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변이|Collective Invention|2015


초반에는
박보영의 작지만 강한 행패부리기에 심취하면서도
결국 모두까기 인가 싶어 심드렁했는데
헐...
마지막이 대박이었다.


상상 넘치는 설정속에
지금을 이렇게 담아내다니
정말 대단한 감각이다.
중간에 이천희와 박보영이 절규할 때
그럼 니들이 원하는 건 뭐, 니들도 다를 거 없는 거 아냐-생각했는데
뭔가를 하고 싶어 욕심냈다가
결국 욕심을 지키느라 목표가 사라지는 현실적 풍경을 둘이 찢고 나온 건
의미있는 해피엔딩.

너무나 원색적인 시용기자의 노동현장 묘사나
그런 어마어마한 부작용을 무릅 쓴 장본인이
존중을 입에 올리는 모순 같은 게 좀 거슬리긴 했다.

특정 직업이 인간의 소양이나 성품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걸 알 수 밖에 없는 세상인지라
멋진 기자는 멋있고, 기레기는 기레기 일 뿐. 
예전에 PD수첩 광우병 편의 작가들이 비슷한 상황이었을 때
구성작가들이 자발적으로 후임 작가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성명을 냈다는 뉴스를 생각해보면
기자나 PD들도 좀 그래보지 싶었지만
그만큼 공중파 정직원이 달콤해서겠지-밖에는 답이 없었다.
서로 그런 처지에 '정의'를 입에 올려본 직업인이라면
적을 제대로 겨눠야 하지 않나?

과학자의 얘기도 그렇다.
그렇게 인간의 존엄을 강조하는 교수 밑에서
그렇게 막가파식 실험을 하는 제자들이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인격이 전염성이 있어서라기 보다
스승이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라면
제자들이 그렇게 눈치 안보고 자유롭게 막나가기는 힘들 것 같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중인격 스승에 대한 반항이라는 게 더 설득력 있을 듯.
현실에서는
결격인 그 과학자가 여전히 전 명성에 기대어 연구를 잘도 하고 있다지.
 
하지만 만족은 불만을 넘어선다.
상상의 큰 테두리 안에 현실을 엮은 솜씨에서 보이는 패기.

영어제목이 집단발명이라니 뭔뜻인가 싶었고
머리만 생선이고 하반신이 사람인 어이없는 인어에 폭소가 터졌는데
이 두 가지가 하나의 그림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그림을 찾아보니 정말 웃기기보단 좀 슬퍼보였다.
영화 괴물 마지막 장면의 새끼괴물이 해변에 뻗어있는 느낌.

이광수
처음엔 박구 연기 정말 잘한다 생각하다가
혹시 대역인가 의심했는데
대단하다, 이광수.
그 좋은 표정에 저런 탈을 쓰는 모험을 하다니.

박보영
신순애가 다시 돌아온 것 같은 반가움도 들었지만
주진의 에너지는 그것을 능가한다.
야무진 행패와 패기-박보영이라 귀엽기까지.
그 엄청난 정보들은 다 어디서 줏어오는 겐지 ㅋㅋ


우아한 거짓말|Thread of Lies|2014


우아한 거짓말은 천지만 한 건 줄 알았는데
등장인물들의 포스터를 보니 그런 건 아니었나 보다.
흥미진진한 시작부터 벌써 왜?가 궁금했지만
야심찬 감독은 국민영화를 꿈꾸며
너무나도 많은 사족을 붙인 나머지
20분 동안 간간히 웃기느라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정보를 보니 무려 완득이의 원작자와 완득이의 감독이다.
모든 것이 갑자기 이해가 됐다......
딱히 허술했던 것도 아니고
기억에 남는 순간도 있었지만
이 영화는그냥
두번째 대박을 위해 첫번째 대박을 너무 많이 빌려온 아쉬운 영화로 남을 듯.
-하지만 유아인은 새로운 대박 ㅋㅋ

소녀버전의 파수꾼 같기도 해서
그냥 이유를 좀 말해주지 그랬니 싶은 생각이 들었다.
생전 사달라는 말 없던 아이가 사달랜 걸 당연히 잡아내는 엄마가
더 심각한 상황을 그렇게 방치한 것도 좀 이해가 안 가고.
만지-천지 이름이 맘에 드는 자매였다.
고아성이 김유정 욕하며 호통칠 때 속이 좀 시원.
살아있을 동안 화연이의 정신세계는 좀 치유가 되면 좋겠다.

트립 투 잉글랜드|The Trip|2010


푸하하하...
내가 이 사람들의 만담에 이렇게나 웃을 수 있었다니.
거의 대부분의 대사는 다른 영국배우들의 성대모사였지만
마지막으로 가면서
시가 되기도 하고 자신의 심정을 얹기도 하면서
훈훈쓸쓸해진다.

영국 북부 맛집여행이었는데
처음엔
황량함에 초록색을 씌워 상상을 하며
저 곳을 절대 여름이 아닐 때 가면 안되겠다 했지만
보면 볼수록
이런 계절에 가야
을씨년스러운 잉글랜드의 맛을 제대로 보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어마어마한 맛집들은 별로 입맛돋지 않아서 패스.
가장 인상 깊은 혹평은 다양한 색깔의 새똥ㅋㅋ

이에 뭐가 많이 끼는 것도 노화현상이란 걸 처음 알았다.
잇몸이 주저앉아서 사이가 더 벌어지기 때문이라나.
역시 노화란 몸의 구석구석 놓치지 않는군.

