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백록담에일 Jeju Baengnokdam Ale|한국



제주뱅녹담(^^)에일.
제주위트에일이 맛있어서 이것도 한 번 도전해봤는데
쓴 맥주들에서 나는 꼬리한(뭐라 표현해야할지^^) 향이다.
그래서 난 별로.

제주위트에일 Jeju Wit Ale|한국



딱 한 잔만 하고 싶을때 아쉬움을 덜어주더니 도수가 살짝 높아서 그랬구나.
향도 적당하고 깔끔하고 맛있다.

청도 생맥주|Tsingtao Pure Draft|중국



생맥주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밍밍하고 싱겁다. 

1866 화이트 |프랑스



블론드보다 향이 강한데
마시고 나니 잔에 주황색 가루가 가라앉아 있었다.
아마도 향의 주인공?
먹을만 하지만 브론드가 더 맘에 든다.

1866 블론드 1866 Blonde|프랑스



싸게 팔고, 많이 사면 할인해주길래 덥썩 샀는데
완전 내취향이다.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고 호가든 같은 향이 진하지 않게 은은.
한국 맥주가 맛있어지면 바로 이런 맛이 될 것 같다.
낼름 최애자리를 꿰참.

축구|2019프랑스 여자월드컵|한국:노르웨이

졌지만 잘했고
잘해서 더 아쉽다.
유효슈팅 중에서도 명목상 유효가 아닌
진짜 아까움지수 최상급 슈팅이 많았는데...
이런 경기를 진 건 운이 너무 안따랐다고 밖에.
특히 전반 문미라-지소연, 후반에 지소연-이금민, 그리고 이금민-여민지 슈팅은
너무 아까우면서도 멋있음을 잃지 않았다.
나라도 가서 신의 손 해주고 싶음......

그리고 드디어 여민지!!!!
그냥 골도 아니고 진짜 멋진 골.
이 정도면 최고의 골 후보에 들 법도 한데
기대해봐야지.
다리를 요리조리 칭칭 감았던데
그 상태로도 이런 경기력이라니
너무 든든하자나^^

노르웨이가 최강 전력 아니었다고는 하지만
어쨌거나 열세가 느껴지지 않는 재미있는 경기였다.
실점이 전부 패널티라 김 빠질수도 있었는데
첫 번째, 두 번째 실점 이후에
흔들림없이 몰아부친 것도.
노르웨이가 잘한 건 잘 끊은 거, 그리고 운이 좋았던 거.

이 경기가 첫 경기였으면 얼마나 좋았겠냐...

멀리서 보면 여민지랑 헷갈리게 플레이도 어딘가 비슷한 문미라,
오늘의 조소현 장슬기,
이름불릴 만한 지소연,
그리고 이금민.
특히 더 멋있었다.
김민정도 볼수록 괜찮고.
성적은 안 좋지만 마지막에서 희망을 본다. 
이 팀의 A매치가 이게 마지막이 아니었으면.

한창 20세 이하 경기 직후다 보니
궁금해진다.
여자축구팀 TSG는 열일하고 있나.

오늘은 해설도 지금까지 중 제일 나은 한준희 버전이다.
여자축구에도 VAR이 있다는 망언이 있었지만
훈수에 몰입을 할 지언정 나름 경기에 집중한 중계였다.
궁금했던 골기퍼 어쩌고는 예상이 맞았다.
그래, 차라리 실수가 많다고 그냥 까놓고 얘기하라고.
돌려 말하는 거 보다 차라리 이게 낫지.
이제 남은 건 여자축구가 얼마나 잘하든 못하든
비교평가자가 아닌 설명자와 정보제공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한준희 해설도 단기간에 많이 성장한만큼 마지막에 희망이 보였다 ㅋㅋ

...바로 이런 경기를 원했는데
하필 젤 재미있는 이 경기 실시간을 놓치다니 헐...
시간표 여러 번 확인하면서도 왜 계속 수요일이라고 생각했던 거냐ㅠㅠㅠ
여자월드컵 덕분에 그 틈새에 20세이하 월드컵 까지 보느라
몇년치 축구를 단기간에 몰아봤네...

