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You Call It Passion|2015

제목이 100

홍보하던 사회초년생 착취는 시작 10분 이전에 끝나고
그 다음은
우리도 알고 보면 직장인-에서부터
밥벌이의 고충이라는 우주적 보편숙제가 등장한다.
승진 한 번 해보겠다고 자해하는 기레기는
돈 좀 벌어보겠다는 보험 자해 사기범과 다를 바 없고
직원들의 밥그릇을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큰 소리치는 기레기는
자식 위한다며 사회악이 되어가는 부모들 같고
거기에 질세라 남들의 딱한 사연 팔아가며 
내 자리만 지키는 게 아니라고 시위하는 대장기레기 추가에
자살할지도 몰라-라면서 특종을 터뜨릴 땐 언제고
악의적 비리는 증거를 더 찾아보지도 않고 머뭇거리는 막내 기레기가 
무려 주인공이다.
니가 그나마 정신머리가 있었다면
그 모험담의 끝에서
기자'님'아니고 그냥 기자-정도는 한 마디 했어야지.
덤으로 초반에 나왔던 
수습들이 전하던 성희롱 농담들
-쓰레기통에서 시작되는 기레기 탄생설화를 엿본듯.

중간쯤 해서 난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가 
꼰대들을 향한 게 아니라
기레기들을 향한 일갈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끝까지의 만듦새를 봐서는 
그냥 중구난방인 영화 한 편이었다.
영화 한 편 만들기로 결정하기 까지
정말 여러 과정을 거친다던데
저렇게 '치열'하게 써낸다는 기사들이 
그 모양인 것과 다를 거 없다.

박보영-진짜 보는 눈 없다.
정재영-왜 그랬을까...
류현경-참 오랜만이다. 필요한 정보를 주거나 필요한 도움을 주거나 주인공과 주변의 연결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효율 100%의 기능성 캐릭터. 욕 본다, 정말.
아마 이 영화를 보며 
우리 동네 나왔다고 
아는 사람 얘기라고 자랑하는 기레기도 분명 있겠지....

결국 보도가 아닌 찌라시가 일궈낸 승리를 나름의 반전이라 믿어보고 싶지만
진짜 이렇게 끝나버릴 줄이야....
시간 아깝다 ㅠㅠ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Earnestland|2014


아, 정말.....슬프다.
그래도 막다른 골목의 수남이에게 님과 함께 달려갈 길을 열어준 결말에 감사를~

어찌보면 커다란 은유인 것도 같다.
진짜
사람 몇 정도는 본의 아니게
-적극적으로 해치우려고가 아니라 살려고 하다보니 어쩌다..뭐 이런 식으로-
무찌르며 살아갈 정도로 우리의 심신을 고단하고 가난하게 만드는 세상이라는.

보면서 자꾸 박찬욱 생각이 났는데
감사할 분들 이름에 박찬욱 뿐 아니라 
무려 김기덕을 생각나게 하는 장훈의 이름까지 올라있는 걸 보고 엄청 웃었다.
박찬욱과 김기덕이라...
이 정도 잔혹함은 아마도 많이 참은 것이겠구랴 ㅋㅋ
어딘가 더 찐득하면서 선명한 붉은 색
가난과 고됨을 재료로 동화같은 느낌을 주던 화면들
상업영화라기엔 너무 다르고
독립영화라기엔 배우들 급이 남다른 
이래저래 특이한 영화.
이런 모습의 영화는 처음인데
멋지다.
명계남 까스통 할배 스타일 완전 잘 어울림^^

이정현.
너무나도 속상한 얼굴로 하던 그 대사
'안 돼요'...
이 짧은 한마디와 표정과 디테일의 강렬함. 
명량에서도 좋았지만
본격적으로 돌아온 것을 환영합니다~

