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와이프|Good Wife|2016


첫 회는 좀 많이 미쿡스러운 느낌이었다.
아직도 태준과 혜경의 부부사이나
위기에 닥칠 때마다
가족을 위해서 아내를 위해서라고 호소하는 이태준
-한국에서 인기있는 공직자의 변명이란 오히려 조직의 명예나 국민을 팔아대는 것이므로-
는 여전히 좀 그래 보이지만,
매 회 등장하는 사건들이
아마도 끝까지를 관통하고 있을 이태준과 다 연관되어 있고
개별 사건이 해결되면서 전체적인 사건 속 인물들은 점점 모습이 다양해져서
점점 더 궁금해진다.
좋은 사람-나쁜 사람 이런 구도로만 보기에
모든 인물들은 굉장히 입체적이다.
성장해나갈 혜경 만이 한쪽에 가깝게 있고.

나쁜 놈을 나쁜 놈을 이용해 잡는 것이 왜 나쁜 지를
자기 하나 살겠다고 몸부림치며 보여주는 검사 이태준,
살 궁리 하다가 자기를 찾아가고 있는 김혜경,
절실한 혜경을 통해 같이 성장해갈 것 같은 서중원 주위로
법조계 인간 군상들이 등장해서 재미를 준다.
원작이 좀 궁금하긴 하지만 무려 7시즌이라니
좀 엄두가 안나긴 한다^^

이태준|유지태
강하고 나쁘고 무섭고 멋있다.
나쁜 놈들에게 쫓기며 나쁜 놈들을 잡는 동안은
자신이나 자신을 돕는 사람이 나쁜 지 아닌지 생각도 하지 않고,
혜경을 지키기 위해서라며 분노하고 범법까지 저지르지만
그 모든 위험을 본인이 자초한 것도 생각하지 않는
급을 알 수 없는 나쁜 인간인데  
유지태라는 옷을 입지 않았다면 멋있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이나 친구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훽 풀어져 아무렇게나 대하는 사람들에게
사회생활 하듯이 대해보라는 충고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었는데
집에서도 정치하는 이태준이 아마 그 실례가 될 수 있겠다.
설득력 있게 호소하고 부탁하고 협조를 구하지만
불행이도 그의 아내는 그것에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똑똑하다^^
 
힐러에서 살짝 가늠했던 유지태 ver.2.0의 제대로 판을 보는 느낌.
보통 열연배우 하면 떠오르는 선굵은 배우들 혹은 촘촘한 디테일의 배우들 말고도
전혀 다른 스타일의 열연배우가 가능하다는 걸 유지태가 보여준다.
아름답기만 하던 20대와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은 얼굴로 이토록 새로운 모습이라니
그동안 잘 살았나 보다, 유지태.
이제 천리안 소년은 점점 더 먼 기억속으로 가겠지만
어디서 또 우뚝 설 지 다음이 기대된다.

김혜경|전도연
강하지 않고도 정면을 피해가지 않는 말하는 혜경은
정직하고 당당해 보인다. 
중원을 만나러가며 태준과 나누던 대화는
그녀를 잘 아는 태준이어서 더 비수가 되었을 것이고
대한민국 검사계에의 미래와 과거에서 어떤 존재였든
뜨르르한 섹스스캔들의 주인공인 이태준을 아직 남편이라 부르며 같은 집에 재워주면서
집안 일, 밤 일 용도 별로 사용하는 혜경
-굿 와이프가 이러시니 신선하네요 ㅋㅋ
눈살 찌푸릴 만한 진상들을 가장하지도 미화시키지도 않고 자신만의 이해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자신감 있는 김혜경.
스스로를 인정하는 데도 오만과 비하 없이 순한 모습이 오히려 강해보이기도 한다.
화려하게 눈부시지 않는 발효된 밝음 같달까... 
따져보면 이런 역할을 하는 전도연은 처음 보는데도
익숙한듯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혜경이 아침 밥상과 출근 사이 갑자기 앞머리를 자르고 나타났다.
난 설마 전도연이 극아마추어리즘적 미모획득 프로젝트를 가동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해서
전 날 거절은 했지만 아마도 서중원에게 예뻐 보이려고
시청자들 모르게 24시간 미용실에서 머리 좀 했나-억지로 이해해줬는데
그녀는 로맨스보다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영화 같았으면 아예 가능하지 않은 짓인데 이게 전도연이 이해한 TV와 영화의 차이인가?
전도연 마저 이 지경이라니...대실망. 
 