축구|2019프랑스 여자월드컵|한국:나이지리아

오늘 경기는 잘했다고 얘기하고 싶지 않다.
열심히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참을 밀고 올라가서 한 방에 뚫리는가 하면
탐스러운 기회는 순식간에 사라졌기 때문에.
자책골을 원망하기에는
놓친 기회가 너무 많았다.
상대팀이 그렇게 잘하지 않아 보여서
오히려 프랑스 전이 더 괜찮아 보인다.  
전반 이민아의 성실함이 빛나는 가운데
교체된 여민지 문미라도 재미있는 순간을 보여줬지만
이건 한국축구에 너무나도 익숙한
열심히 뛰고 지는 경기의 전형적인 모습이었을 뿐.
딱 하나의 좋았던 건
여민지가 살아난 모습을 봤다는 것 정도.
축알못 주제에
여민지가 선발이면 좋았겠다거나
이제 여자팀 감독이 좀 바뀌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면서
진 경기는 알못의 훈수까지 부르는구나 싶었다.
어쨌든 오늘 경기는 진 것도 진 거고
결국 분위기 만드는데 멈춘
재미없는 축구에 대한 불평.
잘 맞은 것 같은 공들이 다 안들어가는 걸 보자니
이래서 한 때 베컴베컴 했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재미없는 국대경기도 TV로 많이 봤었는데
아무리 20세 이하 팀이 날고 긴다하더라고
지상파 3사가 다 중계를 안하다니.
쉬는시간 광고때는 여자월드컵이 실검 1위이기도 했는데!
(여자축구 중계도 실검에 있었다고 ㅠㅠ)
특히 KBS.
이러고도 수신료의 가치 소리가 나오냐.
당연히 공중파일 줄 알고 있다가
하마트면 못볼 뻔.
아프리카티비 로그인 해야되는 줄 알고 아예 시청 포기할 뻔 했으니까.
오늘 경기 져서 짜증나는데
오늘 욕받이는 국민의 방송 kbs가 하는 걸로.
하지만 중계는 괜찮았다.
한준희는 한 번도(내 기억에) 20세 이하 월드컵 가지고 비교하지 않았고
처음 듣는 강준형 중계좋았다.
경기를 많이 본 사람의 자연스러운(말 그대로)중계 같아서.
오늘은 한준희가 여자축구에서 골키퍼가 중요하다는 얘기를 좀 길게 설명했는데
문맥으로 파악할 때
아마도 공격골이 정교하지 않아서 라는 얘기를 차마 못하는 것 같았지만
골이 시원치 않으면 당연히 시원찮은 골키퍼도 막을 수 있을텐데
이건 전반적으로 수준이 낮다는 얘기의 돌려한 표현.
하지만 기술이나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경기를
계속 하수 취급하며 해설하는 것도
처지는 해설이라는 걸 더 깨달아주길.
중계는 보는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건데
얘네들은 쟤네보다 못해요는 듣는 사람에게 아무 도움도 안되는 입털기일 뿐이라고. 
그나저나 조소현 부상 심한 거 아니길.

이제 16강이고 뭐고 다 필요없고
어차피 90분 힘들게 뛰긴 마찬가진데
다들 잘하는 거 맘껏 뽐내는 경기 한 번 보고 싶다.

새벽 4시에 꼭 볼 거니까
스웨덴 전은 좀 잘하자고요....!!!! 
날짜를 착각했다--;;; 왜 ㅠㅠㅠㅠ

고양필하모닉오케스트라 창단 20주년 기념 정기연주회|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고양시교향악단인줄 알고
왜 이런 히트곡들을 멀리서 연주하나 섭섭했는데
고양필은 시립고향악단이 아니었다.
대단하다, 20년을, 음악의 도시도 아닌 이 작은 도시에서 계속 해왔다니.
70명이 넘어 보이는 단원들의 연주로
좋아하는 곡들을 오랜만에 직접 들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밝은 기운이 가득한 박지혜 연주자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노다메 같아서 사랑스러웠고
연주 전에 편안하게 곡소개를 하던 안현성 지휘자 덕에
또 주섬주섬 주워들음^^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1번
거의 1악장만 반복해서 들어서
전곡은 진짜 오랜만이었다.
부드러운 물결 같던 연주여서 2악장이 특히 잘 어울렸다.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관현악곡으로 생음악은 처음.
유튜브로 듣던 음악에서는어딘가 쿵짝쿵짝 하는 분위기였는데
고양필의 연주는 훨씬 감성적인 느낌.
중간 중간 극적인 분위기가 살아나서
드라마나 영화음악에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잠깐.

앵콜도 하차투리안의 왈츠.
아, 이런 히트곡들 동네에서도 연주해주시지...

