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58 걸어서 택시타고 비행기 타고 배타고


콩팥구이 

어제 택시 아저씨가 알려준 버스 번호는 공항에서 가까운 플로티어 행 버스들이었다.
Koko버스도 드디어 발견했고 공항 가는 버스가 맞았다.
오늘도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지만 결국 택시를 탔고, 
비행기 문을 닫고 들어왔다--;;
항공사 직원들의 눈총을 받으며 배낭 메고 활주로를 걸어보는 기분-힘들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국내선 공항은 시내에서 가까운 편이라지만
공항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길래 어제 검색한대로 버스를 탔지만
-또 다시 귀여운 커플이 차비를 내줌--;;
그 사이 노선이 바뀌었는지 터미널 가는 버스가 아니라고 해서 중간에 내렸다.
잠시 시내 구경을 하는데 
말로만 듣던 깜비오-를 처음 봤다.
하지만 매일 환율이 바뀐다고 하도 소문 듣던 것에 비해서는 낮은 13.6.
그러고보니 나는 아르헨티나에서 처음부터 계속 안정적인 환율인 14로 환전하고 있네 ㅋㅋ
게다가 환전소 한 분이 무게대로 계산하는 근처 중국뷔페식당을 알려줬는데
놀랍게도 45페소에 도시락 가득 밥과 반찬을 먹을 수 있었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원한다는 시위를 하고 있는 사이를 지나
SuBe 카드 사기에 실패한 후 두번째 버스를 타고
-또 다시 쿨한 처자가 차비를 내줌--;;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내려 콜로니아 익스프레스 선착장에 내렸다.
여기는 정말 아무 것도 없다.
번듯한 건물에 의자만 잔뜩있고 자판기 하나 달랑.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올 필요가 절대 없는 곳.
배는 쾌적하고 모든 것은 아르헨티나, 우르과이, 미국 돈으로 계산할 수 있고
면세점이 있긴한데 싼지 모르겠다.
돌아갈 땐 미리 도시락 지참하고 타야겠다고 결심했다.
반대편으로 가는 페리를 보니 검은 연기가 자욱한게 참 아름답지 않은 뒷모습...
콜로니아에 거의 다 도착했을때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서쪽 바다를 실감하며 이번 여행 처음으로 노을을 즐겼다.
인도에서 가는 동네마다 하루 일과의 마무리 처럼 선셋포인트를  찾아다녔는데
이렇게 해가 늦게 지는 대륙에서는 해지는 걸 보는 게 특별한 일이 되는구나.... 

정작 홍해는 예쁜 파란색인데
진짜 붉은 바다는 우르과이에 있었다.
진흙바닥 때문인지 바닷물이 갈색이다.
한창 공사 중인 곳들이 많은 걸 보면 그것 때문인지도...
아무튼 처음 보는 물색이긴 한데 별로 이쁘지는 않았다.    

근처 식당에서 콩팥구이와 곱창을 발견하고 흥분해서 시켜먹다가
안 먹는 부분을 옆에 있던 개에게 줬더니
동네 개들이 다 찾아와서 애교를--;;
결국 식당 직원이 쫓아줬다.
안먹는 건 개에게 줘도 된다는 걸 확인하고 줬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다 먹고 나서 주라고 
직원은 분명 정교한 바디랭귀지를 했던 것 같다.......

Day 57 빌라 엘 초콘 Villa El Chocon


아무리 시간표를 들여다봐도 Plaza Huincul 플라자 후인쿨과 빌라 엘 초콘을 
대중교통으로 하루에 다녀오기는 불가능 하다. 
화석이 발견된 게 2년 전이어서 신생 관광지라 그렇다는데 
가이드북의 대대적인 소개와는 달리 후인쿨은 첨 들어본다는 사람도 꽤 있었지민
다들 엘 초콘은 강력추천하기에 그러기로 결정하고 아침 일찍 나섰는데........
관광안내소에서 알려준 장소는 버스를 타는 곳이 아니라 표를 사는 곳이어서 
일단 버스 한 대를 놓쳤고, 
남는 시간에 박물관을 가려고 했지만 월요일은 휴관,
달걀 들어간 밥이나 먹자고 간 식당에서는 
아침메뉴를 안한다고 해서 그냥 샌드위치를 먹었고,
엘 초콘 가는 버스회사에서 알려준 버스터미널 행 버스 정류장은 
버스가 서지 않고 그냥 지나가 버려서 나와 같이 기다리던 동네 주민을 열 받게 했고,
엘 초콘행 버스도 어제 관광안내소에서 알려준 것과는 시간표가 좀 달랐고, 
결국 택시를 탔는데 음료차 사고가 났는지 소방차가 깨진 병 치우느라 차가 막혔다.
그 와중에 희소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이 엘 초콘행 버스를 시간 맞춰 탔다는 것!
땡볕을 헤매다 보니 모자는 엘 초콘 뿐 아니라 
앞으로 아주 중요한 상비용품이 될 것 같다, 너무 뜨거워...
여기선 우리나라를 마일드 썬이라고 자랑해도 될 듯.

실제 크기의 공룡 뼈들이 전시된 박물관.
아담하지만 공룡상식이 가득하다.
발굴 당시의 사진들도 전시되어 있는데
진짜 저 순간에 다들 얼마나 흥분됐을까 싶었다.
제법 현장감 있게 발굴당시를 재현하고 있지만,
털썩....다 복제였다...!
난 진짜인 줄 알고 열심히 왔건만--;;
가는 길에 들른 거라 치자고 달래며
나의 노고를 기리는 마음으로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그래, 공룡알도 봤는데 잘 왔다, 잘왔어.

박물관에 써 있는 걸 열심히 읽어도 
다 둘러보는 데에는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서
근처 호숫가 수영하는 사람들 구경하고
깜찍한 등대 사진도 찍고
구석구석 숨어있는 그늘을 찾아 메뚜기 놀이를 하며
버스가 오기까지 두 시간을 때웠다.
이번에 터미널에서 읍내로 돌아올 땐 버스를 타 보려고 사람들을 따라 나와
초롱한 처자에게 교통카드결제를 부탁했다.
얼마 안된다며 이 처자도 또 그냥 내주려고 한다.
버릇될까 봐, 또 마침 잔돈이 있어서 줬는데
어째 표정이...호의를 무시한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윽...또 소심증 발병.
그 사이 또 다른 발견.
버스회사에서 알려준 터미널행 버스 번호도 틀렸다!
5A가 아니라 5B버스 였다고요...
그리고 오늘의 마지막은 
배고픈 걸 꾹 참고 찾아간 식당이 8시가 아니라 8시 반 오픈이었다는 것
-하지만 이 정도는 진짜 애교지.
게다가 멋진 목소리로 정중하고 유창한 영어를 하시는 할아버지 덕에
저녁은 만족스런 엔딩~