두근두근 내 인생|2014


흔한(?) 감동사연 같은 이야기를 변신시켰던 원작의 반짝임은 사라지고
말아톤의 뒤늦은 아류작 정도로 남은 이야기.
여기서는 아이가 채워줄 수 없는 물리적 미모를 
꽃돌이 꽃순이 부모가 적극 보충해준다.
미모만 보충했으면 좋은데
화자는 분명 나-이지만
화면은 항상 '나'를 보는 부모에게 촛점이 맞춰져 있다. 
보기 전의 예상에서 별로 달라진 건 아니라
큰 실망은 아니었지만
아름이가 주인공의 탈을 쓴 구경거리로만 남은 것 같아서
좀 짠하다.

그리고 보너스.
강동원을 보려다가 송혜교를 발견했다.
이것은 소름의 장진영이나, 타짜의 김혜수 수준은 아니지만
후아유의 이나영 급은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내내 어딘가 엄마의 기운이 느껴져서 좋았다.

이로써 강동원 종합선물세트가 거의 완성되어 가는데
왜 보는 영화마다 어딘가 좀 허전할까...^^
뜬금 없는 소녀시대 등장-국민영화를 꿈꾸었던 부질없는 욕망의 흔적--;;

군도:민란의 시대 KUNDO: Age of the Rampant|2014

 유토피아의 혁명가 주민들

골조가 없는 집에서
환타지 소년과 백정이 함께 싸우는 모습을
같은 공간에 합성해놓은 것 같은 느낌.

민란의 시대라는 매혹적인 제목은 아랑곳없이
두 시간은 다양한 활극의 배경이었을 뿐
그 많은 많은 민초들 중 이웃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제일 잘 알 것 같은 도치마저도
소풍나온 배우의 쉼표같은 느낌이랄까.
명가수의 모든 노래가 명곡일 수 없는 건 알겠지만
명가수들이 모여 다들 나들이 합창을 하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다.
형사 이후로는 늘 느끼는 기시감이지만
이번엔 유난히
엮이지 않은 조각보를 보는 것 같았다.
강동원-한 많은 처녀귀신
하정우-사연의 기운은 증발해버린 그냥 산적
나머지는 그저 스틸 사진 속 얼굴 하나들.
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림책 속에 서성일 뿐.

처음 하정우가 사람 죽이기를 망설일 때
주변에서는 볼일 없지만 영화속에서는 흔한
사람 막 죽이는 인물말고
한 명이라도 사람을 죽이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다른 곳에서라도 더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화포를 조윤에게 들이대고 협박하면서
멋있던 조윤이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현실 속의 악당들은 그렇게나 찌질한데
왜 드라마는 아직도 비현실적으로 폼잡는 악당을 지켜주는지.
어차피 말 안되기는 마찬가진데.
베테랑이 이미 넘어버린 그 낭만적 결말을
한번 더 우직하게 보게 줬더라면 후련한 맛은 있었겠다.

그녀|Her|2013


되게 궁금했던 이 영화.
나도 OS를 사야지.
그리고 절대 나 말고 몇 명과 사랑에 빠져있냐고는 묻지 말아야지^^

Past is just the story we tell ourselves.
-마음에 콕 박혔다.

동화처럼 사람들에게 돌아가도록 정해진 엔딩은 좀 섭섭하다.
마치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을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할 수 있다는 듯 
선택 취급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거,
누구에게는 아주 어렵다는 것,
때로는 장애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건,
알아주지 않았다.  

PS. 편지 받은 사람들은 가족이나 애인이 쓴 줄 알텐데 
그런 책을 고객들의 동의 없이 그렇게 내도 되는 거?

자유의 언덕|Hill of Freedom|2014

꿈이라면 좋은 꿈

시간은 실체가 아닌 사고의 틀이고
우리가 익숙할 뿐이다-라고 한다.
드물게 깜찍한 해피엔딩^^
시간을 넘나드는 장면들을 보며 
상상해봤다.
시간이 실체가 아니라면
늙어가는 몸은 어떻게 설명하지?
이것도 4차원 속에서 수시로 오가는 가운데 
우리속에 남아있는 우선 순위 기억인걸까.