축구|U-20월드컵|한국:세네갈

보다가 잘 생각이었는데 와, 진짜, 
보다 잘 수 있는 경기가 아니었다.
꽤 장기 축알못입장에서 이번 경기는 이상했다.
보통 강팀과의 경기는 
초반에 잘 나가다가 망하거나
초반에 끌려 다니다가 나중에 투혼을 불사른 끝에 아깝게 지는 스타일이어서
2002년 월드컵이 지금도 전설같은 건데
이번 경기는
그렇게 잘한다는 세네갈이 그렇게 잘해보이지 않는 사이 첫 골이 터졌고,
계속 봐도 그렇게 잘하겠는지 모를 때 어느새 중앙선을 뚫고 들어가 있었는데,
(나중에 기록도 세네갈이 우위를 점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느낀 건 체격과 체력이 열세라는 한국대표팀이 밀려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세시 반에 시작해서 거의 세시간 넘게 투지넘치게 뛴 두팀 다 정말 대단한데
그 와중에 이기다니 더 대단하다.
대표팀 마지막 골 최고.
아직도 이렇게 표현해서 미안한데, 한국축구 같지 않았어^^
젊은 선수들이라 그런지 패널티 못 막았다고 하늘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표정으로 보여준 
세네갈 골키퍼와 이광연 둘다 귀엽^^
경기 후 과묵한 정정호 감독 인터뷰 러블리하고
이강인 인터뷰 볼 때마다 박지성 같다 ㅋㅋ
질문이 뭐든 ‘형들과 스탭의 도움으로 잘 뛰었고 다음 경기는 잘 준비해서 이기겠다’를 시전하는 답정너 스타일^^
그래도 뛰지 않은 형들까지 언급하는 건
아무리 매뉴얼이라 쳐도 눈에 띈다.
근데 오늘 같은 날은 주심도 인터뷰 해야하지 않나ㅋㅋ
남다른 성실함과 원칙으로 사서 일을 늘리는 분, 응원합니다^^

아무튼 이강인 파워 대단하다.
청소년(;;)축구 4강전은 3사가 중계하고.
잘하는 거 맞고 스타인 것도 맞지만 그래도 열심히 뛴 다른 선수들 있는데
맨날 '하드캐리'로 도배하는 보도는 좀 더 정교해졌으면.
그리고 강인이 손흥민 아이스크림 광고 같은 거 제발 하지 말아줬으면...
대표팀 돌아오면 어마어마한 기자회견이 있겠지만 
다들 오늘 경기 만으로도 하고 싶은 얘기가 넘쳐날 듯.
경기 중 모든 결정적인 순간이 반전에 반전이었으니까.
오늘은 이광연 인터뷰도 좀 해주지-최장시간 심장어택 생존자인데 말이다.
어쨌든 이런 노동집약형 해피엔딩의 추억-참으로 적절하다 ㅋㅋㅋ
세네갈 선수 경고 받을 때 배성재가
이 경고면 다음 경기 못 나오는데 다음 경기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들어도 얄미워 ㅋㅋㅋ
여자월드컵 KBS중계 하나 껴 있던데 
한준희, 여자축구 중계하면서 이 경기 얘기 몇 번 하나 내가 세어보겠다^^
  

축구|2019프랑스 여자월드컵|한국:프랑스



다음문자중계 https://sports.media.daum.net/sports/gamecenter/80027224/cast

윌리엄의 표현을 빌리면
한국은 잘했지만 못했고
프랑스는 잘했는데 더 잘했다ㅠㅠ
안 들어가서 다행인데
일자무식인 나도 아는 오버헤드과 발리슛까지 나옴...
그거 들어갔으면 엄청 기죽어서 더 힘들었을 듯.
워낙 세계 최고의 팀이라고 처음부터 강조를 했는데
진짜 속도와 탄력차가 너무 많이 나서
이런 팀을 작전으로 이길 수 있을까 회의가 들었는데.

그래도 전후반-특히 후반
선수들의 투혼이 빛났고
특히 오늘은 조소현-거의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나는 수준.
견제가 심한 것 같지 않았는데 기운 없던 지소연 아깝고
평소 힘이 넘치던 이금민과 정설빈도 힘이 좀 빠진듯.
그런데도 프랑스 선수들 진짜 빠르고 별로 지쳐보이지도 않아서 감탄.

후반 강채림 활기넘치고
항상 성실한 이민아도 좋았고
오늘 처음 본 골기퍼 김민정도 좋았다.
중계보다가 궁금한 거-남자축구보다 골키퍼가 중요한 건 왜?
골키퍼의 지연된 플레이를 자꾸 주문하던데 그건 대체 뭘까.
궁금하다.

