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스페셜 2020

 

1회: 모단걸

친일파 명문가의 며느리가 

남편과 바람난 신여성에게서 남편을 다시 되찾으려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다.

신여성 되기는 구두와 옷 사기 등 손쉬운 것에서 시작했고,

오랜 또래 여종이 학교 인기선생과 인연이 시작되기만 할 때도

모단 걸은 구신득이 아니라 영이가 되는 걸로 예상대로 흘러가나 했는데

처음부터 빠져드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던 그 운명의 만남이 

구신득의 인생의 대전환점이 되면서 구신득은 내면과 외양의 모단걸 완성.

갑자기 최초로 이혼한 사람들이 누굴지 궁금하네-개인적 고통보다 사회적 압박이 더 컸을 듯.

예전 빨간 선생님 생각이 좀 나기도 했지만

발랄한 결말-즐겁게 봤다.

 

 2회: 크레바스

저런 거 느껴본 적 있다. 

여자가 적은 모임에서 그 동네 우두머리 옆으로 밀려가서 앉거나 서게 된 경험.

패기깨나 부리며 수컷향을 풍기는 사람들일수록

이상하게 그런 서열에는 여우처럼 복종하며 

자발적이고도 적극적이던 그 모습-진짜 동물 같고 하찮아 보였는데, 

본인들은 아마 그런 생각 못해봤으니 그렇게 살고 있었겠지.

임상현의 선택은 생존전략상 당연한 계산이다.

우수민은 영원할 수 없는 시한부 위안이지만 박진우는 평생보험.

이별하고도 이혼한 수민은 이해가 가는데

그렇게 살면서도 이혼은 싫은 박진우는 왜일까.

임상현의 등장과 마지막의 그 어마어마한 낙차를 이어간 이야기도, 연출도 매끄럽다.

우수민이 가장 이상해 보일만큼 현실적이었던 인물들도 그렇고.

도도의 아이콘 같은 윤세아의 공허한 질척녀 연기라니 도전정신 멋있다.  

 

3회: 나의 가해자에게

저런 사람이 꼭 정교사가 되었으면 좋겠고

저런 교사가 꼭 있으면 좋겠고

힘든 것보다는 조금 더 많은 보람을 느낄 일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

저런 일을 벌이면서 어른이 되는 사람이나

저런 걸 참으면서 어른이 되는 사람의 삶이나

모두 불완전.

 


4회: 일의 기쁨과 슬픔

원작소설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런 얘기였구나.

직업얘기 자세히 나오는 드라마 참 오랜만이라

신선한 소재.

월급이 포인트라니 소송감인 것 같은데 

이것도 실화일까......

정신승리 직장인들이긴 하지만 낙이 있겠죠?

광식이 동생 광태, 건축한 개론의 대를 잇는 

말하지 못한 내 사랑 시리즈의 하나가 될 법한 지각로맨스.

그때 고백했다면-하는 질문을 뒤늦게 곱씹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가-싶다.

고백하지 않은 건

그만큼 넘쳐나지 않아서 였을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시키고 넘어갔듯

계속 미련이 남은 이유에도 귀기울여 용기를 낸 용자들의 행복한 결말. 

 

훈훈한 마무리였지만,

따라가는 아버지의 심정은 그렇다 친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해 안되는 딸의 선택.

결혼을 앞두고 로또 운운하는 여자를 다시 찾아오는 스펙남도 

너무 작위적이다. 

근데 인기곡을 살짝 표절한 듯한 노래가 귓가에 계속 울리는 것은 트로트의 마력인가 ㅋㅋㅋㅋ

항상 연기 잘하는 이한위지만

1인 2역으로 둘이 만나는 장면에서

가만히 서있는데도 둘이 정말 다른 사람 같아 보여 신기했다. 

"부모 전에 사람 아니냐? 

부모될라고 사람 아니어도 되는 거냐?"

먹먹하다.

화내고, 못되게 굴고, 미안해하지 않고,

당당하게 계속 요구만 하면서도 유지되는 비정상적인 관계는 아마 부모-자식 밖에 없겠지.

