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청춘|2021



5월 같은 명희


광주와 5월. 
예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결말에 선뜻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가 
의외의 발랄한 동영상에 호기심이 생겼다.
이 이야기를 어떻게 끌어 가려나?

일단 보기 시작하고는 수련이와 명희의 광주사투리에 빠져 
단숨에 8편을 다 보고 마지막 4회는 실시간으로 보기에 이르렀다. 
광주는 언제나 다큐멘터리와 묵직한 극 속에서 
분노와 먹먹함을 불러일으켰는데
사랑이야기 속의 연인들을 따라가는 광주의  이야기는
훨씬 더 감정적으로 다가 앉게 해주었다. 
등장 인물 하나 하나가
시대의 중압감을 열연으로 승화시켜 준 것 같고. 
이제 광주의 진실은 더 밝혀져야 하고 갈 길이 멀지만 
먼 미래에 
역사와 과제로 만이 아니라 
디양한 이야기들 속에서 
더 가깝게 기억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이 드라마의 제일 큰 공신은 광주 말씨. 
철학 단계를 지나 밥 먹자는 놈은 뭔가 아주 잘못된 거고, 
식당 단계에서 암시랑토 없이 밥을 먹는 놈은 털털한 여자를 좋아하는 강적이며 
그  앞에서 국밥 처먹는 꼴을 보인 건 끝장이라는 야무진 조언을 날리는 수련의 사투리가 
초반의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이어지는 명희의 아버지 김원해와 어머니 황영희는 
외지인의 귀에는 진짜 원어민 같은 느낌.
게다가 김원해는 얼굴 하나 눈빛 하나가 다 '김현철'씨 같아서 
이상하게 얼굴을 그냥 보는 것 만으로 눈물이 난 적이 여러 번 이었다. 
명희 사투리도 좋았지만 
그보다 내새끼 모드로 늦둥이 동생 명수의 달리기를 응원할 때 같은
명감탱이 모드가 더 좋았다. 

내가 처음 본 클립이 명희와 희태의 맞선 장면이었는데
그 때 이미 즐거운 두 사람의 모습이 보고 싶어 다시 본다는 댓글이 줄줄.
결국 나도 후반부를 보고 나서 그 장면을 여러 번 볼 수 밖에. 

하필 눈물 흘리는 수련에게 반했던 인정의 경찰관
-지금 같으면 징계감이었긴 하겠지만^^-도 생각나고 
이야기기 정해진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신기하게도 웃음을 담당해주던 희태의 묘한 분위기도 범상치 않았고
나만 모르고 있던 것 같은 이상이의 디테일
-택시에서 희태 시점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는데도 대사를 말하고 있던 수찬 같은-
도 극을 채워준다.  
이렇게 젊은 배우들이 
스타성을 훨씬 뛰어넘는 연기력으로 꽉 채우는 건 처음 본 것 같다. 
마지막회 특별 출연자들까지 여운을 더하던. 
마음 아픈 사랑이야기였지만 결국 떠오르는 한 사람. 
29만원짜리 화수분은 꼭 비극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PITTA (강형호) - dandelion

 


강형호의 보칼리제.


아직도 월요병이 오페라보다 잘 어울릴 것 같은 얼굴로 

듣는 사람들의 턱을 도미노로 떨어뜨리던 오페라의 유령에서의 모습이 생생한데 

그 강형호가 PITTA라는,

솔로 강형호에게는 이 이상 없을 것 같은 너무 잘 어울리는 이름으로 들려주는 두 번째 음악이 

오늘 나왔다. 


올스타전 때 이너 유니버스는 

뱃사람들이 들었던 죽을 때까지 멈추지 못한다는 세이렌이 이건가 싶을 정도인 

그 묘한 분위기가 무한 반복을 불렀다. 

온갖 고음을 생목으로도 찢고 크리스틴으로 찢으며 돌아다니던 강형호가 

소년 합창단 목소리까지 들려줬기 때문에 

이제 자기 소리의 샘플채집은 거의 다 끝나지 않았을까, 

이제 그걸 조합해서 어떻게 들려줄까-

만 생각했었는데.

그랬는데.   


Dandelion의 강형호는 다시 새 목소리들을 들고 나타났다. 

들었던 소리들 속에서 성숙한, 하지만 다른. 

이런 소리들을 내는 사람은 음역이고 스타일이고 다 필요 없다. 

그냥 자기 소리만 잘 내면 된다. 

과연 무대에서 이 소리들의 이 질감을 얼마나 그대로 보여줄 수 있을까-가

남은 궁금증이자 기대. 


유니버스에서 애타게 자신의 우주를 부르고 

이너 유니버스에서 우주의 목소리에 각성해 본연의 나를 찾아 가겠다더니 

이제 민들레가 되어 세상을 향한 것이 아닌 

자신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세상에서 나로 돌아오는,

구성으로는 참 모범적인 전개인데 

목소리가 차지한 표현의 세계는 

모범적인 행보란 걸 잊을 만큼 충격적이란 게 

정말 대반전.

근데 이게 또 시작이란 건 더 반전.

모범적인 이야기들의 전개에서 

이제 그 민들레의 미래는 또 성장일테고

강형호는 모범생이니까 

...그래서 다음엔 또 뭐겠냐고요...이제 상상을 포기하고

두근두근만 남겨놓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