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열|Anarchist from Colony|2017

슬픈 시절의 신나는 포스터-멋지다
처음 보는 최희서..대박
영화에선 항상 팔팔한 이제훈


별로 보고싶어하지도 않던 영화였는데 웬걸....시간가는 줄 모르고 봤다.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하나의 거대한 적을 무찌르는 것이 집단의 정의이고 꿈이 될때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행복이란 어떤 것일까 궁금했었다.
세상 어디서도 불가능하기에 더더욱 언제나 폼나는 아나키즘^^

박열에게 아나키즘은 조국을 위해 싸우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였지만
가네코 후미코는 국적을 넘어선 인간해방을 위해 싸웠다는 점에서
마치 그런 시절을 위해 태어나기라도 한듯
시대의 정의와 개인의 성취를 완벽하게 통합한다.

묘하게 겹치는 통진당 해산 판결-식민지시절 일본 만도 못한 법정이었던 걸까.
소용이 없더라도 개인적인 사죄를 하는 일본'민중'들의 제 정신도 멋있었다.

박열과 후미코의 그 멋진 기개가 다 사실이었다니
영화 시작 전 '실화'를 강조하던 자부심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귓가를 맴도는 최승희의 이태리정원.
낭만적인 수사따위는 넣지 말라던 후미코의 비위에는 안맞았을텐데
시카고 타자기의 날라리 바람도 그렇더니
가사도 제대로 안들리는구만
이상하게 계속 귀에서 맴도는 마력이 있다.

창극|트로이의 여인들|국립창극단


전쟁이 끝나고 살아남은 여인들의 운명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창.
처음보는 창극이지만 낯설지 않았다.
고혼이라는 역할이 극을 여닫고
극은 트로이 영화나 책에서 한번도 기억에 남은 적 없는 헥토르의 어머니 헤큐바로 시작한다.
패전의 운명을 한탄하는 귀족여인들에게
노예여인들이
이 지옥이나 저 지옥이나 마찬가지라며
괜히 전쟁이 길어져 처참함도 깊고 길었다고 원망하는 합창이 힘차다.
각자의 운명을 노래하는 헤큐바, 카산드라, 안드로마케, 헬레네는 단독무대가 있는데
압권은 안드로마케.
헤큐바의 살아남으라는 당부를
노욕으로 꾸짖는 기개가 돋보였다.
멋있어~!

여러번 등장하는 노예들의 합창은 힘차기도 하고 울림이 있었는데
비참한 운명을 노래하는 가사 중 죽음에 대한 대목에서
참 슬픈 얘기를 해학적으로 풀었던 가사때문에
난 좀 웃었다^^
창은 어렸을 때 TV보는 어른들 너머로 들었던 게 전부인데 
맞아, 이런 매력이 있었지-를 생각나게 해줬다.

창극이 국극이랑 같은 건 줄 알고 모든 역할을 여자배우들이 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아니었다.
게다가 전쟁의 원흉 헬레네는 무려 남자배우.
워낙 소문난 미녀라 아예 비교가 안되게 하려고
아니면 당시 그리스 남색을 고려해서---이건 좀 오바.
등등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나중에 헬레네가 비난 받는 장면이 지나고 나서는
아무리 대사라도 저런 말을 듣는다면 거의 공개 성희롱이나 다름 없어서
나름의 배려인 게 제일 좋겠다...
하지만 헬레네의 노래만 가요풍이라 좀 튄다.

전령이나 메넬라오스, 고혼도 여자배우였으면 더 좋았겠다 싶긴 했는데
내일 공연정보에는 무려 안숙선 명창이 고혼 특별출연!
이것은 오이디푸스에서 박정자 마마를 뵙는 것과 같은 일이 아닌가...
오늘의 고혼은 유태평양이라는 익숙한 이름의 청년-그럴리가 없는데 얼굴도 낯이 익다.
커튼콜 때도 교태를 잊지 않던 헬레네 대박^^

볼 때마다 멋진 국립극장 건물들.
달오름 극장은 어느 자리나 잘 보이니 계속 R석은 미련두지 않아도 될듯.