하나 뿐인 자식에게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살지 않았냐는 비난받는 어깨 처진 부모지만

그렇게 자신의 인생을 인간으로 살았던 사람이라서 

방순철은 사람다운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사람구실 못하면 사람이 아니라는 절망은

부모는 부모구실을 해야 한다고 믿고 살아온 금영란의 일관성.

그래서 부모로만 살다가 뒤늦게 든 금영란의 회한은

부모노릇하라며 다그치는 방민정과 닮아있었다.

하지만 이렇게도 시작하는 방순철과 금영란의 우정, 그리고 아름다운 엔딩.

따뜻했다.

단막극인데도 

마치 그 인물을 오래 살아본 것처럼 보여주는 

정웅인의 힘.

반도|Peninsula|2020

 

사실 좀비들이야 말로 

무방비로 공격받고 피난처에도 이르지 못한

가장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좀비가 등장하면 좀비영화라고 부르면서도

그 영화들에서 좀비들은 주인공이 아닐 뿐 아니라

마구 죽여 없애야만 하는 벌레 군단의 한 마리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반도는 좀 공평한 구석이 있는데

들개들도, 631 부대원들도, 피난민들도

집단의 하나일 뿐 개인으로 대접받지 못한다. 

물론 주인공들이 있으니 개인이 등장하지만

그 개인들은 개개인의 특성이란 없이 

집단의 대표로 다뤄질 뿐이다.

그래서 비극도 별로 슬프지 않고 

개인들은 주연 배우들의 활약만큼 양적이 차이만 있다. 

 

기다림에 지쳐 다 미쳐버렸다는 군부대원들은

왜 그렇게까지 잔혹해졌을까.

집단 속에 한 명도 '아니오'가 없다는 건 너무나 비과학적이다. 

왜냐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별의 별 그지 같은 상황을 살아남고 있는 집단에서도 

아니오가 없는 곳은 한 곳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반도는 이래저래 처참하다. 

 

그와중에

엄마를 향해 달려가던 이레 표정 때문에 잠깐 울컥-이런 표정을 보여주다니.

그리고 구교환.

이 영화에서 가장 '개인'을 보여주는 인물이었는데 

마지막이 너무 성의없어서 감독에 분노할 뻔.

영화 홍보가 한창일 때 반란군 지도자 같은 건가 했는데

반란군은 무슨 ㅋㅋㅋ

암튼 구교환은 정말 매력만점.

당나귀 공주|Peau d'âne|1970

 

환상동화 같은 포스터
 
읽어본 것 같기도 한 동화, 당나귀 공주.
원제는 당나귀 가죽이다.
무려 70년대의 뮤지컬 영화인가 생각해보니 
쉘부르의 우산이나 싱잉인더레인도 떠올라 
뮤지컬 영화를 복고라 했던 게 뒤늦게 기억난다.
 
무려 친아버지가 딸과 결혼하겠다는 걸 요정이 말리며 시작되는 이야기.
공주는 요정의 충고대로 
날씨빛깔, 달빛, 태양빛의 상상초월 드레스를 구실로 결혼을 피하려 하는데 
솜씨 좋은 재단사들의 임무완성으로 
(패션 왕국 프랑스의 스웩인가^^)
결국 왕의 최고 보물, 금은보화를 낳는 당나귀의 가죽까지 요구하게 되는데
역시나 공주의 예상대로 딸에 대한 사랑이 엄청 깊은 아버지는 그 가죽까지 내준다.
요정은 절대 안될 일이라고 말리지만 
요정의 만류는 사심이었음이 반전.
 
아무튼 공주는 그 가죽을 쓰고 
허름한 집에 하녀로 취직했다가 왕자를 만나고 
우연히 공주의 가죽 벗은 모습을 본 왕자는 
궁으로 돌아오자마자 상사병에 걸려 당나귀 공주의 케이크를 먹고 싶다 하는데
당나귀 공주는 그 케이크 속에 자신의 귀한 반지를 넣어보내고
반지를 발견한 왕자는 근심하던 부모들을 설득해 
반지가 맞는 여자 선발대회를 전국적으로 개최한다. 
손가락이 아주 얇다는 사전정보를 뿌리자
전국의 여자들은 바로 손가락 가늘어지기의 방법의 대환장 파티를 벌인다.
그걸 보고 비웃는 남자들-이해해.
결국 마지막에 도착한 당나귀 공주와 왕자는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고
공주의 아버지 왕은 요정과 결혼해 함께 헬기를 타고 공주의 결혼식에 나타난다. 
 
