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릿|SPLIT|2016








한 때 국민스포츠 같았던 볼링.
구경이 재미있는 종목은 아니다 보니 안하게 되면서 볼일도 없었는데
이런 도박스포츠 종목이기도 하다는 것이 신기하다.

영화에서 보기 드문 운동이라 신선했던 가운데
사람들의 관계는 그만큼 신선하지는 않았지만
오랜만에 보는 이다윗의 자폐연기는 정말 대단했다.
'시'에서 볼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언제나 너무 잘해서 배역만큼 웃기고 미워지는 정승화-이번엔 정말 꼴보기 싫을 정도^^
유지태의 배역을 따라가보면
여전히 도전정신이 빛남을 느낀다. 
이런 모습 반가워요-권해효.

마스터|Master|2016


조희팔사건의 피해자들은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더 속이 터질까
아니면 잠깐 상상만으로도 조금은 후련해질까.
가끔 왜 이렇게 영화속 세상은
범죄나 폭력이 주인공을 자주 꿰차는 건지
궁금해진다.
액션영화의 미덕이 잠재된 폭력성을 대신 해소시켜주는 순기능이라던데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도록 돕겠다는 반어적 상상들일까.

이번에도 이모씨 때문에 좀 망설이다가 봤지만
여전히 잘하기는 잘하시는구랴...그래도 싫어^^
김우빈이 이렇게 연기를 잘했던가 놀랐던 발견.
주인공이 이 정도 하는 건 당연한 강동원이지만
자꾸만 시선이 가는 건 과연 액션실력이 늘어서 뿐일까...

공조|Confidential Assignment|2016

 

의형제나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던 이야기.
얘기 자체는 새로운 듯 익숙한데
뭘까? 많은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던 건.
유해진의 힘이 유난히 돋보였고
김주혁의 차기성이 인상 깊던.
현빈의 액션연기도 나쁘지 않았지만
주인공이라면 그 정도는 당연한 거니까.
김윤아도 이제까지 본 중 최고이긴 했지만

5분 분량도 안될 것 같은 출연으로 조연상 후보였다니
장난하냐......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Will You Be There?|2016


행복했던 기억만으로 살아진다는
진리의 말씀은 멋지지만
그렇다면 에초에 돌아가서 돌이킬 것도 없었던
논리의 모순.

나인의 원작이라지만
주인공은 정반대에 가깝다.
나인의 주인공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과거를 변화시키고 싶어했다면
여기서의 주인공은 볼 수 없는 사람을 한 번 보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 뿐이었고
오히려 과거를 바꾸는 것을 주저한다.
이미 바뀐 과거속에서도
왜 다른 선택을 할 수는 없었는지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과거의 나를 만난다는 건 해보고 싶기도 두렵기도 한데
그런 어마어마한 내면보다는
생명보호 프로젝트로 끌고간 것이 좀 밋밋했달까.
그래서 원작보다는 나인에 박수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인상깊은 연기는 어느 정도 배역에 달려있구나 싶기도 하던.
변요한은 얼마 전 '하루'에서와도 좀 비슷해보였던. 

여교사|Misbehavior|2015


이렇게나 선명한 이야기라니.
가장 큰 축은 지친 박효주의 마지막 욕망탈환기 이고
만족을 모르고 새로운 욕망에 망설임 없는 추혜영
(이름 발음이 쫌^^)이 불씨이지만
저 영악한 신재하야 말로
아무런 가책없이 질주하는 욕망의 화신같았다.
추혜영 조차도 한 때 숨어들려던 어림이라는 그늘은
순간설득력이라면 몰라도 진실은 아니다. 
모두의 욕망이 갈등할때
약자는 자폭 외에 다른 수단이 없다는 것이 영화속 슬픈 현실.

마지막 장면 교무실에서 점심을 먹던 박효주의 인상깊은 엔딩-파격의 캐릭터였다.
개봉하는데 2년이나 걸렸었구나...
김하늘 멋지다.

1987|When the Day Comes|2017

아무래도 가장 강렬했던 1987년과 이 영화의 시작

그날을 꿈꾼 많은 사람들이
제 자리에서 피를 흘리며 걸어나가 만들어낸 함성의 기록.
그 다음을 이미 알고 있지만
마지막의 광장은
그 한 장면만으로도 압도적이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세상의 다른 구석구석을 살아내다가 하나로 만나도록 이어주는 이야기는
삶 하나하나에 대한 예의가 담겨있는 것 같다.

1987은 박종철과 이한열이라는
권력살인을 자세히 되새기게도 하지만
또 하나
그 이후의 진실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만든다.
박처장의 실존인물이라는 박처원,
박종철의 영정을 얼굴도 가리지 않은채 들었다가 고초를 겪었다는 오현규나
박종철이 고문살인을 당하면서도 행방을 말하지 않았던 박종운이
당시 공권력의 품안에서 정치를 꿈꿨다는 후일담이나
도대체 믿어지지 않던 안상수의 검사시절 후일담 신화의 거짓도 벗겨주고 있다.

신념이 있는 그 시절의 공권력은 정말 악마같다.
이해가 안가는 건
그 '빨갱이'들의 '실체'를 누구보다 잘 알았을 박처장의
굽힘없는 신념이다.
'빨갱이'를 잡아들이는 게 아니라
'빨갱이딱지'를 붙여 신념을 완성하는 그냥 괴물.  
공안의 공포 속에서
'그래도 이건 정말 아니'라는 인지상정의 함성은
오히려 지금보다 더 희망적으로 보인다.

기억나는 받들겠습니다-라는 말.
자발적으로 보이지만 공포속에서만 가능한 노예의 충성 서약 같은 것.



조우진
조카의 갑작스런 사망소식에 이어 그 부검을 눈앞에서 보게 되는 박종철의 삼촌.
무력하지만 뿌리는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깊은 슬픔을 담은 표정-영화의 슬픔이 다 녹아있는 것 같았다. 

김윤석
너무나 달라진 외모 때문인지 사람이 아니라 불멸의 군함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탁치니 억-이라는 모두의 기억속에 지워지지 않는 기막힌 대사를 하는 김윤석은 진짜 신념있는 악마의 현신.

강동원
마음이 아파서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는 이한열.
사진 속 이한열과 똑같은 장면 속에서 살아있다가 쓰러지던 모습은 묵직한 슬픔을 남겼다.

그 시절의 기억이 남아있는데도
영화속 1987년의 풍경은 옛날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고문으로 사람을 죽이고
최루탄으로 사람을 쏘던 시절은 옛날이라고 믿고 싶지만
총칼만 아닐 뿐 물대포도 있었고
모양을 바꾼 다른 권력의 흉기로 희생당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지금
그 날이 오면의 희망은 접을 때가 아니겠지.

기다렸던 장준환의 새 영화.
개성의 수위는 옥자 같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의 에너지가 한데 모여 발화하는 이야기는 그때 그사람들 같기도 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는 중심은 아이캔스피크 같기도 했다.
그렇지만 1987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진짜 사람들의 삶을 엮은 이야기라 
존중받아야할 많은 사람들의 인생집 같은 느낌이다.
DVD를 사면 마지막 광장과
김태리-강동원의 엔딩곡을 계속 보고 듣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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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면을 한 번 더 보러갔다.
이상하게도 처음 보다 더 많은 눈물이 났는데 왜일까...
조우진의 부검참관 장면은 여전해서
보는 나도 잠깐 탈진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처음 볼땐 명동성당 장면이 되어서야
박종철의 영정사진이 여진구였던 걸 알았는데
다시 보니 처음부터, 시신장면도 다 여진구 였다.
말로였다면 복잡했을 그 고문살해현장의 조서를
그대로 재현하고
이한열의 마지막 순간까지 정면으로 보여준 과감한 연출의 힘을 느꼈다.

화장실에서 의사를 취재하는 이희준이나
애국을 의심하던 박희순
긴장되는 검문에서 책을 잡아채거나 연희에게 사정하는 유해진
버스에 올라서는 연희의 표정이 다시 보였고
이번엔 신경써서 문소리도 찾아봤다.

그리고 이번에 눈에 확 띤 건
힘을 모은 사람들이면서도
당시 더 심했을 권위주의와 권력의 꽃들이었음을 잊지 않게 한 반말 설정들.
새파란 검사는 중년의 경찰들에게 반말을 하고
조사받는 청년을 때리고
기자는 처음보는 의사에게 반말(같은 존대말)로 다그치며
투옥된 민주화인사도 교도관들에게 반말을 한다.
아마도 안상수였을 고문기록 검사가 요식행위 운운하다
최검사에게 조인트를 까이는 장면도 고소했다. 

어제 박종철 고문사건의 제보자가
민주인사들에게 관대했던 동시에
대구교도소에서 비전향장기수들에게는 가혹행위를 했다는 기사를 보고나니
장준환의 이런 꼼꼼함이 다시 돋보인다.
모순이라면
바로 그 인물이 영화속에서는 일관성 있는 인물로 그려졌다는 것.