오늘의 삽질을 교훈삼아 내일 탈 공항버스 정류장을 답사해봤다.
정류장 앞 키오스크의 
장난 좋아하게 생긴 주인 아저씨와 한가한 삼촌 같은 아저씨에게 공항버스를 물었는데 
잘 모르겠다며 마침 앞에 선 택시 아저씨에게 물어보라고 한다.
붙잡고 물어봐도 될까 싶었던 택시 아저씨는 차에서 볼펜까지 꺼내가며 버스번호를 적어주고
각각의 버스가 어디에 서는 지까지 일러주셨다.
역시 어제 관광안내소에서 알려준 Koko버스의 정체를 나는 끝내 모를 예정이다--;;
내가 적어 온 번호를 보더니 아저씨 둘 이제 교통카드 걱정을 한다. 
그 정도는 이제 나도 안다고요~
그래서 손짓발짓으로 남에게 카드부탁하고 현금으로 낼거라고-나는 말했는데
한가한 삼촌 아저씨가 자기 교통카드를 꺼내더니 
마침 정류장에 선 공항버스로 달려가며 나를 부르는 것이었다...!
와, 진짜 이렇게 친절하시다니요.
감사합니다, 오늘 진짜 훈훈하게 빵 터트려주셨세여^^
 
나의 스페인어 실력-이랄 것도 없지만-은 
남들이 더 많은 말을 하게 하면서
정작 나는 더 정신을 못차리게 되는 신묘한 수준인데
이럭저럭 돌아다니다보니
어제 부에노스 아이레스 청년의
경제적으로다가 그냥 주워 배우라는 말이 갑자기 크게 와 닿는다.
꼭 돈이 아까워서---임 ㅋㅋ
 
불과 며칠 전 만 해도 담요를 더 달래서 잘 정도였는데
어제는 땀 흘리느라 잠을 설쳤다.
추울땐 빨리 여름나라로 가고 싶더니
고온건조한 땡볕을 겪는 지금은 
간사하게 파타고니아의 날씨를 그리워하게 된다.
손으로 대충 짜서 널고 잔 빨래가 바싹 마른 것 만이
뽀송할 뿐.

PS. 돌아오는 버스에서 봤다-여기도 '파타고니아'라고
그러니까 나는 파타고니아를 그리워하며 
두 달 째 파타고니아에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ㅎ 


Day 56 바릴로체-네우켄 Bariloche-Neuquen


예쁜 마을 바릴로체를 떠나기 전 읍내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어디나 경치 좋은 곳에는 앉아 쉴 곳이 넉넉해서 한가롭게 다니기 좋다,
땡볕만 아니면 ㅋㅋ

미관상 효과는 뭐 이미 얼룩말 처지라 포기했는데
선크림을 꼼꼼하게 바르지 않으면  곧 그 대가는 베리 쑤운!
쓰라림으로 치르게 된다. 

25페소 짜리 교통카드는 반납할 때 20페소를 돌려준다고 한다.
오늘 SuBe카드를 사보려고 했지만 바릴로체 교통카드 파는 곳 밖에 못 찾아서
다시 버스 위에서 현금결제를 하려고 했는데
고맙게도 인상 좋은 아르헨티나 청년이 그냥 내줬다. 
멕시코까지 갈 계획이라니  어디선가 또 마주칠지도. 

네우켄 Neuquen
관광지가 아닌 곳이지만 꽤 규모가 있는 곳이었다. 
다행이 관광안내소 두 곳 중 한 곳이 일요일임에도 아홉시 까지 열어서 
내일 공룡박물관 가는 길을 물어볼 수 있었다. 
시내버스가 여럿이지만 여기도 카드 버스라 줄창 걷다가 흥미로운 야시장을 발견했다. 
음악도 있고 동네 꼬맹이들도 많이 나와 있고
어른들의 옷차림에서 여름도시로 왔음을 실감했다. 
숙소에서 만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온 청년은 
여기서 부터 도보여행을 시작한다고 한다. 
500km 정도 예정이라는데 다들 다른 여행을 하고 있다는 걸 다시, 새삼 느꼈다. 
멋지다. 
전번에 듣고 까먹었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타악공연과 기타 공연 정보도 다시 확인했다.  역시 동네 사람은 관광지를 알되 가지는 않는다는 것도 다시 확인 ^^ 
또 다른 아르헨티나 청년이 
빌라 엘 초콘 근처의 호수에서 수영을 할 수 있다는 것과 
나무가 진짜 쪼끔이라며 모자 꼭 챙기라고 일러줬다. 
아름답다를 한국말로 가르쳐 달래더니 그 어려운 발음을 완벽하게 구사한다. 
외국어 빨리 배우는 친구들 보면 듣기를 잘하는 경우가 많은 듯.

Day 55 바릴로체 Bariloche


푸에르토 바라스에서 빌라 오구스트라를 거쳐 바릴로체에 도착.
푸에르토 몬트를 능가하는 규모인지라 버스터미널에서 숙소까지 걸어올 수 없었다.
도착해서 숙소 가는 길을 물어보려 했지만 
여행안내소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지도에 나온 버스정류장만 믿고 덜컥 버스를 탔는데
현금으로는 탈 수 없단다.
다행이 다른 승객이 카드로 계산해주고 내가 현금을 주는 식으로 버스비를 냈다.
시내버스가 꽤 여러 개 다니는데 버스 패스로만 탈 수 있고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도 같은 패스를 사용한다고 한다.  
카드 값만 25페소라는데 거기에 돈을 충전해 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는 시내버스, 메트로는 조금, 기차는 엄청 많이 할인이 된다고 하지만
아무튼 현금을 쓸 수 없다는 건 좀 불편하다.

오는 길이 되게 예뻐서 짐짓 기대를 했는데
역시나 명성에 어울리는 멋진 자태를 뽐내는 곳이다.
하루만 머물기로 한 건 별로 잘한 생각이 아닌 것 같은데--;;
왜 그 날 밤 나는 미친듯이 일주일 치 일정을 다 예약해 버렸을까...

그런 아쉬움을 달래주듯
지나다 들린 멋진 교회에서 
현악단 공연 리허설을 봤다.
얼마 만의 생음악인가...!
잠시, 이런 게 도시의 맛인가 싶었다.
공연은 다음 주 화요일.
그때 여기 오는 사람들은 좋겠다...              