맛집과 함께 연애감성도 따라다니는데
그 나이에 여자와의 키스를 상상하냐며 비웃다가
밤만되면 아내와 음란꽁냥을 시도하는 브라이든은 웃기고
제대로 기억도 못하는 남자와 또 한번의 원나잇을 마다않는 사진작가는 신기했었다.
-혹시 이 분은 부담없음에 목숨거는 화통한 처자일지도.

성대모사에 가창력 승부에 배우임을 만끽하는 표현력 출중한 의사소통이었지만
실제로 이렇게 쉴새 없이 떠들며 여행한다면 엄청 피곤할 것 같다.
구경하기 재밌긴 해도.
이래서 속편까지 만들어졌나보다 싶다. 
약간은 주책맞기도 약간은 앙증맞기도 한 절친들의 여행.

내가 뽑은 영화의 폭소 포인트: 브라이든의 가상 장례식에서 고별사를 하는 스티브 쿠건.

남과 여|A Man and A Woman|2015


추억할 때 그리움과 가슴 아픔은 비슷하겠지만
어느새 넘어가버린 감정의 추가 기울기 시작할 때의 이별은
그 순간에 깊은 슬픔을 남길 수 밖에.
찌개 위에 뜨는 거품처럼 이것저것 걸리적 거리는 일상에서 쏙 빠져나가
맘껏 산뜻해질 수 있는 시간속의 상대는 얼마나 매력적이며
그런 상대의 시선을 받는 자신은 얼마나 스스로 맘에 들까.
...라고 그들을 이해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남자는 여자의 일상에 끼어든다.
그리고 딸려 들어갔던 여자의 일상에서
자신의 일상을 발견하고
제 발목에 묶인 끈을 자각한다.
늘 그 끈에 묶여 있던 여자가
비로소 끊어버릴 충동 에너지를 장착하던 순간에.

감독의 전작과 다를 바 없이
뜨거운 시작의 여운에서 오래 벗어나지 못하는 건 여자.
꽤 다른 촘촘한 시선속에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통념인데
이쯤되면 이건 연애이데올로기다.
개인의 치유를 그럴싸한 영화로 하는 느낌.
-확실히 싫다.

전도연은 진짜로 그냥 연애 잠깐 하고 나가시는 분위기어서 별로 인상 깊지 않았다^^
대신
핀란드 겨울 풍경과 알찬(^^) 베드씬과
공유의 감성으로 남을 멜로.


마지막에 운전하는 표정이 좋았지만 사진이 없는 관계로...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1962



20세기 초의 재판이 이렇게 끝나버려서
21세기에도 그들은 무고하게 경찰 손에 목숨을 잃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얻은 자유는 침묵의 기립에서
거리의 절규로 바뀐 정도일 뿐.
애티커스라는 부르기 쉽지 않은 이름이
왜 그렇게 오랫동안 상징적인 이름으로 기억되고 있는지 너무나 잘 알겠다.
쉽지 않은 이름이어서인지
아들 딸 들이 아빠를 이름으로 열심히 불러준다^^
남다른 가풍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좋은 변호사였을 뿐 아니라 좋은 아빠이기도 했던 건
그가 좋은 사람이라는 뜻이겠지.
그레고리 펙 스스로도 자신과 많이 닮은 성격이라고 하던데
잘 어울렸다.
 
그 당시로서는 더더욱 우울했을 이야기속에서
시작부터 달려다니는 아이들의 활기는
영화 속을 구석구석 다니며 기운을 전해주는 듯 하다. 
주인집 딸의 궁둥이를 때려가며 버릇을 고쳐주고
느닷없는 철야 야근(?)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엄마 같은 가정부 칼도 멋있고
큰 소리 내지는 않지만 필요할 때 위로가 되어주는 이웃들도 훈훈하다.


그럼에도
영화속에서 린치를 하러 돌아다니던 사람들은 무장한 농부아재들이었는데
영화 마지막에서 보안관은 동네 여자들이 몰려가 난리칠 거라는 앞뒤가 안맞는 얘기를 하고
애티커스 조차도 negro라는 표현을 쓴다.
아이들이 쓰던 colored man 중에서 뭐가 더 기분 나쁜 건질 모르겠네--;;
책을 읽은지 너무 오래되서
책과 영화 비교내용을 봤는데
영화 속에서 아무래도 거슬리던 흑인비하 표현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애티커스 같은 변호사도 그런 표현을 쓸 정도였다는
당시의 재현에 무게를 둘 밖에.

그레고리 펙이 영화속에서 자주 만지작 거리는 회중시계는 소품이었는데
나중에 하퍼 리가 자신의 아버지 것이었던 회중시계를 선물했다고 한다.
그 얘기 들으면서 자전소설인가 했더니
완전 자전소설은 아니지만 많은 부분
작가의 가족과 당시 사건이 연결되어 있었다. 

부 래들리의 등장은
동네 바보형언니들의 영웅담의 시작^^
홍안의 로버트 듀발이라니 완전 신선!