1987의 기획시기를 생각하면 만들어질수 있을까도 걱정스러웠다지만
아마도 그런 때라서
장준환은 더 꼭 만들고 싶었을 것 같다.
아직도 연희의 친구는 무슨 힘을 모아주려 등장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
1987이 장준환에게 JSA공동경비구역 같은 영화가 된다면
아마도 다음은 더 자유로운 장준환영화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PS. 김태리강동원의 가리워진 길 꼭 녹음하고 싶었는데
울다가 김태리의 앞부분 짤림...
말할때 목소리도 개성있지만
노래하는 김태리의 목소리는 더 멋있고
강동원의 음색도 듣기 좋다.
5백만쯤 돌파하면 OST먼저 풀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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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는 광장의 사람들에게 압도되어 그 사람들 보느라,
두번째는 선창하는 문소리 찾느라 놓쳤다가
연희의 팔이 올라가 구호를 외치게 되는 걸
세번째야 봤다
마지막 장면의 힘은 정말 세서 더 보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이상하게도 볼 때마다
한병용 고문받는 장면이 점점 더 보기 힘들어진다.
왜지......
세번째 관람에서 좋았던 스타는 유승목.
이 분의 인상깊은 연기는 물론 이 영화가 처음이 아니지만
다들 무슨 광기에 사로잡힌 것 같은 복종조들 중에서
제일 평범한 직장인 악마 같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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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500만 넘고 나서 OST가 풀렸다!
가리워진 길-연희와 가리워진 길-이한열 두 곡.
둘 다 후렴구는 같이 부르고
후렴구를 제외한 부분이 연희 혼자, 이한열 혼자의 목소리인데
김태리, 강동원 보다 연희, 이한열이 더 어울리는 게
노래를 듣는 동안은
두 배우들의 모습보다는 영화 속 인물 모습의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영화 끝날 때 나오던 가리워진 길은 미니 연희버전.

무용|향연|2017

기대와 맞았던 다양한 전통춤의 향연.
12가지 다양한 춤이 계절을 테마로 이어졌다.

1막 봄 제의 진연 무의

향연의 봄은
모든 것이 깨어나고 피어나는 화사함이나 화려함이 아니라
조용한 기지개 같은 움직임의 시작이었다. 
진연에서 한삼이 꽃처럼 접히는 게 특이했는데
전체적으로는 새해 업무를 시작하듯이
다양한 직종의 공무원들이(^^) 몸풀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


2막 여름 바라춤 승무 살풀이춤 진쇠춤

바라춤에서 너무나도 눈부신 은색 바라가 튄다 싶었지만
일사분란하기도 했다가 자유롭게 움직이기도 하는 무용수들 멋있었다.

승무는 상징같은 고깔을 쓰지 않아서 제목을 봤는데도
나중에 승무를 봤는지도 기억이 안났던--;;

살풀이춤도 획기적으로 보라색 치마를 썼다.
항상 슬프고 한스러운 것 같은 이미지였는데
화사한 표정의 무용수들과 어딘가 힘이 느껴지기도 하는
완전 다른 느낌.

3막 가을 선비춤 장구춤 소고춤 오고무

파란색과 흰색의 도포자락을 휘날리는 모습이 학같기도 했는데
한껏 고조된 부분에서는 선비춤을 추는 무용수들이 아니라
좀 놀아본(^^) 선비들의 연회를 엿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향연의 신바람을 담당한 장구춤과 소고춤.
무거운 장구는 처자들이 메고 돌리고 날리며 엄청난 에너지를 뿜었고
가벼운 소고는 광대들이 치며 차례차례 공중제비같은 고난도 묘기를 선보였다. 
빨라지는 리듬과 사물놀이가 어우려져서
객석도 한껏 흥이 났던 무대.
박수가 절로 나오는 무대였는데

특히 소고춤에서 여기가 절정인가 싶어 박수치고 마무리인가 싶으면
다음 광대가 춤판을 벌이여 이어져서
박수관객들에게 애로사항이었다는^^

오고무는 국악한마당 같은 프로그램의 단골무대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선명하던 태극문양이 사라지고
사방으로 무용수들을 볼수 있는 회전무대가 멋있었다.
향연의 오고무는 무려 24명의 무용수가 규모로 압도하는데
점점 빨라지며 몸을 뒤로 꺾어 뒤에 있는 북을 치는 것 같은 절정까지는 가지 않았다.

4막 겨울 신태평무
차분한 마무리.


활력의 계절 여름보다 가을의 춤들이 역동적이었던 건
여름은 제의, 가을이 무르익은 축제의 계절이라는 주제여서 라고 한다.

거의 모든 춤에서 빠지지 않았던
한쪽 다리를 천천히 차례로 들어 움직이는 동작을 보면
전통춤은 보기와는 달리
흔들려서도 흐트러져서도 안되는 많은 수련이 필요한 춤인데
내공으로 기운을 뿜어내는 것 같은 고수의 향기가 느껴진다.  
악기를 들고 추는 춤들이 많은 걸 봐도
누구나 흥겨워 출 수 있는 춤보다는
무대를 감당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춤이었던 것 같다.
보통 다른 나라의 유명한 춤들은 형식미를 갖췄다해도 즐기는 사람들의 춤이 많은데
우리 나라에는 그런 춤이 남아있지 않은 걸까?
선비도 춤을 췄다면서 말이야~
중간에 엄청 큰 북을 치는 연주자의 독무대가 있었는데
신나고 멋있었다. 
다음공연은 음악까지 실연이었으면 좋겠다!

여러가지 춤을 한꺼번에 보고나니
묵향에서 느꼈던 갈증은 조금 풀렸지만
향연에서는 변형된 춤들이 꽤 있어서 
이 춤들의 원형을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렇게 신나고 멋진 무대로 더 관심이 생긴 사람들을 위해서
춤을 원형 그대로 하나씩 작은 무대에 올려주면 좋겠다.

커튼콜할때 어딘가 움직임이 나부끼던 할아버지가 인사를 하셨는데
안내책자에 보니 그 분이 바로 안무가 조흥동 무형문화재였다.
태평무 전수자라는데 무려 '한량무'이라는
너무나도 끌리는 이름의 춤 이수자라고 한다.
보고싶네요, 한량의 춤이라니^^

낭만닥터 김사부|2017

 
'사회'라는 이름의 불특정 다수와
정신적으로 또는 물리적으로 가까운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성공'이라는 것이
결국 폼나 보이고 멋져보이는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면
이런 성공은 또 어떠냐는
정말 낭만적 웅변.
이 낭만이라는 수식어는
감성이기도
현실적이라는 말의 반어이기도 할텐데
21회의 대장정을 지켜보고 나서는
그냥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진짜 저렇게 살고 싶어서
실력있고 싶고
권력을 갖고 싶고
성공하고 싶은 게 정상아닐까.

첫회부터 무협지 같은 전개 때문에
4회쯤에서 멈출 뻔 했었고
쉬지 않고 외치는 인물열전도 부담스럽긴 했지만
그 뚝심에 공감하고 나니
결국 끝까지 보고 말았다.
언제나 '낭만'적인 수상소감을 남기는 한석규에게 딱이었던^^
이 정도 양념이라면 연애는 좀 빼고 갔어도 담백했을텐데...
드라마 속 인물인지라 큰 오해 없이 잘들 지내는 것 같은데
현실에서 김사부는 독재자가 되기 십상일 것 같다.
그래서 현실 속 인물로도 괜찮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긴 이런 신의 손이 뭐 흔한 존재는 아니니까.


꿩먹고 알먹으면 멸종이라니
ㅋㅋㅋ뜬금 없었지만 너무 웃겨서 오래 기억날듯^^

마녀의 법정|2017



독특한 캐릭터의 탄생^^
젊은 여자의 몸에 들어있는
적폐검사, 아제, 아지매의 강렬한 향기랄까.
그 모든 게 뒤섞여 결국은 뜻을 이루게 된다는 기적(^^)같은 이야기.
성범죄사건들을 바라보는 마음이야 즐거울 리 없지만
그 범죄들이 어떻게 다뤄지는지를 그나마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였고
극 안에서는 승리하는 재판의 쾌감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승리의 결과가
아직도 갈길이 멀었다는 점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한계를 잘보여주기도 한 것 같다. 

중앙지검 부장판사 기자 성추행
징계위원회 회부-이후 징계 여부는 안나왔고 부장은 나중 성접대받는 위치까지 사수

여교수 강간미수사건: 징역1년 집행유예 3년
논문심사를 빌미로 대학원생에게 성관계를 강요 후 오히려 대학원생을 강간미수범으로 고소

동영상 배포 사건: 징역3년
헤어진 여자친구들과의 성관계 동영상을 상업적으로 배포하고 수사검사집에 몰카설치 후 협박

아동성폭행: 징역5년
10살짜리 딸을 지속적으로 성폭행

살인미수미성년자 유인감금납치: 징역18년
아동성폭행 5년 복역 후 전처 살인 미수, 10대 딸을 납치, 감금

미성년자 강간살인사체유기 징역18년, 방조 징역3년 집행유예 5년
항소심 무기징역, 방조는 동일

준강간사건
약물을 이용한 준강간 사건인데 승소는 했지만 선고가 나오지 않았고 기적같은 재판현장에서 약물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아마 승소는 불가능했을 것,

미성년자 성폭행 징역 5년
동갑인 고3 남학생이 처음 만난 고3여학생을 성폭행하고 20년만에 재판에 회부

성범죄 기사 제목 중 거슬리는 게 많지만
기억나는 제목으로는 '몹쓸 짓'이 있다.
무자비한 폭력범죄에게 참 정서적인 이름을 붙여주고 자빠졌다, 짜증나게.
인면수심도 비슷한데
일단 구체적이고 잔인한 범죄에다 인간의 얼굴을 한 짐승이라는 은유적인 표현을 붙이는 것도 내숭이지만 
그런 제목의 기사는 대체로 어이없는 선고로 끝나거나
의외로 적나라한 범죄브리핑을 하고 있어서
그저 문제의식도 공감능력도 어휘력도 부족한 기자들의 한계로 밖에는 안 보인다. 
성범죄 기사중 인면수심 누구누구 중형-이래서 기사를 보면 징역 5년이었던 적이 꽤 많았다.
드라마에서는 무기징역까지 나왔지만 과연 현실에서는 얼마나 될까...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인물 마이듬 검사,
진짜 이런 검사가 단 한명은 아니었으면 좋겠는 민지숙과
너무나도 바람직할 것 같은 정신과 의사출신의 여진욱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검찰이면 좋겠다.
물이오른 정려원-보기에 즐거웠다.

