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The Hunger Games|2012


게임의 세계를 현실로 옮겨 온것 같은 판.
전체 게임은 악이 짰지만
등장인물들은 너무나도 건전영화분위기라
별 긴장감은 없었다.
그러겠네...하면 정말 그렇게 되고
안 그러겠지...하면 정말 안그러고.

보기드문 진취소녀가 활을 쏘지만
나쁜 게 없는 건 무해할 뿐
좋은 것이 없다면 좋아지지 않는다.

오락 액션 영화를 끊어본다면
재미는 엄청 대단하지 않은 거겠지.

은교|Eungyo|2012


원작에서 번민하고 통념에 항변하던 노인 이적요의 욕망은
영화속에서 청년 이적요의 몸으로 대치되었다.
그래서 영화속 이적요는
노인의 몸으로는 플라토닉에 갖혀
상상속에서조차 청년의 몸으로만 은교를 사랑할 수 있다.
그건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현실속 그의 목소리까지 증발해버리다니...
이적요의 독백이 솔깃했던 건
나이들어감에 대한 젊은 성찰때문이었는데
영화속 이적요는
약간 엉뚱한 면이 있는 시인 할아버지.
영화를 만들려면 어쩔 수 없는 현실적인 선택 아니냐고?
그럼 대체 이 얘기를 영화로 만든 이유는 뭘까....
궁금하다.

은교는 여고생이 남자와 자는 이유가 외로워서 라고 했다.
은교는 허세 여고생 인가,
순정이 자랄 토양도 없을만큼 외로운 존재인가,
-구분이 안갔다. 

빛나는 건
그저 생김새 자체로도 은교인 김고은,
영화에서는 주인공이었던 것 같은 서지우를
소설속 인물과 만나게 해 준 김무열.
대단한 에너지 였다.
도깨비 속 은탁이 은교의 변주처럼 보이긴 하지만
은탁의 밝음을 어리광으로 바꾼 건
영리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물론 이때보다 일취월장한 연기력 덕분이겠지만. 

박해일이 언제부터인가 영화를 정말 못고르고 있어서
안타깝다...

Day 103 아쿠아리오 내추랄 Aquario Natural



엄청 큰 자연수족관에서 수영하는 기분이다.
한 시간 남짓이라 좀 아쉽지만 날씨가 좋아서 물색이 예뻤고 
덕분에 사진도 잘 나왔지만  
-여기는 사진찍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나중에 맘에 들면 사는 방식-
안샀다.
역시 잘 안나와도 내가 찍은 게 더 맘에 드는 법.

리오 다 플라타와는 달리 
가이드가 아주 기본적인 물안경쓰기부터 잘 가르쳐주고
스노클링 연습까지 다 같이 하고 시작하니까
여기를 먼저오는 게 좋았겠다 싶었다. 
덕분에 오늘은 마스크에 물 안 들어감^^
그러나 중간에 스노클에 들어간 물 빼려다가 마스크에서 아주 빠지는 바람에 
지나가던 배 아니었으면 혼자 이리 저리 뒤집고 괴로울 뻔 했다.
마침 바로 뒤에 아버지와 같이 여행하는 점잖은 어린이의 도움까지 받았다. 
어찌나 의젓하던지.
말수가 많지는 않은데 또박또박 듬직하게 말하는 게 너무 귀여웠다^^

오늘로 3일 연속 투어에서 만나게 된 브라질 청년이 
오늘은 아주 귀한 정보를 알려줬다.
볼리비아와 페루에서는 절대 막차를 타지 말라는!
제 시간에 안 오거나 늦거나 아주 안 올 때
다음 차를 같은 날 탈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페루에서 4명 예약한 막차가 안 와서 경찰에 신고까지 했지만 
결국 다음 날 아침 차를 탔다는 슬픈 경험담과 함께. 
세상에서 샌프란시스코가 가장 맘에 들었다니
확실히 요즘은 샌프란시스코가 대세이긴 한가보다.

드디어 마지막 날. 
마음으로는 생선을 먹고 떠나자고 생각했으면서 
수퍼마켓에 갔다가 생고기 코너에 사람들이 엄청 서 있는 걸 보고 그냥 고기를 사버렸는데
가격표에 놀람-400g의 쇠고기보다 맥주 600 ml가 더 비쌌다^^ 
그냥 생긴 거 보고 대충 골랐는데
돼지고기인지 쇠고기 인지 확신이 안 생겨서 바싹 구웠더니
엄청 질겼다-근데 무슨 부위인지 고소한 맛은 괜찮았던.






읍내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다가 돌아다니던 길에
같은 방 친구들이 아는 척을 해줘서 잠깐 끼었다.
보니또에는 카니발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상파울로와 리우 처자들이 득시글한데 
이 친구들도 그랬다.
리우 사는 친구가 보여주는 리우 사진들을 보니
역시 리우는 한 번 더 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상파울로 친구가 모기에 물리지 않는 신비의 명약(??) 
Complexo B라는 걸 알려줘서 일단 샀다.
정체는 좀 더 알아봐야겠지만
이런 약과 함께라면 정글이 얼마나 마음 가볍게 다가갈 수 있는 곳인가!
모기 물린 자국도 없고 살이 전혀 타지도 않은 그 친구는 
타지 않는 약도 먹는다는데 이건 이미 너무 늦어서 패쓰^^

돌아오는 길은 
코냑 몇 방울 들어갔을 디저트를 먹고 코냑 한 병 마신듯이 취한 한 친구 덕에
호스텔까지 긴 길을 즐겁게 웃으며 걸었다.
확실히 얘기하면서 오면 긴 거리가 별로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미씽: 사라진 여자|Missing|2016

잊고 있었던 두 배우의 귀환-정말 반가왔어요~!

처음엔 좀 이상했다, 이지선의 다은이에 대한 애착이.
보모에게 월급의 절반까지 써 아이를 키우려하면서 정작
애는 보지도 못하고 키우는 이상한 엄마.
그런데 이지선은 엄마의 모성만은 나타내는 것은 아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기능적인 이혼관계를 위한 장면을 제외하고는 거의 부재였던
아빠의 자리까지 합쳐서
이지선은
자식을 지키겠다며 열심히 일을 하면서 정작 아이가 자라는 걸 제대로 못보는
이 시대의 야심찬 부모들의 상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절박해지고 나서야 가슴을 뜯게 되는.

한매에게 참 잘못한 사람들 많은데
그 중 가장 덜 직접적이고 악의 없었던 지선의 온몸을 던진 사과는
과연 한매의 추위를 좀 덥혀주었을까.
여자라고 관용과 이해와 소통의 아이콘일 수는 없는 건데
절정은 너무 퐌타지 같아서 오글거렸지만
마지막 장면이 너무 이뻐서 그냥 홀딱 넘어갔다.

처음에 엄지원 다은이 찾아다닐 때
중간에 공효진의 비슷한 상황.
꼭 절규해야 열연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배우들의 이런 연기는 어딘가를 깊게 긁는다.

색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준 매력만점의 김선영, 김희원, 박해준 너무 좋았고
또 한 분, 김연의 시어머니, 김진구 씨.
21세기를 훌쩍 넘어서도 그런 사악한 구태의 대사를
너무 자연스럽게 소화하시는 바람에
진짜 같은 느낌이 들어서
너무 싫고
너무 좋아요 ㅋㅋ
다음 영화정보에 올리는 게 돈이 얼마나 든다고
조연배우 이름 달랑 네 명이라니....
결국 기억을 더듬어 플란다스의 개에서 무말랭이 할머니로 찾았다.
작은 영화들 이미지 코스프레 하면서
별 이유없이 무례한 건 맘에 안 든다.....

...정수기 PPL 완전 싫어...