서중원|윤계상
연기를 딱히 못하는 것 같지 않지만 윤계상은 항상 머릿 속의 누군가를 흉내내는 것 같다.
일부러 목소리를 굵게 내려고 무리하다가 몸에 익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
더 이상 로맨틱 할 수 없는 매력 인물인데
아마도 혜경을 달려가게 하지는 못할 것 같은 어딘가 부족한 마력.
하긴 제목에 발목을 잡혀 있으니 혜경이 달려가기는 여러모로 힘들긴 하겠지만....

초(민망한)능력자들|The Men Who Stare at Goats|2009

이렇게 웃겨도 됨 ? ㅋㅋ

영화는 완전 웃긴 오프닝으로 시작한다.
굉장히 보수적일 것 같은 중년의 군인이 벽을 노려보다가 옆 방으로 가겠다며 일어난다.
그리고는 갑자기 달려나가 벽을 들이받고 쓰러진다.
이 때 자막이 떠억-이 영화에는 생각보다 실화가 많다-고 ㅋㅋㅋ
놀랍게도 미국은 이 영화에 나온 일종의 정신력 부대를 정말로 양성했다고 한다.

자유로운 정신으로 정신력을 키우는 히피 출신의 교관이 제프 브리지스,
노려보는 것만으로 염소를 죽일 수 있었던 최우수 정신력 요원이 조지 클루니, 
그를 질시하지만 인정하게 된 정신력 요원 라이벌 게빈 스페이시,
인생의 굴곡에서 사나이의 삶과 특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기자 이완 맥그리거,
정말 쟁쟁하고
다들 자기 옷을 입은 듯 딱이다.

실험용 염소를 탈출시키는 것으로
세상의 모든 전쟁이 멈추지는 않겠지만
한 때 그 전장의 한복판에 섰던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애쓴 과업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염소 노려보기에 이렇게 심오한 뜻이 담겨있는 지 몰랐다^^

중간에
아랍인과 미국인이 
자신이 한 게 아니지만 서로의 국가를 대신해 폭력과 테러에 대해 사과하는 장면이 있다. 
얼굴과 얼굴을 맞댄 인간은 할 수 있지만
남을 움직여 해치우는 국가-는 절대 할 수 없는 일.

욱씨남정기|2016


갑이 달라지길 기대하지 말고 을부터 바뀌자는
발랄하고 솔깃한 구호는 경쾌했다.

이야기의 흥미로운 지점은 
전혀 반대인 것 같던 남과장과 옥다정이
서로의 성장을 이끌어준다는 것이었다.
결국 성장의 열쇠는 '누가누가 잘배우는 좋은 학생인가'^^

회사를 지켜온 사람들보다
투자자들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에 대한 의문은
제법 묵직하게 화두를 던지기도 하는 것 같다.
인간이란 존재가 사지육신 측정으로 정의되는 게 아닌데
측정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과한 횡포를 부리는 자본에 대한 존중은
왜 이리도 지나친 것일까.

 
그냥도 매력있는 배우지만 찌질함을 연기하는 윤상현은 정말 급이 다르다^^
매 장면 상대배우들이 웃음 참느라 엄청 고생했을 것 같은 
코믹퍼레이드도 보는 내내 즐거웠다.


남정기 과장.
해결되지 않을 거라는 경험에서 오는 비관,
내가 절대 약자라는 굳건한 자기 믿음 하에
없는 자리에서는 나랏님도 씹는다는 딱한 경구를 의지삼는 동료들에 공감은 하되
마치 그게 직장생활의 교본인양 당연하게 뒤에서 씹고, 앞에서 아부를 떨 때
찝찝해하고 고민하는 남과장이 좋다.

상사가 홈쇼핑 입점의 공을 돌려도
자기가 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상태에서는 기뻐하지도 않는 양심
소심할지언정 비겁하지는 않겠다는 성장의 발판,
정신적 섹시함의 새 지평을 여는 멋진 주인공의 자세였다.

