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49 샌프란시스코 교회, 산 로렌조 언덕 Inglesa de San Francisco, Cerro San Lorenzo

광장으로 가는 길에 교회가 먼저 나왔다. 
색색으로 칠해진, 높은 탑이 수리 중인 교회.
원래는 성당이 더 유명하다는데 내일 워킹투어를 하려고 남겨놓았다. 
박물관은 아무 이유 설명없이 이번주만 화요일 휴관-아마도 부활절 때문?
공연장 두 곳을 들러봤는데 탐나는 피아졸라의 탱고 음악 연주회가 내가 떠나는 다음날이다.
아쉽다.

어제 누가 말린 것도 아닌데 노닥거리며 밤을 새버려서
일찍 들어가 자려고 했는데 
8시 반에 빨래를 찾아야 하는 일정--;;
케이블 카가 다닌다는 산 로렌조 언덕을 구경했다. 
좀 아찔한 케이블카는 십 몇 분 타면 언덕 정상이 나온다. 
살타는 생각보다 크지만 아기자기한 집들이 많이 모여있는 정도. 
그래서 정상에서 내려다봐도 
한 블럭짜리 마을을 Ctrl + C, V를 반복한 것 같은 풍경이라 별 감동은 없지만
제법 귀여운 미니 폭포나 공원, 카페가 있어서 
잠깐 돌아다닐 만 하다. 

내려올 땐 걸었는데
초저녁에 운동 나온 주민들이 끊이지 않는 걸 보니 
여기보다 작지만 우리동네 귀염둥이 정발산이 생각난다.
  
    저 언덕까지 이런 길로 걸어올라갈 수도 있다

아르헨티나 하면 
노는 것 좋아하다 망해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많은 곳이지만
한때 잘 나갔었다는 걸 기억하게 만드는 게 구석구석 남아있다.
안전과 관련된 시설이나 경찰을 동네 '운동'장 내려오는 사이사이 보면서 느낀 거지만.
처음 파타고니아를 먼저 들어왔을 땐 칠레가 더 그랬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아르헨티나에 있다는 것 자체가 왠지 마음이 편해지다니. 
그새 정들었구나.

   어두워질수록 예뻐지는 아르헨티나 동네

Day 148 산 페드로에서 살타로 San Pedro-Salta

아침에 읍내에 일할 사람 구하러 나갈건데 택시를 부를 거니까 같이 가자던 말만 믿고
9시 반 버스표를 가진 주제에 8시 반에 주는 아침까지 여유부리며 먹고 있었는데
헐...9시 10분전까지 숙소주인님은 취침 중.
부랴부랴 배낭을 메고 나오면서도 
어제 읍내를 향하던 많은 차들을 떠올리며 얻어탈 수도 있겠다고 
초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자전거 처럼 기어서 읍내를 향하던 빨간 차가 태워주기를 거부한 이후로 
진짜 한 대 구경도 못했다. 
계속 시계를 보며 이틀이나 기다린 버스를 놓칠까 봐
-그렇다, 잊고 있었지만 이 버스 때문에 이틀이나 더 있었다고.....!
어찌나 조마조마 했는지...
가방에 든 선크림 바를 경황도 없이 진짜 미친듯이 걸었다.
다행이 거의 칼 같이 도착했다.
읍내에서 숙소까지 갈때 두리번 거리며 40분 넘게 걸었는데
버스터미널 까지 1킬로미터는 더 길어진 길을 30분 만에 주파! 
닥치니까 나도 되는구나 ㅋㅋ
뿌듯하다. 
버스는 10시가 다 되어서야 왔지만 하나도 불만스럽지 않았다. 

    원래는 여러 색인데--;;

산페드로에서 살타까지의 길은 멋있었지만
많이 잤다--;;
어떻게 오는 지 모르겠지만
사진에서 봤던 레인보우 계곡 같은 곳을 버스가 지났고
두 사람이 거기서 내렸었다.
안타까운 건 이미 어둑해질 무렵 그곳을 지나는 바람에 사진을 못 찍었다는 것.
버스는 밤 9시가 넘어서야 살타에 도착했다.
살타다, 살타.
그렇게 오고 싶었던, 그래서 일정이 이상하게 꼬이는데 한 몫을 한 곳^^
밤 느낌은 그냥 조신하다.

오랜 만의 아르헨티나.
SUBE카드 좀 써보려고 했는데 여기서는 못쓴다고...
길 가르쳐 준 청년이 아주 편안하게 6블럭이니까 금방이라고 하는 바람에 
그냥 걸어왔다.
피곤하다는 건 뭘까....?