Day 49 칠로에 Chiloe 국립공원

국립공원 밖 해변 옆 초원

엊저녁 잠깐 인사했던 스페인에서 온 안나와 국립공원에 같이 가게 됐다.
버스 시간을 확인안하고 갔더니 한 시간 반 정도가 남아서 카스트로 부두가 산책.
어제 저녁에 휙 지나갈 땐 몰랐는데
안나는 건물 마당에 자갈 대신 조개껍질로 장식해 놓은 것,
카라가 피어있는 정원,
다른 색깔의 팔라피토 건물 까지 꼼꼼하게 챙겨 즐긴다.
이 동네 버스는 개집 앞에서도 선다고 해서 한번 빵 터트려 주시기도 하고.
 오늘이 스페인 국회의원 선거라는데
부재자 투표 용지 신청을 몇 번을 했음에도 아직 도착하지 않아서
결국 투표를 못하게 됐다는 걸 보면
스페인이나 아르헨티나 얘기를 들을수록
우리 나라랑 참 비슷하다고 느끼게 된다.
심리학자라고 해서 더 반가웠던.

비 많이 오고 흐린 날이 많다더니
칠로에 국립공원은 약간 정글 분위기.
고사리 같이 생긴 식물이 제법 굵직하게 자라있기도 한데
워낙 경사없는 평탄한 길이라 나같은 게으름족에게는 안성맞춤의 산책길.
한편 다들 왜 지루하다고 하는지 이해도 됐다.
모두가 추천하던 해변은 정말 아무도 손대지 않은 야생의 바닷가랄까.
나름 신경 써서 파노라마를 찍었는데
수동 설정이 잘못 되어있었는지 너무 어둡다-아까워....
그런 해변을 말 달리는기분, 상쾌도 했다!

섬은 휴양지라고 생각들을 해서인지 일주일씩 머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아무데나 다니다가 재미있는 경험들도 하는 것 같고.
부모님과 함께 여행하는 스위스에서 온 뮤리엘은
오늘 동네 주민의 즉석투어를 다녀왔다고 했다.
지체 장애가 있는 청년의 열렬한 구애를 받았다고^^

국립공원에 자외선 지수가 붙어있어서 되게 친절하다 생각했는데
여기서는 그게 일반적인 모양이다.
오늘 엄청나게 화상을 입은 여행객을 보니
선크림 정말 열심히 발라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든다.
보기도 그렇지만 되게 아프기도 한데...
너도나도 민간요법 하나씩을 전해줬다는데 빨리 낫기를.

닥터스|2016



힌 때,
의학드라마들이 의사들이 병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라고 비난 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걸 벗어나겠다고 몸부림 치며 병원의 정치, 환자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기를 잠시.
다시 의사들의 연애장인 것이 새롭기도 할 무렵인데
드디어 닥터스 탄생.
이것은 의사들이 연애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연인들의 직업이 의사인
본격 연애드라마^^

작가의 전작인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다.
사랑과 전쟁을 오랫동안 썼다더니
이 작가는 그 '막장'에서 '막'을 빼고 장을 담근 것 같은 이야기를 썼었다.
오랫동안 묵힌 감정으로
균열을 급하게 봉합하지 않고
같이 한 역사만큼 기다려주며
충분히 정상적인 사람들이 스스로를 깨달아가던 결말.
억지로 봉합하지 않고 감당할만큼의 매듭을 묶는 닥터스의 결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지만 나의 애정은 3회를 끝으로 사라져버린 상추와
입만 열면 명언이 쏟아지던 강말순 씨.
그런 할머니를 잃은 혜정의 슬픔이라서 많이 공감할 수 있었다.
상추에 반한 다른 네티즌의 편집 동영상은
앞으로도 몇 번 더 보게 될 듯^^
그리고 그리고 매력적인 진서우.

젊은 여배우들의 대거 등장 때문인지
화장품, 장신구, 구두 피피엘 너무 지겨웠다.
진짜...병원에서 힐 신고 돌아다니는 의사라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2015


마을-이라는 이름이 주는 정겨움의 이면에 있는 폐쇄성은
최근 몇 년간의 믿어지지 않는 범죄소식들로 이미 널리 알려져 버렸다.
그런 '마을'에 찾고 싶은 사람을 찾아드는 이방인들과
마을 사람들의 '암묵'의 대결-모처럼 새로운 이야기였다.

문근영의 선택이 반짝거리는데도
드라마 속 소윤은 이상하다.
낯선 곳을 선뜻 찾아올 만큼 정깊은 어린 동생인데
그리움도 공포도 없는 로보캅 같은 인물이다.
아무 느낌 없이 오히려 정의감과 분노로 열심히 사건을 해결해가다
정확히 수사가 끝나고 나서야 연민을 보이다니.
그렇게 그리워한 언니인데
그만큼의 공감도 갖지 못하고
그걸 살인자의 입으로 듣고서야 깨닫는 기계적인 정서.
보는 사람이 소윤에게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었다면
훨씬 풍성한 드라마가 되었을 텐데....

가장 마음이 쿵하던 장면-증거는 우리 가영이....ㅠㅠ
오 나의 귀신님에서도 이미 놀랐었지만 신은경의 윤지숙이야말로 진짜 주인공
-아무 것도 잊지 않은 사람이니까 정신차리고 나면 마음의 예를 갖출 것도 같다.
슬프고 아름다왔던 장희진의 김혜진

미생|2014

 이렇게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미생'
-좀 슬픈 역설이다.

상사라는 곳이 회사 안에서 자기사업을 하는 구조라는 걸 처음 알았다.
난 그래서 오히려
쫓겨난 박대리가 '뭐 대단한 일들 한다고'-혼잣말을 하던 게
맥락과는 달리 말 그대로 더 와닿았다.
직장생활의 신화-상사맨이라는 자부심
모르겠다, 정말. 그게 뭐가 그렇게 대단한 건지.
그냥 다들
드라마속 주인공들과 더불어
'우리'를 느끼면서 한 잔 하고 싶었던 거 아닐까...

제대로 연애족은 없었지만
각 부서의 팀원들의 상사에게 적응하기는
성별만 바꾸면 개성있는 알콩달콩이 될 법했다.
-난 강대리-장백기 커플 응원^^

하지만 이 모든 성취와 감동은 장그래와 오부장이라서 가능하다.
장그래처럼 함께, 오래 일하는 게 목표인 사람만,
아니면 오과장 처럼 제 적성을 잘 찾아서 밥먹고 사는 사람만.
각자 일하는 이유가 다를 땐
이런 과정이란 오히려 노동자를 도구처럼 만들어버리는 일방적인 교화이다.

일에서의 보람은 주관적이고 일시적인 것에서도 왔었다.

예상 못한 인사라든가
어느날 부터 느껴지는 신뢰의 눈빛
갑자기 화사해진 답미소
어느날 부터 개운해진 농담.
그런 거 없어서 죽지는 않는데
돌이켜보면 그런 작고 일시적인 것들이 사라지지 않아준 덕에 
밥벌이에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생각보다 적응이란 거-익숙해지기는 쉽다.
어딘가 불편할 때 남의 이유를 내 것인양 쭉 들이마시면 된다.
문제는 그렇게 맘 먹을만한 동기인데
아직도 찾지 못해서
그냥 불편함에 적응하기를 선택한다.

참고 무시하는 것과 달리 견디는 것에는
학습이 들어있다.
불편함의 이유를 깨닫고 적응을 결정하고 다음 단계로 반복.
김대리의 문 열기는 그래서 적절한 비유였던 것 같다.    
그걸 가장 잘하는 장그래가 결국 떠났던 건 역설이지만.

오랜만에 미생을 다시 보면서
참 대단한 기술력의 성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니던 직장을 옮기는 것 뿐인데
그걸 인생의 낙오를 결정짓거나 생사를 좌우할 것 같은 무게로
보는 사람을 시종일관 몰입하게 만드는 기술.
그 많은 인물들이
목적지-가 있다면-에 다다르건 말건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데도
그 '결과'라는 것을 끊임 없이 궁금해하고 희망하게 만드는 기술.
몇 번이나 가슴 두근거리게까지 하며.
장그래이 절실한 눈빛이
우리, 같이, 계속을 말할때
뭘 그렇게까지-라고 쉽게 말할 수 없을만큼.

찾자면 손쉬울 수도 있는 '까르르'거리들이 아닌 '열심'의 정의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결국의 사깃군이었던 당시의 사업가가 수장이던 건물이지만
최신 유행이 아니어도 예를 갖춘 옷을 입고
가방의 덩치가 드러나는 그 모습 그대로 열심히 출근하던 장그래는
신성하건 말건 노동의 힘을 보여주었고 
혼자라는 알을 깨고 나온 환골탈태가 아니라
자신이 있는 그 자리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하며
배워야 할 것을 게으름 피우지 않고 배워나감으로써 
장그래 답게 '혼자'스러움의 긍정을 끌어내는
성취를 이루었다.