남정기의 사과를 보면
내가 뒤끝이 심한 게 아니라
실은 진짜 사과를 받아본 적이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욱-하는 장면 많았지만 난 이 장면이 제일 시원했다
"너야말로 우리 눈에 피눈물 나게 할 거야, 새꺄!!!" ㅋㅋㅋ

옥다정 본부장.
부하직원을 달래주지는 않지만
공정한 판을 만들어서 아예 달랠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야심의 상사.
이 산이 아닌가 봐-가 절대 없을,
부하직원의 공을 인정하는 걸 대단한 게 아니라 상식으로 생각하는 상사.

어마어마한 전남편들이 셋이나 있는 옥다정은
성격부터 평범과는 거리가 멀어보이지만
드문드문 과거의 모습에서
그런 그녀조차도 그렇게 타고났다기 보다는
여자가 잘 나갈 때의 수군거림과 세 남편들을 대차게 견뎌내며
단련되었다고 보는 게 맞겠다.

몇 번 인사고과로 위협을 하긴 했어도 
몸로비 오해를 한 부하직원 남과장이
불이익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저 엄청 불편해 했던 걸 보면
상식적인 공정함도 있는 상사다.

 무려 9살 짜리와도 커플 연기가 가능한 지존 이요원 ㅋㅋㅋ
 
남우주 소년의 이상형 세일러옥

PS.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이킹에 그냥 평범해 보이는 대학생 의상까지도 인물에 맞는지 입어보고 맞춰보던 장면이 있었다.
화려한 설정이니 잘 때 속눈썹을 붙이고 자도, 어지간한 화려한 의상으로도 거슬리지 않을 법했지만 문제는 좀 과했다는 것. 의상이 인물을 압도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수 십 명이 몇 달을 고생해서 겨우 PPL 전시장을 차려주다니-뭐래....
투자자들이 고생한 직원들 낼름 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PPL-신짜증의 온상. 

한영미 과장.
누가 옆구리 찌르지 않아도 스스로 반성할 줄 아는 똑똑한 직관의 소유자,
자신의 바닥을 드러낸 고백을 한 직후에 남과장은 용기를 내보겠다고 말할 때
아마 그는 더 비참함을 느꼈을텐데도
시기하지 않고
안될거라고 좌절시키지도 않고
남과장을 응원했다.
이 분도 한 욱-하시지만 역시 합리적인 선을 지켰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거라고들 믿는 손주를 타박하며 며느탓을 하던
한과장 시어머니의 마지막 말은 니 시아버지 아직 저녁도 못드셨다-였다.
잠깐 등장하는, 전통적 악역의 포지션인 시어머니 조차도
끝없는 가사노동의 희생자임을 놓치지 않게 하는 마무리.

주인공들 말고도 이런 고민의 흔적으로 꼼꼼해진 장면들도 즐거웠다.
짧은 치마를 핑계로 장미리를 성추행해 놓고
다른 직원에게 가서는 블라우스 단추를 끝까지 채웠다고 껄떡거리던 신팀장이나
옥다정을 항상 902호라 부르는 경비아저씨의 직업정신,
한과장이 박대리의 도움 없이 양부장과 싸워 장부를 지켜낸 것,
그리고 옥다정의 ok싸인.

조직을 사랑하고 조직에 몸 바칠 생각을 해본 적도 없어서
그렇게나 사랑하고 헌신하는 직원들에 완벽공감을 하지 못했지만
그러고 싶은 직원들이 있다면
그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회사는
좋은 대우나 좋은 이름을 넘는 무언가를 더 가져야 한다고
꽤 설득력있게 보여준 것 같다.
이런 팀웍이 멋져보이는 건 사실이니까.

산해진미를 혼자 먹으면 무슨 맛이냐
김치라도 나눠먹는 게 맛이지-라고 강요하지 않고
어떤 게 더 맛있는 사람이냐고, 자신을 보라고 묻는 방식도 마음에 들고
평범한 사람들이 있어 세상이 쓰레기가 되지 않는다는 말은
오래 전 나의 깨달음과도 같아서 반가웠다.
우린 정말 생각보다 더 나쁜 것만 더 많이 보도록 각도를 고정 당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희망이 없는 사람들은 조종당하기 쉬우니까...