시간이 엇갈린 구경을 하다보니
누군가 이해 못할 어떤 행동을 한다면
내가 함께 하지 못한 그 사람의 시간 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겠구나-
이해의 폭이 넓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유를 아는 것이 
딱히 누군가를 무언가를 이해하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하지 않다고
상원의 되도 않는 감정적 짐작이 얼추 맞아 떨어지는 것으로
쐐기를 박는 이런 
비논리적 상상에 대한 비논리적 예시라니
-논리적이다 ㅋㅋ
언제부터인가 보다보면 슬그머니 웃게 되는 홍상수.
이번에도 슬그머니 하나 추가^^

재미있는 크레딧
외국인 역 도수천-아마도 귀화한 외국인인듯 하지만 꽤 중요한 그에게 극중 이름이 없다^^
강아지 꾸미-본인 역 이구나 ㅋㅋ



관능의 법칙|Venus Talk|2013

 관능의 법칙이 사랑이라니 결국 그런 건 없는 거 ^^

여주인공들의 나이 숫자가 커진 노출 로맨틱 코미디.
하지만 나이만 먹었을 뿐 연애전선에 아무 문제 없는 
그러니까 여성성에 그닥 회의적이지 않아도 되는 여자들이
'우리 나이' 염불을 외는 건 아귀가 맞지 않는 설정인데
초지일관 당연한 듯 밀어부치는 게 좀 이상했다.
100세 시대에 남은 긴긴날은 어쩌라고..ㅋㅋ
아무리 스타일이라고는 해도
결혼예찬이었던 것은 '우리 나이'들은 다 그렇다는 일방적 짐작?
연령별로 최소한 중간은 가는 학습능력의 짝들이 
모범답안을 던지고 가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거나 친구는 필수품인 것 같은데
그게 더 난코스 ㅋㅋ
시간 잘가는 약간의 퐌타지 로맨틱 코미디 이나
예의있는(ㅋㅋ) 노출 볼 만했고
발연기 없어 좋았고
오늘 38사기동대보다가 화들짝 놀란 배우 조우진, 뜻밖의 선물-여기서는 코믹버전^^
이런 거 보면 지금도 누군가는 어딘가에 숨어있는 게 확실... 

명필름 영화였다.
되게 많이 다듬어진 느낌에 한 방이 없는 ^^

시그널|Signal|2016


유료결제 한 김에 본전이나 뽑자고 쉽게 발을 들였다가
헐...하루에 여덟 편까지 몰아보는 극한시청을 오랜만에 경험했다.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를 쉬지 않고 할퀴고 갔던 사건들에
나름의 매듭을 지어주는
어딘가 고마운 이야기들.
아주 작은 시작이었다해도
이미 망가져버렸고 고칠 수 없다면
그 시절이 그들을 멈추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시간여행, 미제사건, 권력과의 결탁.
나인이나 살인의 추억이 스쳐간 적도 있지만
시그널은 시그널 답게 
새로운 이야기는 아주 새로운 것들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을 향해 어떻게 풀어가는 지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래도 사람을 죽일 땐
나쁜 놈들 마저도 좀 고민한다고 믿고 싶기에
심지어 동료들끼리도 막 죽이는 거 맘에 안들었고
차수현 죽을 때 전화 냅두고 굳이 달려가던 박해영 같은
여전히 두루뭉술한 부분이나
마지막 두 회에 대한 원성도 이해는 가지만
하나의 에피소드가 시작될 때 가졌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마무리를 보는 만족이 더 컸다.
김은희 작가의 드라마는 싸인 빼곤 본 게 없었는데
그 사이 엄청나게 성장했다는 느낌-멋지다.