이 아이가 자라서 하퍼 리가 되었겠구나^^

영화를 보고난 후의 미스테리는
뭔가 이런 비슷한 이야기에서
억울한 흑인희생자의 부모가 총을 숨겨 재판정에 가는 것을 눈감아 주는 결말이 있어서
난 그걸 앵무새 죽이기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아니었다.
미드 에피소드 중 하나였던 걸까.

보면서 감탄했던 놀인데
요즘은 이런 장면 이렇게 찍으면 큰일 나지 않을까...

디 아더 원-밥 위어의 길고 이상한 여행|The Other One: The Long, Strange Trip of Bob Weir|2014

Greatful Dead

영화의 주인공은
밴드에서 리드기타를 치는 밥 위어의 삶이다.
가출, 자퇴, 환각파티, 무절제.
열 여섯에 밴드를 시작한 그는
록음악의 거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몸을 던져 시절을 만끽하는 삶을 살았고
스스로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한 때
자신만의 독립된 가족을 꾸렸다고 했다.
그를 오랜 시간 지켜보다 가족이 된 그의 아내나
친구처럼 얘기하는 딸들을 보면
사람을 어떤 시기에 고정시켜 하나의 이미지에 가두는 것이
진실과는 별로 상관없다는 생각이 든다.
순간을 살라는 카르페디엠이라는 말이 매년 차곡하게 쌓인 삶의 생생한 예를 보는 느낌이랄까.
영화 내내 나오는 이 밴드의 음악은 딱히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뢰킹 크루|The Wrecking Crew!|2008

표기법에 틀린 것 같은데 넷플릭스에서 굳이 '뢰'킹크루 라고 하니....

엘비스 프레슬리, 마마스 앤 파파스, 비치보이스 등등
이제는 전설이 된 엄청 수량(^^)의 음반에 참여하였으나
단 하나의 음반에도 이름을 인쇄하지 못했다는
전설의 세션 밴드 뢰킹크루의 회고를
리더 격이었던 기타연주자 타미 테베스코(Tommy Tedesco)의 아들이 연출한 다큐멘터리다.
당시 그렇게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칭송을 받았음에도
공식적으로 이름을 남기지 못했던 이유는
워낙에 참여한 음반이 많았던 데다가
일부 밴드나 가수들은 자신들이 직접 연주한 것처럼 연출하고 싶어해서라고 했다.

오랜만에 여전한 솜씨를 뽐내며 옛이야기를 펼치는 관록의 연주자들과
그들의 오랜 친구들의
록큰롤 태동기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특히 재담도 만만치 않던 타미 테베스코의 세미나 영상은 흥미로왔다.
베이스주자가 미국 대통령보다 많은 연봉을 받던 그 시절이 영원할 것 같았지만
곧 연주력을 갖춘 밴드들의 출현으로
세션밴드의 전성기는 꽤 일찍 끝이났다.
이들이 재조명 된 건 타미 테베스코의 죽음이 뉴스를 타면서 부터인데
이 다큐멘터리가 먼저인지 그 뉴스가 먼저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림자 음악인들이 하나 둘 긴 세월을 걸어나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것 뿐 아니라
그 시절의 음악이야기를 다양한 시선으로 들을 수 있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영화의 끝은 원로(^^) 트럼본 주자의 퀴즈.
'호출기를 가지고 다니는 트럼본 연주자는?'
-정답: 낙천주의자

우리나라 음악사에도 이런 분들 분명 많을텐데
궁금해진다.  

그레고리 펙과의 대화|A Conversation with Gregory Peck|2000


아주 어린 그의 모습을 본 적은 없어서
항상 어른스럽고 이지적인 배우로만 기억하고 있던
그레고리 펙의 인터뷰와 일상.
저렇게나 두드러진 경력을 자랑하는 배우라면
인생이 다 일터 뿐이었을 것 같은데
그의 삶은 꼭 그런 것 같진 않았다.
여유와 균형
도전정신
그리고-아마도 이건 타고난 것 같긴 한데-
유머감각.
꽤 짖궂은 팬들의 질문도
그의 여유로운 대답으로 유머의 한 장면이 된다.

경력이 짧았던 오드리 헵번의 이름을 자신과 나란히 놓도록 고집했을 정도로
예의도 있고 실력을 알아보는 눈도 있었던 데다가
앵무새 죽이기나 신사협정 같은 영화를 선택하는 것 뿐 아니라
실지로도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은 배우였다고 한다.

말년에 팬들을 만나는
말하자면 토크 콘서트를 계속 했던 건
무대의 긴장이 좋고 팬들을 만나는 게 즐거워서 였다고.
몇 십 년 전 포스터를 들고 오거나,
아이이름을 따라지었다거나,
영국에서 부터 날아오는 등
그의 팬들 역시 굉장한 열의를 보여준다.

아직 못 본 앵무새죽이기를 얼른 봐야겠다.

아르고|Argo|2012


대단하다, 자국민 구출을 위한 대형 사기극.
국가란 이런 때나 쓰려고 있는 것인데
국가 여러분 다들 본업에 충실하신가?
미국은 정말 그쪽 분야는 참 성실해서 부럽다...

