을 제대로 치르게 할 사조직을 만들었지만
그 사조직이 또 범죄조직이 되면서
의혹과 희생자를 낳는 어두운 뫼비우스의 띠.
불법수사로 검거율 올리던 경찰들의 미래는
하나는 미치광이 수사로 유명한 감찰반 에이스
하나는 그 기술로 치부하는 기술자
하나는 그 기술로 범죄자 도와주는 실장이었다.
유일하게 김재명이 가르치지 않은 아들만
좋은 경찰이 되려나 보다^^
누구도 정의감으로
회식 한 번 없이 열 일한 게 아니다.
작은 균열이 균형이 깨뜨리며 폭발하는 사건이 '그때 그 사람들'에서 감탄한 지점이었다면
각자의 욕망이 팽팽하게 균형을 이루면서 사건을 해결하는데
처음엔 한태주와 도치광이,
사건이 진행되며 영군이 뛰어들고
마지막엔 영군이 도치광을 지켜보겠다며 풀리지 않은 긴장 관계를 미래로 던지는 게
왓쳐의 매력.
절대 믿음이 아니라 엇비슷한 힘의 감시로 정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게 설득력 있었다.
그래서 좀 안심이기도 하고.
도치광이 김영군의 복수의 순간에 했던 얘기는
김영군이 오상도에게 했던 얘기와 닮았다.
왓쳐의 어른들은 자신의 과오를 잘 알고 있으면서
그렇게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도치광과 한태주가 김영군에게 가졌던 마음.
그걸 김영군은 윤지에게 이미 가지고 있었다는 게
아마도 좋은 경찰의 씨앗이겠지.
인간다움이 공감이라고 대답한 장해룡만 그게 전혀 없었다^^
도치광을 향한 의심의 늪을 이기고
장해룡을 향한 순간의 분노를 이기고
박진우의 유혹을 이긴 김영군은
이미 좋은 경찰인데
그걸 왓쳐2에서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중요한 지점에서 항상 박진우가 순경출신임을 강조한 건 왜?
끈이 없다는?
아니면 박진우의 분노 지점을 일깨워주려고?
김영군
“아저씨는 좋은 경찰 같다고…(손아름)”
“아주 잘 컸어(김재명)."
"그 아이 좋은 경찰 될 거에요(도치광)."
“젊어서 그래(장해룡)”
“참 너도 승질머리 급한 거 하구는…”(도치광)
"아무리 더러워졌어도 할 일은 하셔야죠"
-선생님, 큰 일 날 뻔 했어요
오지랖 청년 경찰을 연기하는 서강준을 발견한 순간-이라고 쓰고 시작이라고 읽어야 할^^
엄마가 살해된 현장인 집에서
무단 침입한 살인범도 아는 비밀번호를 바꾸지도 않고,
분노에 인생을 맡기지 않고,
사람을 믿기도 하며 사는 멘탈갑 김영군.
출생만 본다면 똑똑한 아빠, 촉 좋는 엄마라는 굉장히 유리한 유전자의 가능성이 있지만
행복한 유년 시절은 너무 일찍 끝나버리고 ㅠㅠ
엄마 얘기를 할 때
믿었던 도치광을 의심해야 할 때
예상 못한 한태주의 배신에서
애증이 교차하는 아버지를 만날 때는
결이 살아 있는 감정 근육이,
싸움 장면에서는
불타는 전투 근육이 돋보이던 김영군.
아버지 죽인 거북이 앞에서 절규할 땐
진짜 눈에서 피 흘리는 것 같았다.
왓쳐 보고 나서 다른 드라마 영상들도 보게 됐는데
항상 연기하는 인물이 미모를 덮어서 다른 사람처럼 보이고 들리는 서강준 연기 찬양.
4형제라도 믿겠다 ㅋㅋ
#1회 주민들과 함께 하는 발랄한 영군 청년
영군 (짐 들며) 이거 어떻게 들고 오셨어요, 무거워서?
할머니 차근차근(??) 들었지(할머니 귀여우심^^)
영군 (찐웃음) 아핳핳
#4회 오상도 죽음 앞에서 장부 찾던 도치광에게
입으로는 아무 말도 없던데요 하면서
눈으로는 ‘$%^&*$@#(욕)’을 하던 영군,
김재명 죽자마자 장부 찾던 박처장에게
장부 얘기 없었어요 하던 치광과
같은 장면 다른 느낌의 대비.
# 6회 말 의심이 깊어진 영군이 얼굴에 핏기가 없다.
# 7회 의심과 믿음의 중간에도 할 일 하는 영군이
“우리 팀장님 찾으러 왔습니다”
# 8회 아들 김영군
아버지 석방 날-안 가요? 부터 시작해서
세월을 넘어 어린 아들 짜증이 제대로 묻어나던.