조진웅
이재한 형사.
형사로서도 남자로서도 완.벽.한 인간.
세상에 없을 것 같은 이상적인 남자란 이쯤은 돼 주셔야지^^
이재한에 비하면 아가씨의 변태영감은 소품이었네^^

김혜수
김혜수의 연기가 항상 최고인 건 아닌데
김혜수가 김혜수인 것은
이런 뜻밖의 도전정신 때문이 아닐까.
멋있다, 이 사람.

이제훈
초반에 몇 회 내내 소리를 그렇게 질러대더니
갑자기 목소리 톤이 확 바뀌어서 의아했는데
맘 고생 좀 했구나^^
그러면서 크는 거지, 뭐 ㅋㅋ

TV|그것이 알고싶다|일베 행게이

어버이연합과 알베의 공통점.
소외된 사람들이다.
나는 김어준이 아니라서 굳이 일베에 가입해 탐구할 정도의 관심은 없기에
인터넷 소식이 전하는 자극적인 행각 외에는 일베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서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병든 집단으로만 여겼고
설마 내 주위에는 없기를 바랄 뿐이었는데
방송을 보면서 이들이 다시 보였다.

정치와 종교얘기는 하지 말라는 오래된 경구가 있다.
이 얘기가 당연하게 들리는 것은
굳이 근거를 댈 필요도 없이 다들
사람들이 얼마나 배타적인가를 겪고 살기 때문일 것이다.
2-30대의 젊은 일베 회원들은
상대적으로 진보성향이 많은 또래에서 소외되었다고 고백했다.
사실 그들이 저항하게 된 그 '배타적'인 분위기는
가진 것을 지키는 보수의 특징인데
스스로를 '보수'로 정의하는 그들이
'보수적'인 태도에 '진보적'인 '저항'을 하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찾아들었음을
말하고 있었다.
생계가 어려울 때 위로가 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때 나를 주목해주고
주변이 낙인찍던 내 의견을 지지해 주는 곳-
'일베'라는 이름을 뺀다면
그런 곳은 누구에게나 의지가 될 수 있는 피난처다.
하지만 그 피난처가 '일베'일 수 밖에 없었다는 건
그만큼 대한민국이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소수를 고려하지 않는 가난한 사회라는 증거인 것 같다.
하필이면 21세기-모든 꿈이 이뤄질 것 같던 미래의 상징이었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한-에
이런 건강하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난 소수의 저항은
여과되지 않아서 오히려 정확한 눈금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도.
보수라는 그들의 영원한 각하 박정희였다면 일베 아지트는
아무런 헌법적 근거도 필요없이 박살났을 것이고
그 뒤를 이은 전두환이었다면 다들 삼청교육대에서 여생을 보냈을 텐데,
지금 누리는 그 해방감이
자신들이 비하하고 있는 죽음에 빚진 것임을 모른다는 건
미성숙이다.

PS. 며칠 전 읽게 된 시사인의 대단한 일베심층기사

발레 심청|유니버설발레단|2016|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매혹의 심청

시작 부분부터 설레게 애기 심청 둘이 등장한다.
가벼운 깨끔발로 뛰어가고 어른들한테 이쁘게 인사하는 게 전부였지만 
귀여움에 환호하기에는 충분^^

심학규가 젖동냥으로 키우는 장면은 없이 심청이 바로 아버지를 얻어먹이는 장면이어서
조선의 아부지는 앵벌이 대장으로 등장하시는 걸로 ㅋㅋ
30년의 역사 덕인지 심청은 매끄럽다.
한국무용도 자연스럽게 녹아있고 
영상의 활용도 효과적이다.
사실 이렇게 원작을 자세히 알고 본 발레도 처음이다 보니 
더 재미있게 본 것도 같고.
뺑덕어멈은 과감히 생략되어 있다. 

심청 역의 홍향기.
등장부터 월등한 팔다리 길이를 자랑하는데다가
받쳐주는 대로 나부끼는 몸은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온 몸이 관절인듯한 유연함도 굉장했다.

