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19 다시 우유니로

    둘쨋날의 숙소가 이 국립공원 안

해 뜨는 걸 본다고 4시에 일어나게 해놓고
정작 해 뜨는 시간에는 길바닥. 
오늘은 기대하던 온천의 날이지만 깡새벽에 너무 추워서
용감하게 입수하시는 분들을 관광했다.
물 온도는 36도 정도라는데 한 20분 담그자고 옷갈아입고 어쩌고 하기도 귀찮아서....
마지막 관광지는 초록호수, 하얀호수였는데
마침 구름이 잔뜩 끼어서 
명색이 미라도르가 앞이 안 보일 지경.
오늘은 초록호수 하얀호수 같은 색인 특별한 날이니
사진찍으라고 유쾌한 가이드가 농담을 한다. 

모두들 칠레로 넘어가고 나만 우유니로 돌아오는 여정이라
9시쯤 국경에서 인사를 했다.
많이 친해진 것 같지 않았는데 그래도 연락처 교환하고 훈훈한 마무리^^
이제 나 혼자 뿐인데도 
바위들의 계곡에 들러서 똑같이 점심을 차려준다.
늘 모자라던 밥인데 처음으로 남아돌았다.


그리고는 돌아오는 길에 자동차 전복, 아니 
확하게는 한 바퀴 돌고 제대로 돌아왔으니 자동차 회전 사고.
차 위쪽이 다 찌그러지고 앞 유리도 다 깨졌는데
다행이 사람은 크게 다치지 않았다.
그동안 몰라봤는데 
우리의 가이드 두 팔을 걷어부치고
밧줄 같은 걸로 차 두대를 묶어서 길 위로 견인도 해주고
-그 순간에 그 상태로 우유니까지 190 킬로미터를 같이 가는 줄 알았다^^
장비 꺼내서 바퀴 가는 것도 도와주고
차가 뒤집히느라 트렁크에 실렸다가 떨어진 물건들도 챙겨주고는
쿨하게 배웅한다. 
그 사이 지나는 차들은 한 대도 빠짐없이 다 서서 괜찮냐고 물어보고 간다. 
오히려 그냥 가라고 안내를 해줘야했을 정도^^

그러나 다음 순간 이번엔 우리차의 배터리 방전.
하지만 뭐 바로 다음 차를 잡아서 금방 해결하고 무사히 돌아왔다. 
그냥 유쾌하고 성실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했지만 
딱히 특별한 건 없다고 생각했는데 
저런 사고를 보고 나니 
운전 참 잘하는 가이드였구나 싶다. 
별로 빨리 가는 것 같지 않았는데 늘 붐비는 장소에는 먼저 도착해서 
인파가 붐비기 전 구경할 수 있기도 했고.
투어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이고 
나머지 날은 수리공으로 일한다고 한다. 
나이가 스물 아홉에 애가 아홉이라는데
몇 번을 물어보긴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 스페인어가 짧아서 잘못 들었지 싶다--;;
  
오다보니 그래도 
우유니 기사가 좀 짭짤한 게
오는 길에 칠레로 가버린 사람들 자리가 많이 남으니 
일반 승객 태우는 알바를 한다. 
난 처음엔 그냥 히치인 줄 알고 인심 좋다 생각했는데 
짭짤하게 차비 챙기더라는^^

---우유니 읍내 정말 오랜만에 보는 얄팍한 상술.
와이파이를 무기로 엄청나게 비싼 가격에 음식을 팔고
주문 받으러 제 때 오지도 않으면서 
음식이 나올 때야 비밀번호를 가르쳐준다, 
그것도 직접 입력해주니 다른 손님한테 물어볼 수도 없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고의로 끊어버리기.
계속 와이파이를 하고 싶으면 주문을 더 하라나...
어쩐지 하루도 더 있고 싶지 않았어...!


Day 118 우유니 근처 관광

맑은 날씨.
오늘 우유니를 간 사람들은 정말 완벽한 사진을 찍었겠네......

고도가 느껴지도록 언덕에 가려지는 구름을 보며 달리는 사이 
계속 초록이었던 볼리비아 답지 않게 사막풍경을 만났다.
물이 많지도 않은데 붉기도 파랗기도 초록이기도 한 호숫가에는
라마와 플라멩고가 느긋하게 돌아다니고 있다.