케이크에서 반지를 발견한 왕자는 공주와 상상속의 데이트를 하는데
단 둘이서 금기를 깨보자는 게 연애의 시작인 게 좀 신선했다. 
근데 그 금기는 케이크 먹기와 담배 피우기^^
 
원하는 여자와 결혼하려고 상사병 쇼를 벌이는 것-좀 현실적이지만
그런 허술한 쇼에 넘어가 주는 왕-여왕도 좀 귀엽고
파란 나라는 하인들이 파랗고 
빨간 나라는 말도 빨갛던데
분장과 염색으로 고생했을 배우들과 동물들에 박수를.
70년 대 프랑스에 마침 공주 같은 배우가 있어서 기념으로 만들었나보다 하며 봤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집 중에서 프랑스가 포함된 남유럽 동화들 다 좀 이상했던 기억이 나는데
신데렐라 원작이 프랑스였나 싶은 나름 기술력을 보여준 환상동화.


포레스텔라 콘서트|넬라 판타지아|고양

 

그동안 TV나 유튜브로 새 노래들은 다 듣고 있었지만

눈 앞에서 보는 건 어언 1년 도 더 전.

그 사이 열심히 득음정진하고 계셨던지

소리들이 더 짱짱해졌다. 

오늘 음향이 특히 네 사람 목소리가 구분되서 들리던데

강형호 치고 올라갈 때마다 알던 노랜들인데도 찡했다. 

혼자 부를 때 목이 좀 잠겼던데

전문가가 알아서 관리하시겠지만

그렇게 부르고도 괜찮은 게 신기하다. 

듣고 싶은 노래들 다 못 들은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거.

새로 나온 함께라는 이유는 즐겨듣지 않는 노래인데 

넷이 너무 즐겁게 부르니까 듣기 좋았고

전설속의 누군가처럼은 다들 즐거워 보이기도 하는 데다 예전 마법의 성 만큼의 생음악 파워.

그러나 

정말 대단했던 건 챔피언스.

아. 유튜브나 TV는 별 거 아니었구나 절감. 

진짜 하루종일 불러줘도 계속 입 벌리고 들을 것 같다. 

나는 이제 챔피언스를 직접 들어 본 사람이다 크하하~~~!

 

코로나시대의 공연생활.

공연 당일에 문진표 작성 링크가 날아오면 온라인으로 작성해서 제출하고

입장할 때 보여주고, 체온 재고, 티켓 찾고 끝.

생각보다 번잡하지 않고 마스크 감독 철저해서 괜찮아 보이긴 하지만

다시 또 꿈틀꿈틀하는 모양이라니, 에고.

 

 

 

기독청년 전태일|CBS

알지만 잘 알지는 못하는 

그리고 언제나 청년인 전태일.

다큐는 전태일의 투쟁을 원리에 닿으려던 신앙의 힘과 이어보게 하고 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전태일과 그의 직장동료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물리적으로 힘든 환경에서 노동으로 지친 하루를 보내던 그 때

그의 죽음을 형식적인 교리로 부정하지 않았던 종교인들이 꽤 있었고 

또 그들을 따르는 사람들이 생길 정도로 

영향력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거 볼 때마다 

정말 물질의 풍요는 사람을 더 천박하게 만들고야 마는 걸까...라는 절망.

하지만 

나쁜 유산이 저렇게 질기게 번성하는 동안

좋은 유산도 그만큼은 사라지기 힘들거라 믿으면

희망이다.  


개인의 행복을 미안해하던 시절을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먹먹하다. 

 



카센타 NAILED|2019


범죄자들의 두 얼굴

 

나름 정의감을 가지고 살며 불의에 진정으로 맞서던 재구, 

5원짜리 인형 눈을 붙이며 성실하게 살던 순영에게 찾아 온 유혹.

더 나쁜 인간들도 많고 그들이 제대로 벌도 안 받는 세상에서

티 안나게 좀 주워먹는 것 뿐이라는 재구의 합리화는 

불편하고도 그럴싸한 현실감이 있다. 