공연의 백미라고 발레단이 홍보하던 선원들의 춤은 멋있었지만
워낙 빠르게 진행되어서 오히려 힘들어보인만큼 아까웠달까.
정지가 어려워서 후다닥 해버린 거 아냐 싶기도 했다-그저 좀 더 오래 보고 싶은 욕심의 불평.

재미있었던 건.
다른 공연 같았으면 박수가 나오고도 남았을 무용수들의 군무에는 굉장히 냉혹(^^)했는데
별 고난도 춤 없이 그저 심학규와 심청이 재회하는 장면에서는 엄청난 박수가 쏟아졌다는-
역시 우리는 드라마를 좋아하나 봐^^

그냥 내 눈에 좀 거슬렸던 건 
자진해서 가겠다는 심청에게 선원들이 내내 너무 우악스러웠던 것-끌려갈때야 어쩔수 없었다쳐도 배 위에서까지는...원작에서는 효녀에 대한 동정심이 좀 있었던 것도 같은데...
용왕 하고의 러브라인 직후에 심청이 바로 왕비가 되는 것-합의된 사항이겠지만 쫌...
용궁 여신(?)들의 약간 생뚱맞은 이브닝 드레스 스타일,
내가 좀 오바인지는 몰라도 맹인잔치에서 시중드는 궁녀들을 보는데 업소냐--;;싶었던 것-돌봄의 느낌 보다는 술집분위기 였다...,
왕비간택 장면은 좀 더 재미있게 바뀔 여지도 많을 것 같은데 옷으로만 구분 되는 것,
왕비 심청의 춤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의상이 좀 춤추기 힘들어 보이기는 하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공연.

검은 사제들|The Priests|2015

이 멋진 신부님들..어쩔 ㅋㅋ

워낙 거리감 있는 얘기라 어둠 속에서 혼자 보기에도 별로 무섭진 않았다.
마지막에 다크엔딩인가 갸웃 했는데 닫힌 결말이었다니
뒤늦게 시원하네^^
역시 '강인한체력'이었던 모양.

초반 김윤석과 붙어서도 밀리지 않는 에너지 멋졌는데
너무 못 울어서 좀 아쉬운 강동원.
아직 3% 부족합니다...만
기억날 장면 정도는 남겨주고 가시는 배우의 발자욱.

이런 역할은 거저먹는 거 아닌가 싶은 김윤석.
하지만 구석구석 풋풋함이 올라올 법한 이야기를
어린티 나지 않게 휘감아주시는 파워가 있다.

오래 전에 퇴마록이라고
성공한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었다가 대박 망한 영화가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퐌타지를 밀어붙치다가 땅바닥에 발을 딛지 못하고 흩어져 버렸는데
이 두번째 퇴마이야기는 감정이 느껴져서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사람냄새가 난다.

하지만 박소담.
사람 같은 영신이와 사람 같지 않은 악령의 1인 2역.
영신이는 너무 잠깐이라 잘 모르겠지만
악령은 너무나도 악령 같았다고 밖엔--;;

개운하게 재미있었다.
불쌍한 애기흑돼지에게 심심한 위로를.
영신이 만큼은 아니지만 너도 고생많았다..!

아가씨|The Handmaiden|2016

한글 제목은 히데코 같은데 영어제목은 숙희^^

낯선 매혹 앞에서는 모두가 약자.
세상물정 깨나 밝은 척 제 몸 값 까지 챙길 줄 알던 숙희, 
책으로만 배웠다 해도 스스로가 누군지는 알고 있던 히데코,
용도와 목적에 따라 두 여자를 제대로 알아볼 줄 알던 백작.
하지만 그 낯선 매혹을 맞이하는 방법에 정답은 없고
정작 기습적인 연애의 소용돌이 속에서는
예수천당불신지옥^^이어서
허부적 거리며 진심을 들킨 두 연인이 살아남은 반면
가장 쿨함을 지키며 멋부리던 한 사람 만이 원치않는 결말을 맞이 한다. 