Concert at Catedral Nuestra Senora del Nahuel Huapi, Bariloche
Tuesday, December 29, 2015

Concierto en Catedral Nuestra Senora del Nahuel Huapi, Bariloche
Martes, Deciembre 29, 2015

바릴로체가면 꼭 가라고 추천받은 식당이 8시에 열어서 
그걸 기다리며 배회하다가 공원 락공연을 관람.
싱어송라이터의 장점은 노래를 못해도 
신나게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 ㅋㅋ
음악은 맘에 들었다^^
그리고 여기도 귀여운 아이들.
음악이 시작되면 제일 먼저 들썩이는 모습이 귀엽다. 
참 다양한 연령층이 한 데 어울리고 있는 게 보기 좋다. 
애들은 가라-도 없고 
늙다리들은 알아서 빠지세요-도 없고.

Day 54 푸에르토 바라스 Puerto Varas


약간 예상은 했지만 오늘은 모두가 문을 닫는 날이다, 크하하.....
박물관도, 관광안내소도, 가고 싶었던 식당도 모두모두^^
그래서 가까운 호수나 보자 나섰는데
정말, 건널목 하나 건넜더니 탁 트인 감동의 호수가 나타났다.
칠레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라는데
하얀 뚜껑 덮은 산 두 개도 오똑 서 있어서
한 여름엔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겠다 싶다. 
눈인줄 알았는데 하나는 아무래도 몇 달 전 폭발하고 나서 남은 화산재인 것 같다. 
그래도 아직은 쌀쌀한데 
목을 쓰라리게 태우는 데 30분이면 충분한 강렬한 태양을 믿고
여기저기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호수 앞 식당은 문을 열어서 사람구경 호수구경을 했다.
오늘 이 식당 직원들 너무 바빠서 반쯤 넋이 나간듯.

어젯밤의 늦은 파티 후 느즈막히 일어난 아이들은 
아침부터 텔레비전 앞에 앉아 기를 빨리고 있다.
휴일 아침 풍경은 어디나 똑같구나^^

오랜만에 예쁜 노을을 봤다.
아르헨티나 구름이 자세를 잡아주는 것 같다면 
칠레 구름은 어딘가 자유로운 느낌.
오늘은 별 대신 회색 빛 도는 구름이 
작은 새들처럼 천천히 지나갔다.

한동안 마지막 칠레라고 생각하니 
걸으면서 자꾸 뒤돌아 봐 진다. 
다시 올때까지 잘 있어, 칠레!

Day 53 Feliz Navidad


11월 초반부터 만나는 사람마다 묻던 '크리스마스가 특별하니? 크리스마스에 어디있을 거니?'.
물론 내겐 크리스마스가 여러 빨간 날 중 하나라고 대답하긴 했지만
어젯밤, 호스텔 유일의 투숙객으로 밤을 보내고
크리스마스 이브인 오늘 관광안내소 마저 문을 닫은 이 시점에서
나름 차려먹어 보겠다고 장을 보긴 했지만
오늘 밤이 좀 두렵긴 했었다.
남들의 성탄 설레발을 너무 겪은 탓인지 
혼자 와인 병나발을 불다가 잠들고 싶지는 않았는데
올라!
어느 친절한 가족이 나를 거두사 
아사도 파티에 초대를 해주시었던 것이다. 
새벽 네 시가 넘은 시간
나는 기력의 한계로 들어왔지만 
남은 가족들은 쌩쌩한 체력을 뽐내며 
절대 조용하지 않게 대화를 즐기고 계신다.
도미토리를 혼자 차지하는 건 흔치 않은 대박이지만 
어제는 호스텔 전체에 나 혼자라 좀 무섭기도 했는데
오늘은 혼자여도 가족들의 씩씩한 떠드는 소리에
맘껏 즐겨줄 수 있다.
못 알아 들어도 너무 귀여운 이 집 아들네미.
아직 우윳병도 못 뗀 주제에 이 새벽까지 놀고 있는 수퍼 베이비.

가정식 치고는 꽤 대규모 장비를 갖춘 아사도 요리 과정.
장정 둘이서 세 시간 동안 번갈아가며 대형 꼬치를 돌리고
간간이 맥주와 레몬을 뿌려가며 굽는다.
그 사이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는 초대받은 모든 사람들이 준비한 선물들이 쌓이고
저녁을 먹은 뒤 선물에 써 있는 이름을 보고 선물을 찾아 가진다. 
행복한 표정들은 본 게 내겐 크리스마스 선물.
오늘의 가정용 디제이인 아저씨가 나와 음악취향이 비슷해서 
Toto와 Scorpions를 틀어주는데 
헐, 스콜피온스가 스페인어로 부른 Wind of Change가 나왔다. 
칠레 사람들도 한 술 한다며 역시나 한국의 술에 관심을 보인다.
그걸 보면 소주나 막걸리는 국제 기준에서 좀 약하긴 하지^^
모노폴리하면서 숫자 복습 했다. 
이제 숫자는 자신있어^^
 
아사도를 만드는 게 남자들의 노동이었다면 
여기서도 설겆이는 주부의 몫.

혼자 저걸 다 어떻게 하나 싶어 소매를 걷었는데
손님이 이런 거 하는 거 아니라고 말리는 사람 하나 없는 걸 보면
이 동네 문화는 확실히 다르긴 한 건데,
진짜 맘에 든다!


항상 길 옆에는 샛길이 나 있고
그 길 옆으로 또 새로운 길이 생겨난다. 
새 길이 생기고 나면
첫 번째 길은 
옛 것, 흔한 것, 익숙한 것이 되고
새 길이 넓어지고 나면 
누군가는 또 다른 새 길을 만들기 시작한다. 
모두가 한 때는 개척자이고
모두가 한 때는 남의 길을 따라간다. 
항상 길 옆에 또 길이 있고
길이 아닌 곳은 또 언젠가 길이 되겠지. 

Day 52 나홀로 집에


이틀 간의 폭우가 그치고 끈적함이 묻어 나는 소금바람이 파란 하늘과 함께 찾아왔다.
모두들 오늘 아침에 떠나고 호스텔에는 나 혼자.
그래서인지 숙소 주인이 친구들과 쿠란토 파티를 하면서 점심을 차려주었다.
스페인어를 좀 했더라면 초대를 했을텐데 
내 사정을 알고 음식을 가져다 차려주기까지 한 놀라운 배려.
나도 답례로 파전을 대접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맛이 괜찮긴 했지만 
입에 맞았기를 바래요^^ 
저렴하고 친절하고 버스터미널에서 가깝고 아침도 주고 
도미토리도 바다 전망인데 
왜 손님이 없을까...?