오늘 SBS중계는 그냥 그냥 무난하게 인터넷으로 검색가능한 정보는 챙겨들려줬지만
(거의 프랑스팀-세계적인 선수들이 많으니 인터넷 정보가 많았을 거라 추측함)
선수들 움직임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는지
한국선수보다 프랑스선수들 이름을 더 많이 불렀다.
명색이 중계인데 인터넷정보 가지고 수다만 떨지 말고
정신차리라는 둥 들리지도 않을 개나소나표 충고 말고
지금 누가 공 잡고 누가 수비하는지 본인들의 맡은 일에나 더 충실하라고.
멋진 수비가 두 번 있었는데 누군지 이름을 안 갈쳐줌..
우리팀 하얀옷은 등번호 찾아보기가 너무 어렵다.
게다가 황보람 출산 후 복귀말고는 선수들 근황이나 최근 기록 얘기도 없었다. 
한국여자축구계에 놀라운 소식이긴 하지만
그거 말고는 국대팀 TMI가 그렇게 없었나.
조소현은 영국에서 잘하고 있는지
친선대회 경기결과나 선수들 활약상이라도.

나이지리아는 피파랭킹이 우리보다 낮다는데
그래도 체력이 짱짱할 것 같은 느낌.
마지막에 여민지 잠깐 뛰었는데 다음 경기에서는 경기감 살려서 잘 뛰길.
4:0 쫌 타격이 크지만
이틀 잘 쉬고 나이지리아전에서 만나요.

PS. 그 사이 나시브는 은퇴했구나...

경기 보고나서 발견했는데
아이슬란드 평가전 관중수 보고 감격하는 모습이 짠하다.
오늘 경기는 그냥 프랑스가 프랑스했다 생각하고 자신감 되찾길.
남은 경기에서 애기호랑이가 어디까지 더 클지 응원하며 지켜볼게요~


 

알라딘|Aladdin|2019

https://ew.com/trailers/2019/03/12/aladdin-trailer-disney/
너무 신나보이는 탐나는 순간

아직도 깨지지 않은 이슬람문화의 벽을 깨는 파격-동화니까.
그러면서도 현실의 변화에는 예민한 변화-디즈니니까.
보통 디즈니 영화들은 이리저리 욕 안 먹으려고 갈고 닦은 티가 나는데
알라딘은 소소한 설정을 고민하며 선택했다기보다
큼지막한 밑그림을 도전적으로 그려놓고 달려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알라딘의 번외편 자스민을 보는 기분.
그러면서 그렇게 정의당당한 결말을 아무런 반전 없이 턱 내놓다니
디즈니의 품안이라 더 자유롭게 뛰논 것 같기도.
며칠 전 본 기생충이 생각나면서
같은 얘기의 두 가지 변주를 본 것 같았다. 
감독이 가이 리치.
초기영화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디즈니로 다시 만나다니 이런 의외가.

영화속에서 알라딘과 자스민, 지니만 유창한 미국영어
나머지는 술탄이든 마법사든 거리의 상인이든 억양이 강한 영어를 쓴다.
이왕 이럴거면 어차피 동화인데 좀 다양한 영어들이 나왔으면 싶기도 한데
그 아쉬움은 앤드류 왕자 하나로 달래야 할지.

앤드류 왕자가 좀 튀는 설정인데
만약 중국왕자였다면 아마 인종차별 논란이 일었겠지.
예전에 트레인스포팅에서 스코틀란드는 유럽의 아프리카라고 외치던 대사가 생각난다.
그럼에도 그들은 화내지 않을까.
아니면 그래도 유럽이라 괜찮은 걸까.
스스로 쭈구리임을 인정할 수 있는 여유는 당당함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모든 쭈구리에게 당당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폭력이니까...

a Whole New World를 압도하는 신곡.
난 첫번째가 더 좋았지만.


기생충|PARASITE|2019

 
첫번째 취업자 기우
처음엔 평범한 정직함으로 망설였지만 일단 기회를 잡은 뒤에는 
두번째 취업자를 불현듯 떠올리는 경지에 올라 이 희비극의 시작이 된다.  
계획이 있는 것 같았어도 위기상황에서는 아직 어른을 위지하게 되는 불완전한 독립체이지만
일단 시도해 본다는 점에서 20대의 상징답다. 