어마어마한 자랑거리가 될 법한
실화라는 게 굉장하게 느껴지는 대 모험극이지만
시작이 무엇이었는지
영화 초반에 친절한 설명 맘에 들었다.
전체적인 짜임새는
예전 헐리웃 잘 나가던 시절 영화들의 모범 구성을 따른 듯
새롭지도 모자라지도 않지만
재미있었다.
약간의 반전
-벤 에플렉 감독에 조지 클루니 제작이라는 깜찍한 크레딧.

런던 시계탑 밑에서 사랑을 찾을 확률|Man Up|2015

이 장면은 정말 빵 터짐^^


영국로맨틱 코미디는 가족이 꽤 잘 등장한다.
마치 가족구성원 최후의 하나에게까지
연애응원단이 되어주는 것이 가족됨의 지상 최대과제인양.
여기서도 그렇다.

처음에 낸시가 친구 결혼피로연에 말 실수를 할 땐
좀 오버다 싶었는데
낸시와 데이트하는 잭을 보니
그건 '누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와'의 문제였다.

앞 날은 몰라도 만난 것 까지는 천생연분인 걸로^^

프로파간다 게임|Propaganda Game|2015

 스페인 북한 사람 알레한드로

시작은 요즘은 흔히 볼 수 없는 북한의 모습이다-사람들이 다니는 거리, 식당.
인라인 스케이트는 타는 청소년들은 처음 봤다.

어떤 전문가는
북한에 대해서는 잘못된 정보가 아니라 정보 부족이 문제라고도 한다.
늘 그렇듯 정해진 것들만, 보여주는 것들만 찍었겠지만
아무튼 이 다큐멘터리 감독은 영화속에서
5일밖에 안됐는데 벌써 세뇌당한 것 같은 기분이라고 고백한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일단 평양의 모습은 그들이 상상했던 것보다는 자유로와보여서 혼란을 겪고
만나는 모든 북한 주민들은 행복하다고 말하며
외부의 시선을 알고 있는 북한의 지식인들 조차
북한의 왜곡을 성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지점에서
일찌기 이상적인 공산주의 사회를 찾고 싶어했다는 알레한드로가
북한에 빠지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북한에 대한 외부의 시선이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유니콘이 있다고 주장했다,
장성택을 개를 풀어 죽였다,
말 한 마디 잘못하면 처형된다,
머리 모양이 18개로 정해져 있다
-는게 북한에서라면 가능하겠다고 생각을 하니까.

이 소식들은 중국블로거의 농담이나 일부 탈북자들의 과장된 진술 같은 것이 확인없이 보도되는 경우인데 
이 말도 안되는-북한 사람들조차 그걸 믿는 게 이해가 안간다고 할 정도의-정보를 믿는다니
북한 사람들 입장에서 화가 나고 불편한 건 당연하겠지.

알레한드로는 이 모든 것이 정치공세라며
북한의 폐쇄는 미제국주의에서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이었음을 성토한다.
미제국주의-라.
이제는 골동품느낌까지 나는 말이지만
월가-시위에서 봤듯이
미국 국가라기보다는 미국에서 번성하고 있는 자본주의가 제국같다는 걸 떠올려보면
그리고 이란, 베네수엘라, 칠레 등 미국이 암살한 정권들을 생각해보면
21세기에 이르러 알레한드로의 설명도 말이 되긴 한다. 

하지만, 외부 세계가 북한이 닫힌 국가라는 이유로
상식적이지 않는 뉴스까지 마구잡이로 보도하고 조롱하는 오류를 저질렀다면
알레한드로 역시 악의적인 정치공세에 분노해 객관적인 사실을 적극적으로 확인하지 않는 오류를 범한다.
그는 북한에서는 매우 훌륭한 선전도구 일테니
아마도 어려움을 겪는 인민들의 삶을 볼 기회는 별로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다행인 건 이 모든 정보가 
알레한드로의 입장이며, 스스로 제한된 정보를 접하고 있다는 걸 잊지 않은 감독덕분에
다양한 의견들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에 한반도 전문가들의 한마디들이 이어지는데
남한은 비용 때문에,
미국은 주둔부대를 철수하고 싶지 않아서,
중국은 미국의 근접이 싫어서,
일본은 통일한국의 잠재력이 두려워서
모두가 통일에 반대하고 있으며
그 사이 북한인민들만 희생당하고 있다고 한다.
그 중 와닿던 한마디-통일비용은 당연히 천문학적 규모겠지만 늦어질수록 더 비싸진다.

영화중간에 김일성과 김정일 사망소식에 오열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나온다.
저럴 수가 없는데 그렇다고 연기도 아닌 것 같다며 당황한다.
사실 이상한 건 그들의 애도가 아니다.
이승만이 죽건 박정희가 죽건 심지어 권위에 반대하던 노무현 때도
호불호를 떠나 '나랏님이 돌아가셨다'다고 슬퍼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이상한 건 어떻게 예외없이 '모두'가 슬퍼할 수 있느냐이다.
그들의 애도가 진짜일수록 더 기괴하게 보이는 건 그래서다.
그러다가 문득
저 애도가 박정희를 향한 것이었다면
박근혜는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는 커녕
고맙다고 말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나라였어야 자괴감이 안들었으려나......
 

