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디와 하모니|김동화|1983

표지에서만 다정할 수 있었던 멜로디와 하모니, 그리고 멋진 안느

 
너무나도 귀여운 하모니의 유년시절

만화사상 가장 격렬한 '뜨끔'



전사의 탄생
라플라스가 이렇게 큰 일을 했었던 걸 잊고 있었다.
누구 하나 미쳐도 제 정신인 사람 여럿이면 최악으로 치닫지는 않겠지.

내가 아는 프랑스혁명의 대부분은 순정만화에서 본 것이었다.
베르사이유의 장미, 테르미도르, 가상국이지만 프랑스혁명을 빌려왔던 북해의 별까지.
굉장히 좋아하는 만화가이면서도
결국은 모든 것이 연애하려고 만든 장치들이었다는 기억에
그때는 열광했고
후에는 자주 들추지 않았지만

다시 보면서
인물들에 쏟은 정성이나 그 속에 깃든 멋짐을 되살리게 됐다.
특히 하모니는 전사의 탄생을 지켜보는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그 격정의 성장을 겪고도
결국 기다리는 연인으로 돌아가버린 마지막은
또 다시 아쉬웠지만.

하모니와 주울에는 여러 사연이 단계별로 펼쳐지는 반면
멜로디와 라프는 좀 뜬금없어서 좀 안됐고
심지어 10살 짜리를 보고 장래 청혼을 결심하는 20세 청년 에드몽은 쫌--;;이지만
김동화 그림체의 절정기 중 하나이고
금발도 흑발도 아닌, 주로 조연용 머리였던 회색머리 주울이 주인공인
참신함^^도 있다.

처음봤던 표지는 저게 아니었는데
구입하던 시점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90년대 판본.
똑같은 앞표지와 달리 뒷표지는 다양해서
또 다른 즐거움.
 
멜로디와 하모니 출판년도 기록 참고 블로그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ipari67&logNo=40161234422

목마의 시|김동화|1982


많은 사람들이 걸어가는 거리에 혼자 서 있다보면
내게는 인파일 뿐인 사람의 무리가 
누군가에게는 
한 눈에 들어오는 한 사람 한 사람이겠지 생각하게 되는데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장면 속 주인공들이 그렇다.

부양자(^^)에게 잔소리하고 챙기는 피부양자는 김동화-한승원 만화에서 흔한 관계지만 
특히 이 분은 특히 귀여우심^^

극적인 연출의 힘

사실 난 훈이 편^^

단정한 모범생은 격의 없는 반항아들에게 연전연패를 하던 시기.

김훈도 김진에게 지는 흔한 모범생 대열에 서고 말았었지.
이해심 많고 정도 많고 강해보이기도 하고
결국 문제해결도 갈등봉합도 해내는 척척박사지만
두 번이나 동생과 연적이 되었다가
인심좋게 밀어주는 후견인이 되고 말았다.
진이는 푹 빠지고 깊게 괴로워하는 정 깊은 연인인 건 맞겠으나
그래봤자 일년도 안되서 새 연인을 만나는
열린 가슴의 소유자인데
왜 그렇게 좋아들 했을까....
아무리봐도 바른 정신 바른 생활 김훈이 더 멋있는데...
세상에 많은 '김정도 검사'의 후예들이 저렇게만 대들어주기라도 한다면
부모로서의 '김정도 검사'들은 눈 하나 정도는 깜짝하지 않을까.

나의 순정만화시절을 환하게 밝혀준 김동화.
어느 인터뷰에서 '김동화'는 브랜드였다고 고백하더니
만화가 정보에 내가 좋아하는 많은 작품들이 빠져있다.
다행이 다른 전문가의 자료 속에서 출판연도를 찾다...

http://www.komacon.kr/dmkn/manhwazine/review_view.asp?cateNum=610&seq=558&nowPage=275&srh_fld=&srh_txt=

굿바이 미스터 블랙|황미나|1983

책에도 소개되었던 이상의 시에 영감을 받은듯한...

이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는 유머감각 ㅋㅋ
 
부산하고 행복한 결말인데 어쩐지 짠한....