    라구나 콜로라다 Laguna Colorada



바람때문인지 은근한 햇빛에 살짝 화상을 입었다.
상냥한 프랑스 처자가 빌려준 알로에베라에
가이드에게 부탁해 감자조각을 얻어서 응급조치를 했다.
이렇게 화상들을 입는 거구나....
나름 신경써서 썬크림도 잘 발랐다고 생각했는데
차 안에서 창문을 내내 열어두고 있었던 게 화근인 듯.
마추픽추에서 심하게 화상을 입은 청년 일이 남의 일이 아니었다. 

국립공원에서 묵는 둘째 날.
충전을 못할거라고 했는데 의외로 힘센 발전기 덕에 콘센트를 찾을 수 있었지만
과부하가 걸렸는지 몇 시간 만에 전기가 나가고 말았다.

그리고 최초의 별 사진 제대로 찍기 도전!
수퍼카메라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별처럼 보이는 사진을 몇 장 건졌다.
춥다 춥다 하더니
기온은 그리 낮은 것 같이 느껴지지는 않는데
바람 때문인지 발이 시릴 정도다.
그래도 좀 버텨보려고 숙소 이불을 끌고 나가 잠깐 앉아 있다가 들어왔다.
발파라이소 커플은 
이 정도 별은 자기네 집에서도 보인다며 허세를 부리던데
그 말을 듣고 보니 그 둘이 그렇게나 감탄하던 라세레나가 가고 싶어진다.
대체 얼마나 별이 많길래...!

어제의 용사들은 카드에 꽂혀 있고
단정한 일본 청년들은 사진찍기에 몰두.
내일은 해 뜨는 걸 보기 위해
새벽 5시 출발이라고 한다. 
최대 6명 이랬는데 7명인 우리 팀은 항상 음식이 부족했는데
혹시나 청해봤더니 의외로 쉽게 더 준비해준다 .

별보기는 더 없이 좋은 어두운 밤.
하지만 너무 춥다......

Day 117 우유니 소금사막 Sala de Uyuni

소금사막을 거울로 만들어주는 비.
데칼코마니 하늘과 사막은 신기했고,
떠 있는 것 같은 모든 것들은
이 세상이 아닌 것 같아 보였다.
이 특별한 곳을 잘 남기려고 
많이들 몸바쳐 자세를 잡았지만 
아마도 모두의 가장 멋진 사진은 
다른 사람들의 풍경 사진으로 남지 않았을까.



첫 숙소인 쿨피나 Kulpina.
단정한 일본 청년들은 동네 아이들과 축구하고 나서 일찍 자러 가고
나머지 넷은
길눈 어두운 내가 맥주를 파는 새로운 가게를 찾아낼 때마다 환호하면서
온 동네 구멍가게 맥주를 차례로 동내며 
지루할까 봐 걱정하던 저녁시간을 알차게 보냈다. 

  나이 먹어봤자 이러구 논다^^

음식이 그지 같기로 유명하던 런던이 요즘은 달라지고 있다는 소식,
영국박물관을 가거든 꼭대기 식당을 꼭 가보라는 정보, 
미슐랭 가이드 별 세개 이상 식당이 제일 많은 곳이 도쿄라나...
그리고 별 시덥잖은 얘기를 엄청 했지만 기억이 안난다...  

Day 116 수크레-우유니 Sucre-Uyuni

이 길들을 눈 뜨고 볼 수 있는 아침버스를 타길 잘했다.
오자마자 바로 2박3일 투어예약. 
얼마나 다른 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일본 여행자들에게 인기있다는 여행사들 라인은 820에서 900볼,
맞은 편 여행사들은 700볼.
국립공원 입장료 150볼은 모든 여행사가 별도이고
돌아오는 날 점심까지 포함되어 있다. 



Day 115 수크레 언덕과 무료 살사강습

오늘의 한가한 일정
밀린 일기 쓰기-시간이 좀 걸렸다.
담배 사러 나갔다 오기-원하는 게 없어서 유사품으로...
점심먹기-이건 일도 아니지만^^
그리고 나서 드디어 엉덩이 떼기!
아침엔 잠깐 비가 오더니 
제법 날이 쌀쌀했다.