하나의 미스테리가 풀림: 항상 엄청 잘 먹는 것 처럼 한가득 음식을 먹는데도
되게 맛없게 먹는 것 같아 보이는 게 미스테리였는데
그건 씹기만 하고 절대 삼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시 보다가 거슬린 것
성범죄 피해자와 가해자의 대질심문과 
수사실에서 피해자에게 범죄현장을 직접 들려주거나 보여주는 것
지금은 나아지기는 했을까.

억척 어멈과 그 자식들|Mother Courage and Her Children|2017|연희단거리패



원작은 '세 자식을 잃고도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억척 어멈이 역설적인 교훈을 준다'는데
이 억척 어멈은 후회했다.
억척 어멈은 어떤 상황에서도 굳이 동정을 해줄 필요가 없는 대단한 능력자였는데
억척 어멈이 되기까지 이 인물은
이렇게 살기까지 뭘 보고 뭘 배우고 뭘 견디며 살았을까.
원제로는 용감한 엄마인 것 같았는데
억척이라는 번안은 우리 정서에 맞는 번안이었던 것 같다.

등장부터 엄청난 카리스마를 풍기던 김미숙,
극이 시작하기 전부터 엄동설한을 객석까지 전하며 실감나는 준비운동을 하던 두 배우.
자주보는 연극무대가 아니라 낯선 배우들이 많았지만
다들 무대를 꽉 채워주었다.

그냥 거슬렸던 건
삶에 달라붙는 대사라는 명목일 것 같은
성적인 것을 포함한 적나라한 대사 몇 개와
살아있는 동안엔 내내 나이를 먹지 않고 자란 아이같은 막내딸이
시신이 되어 갑자기 약간의 노출을 보이는 자세로 죽어있던 장면인데
엄마라면
그 추위에 당연히 자식을 덮어줄 것 같았는데
그 노출자세는 시신을 수습하던 부부가 나타나기까지 계속 됐다.
설마 이거 상업적인 판단이 아니었기를 바라고 싶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 이유없는 연출이었다.

이렇게 작은 무대라서 가까이 느낄 수 있었던
체험형 연극으로는 흡족함에도.

꿈의 제인|Jane|2016

멋.있.다

쓸쓸한 제인,
불행은 당연하니 같이 불행하자고
행복은 가끔이어도 괜찮다고
그래서 질투도 없이
애인도 애인의 애인도 모르는 아이들과도 더불어 살 수 있었던 어른.
마지막까지 그렇게 불행해보이지는 않았는데
그 쓸쓸함이 무척 깊어서 
몽환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공감하는 친구가 될 것 같았던 제인.
인간은 시시해지면 끝장이야-라고.
진짜 그런 것 같아요.
세조각의 케익 앞에서 누구도 포기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 함께 포기하는 네 사람이라니
멋지지 아니한가.

외로운 소현.
모든 걸 봤고
모든 걸 들었고
모든 자리에 있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소현이의
'반'이라는 성은 역설같이 느껴진다.
지수때의 소현이는 너무 싫었지만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은데 방법을 모른다는 소현이를
계속 미워할 수는 없다.

오랜만이다 이런 여운이 남는 영화....... 
이렇게 영화와 한몸인 것 같은 음악도.....


다음 침공은 어디?|Where to Invade Next|2015

허구헌날 (남의 집에서만)전쟁을 쉬지 않는 나라 미국민으로서
원하는 걸 뺏어오겠다는 미국적인 발상을 원시적으로 실천하는 발랄한 제목 아래
잡초는 됐고 꽃만 따겠다는 선명한 기준 덕에 영화는 명쾌했다.

----------------다음 영화소개----------------------------------------------------------------------------------------

마이클 무어의 전 세계를 향한 선전포고!
“내 임무는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다”

미국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국방부의 SOS를 받은 마이클 무어. 그는 펜타곤의 전사가 되어 총성도 석유 약탈도 없이, 다른 나라들의 장점만을 빼앗기로 선언하고 전 세계 침공을 시작한다.

일년에 8주 유급휴가와 13번 월급이 보장된 이탈리아, 프렌치 프라이대신 미슐랭 3스타급 학교급식이 나오는 프랑스, 숙제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교육수준 세계 1위의 핀란드, 학자금대출을 모르는 대학생들이 사는 무상 대학교육의 슬로베니아, 과거사를 인정하고 반성하도록 가르치는 독일, 재소자의 사회복귀를 도와 최저 재범률을 기록한 노르웨이, 여성인권 신장으로 진정한 양성평등을 이룬 아이슬란드까지. 9개국을 정복해나가던 마이클 무어는 진짜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칼같은 비판과 핵폭탄급 유머로 무장한 마이클 무어,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해답을 제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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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국가이면서도 양성평등을 실천하는 튀니지와
마약을 비범죄화한 포르투갈이 빠졌는데
더 빠진 나라가 있나...???

베를린장벽 앞에서 마이클 무어는 친구에게 그 때 이후로
불가능은 없다고 믿는 낙천가가 되었다고 했다.
아마 그 낙관이 그의 유머감각과
그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미국을 향한 세레나데를 이렇게 이어가는 원동력이 된 모양이다.

언제나 새로운 통찰이 들어있는 그의 영화인데
마약범죄화와 흑인 범죄율, 투표권 박탈로 이어지는 이번 정리는
좀 충격적이었다.
미국산을 찾는 미국인들에게도
감옥 안 공장은 새로운 정보 아니었을까.
특별히 비판적인 사람들 말고
그냥 평범한 미국인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봤을지,
이렇게나 화제가 되는 마이클 무어의 영화가
영화 밖에서는 그렇지 못한지 너무 궁금하다.
새로운 마이클 무어의 진실들 앞에서 바뀌지 않는 미국은
분명 워터게이트 시절의 미국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마지막 아이슬란드 CEO의 돌직구 멋있었다.
너무나도 힘없이 할 수 밖에 없던 마이클 무어의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대답도.
다른 영화들과 달리
사실은 이 모든 혁신의 뿌리는 미국이었다고 강조하는 건
더 적나라해진 가사의 애국가를 부르는 것.
지금까지 영화 중 마이클 무어의 애국심이 가장 돋보이는 영화지만
역시 재미있다.

앞 선 세대의 자유로운 분노에서 시작되어 싸움으로 쟁취한
혁신으로 보이는 놀라운 제도들이
언제쯤 지구인 공통에게
상식같은 환경이 될까.

오랫만에 궁금해서 홈피를 봤더니
브로드웨이에서 1인 토크쇼를 성황리에 마쳤다고.
항상 재미있는 일을 혼자서도 잘하는 애국인이다^^

아이 캔 스피크|I can speak|2017


원안, 각본, 각색, 윤색
복잡한 크레딧을 가진 사연 많은 영화로서
잘 다듬어진 단정미를 뽐낸다.
명절영화로도 손색이 없는.
마지막 민재의 의회난입(!?!)은
역시나 잘 다듬어진 영화의 오점이기도 했지만  
마냥 슬프게만 과거로만 가지 않게 잡은 방향키는 반가웠다.
반짝반짝 나여사, 또 반짝 이제훈, 새로 반짝 염혜란.
오솔길 생강,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김대중 모사 하는 박철민, 공무원들의 화살표 시공현장 빵터짐.
하지만 철민씨, 지나친 애드립은 성공률을 떨어뜨립니다....

미스 프레지던트|Mis-President|2017


궁금했다.
같이 시작하진 않았지만
지금을 같이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다름을 이해할 수 있을 고리가 뭐가 있을지.

하.지.만.

이 멋진 제목과 이 도발적인 소재로
대충 늘어놓다 끝내는
근래 보기 드문 무념무상의 편집과 완성.
보는 내내
등장하는 먼 동네 분들이나
본다고 즐거울 리 없는 주요 인물들이 아니라
이걸 만들어서 무려 개봉까지 한 만든 사람의 배짱에 화가 났다.
몽구 비디오 편집분이나
어지간한 방송기자들의 카메라속에 남아있을 짜투리에
새마을 노래를 적당히 버무린 완성도.
나라의 발전을 이끌어서 존경한다는 팬의 고백위로
70년 대 이전부터 아무 변화가 없었을 것 같은 그 팬의 집안을 고정적인 시선으로 훑어가는 식의 편집에서는
무례함 마저 느껴진다. 
미스 프레지던트의 '감독'이야 말로 다큐멘터리계의 미스 프레지던트.

즐기기 않아서 즐긴 영화들 목록에 쓰고 싶지도 않았지만
이 화를 기록하기 위해 남겨둠.

박열|Anarchist from Colony|2017

슬픈 시절의 신나는 포스터-멋지다
처음 보는 최희서..대박
영화에선 항상 팔팔한 이제훈


별로 보고싶어하지도 않던 영화였는데 웬걸....시간가는 줄 모르고 봤다.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하나의 거대한 적을 무찌르는 것이 집단의 정의이고 꿈이 될때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행복이란 어떤 것일까 궁금했었다.
세상 어디서도 불가능하기에 더더욱 언제나 폼나는 아나키즘^^

박열에게 아나키즘은 조국을 위해 싸우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였지만
가네코 후미코는 국적을 넘어선 인간해방을 위해 싸웠다는 점에서
마치 그런 시절을 위해 태어나기라도 한듯
시대의 정의와 개인의 성취를 완벽하게 통합한다.

묘하게 겹치는 통진당 해산 판결-식민지시절 일본 만도 못한 법정이었던 걸까.
소용이 없더라도 개인적인 사죄를 하는 일본'민중'들의 제 정신도 멋있었다.

박열과 후미코의 그 멋진 기개가 다 사실이었다니
영화 시작 전 '실화'를 강조하던 자부심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귓가를 맴도는 최승희의 이태리정원.
낭만적인 수사따위는 넣지 말라던 후미코의 비위에는 안맞았을텐데
시카고 타자기의 날라리 바람도 그렇더니
가사도 제대로 안들리는구만
이상하게 계속 귀에서 맴도는 마력이 있다.