 남의 밥 먹기가 쉽냐는 남정기의 일갈에
내가 일해서 번 거면 내 밥이라는 남봉기.
한가함 속에 깊어진 백수 남봉기 선생의 빛나는 통찰^^
결과우선주의에 맞서 65점짜리 받아쓰기 시험지를 당당히 내밀줄 아는
현명한 소년 우주

"내일 또 오래.."
사장님 고생하시는데 웃어서 죄송하지만 난 정말 빵터짐^^
아마도 욱씨남정기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
 "나 내일 출근 안해~~!"
내가 본 이정진 최고의 명연기 ㅋㅋ
 남우주 결혼폭탄선언 사태 ㅎㅎ


 춤에 유행어까지, 이번에 딱 제옷을 입은 임하룡
"그런 거 다 잘하고요, 공부도 잘해요."
미래의 갑들이 긴장해야 할 욱본 주니어^^수정이

드라마와는 어찌보면 정반대지만
나에게는 왠지 와닿던^^ 남씨네 가훈-노여움이 일면 그 결과를 생각하라.
어느덧 뒷담화에 적응해버린 나도 다시 돌아본다.

처음엔 해맑고 공손하던 수정이가
욱본의 까칠함에 점점 까칠력 상승하는 게 포인트
너무 귀여워^^


38사기동대|2016


끝까지 추적하여 반드시 징수한다...멋있다.
근데 정말?

사기의 피해자로서
초반 사기꾼들이
사기치는 주제에 훈계를 하는 건 정말 입을 확-해버리고 싶었지만
나는 어느새 서인국에 빠져버렸으므로^^
잘 해치우기를 바라게 되었다.
이름은 알았지만 이런 배우였다니...

이 얘기가 대단한 정의를 실현하지 못할 것은 이미 알고 있다.
다단계 회장까지는 어떻게 처치할 지는 몰라도
시장님의 말인지 막걸리인지 알 수 없는 열변과 달리
상상도 못하는 숫자의 돈을 훔친 자들에게도 분노하는 게 현실이기에
양정도가 아무리 잘 나가봤자
죽어도 죽지 못하고 요즘은 드디어 개망신까지 당하고 있는 이건희나
방호성과는 비교도 안되게 큰 세금을 떼먹고 있는 그의 아들 이재용 수준의 불량납세자들은 근처도 못갈 것을 생각해보면 그렇다.
현실 속 조희팔의 활극을 보면
이 정도만 해도 좀 환기구를 열어주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두려움 없이 몰려가 뒤집고 마는 이야기 전개의 재미는
인물들 덕에 팔팔하다.

작두를 탔다는 말이 딱맞다 싶게 종횡무진 하는 서인국
-조희준의 사업 설명회 직전에 중얼 중얼-아마도 즉흥대사를-연습하던 모습은
보이지 않는 모습까지 항상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아 꽉 차 보였고
피라미드 회사에서 천성희와 처음 만날 땐 멜로필도 충만~ 

원래 좋아했지만 더 좋아하게 된 송옥숙
-미주에게 연애론 시전하실 때
무심한 듯 한마디 한마디에 인생을 묻혀내던 것 같던 내공

아니 이런 배우가, 조우진
첫 등장부터 깜짝 놀랐는데 별 볼 생각없던 내부자들을 보고 싶게 만들었다.
전혀 화려하지 않은데도 시선을 사로잡는 정말 독특한 내공의 소유자.
관능의 법칙에서와 지금을 비교하면
이 배우야 말로 스타일에서 연기까지 팔색조 같은 느낌이다.
다음엔 또 뭐가 되서 나타나려나^^

안 나와서 아쉬운 악당 오대환
-세게 나오는 김계장 앞에서 웃어넘기던 그 어색함이 오히려 자연스럽던 그 모습은
강한 자들 앞에서 비굴해지는 걸 망설이지 않고 살아왔을 마사장 역사의 한 장면

이번에 처음 보는,
소름끼치게 재수 없는 방필규를 보여주는 김홍파,
욕먹는 대로 웃음소리까지 돼지새끼처럼 내던 그의 아들 임현성,
나이도 성격도 어떻게든 바꿔버릴 수 있을 것 같은 쿨함의 결정체 이선빈,
식당에서 맛집 얘기하는 장면으로 빵터진 허재호까지
보기에 즐겁다.

......