전통예술박물관 ASUR, Foundacion Antropologos del Surandino


언덕배기에서 샛길로 조금 내려가면 나오는 
건물부터 아담한 이쁜 박물관이다.
쬐끄만 것 같은데 입장료가 20볼이어서 놀랐지만,
전통예술을 지원한다니, 뭐.
입구에 차가 준비되어 있다거나,
영어로 된 안내서를 빌릴 수 있던 건 좀 귀여웠달까.

들여다볼수록 신기한 직조예술.
도안을 따로 보고 하는 것도 아니던데 
이 복잡한 문양을 균형있게 
그것도 앞뒤가 같게 짜내는 건 참 신기하다.
이런 걸로 귀걸이를 좀 만들어 파시면 좋겠어요!

인근에서 발굴된 유물들도 같이 전시되어 있지만
내가 제일 재미있게 본 건 음악과 춤의 방이었다.
여러 부족의 축제 속 춤과 음악이 나오는데
연주와 춤을 같이 하는 것도 특징적이었지만
삼바나 탱고와 다른 춤이긴 해도 
역시 발놀림이 상당하다.  
한가지.
내 귀에 이 동네 사람들 노래는 좀 못하는 것 같다^^
가라오케 노래들고 그렇고 라이브바에서도 그렇고..


레콜레타 언덕 Recoleta
언덕에 올라가면 큰 교회가 하나 있고 여러 기둥이 늘어선 건물이 하나 있다.
모두가 해질 무렵이면 모여드는 곳인지
같이 버스타고 왔던 잠깐 일행들을 약속 없이 다시 만났다.

하지만 해지는 풍경은 역시 혼자가 제 맛.
구석에서 오랜만에 음악을 들으며 일몰을 보려고 했는데... 
오늘은 구름이 일몰을 삼키는 날이다. 


하늘 대신 
-여기도 학생들이 늦게까지 공부를 하는 지-
학교 마치고 돌아오는 우등생 같이 생긴 형의 손을 잡고 집에 가는 애기,
똑바로 보지도 못하면서 연신 웃으며 손잡고 걷는 청소년 연인을 구경하면서 
즐겁게 언덕을 내려왔다.

꽤 규모가 있는 것 같은데도 
아담한 느낌의 수크레.
왜들 오래 주저앉는지 이해가 간다. 
여행 초반이었다면 아마 나도 스페인어가 됐든 살사가 됐는 
뭐든 배우면서 꽤 있었을 것 같다. 
 

오늘 내가 머무는 숙소에 무료 살사 강습이 있어서
두 처자가 카우치서핑 호스트와 함께 놀러 왔다.
둘은 내일부터 아이들을 돕는 자원봉사를 한다는데 
뭔가 새로운 것 하고 싶은 것을 잘도 찾아내 신나보였다.
처음 만나보는 카우치 서핑 호스트.
이상한 사람들도 많아서 나름 애로사항이 많지만
그래도 재미있을 때가 많아 계속 하고 계시다고.

이어진 살사강습.
공간도 음악도 제법 갖춰놓고 시작하는데
역시 살사도 발놀림이 장난 아니었다.
내겐 역시 집중과정이 필요해...
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었지만.   

Day 114 수크레 Sucre

워낙 덜컹거려서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오면 춤추는 기분이 난다고 소문이 난 
사마이파타에서 수크레 오는 길은 정말 그랬다...!
눈을 감고는 있으나 잠은 잘 수 없었던 수퍼 피곤한 길.
게다가 이번에 찾아온 숙소도 체크인 까지 기다리라는 데
이번에는 기운이 딸려서 그냥 아침 먹으며 내내 널부러져 있었다.  



 
어제부터의 동행인데 숙소는 다 달라진 잠깐의 일행을 오후에 만났다.
그 중 둘은 카우치 서핑을 하는데 
한 명은 잘 곳이 불편에서 호스텔을 찾아나섰고
한 명은 대만족이지만 
오늘 같이 피곤한 날 
주인이 일하러 나간 사이에는 그 집에 머물수 없다며 안타까와 한다.    
아직 학생인 네덜란드 청년은 부모님이 여기서의 스페인어 코스 비용을 대주기로 했는데 
거기에 숙박비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부모님께는 비밀로 해서
2주간 공짜로 머무를 예정이라고 한다. 
-학생들 하는 짓은 유럽도 마찬가지 ㅋㅋ

잠시 떠들다가 다들 축구보러, 자러 가고 
독일 처자랑 둘이 시장 구경을 갔는데 
애타게 찾던 아이스크림을 너무나 귀엽게 설명하는 그녀 덕에 잠시 피곤을 잊고 엄청 웃었다.
같은 말도 이렇게 표현이 풍부해지면 정말 재미있다.