창극|트로이의 여인들|국립창극단


전쟁이 끝나고 살아남은 여인들의 운명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창.
처음보는 창극이지만 낯설지 않았다.
고혼이라는 역할이 극을 여닫고
극은 트로이 영화나 책에서 한번도 기억에 남은 적 없는 헥토르의 어머니 헤큐바로 시작한다.
패전의 운명을 한탄하는 귀족여인들에게
노예여인들이
이 지옥이나 저 지옥이나 마찬가지라며
괜히 전쟁이 길어져 처참함도 깊고 길었다고 원망하는 합창이 힘차다.
각자의 운명을 노래하는 헤큐바, 카산드라, 안드로마케, 헬레네는 단독무대가 있는데
압권은 안드로마케.
헤큐바의 살아남으라는 당부를
노욕으로 꾸짖는 기개가 돋보였다.
멋있어~!

여러번 등장하는 노예들의 합창은 힘차기도 하고 울림이 있었는데
비참한 운명을 노래하는 가사 중 죽음에 대한 대목에서
참 슬픈 얘기를 해학적으로 풀었던 가사때문에
난 좀 웃었다^^
창은 어렸을 때 TV보는 어른들 너머로 들었던 게 전부인데 
맞아, 이런 매력이 있었지-를 생각나게 해줬다.

창극이 국극이랑 같은 건 줄 알고 모든 역할을 여자배우들이 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아니었다.
게다가 전쟁의 원흉 헬레네는 무려 남자배우.
워낙 소문난 미녀라 아예 비교가 안되게 하려고
아니면 당시 그리스 남색을 고려해서---이건 좀 오바.
등등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나중에 헬레네가 비난 받는 장면이 지나고 나서는
아무리 대사라도 저런 말을 듣는다면 거의 공개 성희롱이나 다름 없어서
나름의 배려인 게 제일 좋겠다...
하지만 헬레네의 노래만 가요풍이라 좀 튄다.

전령이나 메넬라오스, 고혼도 여자배우였으면 더 좋았겠다 싶긴 했는데
내일 공연정보에는 무려 안숙선 명창이 고혼 특별출연!
이것은 오이디푸스에서 박정자 마마를 뵙는 것과 같은 일이 아닌가...
오늘의 고혼은 유태평양이라는 익숙한 이름의 청년-그럴리가 없는데 얼굴도 낯이 익다.
커튼콜 때도 교태를 잊지 않던 헬레네 대박^^

볼 때마다 멋진 국립극장 건물들.
달오름 극장은 어느 자리나 잘 보이니 계속 R석은 미련두지 않아도 될듯.

무용|묵향|국립무용단


묵향-매-난-국-죽-종무 라는 소제목으로 춤마당이 이어지는데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우선은 멋진 제목때문에 한 번은 보고 싶었던 무용.
묵향이니까 어쩐지 춤그림자도 멋있을 것 같았다.
손끝 발끝까지 잘 봐야할 것 같은 춤인데 좀 작은 공연장이었으면 좋았겠다.
마지막 순서였던 종무가 되서야
나부끼는 몸짓의 매력에 반했지만 
그 멋드러짐에도 불구하고
그 전까지는
텔레토비 엉덩이를 빌려입은 것 같던 한복치마만 계속 거슬려하고 있었다. 
기대했던 그림자는 그 덕분에 모두 데굴데굴.
오히려 뻣뻣해보이는 남자무용수들의 그림자가 더 멋있었다.
내가 본 건 모두 일방적인 국립극장 소식지의 일방적인 홍보용 정보이긴 해도
해마다 반복되는 공연이라면 믿을만 하겠지 기대했는데
솔직히 내게 묵향은 니맛도 내맛도 아닌 맛보기였다.
화음을 넣는 창, 첼로와의 합주는 처음이지만 딱히 좋은지도 모르겠고
서양 드레스를 치켜입은 것 같은 한복은
별로 극적인 부분이 없는 춤에 조형미를 더하겠다는 야심이 보이지만
난 진짜 별로....
춤의 구성도 기획안 제출용으로는 완벽해보이나
실제 춤이 주제에 충실한 구성이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보면서 
복원된 한국춤들을 제대로 보고싶어졌다. 
향연은 이 아쉬움을 달래줄까?

도포의 소매는 실제로는 얼마나 넓었고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주머니 용도로 괜찮았을 것 같긴 한데
확실히 춤추기에도 멋있었을 것 같다.
의외로 선비들이 춤추기를 좋아하지 않았을까?....라는 궁금증.

발레|안나 카레니나|국립발레단



                                                                                                                        
11041400

국립발레단의 본적없는 프로그램이라서 아무 정보도 망설임도 없이 바로 예약했다. 
뭐랄까...컨텐츠 부자 러시아의 진한 향기.
톨스토이의 소설, 라흐마니노프의 음악. 
적당히 버무려도 이 정도-
느낌이랄까....
피아노에 노래까지 다양한 즐거움이 있었지만
워낙 유명한 작품들에 기대다보니
솔직히 무용보다는 음악에 더 집중하게 됐다. 
생음악 발레가 아니라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같은.
듣는 동안 계속 피아노가 궁금했는데 
전에 들어본 적 있는 행복한 얼굴의 연주자 조재혁이 커튼콜을 했다. 
최태지 단장 시절-워낙 오래 단장이긴 했지만-국립발레단은 
놀라움으로 시작해서
매번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음이 기대가 됐었는데
화려하게 시작한 강수진 단장은 여러 가지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정작 공연은 좀 산만해지는 느낌이다. 
오늘은 무용수보다 더 화려하게 춤추던 치마폭들이 압도. 






청춘무성|이태준


하늘빛에 물드는 그의 눈은 한층 더 윤택해지더니 만년필촉을 바투는 것이다. 그리고 옆의 아이에게 살며시 보인다. 

사전을 찾아도 뜻을 이해할 수 없는 표현-설마 오타는 아니길...

실상 나는 또 하나 다른 태양으로 살았다. <정지용>

시는 정지용, 소설은 이태준이라더니 이태준의 소설 속 정지용이다.

동경서 신학을 전공하고 돌아온 지 얼마 안 되는 젊은 목사, 교회는 아직 자신이  없노라고 맡지 않고 이 학교 성경 시간만을 보나 무교회주의자인 내촌감삼(內村監三)의 감화를 많이 받아 속으로는 사교 전도, 사업 전도에 대한 회의가 크다. 그래서 역시 사업 전도의 한 기관인 이 학교에 들어서면 가끔 우울해 지는 때가 있고 성경 해석도 대담히 과학적 견해에 치우치다가 가끔 자기 이론의 모순에 부딪쳐 결론을 수습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런 낭패를 학생들에게 어름어름 감추려 하지 않고 어디까지 연구하는 태도로 겸손하다.

등장 인물 중 유일하게 한자이름을 알 수 있는 원치원(元致原)을 소개하는 대목이다. 들끓는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평화로운 성정일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남 우는 데 뭐하러 가까이 오세요?"
하더니 휙 일어나 치마도 털지 않고 한번 돌아다보지도 않고 내려가버리는 것이다.

최득주와 원치원의 첫대면. 수세에 몰린 득주의 말에는 가시가 돋아 있었지만 이 순간이 또 마음이 움직이는 첫 순간이었을지도.

"교육은 물과 같은 거요. 종교두 물과 같은 거요. 씻어버릴 것이 있는 사람을 위해서 물은 더 가치가 있는 거요."

청년 선생 원치원의 철학이 보이는 위로였다. 

정말 여러 학생들이 몰라보게 화려해졌다. 그새 교복을 조선옷들로 갈아입었다.
여섯 시간 수업에 구겨졌던 그들의 얼굴은 세수 한 번에 새로 다린 그들의 옷들과 함께 살이 퍼졌다(펴졌다?).

갑자기 몇 해가 지나간 듯 색시태가 돋는다.

그냥 지나가는 대목에서도 그림이 그려질 것 같은 표현들이다.

"부득이하여 허씨를 장가드니 그 용모를 의논할진대 두 볼은 한 자이 넘고 눈은 통방울 같고 코는 질병같고, 입은 미어기(메기)같고 고 머리털은 도야지 털 같고 키는 장승만하고 뭐 게다가..곰배팔이요 수중다리에...."

장화홍련전의 허씨의 용모 대목으로 원작을 그대로 쓴 건지 이태준 변형인지는 모르겠으나 흥미진진한 묘사와 맞춤법이다.

곤경에 처한 최득주는 도움받는 입장에서 원치원과의 일대일 관계를 시작했지만
자유롭고 아름다운 고은심은 원치원에게 미에 대한 논쟁거리를 던지는 것으로
제자-선생이라는 위아래구분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관계를 시작한다.
외적인 미의 다름은 심덕(심성)과 달리 갈고 닦아 고칠 수 없으니 신의 불공평한 처사라는 미인 고은심의 도발에
길어야 행복을 보장하지도 않고 10년도 가지 못하는 미는 인생관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원선생의 방어였는데
아마도 고은심이라는 '이쁨'용 이름을 붙여놓은 인물에게 '머리'도 있다는 걸 기계적으로나마 강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고은심의 논쟁방식은 상대의 당연한 호감을 기대하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라
그 논쟁을 보고 난뒤에도 고은심이 별로 똑똑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는 것이 함정^^ 

알치파쇼프 라는 작가의 노동자 세리오프
라는 생소한 이름이 나오는데 검색에 실패했다....

"돈은 힘이 아니라고 뻗대는 건, 우선 그때가 아침이면 조반은 먹은 사람의 말이구요, 그때가 저녁이면 우선 저녁밥 먹을 걱정은 없는 사람의 철학이야요. 점심때가 되돌고 조반은 못 먹은 사람, 밤이 되도록 점심도 못 먹은 사람, 그런 사람에겐요, 네에?" 하고 득주는 갑자기 말끝을 높인다.