Day 147 키토르 성, 산페드로 Pukara de Quitor, San Pedro de Atacama

읍내에서 30분 걸어가야 한다는 숙소를 놓고
두 시간쯤 고민하다가 결정했다.
그동안 안한 운동도 보충한다 생각하니 걷는 건 괜찮았지만
하나 밖에 없다는 길인데 하나로 보이지 않는 길치의 운명 때문에
고민하는 게 더 피곤했다.   
와이파이 괜찮다길래 기대했는데 역시 이 동네 스탠다드.
와이파이는 버스터미널 앞 식당이 제일 빨랐던 듯.

조용한 숙소에서 널부러져 있을 계획이었지만
코 앞에 관광지가 있다니 관광객으로서 안 가볼 수가 없다^^
숙소에서 들은 정보로는 5분만 걸으면 입구가 나온댔는데 
첫번째는 길을 잘못 들어서-이쯤되면 이것은 길치의 특권^^-큰 도로로 나가버렸고
두번째는 아무리 봐도 제대론데 입구가 막혀 있었다.

   헤매다 구경^^

다른 입구로 돌아가기도 귀찮고 제 시간에 맞춰 못찾을 것 같아서
그냥 돌산을 올라갔다...
좀 무서움과 귀차니즘 중 귀차니즘 승리.


키토르 성 Pukara de Quitor


스페인의 발디비아 장군에 맞서 싸우던 요새였다는데 유적지도 볼만하지만
산 페드로 주변 360도 전망이 보이는 정상이 압권이다.
어제 살짝 간을 봤지만 남의 집 지붕 말고는 높은 곳이 없는 이 동네라서
정상까지 안 가도 탁트이긴 하지만
건너 편에 보이는 주름잡힌 것 같은 사막풍경은 정상에 올라가야 구석구석 볼 수 있다. 
정상까지 완만하게 만든 우회로를 따라 꽤 걷지만,
달의 계곡에 버금가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읍내에서 3km 거리라 다시 안나가려고 먹을 걸 준비하면서 제일 중요한 와인을 빼먹었다.
다행이 읍내까지 히치에 성공했는데 
관광구역을 벗어난 가게에서 저렴하고 맛있는 와인을 추천받았다.
1500페소짜리 와인의 감동.

하지만 오늘의 가장 큰 성과는 밤사진.
삼각대가 없는 내게 
모퉁이만 돌아서면 어두워지고
주변에 카메라 얹어둘 뭔가가 있는 이 숙소 동네는 최고.
덕분에 우유니 보다 나아진 별사진을 얻었다!
-흥분해서 숙소 있는 사람들한테 먼저 사진 막 보여주고 오바함 ㅋㅋ

덕분에 산 페드로의 마지막도 아름답게 장식.

Day 146 토요일엔 살타행 버스가 없다

아침 바람 찬 바람에 부지런을 떨어 
10시간 버스에서 먹을 샌드위치까지 싸가지고 갔는데 날벼락.
분명 그저께 확인했던 살타행 버스 일정에서 토요일만 지워지고 없다....!
게다가 내일 버스는 다 매진.
쿠스코부터 항상 버스자리가 남아돌길래 처음으로 예매를 안했더니 세상에 이런 일이.
헐...나 여기서 이틀간 묶여있는 거...?
하하하하하하하-이것은 정신나간 럭키세븐 웃음...
하루도 아니고 이틀이래...
볼리비아 트럭 파업도 아무렇지 않게 비껴왔다고 좋아했더니
계속 이런 식이구나, 대박은 피하고 방심하다 뒤통수 맞는 거.
부활절 때문에 가장 붐빈다는 이 절정의 관광성수기에 
다행이 저렴한 숙소는 찾았지만
이틀 간 시체놀이-반갑지 않아....

워낙 사람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나는 가만히 앉아 있는 사이
독특한 음악세계를 가진 칠레 싱어송라이터가 박수 속에 콘서트를 마치기도,
어리버리 러브모드가 허무하게 끝나기도 하고, 
중남미 척척박사님의 여행일정 질의응답이 펼쳐지기도 하고,
살타에서 베드벅에 물린 처자가 배낭햇빛소독차 지붕 산책을 하기도 하고,
그 사이 다른 배낭족의 로맨틱 콘서트가 이어지고....

콧구멍에 바람이라도 쐬고 혹시 어디 노을 보기 좋은 데가 숨어 있나도 찾을 겸
동네산책을 갔다가 먼지바람만 잔뜩 맞았다.
딱히 괜찮은 언덕은 못찾았지만
남의 집 낮은 담장을 딛고 구경한 노을.



지나다 술만 파는 술집에서 맛있는 쿤츠만 생맥주로 먼지기운을 좀 털었다,
삼시 세끼 맛없는 샌드위치의 입가심도 겸해서.
그나마 시간은 잘 가니 다행이고
한 것 없이 졸려서 또 다행이다. 