하는 것 없어서 그런지 시간이 날아간다. 
스페인어 자습의 효과는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한데
예를 들면 질문이 뭐에 대한 건지는 대충 알겠어도 
답은 당췌 무슨 말인지 못알아 듣겠어서
방향과 손짓을 기억하고 다시 찾아나선다. 
  
대충 돌아다니다 놀랍게도 한인마트 발견.
오랜만에 가족 아닌 한국인과 한국말 대화를^^
라면과 커피믹스를 선물해주셨다.
이 작은 동네라 더 뜻밖의 만남.

3일 내내 찾아왔던 커피집 네룬디아노.
커피 맛 괜찮은데 여기도 손님이 없다 ^^

교회 앞 플라자에서 성가대가 연습하고 있었다.     
어디나 크리스마스.

숙소에 넓은 창이 있는 쾌적한 공용공간에서 죽치고 있는데도
사흘째 잔뜩 낀 구름에 가려 노을이 없다... 
아무것도 안 하기로 하고 머물길 잘한 것 같다^^

Day 51 Chiloe Austral Hostel


어제 카스트로와는 비교도 안되는 폭우가 내내 내리다 이제 그쳤다.
일기예보는 믿을 게 못되는 것 같았는데 의외로 시간 별 예보까지 정확하다니...!
비오는 날이라 왕조개를 사다가 칼국수를 해먹었다.
반죽해서 면 만드는 데 한 시간
조개 씻고 파, 마늘 재료 다듬는데 또 한 시간.
꽤 많은 시간을 들여서 내일 먹을 것까지 같이 준비했다.
까막 눈이라 밀가루를 잘 못 샀는지, 아니면 아예 강력분이 없는 건지
아무튼 면은 쫄깃하지 않지만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내일 또 비온다니까 파전도 해먹어야지.
칠로에 마늘은 한 통이 주먹만하고 한 쪽이 애기 코 만해서 다듬기 편하다.
 

Day 03 하이라인, 첼시아마켓, 911기념관




하이라인
무작정 걷기 좋은 곳이었지만 좁은 길이라 꽤나 붐볐다. 달리기 좋아하는 뉴욕 사람들이 달릴 수 없을 곳. 게다가 매일 이렇게 관광객들이 붐비면 동네 사람들은 한적한 산책을 즐길 틈도 없을테니 그다지 주민들을 위한 특혜는 없을 것 같다. 

첼시아 마켓
신경 좀 쓴 듯한 실내공간이 재미있었고 나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Vince 라는 브랜드가 세일 중이었는데 70%의 할인율도 파격이었지만, 니트 하나에 200불이 넘는 원래 가격은 더 황당. 그런데도 옷것이를 털어가다니 이 옷의 정체는 뭘까.
그 자리에서 쪄주는 가재를 드디어 한 마리 먹었다. 플라스틱 포크가 힘이 없어서 어찌 먹나 했더니 게 하고는 다르게 살이 쏙쏙 빠져서 포크는 거의 필요 없었다. 액상 버터에 살짝 찍어먹으면 잡냄새가 사라진다. 꽤 든든한 점심~
  
환영파티에 뒤이어 기다리던 Bar Crawl! 
목요일에 맥주가 1불이라는 바를 시작으로 세 군데를 돌았다. 첫 번째 바에서 누군가가 건넨 맥주를 마시고 있었는데 캘리포니아에서 온 바텐더 처자가 일종의 폭탄주를 쐈다. 베일리스와 기네스와 진을 섞었는데 부드럽게 넘어가던. 이름은 까먹었다.
역시 술과 담배는 사교의 필수인 듯^^
아직도 드문드문 나타나주는 담배친구들이 반가운데 놀랍게도 담배를 얻어가던 뉴요커가 한국 말로 인사를 했다. 뉴욕에서도 이런 일이^^
어느 정도 다들 취하고 나자 남는 술들이 막 돌아다녔다. 본의 아니게 사랑이 꽃피는 현장도 목격^^
1시쯤 됐을때 너무 졸려서 먼저 나왔는데 숙소 가이드 중 한 명이 마침 한시간에 한 대 꼴인 버스가 지나는 것을 보고 잡아서 태워줬다. 
더 늦게까지 있었던 일행들의 후일담으론 버스 시간이 맞지 않는 그들을 위해 반 정도 함께 걸어서 데려다줬다고 한다. 성실함을 넘어서는 이 유스호스텔 스탭들의 열정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911 기념관
폭포처럼 쏟아지던 건 아마도 눈물을 상징하는 것이겠지. 생기있는 몇 송이 꽃들이 기억의 흔적으로 꽂혀있었다. 기억하는 방식을 보고 싶어서 찾았는데 공사 중으로 분주한 것이 조금은 섭섭했다. 이곳을 찾아와 예쁘게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이 좀 생경했지만, 잠깐의 엄숙한 추모도 가볍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찾아온 마음이 추모일 뿐. 참 많은 이름들이 있었다....  

Day 22-23 토레스 델 파이네



텐트를 빌리기 전에 미리 가게에서 펴보고 뚝딱 쳐지길래 간편하다고 좋아했지만, 
간편한 만큼 유난히 바람이 독하다는 파이네 그란데 캠프장에서 제일 시끄럽게 펄럭이는 텐트가 되었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뼈다귀가 하나라서 간편하니 당연히 안정성이 떨어질 거고 
나 같은 개발이 친 텐트니 더 헐렁하게 쳐졌을 테고. 
간편하고도 견고하고 초보의 손길에도 품질을 보장하는 게 있겠지만 
비싸거나 지금 구할 수 없거나. 
저렴과 간편만 생각한 결과 민폐텐트 탄생
-다행이 남들도 펄럭이느라 내 텐트소리는 내게 젤 시끄러움^^
가방도 있고 나도 있어서 날아가지야 않겠는데 
찢어질까 봐 걱정이다.

훤칠한 처자들이 짐을 다 짊어지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모습이 멋있다. 
처음엔 미친듯이 달려가는 와중에 죽을 것 같은 얼굴로 올라-인사를 챙기는 사람들을 볼 때면, 
진즉 몸이 허락해주시는 것들이나 잘 보자고 맘 먹길 잘했다고 내 결정에 만족했을 뿐. 
하지만 하루에 수도 없이 만나게 되는 그들은 어딘가 멋있었다. 
한계의 도전하려고, 
아니면 이 거대한 국립공원을 완주해내려고, 
여기까지 와서 놓칠 수 없어서, 
혹은 저렴한 캠핑장을 찾아서 등 각각 다른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거나 그들은 자기 몫의 짐을 온전히 짊어지고 가는 사람들이다.
쉽게 내려놓고 되찾기를 반복하는 나를 좀 반성했다.
토레스 델 파이네라는 거대한 자연 만큼이나 그 속을 걸어가던 많은 사람들도 무모한 이번 캠핑의 즐거움.

