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2017

 영화를 보고 나면 더 이뻐보이는 셋
그 중에서 좀 더 이쁜 하나^^
김태리 볼 때마다 
사람이 큰 칭찬 한 방에 이렇게 쑥-커버릴 수도 있나-신기하다.
암튼 대단한 배우의 성장기를 보는 중.

삼시세끼, 윤식당...이런 프로그램 별로 즐기지 않는데
아마 다들 이런 기분으로 보나부다-이해하게 됐다.
그렇다고 그 프로그램들을 찾아볼 건 아니래도.
아주 소심하고 간결한 먹방에 쑥쑥 크는 이쁜 똥강아지까지
성공한 리얼리티쇼를 벤치마킹한 것 같은 영화라니 좀 씁쓸하지만
쟈연스러운 세 배우의 유기농 에너지를 좀 받았다 치기로.
임순례의 몇 번째 일본원작 영화인지 모르겠는데
읽는 책이 너무 편향적인 건 아닌가 싶다.
좀 더 다양한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잠깐 박원상 눈도장 쾅 찍고 지나가고
오랜만에 우정출연 아닌 정식 출연 문소리를 볼 수 있다^^

사라진 밤|The Vanished|2017

 
김강우 하드캐리-꺄악~~~!

돈의 맛 이후로 처음 보는 영화속 김강우.
재밌다는 소문도 있어서 믿고 보러 갔는데
음....
일단 공간을 이용한 으스스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시작 좋았는데
생각해보면 무려 국과수 야간 경비가 달랑 한 명이라는 게....함정.
영화상영시간이 2시간도 안되건만
후반부에 대사로 다 설명해버린 것도 아쉽다.
이 정도면 되겠지즘-의 아쉬움과
없는 살림에 이 정도면 훌륭미스테리 사이.

화면자체는 별로 없어보이지 않았지만
여배우 주름펴기용 과도한 조명은 오히려 괴기스러운 분위기였고
(원래 괴기를 노린 거라면 이 병맛도 환영^^)
자연스러움을 연기하려던 김상경의 부자연스러움도 안타까웠으며
꽤 비중있는 조연인 신인배우는 요즘 신인 답지 않게 인상깊은 장면 하나 남겨주지 않았으나...
영화는 확실히 집중해서 보게 하는 힘이 있다.
중간중간 힘 뺀 병맛 개그도 내취향^^
꿈의 제인에서 봤던 이민지 반가웠고
방향치인 나에게 언제나 선망의 대상인 공간활용능력자
-같던 이창희 감독의 다음영화도 기대된다.
어쨌거나 나는 충만한 팬심으로
큰 화면 가득가득 박진한의 초조와 광기를 뿜어내던 김강우를 즐겼기에
대.만.족.

크눌프|헤르만 헤세|이노은|민음사


기억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간거리를 둔 채
많은 벗과 서로 기억하고 반기며 즐거울 동안 머물다
내일을 묶어 두지 않을 자유를 위해 떠나는
방랑자 크눌프로 시작해서
아마도 그가 본격적인 방랑을 시작하게 되었을 것 같은 때의 어느 벗의 회상에서 
아마도 인생을 만끽하느라 조로한 쇠약한 몸으로
자신의 인생의 의미를 찾아서 떠나온 고향으로 돌아와
신과의 대화 속에 삶의 행복을 상기하며 잠드는 크눌프로 마무리 되는 3부작.

잠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즐거움을 선물하고
신의 뜻대로 자유의 그리움을 일깨우던 크눌프의 매력이
다 전해지지는 않았지만
요즘 생각하고 있던 인간의 쓸모에 대한 헤세의 따뜻한 조언을 만났다.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몇 년 전 어느 청소년 연극포스터에서 봤었다,
사람이니까 쓸 모 없어도 괜찮아-였던가.