"돈은 힘이란, 아니, 인생의 힘은 인생의 행복은 오직 돈이라고, 입술에서 나불거리는 게 아니라요, 아주 창자 밑바닥에서 부르짖어 나오는 거야요."

"허청대고 학교로만 나오램 어떻게 나가요? 별장 허청대고 일어만 서래는 거 아니야요? 병자끼린 고치진 못해요. 서로 동정은 할 수 있어두."

최득주의 명쾌한 일갈이 차가와 보이지만 사실 최득주도 원치원의 옳음을 믿기에 이렇게까지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은심은 싸릇드리고 돌아선다.
궁금한 표현2

여러 남자에게 웃음을 팔려고 칠을 한 인생 가면의 안료이거니 생각하면 독을 입술에 물었던 것처럼 소름이 끼치나 그러나 연지는 역시 색채뿐 아니라 향기도 나는 것이었다. 원선생은 쌉쌀한 혀끝에서 엷은 향기를 다시금 음미하며 생각한다.
'지금 내가 속일 수 없이 느끼는 이 향기는 오직 연지라는 그 화장품뿐의 향기일까?"
원선생은 수그린 머리를 흔들었다. 한 이성에게 최초로 바쳐본 접문, 이성의 향기요 인생의 향기임을 원선생은 감히 부정하지 못한다.

과거 30년뿐 아니라 앞으로 100년을 더 산다 하더라도 '가장 반가운 사람'으로는 최초로, 최후인 것이다.

최득주와 고은심을 대하는 원치원의 연애실전-화장을 인생가면의 안료라 부르는 원선생의 쎈스.

둘째번으로 만나는 우체통에서는 발은 오뚝 머물렀다.

'세상의 모든 것, 창공, 성신(星辰), 지구, 왕국 무엇이든 마음의 극히 적은 한 부분만도 못한 것이다. 마음은 이들 일체의 물체와 자기를 알기 때문이다. 물체는 아무것도 인식하는 힘이 없다. 앞에는 그의 극히 적은 한 부분만도 못한 것이라 하였다!

득주는 그만 눈물로 전신을 씻으려는 것처럼 눈을 닦지 않으며 울었다.

'사랑도 생활이다! 꿈은 아니다'

사는 동안은 창백한 사의 예찬자기보다는 건실한 생의 예찬자가 되어야 할 거다!

"불개청음이 뭔데요?"
"불개는 고치는 않는다는 거구요, 청음은 맑은 그늘...주인이 여러해만에 집에 돌아오니 변해진 게 많은데 참대만은 푸른 채 예전 그 모양대로 기다려줬다는 글귀지요."

"나미장 사정은 동정해두 나미장 생각엔 동정할 수 없는 거야."

"그럼 다마장은 혼인 안 헐 테야?"
"맘에 드는 사람 없음, 안해. 맘에 드는 사람이 없어 안허는 건, 맘에 드는 사람허구 결혼하는 것보다 난 생활이우. 우리두 직업 있잖우. 이걸 우리가 직업으로 안댐 천헐 게 뭐유? 난 남자들이 관청이나 은행 회사에 다니는 것두 들여다봄 다 윗사람 밑에 굽신거리구 월급에 매 지내지 별사람 없는 것 같습디다. 그저 잘 집이나 쓰기 위해, 먹을 쌀이나 얻기 위해 맘에 없는 늙은이 첩 노릇을 하며 틈틈이 딴서방이나 보며 그런 기생충 노릇보단 우리 팔다리루 노력해 벌어먹는 게 얼마나 맘 편허구 떳떳한 생활이우?"

득주는 오마쓰가 인생이라거나, 생활이라거나, 행복이란 것을 논의할 상대는 커녕 우선 구함을 바라는 인생문맹인 것이 서글프다.

득주는 윤천달의 그 노동자와 같은 검은 얼굴과 투박한 손을 생각하며 공상을 계속한다.
'현대의 법률은 재산의 소유권을 보장만 해줄 뿐, 그 재산을 좋게 운용하거나 나쁘게 낭비하거나엔 도무지 불간섭이다. 돈이란 애초에 왜 생긴거냐? 사회 생활을 위해, 즉 여러 사람의 편리를 위해 생긴 것 아니냐? 만일 한 사람만이 존재한다면 돈이란 뭣하는 거냐? 사회 생활, 국가 생활을 위해 만들어진 게 돈이라면 한 개인이 어떤 기회를 만났다 해서 잔뜩 몰아가지고 자기 향락만을 위해 낭비하는 건 사회에 대한, 국가에 대한 예가 아니오, 또 돈의 근본 정신에도 위반일 게다! 법률이 재산의 소유권만 보호할 뿐 용오에 간섭지 않는 건 으레 악용보다 선용을 할 것을 모든 소유자에게 인격적으로 믿는 때문이라고밖엔 생각할 수가 없다! 그럼? 윤천달인 우선 자기의 100만원을, 아니 50만 원씩 두 군데 예금한 것 이외에도 얼마나 더 있는지 알 수 없는 그 많은 돈, 그 많은 힘을 그걸 자기가 피땀을 흘려 모은 보람 있게 사회나 국가나 인류를 위해 써낼 만한 지혜나 인격이 윤천달 자신에게 있는 건가?'

"쓸 델 생걱함 돈이 뫼나?"
윤천달씨의 말씀

"꽃! 넌 내 수치스런 하룻밤을 외면도 않구 말뚱히 뜬 눈으로 다 봤겠구나! 흥!"
득주는 꽃의 목을 조르고 싶다.

"그러니까 우리 변호라는 것도 공연히 있는 죄를 덮어주자는데 정신이 있는 게 아니오. 경찰이나 검사국서는 너무 범죄만을 추궁하니까 피고들이 악한 방면만 확대해 보게 되니까 늘 피고인들에게 과중한 치형이 되기 쉬운 것이오. 그런 위험을 떠나 정말 법이란 누가 강제로 시행시킬 것이 아니라 피고 자신들이 일종 공중도덕을 준수하는 자각에서 가장 적당한 만치 벌을 요구하도록 죄인과 사법자의 중간에서 법의 위치와 함께 알선하는 것이 우리 변호사요. 그러니까 무슨 죄를 숨기기 위해서라든가 또는 번연히 드러난 죄에 억지로 법을 피하려는 그런 음모를 나허구 허자는 게 아니오."

'..이쪽도 저쪽을 사랑하고 저쪽도 이쪽을 사랑하고..그런 건 차라리 '우연' 같아요. '우연'이 이뤄지지 않는다구 어떻게 남을 원망해요. '우연'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어떻게 인생을 비관해요...'

"톨스토이 같은 과대 겸손주의자두 사랑두 근로해야 되는 거라 안 그랬수? 욕망을 품고 왜 회의(懷疑)들만 허느냐 말야..."
"정말 전심으로 좀 생각해봐요."

이쯤 되면 사이다언니 최득주, 그리고 진심보다 더 열심이어어야 할 것 같은 '전심'.

신변에 있는 가람들이 "어쩌자고, 돈을 달라는대로 척척 주느냐?"물었다. 치원은 거기 대한 자신의 대답을 예전, 손의암의 일화로써 대신하였다. 보성중학교에서 1년에 한 번씩 예산안을 가지고 의암에게 돈을 타러 왔었다. 의암은 번번히 예산 항목을 살피는 일 없이, 합계만 보고는 회계더러 돈을 내주라 하였다. 그 회계가 역시 의암에게 "어쩌자고 돈을 그렇게 달라는 대로 척척 주시느냐?"하였다. 의암은 "학교 경영엔 그 사람들이 나보다 나어" 한마디뿐이었다는 것이다.
'의심할 사람이면 처음부터 돈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 옳다!'

직업을 바라보는 남다른 시각,
이상적이지만 믿어보고 싶은 세상의 철학.
이런 것들이 자유연애에 삼각관계라는 약 좀 친(^^) 것 같은 염정소설과 만나고 있다니 신기했다.
당시 제한된 독자들이 오히려 작가에게 자유를 주었던 게 아닐까.

널 기다리며|Missing You|2015


사랑이든 원한이든 오랜 시간이 걸린 사연의 무게는 
더 크게 전해진다. 
어려서 선명하지 못했던 기억을 이렇게 맞춰가며 그 품에 안겨 자란 소녀의 오랜 계획.
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연약함의 상징인 소녀, 희주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큰 비밀.
다른 '괴물'들과 다름없을 희주에게
어리고도 쓸쓸한 색을 입힌 힘있는 심은경.

영화를 보면서 내내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낸 사람이 궁금해졌다.
특히 이야기와 별도로 사람을 생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가능했던
이제가지 본 중 최고의 잔인하고 파괴적인 공격술은
만든 사람의 심리상태까지 의심할 지경이었다--;;

초반, 
열 두명의 희생자 중에서
여섯 명을 찾아낸 경찰과 검찰,
한 명의 희생자에 대해서만 선고한 사법부,
후반, 
한 명을 죽였지만
여섯 명의 살인을 인정한 경찰과 검찰의 수사, 그리고 사법부를 보면
뭐 이런...싶으면서도
묘하게 현실 경찰, 현실 검찰, 현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이런 삽질.

 얼굴까지도 날카로운, 전신 구석구석이 강력한 무기같았던 김성오
마지막 재판에 약간 동그스름해진 모습에서
감옥생활이 더 편한 1인 추가^^

 이것은 희주의 창의적이고도 예술적인 감각이 만든 범죄현장
참 무서운 현장인데 희주가 더 불쌍하게 느껴졌던......