드디어 마지막회가 끝났다.
대체 어디까지 갈까 궁금해하면서도 내 기대가 어디까지인지 모른 채 기대하고 있었는데
충분히 만족스러운 마무리.

천시장과 안국장의 마지막 대화에서
자신의 서원시를 보여주기 위해 좀 더 버티라고 말하는 안국장을 바라보던 천시장의 표정
-자신을 보는 것 같았을 것이다.
그 복잡한 얼굴이 피곤함과 섞여 나오던 안내상의 얼굴 멋있었다.
그 몰락의 대단원을 안국장이 차 안에서 듣는 뉴스로 마무리 한 것도 멋있었고.
있으면 안되는 그 시작의 싹이 잘리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는 깔끔한 마무리랄까.
그 사이 천진난만한 학주와 자왕도 귀여웠고^^
배신 안하는 게 반전이었던 마진석의 마지막도 귀여웠다.
딸을 비서로 두고서도 별로 보여주지 않던 따뜻함을
이제사 대방출 하신 노방실 여사도 멋지다.

사기꾼이란 늘 보다 쉽게 대가없이 남의 것을 훔치는 직종이지만
마지막회에서 대가를 치르는 것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양정도는
필사적으로 몸부림 치던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위 아래 구분 없이 종횡무진 하던 수퍼 사기꾼 시절보다
제자리에 발을 딛고선 느낌.
그의 희생으로
노력에 비해 큰 것을 얻고 지키기 위해 사람을 쉽게 부리는 악이 더 선명해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출소하면 미주한테 한 대 또 맞을 듯^^
그나저나 이번엔 전과 3범.
백과장이 정도였어도 같은 선택을 했겠지만
홀몸이 새삼 더 서럽겠구나--;;
밥을 그렇게 잘 먹는 걸 보면 적응따위는 뚝딱 해버린 것 같다만 ㅋㅋ

왠지 짠했다...

'끝까지 노력해서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
-라니 정말 반가운 작별인사~!

Q. 운반책이 실형인데 불법자금을 댄 최회장은 어떻게 변함없이 독바둑을 두고 놀수 있지?

노말시티|Normal City|1993-2001|강경옥

오랜만에 집어든 만화책이 노말시티였던 건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서였다.
워낙 강경옥의 만화는 후유증이 있어서
가볍게 집어들 수 없는데...

젊고 아름답고 강한 마르스가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살라
자신의 생과 자신을 찾아간 이야기.
모르는 사람은 그녀의 힘을
아는 사람은 그녀의 공허함을
그래서 결국 모두가 그녀를 두려워했지만
두려워하면서도 사랑할 수 있고
절망속에서도 사랑을 결국 인정한 마르스는
끝까지 새로운 강함을 키울 수 있었던 걸지 모른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이샤를 볼 수 있어서
마르스는 행복했다는데
그리고 그건 정말 행복했을 것 같은데
생에 걸쳐 풀어갈 번민을
너무나도 높은 밀도로 빠르게 겪어버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무겁다.

너의 모든 고뇌가
네가 인간이길 말해준다고 아무리 설득해도
제 손으로 답을 움켜쥘 때까지 회의를 거듭하던 마르스,
내가 죽였던 애들이잖아-를 외치며 제 힘을 스스로에게 증명해보려던 마르스,
불운이라 생각했던 모든 것이 행운일지 모른다는
이면을 바라보게 되었던 마르스.
이 모든 건
초능력에도 버거운 압축의 번뇌였다.

원하는 걸...
말하지 못하면서
원하는 것을...
아닌 것처럼 말해...
-결국 이 마지막 숙제도 풀어낸 마르스.
근데 난 이 말 되게 공감 돼.
너랑 비교도 안되게 오래 살았는데
아직 이 숙제는 끝나지 않았고...
폭주를 해봐야 하나 봐--;;

마르스로 인해 나름의 성장-거의 외면하던 자신을 인정하는 방향으로-하는 시온, 진, 이샤, 비너스
모두 사람 답다.
(금방 읽고도 이름을 까먹은) 비너스 바라기 소녀가 강해져
비너스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던 것도 좋았고,
다른 얘기들에서는 대단한 혁명이 되었음직한 메두사들의 반란이
자신의 욕망을 투사한 것임을 깨닫고 인정하며
허무하게 끝나버린 것도 좋았다.
그래, 모든 것을 혼자 찾아 혼자 깨닫는 게
인간 마르스 다운 일이다.