Day 144 달의 계곡-낮, 산 페드로 Valle de la luna, San Pedro de Atacama


태양의 계곡이란 이름이 너무 잉카 스럽거나, 이집트 스러워서일까?
아님 작아서?
달의 계곡 하면 
보름날 마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신비로운 느낌이라서 
꼭 달밤에 가야할 것 같은데
오후 4시에 출발해서 해지는 걸 보고 돌아오는 일정이다. 
얼마 전에 관광지의 이미지와 실제 비교 사진을 보고 과장이 심하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페루 부터 인파 때문에 실망스러운 일이 더러 생겼다.
다들 좋은 것 보자고 몰려드는 입장이고
나도 그 중 하나이니 불평하는 것도 우습지만
오늘 달의 계곡은 마추픽추에 이어 정점을 찍었다.
해질무렵은 더더욱 멋진 장관이었지만
모두의 사진 프레임 바깥엔 여러 무리의 사람들이 서 있었다.
이 장면을 먼저 볼 수 있었다면 아마 이 투어는 하지 않았을 지 모른다.
오히려 우유니 주변 사막이 한적하게 느껴질 정도니까.
참 신기하기도 하다.
이 쬐끄만 마을에 그 많은 사람들이 다 묵고 있다니...

Day 145 달의 계곡-밤, 산 페드로 Valle de la luna, San Pedro de Atacama

멀리로 보이는 마을에서는 
사람의 빛이 낮은 별처럼 별무리처럼 퍼져있는 가운데
모든 것이 다 드러나 있는 밤.
낮에 본 색이 각인된 것인지
달이 밝은 것인지 몰라도
어둠이 흑백의 세상이라는 건 편견이라는 듯
밤풍경에서는 계곡의 붉은 기운과
하늘의 푸른 기운이 배어나온다. 
달빛 속의 이 그림은 사진에 담을 수 없는 장면.
은은한 색 때문에 더 신비로와 보이는 지 모르겠다.
   
결국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신청한 보름달투어.
어제 본 소금입자들이 달빛에 반짝이는 게 어떨지
카보 폴로니오에서 봤던 그 느낌과 비슷할지 궁금했다. 
소금은 반짝여주지 않았지만
고요하지도 않았지만
가이드는 물이 증발해서 소금결정이 하얗게 남았다는 얘기만 반복하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입체적으로 남은 새로운 사막 풍경.  

-보름달 투어 
보름에만 운영(이제 시작단계라고 함): 달의 계곡, 소금강, 선셋포인트 방문
2만페소
최대인원 12명
21:00-24:00

-포함내용
차량
가이드(길 안내만 해주는 정도)
피스코 사워, 와인 + 와인잔!(9명 밖에 안되서 넉넉하게 마셨으나 개인 술 지참시 도보음주 가능)
간단한 안주

Day 143 고고인류박물관 Museo de Arqueologico y Antropologico San Miguel de Azapa

우체국 1.5kg에 21,000페소. 
원래 가고 싶었던 곳은 Presencias Tutelares와 Valle de Lluta 였지만 
아침 9시 투어로 가거나 택시로 가는 방법 밖에 없고 
오후 12시 현재는 둘 다 불가능했으므로 
그나마 콜렉티보로 갈 수 있는 박물관을 가기로 했다.
아자파라고 써있는 콜렉티보는 1000페소라고 들었는데 
나보고는 1200페소를 내라고 해서 그냥 냈다-당한 걸까 오른 걸까...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는 바가지나 사기 경험이 없었으니 올랐다고 믿고 싶지만
어쩐지 분위기는 좀....


아무튼 작고 잘 관리되는 박물관이었고
미이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흥분할만한 좋은 컬렉션도 있다.
정원 벤치에서 낮잠 좀 자고 어리버리 나오다가
친절하게도 먼저 서주신 어느 할아버지의 차를 얻어탔다. 
-한 때는 이 정도면 생존 스페인어는 된다고 생각했지만
어느덧 칠레에서는 다시 바보로 돌아와 버려서
태워주신 고마운 분께 말동무도 못해 드림....
히치하이킹이 말이 통하지 않을 경우 상당히 미안한 입장이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하나도 못 알아듣는구나'를 연발하시면서도 아리카 시내까지 태워다주신 할아버지께 다시 한 번 감사. 


비록 관광은 아쉽게 됐지만
아리카는 해산물 천국이다.
무려 해물 엠파나다와 세비체.
성게까지 들어있는 다채로움이 자랑~
저녁엔 칠레 해물탕 파일라까지
오랜만에 바닷바람을 위장까지 쐬고 간다.
아리카에서 정말 잘 자고 먹었다.
다시 열 시간 야간버스 탈 에너지 충전완료.
 