YB vs 윤도현 전국투어 콘서트 '딴판' - 일산


오랜만의 YB단독공연이라 공연소개도 안보고 예매했었는데
1부의 '윤도현씨'와 2부의 YB가 대결하는 거라고.
그래놓고 2부 중간에 심사과정도 없이 그냥 YB가 이겼다고 한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윤도현씨'편에서는
너를 보내고, 사랑Two, 가을 우체국 앞에서, 꿈꾸는 소녀, 잊을게, 옛사랑..까지 기억난다.
-놀랍게도 나는 뮤지컬 하드락카페를 본 사람^^이라  사랑Two가 뮤지컬 곡인 걸 알고 있었다.
공연 시작 전에 밴드가 아닌 윤도현의 노래를 엮어서 들려준 것 중
좋은 노래들이 많아서 기대했는데
오랜만의 '노래하는 윤도현'보다는
그동안 방송에서 갈고 닦은 방송인 윤도현과
못 본 사이 일취월장한 허준의 만담이 더 돋보였던데다가
이것저것 겹쳐서 공연도 좀 성의 없어 보였고
1부 끝자락 쯤엔 노래도 좀 이상하게 들려서
오늘 공연은 망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행이도 2부는 파이팅,
위플래시의 한 장면 같은 드럼독주로 시작해서
YB가 다같이 등장.
깃발, 나는 나비, Find us, Stay alive, 꽃비, 바다새, 흰수염고래, 담배가게 아가씨..
까지 기억난다.
미국EP에 실린다는 두 곡의 영어노래는 다른 YB노래들과 좀 다른 분위기
-옛날에 음악 좀 듣던 청소년들만 즐겨듣던 하드락 같은 느낌이랄까?
나는 나비를 공연에서 박태희가 같이 부르는 게 다 이유가 있었단 걸 새로 알았다.
어제 듣고 좋아서 고래노래 계속 듣고 있는데
허준과 공동작곡.
1부에 좀 짜증나던 사이
윤도현은 확실히 밴드 속에서 더 빛나는구나를 깨달았었는데
정말 이 밴드는 이제 완전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음악도 관계도 다 멋있구나, YB는.
어쩌면 성의없는 1부는 그걸 더 돋보이게 하려는 고도의 작전이었던 걸로
이전엔 늘 조용했다는 일산의 분위기에 약간 흥이 안나서 그랬던 걸로
이해해주겠다.
하지만 담에 또 그러면 안돼.....! 

곡성(哭聲)|the Wailing|2016

  

이 영화 뭐지? 
어느 동네나 하나쯤 있을 법한(ㅋㅋ) 기괴한 소문에 공포를 담아 그려낸 어마어마한 긴장감.
이렇게 기분 나쁜 영화를 그 많은 사람들이 보고 열광했다니
알다가도 모를 다양한 유행의 세계.
추적자 재미있게 봤지만 무서울 거 같아서 한참 뒤에 본 거고
황해는 아직도 안 봤고(곡성까지 본 마당에 봐도 되겠다 싶기도 하고^^)
곡성을 이제사 보는 내 입장에서 
나홍진의 한국영화팬들이 참 궁금하다.

의심의 죄 값이 그렇게 크다면 
의심을 이용하는 죄값은 더 커야 하지 않을까.
진짜 기분 나쁘고 재미있는 요상한 영화^^

이상하게 대사가 안들려서 시나리오를 찾아가며 읽었는데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거나
-'엄창  걸어봐야' (수정 전 대본에는 이마에 엄지를 대는 동작이 나와서 이해함)
읽어도 안 웃김
-이름이 '양이삼'인게 왜 웃긴지...
좀비들 분장이 너무 B급 영화틱해서 더 무섭기는 했지만
마지막 사제와 일본인의 대화는 
너무 길었다.
생각해보면 그 뻔뻔함 들이야말로 최'악'인 게 분명하지만
그 손에 놀아나고 난자당한 채 속수무책이라니
너무 슬프지 아니한가.....
 
천우희
공주는 사라지고 신비의 숲속 인간으로 탄생.
오바도 요란도 없이 넘치는 카리스마라니 멋지다.
 
황정민
굿판을 보다가 여러 번 감탄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진짜 박수 같았다.
내면연기 뿐 아니라 이렇게 몸도 부지런한 배우-이래서 황정민 황정민 하나보다.

김환희
아니 이 어린 배우는 어디까지 영화 현장을 보았을까요...?
어딘가 범상치 않아 보이지만 그래도 물리적 나이를 무시할 수 없으니.
따지고 보면 곡성의 주인공 김환희. 

곽도원
상대가 누구든 그 에너지 만큼 자가발전을 해서 뿜어내는,
클로즈업 일인극을 해도 긴장 같은 거 안 할 배짱 든든한 배우로 보였고
지금 껏 자리에 넘쳐나는 존재감이었는데 
이번엔 스스로 준 부담감으로 한 어깨 하신다.
대신 맷집 한 두 레벨은 더 상승했을 거라 믿어요^^ 

그리고 여기서는 정말 딱이었던 오랜만의 허진.

자리잡은 배우의 자신감이 물씬 풍겨나는 황정민 버전 포스터

커트 앤 코트니|Kurt & Courtney|1998


누군가의 말에 동의한다.
자살이라는 것도 이상하지만
타살이라면 더 이상하다고.