괴리를 이기지 못한 사람들은 신발을 끌며 무겁게 떠나고
가슴에서 올라오는 물음표들을 하나 둘 죽이고서야 살아남은 사람들이
단지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물음표들의 싹을 자르려 담합하기 쉬운 곳에서
인생에 예의 바른 사람들을 만나
답을 찾는데서만큼은 기죽지 않아도 됐던 건
장그래의 유일한 행운.

보다가 새삼.
대학교육의 가격대비 품질의 가치논쟁은 둘째치고라도
출석도 안했을 사람들의 졸업장을 인정해주는 것,
독학으로 이룬 성취를 더 선망할 것 같은데 오히려
사법고시를 통과하건 대통령이 되건
그 졸업장이 없음을 무시할 수 있다는 것,
무엇에 대한 어떤 명예를 기리는 지 알 수 없는
명예박사 같은 학위의 효용성 같은 것.
왜  그런건 지 알 수 없어졌다.
장그래는 현재를 보면서도 과거를 왜 궁금해하냐고 물었지만
증명하고 있는 존재에게 과거의 빈 칸을 따지는 것도 비슷한 질문이겠다고
생각했다. 

접속|the Contact|1997

20년 쯤 지나고 보니 한석규도 풋풋해보이는구나^^

오해로 시작했지만 서로를 보지 않고 이해하게 된 두 남녀가 만나면서 끝나던 이야기.
신선했던 기억이 오랜만에 다시봐도 변함 없다.
여전히 행복한 기분으로 들을 수 있는
Lover's Concerto를 비롯한 OST의 매력도 여전하다.
도회적이고 젊은 감각으로 만든 살짜쿵 연애물의 매력.
당시 하이텔이나 천리안의 삭막한 화면때문에
유니텔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는 만들어지기 어려웠을 거란 농담도 기억이 난다.
이제는 약간 변방 같은 느낌이 나는 종로의 극장도 새록 떠오르고.
그러고보니 영화속에 셀카가 등장한 게 무려 20년 전 ㅋㅋ

영화에서는 처음 봤던 전도연이 제 자리인듯 꽉 차 보였고
한석규는
로맨스의 주인공으로는 드물게 꽤 현실적인 피로감이 묻어
오히려 마음이 가던 동현을 보여주었다.

너무나 매력적이었던 추상미, 
어느새 악역 전담이 된 김태우와
못본지 오래된 강민아도 한 풋풋 하고.

그 시절엔 그런 게 없어서인지 크게 느끼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거의 100% 계약직이 되어버린 직종의 수현이 가진 여유가
그동안 내리막길을 걸어온 한국의 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4등|the 4th Place|2014

안 그래도 된다는 정답을 알지만
고민하며 틀린 답을 실천하게 되는 질문이겠지...

1등도, 2등도, 3등도, 꼴등도 아닌 4등.
4등의 비애는 메달권 밖이라는 것이었다.
점을 보러 가는 심정이나
4등을 향한 안타까움은 아마 비슷할 것 같다.
너무나 바람직한 영화이다 보니
본 사람들은 다들 재미있다고 입소문 낼 것 같은데
이 영화를 좀 봐줬으면 싶은 극렬 학부모들은
제목부터 재수 없다고 안 볼 것 같다^^
경고문을 부주의한 사람들이 못보고
원래 조심스러운 사람들만 보는 거랑 같지...
현실 적인 차이라면...
저런 용기를 내는 부모들은 꽤 된다.
하지만 저렇게 빨리 효과를 성과로 보여주는 경우는 드물다.
확신도 없이 충분히 기다려 줄 수 없는 부모들은
원래의 방식으로 돌아간다. 
...그리하여 이 영화의 결말은 판타지인 걸로.

제목이 확 끌렸기도 했지만
예고편에서 끝까지 보기로 한 건
오대환 때문.
마사장은 어디가고 또 늙수구레한 태능인으로 자연스럽게 등장하신다.
화이에서 처음 봤던 박해진도
여기서 제법 천재출신 쌍팔년도 스타일의 코치로 굉장히 잘 어울렸다.
올림픽에서 그나마 챙겨보던 수영 종목.
어린이 수영 구경도 재미있었다. 

한공주|Han Gong-ju| 2013

진짜 공주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정도는 괜찮았을까......

자기는 잘못한 게 없다고
저렇게 모두가 납득할 수 밖에 없는 한 마디를 꿰뚫는 영화 속 공주 조차
자신을 향하는 무차별적인 갖가지 폭력을 싸워내지 못한다. 
공주의 미래는 이미 세상을 등진 친구와 아직 살아있는 자신 사이에 있을 뿐이다. 

너무나 지독한 클리쉐라고 생각했던 영화 속의 이야기들이
실은 완화시킨 현실이었다는 게 더 충격이었고
어떤 어른도 저 말을 되돌려주지 못한 채로
어딘가에서 다친 소녀인 채로 
어른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도 충격이었다.

저 소식을 듣고
이 영화를 본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분노했다.
하지만 저런 부모들을 둔 자식들에게 
오롯이 책임을 다 물을 수 있을까-의문이 든다.
관련 기사와 인텨뷰를 보다가 
저 가해자들에게는 처벌보다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이 와 닿았다.
공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피해자들의 참회일 것은 너무나도 분명하지 않나.

이런 믿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는 소수의 사람들을 위해 
법정신을 부정할 게 아니라
성범죄에 맞는 강력한 치료과정이 필요하다. 
100% 성공은 아닐지라도.

영화의 만듦새는 
단 한 장면이었지만
그게 너무 결정적이어서 맘에 들지 않았다.
굳이 보여줄 필요는 없었다는 게 나의 생각.
그렇지만 천우희는 한공주 그대로.

EIDF 2016|즐거운 나의 집|At Home in the World


안드레아스 코에포에드 Andreas KOEFOED|59분|덴마크|2015
영화 첫머리의 문화충격은
이 학교가 덴마크 적응이 필요한 이민자들이 아니라
입국심사를 기다리는 대기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
인천공항에서 긴긴 날을 보내는 망명신청자들에 대한 기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보다도 한참을 앞 선 듯
우월감까지 보이는 문명국들이
최근 설핏 드러낸 민낯을 알고 있기에
이런 것 만큼은
예산을 좀 줄이더라도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면 안될까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사람대 사람이라면 오히려 간단할 문제다.
사회문제라고 익명의 이름표를 다는 순간
뭔가 제대로 뜯어 고쳐야할 것 같은 사명감에 불타지만
망명자들을 포함한 이주노동자들의 기사에
엄청나게 적대적인 댓글을 다는 사람 중에서
아이란이 어느 날 찾아와 좀 살려달라고 부탁한다면
거절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게 길어질까 봐
더 많은 것을 요구할까 봐
그것을 거절하기가 어려워질까 봐
아예 문을 두드리는 것에 조차 화를 내고 있는 게 현실.

세상의 집이란
있기는 하지만
내 것은 아닌 집이다.
미래가 더 많이 남은 아이들에게
꼭 이것이어야 한다고는 말 할 수 없지만
이미 원치 않는 상처를 가진 아이들에게는
좀 특별히 친절해져도 괜찮지 않을까.

저 중 누구 하나쯤은
멋진 철학자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EIDF 2016|멧돼지 사냥|Wild Boar Hunting

김민지 KIM Min Ji|65분|한국|2016
---참가작인데 포스터도 예고편도 없고 영화소개도 가편집본을 보고 작성했다고 한다. 마감일도 못 지킨 영화가 이렇게 같이 제공되는 건 EBS직원이라는 감독에 대한 특혜만은 아니길 바라며---

더위와 추위에도 취약해지는 인간이 두려움 속에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것,
고래와 고래잡이 어부처럼포수가 멧돼지와 깊이 교감한다는 슬픈 현실.
정말 어디에도 답은 없을까.
원가 더 찾아보고 영화를 완성했어야 하지 않을까.

