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공주|Han Gong-ju| 2013

진짜 공주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정도는 괜찮았을까......

자기는 잘못한 게 없다고
저렇게 모두가 납득할 수 밖에 없는 한 마디를 꿰뚫는 영화 속 공주 조차
자신을 향하는 무차별적인 갖가지 폭력을 싸워내지 못한다. 
공주의 미래는 이미 세상을 등진 친구와 아직 살아있는 자신 사이에 있을 뿐이다. 

너무나 지독한 클리쉐라고 생각했던 영화 속의 이야기들이
실은 완화시킨 현실이었다는 게 더 충격이었고
어떤 어른도 저 말을 되돌려주지 못한 채로
어딘가에서 다친 소녀인 채로 
어른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도 충격이었다.

저 소식을 듣고
이 영화를 본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분노했다.
하지만 저런 부모들을 둔 자식들에게 
오롯이 책임을 다 물을 수 있을까-의문이 든다.
관련 기사와 인텨뷰를 보다가 
저 가해자들에게는 처벌보다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이 와 닿았다.
공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피해자들의 참회일 것은 너무나도 분명하지 않나.

이런 믿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는 소수의 사람들을 위해 
법정신을 부정할 게 아니라
성범죄에 맞는 강력한 치료과정이 필요하다. 
100% 성공은 아닐지라도.

영화의 만듦새는 
단 한 장면이었지만
그게 너무 결정적이어서 맘에 들지 않았다.
굳이 보여줄 필요는 없었다는 게 나의 생각.
그렇지만 천우희는 한공주 그대로.

EIDF 2016|즐거운 나의 집|At Home in the World


안드레아스 코에포에드 Andreas KOEFOED|59분|덴마크|2015
영화 첫머리의 문화충격은
이 학교가 덴마크 적응이 필요한 이민자들이 아니라
입국심사를 기다리는 대기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
인천공항에서 긴긴 날을 보내는 망명신청자들에 대한 기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보다도 한참을 앞 선 듯
우월감까지 보이는 문명국들이
최근 설핏 드러낸 민낯을 알고 있기에
이런 것 만큼은
예산을 좀 줄이더라도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면 안될까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사람대 사람이라면 오히려 간단할 문제다.
사회문제라고 익명의 이름표를 다는 순간
뭔가 제대로 뜯어 고쳐야할 것 같은 사명감에 불타지만
망명자들을 포함한 이주노동자들의 기사에
엄청나게 적대적인 댓글을 다는 사람 중에서
아이란이 어느 날 찾아와 좀 살려달라고 부탁한다면
거절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게 길어질까 봐
더 많은 것을 요구할까 봐
그것을 거절하기가 어려워질까 봐
아예 문을 두드리는 것에 조차 화를 내고 있는 게 현실.

세상의 집이란
있기는 하지만
내 것은 아닌 집이다.
미래가 더 많이 남은 아이들에게
꼭 이것이어야 한다고는 말 할 수 없지만
이미 원치 않는 상처를 가진 아이들에게는
좀 특별히 친절해져도 괜찮지 않을까.

저 중 누구 하나쯤은
멋진 철학자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EIDF 2016|멧돼지 사냥|Wild Boar Hunting

김민지 KIM Min Ji|65분|한국|2016
---참가작인데 포스터도 예고편도 없고 영화소개도 가편집본을 보고 작성했다고 한다. 마감일도 못 지킨 영화가 이렇게 같이 제공되는 건 EBS직원이라는 감독에 대한 특혜만은 아니길 바라며---

더위와 추위에도 취약해지는 인간이 두려움 속에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것,
고래와 고래잡이 어부처럼포수가 멧돼지와 깊이 교감한다는 슬픈 현실.
정말 어디에도 답은 없을까.
원가 더 찾아보고 영화를 완성했어야 하지 않을까.

멧돼지 사냥이란 제목의 이 영화보다는
삼순이, 사순이를 키우며(^^) 사시는 두 내외분의 이야기를 인간극장에서 보고 싶은 생각이 더 간절하다. 

EIDF 2016|부서진 기억들|Destruction of Memory




팀 슬레이드 Tim SLADE|82분|미국|2016


파괴되는 문화재에 대한 관심은
그것이 인명살상과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결국 문화재는 인류 보호를 위해 필요하기 때문에
전쟁에서 '필요'에 의해 파괴할 수 있다는 전제를 벗어나지 못한다.
전쟁과 같은
모두가 바라지도 않고 멈추고 싶어하지만 어찌할 수 없는 상황뿐 아니라
정말로 인류의 정체성을 위해 필요하다면
파괴하지 않고 훔쳐가서 버젓이 전시까지 하고 있는 '선진국'들의 현재도
같이 다뤄져야 하지 않을까.
그게 소수라고 무시한다면
로마는 보호하고 두브로브니코프는 내버려뒀다고 비난할 수 없는 것.

나는 어떤 민족적 자긍심을 교육하는 것도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오래 그런 교육을 받아서 전혀 자유롭지 않은 상태에서 말해도 그렇다.
그 자긍심이 자긍심으로 머무는 경우라면 그래도 안전하겠지만
많은 경우는 그로 인해 우월감을 갖게되고
그 우월감으로 열등감을 갖게 되고
결국은 인간을 인간으로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어마어마한 시간이 더 들게 된다.

그럼에도 라파엘 램킨은 이 영화 속 발견이었다.
문화재 파괴에서 무차별 살상의 가능성을 미리 읽던 그를 보면
인권의식이란 것에는 그것을 위한 감수성이 절대로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전범이 살해됐을 때 그는 이제 전범의 심판을 위해 피해자가 나선다는 것을
걱정했다.
그런데 이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는
피해자들이 심판은 커녕 이유라도 좀 알자고
단식까지하고 있다......