오늘의 관광지 Casa de Libertarde
놀랍게도 영어가이드 투어가 있다. 
안 그래도 어제부터 수크레가 설탕같다며 그래서 이름이 수크레인가 보다고 궁금해했었는데 
수크레는 2대 대통령의 이름이었다. 
볼리비아라는 이름은 1대 대통령인 시몬 볼리바르를 딴 것이고.
이 두 명의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출신이라서 
헌법에 서명할 때도 볼리비아 출신 대통령을 위한 자리를 남겨 두었다고 한다. 
볼리비아 국기는 
이 나라를 위해 사람들이 흘린 피를 상징하는 붉은 색, 
산과 나무를 나타내는 초록색, 
풍부한 광물자원은 나타내는 노란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 말고도 다양한 부족을 상징하는 별도의 공식 기가 따로 있었다. 


다행이 시간을 잠깐 내준 가이드 덕에 국민투표를 물었는데
나는 No로 알고 있었던 투표결과과 아직은 공식 발표전이라고 한다.   
투표한 사람들은 월등히 노-가 많은데 정부에서는 아니라고 아직 집계중이라고 한다고.
행정수도는 라파즈이지만 사법수도는 수크레라서 
이곳은 Si가 더 많았다고 한다. 
지금 대통령은 최초의 이민이 아닌 볼리비아 네이티브 출신인데
임기 초반에는 좋은 변화를 많이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볼리비아의 학교에서는 의무적으로 지역의 부족어를 배우고 있다고.
우리나라 상황에도 흥미있어 해서 잠깐 이지만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60명이 넘는 대통령 중에서 절반 이상이 독재자였다니
여기 분들도 참 고생 많이들 하셨다.....


10불 짜리 싱글룸이라 낼름 예약한 방은 
되게 큰 정원의 한 구석에 있는 창고를 개조한 방.
좀 무섭기는 했는데 
다행이 드문드문 비슷한 처지의 방에 인적이 있어 괜찮았지만
의외의 복병은 모기.
아, 니들 살기에 여기는 좀 춥지 않냐....? 

Day 113 사마이파타의 마지막 날-사람들

숙소에서 첫날부터 
마음을 바꿨냐, 생각을 바꿨냐 는 둥 
내가 그렇게 어리숙해보이는지 
계속 스피리추얼 공세를 펼치던 벨기에 청년은 
마주칠 때마다 기의 흐름과 정신세계에 대한 정보를 던지는데 
덕분에 그리이엄 행콕과 엘 푸에르테 다큐멘터리에 대한 흥미가 생겼다. 

남미 원주민들이 추락한 미국비행기를 보고 모형을 만든 적이 있는데 
그것처럼 엘 푸에르테에 새겨진 특이한 무늬들도 그들이 본 적있는 신비한 무언가를 본땄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게 에일리언일 수도 있다는 게 다큐멘터리의 내용이라는데 
야무진 양과 나 역시 에일리언의 존재를 믿는 편이어서 더 솔깃했는지도. 
아무튼 유적지에서 다시 마주친다면 또 즐겁게 얘기할 수 있을 친구다,
이번엔 아쉽게도 작별인사를 못하고 헤어졌지만.

어제 볼리비아 투표는 No로 끝나서 대통령의 연임은 불가능하게 됐고 
많은 여행자들의 우려와는 달리 버스는 정상 운행이다. 
특이했던 건 맨정신으로 투표하라고 투표 전 이틀간 알콜금지라는 것과 
투표일에 장거리 버스운행이 금지라는 것-어디 가지 말고 투표하라는 뜻인지. 
아무튼 어젯밤은 다들 이틀 간 굶었던 술을 마시느라 그랬는지 늦게까지 파티더니만 
오늘은 시내가 엄청 조용하다. 시장도 반은 문을 닫았고. 