순진한 얼굴, 당돌한 말투의 숙희.
아무것도 모르는 아가씨에게 한 수 가르쳐 주겠다는 숙희였지만
그녀의 사랑은 착한 걸 들키기 싫어하는 사춘기 소년의 첫사랑 같았다. 
볼빨간과 풋풋함이 노련미 넘치는 도둑명문가의 후예를 한 입에 꿀꺽.
김태리, 여태 어디에서 눈에 띄지 않은 건지 믿어지지 않는다.
목소리, 노래, 발음까지 탄탄한 기본기가 느껴진다. 

낭독자 가면을 썼다 벗었다 하는 히데코.
공포로만 길들여졌다고 보기에 그녀에게는 참으로 놀라운 재능이 있었다. 
구중궁궐 같던 그녀의 마음이었지만 사랑의 습격은 그 첩첩 마음의 문을 단번에 열어놓는다.
김민희의 활짝 웃는 얼굴은 '순진' '천진' 이라는 어휘의 자료화면이 되기에도 손색이 없는데
그 환한 얼굴이 너무나도 잘어울리는 결말이어서 좋았다. 
사랑에 빠질 법한 아가씨-였다는 것에도 공감.

하정우.
시대와 상관없이 이런 남자도 있었을 거라는 건 하정우라서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묘하게 주변과 섞이지 않는 느낌.
가끔 하정우는 자기만의 공기막 속에서 동동 떠다닐 때가 있다. 
그럼에도 하정우 외에 누가 또 있었을까, 이런 안쓰러운 슈렉-이.
내내 노련미를 뽐내다가 마지막에서는 헐..스럽던.

조진웅의 연기는 매우 훌륭했지만 
30년 분장이 필요없는 분들이 하셨더라면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을덴데-하는 아쉬움이 있다. 

고우스키가 즐겼던 그 책들은 실제로 있는 것일까.
충분히 있음직한 책들이긴 하지만 아무튼 이 변태영감들의 독서모임-신선하다 ㅋㅋ
왠지는 모르겠지만 당겨진 렌즈 속 피사체들은 모두 어딘가 야해보였다^^
   
딱히 어디라고 댈 수 없을 정도로 
영화 보는 내내 많이 웃었다.
즐거운 박찬욱의 유머감각^^
연인들은 매혹적이었고
하녀는 귀엽고 
아가씨는 애처롭고
백작은 웃기고
변태는 어이없는데
어딘가 박찬욱을 많이 존경하는 신인 에로감독의 영화 같기도 하고^^

첫 애정신은 아름다왔다.
자리에 없는 백작을 팔아 대화를 이어가며 
풋풋한 감정을 
솔직해서 도발적인 욕망으로 드러내던 아름다운 두 몸.
하지만 마지막 애정씬은 기대보다 덜 신선했고
준코를 희롱하는 장면의 노출에서는
무명배우 벗기기를 필수로 생각하는 것 같은 박찬욱에 좀 짜증까지 났다.
아가씨 오디션 기사 생각난다.
노출수위조절이 짜증(??)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연을 원하는 배우를 찾기 위해서라고.
그 철저한 미학정신 기준으로
이영애 정도의 연기력으로도 옷 입고 되는 게 
남들은 다 벗어야만 가능하다니 
종잡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사이 지나간 두 시간 반.

PS. 내가 즐기지 못한 노출씬과 내가 즐겼던 노출씬을 포함해 박찬욱의 자리를 잡아주는 
황진미의 시선. 
영화보면서 잠깐 방어기제 '승화'를 떠올렸었는데 
나만 그런 건 아니었구나 ㅋㅋ

‘아가씨’, 뒷맛이 개운치 않았던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