물리적으로는 엄청난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이라 이런 장면은 조마조마 무섭기 마련인데
이상하게도 희주의 힘에도 약간 믿는 구석이 생겨 별로 무섭지 않았다

 이 영화의 흥행실패 원인 삼총사, 마케팅, 제목, 포스터 중 하나 
김생민의 '어쩌라고 스튜핏'을 날리고 싶어지는 포스터 ㅠㅠ 

더 테이블|the Table|2016


정유미의 테이블
여배우라고 꼭 남자복이 있으란 보장은없다^^
너무나도 평범하게 찌질한, 멋있어보이려는 생각은 이제 감히 하지 못하고
자랑거리로 등극한 옛인연의 단물이라도 빨아먹겠다고
망설임없이 동물원 관람객으로 등극하는 전 남친이라니.
너무나도 진짜 같았던 정유미의 미묘한 변화.

정은채의 테이블
원나잇은 어떻게 연애가 되는가.
감정에 대해서는 기술따윈 필요없다고 진심이 최고라고 하지만
기술없음으로 본의아니게 상처를 주게 되는 일은 흔하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오해의 강을 건너
솔직함을 포기하지 않은 용자와 미련의 승리.

한예리의 테이블
사랑에 빠진 꽃뱀의 결혼준비.
'가짜'들 속에도 '진심'이 있으며
고수들은 쫌 알아본다는
훈훈하나 인공적인 테이블.

임수정의 테이블
젊음의 상징이 다 증발한 두 청춘의 대화.
이게 마음이 변해서인지 잠깐의 일탈도 감당못할 고단함의 결과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여자는 희망이 없고 남자는 맥빠져있다.
새싹이 날 자리는 하나도 남지 않은 것 같은 멀쩡하고 황폐한 청춘이랄까.

짧고 조용한 쉼표 같은 영화였지만 
간판은 여배우들의 얼굴이었음에도
이상하게 남자배우들의 캐릭터가 더 빛났다.
여배우들과 테이블은 상대방의 개성을 위한 장치로 느껴질 만큼.

걷기왕|Queen of Walking|2016

 족구왕의 후예 같은 걷기왕

아니, 이런 귀여운 영화라니~!
심은경의 독보적인 존재감
반짝반짝한다.

이젠 많이들 안 그런 것도 같지만
죽기 전 세계 여행 소원 처럼
꿈이란 원대해야 하고
고난은 극복해야 한다는
강박 같은 잠언풍선을 찌르는 소심한 바늘구멍.

그건 그렇고
경기장까지 걸어가는 순도 높은 경보정신에 박수.
소순이 안재홍도 매력만점.


노무현입니다|Our President|2017


사람이 지나간 자리에
사람이 남아있다.

대낮 햇빛 노랑
이쁜 풍경이었다.
이런 승리 기억들이 조용히 쌓였기에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용기가 출동하나보다.
이런 투명한 기쁨
승리한 신념이 살해당할 수도 있다는 걸 상상도 하지 못한
-은 이제 다시는 없겠지.

실명 언론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는 일은 이제 없다.
저 뜨거움 속에서 꿈을 꿔본 사람들
깃발 하나 올리기까지 이렇게 많은 진심이 땀을 흘리며 달렸는데
방향키가 돌아가는 것은 그렇게나 은밀하고 조용하게 가능했다는 것이 허무하다.

내가 묻어가는 동안 참 많은 사람들이 심장 따라 살고 있었네.....
귀엽고도 힘찼던 대전 까치밥 219표가 기억에 남는다. 

2017 파크콘서트 - 장사익




한번쯤 직접 들어보고 싶었던 목소리, 장사익.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얼굴근육을 제어하는 것 처럼 보이듯
장사익은 여러 겹 목소리를 원하는대로 누르고 뽑고 하는 것 같았다.
들으면서도 신기하던.

몇 번 노래 때문에 울컥하다가
장사익의 할배개그가 산통을 다 깼다.
웃는 사람이 많으니 계속 하는 것이겠지만 
아, 진짜, 할배개그는 제발요....

멀리서도 항상 보러오는 팬들이 있다니
공연 하나 하나 소홀할 수 없을 것이고
그렇게 살아서인지
무대위에 선 것이 너무 기뻐보였다.

한 번은 꼭 보고 싶어 예매를 한 것이 3개월 전이다보니
정작 공연 날엔 잠실이란 먼 거리때문에 미적거리다가 또 늦었다.
야외공연이라 다행이 지각민폐는 덜 끼쳤고
입장이 안되는 동안도 멀리서나마 라이브를 보게 되니 괜찮았고
올림픽공원 수위아저씨 설명은 못하겠지만 편안한 친절함이랄까-기억에 남고
공연장 바로 앞 아트홀의 훌륭하고 한적한 화장실 발견해서 기뻤고
다음에 여기까지 공연을 또 보러오게되면 일찍와서 관광을 해도 좋겠다 싶었다.
예전에 몇 번 왔던 체조경기장 바로 앞이었다니.

분노|Rage|2016


정작 그 앞에서는 힘도 쓰지 못하던
누군가의 빗나간 분노가
생각치도 못한 많은 사람들에게 남기는 상처.
그 하나의 소멸로는 아무 것도 되돌리지 못한다.

사람들과 관계를 이렇게 천천히 보면서도
누가 범인일까-궁금하게 만드는 흥미로운 구성과
등장하는 명배우들의 열연
오키나와의 현재진행형 비극까지 담은 솜씨는 인상 깊었지만
아이코와 이즈미의 선택,
그들의 그런 선택, 그런 위축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시선들이 도드라 진 것,
특히 가장 어린 이즈미가 미래보다는 희생자의 상징으로만 소비된 것의 불편함이
영화를 압도했다.
이런 감독에게 내가 붙여주는 별명, 일본의 '라스폰트리에'.
좋아할 수 없다.

---그래도 반가웠던 치즈루.

아내의 자격|2012



교육문제와 불륜이라는 비교육적 소재의 신기한 조합, 그리고 밀회의 전조.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정성주의 드라마는 어른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별로 수사가 없는 담백하고 솔직한 대사들은 때에 따라 징그럽기도 웃기기도 해서 블랙코미디 솜씨도 빛나는.
이런 평화로운,
심지어 바람직하고 희망차 보이기까지 하는 불륜의 결실(?)이 불편함 직도 한데,
그냥 평범한 인생처럼 보이는 것도 참 신기하다.
벌써 2회에서 두 사람은
진흙바닥에서 구르다 더러워진 옷을 갈아입고 소박한 차림으로 돌아오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은 상징적으로 겪어버렸으니.
아내의 자격에서는 결국 수퍼갑을 처치(^^)하지 못하고 끝이 났지만
밀회와 풍문으로 들었소와 이어 볼 때
결국은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고리를 끊는데 성공하는 주인공들이 희망차 보인다.
따로 따로 가서 만나면 된다고,
이제 다 왔다는 평범한 말이 멋있게 들렸던 마지막회.
음악도 좋았다.
보름이는 진짜 짱 귀여워^^

결혼의 기원이 새삼 궁금해진다.
그냥 살면 될 걸 어쩌다가 결혼이라는 형식을 만들었을까.
그리고 그건 어떻게 외견상으로나마 계속 유지되고 있는 걸까.
필요에 의한 시작이라면 필요에 의해 유지되는 게 일관성 있지만
감정에서 시작해도 필요와 책임으로 유지된다면 본성을 거스르는
더 신기한 관계.

지선학당에서 벌어진 한결이의 문제 풀이 방식에 대한 논쟁.
이건 잘 끌어주었다면 효율과 탐구에 대한 좋은 토론이 되었을 텐데
극의 의도가 그게 아니어서겠지만 서둘러 끝나서 좀 아쉽다.
이 아이들이 컸을 때를 생각해보면
결이가 재훈이 보다 훨씬 멋있을 것 같은데.
확실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평가가 필요하다 ㅎㅎ

이런 경쟁을 시작하는 소위 ‘갑’지망생들.
사실 이 경쟁의 승리자들은
꿈을 위해 사소한 욕망을 이긴 장인이 아니라
오는 길의 무수한 작은 경쟁에서 지고는 견딜 수 없었던
재간 있는 욕심쟁이들이었겠다.
개천에서 용이 나지 못하는 게 아니라
그 용이라는 것의 정체를 다시 밝혀야 하는 게 아닐까.
태어나서 자기 손으로 뭘 해볼 때까지
끊임없는 설계 속에서 그저 그때의 경쟁만을 이기고 말았다면
그 재간에 대한 보상은 그냥 셈이라 쳐도
존경은 과하다.
그들이 차지하고 있을 많은 결정의 자리.
과연 그들은 그 무게를 질 자질이 있나.

한상진
아내의 자격과 밀회에서 자리를 바꿔가며 대결을 펼치는 장현성과 박혁권의 숨 막히는 찌질경쟁!
내 눈에 찌질은 장현성, 수퍼갑은 박혁권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장현성의 한상진은 인생에 한계가 없는 거의 레전드급 개차반 상찌질이.
심지어 노래방 노래들까지 느끼함이 흐르고
사건 터지기 전부터 여자후배들한테 하던 짓까지 빈틈없는 찌질이다.
진짜, 아무나 해볼 수는 있겠지만 이렇게까지 촘촘하기는 쉽지 않을 것. 
피처링 친구 # 계산 쟤한텐 하세요.

김태오
# 이거 참 별 일이네요. 아주 이상합니다.
# 걱정이 많이 됩니다.
인상 깊도록 솔직한 고백.
오랜 진한 연애 기간 동안 연인과 같은 책을 밑줄 치며 읽고
어린 딸을 보며 아내같이 클것 같아 신나하는 남자.  
거짓말 속 준희의 25년 뒤 이야기 같은 이성재의 김태오는
남자를 내세우기 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해서 더 매력적이다.
근데 너는 그때나 지금이나 바람을 피우는구나 ㅋㅋㅋ


홍지선
# 말이 진실이 되려면 시간이 필요해요.
# 고마운 거랑 사랑이랑 다른 거지만 그냥 그걸로 살아, 그것도 인간의 길이야.
자기가 믿고 좋아하는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한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불륜을 알게 된 홍지선의 노래방 배틀은
뷸륜을 알게 된 장현성의 폭력과 꼬라지 특권을 이용한 각종 우월감과 대비되어 멋있었고
교육관에 대한 차이로 멀어진 관계를 얘기하던 홍지선과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아이를 깨우던 윤서래가 대비될 때는 애처로왔다.
김태오 눈엔 어떨지 모르겠지만
시작을 아예 잊지는 않는 홍지선이라 애정이 간다.
정말 잘 어울리던 이태란도 매력만점.


