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렌스|Florence Foster Jenkins|2016


플로렌스: 내 생각엔 완벽한 거 같은데요?
죄송하지만, 밤의 아리아는 두고 두고 우울할 때 큰 재미로 삼겠습니다 ㅋㅋㅋㅋ

영화속 이야기는 
아버지의 강권과 순간의 굴복이 플로렌스 평생의 꿈을 앗아가버린 비운이 줄거리인데
그 속의 미스테리 하나는 
그렇게나 재능있는 피아니스트 였다면 귀는 있었을 텐데 정말 몰랐을까...?였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매독치료제 때문에 청각이 손상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휴...

노래 못하는 가수는 죄악인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플로렌스가 즐거울 때 같이 즐겁고
그녀가 슬플 때 같이 슬퍼진다
전시에 유한부인의 폼나는 돈쓰기라고 한심하게 볼 수도 있지만
누군가의 변치않는 깊은 사랑이야기로도 보인다.
원래 사랑이 그런 거 아닌가, 나를 안 좋아해줘도 끌림을 멈출 수 없는.
못해도 깊이 사랑할 수 있다.

그녀를 가르치던 지휘자도 어찌보면 사기꾼이라기보다 초긍정의 교사다.
사실 그가 좀 더 정직했다면 카네기홀에 서는 것은 막을 의무가 있었지만^^
강습자로서는 강습생의 최대 능력을 이끌어내는 최선을 다한듯.
돈을 더 많이 냈기 때문이 아니라 모두에게 저런 강습을 할 수 있다면
저분은 노벨 교육자상 감이 아닌가ㅋㅋㅋ

카네홀 구경도 꿈이 될 판에
그 무대에 서는 것이라니
꿈이 안되기 어렵다.
덕분에 플로렌스는
당대의 내노라하는 훌륭한 소프라노들을 젖히고
그 시절의 가장 유명한 소프라노가 되었다고 한다^^

# 입장권만 가져갈 순 없습니다.
# 친구이자 당신을 믿어주는 사람 편에 설 것인가, 야망을 따를 것인가?

그녀의 남편 베어필드는 최상급 바람둥이의 클라스를 자랑한다. 
사랑을 용기로 읽어주는 게 플로렌스는 어땠을 지 모르지만
같은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며
스스로의 진심을 믿느냐 종목에서
어쨌든 그는 초저능력 가수 플로렌스를
용감함의 아이콘이라 진심으로 칭송할 줄 알았다.

플로렌스는 카네기홀 공연 후 몇 달 뒤 세상을 떠났고
베어필드는 플로렌스가 죽은 이듬해 캐틀린과 결혼했다는데
최소한 살아있을 동안은 플로렌스에게 든든한 남편으로 남아있어줬을 것 같다.

당시 백만장자였던 플로렌스가 베어필드에게 1만불 정도의 유산만 남겼다는 얘기와  
플로렌스가 살아 생전 비평가들의 악평을 스스로 막았다는 뒷얘기는
영화의 감동(^^)을 좀 반감시키지만
연기도사 메릴 마님의 매력이 폭발하는 유쾌한 실화영화였다.
궁금해서 인터뷰를 좀 봤더니
노래 못하는 연기는 의외로 엄청 쉽다고^^
플로렌스 노래의 매력(^^)에 대해서는
될듯 말듯 결국은 안되는 안타까움^^이라고 깔끔히 정리해주신다.
진짜, 밤의 아리아는 대박 ㅋㅋㅋ

Florence Foster Jenkins 의 오리지널 버전

영화속 메릴 스트립 버전 
가수도 가수지만, 휴 그랜트의 저 뿌듯함은 진심이다 ㅋㅋㅋㅋ


대체 저 실화를 어쩌면 이렇게 요리조리 잘 지지고 볶았을까 했더니
너무나도 오랜만의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
롭 라이너의 플립만큼이나 반갑고 즐겁다.