무용|묵향|국립무용단


묵향-매-난-국-죽-종무 라는 소제목으로 춤마당이 이어지는데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우선은 멋진 제목때문에 한 번은 보고 싶었던 무용.
묵향이니까 어쩐지 춤그림자도 멋있을 것 같았다.
손끝 발끝까지 잘 봐야할 것 같은 춤인데 좀 작은 공연장이었으면 좋았겠다.
마지막 순서였던 종무가 되서야
나부끼는 몸짓의 매력에 반했지만 
그 멋드러짐에도 불구하고
그 전까지는
텔레토비 엉덩이를 빌려입은 것 같던 한복치마만 계속 거슬려하고 있었다. 
기대했던 그림자는 그 덕분에 모두 데굴데굴.
오히려 뻣뻣해보이는 남자무용수들의 그림자가 더 멋있었다.
내가 본 건 모두 일방적인 국립극장 소식지의 일방적인 홍보용 정보이긴 해도
해마다 반복되는 공연이라면 믿을만 하겠지 기대했는데
솔직히 내게 묵향은 니맛도 내맛도 아닌 맛보기였다.
화음을 넣는 창, 첼로와의 합주는 처음이지만 딱히 좋은지도 모르겠고
서양 드레스를 치켜입은 것 같은 한복은
별로 극적인 부분이 없는 춤에 조형미를 더하겠다는 야심이 보이지만
난 진짜 별로....
춤의 구성도 기획안 제출용으로는 완벽해보이나
실제 춤이 주제에 충실한 구성이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보면서 
복원된 한국춤들을 제대로 보고싶어졌다. 
향연은 이 아쉬움을 달래줄까?

도포의 소매는 실제로는 얼마나 넓었고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주머니 용도로 괜찮았을 것 같긴 한데
확실히 춤추기에도 멋있었을 것 같다.
의외로 선비들이 춤추기를 좋아하지 않았을까?....라는 궁금증.

발레|안나 카레니나|국립발레단



                                                                                                                        
11041400

국립발레단의 본적없는 프로그램이라서 아무 정보도 망설임도 없이 바로 예약했다. 
뭐랄까...컨텐츠 부자 러시아의 진한 향기.
톨스토이의 소설, 라흐마니노프의 음악. 
적당히 버무려도 이 정도-
느낌이랄까....
피아노에 노래까지 다양한 즐거움이 있었지만
워낙 유명한 작품들에 기대다보니
솔직히 무용보다는 음악에 더 집중하게 됐다. 
생음악 발레가 아니라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같은.
듣는 동안 계속 피아노가 궁금했는데 
전에 들어본 적 있는 행복한 얼굴의 연주자 조재혁이 커튼콜을 했다. 
최태지 단장 시절-워낙 오래 단장이긴 했지만-국립발레단은 
놀라움으로 시작해서
매번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음이 기대가 됐었는데
화려하게 시작한 강수진 단장은 여러 가지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정작 공연은 좀 산만해지는 느낌이다. 
오늘은 무용수보다 더 화려하게 춤추던 치마폭들이 압도. 






청춘무성|이태준


하늘빛에 물드는 그의 눈은 한층 더 윤택해지더니 만년필촉을 바투는 것이다. 그리고 옆의 아이에게 살며시 보인다. 

사전을 찾아도 뜻을 이해할 수 없는 표현-설마 오타는 아니길...

실상 나는 또 하나 다른 태양으로 살았다. <정지용>

시는 정지용, 소설은 이태준이라더니 이태준의 소설 속 정지용이다.