조현태
# 당신이 너무 이쁘니까 내가 맘이 급해서.
영혼이 없으면 사람은 누구나 달달해질 수 있....냐ㅋㅋ   
명대사 많지만 너무 웃긴 이 대사의 한 방이 압도.
막판 아들의 아버지이자 조씨 가문의 장남으로 거듭나며
강은주가 좋아하는 단호함을 보이는 조현태는
유주얼 서스펙트급 반전.


윤서래
# 누가 속으래? 믿으라고 했지.
불륜 이후에 더 적극적으로 당당해지는 윤서래.
현실적으로 이러기 쉽지 않을 것 같아서,
또 윤서래의 말이 틀리지도 않아서 응원하게 된다.
초반 유도장에서 홍지선에게 메다 꽂히고 나서 해맑게 바라보는데 빵 터지기도 했고
아토피로 고생하는 어린 한결을 업고 달래는 모습은 찡했다.
이번에 갑자기 김희애가 성우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한 번도 진짜 목소리는 들려준 적 없는.
절대 연기를 못한다고 얘기할 수 없는 이 배우가 이따금 어색하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그래서?


윤미래
자유롭게 살아봐서 인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인지
언니를 가르쳐도 되겠다 싶게 인생명언을 자주 날리시던 귀여운 미래씨.
그런데 장소연은 유일하게 밀회에서 오히려 비중이 줄었었네.


하섬진
극 중에서는 이름이 나오지 않는 인텔리 조선족 가사도우미.
밀회에서 서정연의 한 방이 컸는데 그 전에 길해연이 있었다.
인간레슨을 주로 혼잣말로 시전하시는^^


한명진과 강은주
최은경의 초반 발군의 연기-한 번 해보고 말기는 좀 아까운데? 싶었지만,
뒷부분 몰아치는 감정에서는 역시나 어색어색^^
그래도 이 정도면 비전문가로서는 나쁘지 않다 싶기도 하지만,
숨겨진 실력자 배우가 맡았더라면 어마어마한 기회가 되었을 수도 있으니 그 점은 아쉬움.
임성민은 작정한 딱딱한 사람 연기보단 좀 풀린 자연스런 연기가 더 낫던데
배역이 항상 이렇다.
설정 상으로는 ‘요망한 첩’인데
임성민의 연기변신 보다는 새로운 요망한 첩을 보여줬다는 것이
가능성인지 한계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둘의 몸싸움에서 터미네이터 같은 공격력을 보여준 건 대단한 폭소 한 방^^

링컨|Lincoln|2012

 멋.있.다...
 미쳤다고 알려졌다는 영부인의 제정신 정치력
어디서 어떻게 나와도 앨런 쇼어를 보는 듯한^^

쉰들러리스트 이후로 역사적 인물을 다룬 스필버그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영웅을 만드는 그의 솜씨가 좀 불편하다.
하지만 인간평등이라는 가치에 대한 꾸준한 관심에선 뚝심이 느껴진다.

EBS의 지식채널e의 링컨 편이 생각나서 다시 봤다.
남북전쟁을 보는 다른 관점과 링컨의 또 다른 발언들.
스필버그는 그런 논쟁에도 충분히 답이 되도록
노예제도 자체 보다는 연방의 통합이 우선이라는 링컨의 입장이
노예제도 폐지라는 최상위 가치를 위한 전술이었음직하게 보여준다.
흑인들의 참정권이 100년도 더 걸린 것이
마치 링컨이 암살당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듯한 마무리,
영화속에서 남북전쟁의 원인은 노예제도만 등장할 뿐 산업적 충돌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전통적인 링컨사랑의 방식^^

생각해보면 그는 미국역사 최대의 비극 남북전쟁을 시작하게 만든 대통령이기도 하고
전쟁 중에 40만명이라니 재임기간에 참 많은 국민들이 죽은 것도 사실인데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큰 가치는 역사라는 맥락에서 사람을 압도한다.
해석을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에서
온전하지 않더라도 링컨이 살아온 인생을 믿어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지식채널e의 마지막 한 마디
'진실의 적은 거짓이 아니라 신화다'의 얼얼한 기억은 사라지지 않겠지만.
미국 대통령은 참으로 다채롭구나; 링컨에 저 말을 한 케네디에 오바마에 트럼프까지...

스필버그는 확실히 영웅을 영웅으로 보이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게다가 내게는 80년대 헐리웃 전통으로까지 느껴지는 책 잡히지 않으려는, 보이는 노력
-이 영화 속 여자들은 참정권을 꿈도 꾸지 않는 무려 19세기 인물들 임에도 목소리가 있지만
주요 인물 중에는 하나도 없다는 게 '그 정도'-도
앙증맞았다.  
어쨌거나, 스필버그, 살아있네^^

초반 재래식 전투장면은
앉은 자리에서 드론을 날리고 미사일을 쏘는 사이
자기 손으로 누굴 죽이는 지도 모르는 현대전이 감춘 처참함을
발가벗겨놓고 갔다.
어쩌면 무기라는 건 발전시키지 말았어야 했다.
사람을 직접 죽이는 손의 주인은
자기가 죽이는 사람이 누군지 꼭 봐야할 것 같으니까.

놀랍게도 노예해방을 주도한 게 공화당이었다니
미국 공화당은 자랑스러운 자산이 있었다.
그럼 대체 미국 민주당은 뭐...?
갈라진 여러정치 세력들 속에서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링컨은
개인의 대한 평가보다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위에 두는 정치인을 보여준다.
위기에 사람들이 바라는 바로 그 모습.
요즘 대통령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많은 것이 달라지고 있다는 말이
대통령 한 명의 권한 앞에 무력한 시스템이라는 증거 같아서
그저 흐뭇하게 볼 수 만은 없던 차에
'영화속 악'에 맞서 선의로,정의로운 결과를 위해 절차와 시스템을 내려놓은 링컨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어렵다, 이거.   
 
우리와는 달리 자력으로 전쟁을 매듭지은 미국.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던 남북전쟁을 두고도 자유로운 토론이 벌어지는 미국 하원을 보면서
사상의 분열이 컸던 우리야말로 저런 토론으로도 전쟁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
가장 존경받는 미국대통령을 연기하는 영국배우.
근데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아니었다면 난 이 영화를 보지도 않았을 거^^
참 여전한 이 남자-얼굴까지 배역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은.
날 잡아서 다니엘 데이 루이스 영화들 다시 보고 싶어졌다.

셀리 필드
기억하기로는 이해심 많은 엄마이미지였는데
평범한 얼굴로 격변의 시기 거인 대통령의 강단있는 영부인을 연기하는 모습이 신선했다.

그리고 제임스 스페이더
-너무 반갑잖아^^

도움되는 배경지식  [오동진의 이 영화는] '링컨'을 향한 몇 가지 불편한 진실

베토벤과 백건우, 끝나지 않은 여정|2017

아무리 독주회 포스터지만 너무하네...ㅋㅋㅋ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


2017년 9월 3일 오후 2시: 소나타 6번, 7번, 16번, 17번(템페스트)
 
신선한 발견 6번 소나타-깜찍발랄하다^^
통통튀는 봄날 햇살같은 느낌.
7번과 16번은 아마 다시 들어도 모를 베토벤스러운 분위기로 끝.
마지막의 템페스트는 진짜 폭풍전야로 시작해서 폭풍처럼 끝났다.
심장이 들렸다 놓였다 하는 기분.

낮공연이라 그런지 빈자리가 꽤 많았다.
사실 나도 저녁 공연 50% 할인옵션에 혹해서 예매를 한 터라...
3층 박스석은 좀 멀긴해도 손보며 음악듣기에는 괜찮은 가성비다.
악보 넘겨주는 걸 보니 반복되는 부분이 공간처럼 느껴졌는데
정확히는 기억 안 나지만 규칙이 있다던 '소나타형식'을 눈으로 보는 듯 했다.
2악장은 좀 다른 분위기로 곡을 만든다고 했었는데
그 이질적인 악장들은 아무데나 바꿔넣어도 다 한 곡이 되는 거 아닐까 ㅎㅎ
듣다 말았던 내용을 마저 들으면 답이 나올까.




2017년 9월 3일 오후 6시: 소나타 10번, 2번, 22번, 23번(열정)

베토벤 에튀드 같던 첫 곡
경쾌한 가운데 명랑하지는 않았던 두번째 곡
전에 들어본 적 있는데 좀 다른 느낌이던 세번째 곡 사이 쫌 졸리기 시작--;;
두 공연 연속 듣기만 하는 나도 피곤한데 연주하는 백건우 정말 대단하다.
마지막 곡 열정은 좀 야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딘가 어수선한 것도 같았지만 
마지막 에너지에는 쪼로록 빨려 들어갔다. 

질주와 횐호는 언제나 정비례-엄청난 환호로 공연은 마무리 되었다.
피곤하실텐데 혹시 앵콜 할까봐 내가 다 조마조마^^
손가락관광하기에 2층 박스석 최고!

기획사에서 걸어 놓은 백건우 연주영상.
힐링되는 기분이다.....