 
행복한 너를 봤는데도 나는 왜 슬픈거니...
홀가분한 주인공을
착찹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강경옥의 비기는
이렇게 이어졌다 ㅠㅠ

PS. 새 책을 샀다고 생각했고 당연히 사고나서 한 번은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읽다가 몇 쪽이 실종된 것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나는 중고를 샀으며 사고나서는 한 번도 안 읽었다는 거...???
진짜 기억이 없다.....
애장판을 살 좋은 핑게지만
그럼 이 책은 어떻게 해야하나....도서관에서 왜 만화책은 기증을 안 받는지 모르겠어....!

2016 아람 클래식 월드스타 1 - 김선욱 피아노 리사이틀



피아노 소리가 그립던 중 반가운 김선욱 독주회.
디아벨리 변주곡은 궁금해서 유튜브로 미리 들어봤는데
발트슈타인 만큼이나 기억에 남을 곡이었다.
그런데 김선욱은 좀 특이 했다.
소리는 따뜻한데
연주는 컴퓨터 같은
-말하면서도 뭔 소린지....

슈베르트의 소나타는 내겐 참 고마운 자장가 ㅋㅋ로 처음 만났었다.
염가로 구입한 리흐테르 모음곡이 슈베르트 소나타였는데
아무거나 틀어도 잠이 솔솔오는 마력이 있어
한동안 아꼈는데^^
저 894번은 잠결에 듣기에도 시작부분 멜로디가 너무 좋아서
낮에 끝까지 들어보려도 다시 틀었다가
낮잠을 자기도 했었지^^
2, 3 악장이 그렇게나 열정적인 것은 이번에 처음 들은 것 같다.

김선욱 하면 악보 없이 땀을 뻘뻘 흘리며 연주하는 모습이 떠올랐는데
이제 그 모습은 초창기 청년시절로 저장해야 할 듯.
30대에 슈베르트 전곡에 도전하고 싶다니
반가운 소식.

경주|Gyeongju|2014

 영화를 보고 나니 참 뜬금없어 보이는 홍보문구--;;


웃음기 하나 없는 홍상수 영화 같은 느낌.
아름다운 경주는 매력적이었지만
삶과 죽음을 같이 만나는 최교수의 여행기는
좀 지루했는데
마지막에 갑자기 몰려드는 화들짝 단서들에
내가 여태 뭘 본 건가 싶어졌다.
무려 정성일이 오랜만에 소개시켜준 감독이라
그 매력의 비밀을 알고 싶어서
영화상영시간과 거의 비슷한 길이의
GV영상 까지 봤다.
영화를 꼬치꼬치 본 정성일이 묻고
이따금 그게 내 영화가 맞냐고 웃으며 감독이 되물을 때
좀 실망스럽기도 했고
대답을 듣은 경우에도 좀처럼 뭔가가 떠올라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랜만에
나는 모르지만 어딘가에 있다는 매력이 뭔지는 알고 싶어져서
장률의 영화 몇 편을 기억해두었다.

협녀, 칼의 기억|Memories of the Sword|2014

내가 보고 싶었던 바로 그 그림

무협지 줄거리에는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지만
제 손으로 어찌 못하는 정인을
딸에게 어찌 해보라고 키우는 엄마는 너무 이기적이고 비겁하며
비밀을 다 알고나서 갑자기 결심해버리는 홍이는 더 이상하다.
갑자기 엄마의 의지가 훅 들어온거니?
게다가
영화 비천무를 연상시키는 오랜 연인들의 최종선택.
아, 정말 연애 요란하게들 하시네, 자식 앞에서...

그런데
와호장룡 이후로 이제는 과한 게 뭔지를 모르게 되어버린 와이어 액션 멋있었고
전도연과 김고은의 액션씬도 기대만큼이었다.
불쑥 나타난 이경영 멋있었고
연기로는 큰 몫 하시던 이배우-참 싫은데도 설득되는 연기였는데 그래도 싫더이다 ㅎㅎ
그래도 영화는
멋있는 장면들 많아서 멋졌다.

오피스|Office|2014

무서운 배성우와 무서운 고아성-덜덜덜....