멧돼지 사냥이란 제목의 이 영화보다는
삼순이, 사순이를 키우며(^^) 사시는 두 내외분의 이야기를 인간극장에서 보고 싶은 생각이 더 간절하다. 

EIDF 2016|부서진 기억들|Destruction of Memory




팀 슬레이드 Tim SLADE|82분|미국|2016


파괴되는 문화재에 대한 관심은
그것이 인명살상과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결국 문화재는 인류 보호를 위해 필요하기 때문에
전쟁에서 '필요'에 의해 파괴할 수 있다는 전제를 벗어나지 못한다.
전쟁과 같은
모두가 바라지도 않고 멈추고 싶어하지만 어찌할 수 없는 상황뿐 아니라
정말로 인류의 정체성을 위해 필요하다면
파괴하지 않고 훔쳐가서 버젓이 전시까지 하고 있는 '선진국'들의 현재도
같이 다뤄져야 하지 않을까.
그게 소수라고 무시한다면
로마는 보호하고 두브로브니코프는 내버려뒀다고 비난할 수 없는 것.

나는 어떤 민족적 자긍심을 교육하는 것도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오래 그런 교육을 받아서 전혀 자유롭지 않은 상태에서 말해도 그렇다.
그 자긍심이 자긍심으로 머무는 경우라면 그래도 안전하겠지만
많은 경우는 그로 인해 우월감을 갖게되고
그 우월감으로 열등감을 갖게 되고
결국은 인간을 인간으로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어마어마한 시간이 더 들게 된다.

그럼에도 라파엘 램킨은 이 영화 속 발견이었다.
문화재 파괴에서 무차별 살상의 가능성을 미리 읽던 그를 보면
인권의식이란 것에는 그것을 위한 감수성이 절대로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전범이 살해됐을 때 그는 이제 전범의 심판을 위해 피해자가 나선다는 것을
걱정했다.
그런데 이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는
피해자들이 심판은 커녕 이유라도 좀 알자고
단식까지하고 있다......

PS. 영화에서 소개되었던 말리의 팀북투 유적을 파괴한 극단주의자가
9년 형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한 걸음.

http://www.nytimes.com/2016/09/28/world/europe/ahmad-al-faqi-al-mahdi-timbuktu-mali.html?_r=0

EIDF 2016|앤서니 위너: 선거 이야기|Weiner




 
 조시 크리그먼, 엘리스 스타인버그  Josh KRIEGMAN, Elyse STEINBERG|96분|미국|2016

위너라는 이름은 뉴스룸에서 얼핏 들었다.
그 스캔들이 유권자들에게 중요하냐는 질문에 다들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위기에 몰린 뉴스룸 팀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했던 뉴스의 주인공.
영화의 중반만 해도 
이런 일탈은-그는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았고 그냥 놀았고 원치 않게 들켰다-
가족에게 용서받으면 되는 것이고 
싫으면 투표하지 말라는 그의 나름 성깔있는 항변이 
좋고 싫음을 떠나 일리가 있는 건 사실이었지만
정확히 미국 유권자들이 꿰툻어보고 선택했듯이
전혀 달라지지 못한 모습이었음을 숨긴 지점에서는 
국가의 법이 아닌 내 기준으로 판단을 할 수 밖에 없다. 
초반에는 지원유세를 나서면서도 차마 '사랑한다'는 (거짓)말은 하지 않던 아내가
위기의 절정-이라고 생각했던-지점에서 
결국은 그 힘든 말을 꺼내던 순간
사람들이 깨달은 건 
그녀의 관용이 아니라 야심이었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힐러리가 
대통령이 될 희망이 없었다면 그때 이혼했을 것이고 
지금은 하고 싶어도 못하는 타이밍이라고 믿고 있는데
이 영화를 본 다음 날 공교롭게도 이 부부의 이혼 기사가 났다.
힐러리의 충고가 있었다는 뒷얘기도 슬쩍.

같은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더라도 이유는 다르다. 
내가 이 사람을 믿을 수 없는 이유는
제 몸 단속 하나 못하는 과잉 발정남이 정치를 하겠다고 나대서가 아니라 
최소한 스스로가 수십 수 백 번은 존경하고 가장 신뢰하며 사랑한다고 말했을 사람을 
여러 번 속이고도 아니라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의회의 투사-이 사람의 업적은 휼륭했지만
불행이도 그건 그 아닌 다른 사람이 대신 할 수도 있는 일이라는 걸 이제는 납득할까?
허구의 이야기 속에서도 참 보기 드문 100% 자승자박.

EIDF 2016|쇼크룸: 밀그램의 실험|Shock Room


캐스린 밀러드  Kathryn MILARD|73분|오스트레일리아|2015
영화 웹사이트: http://shockroomfilm.com/

내게 스탠리 밀그램은
연구 윤리를 처참하게 무시하며 획기적인 발견을 한,
황우석을 생각나게 하는 균형이 깨진 과학자였다.
(황우석이 조작까지 했다는 건 나중에 알았으므로--;;)
하지만 이 영화는 
연구 윤리 부분은 명백히 위반이라 고정된 사실이지만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다고,
역사책이 역사가의 관점을 비해갈 수 없듯
이 실험 또한 해석이 중요하다고 끝을 맺는다.

권위에 대한 '복종'이라는 연구결과는 아마도 밀그램의 연구보고서 대로 알려진 것이겠지만
정말 그렇다.
나치의 공포를 겪은 밀그램은 '왜'에 촛점을 둘 수 밖에 없었겠지만
그 결과는 누구나 그렇게 된다-는 우울한 결말이었을 뿐,
이 영화에서 언급했듯
오히려 그 평범한 악-에게 변명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 진지한 실험 속엔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남아있었고
그 중엔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마리도 있었다는 게
놀라운 발견이었다.
밀그램은 알까.
자신의 실험이
의학의 발전을 가져온 나치의 인체해부 같은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역설을.
모두가 광기로 치부하며 부정하고 싶어할 때
거기에 물음표를 붙여 이렇게까지 답을 찾으려 노력한 밀그램의 성취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역시 유효한 질문이기에
그에 대한 평가는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 우울한 결과를 다시 들여다보고
거기서 희망을 찾아 준 이 영화에는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시작에 분명히 모든 출연자가 배우라고 친절히 얘기해주고 있는데도
실험이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서는 계속 잊고.
실제 실험에서 처럼 학생역할만 배우라고 생각했었다.
진짜 대단한 열연들^^

레벤브로이|Lowenbrau|독일



딱히 찾는 맛이 없을 때 무난하게 마실 법한,
싸게 팔 때 왕창 쟁여둘만한^^ 맛의 5.2도 짜리 독일 맥주. 

마튼즈 필제너|Martens Pilsener|벨기에



시원한 청량감-가벼운 5도 벨기에 맥주. 
-라고 기억하는데 다시 마셔보니 너무 밍밍하다. 다음엔 패스.

담버거 엑스포트|Damburger Export|벨기에


단맛은 없고 약간 쌉쌀하긴 하지만 약간은 멍청한 혹은 부드러운? 5도 짜리 벨기에 맥주. 


하켄버그 필스라거|Hackenberg Pils Larger|벨기에



시원 쌉싸름한 맛의 벨기에 맥주. 
알콜 도수 5. 


스파르타쿠스|Spartacus|국립발레단|2016



    정영재, 박슬기, 허서명, 신승원

어딘가 꼼꼼해진 느낌이 든다.
군무는 일사불란해지고 개인기는 개인기 대로 빛나는 느낌.
하지만 또 어딘가는 좀 늘어지는 느낌도 들었다.
내려오는 길에 2막에서 잤다는 사람이 여럿 있던데
다들 비슷하게 느낀 듯.
스파르타쿠스 하면 역동인데 
왜 그랬을까...
매 장마다 주연들이 혼자 춤을 출 때
전체 무대를 가린 것이 독백처럼 느껴졌는데
무용수들에게 시선이 모아지긴 하지만
어딘가 끊어지는 느낌도 들었다.
게다가 오늘은 꽈당 정도는 아니지만 
다들 한 두번은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있었고.
암튼 높이에 약한 나는 
스파르타쿠스보다도 크랏수스와 2막 목동들에게 반함^^
대신 스파르타쿠스의 최후는 춤이 없이도 멋있어서
연출은 맘에 들었다. 
매표소에 전석매진에 불이 들어와 있던데
인기가 좋긴 한가 보구나.
그래도 생음악이 아닌 건 좀 실망.