PS. 동네 신문가게 주인의 프로정신:  사서 버린 걸 다시 주워팔지는 않는 자존심이 빛났다^^

족구왕|The King of Jokgu|2013


 이렇게나 치열한 족구
이렇게나 빛나는 족구

동네 마실 운동 같기만한 족구도 누군가의 가슴팍에서는 불쏘시개가 되어 활활 불을 지필 수 있다,
당연히!
축구 못하면 족구하는 건 줄 알았는데
엄연히 작전과 기술이 있는 운동이다,
것도 당연히^^

요즘 인생 뭐 있어-에 심취한 탓인지
족구 좀 하면 어떠냐, 저렇게 하고 싶다는데-로 이미 동감해버려서
내게 주인공은 그저 성실하며 재능있는 족구인이었으며
그의 땀나는 노력은 박수받을 만하다.
늘 뭐가 하고 싶어지는 것도 아니고
하고 싶다고 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고 싶은 것 하나도 못하면서 노력한다고 그게 다 얻어지는 것도 아니란 걸
제때 아는 것도 재능.
뭐 하나 잘한다고 자기 맘대로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 것도 공평.
이런 차분한 패기를 봤나 ㅋㅋㅋㅋ

비밀은 없다|The Truth Beneath|2015


누구도 원망할 수 없는 가족의 비극.
예전 주홍글씨 처럼 참 가혹한 처벌 같긴 해도
그렇다고 안될 건 없겠지.

처음부터 끝까지 손예진의 영화.
유망한 정치초년생의 야심찬 아내가
아이를 잃고 서서히 미쳐가다가
최선의 선택을 하는 마지막까지
손예진은 여러 번 얼굴을 바꾼다.
언뜻 금자가 보이기도 하지만
연홍은 손예진의 배우력을 엄청나게 상승시켰을 것이다.

목소리를 먼저 알아본 신지훈.
처음이라는데 어색하지 않았다.
잘하는 게 많아서 선택장애 걸릴 지도^^

홍반장 이후로는  
볼 때마다 썩을 놈^^으로 등장하는 것 같은 김주혁.
용감하다.


국화꽃향기|The Scent Of Love|2003

서로 만나기 전
함께한 이후

지금은 어지간한 사건들이
다 주인공들을 엮어주거나 뜯어놓으려는 술책이라는 걸 익숙하게 아는 시절인데도
오랜 만에 다시 본 국화꽃 향기는
내 머릿속 '신파'라는 낙인을 지우고 갔다.

극속에서는 평범한(?) '운명적인 만남'은 별 힘이 없었고
지금도 먹힐법한 뚝심도 힘이 없었다.
아마도 많은 시간이 생략되었겠지만
아무튼 둘의 제대로 만남은
기다림이라는 정직한 댓가를 치른 다음.
요즘과는 비교할 수 없는 김해숙의 발연기(^^)때부터 이미 울기 시작했다.
14년 전 영화 인데
이야기만으로는 오히려 세련됨이 느껴지던 21세기 신파.

어떻게 한 사람이 이렇게 불운할 수 있는 거냐고 항변했던 것이
이 영화를 신파로 기억하는 나의 그 시절이었다면
인연이 가고 오는 것이 꼭 죽고 살지 않아도 그렇다는,
참 김 빠지는 답도 끄덕여지는 지금이라
그 애틋함을 함께 울어준 것으로
칭찬을 대신한다.

지금쯤 장진영이 어떤 배우가 되었을 지 알 수 없지만
장진영의 마지막은 싱그러움으로 남았다.
연기에 탄복하자면 소름과 청연,
발랄함으로 치자면 싱글즈나 오버 더 레인보우를 봐야겠지만
국화꽃 향기에서도 이미 '고맙습니다'를 남기고 있었다.

풋풋한 박해일.
지나면 올 시간인데
굳이 미리 할아버지까지 땡겨서 열연을 했던 이유는 모르겠지만
박해일은 자신이 가졌던 빛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대인배로 기억해야 할 듯.

옛날 영화속에서는 항상 예상치 못한 깜짝등장이 있기 마련.
요즘 비밀의 숲에서 황시목을 들었다 봤다 하시는 유일한 인물
3부장님께서 방송작가로 등장-대사도 있다. 

특별시민|The Mayor|2016

 같이 먹던 처지에 사이좋게 잘 좀 지내지들....
흔한 선거 풍경-바로 이 풍경의 뒷얘기들
당선을 맞이하는 서이숙의 복잡하면서도 처절한 눈물이 내내 시선을 끌었다.
어마어마한 기에 질식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괜찮아 보이는 
청년 심은경-이제 더는 소녀가 아니네요.
난 이 광고 좋던데-싼티나면 어때, 완전 잘 기억날 듯 ㅋㅋ

요즘엔 이렇게 선거를 하는구나-구체적인 전략 전시회로 즐겁게 보고 있었는데
뭐야, 사람 막 죽이고, 너무 쉽게 숨기고.
그렇게 쉬우면 처음부터 죽이지 왜 어르고 달래는지 감추려고 무리수를 두는 지.
악을 구체적으로 다룰 거라면
그 악이 어디까지 갈 수 있나보다는
그 악이 밟고 지나간 것이 무엇인지를 자세히 보여줘야 한다.
그게 빠진다면
결국은 모두까기일 뿐.
처음부터 미덥지 않은 사람들의 배신이 별로 반전도 아니듯.