사람의 몸이 참 이상해서 들어올릴 때도 죽을 것 같이 무거운 배낭 이지만 
일단 짊어지고 나면 걸을만하다. 
하지만 내려놓는 순간 
삭신이 쑤시고 그 다음은 뭐...그래서 그들이 더 멋있어 보이는 지도 모르겠다.

Tierra del Fuego 의 캠핑이 아쉬워서 찾아온 여기는 정말 격렬한 바람이 웬수. 
그래도 오늘은 무척 맑은 날씨였다. 열심히 움직이면 여름옷을 입을 수 있는. 
지나는 사람들은 각자의 계절에 맞게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도 민소매와 바람막이 자켓 차림이 같이 있다.
하루에 사계절이 있다는 파타고니아. 게다가 센 바람은 덤.
지금은 아름다운 풍광으로 사람들의 칭송과 발길이 잦은 곳이지만
이곳이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던 사람들에겐 얼마나 길들이기 어려운 곳이었을 지 상상도 안된다.
어쩌면 그렇게나 만만치 않은 곳이었기에 아직 아름답게 남아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젯밤에 자기가 운전해주겠다며 큰 소리를 쳤던 페르난다가 못일어나는 바람에 
마리아 혼자 아침 차리고 열심히 달려 나를 버스터미널까지 태워다 주셨다. 
부스-라며 견과류를 건네주고 그 바쁜 와중에 화장지까지 챙겨주실땐 
진짜 엄마보다 더 아기자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금요일에 다시 가는 일정이 아니었다면 엄청 섭섭할 뻔 했다. 
지금쯤은 내가 냉장고에 남겨두고 온 소시지 세 봉지를 보며 걱정하는 마리아와 
괜찮을 거라고 얘기하는 페르난다의 모습이 저절로 그려진다. 
단순히 사업이라고 생각해서는 생각이 미칠 수 없는 것들까지 신경쓰는 가족이 운영하는 숙소. 
숙소에 비하면 오히려 저렴한 거라도 배낭족에게는 좀 부담스러운데 
가격문제가 아니라면 정말 한참을 있고 싶은 숙소다. 

Day 50 안쿠드, 칠로에 섬 Ancud, Chiloe


누구는 설명할 수 없게 이상한 동네였다고 하고
누구는 크리스마스에 다시 돌아갈 곳이라는 상반된 평이 있었던 안쿠드를 
나는 그냥 호기심에 와 봤다. 
작은 마을이지만 숙소 찾아가는 길에 시장도 봤고
맘에 드는 커피 집도 발견했고
저렴한 숙소가 전망도 좋아서 
며칠 스페인어 자습을 할 장소로 낙점.
날짜가 날짜이니만큼 성당 근처 가게들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바쁜데
아무리봐도 이 땡볕의 크리스마스는 뭔가 임박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어진 해변 공원 분위기는 한산하고
딱히 별로 할 것도 없으니 공부하기는 딱 맞춤.
아르헨티나 특유의 y를 sh로 바꾸는 발음이 싫어서 
칠레에서 스페인어를 배우려고 했는데
칠레는 Gracias대신 Gracia-라고 자음을 빼고 발음을 해서
나를 고민스럽게 한다. 
원어민들이야 이리 말하나 저리 말하나 잘 알아듣겠지만
원형을 모르고서야 응용이 안 될 것 같은 나는
일단 자습을 좀 해보고
여기저기서 일주일씩 배워보는 걸로 계획을 바꿔 봤다.
내일부터 며칠 간은 있는 비디오 수업 공부해보기.

저녁 때 아담한 공용 공간에 몇 명 안되는 투숙객들이 모였다.
무려 한 달 동안 칠레에서
그것도 세 번이나 뭔가를 날치기당한 어느 커플의 실화를 들으며
정말 남은 게 없는 것 같아도 항상 잃어버리면 안되는 것들이 남아있다는
내 첫 배낭여행의 주의사항을 다시 되새겼다.
잃어버린 물건 보다도 사람에 대한 믿음을 잃는 게 더 큰 손실이라는데 입을 모았고
모두 파타고니아 같지는 않다는 걸 생각하며
조심조심하기로.

주섬주섬 남미 여행정보

여행경로 기록하기
https:// www.travellerspoint.com
가입을 해야하는 불편이 있지만 이동경로 표시하기는 가장 좋은데 앱이 아니라 웹사이트에서 해야한다.  

maps.me
와이파이 지역에서 미리 목적지를 정하고 가면 되긴 하지만 아무튼 구글맵은 온라인이라는 한계가 있는 반면
맵스미는 오프라인에서도 장소를 찾아 루트를 설정할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다.
와이파이 좋은 데서 필요한 나라 별 지도를 미리 다운 받아서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구글지도보다 업데이트가 느려서 구글에는 있는 장소가 검색 안될 때가 꽤 있다. 

skyscanner
카약으로 싼 비행기표를 잘 찾아 쓰고 있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전혀 싸지 않을 때가 있는데 
하나쯤 병행해서 사용하기 좋은 항공편 검색 앱.
앱으로 검색해서 항공사 확인한 뒤 해당 항공사로 직접 접속해서 더 싸게 산 적도 꽤 있다. 

duolingo
너도나도 듀오링고-온라인이 아니면 제약이 좀 있긴 한데 따라하다보면 
주섬주섬 이해하는 양이 늘고 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 
스페인어 뿐 아니라 다른 언어도 선책할 수 있다.

스페인어 배우기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http://www.academiabuenosaires.com/

산티아고 공항버스
운영시간 6:30-10:30
요금 편도 1500, 왕복 2800 (유효기간 3개월)
www.centropuerto.cl



아르헨칠레 교통비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왔다갔다 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으로 
푼타 아레나스-우수아이아
푸에르토 나탈레스-엘 칼라파테
노선이 그렇다.
칠레 물가가 좀 쎄긴 해도 교통비는 아르헨티나가 훨씬 비싸서
혹시 왕복 이동이라면 칠레쪽에서 왕복 티켓을 사는 편이 훨씬 저렴하다.
같은 노선 같은 회사여도 그렇다!
푼타 아레나스에서 우수아이아 행은 35불 정도 였는데
우수아이아에서 푼타아레나스 올 때는 블루환율로도 60불 이상이었다.
왕복 티켓을 사도 아르헨티나에서 돌아오는 노선은 더 비싸고.
하지만 이유는 아무도 모름--;;  

버스 노선, 시간, 가격 검색  
http://www.recorrido.cl/en
https://www.centraldepasajes.com.ar
http://www.ticketsbolivia.com.bo/pasajes-en-tren/ferroviaria-andina.php

엘칼라파테-엘찰텐
도착하자마자 호스텔에서 예약해버리는 아주 어벙한 실수를 했는데
구석구석 찾아보면 여행사가 더 싸기도 하다.
페리토 모레노도 그냥 교통편만 이용할 수도 있고.
아무튼 엘 칼라파테에는 돈먹는 하마가 산다.
그래도 이제 블루시장이 사라져서 기쁘다.
현재 아르헨티나 페소는 남쪽 동네 블루환율과 비슷한 14페소 선.