지난 번에 샀던 프로그램을 가지고 갔는데
놀랍게도 자세한 캐스팅이 씌어진 종이가 끼워져 있었다.
그때 스파르타쿠스의 도약을 굉장히 멋있게 기억하고 있는데
이영철이었구나...
기억해 놓을 것-해오름 극장은 2층 앞자리가 1층 어지간한 자리보다 좋다.
지하철역 근처 두부집 밥도 맛있었다. 

터널|Tunnel|2016

 끝까지 간다의 감독이었구나.....
 저 대사가 콕 박힌다....

대한민국은 알아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걸
불행이도 체험학습으로 배우고 있지만
정말 쐐기를 박는다.
구조를 멈추는 것은
그냥 포기가 아니라
아주 적극적인 살인이라고 외치면서.

나는 가끔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진지하게 묻고 대답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냥 나쁜 짓이니까,
옳지 않으니까 정도로는
딜레마 앞에서 쉽게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생명은 왜 소중한지,
사람은 왜 죽이면 안되는지,
국가는 왜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지.
한 번도 토론해 본 적이 없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뿌리를 모르니
당연이 당연하게 무시될 때도 기막히기만 할 뿐
어떻게 해야할 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뭔지..모르겠다, 정확하게 왜인지는.
하지만 구조대장이
저기 갖힌 건 도룡뇽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말할 때
도룡뇽을 구하려던 사람들의 노력은
사람을 구하려는 노력보다 당연히 하찮게 여겨져야 하는 건지
그렇다면 몇 천 억에 사람목숨을 포기하자던 것과 뭐가 다른 건지
얼마부터는 사람목숨을 포기할 수 있는 거고
어떤 사람부터는 얼마라도 포기하면 안되는 건지
정말 모르겠다.  

진짜 원망을 누구에게 해야할 지 모른 채 길을 잃은 노모를 보면서
저렇게는 늙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그냥 봐도 한참 울고난 얼굴 같은...
처음 몇 장면을 빼고는 
등장 내내 남편의 생사에 가슴졸이는 아내라니 바로 탈진캐릭터인데
놀랍게도 배두나는 
그 와중에도 희소식을 들었을 때
구조에 먹구름이 낄 때 
탈진의 강약을 보여준다.
진짜, 헐...
멋있다.
근데 여보라고 부르는 남편을 왜 오빠라고 부름...?

너무 귀여워서^^ 불만이긴 하지만 누구보는 것 같기도해서 짜증은 좀 나던.
하지만, 또 이렇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시는 왕언니, 김해숙

이번 하정우의 먹방은 정말 놀랍다. 
생크림 케익 위의 오렌지를 먹는데
갈비 뜯는 줄 알았네 ㅋㅋ

빅쇼트|The Big Short|2016

 

내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은
그게 너무 어려워서가 아니라
좋은 설명을 듣지 못했기 때문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모기지 펀드, 스왑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되다니^^
재미있고 유익한 교육 영화 한 편이다.

당시에 기사를 읽으면서 미친 거 아냐 싶던,
부도에 도박을 하는 기괴한 투자의 탄생을 이제 이해했다.
어리석음과 무지로 직무유기하는 무능력을 성토하며
그 방만의 틈이 무너질 것을 예상하고 돈을 거는 도박꾼들.
망하는 사람들을 생각해서 춤은 추지 말라는 엄중한 충고도
그제야 겁이 난다는 고백도
그들의 부도덕함의 짐을 덜어주지는 않는다.
실지로 스왑으로 돈을 번 사람들 때문에 사태가 더 나빠졌다는 의견도 있다.
버블이 터진 뒤 불평이 줄고 안정을 찾았다는 마크 바움은
아마도 더는 남을 불신하고 비평할 자격을 잃었음을 깨달아서가 아니었을까.
인생 최대의 잭팟을 터뜨린 사람들이
그 기회를 준 망한 시스템에 퍼붓는 저주라니
참 슬픈 코미디다.

투자자들도 그렇고
저 선수들도 그렇고 
나로서는 실감도 안나는 저 숫자의 돈을 벌어서
대체 뭘 하고 싶은 걸까.
대기업 큰 손이 아니어도
정치권에 아는 사람 없이도
능력 껏 이런 판을 벌일 수 있는 미국이라
기회의 땅...?
큰 물에서는 크게, 작은 물에서는 작게
다들 미쳐가고 있는 듯.
뭐 다들 기부들은 좀 하셨을 테지...

It ain't what you don't know that gets you into trouble.
It's what you know for sure that just ain't so.

제목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찾아봤더니
short는 투자 방식-고가일 때 가격이 떨어질 걸 예상하고 미리 팔아치우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검사외전|A Violent Prosecutor|2015


말 안듣는 검사를 멈추려 음모를 꾸미고 무려 실형을 내리는 검찰이 쓰레기라고
폭행과 감금을 일삼다 쓰레기에 도전하는 변재욱이 정의가 될 수 없는데
어쩌라고...?

황정민의 웅변 재미 없고
강동원의 재롱잔치도 별 거 없었다.
딱 하나 막춤장면 정도...?
에휴......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Inside Men the riginal2015


내가 맞은 것도 아닌데^^ 뒤통수가 얼얼해지는 느낌.
혹시 유사한 점이 있더라도 우연이라고 하니 더 진짜 같잖아 ㅋㅋ

말로만 듣던 이야기들의 상상을 극대화한듯
상상보다 훨씬 더 역겹고 후진 꼬락서니다.
뒤통수 연대기랄까.
하지만 오히려 시원한 정의같기도 했다.
성공이란 게
저런 짬짜미 속에 온 몸을 던져
살덩어리 호강을 남의 돈으로 하는 게 다라면
진짜 인생 너무 후지지 않나.
허파에 바람들어간 그지 새끼들은 다 저 동네 모여 있는 듯.

인간만이 가지고 있다고들 하는 '수치심'을 모르는 게
모자람이 아니라 특권이라고 믿는 미개인들만의 동네 얘기.
이제 쫌 지겨울라카네요 ㅋㅋ 
그래도 장장 3시간인데 지루하진 않았다.


앞으로도 사이좋게 잘 지낼까?

PS. 조상무 보다는 안국장이 더 멋있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How to Steal a Dog|2014

 아유, 귀여워-포스터

특이한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해외작가의 원작이었다.
하지만 영화의 아기자기한 만듦새와 한국적 흐름을 보니 
원작과 비교해보고 싶어진다. 
 
보통, 아이가 주인공일땐
너무나 순수해서 오히려 현실감이 떨어지거나
너무 되바라져서 정이 안갈 때가 있는데
지소-지석 남매는 좀 똘똘하긴 해도 그 적당한 균형선
-하긴 이것도 구경하는 어른 관점이다만--;; 
을 유지해서 계속 귀엽다. 
그나마 좀 되바라진 아이가 채랑인데
엄마가 그렇게 똑똑했으면 아빠랑 결혼했겠어-나
석자 들어가는 애들은 다 바보-같은
지극히 융통성 없는 발언과
지소에 대한 굳은 우정으로 
역시 귀엽다^^

차는 아니어도 살던 집을 잃고 흩어져 사는 가족이 꽤 많을텐데
아직 애정도 희망도 남아있는 지소네 가족이어서
마음 아프지 않게 볼 수 있다.
일하는 식당에서 애를 씻기는 진상직원인 엄마 정현은
강혜정이어서 그 항변이 솔깃했던 것 같다. 
사실 맞는 말이지, 뭐...  
고군분투하는 정현을 보면 참 괜찮은 엄마구나 싶고
그래서 힘들지만 지소나 지석이도 잘 크고 있나보다 싶지만
남은 희망 모두를 아빠에게 걸고 서로를 위로하는 모습은 좀 안타까웠다. 
아빠가 돌아오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갈 거라고 믿기 때문에
되돌릴 수 없는 아빠는 계속 못 돌아오고 있는 게 아닐까.....