지금도 캠벨의 악랄한 모함의 이유는 알 수 없다. 
시기심과 질투가 꽤 힘센 동기였겠다고 짐작할 밖에.
그 오랜 우정은 에드워드의 기억에서만 존재할 뿐
캠벨은 한 번도 그 시절을 반추하지 않았다.
자신의 죄의 기억을 봉인하면서
그 추억도 같이 가둬버린 거라면
유약하게 망가져버린 그의 마지막과도 일관되게 연결된다. 

복수란 허무한 것이라고 해도
그걸 겪어보지 않고 배우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블랙의 복수도 
최후의 선택도 공감이 되는 것일터.
사람의 한계를 넘어선듯한 강인함과 불굴의 의지를 보였던 초반과
기계처럼 전진하던 복수의 한복판을 거치면서도 
마지막 선택을 위한 자기 자신을 남겨둘 수 있었던 것 역시 
그의 인간적이면서도 인간을 초월하는 묘한 매력. 

계속 아니라고 반항하던 에드워드에게서
단호하게 
블랙이라는 
라이언이라는 
이름으로 
감정아킬레스건을 귀신같이 찾아낸 
아트레이유와 스와니도 매력인간들.

전형 없이 작가의 여문 속에서 툭 튀어나온 줄 알았던 데스티노 전에
스와니가 있었다.
이런 사람 있을까...? 부럽고도 이쁜 성격.

엘세뇨르|황미나|1988


겪은 세상을 고치기보다 새로운 세상을 만든 엘세뇨르. 
자신이 태어난 세상에서 그는
누명을 벗은 다음이긴 해도 복수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래서
새로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지키고 싶었던 평등에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새로운 나라의 새 사람들 같던 섬사람들은
작은 균열로 갈등한다.
평등하다고 생각했던 엘세뇨르의 존재감이 다르다는 사실이나
과거를 말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심하기도 한다.
가장 큰 갈등은 엘세뇨르의 것이었는데
남들을 이끄는 자리에서보다는
자신의 사적인 감정표현이 공적인 불공평으로 보일때
그 억울함이 최고조 였던 것 같다.
이 위기를 해결한 건 서로의 삶에 대한 신뢰.
특별한 해결전략 없이
이전에 보고 함께 했던 서로의 삶을 믿으면서
그들은 좀 더 단단해진다.

평등한 세상이
모두가 같은 직업을 갖고 똑같이 입고 먹으며 사는 게 아니듯
전쟁 경험이 많은 그는
엘세뇨르라는 이름의 책임을
싸움의 선봉에 서고 작전을 지휘하는 전문직으로 생각해버리면 되는 거였는데
혹시 떠나온 세상의 찌꺼기가 아닐까
날아온 화살을 피하지 않고 고민해서
더 멋있었다.

언제든 누구든 그를 고민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건
그가 성장 중이라는 뜻이다.
이 긴 머리 청년이 마지막 순간까지 자라고 있던 게 멋있었던지
슬픈 결말인데 슬프지 않았다.

처음 봤을 때 김혜린의 북해의 별과 너무 비슷한가 싶으면서도
완전 다른 결말 때문에 좋아했었는데
이번에 다시 보니 미스터블랙과 북해의 별과 엘세뇨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겹치는 소재로 다른 얘기들을 하고 있다.
다 재밌다...!

우리는 길잃은 작은 새를 보았다|황미나|1985

나는...
진실한 어른이
되고 싶은 거야...

명예는 자만을
동반할까
두렵고...

돈은 순수함을
잃을 것 같아
두렵고...

나는 어릴 때처럼
가난하게 살더라도
마음만은 부자이고
싶은 거야, 신애...


나는...
외로운 지하에게서
위로 받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엄마, 아빠를 도와준다는
것으로 잡안에서의
위치를 확실히 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또한 나는
민형이가 좀 더 심각하게
내게 모욕줌으로써
오빠와 함께 살 수 있길
바라고 있었는지
모른다...