부에노스 아이레스-우루과이 페리

부에노스 아이레스<>콜로니아  

https://www.seacatcolonia.com
영어는 첫화면 뿐, 결제화면은 전부 스페인어라서 직접 가서 사는 게 더 편했다. 
미리 예약하면 좀 저렴하고 부케부스와 같은 시내 터미널을 사용한다. 누군가가 부케부스와 똑같은 페리라고 했지만 아니고, 낡은 작은 페리를 따로 운행하고 내가 탔던 페리는 두 시간 연착됐다--;;

https://coloniaexpress.com
정확하게 운행되고 인터넷 예매도 편한데 처음의 저렴한 가격에 결제 직전 티켓 값이 넘는 텍스 같은 게 더해진다. 다 좋은데 터미널이 좀 외지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콜로니아, 몬테비데오
비싼 것과 꽁무니로 검은 연기를 내뿜는 것 말고는 다 좋아보였음^^

부에노스 아이레스
http://www.vuenosairez.com
그 날의 공연일정을 검색할 수 있다.

http://www.hoy-milonga.com
그 날의 땅고 구경 검색 

아르헨티나 여행정보
http://www.welcomeargentina.com/paleontologia/museos_i.html

우루과이 정보
http://guruguay.com
블로그에 우루과이 공연정보, 교통정보 등 현지 정보가 가득

리오 데 자네이로

Praca XV
사람들이 노는 거 보면서 끼어보고 싶다면 주말마다 이곳을 찾으면 된다. 소규모로 옷 좀 차려입은 팀과 연주팀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열광적인 민간인들의 삼바사랑을 길거리에서 만끽할 수 있다. 맥주과 브라질식 감자칩도^^

http://www.brazilbookers.com/brazil-carnival/rio-samba-school/technical-rehearsals.asp

정식 카니발 전 12월 부터 1월 까지 리허설 일정이 나와 있다. 
카니발과 똑같은 건 아니지만 분위기를 느끼기에 좋고 또 무료!
비오면 취소된다고 한다.   

http://www.rio-carnival.net/samba_parade/samba_parade_results.php#ranking
각 카니발 학교를 클릭하면 리허설 요일이 나오는데 학교로 찾아가서 구경한다.  
제대로 춤추는 걸 보고 싶으면 리허설보다는 이쪽이 나을 것 같다.

http://www.tourguideneyla.com/2008-byng-noitesrio.htm
여행 가이드의 홈페이지인데 삼바음악 듣기 좋은 클럽들이 나와있다.


Day 48 케일렌, 칠로에 섬 Queilen, Chiloe



델피네와 펭기노-잘 어울리게 귀여운 이름이다. 

돌고래와 펭귄을 동시에 보는 신기한 체험.
게다가 수줍음이 많다는 칠레 돌고래가 우리가 탄 배와 한참 경쟁을 해주는 바람에
짧은 영화를 한 편 찍었다.
좀 웃겼던 건 바다사자들인데
홍합 양식장에 쳐놓은 부표 위에서 서식하고 있었다 ㅋㅋ 
게으른 바다사자들을 보니
볼 때마다 낮잠을 자고 있던 나이로비 국립공원 표범들이 생각난다. 
덕분에 다들 웃고 지나갔을 뿐 아무도 사진을 찍지 않았는데
지나고 보니 한 장 찍어둘 걸 후회가 된다-어디에도 그런 장면은 없을텐데.
놀랍게도 이 동네는 모든 동물이 사람들 가까이 살고 있다.
배 지나간 코스마다 양식장도 많고 미역, 파래도 엄청 많이 떠 있어서 
펭귄들이 있던 섬을 빼고는 사실 자연의 느낌은 좀 덜 하지만
돌고래, 펭귄, 새, 바다 사자(좀 웃기긴 했지만) 진짜 약속한 건 다 봤고
배 위에서 간단한 조개찜 시식도 있었다. 
싱싱한 해산물이라 그냥 삶아주는데 레몬만 뿌려 먹어도 맛있었던.
게다가 스페인어 바보는 나 하나인데도 
통역이 가능한 사람을 따로 불러서 터미널에 마중도 나와준 성의까지 만족.

정말 작은 Queilen 읍내에서 먹은 손바닥 만한 연어스테이크와 맥주가 6천 페소여서
여지까지 나의 물가를 다시 돌이켜봤다.
아직도 지역 정보는 파타고니아라고 뜨긴 하는데...

오늘 새롭게 안 사실은  예약사이트 수수료가 쎄길래
예약 안하면 더 싸게 해줄줄 알았는데 
예약하지 않은 경우의 방값이 더 비싸다는 것,
-가격경쟁의 장점을 잊고 있었다--;; 
칠로에에서 바릴로체까지 당일 연결은 어렵다는 것,
-카스트로 출발 첫 버스 도착이 9시 20분인데
푸에르토 몬트에서 바릴로체 행은 8시 30분에 출발.
소문난 파스타 집이 내가 집에서 쓰던 것과 똑같은 토마스 소스를 쓴다는 것 ^^

칠로에는 칠레 사람들도 많이 여행을 오는 것인데다
특히나 여기 팔라피토 호스텔들은 일 년 내내 사람이 많은 편이라고 한다.
사진이 워낙 이쁜데 그게 또 진짜니까-라며 민박집 직원이 호탕하게 웃었다..