석자 들어가는 애들 중에 최고로 똑똑하며^^책임감 있는 지석이
누나들에 묻어갔지만 '우리'때문이라고 반성한다.
명대사: '벌써 끓여 먹은 거에요'-너무 귀여워서 몇 번을 돌려 봄^^
이렇게 똑똑하고 바른데 가나다를 못 쓴다니
반전이 있어 더 멋있는 걸 ㅋㅋ
애기 양동근 같기도 한 범상치 않은 삐침머리 소년

 어린이들과 최민수라...상상해본 적 없는 조합이었는데!
배우들은 상대배우와의 주고 받는 에너지에서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던데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최민수의 연기는
와글와글 어린이 군단과의 신선한 합에서 온 게 아니었을까.
매장면이 명장면이던 최배우의 화보집
(냄새도 나는 것 같다 ㅋㅋ)

"힘든 시간들을 겪다보면 어쩔 수 없이 나쁜 짓도 하게 되는 법이지.
그렇다고 해도 네가 한 짓은 정말 나쁜 거야.
지소야, 그건 변하지 않아"
...용서할 땐 하더라도 이렇게 콕 짚어주는 어른은 정말 필요한 존재.

 얼마 전 하정우가 뉴스룸 인터뷰에서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를 말할 때
나는 속으로 고두심과 김혜자도 있다고-!를 외쳤다.
늘 알파치노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던 김혜자가 
디어 마이 프렌드에서 로버트 드니로의 모습을 보여준 것은 정말 굉장한 변화였다.
 재능있는 사람의 후반부는 하던 대로만 해도 거저 인정받는 건 줄 알았는데
언제든 필요한 변화를 받아들이고 변신 할 수 있는 자세가 
그녀를 오늘도 그 자리에 우뚝 세워두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딘가 내면연기를 하고 있는 월리역의 개리
-사진 보니까 관객인사도 같이 다녔던데 정말 성실하구나, 개리^^

귀여운 포스터 퍼레이드~
영화속 앙증맞은 소품들을 기억나게 해준다.

손익분기점이 100만이었다는 이 영화.
이 정도 영화가 100만도 들지 않았다는 걸 보면 
요즘 부산행이 욕먹는 이유가 이해가 된다.
요즘 극장은 별로 땡기지 않는 PB제품만 가득한 대형마트니까.

2016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Pentaport Rock Festival

드디어 갔다.
더위도 나이도 거리도 이번엔 무릅쓰고 싶어진 라인 업
Weezer와 유튜브로 확인한 낯선 이름의 호감밴드들 때문이다.
더워서 미적거리다 늦게 갔더니 7시간은 훌렁 지나갔다.
(with 사진도 찍힌다는 게 신기한 블랙베리^^)

제이레빗
연습을 좀 하다, 시작할게요-하더니 그 전과 후과 아무 차이가 없었다 ㅋㅋ
작은 무대였지만 그럼에도 어딘가 허전한.
정말 아주 작은 곳에서 귀 기울여 듣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10cm

펜타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밴드가 되어보이겠단 호연지기가 빛을 발하던.
차랑한 목소리와 물벼락 몇 번에 흥과 감흥이 동시에 돋았다.
매력적인 목소리-몇 곡 다시 들어보고 싶어졌다.
욱씨남정기의 히트상품 쓰담쓰담과 토닥토닥이 한 곡에 다 들어있었다니 ㅋㅋ


Grouplove


유튜브에서 들을 땐 살랑한 테크노였는데 웬걸 제법 흥겹다.
중반 이후 이들은 세계적 명성의 흥부자들 한국관객들에 매료된게 분명ㅋㅋ


Idiotape
잠시 테크노 클럽 개장 ㅎㅎ어찌나 사람이 많던 지 밴드는 코빼기도 못 봄...

Crossfaith

오랜만에 들어보는 락의 클래식이랄까...마음에 훅 들었다.
이들은 끝장밴드 또는 탈진밴드.
나는 그저 끝자락에 잠시 낑겼을 뿐인데 드림스테이지 갈 에너지가 다 떨어져서 고민 없이 앞 자리에서 위저의 무대를 기다렸다 --;;

Weezer

드디어 왔노라, 보았노라....
더위가 전혀 가시지 않은 밤에 20분이나 늦게 나온 까닭에 부글로 시작했지만
마지막은 알흠다움이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위저는 내가 모르는 노래도 엄청 많았는데 
방방곡곡 위저 팬들은 다 모인듯 내 주변의 사람들이 전곡을 따라 불러서
그 흥에 묻어 갔다.
그런데 먼지가 되어는 어떻게 알게된 노래인걸까?
이윤수도 한 개성하는 가수인데 위저의 목소리로 듣는 '먼지가 되어'도 꽤 개성있었다.
재미있을 거에요, 죽을 때까지 놀자, 언제든지 불러주면 또 올게요-
위저는 앞으로도 한국말 연습하러 자주 오실 듯^^

뭔가 빵빵해진 느낌이었지만
한 편으로는 델리스파이스와 YB와 국카스텐 생각도 좀 났다. 
이럴 때나 한 번 볼 수 있는 밴드들을 만난 것도 좋긴 했지만 워낙 많이 들어서 그냥 알고 있는 곡의 밴드를 보고 싶기도 하고
그게 지산에 밀려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해도
돌아다니다 매력적인 새로운 밴드들을 만났던 몇 년전 펜타의 기억 때문인지
한국 밴드들이 너무 적었다 싶기도 하다...

걸어서 10분이 넘는 거리라 당연히 셔틀버스가 있을 줄 알았는데
이번엔 달랑 7시까지만 운행하는 셔틀택시라나.
참으로 호사스런 서비스였지만 아이폰과 블랙베리는 무시한
즉석 앱다운로드를 해야 가능한 것.

밥은 다양하진 않아도 완전 바가지는 아니어서 괜찮았는데
맛없는 맥주는 이번에도 답 없다.

공연 사이사이 웬 시장, 구청장 인삿말이 무한 반복?
시장, 구청장 격려말씀 보다 공연팀 소개가 펜타가 더 화이팅 하는 길이 아닐까요?

그동안 전국을 누빈 금연열풍은 이곳에도 도착하여
무려 락페스티벌에서도 닭장흡연장을 이용해야 한다, 아니면 입구까지 걸어나가거나.

우리집 노선은 셔틀 운행도 안된다고 해서 부지런히 막차들을 쫓아다녔는데
헤드라이너까지 다 보고 다행이 대중교통으로 귀가에 성공했다.
생각해보면 이만저만 폭리가 아닌 꽃가마도 안타고
바가지 공포 택시도 안타고 이 시간에 집에 오다니
완전 뿌듯하다...!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만 뜨는 게 아니라 인천 하늘에 구름도 석양도 이쁘다^^

부산행|Train to Busan|2016

진짜 전대미문 재난 블럭버스터...이다!

재난 영화와 좀비라니 참 신기한 조합이어서 궁금증을 가득 안고 찾아갔다.
사람은 바글바글.

일단 시작은 자세한 설명같은 것 없이 바이오벤처의 수상쩍은 유출사고-라는 설정 하나로
큼지막하게 시작한다.
-그런데 이 정도 엄청난 부작용이라면 대체 뭘 개발하고 있던 것인지 뒤늦게 궁금해진다^^

마음만 있지 별로 살갑지 않았던, 어린 딸에 눈에도 좀 잘못 살고 있던 아빠는
날 한 번 잘못잡는 바람에 호되게 아빠성인식을 하게 된 셈이다.

영화속의 국가는 끔찍하다.
전국에 퍼지는 이 전대 미문의 사고 정보는 봉쇄한 채
노동자들의 시위에 병력을 투입한다.
시위와 전염병이 동시에 일어나다니
이곳은 정말 헬.
그런 국가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정체 불명의 좀비들과 싸우는 사람들의 기차 안은
자립적으로 인간적으로 질서를 잡아간다.
한 쪽에서 좀비 바이러스가 전염되고 있었다면
생존자들 사이에서는 인간성에 대한 각성이 퍼져가고 있었달까.
괴물에서 이기적인 생존자들을 즉각 처리했듯
부산행 기차에서도 극악스러움은 그 대가를 치룬다.

