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The Hunger Games|2012


게임의 세계를 현실로 옮겨 온것 같은 판.
전체 게임은 악이 짰지만
등장인물들은 너무나도 건전영화분위기라
별 긴장감은 없었다.
그러겠네...하면 정말 그렇게 되고
안 그러겠지...하면 정말 안그러고.

보기드문 진취소녀가 활을 쏘지만
나쁜 게 없는 건 무해할 뿐
좋은 것이 없다면 좋아지지 않는다.

오락 액션 영화를 끊어본다면
재미는 엄청 대단하지 않은 거겠지.

은교|Eungyo|2012


원작에서 번민하고 통념에 항변하던 노인 이적요의 욕망은
영화속에서 청년 이적요의 몸으로 대치되었다.
그래서 영화속 이적요는
노인의 몸으로는 플라토닉에 갖혀
상상속에서조차 청년의 몸으로만 은교를 사랑할 수 있다.
그건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현실속 그의 목소리까지 증발해버리다니...
이적요의 독백이 솔깃했던 건
나이들어감에 대한 젊은 성찰때문이었는데
영화속 이적요는
약간 엉뚱한 면이 있는 시인 할아버지.
영화를 만들려면 어쩔 수 없는 현실적인 선택 아니냐고?
그럼 대체 이 얘기를 영화로 만든 이유는 뭘까....
궁금하다.

은교는 여고생이 남자와 자는 이유가 외로워서 라고 했다.
은교는 허세 여고생 인가,
순정이 자랄 토양도 없을만큼 외로운 존재인가,
-구분이 안갔다. 

빛나는 건
그저 생김새 자체로도 은교인 김고은,
영화에서는 주인공이었던 것 같은 서지우를
소설속 인물과 만나게 해 준 김무열.
대단한 에너지 였다.
도깨비 속 은탁이 은교의 변주처럼 보이긴 하지만
은탁의 밝음을 어리광으로 바꾼 건
영리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물론 이때보다 일취월장한 연기력 덕분이겠지만. 

박해일이 언제부터인가 영화를 정말 못고르고 있어서
안타깝다...

Day 103 아쿠아리오 내추랄 Aquario Natural



엄청 큰 자연수족관에서 수영하는 기분이다.
한 시간 남짓이라 좀 아쉽지만 날씨가 좋아서 물색이 예뻤고 
덕분에 사진도 잘 나왔지만  
-여기는 사진찍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나중에 맘에 들면 사는 방식-
안샀다.
역시 잘 안나와도 내가 찍은 게 더 맘에 드는 법.

리오 다 플라타와는 달리 
가이드가 아주 기본적인 물안경쓰기부터 잘 가르쳐주고
스노클링 연습까지 다 같이 하고 시작하니까
여기를 먼저오는 게 좋았겠다 싶었다. 
덕분에 오늘은 마스크에 물 안 들어감^^
그러나 중간에 스노클에 들어간 물 빼려다가 마스크에서 아주 빠지는 바람에 
지나가던 배 아니었으면 혼자 이리 저리 뒤집고 괴로울 뻔 했다.
마침 바로 뒤에 아버지와 같이 여행하는 점잖은 어린이의 도움까지 받았다. 
어찌나 의젓하던지.
말수가 많지는 않은데 또박또박 듬직하게 말하는 게 너무 귀여웠다^^

오늘로 3일 연속 투어에서 만나게 된 브라질 청년이 
오늘은 아주 귀한 정보를 알려줬다.
볼리비아와 페루에서는 절대 막차를 타지 말라는!
제 시간에 안 오거나 늦거나 아주 안 올 때
다음 차를 같은 날 탈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페루에서 4명 예약한 막차가 안 와서 경찰에 신고까지 했지만 
결국 다음 날 아침 차를 탔다는 슬픈 경험담과 함께. 
세상에서 샌프란시스코가 가장 맘에 들었다니
확실히 요즘은 샌프란시스코가 대세이긴 한가보다.

드디어 마지막 날. 
마음으로는 생선을 먹고 떠나자고 생각했으면서 
수퍼마켓에 갔다가 생고기 코너에 사람들이 엄청 서 있는 걸 보고 그냥 고기를 사버렸는데
가격표에 놀람-400g의 쇠고기보다 맥주 600 ml가 더 비쌌다^^ 
그냥 생긴 거 보고 대충 골랐는데
돼지고기인지 쇠고기 인지 확신이 안 생겨서 바싹 구웠더니
엄청 질겼다-근데 무슨 부위인지 고소한 맛은 괜찮았던.