이것이 '기자정신'이라고 한다면 뭐 그런 거겠지만
그리고 이런 제목의 영화라면 나는 어쨌거나 보고 말았겠지만
좀 허무하다.
어렴풋이 느껴졌던 분위기를
사진으로 늘어놓고
제목을 뭍일 수 있는 사진들에만
대충 이름표를 붙여놓은 느낌이랄까.

그는 없고
아무것도 돌이킬 수 없는데
어떤 위로도 정보도 주지 않는다.
그냥
긴 세월이 흘렀구나-
정말 행복하지 않았구나-
누군가의 마음 하나를 꽉 채우는 사람이
소중히 여겨지지 않았구나-
만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점원들|Clerks|1994

무려 20년이 지난 코미디.
하지만 일단 시작하고 나면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어딘가 맘이 여리고 고민도 많으며 또 결정 하지 못하는 20대 청년 단테는
휴학 중에 수퍼에서 일하는 중이다.
비번이던 날 다른 수퍼 직원의 부탁으로 대리 근무를 나갔다가
나대는 비디오가게 점원 랜달과 함께
엄청 꼬이는 하루를 보내게 되는데
그 하루 안에
그의 인생, 사랑, 철학 모든 것이 들어있다, 하하~

20년이 훌쩍 넘어서도 유효할 것 같은 그의 고민.
지금은 고민할 시간 조차 없다는 항변이 보태지겠지만
아무튼 영화 내내 재미를 주는 어마어마한 입담의 시간.
피 안나오는 타란티노의 첫 영화 느낌이랄까.

오래 전에 사라진 비디오가게들을 그리워하며...

우리는 군단이다: 핵티비스트 스토리|We are legion – the Story of Hacktivists|2012

용서하지도 잊지도 않겠다-좀 멋있다

나치후원은 가능하면서 위키리크스후원계정을 막은 마스터카드와 페이팔을 향한 웹사이트 공격
사이언톨로지에 팩스보내기
난민추방에 나선 항공사 업무방해
이집트독재정권에 맞서는 이집트인들을 위한 인터넷 세계 지원...
최근의 18원 후원금이 생각나는 사건들이다.

뉴스에서 가끔 본다, 
전 세계 분노연대 같은 이들.
시작이었다는 '관종'들의 게시판.
다양성 때문이었을까.
관심을 위해 혐오스러운 엽기사진을 올리기는 했지만
일베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것이
이들의 엽기는 성적일탈 수준이었고
조롱은 나치를 향하지 유대인을 향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이들도 일베에는 경악을 할 듯.
독일에서는 합법이었던 이들의 시위방식이
미국에서는 실형이라니
국제 연대의 방향이 쉽지는 않겠다.

어떤 것에는 전혀 공감할 수 없고
어떤 것에는 감탄하게 되지만
세상이 민주적으로 진화되어야 한다고 믿는다면
이들이 양 끝 중 하나로
세상의 균형에 기여할 수도 있겠다.
끝과 끝이 멀수록 중간의 자유는 커질 것이므로.

코미디의 왕|The King Of Comedy|1983


방송 한 번 나가보겠다고 물불을 안가리는 루퍼트 펍킨이라는 백수 청년의 
호기(!)넘치는, 어쨌거나 성공담.
80년 대 이전에도 분명 있었을 
뭐라도 일단 유명해지고나면 떼돈 벌고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는 미국의 분위기가 전해진다.
제목도 코미디의 왕, 루퍼트의 꿈도 그것인데
정작 그의 코미디가 그렇게 웃기지는 않았다--;;
로버트 드 니로가 매일 밤 '엄마'의 구박에 굴하지 않고 
스토커 친구와 합심해서 성공향해 달려가는 백수라는 설정이 더 웃긴다.
카리스마의 반전이랄까.
그래, 그래도 '양해'받을 정도의 범죄였고
죄값을 치뤘으니남은 꿈을 향해 합법적으로 정진하시겠지.
너무나도 어이없는 두 스토커들의 반쪽 성공담.
-간절함으로 '성공'은 성공했지만, 아무리 간절해도 연정은 억지도 안되버림^^
스토커들 사이에서는 두고두고 전설이 될지도 모르겠다.
 

청춘시대|2016


모두에게 다 사정이 있다.
그리고 그걸 오해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로맨스판타지만큼이나 비현실적일지 모른다.
언제나 필요한 순간에 그 자리에 있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다면
특별한 인연을 만들기 위해
무리하게 애쓸 필요가 전혀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심지어 범죄도 많이 줄어들겠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어봐 주는 사람들을 통해
그들에겐 대답하지 않았어도
스스로에겐 대답해주던 사람들을 통해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청춘들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입자의 열병|Particle Fever|2013


신의 입자-힉스.
뉴스에서 본 적 있지만 이름만 기억할 뿐 뭔지는 몰랐던 그 입자의
발견대모험이다.