--사망했던 카메라 액정이 이틀 만에 부활하심. 앞으로 한 달도 잘 부탁해...!

Day 142 아리카 Arica


오랜만에 넘어보는 칠레 국경.
먹을 것 검사 철저히 하던 게 생각나서 혹시 가방에 든 퀴노아 걸리나 싶었는데 
건조 곡물은 그냥 통과인 모양이다.

타크나를 거쳐 국경을 넘으면 나오는 칠레의 첫 도시 아리카.
원래는 이키케로 갈 생각이었지만 국경을 넘으면서 두 시간이 빨라졌고
어딘가 맘에 드는 아리카 사진을 본 기억에 
무작정 시내로 들어와 숙소를 잡았다.
칠레에 다시 와보니 내가 초반에 파타고니아에서 얼마나 물가개념 없이 다녔는지 완전 실감--;;

콜렉티보를 타고 시내로 들어오는데 
어디쯤인지 가늠할 수가 없어서 대충 찍은 숙소의 이름을 댔는데
어쩐지 아저씨가 
이건 콜렉티보라 근처에서 대충 내리는 건데
택시처럼 내려달란다고 뭐라 하는 것 같았다.
내릴때는 웃으며 잘 내려주시더만...

와이파이를 찾을 수가 없어서 지도에서 이름만 보고 고른 콜로니아 호스텔.
발음도 쉽지 않은 내 이름을 금방 외워서 
일일이 이름 불러가며 얘기하는 친절한 직원과 볼일이 끝나자마자
그녀의 손녀라는 에너지 넘치는 세 살 짜리 꼬맹이가 먼저 통성명을 해왔다.
-근데 난 덩치만 크지 실은 스페인어 바보야 ㅋㅋ 
원래는 12,000페소에 도미토리 침대였는데
선풍기 없냐고 물어보니 창문을 열라며 2000페소를 깎아줬고
8인용 도미토리에 나 하나라서 
다시 방을 옮겨주는 바람에 10,000페소에 무려 화장실 있는 독방이다.
일종의 로비가 옆이라서 늦게까지 시끄러웠지만
난 오히려 안 무섭게 잘 잘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

졸립지만 내일은 못볼지 모를 아리카의 밤을 구경하러 나갔다가
공원에서 춤구경을 했다.
볼리비아-페루가 가까워서 그런지 음악은 '안데스'느낌?
시원시원하게 팔다리를 뻗는 춤에서 산맥의 기상이 느껴졌달까.
부둣가에서 아직 문닫기 전인 세비체가게를 지나가다
예전 칠로에 섬에서 못먹었던 해산물이 세비체였단 걸 이제 알았다.
페루에서는 그렇게 맛있게 먹은 걸 그때는 못 먹었었다니...

엄청 빨라진 와이파이로 재빨리 관광명소를 찾아보니 
가보고 싶은데가 여럿.
내일 다시 밤버스 타기 전까지 알찬 관광을 즐겨보자.
신기한 게 페루 시간으론 10시인데
칠레에 왔다고 칠레시간인 12시에 걸맞는 피곤함이 몰려온다.
나스카-타크나 14시간 짜리 버스에서도 계속 잤는데--;; 

Day 141 나스카 라인, 카와치 유적 그리고 나스카 노을과 한 밤의 콘서트Nasca Lines-Cahuacho


나스카 라인 Nasca Lines
다들 토할 지경이라는 비행기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이 별 일 없이 잘 타고 내렸다. 
타기 전 그림 지도도 봤고 파일럿이 친절히 소개도 해주는데 
이따금 멀미 때문에 머리를 들고 있어야 하기도 하고 정말 자세히 봐야하는 경우도 있어서 
안타깝게도 기대했던 첫번째 고래 그림을 놓쳤다.
워낙 그림들이 떨어져 있어서 비교대상이 없으니 얼마나 큰 지 알 수 없어 궁금했는데
거의 마지막 전망대를 지날 때야 비로소 그 미스테리한 크기가 실감이 난다. 
전망대도 따로 볼 만 할 것 같은데 안타깝다. 

...그리고 카메라 액정, 
나스카 라인 비행기에서 갑자기 사망. 