읍내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다가 돌아다니던 길에
같은 방 친구들이 아는 척을 해줘서 잠깐 끼었다.
보니또에는 카니발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상파울로와 리우 처자들이 득시글한데 
이 친구들도 그랬다.
리우 사는 친구가 보여주는 리우 사진들을 보니
역시 리우는 한 번 더 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상파울로 친구가 모기에 물리지 않는 신비의 명약(??) 
Complexo B라는 걸 알려줘서 일단 샀다.
정체는 좀 더 알아봐야겠지만
이런 약과 함께라면 정글이 얼마나 마음 가볍게 다가갈 수 있는 곳인가!
모기 물린 자국도 없고 살이 전혀 타지도 않은 그 친구는 
타지 않는 약도 먹는다는데 이건 이미 너무 늦어서 패쓰^^

돌아오는 길은 
코냑 몇 방울 들어갔을 디저트를 먹고 코냑 한 병 마신듯이 취한 한 친구 덕에
호스텔까지 긴 길을 즐겁게 웃으며 걸었다.
확실히 얘기하면서 오면 긴 거리가 별로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미씽: 사라진 여자|Missing|2016

잊고 있었던 두 배우의 귀환-정말 반가왔어요~!

처음엔 좀 이상했다, 이지선의 다은이에 대한 애착이.
보모에게 월급의 절반까지 써 아이를 키우려하면서 정작
애는 보지도 못하고 키우는 이상한 엄마.
그런데 이지선은 엄마의 모성만은 나타내는 것은 아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기능적인 이혼관계를 위한 장면을 제외하고는 거의 부재였던
아빠의 자리까지 합쳐서
이지선은
자식을 지키겠다며 열심히 일을 하면서 정작 아이가 자라는 걸 제대로 못보는
이 시대의 야심찬 부모들의 상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절박해지고 나서야 가슴을 뜯게 되는.

한매에게 참 잘못한 사람들 많은데
그 중 가장 덜 직접적이고 악의 없었던 지선의 온몸을 던진 사과는
과연 한매의 추위를 좀 덥혀주었을까.
여자라고 관용과 이해와 소통의 아이콘일 수는 없는 건데
절정은 너무 퐌타지 같아서 오글거렸지만
마지막 장면이 너무 이뻐서 그냥 홀딱 넘어갔다.

처음에 엄지원 다은이 찾아다닐 때
중간에 공효진의 비슷한 상황.
꼭 절규해야 열연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배우들의 이런 연기는 어딘가를 깊게 긁는다.

색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준 매력만점의 김선영, 김희원, 박해준 너무 좋았고
또 한 분, 김연의 시어머니, 김진구 씨.
21세기를 훌쩍 넘어서도 그런 사악한 구태의 대사를
너무 자연스럽게 소화하시는 바람에
진짜 같은 느낌이 들어서
너무 싫고
너무 좋아요 ㅋㅋ
다음 영화정보에 올리는 게 돈이 얼마나 든다고
조연배우 이름 달랑 네 명이라니....
결국 기억을 더듬어 플란다스의 개에서 무말랭이 할머니로 찾았다.
작은 영화들 이미지 코스프레 하면서
별 이유없이 무례한 건 맘에 안 든다.....

...정수기 PPL 완전 싫어...

Day 49 칠로에 Chiloe 국립공원

국립공원 밖 해변 옆 초원

엊저녁 잠깐 인사했던 스페인에서 온 안나와 국립공원에 같이 가게 됐다.
버스 시간을 확인안하고 갔더니 한 시간 반 정도가 남아서 카스트로 부두가 산책.
어제 저녁에 휙 지나갈 땐 몰랐는데
안나는 건물 마당에 자갈 대신 조개껍질로 장식해 놓은 것,
카라가 피어있는 정원,
다른 색깔의 팔라피토 건물 까지 꼼꼼하게 챙겨 즐긴다.
이 동네 버스는 개집 앞에서도 선다고 해서 한번 빵 터트려 주시기도 하고.
 오늘이 스페인 국회의원 선거라는데
부재자 투표 용지 신청을 몇 번을 했음에도 아직 도착하지 않아서
결국 투표를 못하게 됐다는 걸 보면
스페인이나 아르헨티나 얘기를 들을수록
우리 나라랑 참 비슷하다고 느끼게 된다.
심리학자라고 해서 더 반가웠던.

비 많이 오고 흐린 날이 많다더니
칠로에 국립공원은 약간 정글 분위기.
고사리 같이 생긴 식물이 제법 굵직하게 자라있기도 한데
워낙 경사없는 평탄한 길이라 나같은 게으름족에게는 안성맞춤의 산책길.
한편 다들 왜 지루하다고 하는지 이해도 됐다.
모두가 추천하던 해변은 정말 아무도 손대지 않은 야생의 바닷가랄까.
나름 신경 써서 파노라마를 찍었는데
수동 설정이 잘못 되어있었는지 너무 어둡다-아까워....
그런 해변을 말 달리는기분, 상쾌도 했다!

섬은 휴양지라고 생각들을 해서인지 일주일씩 머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아무데나 다니다가 재미있는 경험들도 하는 것 같고.
부모님과 함께 여행하는 스위스에서 온 뮤리엘은
오늘 동네 주민의 즉석투어를 다녀왔다고 했다.
지체 장애가 있는 청년의 열렬한 구애를 받았다고^^

국립공원에 자외선 지수가 붙어있어서 되게 친절하다 생각했는데
여기서는 그게 일반적인 모양이다.
오늘 엄청나게 화상을 입은 여행객을 보니
선크림 정말 열심히 발라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든다.
보기도 그렇지만 되게 아프기도 한데...
너도나도 민간요법 하나씩을 전해줬다는데 빨리 낫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