엘 푸에르테 입장권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박물관을 갔다가 
미라도르나 가려고 했는데 
미라도르는 가는 길에 개들이 사납게 짖어서 그냥 돌아왔다.
그와중에 개가 짖으니까 똑같이 짖어주던 
귀여운 애기도 보고 ^^ 

본격적인 작은 마을 재미는 이럴 때 시작됐다. 
문닫은 여행안내소를 지나 박물관을 다녀오는 길에 
국경에서 헤어졌던 E처자를 읍내에서 우연히 마주쳐서
너무 우연이고 뜻밖이라 길거리에서 소리지르고 껴안고 ㅋㅋ-무슨 이산가족이라고. 
게다가 내내 골치였던 버스도 그녀의 안내를 받아 무사히 티켓구입.
그 다음엔  
떠나기 전 어제 같이 투어를 했던 칠레 커플과 아르헨티나 청년을 만났다. 
너무 피곤하게 도착해서 바로 뿔뿔이 헤어진 게 아쉬웠는데 
잠깐 얘기도 하고 제대로 인사를 할 수 있었다. 
어제 머리 다친 친구도 다행이 괜찮다고 하고. 
그리고는 사랑스런 나의 룸메이트가 너무 먹고 싶어하던 초콜릿 디저트를 선물하려고 사러 갔던 식당에서 
어제 나를 코리언이라고 불렀다가 나의 짜증^^을 받았던 성격좋은 브라질 청년도 다시 만나서
예상외로 30분 넘게 걸리던 초콜릿 디저트를 기다리는 동안 맥주 한 잔 했다. 
마지막은 버스정류장으로 가기 위해 기다리던 에이전시 앞에서 
국경을 30분 만에 통과하던 프랑스커플을 다시 만난 것^^
진짜 이래서 작은 동네 재미는 끊을 수가 없다.
이쁜 마을 사마이파타 안녕~

.....하고 평화롭게 끝날 뻔했던 하루가 갑자기 드라마틱해진 건 
수크레 행 버스정류장인 누에보 투어리스타 식당에 도착해서이다.
갑자기 앉아있던 많은 사람들이 나를 동시에 쳐다보기 시작했고
내 사랑스런 룸메이트 야무진양의 이름을 대며 아냐고 물어본다. 
내가 숙소에 카메라를 두고 왔고 
야무진양이 카메라를 들고 여기까지 찾아와 한 참을 기다리다가 
혹시 다른 정류장인가 싶어 방금 전에 돌아갔다는 것!
나는 그 말을 듣기 전까지 카메라를 두고 온 것도 몰랐었다...
문제는 빨리 숙소로 돌아가야 하는데 
방향치인 내가 버스가 떠나기 전 혼자 다녀올 가능성은 거의 제로고
모토택시도 택시도 없는 상황.
그런데 놀랍게도 국경에서 잠깐 스쳤을 뿐인 프랑스 청년이 선뜻 동행에 나서줬다.
에이전시 할머니도 내가 돌아올 때까지 버스를 잡아주시겠다고 하고.
진짜 황당한 순간마다 나타나주는 어벤저스들, 너무 고맙다. 

카메라를 찾으러 숙소를 다녀오는 길에 
이 프랑스 청년도 카르마를 얘기한다.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얘기는 
여덟 번이나 강도를 맞고도 계속 히치하이커들을 태워주는 어떤 분의 얘기였는데
왜 계속 하냐고 물었더니
여덟 번의 강도와는 비교도 안되게 좋은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라도 대답하셨다고 한다. 
정말 그렇기는 하다. 
좋은 일은 정말 나쁜 일과 비교할 수도 없게 많았으니까.
이 청년 역시 예전에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도착한지 이틀만에 다 털려 바로 돌아간 적이 있음에도 
계속 여행을 좋아하면서 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콩천지인 남미를 콩알러지가 있는 여자친구와 여행하면서 
오가다 만난 사이의 방향치에게 까지 친절을 베푸는 것도 감동인데
여자친구가 제일 중요하니까 나머지를 잃는 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라는 
로맨틱함까지 겸비한 그에게 
내내 행운이 함께 하길.