동경서 신학을 전공하고 돌아온 지 얼마 안 되는 젊은 목사, 교회는 아직 자신이  없노라고 맡지 않고 이 학교 성경 시간만을 보나 무교회주의자인 내촌감삼(內村監三)의 감화를 많이 받아 속으로는 사교 전도, 사업 전도에 대한 회의가 크다. 그래서 역시 사업 전도의 한 기관인 이 학교에 들어서면 가끔 우울해 지는 때가 있고 성경 해석도 대담히 과학적 견해에 치우치다가 가끔 자기 이론의 모순에 부딪쳐 결론을 수습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런 낭패를 학생들에게 어름어름 감추려 하지 않고 어디까지 연구하는 태도로 겸손하다.

등장 인물 중 유일하게 한자이름을 알 수 있는 원치원(元致原)을 소개하는 대목이다. 들끓는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평화로운 성정일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남 우는 데 뭐하러 가까이 오세요?"
하더니 휙 일어나 치마도 털지 않고 한번 돌아다보지도 않고 내려가버리는 것이다.

최득주와 원치원의 첫대면. 수세에 몰린 득주의 말에는 가시가 돋아 있었지만 이 순간이 또 마음이 움직이는 첫 순간이었을지도.

"교육은 물과 같은 거요. 종교두 물과 같은 거요. 씻어버릴 것이 있는 사람을 위해서 물은 더 가치가 있는 거요."

청년 선생 원치원의 철학이 보이는 위로였다. 

정말 여러 학생들이 몰라보게 화려해졌다. 그새 교복을 조선옷들로 갈아입었다.
여섯 시간 수업에 구겨졌던 그들의 얼굴은 세수 한 번에 새로 다린 그들의 옷들과 함께 살이 퍼졌다(펴졌다?).

갑자기 몇 해가 지나간 듯 색시태가 돋는다.

그냥 지나가는 대목에서도 그림이 그려질 것 같은 표현들이다.

"부득이하여 허씨를 장가드니 그 용모를 의논할진대 두 볼은 한 자이 넘고 눈은 통방울 같고 코는 질병같고, 입은 미어기(메기)같고 고 머리털은 도야지 털 같고 키는 장승만하고 뭐 게다가..곰배팔이요 수중다리에...."

장화홍련전의 허씨의 용모 대목으로 원작을 그대로 쓴 건지 이태준 변형인지는 모르겠으나 흥미진진한 묘사와 맞춤법이다.

곤경에 처한 최득주는 도움받는 입장에서 원치원과의 일대일 관계를 시작했지만
자유롭고 아름다운 고은심은 원치원에게 미에 대한 논쟁거리를 던지는 것으로
제자-선생이라는 위아래구분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관계를 시작한다.
외적인 미의 다름은 심덕(심성)과 달리 갈고 닦아 고칠 수 없으니 신의 불공평한 처사라는 미인 고은심의 도발에
길어야 행복을 보장하지도 않고 10년도 가지 못하는 미는 인생관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원선생의 방어였는데
아마도 고은심이라는 '이쁨'용 이름을 붙여놓은 인물에게 '머리'도 있다는 걸 기계적으로나마 강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고은심의 논쟁방식은 상대의 당연한 호감을 기대하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라
그 논쟁을 보고 난뒤에도 고은심이 별로 똑똑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는 것이 함정^^ 

알치파쇼프 라는 작가의 노동자 세리오프
라는 생소한 이름이 나오는데 검색에 실패했다....

"돈은 힘이 아니라고 뻗대는 건, 우선 그때가 아침이면 조반은 먹은 사람의 말이구요, 그때가 저녁이면 우선 저녁밥 먹을 걱정은 없는 사람의 철학이야요. 점심때가 되돌고 조반은 못 먹은 사람, 밤이 되도록 점심도 못 먹은 사람, 그런 사람에겐요, 네에?" 하고 득주는 갑자기 말끝을 높인다.

"돈은 힘이란, 아니, 인생의 힘은 인생의 행복은 오직 돈이라고, 입술에서 나불거리는 게 아니라요, 아주 창자 밑바닥에서 부르짖어 나오는 거야요."