신다미씨는 아무 잘못 없지만
멀쩡한 사람이 쭈구리가 되어 버린 것이든
쭈구리들만 미치는 것이든
열심히 일하면 없어 보인다니
불행과 가난의 냄새를 어찌하란 말이냐......

이런 이상한 도시에
이런 괴담 하나 없었던 게 더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새로웠던
익숙한 공간 다시보기.
플란다스의 개에서 나왔던 아파트 다음으로
신선한 공간활용이었다.

난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어떻게'를 싹 다 빼버린 대범함.
대체 마무리는 무슨 생각이셨던 겁니까 ㅋㅋㅋ

 이건 진짜 무섭다....

시티즌포|Citizenfour|2014

 
매력인간 스노든

영화 초반
스노든에 앞서
통신감청을 고발한 다른 제보자가 시작한 재판에서
국가기밀을 주장하는 정보국직원과 법관들의 짧은 대결이 있다.
한국 같으면
재판정에 세우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것 같은 재판에서
'뭐래?'하는 표정으로
항변하는 정보국 직원을 바라보던 판사들
-웃겼다.
똑같은 건 결국 졌다-는 것.

첩보전 같은 접선, 만남, 인터뷰, 기사, 도망자, 그리고 일시망명.
그러고 보면 러시아도 참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자유를 위해 자신의 자유를 포기하는 위험을 감수하느냐는 말에
스노든이
자신은 결코 희생하는 것이 아니며 잘못된 일을 알리려는 것 뿐이라 답할 때
멋있었다.
사진으로만 볼 땐 몰랐는데
말하는 스노든은
상식과 소신이 단단한 더 멋진 청년이었다.

아직 단기 망명상태이지만
그래도 일상의 평안을 어느 정도 찾은 듯한 모습과
보통 이런 영화의 평범한 마무리
-주인공의 고초는 끝나지 않았고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건조한 사실명시-가 아니라
이전의 다른 제보자들에게서 스노든이 힘을 얻었듯
더 어마어마한 불의를 폭로하려는 후배 제보자의 결단이 마지막 이어서 좋았다.

포스터에서 처음 봤는데
아카데미 수상에
무려 스티븐 소더버그 제작...!

엔드크레딧을 보다가 슬그머니 웃음이 났다.
스노든의 감사를 받는 저 많은 사람들에게
아마도 특별감시대상자격을 선물했을 듯^^

하지만
거대하고 불의한 권력이 명백한 비리를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 취급하며 뻔뻔하듯
그 거대한 불의는 없다는 듯이
순진하게 따질 수 있는 상식을 포기할 필요는 없는 거니까.
그래도 실망이다, 오바마.

얼마전 브렉시트에 대한 트위터 글 중에서
헬조선이 혼자가 아니라고 외쳐주는 느낌이라는 댓글보고 빵 터졌는데
시티즌포도 그런 외로움을 조금 달래줄 것 같다.
아...친구를 만나는 게 꼭 기쁘지만은 않구나 ㅋㅋ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2014


살고 있는 49,000의 존재를 무시한 영국의 동성애 불법정책.
봉건시대 조차도
전쟁에 공을 세우면 신분을 바꿔주는 제도가 있었건만
동성애자에게는 그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몇 년전에 영국정부가 앨런튜링에게 공식사과했다는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아마도 그게 영국왕실의 사면이었나보다.

기록이 참 중요하구나 싶다.
그게 없었다면 무엇을 근거로 바로잡겠는가...

전형적인 천재상이었던 앨런 튜링.
아마도 그렇게 망가지는 삶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동성애가 됐건, 이성애가 됐건
매매춘은 곱게 보이지 않지만
그렇게나 짓누르는 세상을 살다간 그에게
그것까지 따지기가 머뭇거려진다.

당연히 허구의 인물일 줄 알았던 조앤이 실제 인물이란 게 좀 놀라웠다.
동지애로 충분하다는 그녀의 청혼도
남다른 사람만이 남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특별한 뭔가를 이뤄낸다는 말도 멋졌다.
하지만 차별의 관습이 어디나 굳세게 잘 살아나고 있는 건
차별이 이롭거나
차별로 인한 손해를 몰라서가 아니라
차별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저 성격만 특이한 천재였다면 충분한 위로가 됐겠지만
거의 인생을 포기해야했던 그에게 현실적인 구원이 되기에는
너무 짧은 위안.
불과 몇 십년 전 그렇게나 야만적이고 권위적이었던 사회가
이렇게나 빨리 지금처럼 극적으로 변한 것도 신기하다,
의식의 변화라는 건
건물 올리고 도로 닦는 거 하곤 비교도 안되게
시간 많이 걸리는 줄 알았는데......