저런 바가지의 희생양이 되어 본 적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기에 

그러나 뇌물용 현금 다발을 들고다니는 부정의 폐해는 

정작 누구에게 분노해야하는 지 알지도 못한 채 눈가림 당한 채 살기에

우리는 또 이렇게 눈 앞에 닥친 범죄에 더 분노하게 된다. 

결국 크건 작건 범죄와 범죄자의 논리는 같다. 

그저 아직 죽지 않은 양심에 가끔 찔려 본 재우와

잊기 위해 뭐든 하고 싶을 정도의 선택까지 감당해버린 순영의 폭주가 엇갈리는 것도,

제 손으로 못 박아본 사람의 가책과 

말 한마디로 남의 손을 빌려 더 큰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각성이 

죄에 비례하지 못하는 것도.

화이 이후로 처음 보는 박용우.

좀 자주 보고 싶은데 말이죠......

해적Le Corsaire|국립발레단|2020

음악: 아돌프 아당 외
원안무: 마리우스 프티파
재안무: 송정빈
각색: 정다영
작∙편곡: 김인규
의상: 루이자 스파나텔리
조명: 고희선
지휘: 크리스토퍼 리(이병욱)
연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강수진
출연: 국립발레단

1막

1장: 거친 파도 위

콘라드의 해적단은 금은보화를 찾아 떠돌다가 마젠토스의 상선을 포착하고, 해적단의 공격에 선박은 항복한다. 콘라드는 해적단의 2인자 비르반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예로 팔릴 운명이었던 포로들을 풀어준다. 알리를 비롯하여 자유의 몸이 된 이들은 해적단에 합류한다. 콘라드의 해적단은 기세등등하게 다시 돛을 펼친다.

2장: 드디어 육지, 플로리아나 섬

본거지로 돌아가려는 와중에 해적단은 플로리아나라는 작은 섬을 발견하고, 물과 식량 등을 보충하기 위해 해변에 정박한다. 마침 플로리아나에서는 수확에 감사를 드리는 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해적들이 축제를 즐기는 동안 메도라라는 이름의 소녀가 콘라드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이 때, 마젠토스 왕국에서 왕, 랑뎀 왕자, 신전의 대사제인 귈나라를 포함한 무리가 플로리아나를 찾아온다. 왕의 부탁으로 귈나라는 플로리아나에 축복을 전한다. 베일 속 귈나라의 모습이 드러나자, 메도라는 귈나라의 모습을 홀린 듯이 바라본다. 왕은 플로리아나 사람들에게 축복에 대한 대가로 귀중품을 바치라고 요구한다. 메도라와 친구들은 마땅한 귀중품이 없어 감사의 춤으로 대신하려 한다. 하지만 왕은 이를 무시하고, 병사들에게 메도라와 친구들을 끌고 오라 명한다. 콘라드는 메도라를 구출하기 위해 마젠토스로 향할 것을 해적들과 결의하지만, 비르반토는 이에 불만을 표한다.

3장: 마젠토스로부터의 구출 작전

왕과 그의 일행, 메도라와 친구들은 마젠토스 왕국의 신전 앞에 도달한다. 빈민들이 신전 앞에 서성이고 있지만 귈나라만 그들에게 선행을 베푼다. 해적단은 그 광경을 멀리서 훔쳐보고는, 빈민으로 변장하여 신전에 잠입하기로 한다. 신전 안에 도달하자 왕은 메도라와 친구들에게 다른 사제들과 함께 비의 의식을 올리라고 명한다. 곧 비의 의식이 벌어진다.

의식이 끝나고, 신성한 샘에서 목을 축이고자 하는 빈민들이 몰려온다. 귈나라는 빈민들 사이에 해적단이 섞여 있음을 알아차리고 메도라와 함께 교란 작전을 펼친다. 이윽고 콘라드와 랑뎀 왕자 사이에 혈투가 벌어지고 랑뎀 왕자는 결국 사망한다. 해적단은 메도라를 데리고 탈출하지만 비르반토는 신전의 성배를 탐내던 와중 체포된다.
 