고집스럽게 독립인간을 꿈꾸던 남매지만
진섭을 오빠라 부르는 신애와 달리
 신애를 신애야-부르지 않는 진섭의 감정.

이 얘기가 이렇게나 슬퍼진 건
불운하게 시작했다가 행운으로 키워지면서
꿈과 염치와 양심과 투지로 성실했던 진섭과 신애가
아주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고 가슴아프게 이별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너무 일찍 접어버린 진섭의 꿈은 더 안타까워서
더더욱.

같은 환경 속에서도 다르게 자라는 인간이라는 생물.
그게 유전이건 학습이건
교감이 있는 한
분투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제 이 정도의 가난은 매일 눈에 보일 정도가 아닌 시절이지만
지금이라고 진섭이나 신애가 더 큰 꿈을 꿀 수 있을지 장담은 할 수 없다.
좋은 가족, 좋은 친구들이 있었는데도
채워지지않았던 진섭의 불운한 허기때문에
두고 두고 슬픈 이야기로 남겠지.

드라마로 만들어진 기억이 있었는데
무려 99년작이어서 한번 놀랐고
그게 또 원작에서 15년이 지난 뒤었다는 것도 놀라웠다.
요리보고 조리봐도
왕성하고 다양한 황미나의 작품세계.

이번에는 조병화 시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의
'인생은 인간들의 옛집'이라는 구절이 
툭 치고 들어왔다.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조병화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사세
떠나는 연습을 하며 사세

아름다운 얼굴, 아름다운 눈
아름다운 입술, 아름다운 목
아름다운 손목
서로 다하지 못하고 시간이 되려니
인생이 그러하거니와
세상에 와서 알아야 할 일은
'떠나는 일'일세

실로 스스로의 쓸쓸한 투쟁이었으며
스스로의 쓸쓸한 노래였으나

작별을 하는 절차를 배우며 사세
작별을 하는 방법을 배우며 사세
작별을 하는 말을 배우며 사세

아름다운 자연, 아름다운 인생
아름다운 정, 아름다운 말
두고 가는 것을 배우며 사세
떠나는 연습을 하며 사세

인생은 인간들의 옛집
아! 우리 서로 마지막 할
말을 배우며 사세

너의 이름은 미스터 발렌타인|황미나|1984

좀 슬픈 장면인데 빵 터짐^^

결정적인 순간에 고운 말 바른 말(^^) 못하고 툭 던지는 버릇-의 두 사람

슬픈 만화의 대명사인 황미나의 미스터 발렌타인-갑자기 보고 싶어졌다.
지금 다시 봐도 옛날처럼 대성통곡(^^)을 할 지 궁금하기도 했고..

라디오와 디제이와 엽서, 여의도, 스케이트 보드 같은 얘기를 읽는 동안
옛날 난로가 생각났는데도 
이야기속 사람들은 
그렇게 먼 옛날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남은 주희는 영의 바람대로 울지 않을 수는 없었지만
주희의 고백 덕에 영은 좀 덜 쓸쓸하게 떠났겠지.
말 한마디 제 때 좀 하지
그걸 안해서 이렇게 맘을 후비는 요절로맨스라니...
아련하다.

인터넷으로 뭔가 읽는 것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구할 수 없는 이런 고전을 다시 볼 수 있게 된 건 정말 고마운 일이다.
네이버에 돈 쓰기는 좀 내키지 않지만 가릴 처지가 아니니까.

...이형기의 낙화를 다시 한 번 읽지 않을 수가...

낙화(落花)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激情)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訣別)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노란방 여자와 파란방 남자|한승원|1996


콩당콩당 발랄한 말싸움에
유사가족 같은 이웃들의 복닥복닥 사연들이 같이 펼쳐지는
한승원표 코믹순정.
20년 전 책인지라 지금보면 남자가-여자가-하는 게 세월을 느끼게는 하지만
한승원의 코믹 중에서도 웃김지수로는 단연 대상감이다.

이 때의 그림이 딱 맘에 들게 이쁘기도 하고,
백수민 같은 백수도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기죽지 않는 패기의 화수분 한가희도
좀 부러워서 장만해둔 책인데
사놓은 걸 잊고 인터넷을 뒤지다가 중고책 가격에 화들짝--;;
다시 뒤지다 책을 발견했을 때의 행복감이란^^
옛날에 사두길 진짜 잘했다.....