"허청대고 학교로만 나오램 어떻게 나가요? 별장 허청대고 일어만 서래는 거 아니야요? 병자끼린 고치진 못해요. 서로 동정은 할 수 있어두."

최득주의 명쾌한 일갈이 차가와 보이지만 사실 최득주도 원치원의 옳음을 믿기에 이렇게까지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은심은 싸릇드리고 돌아선다.
궁금한 표현2

여러 남자에게 웃음을 팔려고 칠을 한 인생 가면의 안료이거니 생각하면 독을 입술에 물었던 것처럼 소름이 끼치나 그러나 연지는 역시 색채뿐 아니라 향기도 나는 것이었다. 원선생은 쌉쌀한 혀끝에서 엷은 향기를 다시금 음미하며 생각한다.
'지금 내가 속일 수 없이 느끼는 이 향기는 오직 연지라는 그 화장품뿐의 향기일까?"
원선생은 수그린 머리를 흔들었다. 한 이성에게 최초로 바쳐본 접문, 이성의 향기요 인생의 향기임을 원선생은 감히 부정하지 못한다.

과거 30년뿐 아니라 앞으로 100년을 더 산다 하더라도 '가장 반가운 사람'으로는 최초로, 최후인 것이다.

최득주와 고은심을 대하는 원치원의 연애실전-화장을 인생가면의 안료라 부르는 원선생의 쎈스.

둘째번으로 만나는 우체통에서는 발은 오뚝 머물렀다.

'세상의 모든 것, 창공, 성신(星辰), 지구, 왕국 무엇이든 마음의 극히 적은 한 부분만도 못한 것이다. 마음은 이들 일체의 물체와 자기를 알기 때문이다. 물체는 아무것도 인식하는 힘이 없다. 앞에는 그의 극히 적은 한 부분만도 못한 것이라 하였다!

득주는 그만 눈물로 전신을 씻으려는 것처럼 눈을 닦지 않으며 울었다.

'사랑도 생활이다! 꿈은 아니다'

사는 동안은 창백한 사의 예찬자기보다는 건실한 생의 예찬자가 되어야 할 거다!

"불개청음이 뭔데요?"
"불개는 고치는 않는다는 거구요, 청음은 맑은 그늘...주인이 여러해만에 집에 돌아오니 변해진 게 많은데 참대만은 푸른 채 예전 그 모양대로 기다려줬다는 글귀지요."

"나미장 사정은 동정해두 나미장 생각엔 동정할 수 없는 거야."

"그럼 다마장은 혼인 안 헐 테야?"
"맘에 드는 사람 없음, 안해. 맘에 드는 사람이 없어 안허는 건, 맘에 드는 사람허구 결혼하는 것보다 난 생활이우. 우리두 직업 있잖우. 이걸 우리가 직업으로 안댐 천헐 게 뭐유? 난 남자들이 관청이나 은행 회사에 다니는 것두 들여다봄 다 윗사람 밑에 굽신거리구 월급에 매 지내지 별사람 없는 것 같습디다. 그저 잘 집이나 쓰기 위해, 먹을 쌀이나 얻기 위해 맘에 없는 늙은이 첩 노릇을 하며 틈틈이 딴서방이나 보며 그런 기생충 노릇보단 우리 팔다리루 노력해 벌어먹는 게 얼마나 맘 편허구 떳떳한 생활이우?"

득주는 오마쓰가 인생이라거나, 생활이라거나, 행복이란 것을 논의할 상대는 커녕 우선 구함을 바라는 인생문맹인 것이 서글프다.