카와치 유적 Cahuachi
비행기 기다리는 동안 비디오를 보다가 급 관심이 생긴 유적지.
동네 사람들은 피라미드라 부르는데 
피라미드라기 보다는 작은 규모의 또 다른 산 도시다.
예산 부족으로 발굴이 멈췄다는 비운의 유적.
천년 전의 제사나 축제의 장이었다고 한다. 
바람이 어찌나 센지 굵은 모래가 날려 아팠다.
이 동네 사람들 정말 특이한 게
이렇게 바람이 세거나
산 꼭대기거나 
어쩌면 하나 같이 그렇게 접근성 떨어지는 곳에 정성껏 지어놓으셨는지.
원래 도시는 사람모인 곳에 만들어서 읍내가 다운타운아닌가?
낯선 사람은 그렇게 춤까지 춰가며 반겨줄 거면서
뭘 경계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취향 특이하신 분들....

카와치는 네 가지 모둠투어에 낑겨있던 프로그램 이었다. 
60솔에 나스카의 우물(^^), 툼바데페로 Tomba de Perro, 버기와 샌드보딩을 함께 하는 투어였는데 
역시나 대충 가이드에 빨리 빨리 진행됐지만
오늘처럼 시간이 어중간한 날에는 딱.
버기와 샌드보딩은 와카치나가 더 재미있긴 하지만
의외로 이곳 사막엔 사람이 별로 없어서 한가로움을 맛 볼 수 있었다.

그리고....나스카의 노을.
어제도 반하고 오늘도 또 반한다.
돌아오는 버기 안에서 
한 쪽으로는 해가 넓게 붉게 진하게 하늘을 물들이며 지고
다른 한쪽으로는 엷게 흩어진 분홍 구름들 사이로 점점 또렷이 앞으로 위로 솟는 하얀 달이
동시에  나타나는 사막구경에 푹 빠졌다.
일 년에 두 시간인지 이틀인지만 비가 온다는 게 
이 장관과 관련이 있을까.
달리는 버기에서는 이쪽 저쪽 돌아가며 봤지만
멈춰선 자리였다면 한 눈에 들어왔을 풍경.
언젠가 여기서 한번쯤 캠핑해볼 수 있을까.
이런 노을은 정말 쉽지 않은데...!

오늘 숙소 주인이 친구들과 인디락 합주를 한다고 했는데
지금 Losing my religion 연주 시작.
그 중 한 분은 오늘 나스카 라인 투어 공항에 동행해줬던 가이드.
원래는 고고학자라며 명함을 줬었는데
고고학자에 락기타 및 보컬이라-정말 재미있게 사는 분^^
다른 한 분은 이 동네에서 한 기타 하는 분이시라고 한다.
주인은 드럼을 치는데 
다같이 합주는 오늘이 처음이라고 한다. 
연주자가 셋인데 관객이 나 하나 ㅋㅋ
낮에 산 멜론을 깎아서 돌렸더니
밴드 이름을 멜론이라고 지을까-하고 있다 ^^ 
틀리다가 맞다가 이어지는데 
롤링스톤즈에 라디오 헤드에 익숙한 곡들이다.
쿠스코에서는 주인장 오빠가 원맨밴드 연주를 매일 하더니.
이렇게 내게 페루는 음악을 멈추지 않는 곳이 됐다.
좋아!

Day 140 이카, 나스카 Ica-Nasca


이카로 나오는 길에 택시 동승을 찾았는데 2주간 페루 여행을 하면서 다음에 올 곳만 정하고 떠나는 셈인
특이한 여정의 여행자였다. 
다른 버스가 더 싸다고 해서 크루즈 델 수르가 아닌 다른 터미널을 가봤더니 무려 10솔.
크루즈 델 수르가 35-40솔인데 차이가 크긴 하다. 
얼마 전 무장강도도 있었다고 하고 우편물도 사라지는 페루라니 장거리는 좀 신경쓰이지만
단거리라서 아껴봤다.
에어컨도 안나오는 페루버스의 장점은 창문을 열고 달리는 기분이 상쾌도 하다-는 것.
이카와 나스카 사이는 멋진 사막풍경이고
나스카 전망대를 지나서 온다.
이카에 도착하기 전 도로에서 사람들이 내려 의아했는데
거기가 바로 비행기를 타지 않고 나무그림을 볼 수 있는 전망대였다.

예약한 숙소는 정보와 달라서 부랴부랴 다른 숙소를 잡았다. 
자기네도 정보를 고쳐달라고 계속 부킹닷컴에 얘기했는데 안 고쳐졌다고 하니 좀 억울하겠지만
어제오늘 한 서른 군데를 물린 내겐 밝거나 에어컨이 있는 방이 오늘 절대 필요하다...!

환전하고, 스프레이 벌레기피제를 사고 시원한 마라쿠야 슬러시 한 잔 하고, 
느즈막히 숙소에 들어서는데 
얼마만인가, 이 멋진 노을은...!
시간을 놓칠까 봐 배낭까지 맨 채로 사진을 찍었다.

