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젤|유니버설발레단 정기공연


경사진 무대 위에 엄청 많은 윌리들이 하나 씩 등장하는 장면을 
유니버설 발레단 버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베일이 쏙 사라지는 건 국립 발레단인 줄 알았는데 유니버설이었고.
기억나는 게 이렇게 없으니 공연을 본다는 것은
그저 공연을 본다는 의미 뿐인가 ㅎㅎㅎ

오늘 지젤은 나부끼던 심청이의 홍향기가 맞나 싶게 
어딘가 건강한(?) 느낌이었는데 밝은 기운도 있어서 좋았고
엄마 역의 무용수 키가 꽤 커서 진짜 귀여운 딸 같은 느낌이 들었다. 
1막의 군무 추던 시골 처자들 유난히 발랄해 보이게 멋진 춤이었고
뒤에 앉아있던 무용수들이 무대배경과 잘 어울려서 
그림 속 사람들처럼 보이기도 했다. 
좀 재미있었던 거- 
매드씬 전에 
기절한 걸로 되어 있는 지젤과 지젤 엄마의 손이
열심히 머리핀을 빼는 게 3층에서도 다 보임^^
그리고는 비교적 매우 곱게 미친 지젤.
하지만 난 발레에서는 춤만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짧게 살살 넘어가는 매드씬에 불만 제로다-오늘 지젤은 그냥 심장병으로 사망한 걸로.

2막에서도 지젤은 어려운 안무를 소화해야 하는데 
초반을 지나면서 굉장히 안정감 있어 보여서 힘들어 보이지도 않았다. 
1막에서는 살짝 불안정하게 착지했던 알브레히트도 
2막에서 처음 도약이 굉장히 높아서 나도 모르게 날숨이 후후.
숲에서 알브레히트 말고 다른 사람 하나 있었던 거 같은데 
오늘은 알브레히트 한 명.    
나타나기만 하면 시선을 사로잡는 우리 귀신들.
오늘은 주인공들이 춤을 추고 있어도 
윌리들이 움직이기만 하면 바로 시선이 갔다.
윌리들이 다리를 90도 넘게 살짝 올라가는 군무에서 
그 치맛자락이 날개 같아 보여서 귀여웠다.  
근데 오늘 윌리들 너무 수가 적어 보여서 아쉽다. 
그렇지만 이번도 즐거운 지젤 관람.

다음 예매 때 꼭 기억할 것-오른쪽 블럭에서는 지젤의 무덤이 안 보인다. 


브로드웨이 뮤지컬들이 코로나 기간 강제 휴업을 끝내고 무대를 올리면서 
인종 다양성과 성 인지 감수성을 고려해 여러 작품을 수정했다던데, 
발레에는 언제 그런 바람이 불어 오려나.
아무리 봐주려 해도 알브레히트는 진짜 너무 대놓고 막장인데 
지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기 실수로 그냥 춤추다 죽어버리는 건 어떨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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