밥상 차려 바치면서 눈치 보는 사람은 세상에 부모라는 사람들 밖에 없지...
가석방 위원회에서 무슨 얘기했을까?
# 15회 머릿속이 시원해졌다면서 우는 건지 웃는 건지 오묘한 영군이
조수연이 아쉬워하며 떠날 때 전 회차를 통틀어 처음이자 마지막 환한 미소가...
영군 기준 살짝 긁힌 수준은 빼더라도
저렇게 맞고 살아 있다니 싶은 어마어마한 싸움 장면들.
얼굴에서 상처 떠날 일이 없는 영군이의 싸움 장면들은 후반부에 빛을 발하는데
땀 한 방울 안 흘리며 미소를 날리는 싸움의 신 룩-이 아니라
항상 맞으면서 싸우고
죽기 살기로 덤비고 있어서 더 진짜 같다
-진짜 아프겠다 하면서도 계속 보고 있는 내 안의 변태 발견
# 10회 도치광과의 대결-감정 근육과 싸움 근육이 동시에 등장
# 12회 박 변호사 사무실-'영군이는 참지 않긔'가 절로 나오는
# 13회 폐차장
쓱 보러 간 영군이가 무쇠팔 붕대주먹으로 날아다닌다.
그렇게 맞고 뻗은 게 몇 시간 전인데 마치 처음인 듯 호기롭게 덤비는 깡패들도 어딘가 웃긴^^
# 16회 장해룡과의 결전은 진짜 동네 싸움 1열 관람.
도치광
“도치광이 미치광이” (김강욱)
“한 명 찍으면 무슨 수를 써서든 잡아 넣으시는 분이(한태주).”
"팀장님, 정말 지옥 가실 거에요(김영군)."
"정말 늘 본론만 얘기하시네(한태주)."
“나는 옳은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이 말은 거북이와의 접점이기도 해서 알 수 없는 도치광을 보여주는 가장 간결한 고백이었다.
정의는 상관없고
자신이 피해를 입히고
또 상처 받았던 적-
비리 경찰에 올인하는 비리수사팀장.
"이번엔 아니야. 끝까지 죄값 치르게 할 거야. 그러니까 미리 실망할 필요 없어"
그걸 위해 또 증거조작^^
항상 디테일로 감동을 주던 한석규인데
이전과는 다른 연기 변신이 있었다.
좀 야해졌다고나 할까^^
악보가 있는 것 같은데 악보와 반대로 연주해서 더 강렬해진 연주 같았다.
형-으로 시작하던 김재명에게 건 공중전화는
장소 때문에 초록물고기 생각이 났다.
-에이 그래도 야 죽이는 건 너무 했다
벨 누르고 도망가는 애기들 부르듯 장기 밀매 대부 김실장을 총손으로 까딱까딱 부르지 않나,
장난 전화 거는 애 꿀밤 때리는 표정으로 증거조작해서 장시영을 체포하지 않나,
박처장 앞에서 해독제 주섬 주섬 들면서 에이 내 정신 좀 봐-하는데
김치 갖다 드려야지-하는 줄^^
# 초반 박처장에게 눈으로 ‘개소리’를 또박또박 말하는 도치광
# 장시영 취조
오늘은 내 식대로 합니다 껌 좀 씹으며 들어갈 때부터 기선 제압 하더니
-난 진실을 밝힌다
-지금 니 선택 때문에
대사를 표정으로 먹어버리는.
# 박차장 취조
한 마디 한 마디 표정과 함께 계속 돌려봤다.
진짜 미치광이 도치광이 소리가 절로 나온다.
13회 엔딩-뭐라 해도 믿어질 알 수 없는 얼굴.
비록 눈을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겠지만
거북이만 두 마리였던 장해룡 보다
아름이 공식 인증 좋은 경찰이자 장차 진짜 좋은 경찰이 될 영군이와 같이 일하는
운 좋은 도치광-아마 스스로도 걷잡을 수 없이 망가지고 싶을 것 같진 않으니까.
한태주
“이 냥반 끼면 아주 골치 아픈 일이 생겨, 마치 모든 사람들이 다치길 바라는 것처럼(도치광)”
“넌 늘 너 밖에 모르지(윤지훈)”
“몇 가지 정보를 흘리고 더러운 놈들 알아서 싸우다 죽기 바라는 게 다예요.”
"나 믿지 말아요, 나도 내가 어떤 선택할 지 모르니까."
자기 생각만 한다는 걸 일부러 무기로 쓰며 강함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한태주인데
자신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외면적 강함 보다
큰 고통 속에서도 일관성 있는 진짜 강함이 있다.