최민식-곽도원-김홍파
정치인으로 살아본 소감이 어떤 지 꼭 물어보고 싶어진다.
변종구를 보면서 배우가 정치인을 잘하겠다-에 공감.
특히 펄펄 나는 곽도원^^에너자이저의 귀환이다.

여성캐릭터들 꽤 많았음에도
별 인상 깊은 장면이 없는 건 왤까.
그나마 당선 후 서이숙만 찌르르 했다. 

옥자|Okja|2017





 옥자-미자 VS 루시-낸시: 한국식 돌림자인가^^

가축으로 보낸 미래식량을 애완동물로 키우게 된 미자의 남다른 사랑이야기는 
똑똑하고 이쁜 옥자, 어지간한 자매들보다 더한 둘의 스킨쉽 넘치는 끈끈함으로 
충분히 응원하고 싶어진다. 
수퍼돼지계에서도 사라지지 않은 외모 지상주의^^
무자비한 낸시,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평범한 수준의 악덕기업 논리를 펴는 루시의 승부는 
무자비의 무식한 승리로 심심하게 끝나는가 하면
또 그 대단한 결말이 간단하게 돈이어서 
그냥 처음부터 돈주고 사면 될 걸,
이 모든 고난은
할아버지의 평범한 손녀사랑이 불러온 미자의 개고생 어드벤처--;;
미자와의 거래를 받아들이는 낸시는 어째 트럼프 같기도^^

ALF의 등장은 재미있었다.
세상 잉여들의 거대한 의미랄까. 
하지만 거짓말한 케이를 응징하면서도 작전을 멈추지 않는 제이는
평화를 위해 폭력을 불사하는 ALF의 한계였으니
그냥 모두까기 같이 되어 버렸지만,
결국한 번은 다시 묻게 된다.
위선이 선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악이 되는 건 아니지 않나.
저렇게 반성하고 고통받는 한.

옥자를 향한 멋진 액션을 선보인 안서현은 발군-모든 액션이 다 멋있었다. , 
멋짐을 자타가 공인하는 배우로 망가짐의 자유를 누리는 틸다 스윈튼의 매력도 여전하고 
열연을 펼쳤지만 설정부터 무리가 있었던 제이크 질렌할은 좀 안타까웠고
생뚱 맞지만 기억에 남을 인물을 보여준 최우식은 기대가 된다. 

봉준호의 영화는 보고나면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지고 
남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다시보게 되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옥자는 이전 영화들에 비해 그렇지는 않다. 
워낙 대사로 전달해버린 부분이 많아 
여지가 없어져버렸다고나 할까.
현실과도 전혀 연결되지 않는 느낌이라 
난 삼겹살 먹는데 별 지장 없을듯. 
괴물보다 좋아진 건 매끄러운 CG기술, 그리고 이쁜 옥자. 

써클:이어진 두 세계|2016


기억이 완전한 클론
기억이 불완전한 인간
기억을 주입받은 건 마찬가지인데
인간이란 무엇인가의 답은 어렵다.

기억이 있으면 그 사람이다-그렇구나.
기억하는 게 아니라 주입된 기억이야-맞아
나를 알아보는데 왜 그 사람이 아니야-그렇지.
그럼 죽은 우진이는 누구야-그러네.
팔랑팔랑 갈피를 못잡고 한 마디 한 마디에 솔깃해지는 항변.
하지만
그 기억으로 가슴아파하고 그리워하는 마지막 모습에서는
뭘 아니라고 해야할 지 다시 어려워졌다.

평화로운 신세계를 위한 필요조건.
지금 스마트지구는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기억을 통제하는 것이 문제지만
만약, 모두가 합의 하에 그런 도시를 만들어 살아간다면
같은 인류라는 종의 이름으로 그건 괜찮은 걸까.

이어진 두 세개를 달려 다시 만난 사람들.
인간, 고통, 기억, 행복이라는 고전적인 화두를 던진
신선한 시간이었다.

당당하게 클로즈업을 받아내는 풍부한 감성의 여진구,
자유롭게 힘있게-여유로운 완급조절이 노련했던 김강우.
멋있었다.
예전 단막에서도 연기 괜찮았던 이기광도 여전했지만
어째 여기선 유아인 따라하기의 냄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