첫사랑의 낙담으로 인생이 바뀌었다고 생각하고  
모두가 아까워하고 기억하던 재능이 있었지만,
또 그 스스로는 많은 것을 할 줄 알고 그로 인해 즐거운 시절을 보냈지만,
아무 것도 '되'지는 않았던 방랑자 크눌프의 삶은
확실히 해롭지 않았고
(그가 후회하는 두번째 사랑이자 지키지 못한 아이의 엄마였던 그녀가 행복했다고 신이 전해주었기에) 
의미가 없지도 않았으며
아마도 평범한 사람들이 가족의 기억 속에 머무는 만큼은
그의 벗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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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의 이런 태도를 거만한 것이라 해야 할지 겸손하다고 해야 할지는 알 수 없었다. 일을 하고 발전을 이루어가는 사람은 당연히 여러 가지 면에서 나은 삶을 살기는 하지만, 결코 그토록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손을 가질 수 없었고 그토록 가볍고 날렵하게 걸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아니, 크눌프가 옳았다. 그는 자신의 천성이 요구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었고 다른 사람들이 그의 행동을 따라하기는 어려웠다

<그래, 자네에겐 그런 면이 좀 부족한 게 사실이야. 그건 그렇고 소원이란 건 재미있는 면이 있어. 내가 만일 지금 이 순간 고개 한번 끄덕이는 걸로 멋지고 조그마한 소년이 될 수 있고, 자네는 고개 한번 끄덕이는 걸로 섬세하고 온화한 노인이 될 수 있다면, 우리들 중 누구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걸. 그러고는 이 모습 그대로 남아 있기를 원할 거야>

<모든 사람은 영혼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의 영혼을 다른 사람의 것과 섞을 수는 없어. 두 사람이 서로에게 다가갈 수도 있고 함께 이야기할 수도 있고 가까이 함께 서있을 수도 있지. 하지만 그들의 영혼은 각자 자기 자리에 뿌리 내리고 있는 꽃과도 같아서 다른 영혼에게로 갈 수가 없어. 만일 가고자 한다면 자신의 뿌리를 떠나야 하는데 그것 역시 불가능하지. 꽃들은 다른 꽃들에게 가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향기와 씨앗을 보내지. 하지만 씨앗이 적당한 자리에 떨어지도록 꽃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그것은 바람이 하는 일이야. 바람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이곳 저곳으로 불어댈 뿐이지>

<...부모님은 내가 그 분들의 자식이고 자신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셔. 하지만 내가 그 분들을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그 분들에게 난 이해할 수 없는 낯선 인간일 뿐이야. 내게 중요한 일이고 어쩌면 내 영혼 자체일지도 모르는 일들을 부모님들은 하찮게 여기시고, 그것이 내가 어리석거나 변덕스러운 탓이라고 돌려버리시는 거야. 그러면서도 그 분들은 나를 사랑하시고 기꺼이 최고의 사랑을 베풀어주시지. 아버지는 그의 자식에게 코와 두 눈과 심지어는 이성까지도 물려줄 수 있지만 영혼은 아니야. 영혼은 모든 사람들 속에 새롭게 존재하는 것이지>

<아직도 여전히 여행중이지. 나이가 들면 사람은 익숙한 일을 계속하는 법이니까>

<난 오직 네 모습 그대로의 널 필요로 했었다. 나를 대신하여 넌 방랑하였고, 안주하여 사는 자들에게 늘 자유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씩 일깨워주어야만 했다. 나를 대신하여 너는 어리석은 일을 하였고 조롱받았다. 네 안에서 바로 내가 조롱을 받았고 또 네 안에서 내가 사랑을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나의 자녀요, 형제요, 나의 일부이다. 네가 어떤 것을 누리든, 어떤 일로 고통받든 내가 항상 너와 함께 했었다>

<모든 것이 제대로 되었어요>

하지만, 잠들고 싶다는 의지가 그의 다른 어떤 의지보다도 강렬해지고 있었다.

작가는 자신을 매혹시키는 것을 묘사하는 자라고 생각해. 크눌프와 같은 인물들은 나에겐 매우 매혹적이네. 그들은 <유용하지는> 않지만 많은 유용한 사람들처럼 해를 끼치지는 않지. 그들을 심판하는 것은 나의 일이 아닐세.
오히려 나는 이렇게 생각하네. 크눌프와 같이 재능 있고 생명력 충만한 사람들이 우리의 세계 안에서 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이 세계는 크눌프와 마찬가지로 그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또한 내가 독자들에게 충고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것은 사람들을 사랑하라는 것, 연약한 사람들, 쓸모 없는 사람들까지도 사랑하고 그들을 판단하지 말라는 것일세.
-1954년에른스트 모르겐탈러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