Day 139 와카치나 Huacachina

 

칠레에서부터 익숙했던 크루즈 델 수르를 오랜 만에 타고 이카로 왔다.
추천받은 회사라 선택했는데 타기 전 짐검사를 굉장히 철저히 하고 티켓을 살때 저녁에 뭐 먹을 지를 미리 물어본다. 이 버스는 쿠스코에서 나스카(15시간), 이카를 거쳐 리마로 간다.  
티켓 값은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10불 정도 차이가 나는데, 24시간 전까지 온라인에서 구입하는 게 48불, 아르메스 광장 근처는 54불에서 60불까지, 나는 솔 에비뉴에서 49불에 샀다.
나스카를 지나면서 사막이 펼쳐진다.  
이카에서 다시 택시를 타고 들어왔는데 
사진속에서 보던 오아시스가 마을로 둔갑^^한 곳이었다.

모두가 하는 모래자동차 타기와 보드로 미끄럼 타기를 한 저녁.
버기라 부르는 모래자동차는 사막형 롤러코스터 같은 재미가 있었고
배를 깔고 타는 보드도 신났다.

사막하면 적막함과 별인데
와카치나에는 둘 다 없다.
대신 신나게 노는 놀이공원!

단, 읍내 단 하나 뿐인 현금인출기는 일 년 넘게 고장이고
공식 환전소 환율은 낮은데
투어비는 전부 현금 결제를 해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급한 경우 이카로 다시 나가야 하는데
호스텔링 인터내셔날 옆 가게에서 소액 환전으로 일단 급한 불을 껐다.
 
부킹닷컴 숙소가 다 비싸서 걱정하며 왔는데
마을에 들어서자 마자 호스텔링 인터내셔날이 딱.
20솔의 저렴한 1박으로 다행이 잘 해결됐다.
....고 생각했는데
갑작스런 벌레물림으로
침대에서 침대로 결국 다른 방으로 옮기느라 
새벽에야 좀 잤다.
너무나도 친절한 스텝들이었지만
괴로웠던 밤.

벌레타는 사람의 고충은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뭐라 대책을 마련해달랄 수도 없고
항상 얘기를 해야할 땐 이미 다 뜯긴 다음이라
이 고통^^을 피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아, 간지러.......

Day 138 산 블라스, 코리칸차 San Blas-Qoricancha

산 블라스 교회 Inglesa de de San Blas 
작고 예쁜 교회라는 소문을 듣고 찾아 갔다. 
또 다른 여행자 거리가 펼쳐져 있는 산 블라스 언덕배기에 있는 이 교회는 
겉보기와 달리 안은 번쩍번쩍 하고 무려 오디오가이드를 비치하고 있다.
그림, 조각 멋지고, 벽의 프레스코를 그림처럼 전시하고 있는 것이 특별하긴 하지만 
어쩐지 내 맘에는 오디오가이드의 마지막 정보가 꽂힌다.
베네딕트 교황이 쿠스코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으로 이 교회를 꼽았다는.
아마도 그 유명세가 아닐까...
교회 2층에 올라가게 해주는데 
-미라도르는 무슨...다리만 아팠다--;;

코리칸차 Qoricancha 


수도 없이 지나간 이 앞을 오늘 드디어 들어가 봤다.
천장의 타일이나 프레스코도 멋있고 구석구석 이쁘다. 
1층 미술관 그림은 다 설명이 같이 있어서 좋았고
특히 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 이 세 천사의 이름의 의미라든가
잉카의 문양을 잉카어인 케추아어로 알려주는 것도 흥미로왔다. 
예쁜 정원도 큰 덤.
잠깐 비올때 들어갔는데 정원으로 나와보니 그 사이 해가 반짝.
쿠스코 날씨는 정말 변화무쌍하다.
여기서 감기를 앓아보니 방안에서 누워있던 것 보다
콧물단속을 하며 밖으로 돌아다닌 다음이 더 상태가 좋아진 것 같다. 
감기 치료는 쿠스코의 태양과 함께^^
 
생각해보면 종합관광입장권은 
주요 유적에 좀 아쉬운 수준의 시내관광지들로 숫자를 늘려 파는 것 같다. 
놀라울 만큼 볼 것 없는 코리칸차 박물관을 끼워넣고
대신 누구나 와보고 싶어하는 코리칸차 건물은 따로 입장료를 내야 하는 것도 그렇고
볼만하다는 교회들도 전부 다 제외되어 있다. 
교회는 모름지기 종교적인 장소인데
좀 여기저기서 입장료를 받는 건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다. 
그냥 잠깐 기도하고 싶어서 지나다가 들어가보고 싶을 수도 있잖아...

