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Le Corsaire|국립발레단




얼마만의 박슬기 인지. 
이재우가 부상(?)이어서 콘라드는 허서명.
지난 번 재미있게 봤던 공연이어서 박슬기 버전으로 다시 보고 싶어 갔는데
박슬기는 여전하지만 
어딘가 허전하다. 
지난 번 공연이 뭔가 기대를 불러일으키던 
내가 처음 만난 국립발레단 같았다면 
이번은 다시 최근의 새로움이 없다고 느껴지던 국립발레단 같은 느낌. 
내가 발레를 보면서 공부를 했더라면 
이런 느낌적인 느낌을 좀 더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었을까.
거기다 공연 초반 어마어마한 일명 관크가 있어서 
1막은 거의 날리다시피해서 더 그럴지도. 
그쪽도 일부러 그런 것 같진 않았지만 
공연 중이라 내색도 못하고 방해가 된 건 사실인데 
그 상황을 봤었는지 어셔가 쉬는 시간에 사과하러 왔었던 게
이후 감상에는 도움이 되긴 했다.
먼 길 간 보람이 좀 없었던.

포레스텔라 콘서트: 시간여행 - 고양

 

팬텀싱어 올스타전에 빠져있던 중의 공연이라서 

이미 봤던 넬라판타지아의 앵콜 콘서트라는 걸 깜빡하고 예매했지만

올스타전 곡을 하나쯤은 꼭 해줄거라는 기대를 안고 갔는데

꿈꾸던 Shape of you는 아니었지만 Time in a bottle을 득템.

강형호가 고우림 목소리의 가성비를 부러워하던데 

언제나 아니 이렇게까지-싶게 전부를 갈아넣는 것 같은 무대에 길들여진 팬들을 가진 

네 사람 모두 그런 생각 들만도 하다 싶다 ㅋㅋㅋ

언제들어도 계속 듣고 싶은 챔피언스

드디어 라이브로 들은 강형호의 유니버스-좋았다. 

이게 벌써 3월이었는데 

그 사이 3집도 나왔으니 이제 Shape of you 보러가면 되겠다---자리 있으면 ㅠㅠ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Night of the Undead|2019

 

이건 병맛이라기 보다는 

그냥 정말 취향이 독특한 감독의 세계.

예전 장진의 영화들 같은 느낌이 좀 들기도 한다. 

배우들의 열연은 빛나지만 

클리셰를 피하려다 클리셰로 결말이 난 것 같은. 

그래도 시간은 잘 갔다.

문신을 한 신부님|Corpus Christi|2019

 

격식을 깬 신부가 가져다 주는 신선함은 이해가 가지만

과거의 자신과는 만나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종교인이 되겠다는 건

신부복이 멋있어서 신부가 되고싶다는 어린이의 장래희망 같은 것.

하지만 그런 생각은 들었다. 

세상에는 정말 무서운 죄를 지었지만 어떤 깨달음으로 

다시는 같은 죄를 짓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 사람들이 있기도 할텐데 

그들의 두번째 인생을 잘 알아볼 수 있어서 응원해주면 좋겠다는.

그런데.

그 방법이야말로 신 밖에 알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처음보는 걸지 모를 폴란드 영화.


협상|The Negotiation|2018

 

폭탄테러범의 심정으로 

차를 몰고 돌진 하는 것 같던 민태구.

일단 폭탄이 터지기는 했지만 

그 파편들이 제대로 타겟을 명중시켜 끝장을 봤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한 때의 개망신도 

목숨이 붙어있는 한 

대대손손 부귀영화에는 그다지 큰 부담을 주지 못하는 걸 

지금도 보고 살고 있으니까. 

시작할 때 하채윤의 등장은 개연성없이 멋부린 설정 같았지만 

그래도 시간 잘가던 오락영화.

로레나 - 샌들의 마라토너|Lorena, Light-footed Woman, Lorena, La de Pies Ligeros|2019

 

달리기 잘하기로 유명한 멕시코 고원지대 사람들. 

로레나가 특히 잘 달리게 된 건 타고난 부족의 혈통 덕분도 있지만

마치 70년대 한국에서 그랬든 교육의 혜택이 아들에게 집중되었던 환경탓도 있었다. 

다행이 그녀는 달리기가 생활인 분위기에서 자랐고

재능을 즐기는 행복한 성격이다. 

어지간한건 다 인체공학적 장비빨로 승부가 나는 21세기에

이따금 인간도 환경에 따라 이렇게 계발될 수 있다는 

신체적 능력치의 재발견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문명이나 교육이라는 것이 애초에 타고나지 못한 것들을 상쇄하기 위한 

또다른 생존법이었구나를 깨닫게 해준다. 

자기는 그냥 살던데로 달릴 뿐

달리기를 시작하고 끝내는 지점을 이동하는 것 뿐이라 

열광이 좀 이상하기도 하다는 로레나. 

달리기를 위해 처음 가보게 된,

그냥 달리기로만은 갈 수 없었던 세상의 다른 구석은 

로레나에게 어떤 바람을 불러다 줄까. 

바닷가에서 자라 바다수영으로 해협을 건너거나 

강원도에서 자라 스키선수가 되는 것처럼 

승부의 세계속에 자연처럼 모습을 나타내는 사람들은

사실 보통 사람은 꿈도 꿀 수 없는 

굉장한 재능을 타고난 것인데

부러움 보다는 뭔가 희망적인 기분이 드는 건

원래 타고난 재능에는 토 달 것도 없이 경외심을 같는 게 인간이라서 이기도 하지만

다듬어진 재능들이 평가받는데에는 어마어마한 운도 필요한 

이 단순한 듯 복잡해진 세상의 한 복판이라서 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