Day 112 정글하이킹 Amboro National Park

운명의 투표일.
시내 학교에는 투표인파가 바글하고 인근 마을에서 찾아든 방문객들 덕에 
무슨 장날처럼 떠들썩 했다. 
내가 국립공원에 다녀올 즈음이면 결과가 나와있겠지.  



언제나 자신은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초긍정씨의 정글하이킹
산으로 둘러싸인 사마이파타에서
드디어 하이킹~ 
국립공원에 들어서니 하늘이 그대로 비치는 호수가 딱!
가이드를 따라서 올라가는 길-파타고니아 이후로 처음이다. 


그래, 그동안 관절휴식이 너무 길었지. 
오르면 오를수록 첩첩 산들이 하나씩 펼쳐진다. 
지층이 보이는 것 같은 화산이 제일 뒤에 병풍처럼 서 있고 끝에 걸린 구름은 백미. 
많은 사람들이 지나기 전인 이 산길에 길이 만들어지는데 
나도 한 발 보태고 있다. 
나중에 뻔한 인기관광지가 되기 전에 와보는 게 더 좋은 것 같기도 하고. 
강을 건너느라 중간에 신발을 벗었다. 
맨발로 느껴지는 강바닥의 진흙이 부드럽다. 흙을 맨발로 밟아보는 것도 얼마만인지. 
방랑의 고아 라스무스가 좋아하던 발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진흙놀이 ^^ 
깊은 물에서 점프하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 하루를 온전히 정글에 바쳤으며 
어두워진 산에서는 
보름달과 반딧불이가 환상적인 하이킹을 마무리지어 주었다. 
게다가 열 명이나 같이 가는 바람에 
여행사의 절반도 안되는 투어비로!
내 생애 최초의 정글 하이킹. 
오늘 모두가 그렇듯
쉽지 않아서 더 뿌듯하다. 

언제나 냉정을 잃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초냉철씨의 개고생
어제 저녁에 여덟시 반까지 자기네 캠프장으로 오라고 신신당부를 하던 처자들은 
자는 지 코빼기도 안뵈고 
같이 가기로 한 청년들은 열시가 다 되도록 밥 먹고 노래부르며 
아홉시 였다가 열시 였다가 열한시에 온다던가이드를 기다렸다가 
드디어 열한시 반에 출발. 

근데 뭔가 이상하다. 
내가 본 사진은 호숫가의 공원이었는데 산행을 한다고?
그나마 순조로울 것 같던 산행에 먹구름이 낀 것은 
무릎을 걷는 수준으로는 건너 수 없는 강을 만나면서부터. 
몇 번 건넌다고 했지 허리까지 젖도록 강을 헤친다고는 안했잖아...

그나마 이건 좀 나은 상황. 하지만 이 강도 깊어졌고 내가 미끄러져서 신발이 결국 다 젖었지, 아마...?

게다가 강이건 바위건 만만치 않은 길이 나오면 
투어일행인 야생청년 하나가 앞장섰으며 
얼마남았냐고 물어보면 그것도 가늠못하니 나중엔 '15분 남았다'는 대답같은 건 모두가 코웃음을 칠 밖에. 
나름 시간 확인해가며 퍼지길래 뭔가 계산을 하는 줄 알았더니 
해가 지도록 산을 헤매던 순간엔 
정말 거기서 쫄딱 젖은 채 밤새는 줄 알았잖아....

한 처자가 강물에서 미끄러져 빠질때도,
한 청년이 미끄러져 바위에 쿵소리가 나도록 머리를 부딪혔을 때도 
가이드는 멀찌기서 괜찮냐 묻기만 했지. 
근데 그 말은 우리가 더 많이 해준 같아, 
게다가 돌아가서 챙겨준 것도 야생청년이었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 분은 방향만 알지 길은 몰랐던 것 같애. 

나중에 지친 우리는 
강으로 끌려가면 젖으면서 강을 건너고 
진흙바닥으로 끌고가면 발 빠지며 걷고
바위로 끌고가면 바위를 기고
-이건 나침반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 
영어는 한 마디도 못한다더니 
무릎이 까진 나에게 와서 
어드벤처 어쩌고 할 때는 
흙묻은 내 양말을 목구멍에 집어넣고 싶더구만. 
빤히 눈치를 챘을텐데 좋냐고 자꾸 물어보는  건 웬 배짱?