물리학은 수학보다 더 긴 마음의 거리가 있는 학문인데
그 안에는 세상을 설명할 원리를 찾는 이론 물리학자들과
그 이론을 검증하도록 실험을 설계하는 실험물리학이라는 세계가 있단다.
그러니까 세상의 모든 물질은 입자로 구성되어 있고
수많은 입자들 중 몇 개의 주요입자들이 일정한 규칙으로 결합되어 물질이 만들어지는데
그 한가운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입자를
피터 힉스라는 이론물리학자가 이론으로 증명했고
실험물리학자들이 80년대부터 LHC라는 기계를 설계하고 만들어서
빅뱅 이후의 상태를 재현함으로써
그 이론을 증명한다는 것이다.

초반부터 이 실험에 대한 어마어마한 기대가 그대로 나타났기 때문에
누군가는 자신의 연구인생 몇십년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될 수도 있다고
뿐만 아니라 기대밖의 결과가 나온다면
지금까지의 물리는 엉망이 된다고들 얘기하는 바람에
실패하면 절대 안되는 이 실험에 음모가 끼어들지는 않을까-하는
비과학적인(^^) 상상까지 했는데
다행이 LHC라는 거대한 기계는 엄청난 흥분과 적당한 실패, 수정을 거쳐
제대로 작동했다.

이제는 모두가 알다시피 다행이(?)
힉스입자는 나타나주었다.
하지만 오묘한 건
모든 비밀을 풀어줄 것 같던 이 입자가
과학자들이 예상하지 못한 특징으로 발견됐다는 것이다.

단 하나의 실험에 한 학문의 모든 연구자들이 매달리는 초유의 실험이라 할 정도로
거대한 과학 사건이지만
오히려 그 결과 앞에서
아직은 비밀의 문을 열어주지 않겠다는 신이 있는 건 아닌가-라는
정반대의 상상도 하게 된다. 

과학문외한들이 어쩌다 한번 보는 영화가 되리란 걸 알았는지
감독은 영리하게 과학자들의 재미있는 소개도 잊지 않았다.
정치적 달변에 휩쓸릴 필요없는 절대 불변의 원칙을 찾아서,
혹은 고전음악에서 느낀 조화의 원칙을 큰 그림속에서 찾고 싶어서,
제일 좋아하는 수학(ㅋㅋ)과 자연을 함께 공부할 수 있어서
물리학을 선택했다는 과학자들.
얘기를 들을수록 물리학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대박폭소포인트: 처음으로 LHC를 가동한 날 파티가 있는데
한 떼의 물리학자들이 무대에 올라가 노래를 한다.
노래가사는 물질, 반물질, LHC, 빅뱅, 입자, 힉스 등등
누군가는 이런 가사에 흥분하고 신난다 ㅋㅋ

우리들|The World of Us|2015


처음에는 어쩐지 선이의 마지막이 좀 슬플 것 같아서
애잔한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꽤 화끈한 초반 우정공력이 귀엽기도 하다가
방학이 끝나면서 덮쳐오는 급격한 관계의 변화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같은 분위기도 풍긴다.
하지만, 영화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 어린이들, 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신기하다.
대충 볼라치면 좀 사는 집은 부모가 문제고
사이 좋은 집은 돈이 문제고
이도 저도 아닌 집은 공부로 애를 잡아 문제구나 싶게 거의 클리쉐에 가까운 설정이지만
선이, 지아, 보라를 그냥 어떤 집 아이-라고 부를 수가 없다.

그렇게 사랑하는 엄마에게도 고백할 수 없는 친구사이란
선이에게 굉장한 사생활인 것이라
아이들의 세계는 어느 정도 독립적이지만
아이들이 왕따를 하거나
왕따를 당하는 이유는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의 선택은 매우 정치적이기까지 하다.

거기에 이상한 타이밍이 끼어들어 본의 아니게 비밀을 보고, 오해를 사거나 오해를 하고...
그 다음 분노까지는 그리 먼 길이 아니다.
(그 이상한 타이밍에는 어른이 걸음을 못 걸을 정도로 취한 늦은 밤에
초등 4학년이 그 앞을 지나가는 것도 있다^^) 

그럼에도.
뭔가를 배워서 실천하는 열한 살이라니
그렇게 싸우고는 상처가 깊어서 다시는 같이 못놀것 같은데
이 아이들에겐
놀다가 또 생각나는 날이 오면 그때 또 방법이 있을 것 같다.  

두 어린이 꽁냥꽁냥이 뭐 얼마나 재미있겠나 싶었지만 정말 의외였다.
심지어 개를 훔치는 방법을 보고서
어린이 영화 깔보면 안된다는 걸 깨달은 지 얼마 안되는 나도 이 모냥이니
2만 관객에도 감사영상을 띄우는 마음씨가 고마울 밖에.
극악스럽거나 무식한 어른이 등장하지 않아서 너무 다행스러웠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다들 조금쯤은 노력하는 평범하게 착하고 무능한 어른들이어서...

 우정의 한낮
혀도 짧은 처지에 손님대접까지 할 줄 아는 윤이
이 영화 최고의 명대사가 바로 윤이의 것이라는 게 반전.
아직도 귀에 울린다,
'그럼 언제 놀아, 그냥 놀고 싶은데!' 
윤이의 매력의 끝은 어디인가 ㅋㅋㅋ
얼굴에 장난장난이 잔뜩 붙어있는 윤이의 진짜 부모님은 
너무너무 즐겁고
너무너무너무너무 힘들것 같다^^

PS1. 우리들 특별버전이라고 20분짜리 부가영상이 있는 것으로 다운받아 보고
윤이 특별영상 때문에 스페셜 버전 널리 퍼트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 특별영상은 모두 포탈에 이미 공개된 것-하하하...!