헤드헌터|Headhunters|2011

어딘가 마지막은 '오피스'같던...아, 이게 먼저구나....

그냥 이중생활 정도라니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헐...계획적인 절도와
막무가네 살인활극이 펼쳐진다.
뭔 권태기를 이렇게 피뿌리며 극복하시는지...
마지막은 인기영합주의 경찰로 끝났다손 치더라도
대체 그 기업인은
대체 무슨 대책을 가지고
것도 남의 나라에서
이런 활극을 시작하신 걸까...
획획 지나가는 사건들 따라 시간은 잘도 가지만
좋아했다...고는 못하겠다.
어떻게 빠져나갈 생각이었던 건지가 없는 사건일지. 

이상하게도 북유럽 영화는 어딘가 서늘하다.
관계라는 걸 사람들 사이의 끈이라고 본다면
아주 매끈한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달까.
꽤 오랜 비즈니스 파트너이든
정부이든
7년을 산 부부든
질척거리는 게 없다.
매치포인트에서도 그랬지만
결국은 이 사단을 시작한 인간보다
더 많은 피를 보고도 멀쩡한 주인공의 무용담은
전혀 이뻐보이지 않았다.

이미테이션 게임을 보고 호기심에 보게 된
감독의 다른 영화.
원작은 안봐서 모르겠지만
이야기는 촘촘히 엮어가신듯.

무뢰한|The Shameless|2014

이런 눈빛의 전도연-매혹이다

왜 제목이 무뢰한인지는 모르겠는데 좀 멋있게 들리기는 한다.
킬리만자로 이후로 참 오랜만인 오승욱 감독의 영화.
마치 세포 내 단백질 알갱이까지
'나 남자야'를 외치는 마초인듯
영화는 그렇다.

신체나이와 상관없이 거의 7-80년대 대쪽 마초를 보여주는 것 같은 형사, 남자와
또 고풍스런 설정인 나이 좀 먹은 술집마담, 여자.

궁금하다.
왜 마초 감독들은 이런 얘기에 그렇게나 끌린다는 걸까.
마음끌려 찾아간 여자에게 칼맞고 거친 쌍소리로 표현하는 애정이라니
멋있으라고?
모두가 함부로 대하는 여자를
애인마저도 이용해먹으려 드는 여자를
그녀도 몰래 지켜주는 멋진 형사님 이니까?
그래도 이해가 안 간다.
혜경은 밥 차려주고 재워줬을 뿐
그런 혜경을 이용해 결국 범인 검거까지 성공하신 분이.
욕을 하려면 차라리 혜경이 했어야지.

그럼에도
의외로 지루하지 않았던 건
전도연 덕분.
오랜만에 보는 좋은 표정들이었다.

머니볼|Moneyball|2011


전에 광고대상을 보다가
대상 수상자가 광고제작자가 아니라 광고주라는 게 이상해서 물어본 적이 있었다.
새로운 광고를 만들어도
그걸 알아보는 광고주가 없으면 그 광고가 태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답을 들었다. 
피터가 자신의 생각을 자신있게 말하게 해주고
그걸 받아들인 빌리의 유연함은 그래서 굉장한 것이겠지.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에게 더 감동을 준 건
그들이 계산할 수 없었던 극적인 경기였기에
빌리에게 밀려난 그 많은 '야구인'들의 야구를 생각하고 사랑하는 방식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드라마란 어느 조건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니
그렇게 다들 저렴한^^ 방법으로 
야구산업계를 정리해도 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비교적 가까운 과거를 다루는데도
어딘가 80년대 미국영화 분위기가 났다.
극적인 홈런의 주인공을 위한 소소한 장치들도 참했고.
야구를 마지막으로 본 것도 까마득한 내게도
충분히 재미있었던 어느 개척자의 이야기.
브래드 피트.
시작은 꽃돌이였지만
이제 그의 출연작 목록은
너무나도 창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