매우 싸다는 걸 알았음에도,
그냥 겉치레라도,
너무 좋았다거나 고맙다는 말이 차마 안나왔다고. 
아무도 안 죽고 실려가지 않은 채 끝나길 다행이랄 밖에. 
아마 다른 사람들의 고맙다는 인사도 다시 데려다줘서 고맙다는 뜻이었을 거야. 
그 말을 한 사람도 한 두명 남짓이었지만. 
그의 이름은...젠장. 
물어봤는데 까먹었다. 
아무튼 캠프 아줄을 통해 가는 이 볼칸 투어는 반드시 가이드의 평판을 확인했어야 했다. 

--돌아오는 길에 맥주사러 호스텔에 갔다가 고마운 그녀에게 인사할 기회가 있었다. 
혼자 돌아오는 길에 사나운 개를 만나서 진짜 돌을 던지기까지 했다니...더 고맙다. 
하루 같이 얘기했을 뿐인데 맥주병을 들고 길을 나선 내게 
있다가 가라고 다들 붙잡아주다니  갑자기 너무 반가와졌지 뭐야. 
하지만 남은 맥주도 별로 없었고 너무 피곤했기에 어쩔 수 없었지. 
돌아와 보니 인적이 별로 없는 나의 호스텔에 
오늘만 오가다 세번이나 만났던 영국 자매가 찾아들어 있었다. 
근처 산에 있는 에코하우스에서 일하는 막내동생을 만나러왔다가 잠시 마을로 내려왔다는데 
다들 어찌나 성격 좋아보이던지. 
역시 영국애들은 깍쟁이야-라는 편견이 생길 무렵 이렇게 갑자기 안 깍쟁이들이 왕창 나타나줘서 고맙다. 

Day 111 엘 푸에르테 El Fuerte

오랜만에 닭똥집이 통째로 들어있는 특이한 국과 바나나쉐이크로 완벽한 해장. 
원래 계획은 오전에 아르헨티나에서 온 야무진 양과 동물원을 갔다가 
오후에 El Fuerte라는 성을 갈 생각이었는데 
수크레 가는 버스가 오후 세시 한 대 뿐이고 다음버스는 운이 좋으면 월요일, 
운이 나쁘면 영원히(!) 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에 고심끝에 성을 빨리 돌고 떠나기로 했었는데...
결국 세시 버스는 무리였다. 

수크레 가는 버스는 산타크루즈에서 출발해 Nueva Turista라는 식당에 서고 표도 거기서 파는데 
시간 알아보러 갔다가 오후 세시 차를 타고 떠나는 잠깐의 동행 영국처자를 만났다. 
국민투표 후에 다시 파업이 시작되면 며칠째 갇혀있게 될거라 이게 마지막 기회 ^^ 라고 강조하며 떠나갔지만...
바쁘다고 이곳을 서둘러 지나쳐버리긴 싫고 
식당 아저씨는 월요일 아침 여덟시 차가 있다고도 했다. 
물론 다시 파업이 시작될 수도 있지만 아이 몰라....행운을 빌어봐야지. 

엘 푸에르테


누군가는 기원 전 몇 천년까지도 본다는 잉카 이전 시대의 유적이다. 
산기슭에 있어서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가는 길이 좀 아찔 했지만 신나고 멋있었다. 
유적지 안에는 영어 안내도 잘 되어있고 표지판을 따라 쉽게 둘러볼 수 있다. 
마을에서 성까지는 9킬로미터 거리인데 무려 걸어가는 분들을 꽤 발견. 
게다가 그 중 한 명은 국경에서 헤어졌던 덴마크 청년이었는데
내가 워낙 오래 모토택시 청년을 기다리게 해서 이 청년이 매우 시간에 예민한 상태였기 때문에 
달리는 오토바이에서 인사를 하고 말 수 밖에 없었다--;;
아무튼 성 가는 길은 경치가 좋아서 걷는 것도 좋겠지만 
오토바이 타기가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에 난 완전 만족!

오는 길에 시장에서 고기족인 내가 점심으로 과일과 야채를 샀다. 
오래 못먹으면 야채도 먹고싶어질 수 있다는 놀라운 체험을 해본다. 