무지개빌라 세입자인 밴드청년 이야기를 보던 중
'좋아한다는 건 마음의 행진'이라는 말이 갑자기 훅 들어왔다.
한승원은 구경하는 사람이 감히 범접할 수 없게 부담스러울 때도 많은 절대감성이지만
또 이런 발견이 한승원 만화를 보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YOU|한승원|1996

 
왠지 모르지만 '그대의 연인'과 함께 떠오르던 만화.
처음 봤을 땐
꼭 서로여야만 하는 한유하와 이예신의 끌림이 강렬해서 였을텐데
다시 본 그 얘기 속에는누구못지 않은 슬픈 사랑 얘기의 주인공이면서도
강인하게 자신의 사랑을 매듭지은 마리안이 있었다.
마지막엔 마리안도, 그와 비슷한 사랑을 하던 공명수도
행복해질 것 처럼 끝났는데도
이상하게 좀 쓸쓸한 여운이었다.



 이렇게나 사랑하던 사람에게서 듣는 이런 이별의 말은 상처가 될 것도 같았는데 
강인한 마리안에게는 힘이 되었던 것 같다...

행복한 결말임에도 
처음부터 슬픈 이야기처럼 아련한 게 이상해서
아마 서로 운이 나빴다고 얘기하던 유하와 예신이가
다시 만나기까지가 무척 험해서였나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그건
결국 등 뒤에서 고백해버린 순수 때문일수도,
흔들리다가 떠난 혜주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선남선녀의 행복바이러스 퍼뜨리기가 순정만화의 공기같던 시절에 
상처로 끌려 결국 만나고야 마는 다행스런 주인공들의 신선한 징한 맘고생^^ 

Day 135 모라이, 마라스, 현대미술관 Moray-Maras-Museo Municipal de ArteContemporneo

가이드와 교통 만이라고 해도 가벼운 25솔의 가격이라 이 두 곳은 투어를 하기로 했는데
무려 50명을 넘는 대형 그룹 투어...
가이드는 쉴새 없이 얘기를 하고 있었지만
스페인어는 몰라서 못 알아 듣겠고
영어는 별 내용이 없어서 알아들은 게 없다...
그냥 위키피디아를 열심히 읽고 혼자 가는 게 답인 것 같긴 하지만
오늘은 그저 편안한 교통편을 즐기는 것으로 만족.


모라이 Moray
사진 그대로의 모습 그대로 참한 자태.
다른 점은 사진 속의 모라이 뿐 아니라
두 개의 덜 다듬어진 모라이가 더 있다는 것.
널리 알려진 사진은 셋 중 가장 큰 것이다.
감자 농사를 위한 시험 재배지였다니
과학적인 농업학교의 실습장이었던 듯.


마라스 Maras
마라스의 염전은 사진과 같으면서도 현장에서만의 특별한 느낌을 준다. 
그냥 소금일 뿐인데, 파묵칼레 같기도 하고...
가이드가 너무나도 열성적으로 소금장수로 변신하는 사이 몰래 빠져나와 
염전을 걸어다녀봤다.
짤 게 뻔한 문과 소금 기둥 맛도 보면서.

현대미술관 Museo Municipal de Arte Contemporneo
구입한 입장권에 포함된 곳이라 그냥 가봤는데 
두 개의 전시장과 건물 2층 복도의 그림이 전부.
하지만 오늘은 좀 피곤했기에 크지 않은 미술관이 더 반가웠던.

그리고...
고춧가루 사러 산 페드로 시장 가던 길에 교통사고 현장 수습 장면을 목격했다.
꾸스께냐 한 명의 사상 사고.
운전 참 험하게 하는 것 치고 의외로 사고는 별로 안 난다고들 얘기했었는데
사고가 나고 있었다.
몇 시간째 박스로 덮인 사상자를 두고 경찰이 조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본 일인데 오히려 실제같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