그 각성의 시작인 두 사람.
처음엔 말도 안되는 웃긴 조합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엔 정말 천생연분으로 보였다.
유아인부터 마동석까지 정유미는 정말 앙상블 지존^^
원래 좋았지만 더더욱 좋아지는 그녀다.

처음엔 기차 안 좀비영화라고 해서
설국열차에서의 액션을 증폭시켜보려는 건가 했는데
이것은 전설의 1대 100 맨 주먹 필살기 ㅋㅋ
안타깝게도 돈이 많이 모자랐던 지
많은 장면들은 어딘가 B급 스럽다.
하지만 요즘 영화로서는 드물게
-비록 좀비로 등장하긴 했지만-
인건비에 가장 많은 제작비를 사용했을 것 같은 인간적^^인 영화.

그런데 수안아, 아빠에게 왜 그렇게 슬픈 노래를 불러주려고 했어?
너무나도 학예회엔 안 어울리던데.
수안이는 좋은 사람인 것 같던 엄마 덕에 잘 자란 것 같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수완이의 말에 귀기울여 준 걸 보면
아빠도 정말 바빠서 그렇지 엄마 처럼 좋은 사람이었던 거야. 

순식간에 좀비가 되어버린 친구들을 무찔러야 하는 처지가 되어 버린 고교 야구선수,
노말시티에서 시온의 클론을 바라보던 마르스 생각이 났다.
그 심정을 알아주고 대신 더 많이 싸워준 형님들 멋있었다.
두번째 손을 놓지 못한 마음도 이해된다.
그런 사람 왜 없겠어....

아빠의 모습이 별로 어색하지 않던 공유,
좀비를 맨손으로 때려잡는다더니 정말 그렇던 마동석.
마블리라는 별명 이해를 못했었는데 여기서의 마동석은 쫌 알겠다^^

그리고 미련의 캐릭터 김의성.
그냥 그렇게 흔해빠진 나쁜 놈 말고
다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원칙주의자였다면 어땠을까.
스스로도 일관성 있는 선택을 하는.
좀 더 근본적인 고민을 해볼 수 있었을 텐데...싶어서 좀 아쉽다.

두 시간은 훅-지나갔다.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시도였다고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참, 되게 닮았다고 생각했더니 진짜 심은경.
크레딧 보고서야 그 인물이 '가출소녀'인 걸 알았다.
짧지만 강렬...

PS.영화는 수다다를 보다가 문득 생각났다.
눈을 가리면 덤비지 못하는, 소리나는 곳으로 우르르 몰려가던 좀비들.
짧고 명확한 '우매함'이란 것의 정의.

굿와이프|Good Wife|2016


첫 회는 좀 많이 미쿡스러운 느낌이었다.
아직도 태준과 혜경의 부부사이나
위기에 닥칠 때마다
가족을 위해서 아내를 위해서라고 호소하는 이태준
-한국에서 인기있는 공직자의 변명이란 오히려 조직의 명예나 국민을 팔아대는 것이므로-
는 여전히 좀 그래 보이지만,
매 회 등장하는 사건들이
아마도 끝까지를 관통하고 있을 이태준과 다 연관되어 있고
개별 사건이 해결되면서 전체적인 사건 속 인물들은 점점 모습이 다양해져서
점점 더 궁금해진다.
좋은 사람-나쁜 사람 이런 구도로만 보기에
모든 인물들은 굉장히 입체적이다.
성장해나갈 혜경 만이 한쪽에 가깝게 있고.

나쁜 놈을 나쁜 놈을 이용해 잡는 것이 왜 나쁜 지를
자기 하나 살겠다고 몸부림치며 보여주는 검사 이태준,
살 궁리 하다가 자기를 찾아가고 있는 김혜경,
절실한 혜경을 통해 같이 성장해갈 것 같은 서중원 주위로
법조계 인간 군상들이 등장해서 재미를 준다.
원작이 좀 궁금하긴 하지만 무려 7시즌이라니
좀 엄두가 안나긴 한다^^

이태준|유지태
강하고 나쁘고 무섭고 멋있다.
나쁜 놈들에게 쫓기며 나쁜 놈들을 잡는 동안은
자신이나 자신을 돕는 사람이 나쁜 지 아닌지 생각도 하지 않고,
혜경을 지키기 위해서라며 분노하고 범법까지 저지르지만
그 모든 위험을 본인이 자초한 것도 생각하지 않는
급을 알 수 없는 나쁜 인간인데  
유지태라는 옷을 입지 않았다면 멋있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이나 친구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훽 풀어져 아무렇게나 대하는 사람들에게
사회생활 하듯이 대해보라는 충고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었는데
집에서도 정치하는 이태준이 아마 그 실례가 될 수 있겠다.
설득력 있게 호소하고 부탁하고 협조를 구하지만
불행이도 그의 아내는 그것에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똑똑하다^^
 
힐러에서 살짝 가늠했던 유지태 ver.2.0의 제대로 판을 보는 느낌.
보통 열연배우 하면 떠오르는 선굵은 배우들 혹은 촘촘한 디테일의 배우들 말고도
전혀 다른 스타일의 열연배우가 가능하다는 걸 유지태가 보여준다.
아름답기만 하던 20대와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은 얼굴로 이토록 새로운 모습이라니
그동안 잘 살았나 보다, 유지태.
이제 천리안 소년은 점점 더 먼 기억속으로 가겠지만
어디서 또 우뚝 설 지 다음이 기대된다.

김혜경|전도연
강하지 않고도 정면을 피해가지 않는 말하는 혜경은
정직하고 당당해 보인다. 
중원을 만나러가며 태준과 나누던 대화는
그녀를 잘 아는 태준이어서 더 비수가 되었을 것이고
대한민국 검사계에의 미래와 과거에서 어떤 존재였든
뜨르르한 섹스스캔들의 주인공인 이태준을 아직 남편이라 부르며 같은 집에 재워주면서
집안 일, 밤 일 용도 별로 사용하는 혜경
-굿 와이프가 이러시니 신선하네요 ㅋㅋ
눈살 찌푸릴 만한 진상들을 가장하지도 미화시키지도 않고 자신만의 이해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자신감 있는 김혜경.
스스로를 인정하는 데도 오만과 비하 없이 순한 모습이 오히려 강해보이기도 한다.
화려하게 눈부시지 않는 발효된 밝음 같달까... 
따져보면 이런 역할을 하는 전도연은 처음 보는데도
익숙한듯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혜경이 아침 밥상과 출근 사이 갑자기 앞머리를 자르고 나타났다.
난 설마 전도연이 극아마추어리즘적 미모획득 프로젝트를 가동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해서
전 날 거절은 했지만 아마도 서중원에게 예뻐 보이려고
시청자들 모르게 24시간 미용실에서 머리 좀 했나-억지로 이해해줬는데
그녀는 로맨스보다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영화 같았으면 아예 가능하지 않은 짓인데 이게 전도연이 이해한 TV와 영화의 차이인가?
전도연 마저 이 지경이라니...대실망. 
 
서중원|윤계상
연기를 딱히 못하는 것 같지 않지만 윤계상은 항상 머릿 속의 누군가를 흉내내는 것 같다.
일부러 목소리를 굵게 내려고 무리하다가 몸에 익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
더 이상 로맨틱 할 수 없는 매력 인물인데
아마도 혜경을 달려가게 하지는 못할 것 같은 어딘가 부족한 마력.
하긴 제목에 발목을 잡혀 있으니 혜경이 달려가기는 여러모로 힘들긴 하겠지만....

초(민망한)능력자들|The Men Who Stare at Goats|2009

이렇게 웃겨도 됨 ? ㅋㅋ

영화는 완전 웃긴 오프닝으로 시작한다.
굉장히 보수적일 것 같은 중년의 군인이 벽을 노려보다가 옆 방으로 가겠다며 일어난다.
그리고는 갑자기 달려나가 벽을 들이받고 쓰러진다.
이 때 자막이 떠억-이 영화에는 생각보다 실화가 많다-고 ㅋㅋㅋ
놀랍게도 미국은 이 영화에 나온 일종의 정신력 부대를 정말로 양성했다고 한다.