PS2. 영화 관련 동영상 중 10대 20대 30대 세배우의 인터뷰 영상이 재미있었다,
그 중 특히 10대 김수안의 인터뷰가.

차이나타운|Chinatown|1974


1974년 미국에서 벌어지는 기업의 음모와 개인의 충돌.
시작부터 끝까지 군더더기 하나 없는 이야기다.
그때라서 그런 거라 보기엔 아직도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 같은
여주인공의 희생양 등극
-죄지은 놈들 따로 있는데 벌은 그녀가 받고.
좋은 남편이긴 했다지만
아버지의 딸을 낳고
아버지의 친구와 결혼한 인생의 끝이 그렇다니
인생 자체가 삼재.
게다가 차이나타운이란 제목은
극 중 중국부부 농담과 연결되어
기이한 일이 일어날 법한
비현실적인 장소를 상징하는 것 같다.
한 번에 와닿는 선명한 제목이지만
스스로 유대인대학살의 생존자이면서
이름표를 붙이는 건가 싶은 구석도 있어서
개운치는 않았다.  

영화를 보던 중에 갑자기 로만 폴란스키-의 이름이 걸려서
기사를 검색해봤는데 맞았다, 미국에서 수십년 째 송환요청을 하고 있는 성범죄자.
몇 년전에는 당시 13살 이었던 피해자가 수십년만에 책을 내기도 했다.
이런 건 어렵다.
예술과 예술가를 분리해서 볼 수도 있겠지만
어떤 부분은 그럴 수 없는 게 아닐까?
그래서 몇 년전 로만 폴란스키가 아카데미에서 감독상을 받았을 때
기립해서 박수를 쳤다는 헐리웃 분위기가 이해가 안 간다.
응원하는 사람들도 이유가 있겠지 싶었는데
충분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영화는 재미있었지만
영화보다 로만 폴란스키 기사 검색으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 특이한 체험.

ps. 절친인(혹은 이었던) 잭 니콜슨은 기립하지 않았다고 한다.

베스트 오브 에너미|Best of Enemies|2015



한번쯤 보고 싶었다, 제대로된 보수와 진보의 논쟁.
민주주의 종주국이라는 미국의
아직은 상위 20%가 부의 5%를 차지하고 있던 나름 평등한(?) 시대의 두 논객과
abc방송국의 앙증맞은(?) 역사가 어우러진다.
당시는 버클리가 운영하던 보수파 잡지의 정기구독자가 10만이 넘었을 정도였는데
이 두사람의 논쟁과 abc방송국의 전략이
인쇄매체에서 방송으로 구심점이 옮겨간 시작이라고 한다.

윌리엄 버클리는 주지사에 낙선한 적 있는 공화당 정치인이고
고어 비달은 정치를 지망하기도 했으니 논쟁적인 소설 등을 쓴 자유주의 작가라고 한다.
둘은 중산층 이상에서 성장한 지식인들로
특이하게도 고어 비달은 대학은 가지 않았다고 한다.

이 두사람의 논쟁은
시청률이 뒤처지며 공화당 전당대회를 장시간 방송할 여력이 안되는
후발 방송국의 생존을 위한 프로그램에서 시작되었다.
꽤 여유있는 농담을 하며 거침없이 몰아대기도 하는 두 사람의 설전은 인기폭발이었다는데
거의 인신공격에 가까운 막말까지 그대로 방송이 됐다
마지막 토론 이후로는 죽을때까지 웬수지간이 될 정도로 치열했던 논쟁이라니...

꽤 재미있었는데도...
기대했던 품격있는 정치논쟁은 좀 부족했다.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에 대한 주장이 더 있길 바랬는데
하필 가장 치열했던 시위대와 진압에 대한 논쟁에서
두 사람이 거의 주먹다짐 직전까지 갈 뻔한 막말로 마무리되는 바람에
시위대의 피해가 시위대의 지나친 도발, 경찰의 과잉대응이므로
절차를 준수하자는 평범한(?) 보수주의자 버클리와
그를 네오나치라고 비난하는 비달의 입장만 봤을 뿐이다.

제일 재미있었던 건 미국의 사상논쟁이다.
우리나라의 '빨갱이'가 하는 일을
미국에서는 반대 편에서 '네오나치'가 하고 있었다.
보수들은 언제나 네오나치라고 싸잡혀 욕먹는 것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다고 한다.

그 다음은 그래도 인격적인 윌리엄 버클리다.
방송 중 비달의 네오나치라는 말에 흥분을 참지 못했던 윌리엄 버클리는
평생 그 일을 부끄러워했던 것 같았다.
부끄러움을 아는 보수-분명했던 차이점이다.

고어 비달의 언변은 꽤 매력적이었지만
로만 폴란스키의 성범죄 피해자인 10대 소녀를 비난했다는 기사에 할 말이 없어졌다...

이런 논객들의 이야기
다른 나라 버전으론 없을까?
좀 더 멀쩡한 버전으로
좀 더 주제에 집중한 버전으로 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