행복한 사전|The Great Passage|2013


사전이야말로 모든 감성은 거세된 아주 객관들의 절정일 거라고 생각한 책이었는데
이젠 사전을 보다가 혹시 이 예문도 누군가의 경험일까, 궁금해질 것 같다.
마지메의 '사랑'에 대한 정의는 좀 귀엽긴 했지만
너무나도 유효기간이 짧아서 '정의'로는 적당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보통 저렇게 오래 걸리는 사전 작업.
그렇게 오랜 기간 준비하고 만드는 놀라운 사전의 세계.
정말 재미있기도 할듯....

변함없는 오다기리 죠의 거침없는 포기룩-이제 좀 식상하다.
-나중엔 모르겠지만 애초에는 왜 사전부에 있었던 건지 이해가 안되는 직원.
아무리봐도 홍보나 영업이 훨씬 딱이고 본인도 사전자체에는 영 흥미가 없더만.

볼 때마다 괜찮지만 아직 이름을 못 외운 미야자키 아오이
그리고 반가운 치즈루~
어딘가 묘한 매력을 풍기던 사전부 신입사원-쿠로키 하루.

이럴 게 뻔하니까 안보고 싶고
그러다 보게 되면 결국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조리법을 엄격하게 지키며 제조된 '일본영화' 또 한 편.

2017 FIBA 남자농구 아시아컵


허재가 국가대표 감독이고 허웅과 허훈이 다 선발되었다는 소식에 한 번 봐야지 하면서도
허재은퇴와 동시에 농구팬 은퇴를 한 마당이라 내내 까먹고 있다가
광복절 한일전 승리 소식이 찔끔 뉴스에 등장해서 뒤늦게 찾아봤다.
경기 직후에는 별로 없더니 어느새 전체경기가 다 올라와 있다. 
처음이다, 허재가 뛰지 않는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건.


필리핀전
이렇게 화통하게 이기면서도 재미있는 경기는 정말 오랜만이다.
운도 따라주었던 지 모든 선수들 슛 성공률도 대단.
마치 모든 주전이 키 큰 허재가 된 듯^^ 포지션과 상관없이 막 잘한다.
허재의 전매특허였던 
가로채서 속공에 레이업, 노룩 어시스트가 장신선수들로 더 화려하게 마무리되는 즐거움.  
작전타임에 필리핀 선수들의 도발에 말려들지 말라고 선수들을 진정시키는 허재를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물론 바람직하진 않지만 한때 대걸레도 등장하던 경기중계를 본 적이 있어서 ㅋㅋㅋ
안 해본 게 없어서 해줄 얘기도 많으실 듯^^
해외중계 하이라이트에서는 최준용 이름이 제일 많이 나와서 슈터인가 했는데 무려 2미터 가드...!
전체 경기에서는 김선형의 기술 멋있었고, 이제 어지간해서는 밀리지 않을 것 같은 장신선수들 듬직하다, 
절반 이상이 2미터 언저리...
나중에 또 보고 싶어질만한 경기.


4쿼터가 폭발했다고 해서 나중에 본 일본전, 
최근 기량은 그렇지 않다 해도 일본에 진 적은 별로 없다보니 승리도 별로 극적이지 않아서 선수들에게 미안^^
일본 전은 전력과 상관없이 항상 이기는 게 당연하고 지면 욕먹는 
선수들로서는 부담크고 보람은 별로 없는 경기일 듯.
일본한테는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된다(는 부담을 느낀다)는 선수의 인터뷰도 백미^^
역전슛이 허웅이어서 반가웠다. 
스무살에 펄펄 날던 허재와는 분명 다르지만
놓친 득점 직후에 바로 가로채기로 만회하던 걸 보면 피는 못속인다 싶었다.
모르는 거 안해본 거 없는 아부지 덕에
-아부지는 무려 중국 기자들에게도 사이다 쌍욕을 날렸던 적 있는 유일한 감독^^
아부지도 모르는 자기자신을 발견하는 순간이 놀라운 선수가 되는 순간일듯.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죠-라니; 선수들에게 존댓말하는 허재를 처음(아마도 유일) 봤다^^



왜 졌는지 궁금해서 본 이란전.
좀 아깝기도 하고 필리핀전처럼 대단한 운이 따라주지는 않았다. 
작전타임 때 감독들이 하는 말은 정신차려, 잘 봐-뭐 이런 아무리 들어도 대단한 작전 같지 않은 내용이 많은데 
그걸 맥락에 넣고 풀어주는 조현일 해설위원에 감동했다. 
편집에서 해설이 몇 번 끊어지는데 해설 끊기는 게 아쉽기도 처음.
어느 팀과 경기를 해도 그 팀의 주전들을 다 꿰고 있는 대단한 해설이다. 
이름이 귀에 익어 찾아봤더니 허재와 동갑의 프로선수출신.
앞으로 주요 경기는 다 조현일 해설이었으면~



보다보니 안볼 수 없어 본 뉴질랜드전까지 다 재미있게 잘 봤다.
중계자막도 깨알 재미가 있었는데 
슛 성공률 때문에 양궁이 아니라는 센스 있는 자막을
우리나라가 강세라서 양궁 같다고 해석하는 눈치 없는 캐스터 때문에 더 웃겼던.

자객 섭은낭|The Assassin|2015


무려 자객이 등장하는데도 고요한 화면의 이어짐.
흘러가는 이야기를 따라가자면
섭은낭은
본인의 의지라고는 없는듯
왕가의 힘겨루기에 휩쓸려
정혼을 했다가
정혼자의 곁을 지키다가
또 다시 왕가의 운명에 쓸려
고향과 가족과 모두를 떠나
자객으로 명령을 따르는 삶을 살다가
고향에 돌아와 잊지못한 정혼자에게 미련을 보이는
뭐 그녀의 어머니와 별 다를 것 없을 삶을 사는
특이한 직업세계의 주인공인가 했지만
그 무조건 복종의 세계에서도 자신의 선택을 할 능력이 있는
비범한 자객이었다.
그의 스승은 마음을 다스리라며 마치 그것이 섭은낭의 약점인 듯 얘기하지만
어찌보면 섭은낭은 그 점에서 스승을 올라선 청출어람인 셈.
섭은낭은 자객 세계 최초로
공허하지 않은 눈을 가진 전문가가 되었을지 모른다.

남의 동네를 멋대로 찾아와서 이집 저집 들쑤시고 돌아다닌 공주들 밥맛.
약속을 쉽게 저버린 정혼자들 집안도 밥맛.
그런데도 섭은낭은 그 속에서 멋있게 잘 살고 있었네....
  
처음에 등장하는 자객씬-짧고 우아했다.
섭은낭의 분위기와 너무 잘어울리는 처음보는 서기-단호함과 우아함의 만남이랄까.
오랜만의 장첸-여전히 멋있다.
보면서 설마 아니겠지 했던 츠마부키 사토시가 진품^^이어서 놀랐다.
도대체 무슨 역할인지도 모르겠는 역할로 출연한 용감한 도전자.

참 오랜만에 보는 느린 영화.
초반엔 공주 둘의 이름이 헷갈려서 헤매기도 하고
좀 지루하기도 했지만
끝날때쯤 언젠가 다시 보게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생각보다 최근의 영화라는 것도 의외.
묘한 매력일세....


하루|A day|2017


처음 보는 초단기 타임슬립-하루의 몇 시간만 반복되는데
그 시간은
딸이 죽고, 연인이 죽고, 또 누군가에게는 최초 살인의 시간이다.
처음 30분 정도는 아주 조금씩 달라지는 하루가 계속 반복되는데
신기하게도 재미있었다.
똑같은 일들이어도 이미 반복되었던 것을 기억하는 주인공의 반응은 매번 다를 수 밖에 없는데
김명민의 변주는 흥미만점.
가장 놀라운 순간은 김명민과 변요한의 만남.
비밀이 풀리는 그 순간보다도 더 깜짝^^
미생 이후 오랜만인데 묵직함과 거침이 묻어나는변요한도 볼만하다.

소중한 사람을 구하는 사투로 끝났다면 좀 식상했을텐데
자신을 잊지 않고 뒤늦게나마 책임을 지려는 상식적인 주인공이라서 맘에 들었다.
이미 다 구한 상황에서 굳이 액션영화 찍던 민철의 나댐은 좀 이해가 안갔지만
좁은 공간에서의 액션 자체는 독특하다.
다 죽어가는 사람 가슴에 꽂으면 다시 살아나는 그 응급의약품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유재명과 신혜선.
비밀의 숲 패밀리 납셨네요^^

영화의 마지막에 오랫만에 한 귀에 반한 음악이 등장했는데
작곡가가 모그. 가수가 프롬이라는 아주 생소한 이름들 말고는
제목도 알 수가 없다.
이런 음악을 OST도 안내다니 뭐야...

알차게 즐기고 있는 옥수수의 토요무료영화-진짜 토요일만 무료라서 부지런히 보고 있다^^

도희야|A Girl at My Door|2014


이창동의 오아시스를 봤을 때의 불쾌감이 살아 돌아왔다.
뭔가 다른 시선
내게 너무나도 필요할 지 모를 다른 방향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상처가 크다고
상대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침묵으로 누명을 방치해도 되나.
약자들의 이기도 범죄다.

김새론.
상당히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는 배우이긴 하지만
배우들은 배역에 훨씬 오랜 깊이 빠져있을 텐데
데뷔작부터 이렇게 황폐한 배역을 계속 맡는 게 어딘가 상처로 남지 않을 지 좀 걱정스런 마음이 들었다.

배두나.
배두나가 아니었다면 영화자체가 이상해졌을 것 같은 느낌.
어떨 땐 속이 빈 사람처럼 보였다.

송새벽.
장면을 압도하는 송새벽의 매력은 어떨 땐 단점이 되기도 할 것 같다-데려왔으니 델다주라는데 빵터짐^^
실력에 비해 오랫동안 변방을 도는 것 같아 좀 안타깝지만 언제까지 그러기도 쉽지 않을 재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