2막

1장: 비르반토의 배반

사형의 위기에 처한 비르반토는 왕에게 죽은 아들에 대한 복수를 하겠노라며 콘라드와 해적단을 배신한다. 귈나라는 메도라와 콘라드가 처할 위험에 대해 알리기 위해 비르반토의 배에 몰래 올라탄다.

2장: 해적섬 (드라코노보) 

해적섬에 도착한 해적단은 비르반토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그의 죽음에 대한 애도를 표한다. 그 후, 해적들은 귀환을 기념하기 위해 향연을 벌이는데, 그 사이에 비르반토가 마젠토스의 병사들을 이끌고 해적섬에 잠입한다. 귈나라는 알리에게 비르반토의 배신을 알린다. 비르반토의 음모를 알지 못하는 메도라와 콘라드는 달콤한 사랑을 속삭인다. 둘이 잠든 사이, 비르반토가 들이닥쳐 콘라드를 살해하려 한다. 하지만 알리가 해적단을 이끌고 오고, 곧 마젠토스의 무리와 해적단 간의 전투가 벌어진다. 콘라드는 비르반토를 회유해보려 하지만 실패하고, 결국 비르반토를 향해 죽음의 방아쇠를 당긴다.

3장: 또 다른 모험을 향해

밤이 지나가고 태양이 다시 떴다. 해적단은 새로운 모험을 위해 또다시 배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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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도라: 김리회

콘라드: 박종석

알리: 구현모 


시작하자마자 등장하는 해적단의 군무-음악의 조화가 두근두근.

남자 셋의 안무 같은 것도 좀 신선했고

남녀군무도 스페인풍이라 새로왔다. 

가는 길에 시간이 좀 있어서 해적 해설을 봤었는데 

여러 개의 결말 중에서는 국립발레단의 결말이 제일 맘에 든다.

작년 호이랑 이후 근 일 년 만의 국립발레단 무대.

몇 번 취소-연기가 반복되는 동안 모았던 에너지를 폭발시키듯 무대 위의 무용수들도 신나보이고

에너지가 넘쳤다.

주인공들이 오히려 좀 무거워보였지만 발랄한 군무들에 묻혀갈 만했다. 

너무 오래 쉰 것의 약간 부작용이라 치고^^  

오케스트라 연주인데도 가끔 특이한 음악이 들리곤 했는데 

마침 내 자리에서 실로폰과 탬버린 치시던 분이 바로 보여서

잠시 연주 보느라 무대를 놓치기도^^

오늘 눈에 들어온 알리역의 구현모.

덕분에 메도라-콘라드 보다 메도라-알리가 더 잘 어울리던^^

 

유튜브 다른 버전에서 굉장히 화려한 배와 바다의 무대장치를 봐서 그런지

스페인 화가들의 칙칙버전같은 그림으로 일관하던 무대는 좀 썰렁해보였고

남자들이 많이 등장하는 극의 특성 때문인지 

여자무용수들이 별로 돋보이지 않는 무대였던 건 좀 아쉽다.

의상은 예쁘게 나부끼기는 하는데 

어딘가 좀 무거워서 춤을 방해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고.

 

하지만 

재작년까지만해도 무용수들을 여러 배역으로 돌려 맡긴다든지

클래식 발레를 외면하는 것 같던 레파토리라든지

좀 실망스러운 부분들이 있어서 강수진이 못미더웠는데 

이번 해적, 볼 만했고, 

호이랑이나 해적의 안무가 발레단 무용수들의 손으로 다시 만들어질 정도로

국립발레단의 내공이 쌓여간다는 것도 정말 반갑다.

이 참에 왕자 호동 좀 어떻게 안될까요??? 

참,이번 공연에서는 프로그램북이 무료로 제공됐다. 

늘 광고 가득하고 내용은 별로 없는 엄청 큰 프로그램 사기가 부담스러웠는데

이번엔 인터뷰에 제작기까지 내용도 많으면서 적당한 크기.

파는 것도 이렇게 만들면 좋겠다.

짧은 실망기를 거쳐 다시 기대기로 들어서는 국립발레단.

요즘 유튜브 컨텐츠 들도 많이 올려주고 진짜 대변신 환영합니다!

다음 공연은 꼭 박슬기 티케팅에 성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