Day 47 아차오, 칠로에 섬 Achao, Chiloe


Quinchao-칠로에 군도의 또 다른 섬.
칠로에는 유네스코 문화유산 교회가 여러 개로 유명하다고 한다. 
나무로 지은 건물에 예쁜 색을 입혀서 구조는 
유럽의 다른 성당들과 비슷하지만 차분하고 소박한 느낌이다.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한시간 반 정도 가면 도착하는 Achao가 Quinchao 섬의 읍내. 
내리면 교회와 박물관과 바다공원이 바로 앞이다. 
오늘부터 작작 먹자고 결심했는데 
코 앞에 수산시장과 식당을 두고서 지킬 수 있는 약속은 아니었다--;;
직원의 추천을 받아 다시 칠레 해물탕 Pahila를 시켰는데 
에스켈에서와 달리 다양한 해산물과 두 가지 생선 버전의 푸짐한 한 그릇이 나온다. 
여기도 역시 식당인지라 바닥에 큰 조개껍집이 깔려있었지만 
워낙 푸짐한 관계로 오히려 껍질이 있던 게 반가왔다.
꽤 찬 물인데도 동네 아이들은 풍덩 뛰어들고 
옹기종기 작은 유람선들이 모여 있던 귀여운 바다.
집도 교회도 나무로 지어서 해가 안드는 뒷 벽의 이끼들이 색을 더한다.
언덕 위의 집들도 예쁘게 서 있고.
걸어볼까 하고 나선 길이지만 결국은 밥만 푸짐하게 먹고 떠남... 
 
아침 식탁에서 미국 부녀, 독일어권 스위스 가족, 폴란드 청년이 함께 어울렸는데 
스페인어 못하는 바보는 나 하나--;; 
진짜 이런 여행은 처음이다.
이상한 건 버스에서 듀오링고를 꺼내 스페인어를 연마 할라치면 어김없이 졸음이 쏟아진다는 것.
동네 버스는 티켓을 사지 않고 내릴 때 현금으로 계산한다.
돌아오는 길에 이 동네에서는 흔한 과일을 구경했다.
산딸기, 체리, 블루베리, 미니 자두...자, 과일들과 친해질 좋은 기회! 

오늘의 한국인은 스위스 가족이 알고 있던 문선명, 헐...
스위스에서 유명하다니...
가족 중 딸은 산티아고에서 40대 한국인 여행작가를 만났다는데 나야 알도리 없는 분.
하지만 의외로 남미를 여행하는 한국인들이 많다고 하니 올라가면서 많이 마주칠지도 모르겠다.
 
저녁에는 특이한 루트를 가려는 포르투갈 부부와 잠시 대화
-시간이 없다면서 처음 들어보는 것들을 갈 것이라고 한다. 
진짜 다 뻔하게 다닐 것 같지만
여행 루트들이 어찌나 다양한 지.
어땠는지 나중에 너무나도 물어보고 싶어진다.  

어제 저녁 배낭여행 최초로 지랄병자를 하나 만났는데
일단 부시럭거린 잘못은 있기에 몇 마디로 끝내고 말았지만   
인종차별의 스멜이 좀 느껴져서 
오늘 아침에 벼르고 복수문을 준비했다가
내가 또 오바하는 것 같기도 하여 접었다.
다들 좀 이상한 사람이니 무시하라고도 한데다가 
어쩌면 지금쯤은 반성을 할 수도 있겠고
영어가 짧은 분노조절장애라고 생각하니 열이 좀 내렸다-사실은 아닐 수도 있는데 ㅋㅋ
하지만 이런 곳을 여행하면서 저렇게 지랄병이 날 수도 있는 걸 보면
여기도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게 새삼 느껴진다.
그래도 어쨌든 평생 처음이야..

여기저기 써 있는 Palafito는 물가에 나무로 지은 건물들의 건축양식을 여기서 부르는 
이름이라고 한다.  

Day 46 호르노스피렌-푸에르토 몬트-카스트로 Hornospiren-PuertoMontt-Castro


드디어 칠로에.
오는 길에 처음 만난 대도시 푸에르토 몬트의 규모는 생각보다 컸다.
마지막 점심식당은 지금까지 중 최악이었지만
잠시 그리웠던 커피와 머핀, 파이로 아쉬움을 해결.

섬에 들어서는 순간 달라지는 풍경이 놀랍다.
아르헨티나는 구름, 칠레는 바람이었는데
칠로에는 온통 초록.

오늘 푼타 아레나스에서 온 네덜란드 처자를 만났는데
토레스 델 파이네 레인저들도 일 년에 한 번 본다는 푸마를 단 하루에 보고
푼타 아레나스에서 펭귄투어 갔다가 고래를 엄청 많이 봤다고 한다.
펭귄보다 고래보는 게 더 어려운 이 계절에 
대박 보너스를 받다니 부럽다.
12시까지 연다는 수퍼를 찾아 오 밤중에 나갔다가
놀라운 식당 발견-메인도 맛있었지만 스파이시 감자의 놀라운 맛.
원래 감자 안먹는 내게도 먹히는 감자요리.
추측가능한 재료는 마늘, 크림치즈, 버터, 매운 양념, 감자.
택시를 잡아달라고 부탁했는데 
택시요금은 물론, 바가지 조심하라는 메시지까지 
구글 번역기로 설명해주던 친절한 직원.
나중에 칠레 사람 만나면 나도 똑같이 해줘야지^^

어제 오늘 계속 비가 왔다.
이런 날씨에 계속 버스 타고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다던 동행과 
한 일주일의 동행이 끝.
다른 인사는 평범했지만 침묵을 같이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가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렇게 워낙 데면데면 다녀서 인지^^ 
오랜만에 다시 혼자인 것이 금방 적응됐다. 
 

Day 45 차이텐-호르노스피렌 Chaiten-Hornopiren

    저 너머에 그 멋있다는 피요르드가 있다는데......

지금까지의 최고 기록-새벽 6시 차를 탔다.
Chaiten에 토요일까지 있기도 좀 그렇고,
처음 타보는 장거리 동네버스에 시달리며 비몽사몽하다가
어리버리한 부두가 아닌 터미널에 내려서
계란이 있는 아침과 맛있는 점심을 한꺼번에 한 식당에서 해결했다.
칠레산 홍합탕으로 해장^^

어딜가나 좋은 걸 잘도 고르고 잘도 찾는 동행께서는
지나는 길에 근사한 푸드트럭을 발견했다고 한다.
오늘 식당도 괜찮았지만 좀 아쉽다. 
분명 바로 연결되는 버스가 있었을 것 같은데
어쨌든 나는 이렇게 한가한 밥을 먹고 1시 차를 빠듯하게 탔다.

피요르드를 기대하며 듣도 보도 못한 Hornopiren이라는 곳으로 지나는 길을 바꿨는데
정작 피요르드 노선이 다니던 항구가 한달 전부터 공사라
망망대해를 돌아가는 밋밋한 노선으로 건넌다고 한다.
출발할 때 하롱베이 같은 느낌때문에 엄청 기대했는데...
그렇다, 준비없는 자에게는 이런 쌤통벼락이 내리는 것이다....
배에서 보내는 여섯 시간은 버스와는 비교도 안되게 지루하다.
그래서 여객선 매점 청년의 원어민 발음을 들으며  스페인어 단어공부를 했다.