작은 마을이지만 요즘 뜨고 있는 관광지라 그런지 무려 일리커피집도 있고 
관광객물가이긴 해도 서양식 아침을 파는 식당도 있는데 
야무진 양이 시장통에 싸고 맛있는 피자집을 안다고 해서 오랜만에 피자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나서는 또 야무진 양을 따라 저녁에 라이브 음악이 있는 식당에서 차 한잔. 
게다가 월요일에 떠나는 나를 위해 내일 국립공원 투어까지 자리를 구해준다. 
이 모든 것을 자기는 시간이 많다며 아무렇지도 않게 척척해주는 솜씨라니, 
계속 따라다니고 싶어지잖아 ㅋㅋ

체 게바라 루트 Ruta del Che

가장 간편한 방법은 투어 루타 데 체 투어.
산타크루즈에서 출발하는 2박 3일 투어가 있다. 
메일로 문의를 했었는데 답이 없어서 가격은 모르지만 산타크루즈에 사무실이 있다니 
찾아가보면 될 듯하다. 

여행사 사이트
http://www.rutaverdebolivia.com/che-guevara.php

루타 델 체 정보 참고사이트
http://www.nonesuchexpeditions.com/South-American-Pictures/Places_People/che-guevara-trail/che-trail.htm

산타크루즈
장거리 버스 터미널에 내리면 일단 모든 택시 가격은 거의 20볼로 고정된 듯 하다. 
시내버스들이 새벽 5시 30분 정도부터 다니고 있으니 플라자 데 오루로 Plaza de Oruro행을 타면 된다. 
가격은 2볼.
플라자 데 오루로에 바예그란데 간판이 붙은 버스사무소가 두 개 정도 있는데 
9-10시 출발한다고 했지만 나의 경우는 9시 30분에 출발--;; 
몇 시 차인지 알 수 없다. 
버스는 산타크루즈-사마이파타-바예그란데 노선이고 바예그란데까지 60볼.   

사마이파타 Samaipata
체 게바라가 산타 크루즈에서부터 이동하며 지났다고는 하지만 체 게바라와 관련된 곳은 별로 없다. 
대신 유서깊은 건물들의 거리가 아름다워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
그리고 어드벤처 호스텔 바에서는 무려 독일식 생맥주와 맛있는 볼리비아 맥주를 판다.

바예그란데 Vallegrnade
작은 마을이지만 숙소가 여러 개 있고 예약없이 와도 별 문제 없이 금방 잘 곳을 찾았다. 
시장도 있고 플라자도 있고 다니기에 전혀 불편하지 않은 곳이다. 
루타 델 체 방문지는 모두 시내에 가깝게 자리하고 있지만 박물관을 제외하고는 
모든 장소가 다 잠겨있어서 문을 열어 줄 가이드에게 50볼을 지불해야 한다--;; 
가이드는 차로 이동시켜주고 설명을 해주지만 모두 스페인어.
혼자 한적하게 앉아있을 수 없었던 게 좀 아쉽기는 하다. 

병원 세탁실
라 이게라에서 함께 죽음을 맞은 6명 동지들의 시신과 함께 헬기로 옮겨져 
이틀간 이 세탁실 세탁조에 전시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 사이 신원 증명을 위해 손은 잘려 산타크루즈로 갔었다가
지금은 모두 쿠바에 안치되어 있다고 한다. 
지금 그 병원은 확장된 새 건물이 있지만 
세탁실은 원래의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다. 
사람들이 남긴 어마어마한 그래피티가 아니었다면
이곳은 더 쓸쓸하고 슬퍼 보였을 것 같다. 

체 게바라 기념관
묘석과 사진, 방문객들의 기념비 뿐이지만,
쿠바로 옮겨 지기 전 오래 묻혀있던 자리여서
그냥 아무 것 하지 않고도 계속 바라보게 되던 곳.

라 이게라 La Higuera
바예그란데에서 출발하는 택시는 왕복 400볼. 
인원이 많을수록 비용은 줄어든다.
바예그란데보다도 더 작은 마을인데 마을 곳곳에 
체 게바라의 그라피티가 가득하고 
숙소와 식당도 있기는 했지만 들어가보지는 않았다. 

학교 교실
체 게바라가 이틀 간 잡혀있다가 최후를 맞이한 곳.
지금은 이곳이 작은 박물관이 되어 있는데 입장료 10볼은 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