망가진 전남편이 저지른 범죄의 희생자가 된 상태에서도
자기를 미워하는 게 힘이 된다면 응원하는 대범함.
본능적으로 김영군을 아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일할 때는 절대 하대하지 않는 꼰대력 제로의
머리 굴리기 금메달 급의 유능한 변호사.
# 너 같은 걸 무서워 했다니.
한태주를 깔 본 거북이의 패착이었겠지만
아무튼 시원한 한태주의 승리.
김현주가 연기 못한 적이 없긴 하지만 한태주는 정말 놀라웠다.
조수연
"경찰이 저러면 안되잖아요."
여기로 보내던데요-한 마디로 도치광을 무장해제시킨 정직함의 상징 조수연 경위.
한 마디 한 마디가 너무 나도 조수연 같아서
연기를 잘한다 보다 어디서 실존인물 조수연을 데려다 놓은 것 같았다.
무려 동시에 내린 세 가지 지시를 메모도 없이 수행하고 칭찬 받는 명석함,
내면의 '왜요?'를 접지 않은 덕분에
도치광에게 첫 사건을 안겼다.
시키는 일도, 하고 싶은 말도 잘하는 능력자,
게다가 스파이짓을 하면서 미움도 안 받는 진심 소유자.
원칙이 아니라 경찰의 자세로
심문은 실패했어도 수사는 항상 잘한 조수연 씨.
불법과 탈법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에 둘러 싸여서도
제대로 일하면 된다는 걸 보여주는 유일한 경찰이었다.
# 팀장님 혼자 계실 때는 어떻게 하셨..(예리한 조경위^^)
# ㅇㅎ 여기가 감찰이에요
# 영군이의 ‘5분만 주세요’에 두 번째 속고 머리를 찧는^^
# 야무지게 머리채 잡던 조수연 경장
염동숙
도치광은 경찰과 결이 안 맞는 사람이라고 했고,
박진우는 기회주의자라고 했지만,
동기와 상관없이 패거리즘에 묻히지 않는 이런 사람
꼭 어딘가에 하나 씩 있었으면 좋겠다.
장해룡과 민동기가 하던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가 장사회 시그니쳐 대사 같던데
마지막에 그 말을 한 것 때문에
혹시 장사회 열차를 탄 건 아닐지 좀 의심스럽지만...
# 도치광 팀장 우리 얘기 좀 해
# 내가 합의 본 건 아니잖아요, 우리가 검찰 좋아하는 일만 해야 하는 것도 아니구.
# 뭐 도와줄까
윤지훈
"윤지훈, 미쳤어요(한태주)."
겉은 단련돼 보이지만 보는 사람이 불안할 정도로 불안정하고 어딘가 무서운, 진짜 미친 사람.
# 아까 보니까 마음에 화가 많으시던데..올인원 폐차장으로 가세요.
이 어울리지 않는 대사의 맥락을 아무렇지도 않게^^
장해룡
# 속도 위반
# 말 안 하면 살까?
# 장반장님의 영군이 영접(장반장은 알고 있다1)
# 아빠가 나쁜 놈들 전화를 받아서(장반장은 알고 있다2)
계기가 있어서 변하고 싶었지만 죄 값을 안 치러서 결국 감옥행.
영군이가 여러 번 콕 집어서 얘기해줬지만
진짜 뻔뻔한 시조 거북이.
손병길
# 뒤 조심해
# 아름이한테 물어 봐
처음에는 살인범 자식으로 사는 것에 대한 답인 줄 알고 뭐 저런 미친 아빠가…했는데
이미 이 때부터 병길 씨는 김영군 순경에게 반했어^^
극악한 인간의 밑바닥을 보게 만드는 범죄가 주인공 같은 어두운 분위기지만
매 번 뜻밖의 웃음 포인트에 바로 터졌다.
특히 영군이 유머 감각 완전 내 취향^^
# 그럼 간지러울까요
# 아름이 갖다 줄라구요
# 총 쏘면서 시민에게 전화 한 통 부탁하는 경찰-유머가 아니었다. 근데 왜 웃기냐고^^
# 집 안 나가겠네
# 오늘 비번이에요
# 얼마 전에 유치원 다녔던 것 같은데 그 새 많이 컸네요
# 그거 궁금해서 안 내려친 거냐(도치광)
# 남친 없었네
# 화장실이 어딨어요?
# 왜요, 왜~~? 아, 내 정신 좀 봐.(도치광)
# 무슨 소리야, 지가 먹었지(도치광)
# 일찍 나오셨네요
# 너도 참 성질 머리 급한 거 하구는..뭘 쳐다 봐. 빨리 기어 나와(도치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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