드디어 2주간의 쿠스코 탐방이 막을 내린다. 
시간 정말 빨리 간다.  

Day 137 피삭, 쿠스코 전통공연 Pisac-Centro Qosqo de Arte Nativo

피삭 Pisac


일반버스로 갈 수 있어서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을 피해 일찍 가려했으나
일단은 내가 꾸물거리다 여덟 시가 돼서야 숙소를 나섰고
그 다음은 알려준 정류장에 버스가 없다고 해서 헤매게 됐는데...
오랜만이다. 
너무나도 친절하고 자세하게 자꾸만 틀린 길을 가르쳐주는 꾸스케뇨 꾸스케냐들 앞에서
속으로 난 화를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경험-이 웃음은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의 웃음. 
마지막에서 두번째로 물어본 꾸스께뇨는 
내가 대놓고 알려준 길이 아닌데로 가는데도 웃으며 나를 보내줬다-;;
아무튼 원래 알고 있던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다행이었으나
출발한 시간이 9시 반이 넘어서
결국 가장 사람이 붐빈다는 11시 시간대에 도착하는 바람에 오늘도 사람 관광.
하지만 나는 바모스-라며 나를 몰아 줄 가이드가 없으니 
사람들이 좀 줄어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간신히 장만한 국소적 한적함을 즐기고 돌아왔다. 

피삭 마을에서 유적지까지는 마추픽추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언덕길로 연결되어 있어서
올라갈 때는 택시, 내려올 때는 걸어왔다.
원래 피삭은 세 군데의 유적지와 잉카 터널, 태양신전 다섯 곳을 둘러보는 건데
중간에 방문로가 유실돼서 잉카터널과 태양신전은 볼 수 없었다.
4월까지 보수공사를 마치면 다 볼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유적지는 분주 했지만 
내려오는 길은 가끔 무서울 정도로 완전 혼자였는데
혹시 길 잘못 들었나 불안하기도 했고
이따금 고꾸라질 것 같은 경사로 였지만 
물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혼자 산 길을 걷는 기분은 꽤 좋았다.  
한 30분 걸릴 거라고 했는데
나는 맘껏 두리번 거리며 내려오느라 한 시간 좀 안되게 걸렸다.
피삭 마을은 의외로 관광객이 많아서 
숙소며 기념품 시장이며 식당이며 꽤 넉넉하게 갖추고 있는 것 같았다.
관광품 시장에는 쿠스코 보다도 예쁜 게 많은데 
비싸보이는 게 많기도 하고 바가지도 많은 것 같아서 꾹 참았다. 
그 중 하나가 아른거리긴 하지만 이제 어쩔^^

쿠스코 전통공연 Centro Qosqo de Arte Nativo
학예회라는 사람도 있고 볼만하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아무튼 이 공연을 보게 된 건 종합관광입장권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몇 춤은 피곤함을 무릅쓰고 싶지 않은 정도 였지만
다행이 뒤로 갈수록 볼 만 해졌고
두 시간으로 알고 있던 공연이 한 시간 20분 정도에 끝나는 바람에 
아주 만족스러웠다.
역시나 발을 많이 쓴다.

스페인이 처들어왔을때 환영하며 췄다는 속도 없는 춤
이 동네 사람들 원래 천성이 느긋한 게 맞는 게 
외계인이 처들어왔어도 저 춤을 췄을 거라...
어떻게 미지의 존재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마지막 춤에선 억지로 옴브레들에게 끌려간 무헤레들이 
다시 밝게 웃으며 짝지와 춤추면서 마무리를 하는데 
몽골의 약탈혼같기도 하고 역시 한 대륙이었던 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암튼 둘 다 맘에 안 들지만!

가격도 현실적이고 맛도 괜찮은 커피-빵집에 갔는데
진짜 반갑게 웃으며 맞아주는 청년 때문에 
페루에 대한 느낌이 막 좋아진다.
여기서 핸드폰 도둑맞은 지 일주일도 안됐는데
좋댄다 ㅋㅋ








Day 136 삭사이와망, 역사박물관 Saqsaywaman-Museo Historico Regional

삭사이와망 Saqsaywaman
첫 날부터 가겠다고 마음먹은 이곳을 드디어 오늘 갔다.


첫 관문은 쿠스코 판 삼순이 계단.
거리 상으로 가깝지만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미뤘던 건 이런 예감 때문 이었을거야.
내친 걸음이니 다시 한 번 높은 길은 아주 천천히-를 복기하며 
걸어서 올라갔다.
올라가다보면 중간에 말 타라고 꼬시는 분들 있는데
유적지 본격 계간 앞에 말금지라고 써있다. 
대체 얼만큼 태워줄라고 꼬셨을까.