자유로운 정신으로 정신력을 키우는 히피 출신의 교관이 제프 브리지스,
노려보는 것만으로 염소를 죽일 수 있었던 최우수 정신력 요원이 조지 클루니, 
그를 질시하지만 인정하게 된 정신력 요원 라이벌 게빈 스페이시,
인생의 굴곡에서 사나이의 삶과 특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기자 이완 맥그리거,
정말 쟁쟁하고
다들 자기 옷을 입은 듯 딱이다.

실험용 염소를 탈출시키는 것으로
세상의 모든 전쟁이 멈추지는 않겠지만
한 때 그 전장의 한복판에 섰던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애쓴 과업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염소 노려보기에 이렇게 심오한 뜻이 담겨있는 지 몰랐다^^

중간에
아랍인과 미국인이 
자신이 한 게 아니지만 서로의 국가를 대신해 폭력과 테러에 대해 사과하는 장면이 있다. 
얼굴과 얼굴을 맞댄 인간은 할 수 있지만
남을 움직여 해치우는 국가-는 절대 할 수 없는 일.

욱씨남정기|2016


갑이 달라지길 기대하지 말고 을부터 바뀌자는
발랄하고 솔깃한 구호는 경쾌했다.

이야기의 흥미로운 지점은 
전혀 반대인 것 같던 남과장과 옥다정이
서로의 성장을 이끌어준다는 것이었다.
결국 성장의 열쇠는 '누가누가 잘배우는 좋은 학생인가'^^

회사를 지켜온 사람들보다
투자자들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에 대한 의문은
제법 묵직하게 화두를 던지기도 하는 것 같다.
인간이란 존재가 사지육신 측정으로 정의되는 게 아닌데
측정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과한 횡포를 부리는 자본에 대한 존중은
왜 이리도 지나친 것일까.

 
그냥도 매력있는 배우지만 찌질함을 연기하는 윤상현은 정말 급이 다르다^^
매 장면 상대배우들이 웃음 참느라 엄청 고생했을 것 같은 
코믹퍼레이드도 보는 내내 즐거웠다.


남정기 과장.
해결되지 않을 거라는 경험에서 오는 비관,
내가 절대 약자라는 굳건한 자기 믿음 하에
없는 자리에서는 나랏님도 씹는다는 딱한 경구를 의지삼는 동료들에 공감은 하되
마치 그게 직장생활의 교본인양 당연하게 뒤에서 씹고, 앞에서 아부를 떨 때
찝찝해하고 고민하는 남과장이 좋다.

상사가 홈쇼핑 입점의 공을 돌려도
자기가 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상태에서는 기뻐하지도 않는 양심
소심할지언정 비겁하지는 않겠다는 성장의 발판,
정신적 섹시함의 새 지평을 여는 멋진 주인공의 자세였다.

남정기의 사과를 보면
내가 뒤끝이 심한 게 아니라
실은 진짜 사과를 받아본 적이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욱-하는 장면 많았지만 난 이 장면이 제일 시원했다
"너야말로 우리 눈에 피눈물 나게 할 거야, 새꺄!!!" ㅋㅋㅋ

옥다정 본부장.
부하직원을 달래주지는 않지만
공정한 판을 만들어서 아예 달랠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야심의 상사.
이 산이 아닌가 봐-가 절대 없을,
부하직원의 공을 인정하는 걸 대단한 게 아니라 상식으로 생각하는 상사.

어마어마한 전남편들이 셋이나 있는 옥다정은
성격부터 평범과는 거리가 멀어보이지만
드문드문 과거의 모습에서
그런 그녀조차도 그렇게 타고났다기 보다는
여자가 잘 나갈 때의 수군거림과 세 남편들을 대차게 견뎌내며
단련되었다고 보는 게 맞겠다.

몇 번 인사고과로 위협을 하긴 했어도 
몸로비 오해를 한 부하직원 남과장이
불이익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저 엄청 불편해 했던 걸 보면
상식적인 공정함도 있는 상사다.

 무려 9살 짜리와도 커플 연기가 가능한 지존 이요원 ㅋㅋㅋ
 
남우주 소년의 이상형 세일러옥

PS.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이킹에 그냥 평범해 보이는 대학생 의상까지도 인물에 맞는지 입어보고 맞춰보던 장면이 있었다.
화려한 설정이니 잘 때 속눈썹을 붙이고 자도, 어지간한 화려한 의상으로도 거슬리지 않을 법했지만 문제는 좀 과했다는 것. 의상이 인물을 압도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수 십 명이 몇 달을 고생해서 겨우 PPL 전시장을 차려주다니-뭐래....
투자자들이 고생한 직원들 낼름 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PPL-신짜증의 온상. 

한영미 과장.
누가 옆구리 찌르지 않아도 스스로 반성할 줄 아는 똑똑한 직관의 소유자,
자신의 바닥을 드러낸 고백을 한 직후에 남과장은 용기를 내보겠다고 말할 때
아마 그는 더 비참함을 느꼈을텐데도
시기하지 않고
안될거라고 좌절시키지도 않고
남과장을 응원했다.
이 분도 한 욱-하시지만 역시 합리적인 선을 지켰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거라고들 믿는 손주를 타박하며 며느탓을 하던
한과장 시어머니의 마지막 말은 니 시아버지 아직 저녁도 못드셨다-였다.
잠깐 등장하는, 전통적 악역의 포지션인 시어머니 조차도
끝없는 가사노동의 희생자임을 놓치지 않게 하는 마무리.

주인공들 말고도 이런 고민의 흔적으로 꼼꼼해진 장면들도 즐거웠다.
짧은 치마를 핑계로 장미리를 성추행해 놓고
다른 직원에게 가서는 블라우스 단추를 끝까지 채웠다고 껄떡거리던 신팀장이나
옥다정을 항상 902호라 부르는 경비아저씨의 직업정신,
한과장이 박대리의 도움 없이 양부장과 싸워 장부를 지켜낸 것,
그리고 옥다정의 ok싸인.

조직을 사랑하고 조직에 몸 바칠 생각을 해본 적도 없어서
그렇게나 사랑하고 헌신하는 직원들에 완벽공감을 하지 못했지만
그러고 싶은 직원들이 있다면
그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회사는
좋은 대우나 좋은 이름을 넘는 무언가를 더 가져야 한다고
꽤 설득력있게 보여준 것 같다.
이런 팀웍이 멋져보이는 건 사실이니까.

산해진미를 혼자 먹으면 무슨 맛이냐
김치라도 나눠먹는 게 맛이지-라고 강요하지 않고
어떤 게 더 맛있는 사람이냐고, 자신을 보라고 묻는 방식도 마음에 들고
평범한 사람들이 있어 세상이 쓰레기가 되지 않는다는 말은
오래 전 나의 깨달음과도 같아서 반가웠다.
우린 정말 생각보다 더 나쁜 것만 더 많이 보도록 각도를 고정 당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희망이 없는 사람들은 조종당하기 쉬우니까...

 남의 밥 먹기가 쉽냐는 남정기의 일갈에
내가 일해서 번 거면 내 밥이라는 남봉기.
한가함 속에 깊어진 백수 남봉기 선생의 빛나는 통찰^^
결과우선주의에 맞서 65점짜리 받아쓰기 시험지를 당당히 내밀줄 아는
현명한 소년 우주

"내일 또 오래.."
사장님 고생하시는데 웃어서 죄송하지만 난 정말 빵터짐^^
아마도 욱씨남정기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
 "나 내일 출근 안해~~!"
내가 본 이정진 최고의 명연기 ㅋㅋ
 남우주 결혼폭탄선언 사태 ㅎㅎ


 춤에 유행어까지, 이번에 딱 제옷을 입은 임하룡
"그런 거 다 잘하고요, 공부도 잘해요."
미래의 갑들이 긴장해야 할 욱본 주니어^^수정이

드라마와는 어찌보면 정반대지만
나에게는 왠지 와닿던^^ 남씨네 가훈-노여움이 일면 그 결과를 생각하라.
어느덧 뒷담화에 적응해버린 나도 다시 돌아본다.

처음엔 해맑고 공손하던 수정이가
욱본의 까칠함에 점점 까칠력 상승하는 게 포인트
너무 귀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