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시게|2019


처음엔 그냥 김혜자-한지민의 귀염폭발 코미디에 혹해서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잉여허리케인 손호준과
어딘가 짠한 그림자의 안내상-이정은 부부
의리있는 두 친구들에
이미 푹 빠졌을 때즘
갑자기 훅-치고 들어왔다.
눈물폭발.

세상을 성취중심 질서가 다스리게 된 건
성취한 노년들의 젊음을 향한 질투일 거라고 생각한 적도 있기에
혜자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별 다른 설득이 필요 없었다.
아름다운 기억이 마지막 이라는 게 큰 위로가 된다.

되돌려보다보니 처음 볼 때 몰랐던 장면들도 여러 번 훅치고 들어온다.
딸이란 걸 인정했으면서도 왜 전처럼 밝게 맞아주지 않을까.
안내상의 늘 어두운 얼굴의 이유가 궁금했는데
3화에서 혜자가,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아빠한테도 잘할 걸-할 때 
무너지는 안내상의 얼굴이 슬펐다. 
나중에 비밀이 밝혀진 어묵김치찌개도 그렇고.
(그런데 멸치는 딱히 나오진 않은 듯)
그러면서도 혜자가 만든 삶은 달걀을 무심하게 바지 주머니에 넣던 안내상은 
어딘가 정이 느껴졌다.
그렇게 시간의 축을 담당해준 안내상.
자식을 향한 마음이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혜자의 얘기를 들어주고 마음 아파했던 게 갑자기 늙어버린 기막힌 딸 때문이 아니라
그게 진짜 혜자에 대한 마음이었다.

박력의 며느리 정은씨
귀여운 붕어빵 정은 씨는 덤.
'내가 알아보면 된다'고 말할 때도
진짜 짧은 한 마디였는데 생각만 해보는 지금도 울컥한다.

그리고 에피소드의 주인공 이었지만 인상 깊었던
다 괜찮다는 보살 은숙 씨
다음엔 꼭 외동딸로 태어나서 어머니와의 커플 한을 같이 푸세요.

시대를 보나 대상을 혼자 키우던 혜자로 보나 
혜자의 부모님들도 다정다감한 분들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귀염폭발 혜자의 성장은 더 기특하다.
영수로 상상되던 민수를 생각하면
아마도 게임이나 컨텐츠 관련 사업을 했을 법한 손자를
혜자가 어떻게 평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깨알 재미.
헛소문도 많이 내지만 반찬도 챙겨주는 일관성 있는 오지랖 할머니들도 귀여웠다.
그래도 진짜 좋았던 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김혜자를 볼 수 있었다는 것.
그 못지 않게 귀엽던 한지민은
나중엔 진짜 젊은 김혜자 같아서
한 사람 처럼 보였다.
언젠가 다시 보고 싶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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