가까이 가면 이집트의 피라미드의 돌보다 더 커보이는 돌도 있는 데다 크기도 제각각 인데
이음새를 이렇게나 잘 이어붙여 놓은 건 너무나도 신기하다. 
이렇게 널찍한 유적지가 걸어서 올 수 있는 거리에 있다니 
쿠스코는 정말 매력덩어리. 

ps. 호주청년이 아침부터 자꾸 섹시워먼을 불러대서 뭐래-했는데 삭사이와망이었다.
내 귀에는 진짜 섹시워먼으로 들린다고...!


역사박물관 Museo Historico Regional



미술관을 생각하며 박물관도 별 기대 없이 
건물이 멋있고 종합관광입장권이 있어서 갔는데
의외로 가이드가 있었다...!
시간맞춰서 가이드 투어 할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가이드 투어가 1시간 정도라고 했는데
어차피 혼자 느긋하게 봐도 그 정도이니 정말 아깝다. 
박물관의 수확은 뭐니뭐니 해도 투팍 아마루 Tupac Amaru.
마지막 잉카의 후예이자 페루의 독립투사.
아르헨티나에 산 마르틴이 있다면 페루에는 투팍 아마루가 있다.
지금은 쿠스코 제일의 관광명소인 아르메스 광장이 
이 투사가 사지가 찢겨 죽은 곳이라니 좀 충격이었다.  
케추아어로 와카이파타 waqaypata라고 하는데 승리의 광장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처음으로 밤마실을 나가봤는데 
자꾸만 일방적인 친구들이 아미가를 부르며 나를 찾아와 뭘 사라고 한다. 
재미없다--;; 

Day 134 피키약타, 코리칸차 박물관 Pikillacta-Qorikancha Museum

널부러졌던 일주일 동안 쌓였을 기운을 모아 나들이에 나섰다.
마추픽추의 인파에 질린 게 여파가 커서 이번엔 무조건 혼자 가보기로 했다.
보통 티폰과 함께 투어를 한다는 피키약타는 와라 부족이 만든 고대 도시로 
마추픽추에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5솔 짜리 합승택시를 타고 가는데 
옆자리 아저씨가 전화번호를 달랠 때-별로 갈쳐주고 싶지 않은 상황 
핸드폰 잃어버린 걸 정직하게 핑계로 댈 수 있어서 좋았다....
훔쳐간 범인의 손목을 잘라 버려야 한다며 흥분해 준 것도 좋았다...ㅋ



고즈넉한 분위기
적당히 버려진 느낌
이리 저리 맘껏 돌아다니기 좋은 규모
내게는 쿠스코에서 보는 최고의 유적.

돌아오는 길에 티폰을 들르려고 버스를 탔는데 
차장이 이상한데서 내려주는 바람에
동네 개들에 쫓겨 다음 쿠스코행 버스를 타버렸다.
지가 짖으면 무서워할 거라고 생각한 듯 열심히 짖던 젖먹이 강아지들은 
생각할수록 웃기지만^^

Day 133 쿠스코의 일요일 먹자시장

일요일이면 샌프란시스코 광장에 전통 먹거리 장터가 열린다고 한다.
기니피그를 먹어보겠다고 벼르는 호스텔 동기와 나탈리와 점심 나들이.
전신이 한 부분도 빠짐없이 미끈하게 손질되어 있는 기니피그는 약간 태아 같아 보이기도 해서--;;
나의 메뉴는 돼지고기.
손톱만큼 맛을 봤는데 하여간 다르지만 설명할 수 없는 맛.
누군가는 토끼고기맛이라고 한다. 
그리고는 읍내구경 하다 돌아왔는데
감기기운이 도져서 자고 먹고 자고 먹었다. 
너무 늘어져 있으니까 감기라도 찾아봐 주시나...


기니피그, 블러드소시지, 닭고기, 감자, 볶은 옥수수, 치즈, 생선 알까지 들어있는 종합편성
다행이 음식으로 나올때는 잘라져 있는데 손발은 그대로 있다....
    돼지고기를 잘라서 튀겨내는 치차로-샐러드, 감자, 옥수수와 같이 나온다. 
    커다란 스테이크 처럼 튀긴 돼지는 출레타인데 샐러드, 파스타와 같이 나온다. 

어제 떠난 페루가족이 추천한 과일을 
호스텔 동기가 샘플로 하나씩 다 사왔다.
졸지에 과일 시식.
특이하게도 여기서는 드래곤 프룻이 비쌌다고 한다. 
나탈리가 큰 맘먹고 커피머신까지 장만한 날인데 에너지가 바닥이라 제대로 좋아해주지 못했다. 
내일이면 괜찮아 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