PS. 영화에서 소개되었던 말리의 팀북투 유적을 파괴한 극단주의자가
9년 형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한 걸음.

http://www.nytimes.com/2016/09/28/world/europe/ahmad-al-faqi-al-mahdi-timbuktu-mali.html?_r=0

EIDF 2016|앤서니 위너: 선거 이야기|Weiner




 
 조시 크리그먼, 엘리스 스타인버그  Josh KRIEGMAN, Elyse STEINBERG|96분|미국|2016

위너라는 이름은 뉴스룸에서 얼핏 들었다.
그 스캔들이 유권자들에게 중요하냐는 질문에 다들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위기에 몰린 뉴스룸 팀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했던 뉴스의 주인공.
영화의 중반만 해도 
이런 일탈은-그는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았고 그냥 놀았고 원치 않게 들켰다-
가족에게 용서받으면 되는 것이고 
싫으면 투표하지 말라는 그의 나름 성깔있는 항변이 
좋고 싫음을 떠나 일리가 있는 건 사실이었지만
정확히 미국 유권자들이 꿰툻어보고 선택했듯이
전혀 달라지지 못한 모습이었음을 숨긴 지점에서는 
국가의 법이 아닌 내 기준으로 판단을 할 수 밖에 없다. 
초반에는 지원유세를 나서면서도 차마 '사랑한다'는 (거짓)말은 하지 않던 아내가
위기의 절정-이라고 생각했던-지점에서 
결국은 그 힘든 말을 꺼내던 순간
사람들이 깨달은 건 
그녀의 관용이 아니라 야심이었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힐러리가 
대통령이 될 희망이 없었다면 그때 이혼했을 것이고 
지금은 하고 싶어도 못하는 타이밍이라고 믿고 있는데
이 영화를 본 다음 날 공교롭게도 이 부부의 이혼 기사가 났다.
힐러리의 충고가 있었다는 뒷얘기도 슬쩍.

같은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더라도 이유는 다르다. 
내가 이 사람을 믿을 수 없는 이유는
제 몸 단속 하나 못하는 과잉 발정남이 정치를 하겠다고 나대서가 아니라 
최소한 스스로가 수십 수 백 번은 존경하고 가장 신뢰하며 사랑한다고 말했을 사람을 
여러 번 속이고도 아니라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의회의 투사-이 사람의 업적은 휼륭했지만
불행이도 그건 그 아닌 다른 사람이 대신 할 수도 있는 일이라는 걸 이제는 납득할까?
허구의 이야기 속에서도 참 보기 드문 100% 자승자박.

EIDF 2016|쇼크룸: 밀그램의 실험|Shock Room


캐스린 밀러드  Kathryn MILARD|73분|오스트레일리아|2015
영화 웹사이트: http://shockroomfilm.com/

내게 스탠리 밀그램은
연구 윤리를 처참하게 무시하며 획기적인 발견을 한,
황우석을 생각나게 하는 균형이 깨진 과학자였다.
(황우석이 조작까지 했다는 건 나중에 알았으므로--;;)
하지만 이 영화는 
연구 윤리 부분은 명백히 위반이라 고정된 사실이지만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다고,
역사책이 역사가의 관점을 비해갈 수 없듯
이 실험 또한 해석이 중요하다고 끝을 맺는다.

권위에 대한 '복종'이라는 연구결과는 아마도 밀그램의 연구보고서 대로 알려진 것이겠지만
정말 그렇다.
나치의 공포를 겪은 밀그램은 '왜'에 촛점을 둘 수 밖에 없었겠지만
그 결과는 누구나 그렇게 된다-는 우울한 결말이었을 뿐,
이 영화에서 언급했듯
오히려 그 평범한 악-에게 변명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 진지한 실험 속엔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남아있었고
그 중엔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마리도 있었다는 게
놀라운 발견이었다.
밀그램은 알까.
자신의 실험이
의학의 발전을 가져온 나치의 인체해부 같은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역설을.
모두가 광기로 치부하며 부정하고 싶어할 때
거기에 물음표를 붙여 이렇게까지 답을 찾으려 노력한 밀그램의 성취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역시 유효한 질문이기에
그에 대한 평가는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 우울한 결과를 다시 들여다보고
거기서 희망을 찾아 준 이 영화에는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시작에 분명히 모든 출연자가 배우라고 친절히 얘기해주고 있는데도
실험이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서는 계속 잊고.
실제 실험에서 처럼 학생역할만 배우라고 생각했었다.
진짜 대단한 열연들^^

레벤브로이|Lowenbrau|독일



딱히 찾는 맛이 없을 때 무난하게 마실 법한,
싸게 팔 때 왕창 쟁여둘만한^^ 맛의 5.2도 짜리 독일 맥주. 

마튼즈 필제너|Martens Pilsener|벨기에



시원한 청량감-가벼운 5도 벨기에 맥주. 
-라고 기억하는데 다시 마셔보니 너무 밍밍하다. 다음엔 패스.

담버거 엑스포트|Damburger Export|벨기에


단맛은 없고 약간 쌉쌀하긴 하지만 약간은 멍청한 혹은 부드러운? 5도 짜리 벨기에 맥주. 


하켄버그 필스라거|Hackenberg Pils Larger|벨기에



시원 쌉싸름한 맛의 벨기에 맥주. 
알콜 도수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