득주는 윤천달의 그 노동자와 같은 검은 얼굴과 투박한 손을 생각하며 공상을 계속한다.
'현대의 법률은 재산의 소유권을 보장만 해줄 뿐, 그 재산을 좋게 운용하거나 나쁘게 낭비하거나엔 도무지 불간섭이다. 돈이란 애초에 왜 생긴거냐? 사회 생활을 위해, 즉 여러 사람의 편리를 위해 생긴 것 아니냐? 만일 한 사람만이 존재한다면 돈이란 뭣하는 거냐? 사회 생활, 국가 생활을 위해 만들어진 게 돈이라면 한 개인이 어떤 기회를 만났다 해서 잔뜩 몰아가지고 자기 향락만을 위해 낭비하는 건 사회에 대한, 국가에 대한 예가 아니오, 또 돈의 근본 정신에도 위반일 게다! 법률이 재산의 소유권만 보호할 뿐 용오에 간섭지 않는 건 으레 악용보다 선용을 할 것을 모든 소유자에게 인격적으로 믿는 때문이라고밖엔 생각할 수가 없다! 그럼? 윤천달인 우선 자기의 100만원을, 아니 50만 원씩 두 군데 예금한 것 이외에도 얼마나 더 있는지 알 수 없는 그 많은 돈, 그 많은 힘을 그걸 자기가 피땀을 흘려 모은 보람 있게 사회나 국가나 인류를 위해 써낼 만한 지혜나 인격이 윤천달 자신에게 있는 건가?'

"쓸 델 생걱함 돈이 뫼나?"
윤천달씨의 말씀

"꽃! 넌 내 수치스런 하룻밤을 외면도 않구 말뚱히 뜬 눈으로 다 봤겠구나! 흥!"
득주는 꽃의 목을 조르고 싶다.

"그러니까 우리 변호라는 것도 공연히 있는 죄를 덮어주자는데 정신이 있는 게 아니오. 경찰이나 검사국서는 너무 범죄만을 추궁하니까 피고들이 악한 방면만 확대해 보게 되니까 늘 피고인들에게 과중한 치형이 되기 쉬운 것이오. 그런 위험을 떠나 정말 법이란 누가 강제로 시행시킬 것이 아니라 피고 자신들이 일종 공중도덕을 준수하는 자각에서 가장 적당한 만치 벌을 요구하도록 죄인과 사법자의 중간에서 법의 위치와 함께 알선하는 것이 우리 변호사요. 그러니까 무슨 죄를 숨기기 위해서라든가 또는 번연히 드러난 죄에 억지로 법을 피하려는 그런 음모를 나허구 허자는 게 아니오."

'..이쪽도 저쪽을 사랑하고 저쪽도 이쪽을 사랑하고..그런 건 차라리 '우연' 같아요. '우연'이 이뤄지지 않는다구 어떻게 남을 원망해요. '우연'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어떻게 인생을 비관해요...'

"톨스토이 같은 과대 겸손주의자두 사랑두 근로해야 되는 거라 안 그랬수? 욕망을 품고 왜 회의(懷疑)들만 허느냐 말야..."
"정말 전심으로 좀 생각해봐요."

이쯤 되면 사이다언니 최득주, 그리고 진심보다 더 열심이어어야 할 것 같은 '전심'.

신변에 있는 가람들이 "어쩌자고, 돈을 달라는대로 척척 주느냐?"물었다. 치원은 거기 대한 자신의 대답을 예전, 손의암의 일화로써 대신하였다. 보성중학교에서 1년에 한 번씩 예산안을 가지고 의암에게 돈을 타러 왔었다. 의암은 번번히 예산 항목을 살피는 일 없이, 합계만 보고는 회계더러 돈을 내주라 하였다. 그 회계가 역시 의암에게 "어쩌자고 돈을 그렇게 달라는 대로 척척 주시느냐?"하였다. 의암은 "학교 경영엔 그 사람들이 나보다 나어" 한마디뿐이었다는 것이다.
'의심할 사람이면 처음부터 돈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 옳다!'

직업을 바라보는 남다른 시각,
이상적이지만 믿어보고 싶은 세상의 철학.
이런 것들이 자유연애에 삼각관계라는 약 좀 친(^^) 것 같은 염정소설과 만나고 있다니 신기했다.
당시 제한된 독자들이 오히려 작가에게 자유를 주었던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