두번째 취업자 기정
널리 입소문 난 손재주와 놀랄만한 배짱, 
기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주술같은 방식으로 실력을 발휘해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원주민 화살놀이로 집안을 활개치며 다니던 다솜이를 배꼽인사하게 만든 놀라운 능력자.
이미 기우가 포석을 깔아두었기에 더 과감할 수 있었고, 이후 더 과감한 설정을 이어갈 수 있었다.
범죄에는 가장 취약했지만, 역시 저지를 줄 알았던 20대.
:검은 상자는 왠지 검은사제들 생각이 나네^^

세번째 취업자 기택
아들의 계획에 탄복하는 듯 했지만 정작 무계획인생을 설파하고 결국 그것을 증명해내기도 했다.
가족들을 존중하는
권위라고는 1도 없는 가장으로
부족한 경험을 위해 준비하는 책임감이 있다.
네번째 취업자 충숙
기택을 구박할 자격이 있나 싶었지만 
아무 준비없이도 주어진 임무를 완성하며  
남은 삶과 남은 가족의 무게를 부담없이 짊어지는 숨은 능력자.
 

첫 고용주 연교
구김없이 자라 잘 믿고 고운 심성이지만 희극의 한 복판과 비극의 한 복판을 걸어갔다. 

 
두번째 고용주 박사장
아주 친밀한 사이가 되어가는 과정이 아니라면 선을 넘는다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는데 
박사장의 선이란 갑-을의 경계일 것이기에 
그의 보이는 점잖음이 예의보다는 권위라는 걸 알 수 있다. 

영화를 보고나니 제목 기생충이 반어적으로 들린다.
거둬준 건 문광인데 본인의 존재를 알지도 못하는 박사장에게 안 보이는 곳에서 조차 충성을 매일 맹세하던 문광의 남편은
초기 산업화시대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나랏님사장님 용비어천가 같은데
문서를 위조했고 경력을 속였지만 
제법 유능했던 기우네의 노동까지 싸잡아 무시해서는 안될 것 같기 때문이다. 
비록 다혜네 집에서 무단취식을 하던 장면은 참 비루해보였지만,
그 이유만으로 그들을 기생충이라고 부르는 건 불편해야 할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신기하다. 
자본이란 건 들어온 지 얼마 안되는데 
등장과 동시에 수천년의 전통이라 불리는 모든 것들의 맨 위에 바로 올라 앉았다. 
정상적인 고용주인 박사장과 연교를보면서
고용주가 고용인의 어디까지 고용할 수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너무나 당연히
임금을 주면, 추가수당을 주면, 
고용인은 아무 때나 어떤 종류의 노동이라도 제공해야하고
거부의 권리는 없는 것일까.

원래 사람의 후각은 빨리 마비되기 때문에
자신의 냄새를 맡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나는 모르는데 남은 알게될 거라 다들 냄새에 그렇게 신경을 쓰는 걸텐데
공교롭게도 왕따나 인종차별의 시비에서 냄새가 빠지지 않는다. 
그렇게 도화선이 되기에 충분한 감각.

설국열차에서처럼
격리된 세상은 안전하다고 느끼는 일부가 있겠지만
세상을 모두가 기울게 본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특히 보금자리인 집에서도 노상방뇨 같은 모욕을 당하는 상황을
연교는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그 섞임을 향해 그나마 도전했던 게 기우네 가족이었는데
기우네와 문광네의 대결로 끝나지 않고 
더 위로 칼날이 향한 건
봉준호의 소심한 응원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봤자 집행유예라고^^)
현실에서는 물론 잔혹한 범죄지만
개연성과 디테일이 이렇게 충분함에도
어딘가 영화가 비현실적인 느낌이어서 상징처럼 보인다.
기우의 꿈은 과연 이루어질지.

영화를 보고나서 메이킹을 보다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으면 좋겠다는 봉준호 감독의 한마디가 의미심장했다. 
진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으니까^^

약간의 아쉬움.
포스터는 아들과 아버지로 마무리되는데 
처음 물꼬를 튼 거나 다름없는 문광이 빠져있다. 
침투조의 유일한 희생자가 기정이라는 것도.

배우구멍이 없는 영화라서 칭찬이 입아픈 일일테지만
특히 초반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능글능글 녹여낸 송강호,
이질적인 가족의 대표로 엄청난 비중을 톡톡 튀는 듯 매끄럽게 이어간 조여정, 
윗동네와 아랫동네의 가교로 별의 별꼴을 다 보여준 이정은.
정말 굉장하다.

까먹었다, 박정자가 마력의 목소리로 소개해주는 재미있는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