내가 부러워하는 활달하고 사교적인 성격의 언니가
격식없이 즐겁게 운영하는 소규모 호스피다헤가 아닌
간만의 싱글룸을 즐기면서
홈스테이를 즐기기에는 얼토당토 않은 나의 바닥 스페인어 뿐 아니라
확 열고 다가오는 정열적 호의에 대한 성격상의 한계도 같이 실감했다.
엘볼손을 떠난 이후 일정이란 건 남의 이름.
그래 오늘까지는 웃는다만, 내일도 또 그러면 웃을 수 있겠니...?
그래도 웃어야지 어쩔^^?
여행을 떠날 때는 있는 지도 몰랐던 곳들을 연달아 찾아다니는 기분이
근데, 재밌기도 하다.

Day 44 푸탈레우푸 Futaleufu


택시타고 국경가서 검사받고 국경공무원이 추천^^하는 히치하이킹으로 푸탈레우푸 입성.
오늘은 10킬로미터 밖에 안되는 거리인지라 어제와 달리 한번에 성공했다.
정말 이렇게나 히치하이킹이 만연한 곳이었다니....

하지만 이 기분 좋은 행운의 직후 이번 여행 최고의 위기 발생
핸드폰 실종 ㅠㅠ
차안에서 구글지도를 보고 분명히 주머니에 넣었는데 없다--;;
또 갑작스런 패닉상태에 잠시 빠졌다.
이미 차는 떠났고, 연락처를 주고 받은 것도 아니고,
비어있는 차 뒷자리에 처박힌 전화기가 발견될 확률이란...!
진짜 나의 부주의함에 어이 상실.
하지만 계속 가야하는 길 이기에
여권이랑 돈만 잘 챙기면 된다는 말을 위안삼아 좌절을 극복하고 있었는데
올라!
천사같은 차주인 아저씨가 친히 찾아와주신 것이 아닌가... 헐.
어이상실로 같은 자리에 계속 있길 정말 다행이고 이렇게 빨리 발견된 것도 천운.
이것을 경계 삼아 정신차리자.

지도에도 나와있지 않고 마을에서도 좀 오르락 내리락 해야하는
나탈리아라는 입소문 숙소는
경상도 아저씨 같은 남편과 러블리한 아내가 운영하고 있는데
마침 오늘 바베큐 파티가 있다고 해서
정육점에 가 추천받은 모레노 고기 500그램을 사왔다.
보자마자 끌어안고 인사하는 이 동네 풍습에 많이 익숙해졌다.
온라인으로 한국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세 명의 미국 영어 강사들을 만났는데,
자기들은 이런 데 살면서 순둥이 한국학생들을 가르치며
인생의 단물만 쪽-빨아먹고 있다고 자랑했다^^

갈라파고스 배낭여행 정보도 많이 얻었고
사려고 했던 론리플라넷도 확인할 수 있었다.
주인이 되게 이쁜 병의 맛있는 맥주도 가르쳐줬다.
내일 가는 길에 이름 찍어야지^^
구글지도 같은데 안 나가도 된다며
입소문 영업을 고집하는 주인의 뚝심이 인상깊기도.
 하지만 칠로에 섬으로 바로가는 배는 화요일과 토요일 뿐.
샤이텐에 가서 해산물이나 먹으며 노닥거리든지
피요르드 배를 타든지....
암튼 며칠째 계속 뒷북치는 느낌. 

Day 43 엘볼손-트레블린 El Bolson-Trevelin, 50km/6 horas



너도나도 대수롭지 않게 하는 히치하이킹 저도 한 번 해보겠습니다...해서 나온 성적.
무려 세 번이나 차를 갈아탔지만 내가 움직인 거리는 50킬로미터, 6시간이 걸렸다--;;

시작할 때 꿈은 창대했다.
택시를 타고 히치하이킹에 용하다는 주유소 앞에서 드디어 도전!
우리 앞에 한 커플이 성공하는 모습에 마음엔 희망이 가득했고
처음 서 준 차가 10킬로 정도 가다가 내려준달때도 되게 금방 차를 잡았다고 기뻐했지.
하지만 내린 곳은 다니는 차가 별로 없던 곳.
그래도 다행이 두번째 차가 금방 서줬고
식당과 수퍼가 있는 동네에 내려주셨지.
세번째 차는 좀 기다렸지만
뜻밖의 초대를 받아 
벌목장 숙소로 쓰이기엔 너무 아까운 멋진 호숫가 집에서 
차도 얻어마셨지만
정작 내린 곳은 진짜 산간벽지....
그래도 좀 떨어져 서 있던 히치하이킹 동지 둘의 성공사례를 보며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지만
그걸로 끝.
  
이후에 결국 장거리 버스, 동네버스 타고 열심히 달렸지만 
목적지까지 35킬로미터 앞 동네에서 예정에 없던 1박 중.
국경 넘어가는 버스가 이틀에 한 번이라 내일은 없고
소개해주는 숙소마다 너무나 고급져서 
같은 길 동행이 있다는 것, 히치하이킹에 대한 열정만 믿고 
마음준비없이 덤빈 결과를 반성하자고 마음을 비웠는데...

이 동네의 멋진 구름에 반했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밥이나 먼저 먹자고 들어간 식당 직원이 너무나 고맙게도 저렴하고 깔끔한 숙소를 소개해줬고,
열 두시 넘어 본 별이 빛나는 하늘에서 별똥별을 봤다!

Day 42 카사나 데 오딜, 엘볼손 Casana de Odile, El Bolson


좁은 폭을 힘차게 흐르는 물과 바흐의 평균율.
오늘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Day 41 카훈 데 아줄 Cajon de Azul

물이 정말 파랗키는 하더라, 파란 강  Rio Azule....

아침에 다시 만난 로날드-발레리 부부와 다시 여행 얘기. 
리오의 해변과 예수상 그리고 살바도르 얘기를 들었다. 
나도 한 얘기를 또 하고 있었는지 로날드가 재빨리 기억을 되살려 줬다. 
발레리는 얘기하기 즐거운 참한 사람인데 
기름을 살짝 둘러서 팬을 아주 뜨겁게 한 다음 버터를 녹여 갈색이 되는 순간
후추와 마늘을 문지른 고기를 넣고 
약간의 겨자를 팬에 넣어 근사한 스테이크 만드는 법을 가르쳐줬다. 
여행을 하면서도 프라이팬 하나로 어찌나 근사한 저녁을 만드시는지.
나도 한 번 꼭 해봐야지.

하이킹 데이.
조세핀과 미쉘은 캠핑을 떠났고 베스, 마티네가 오늘의 동행.
옷 얘기, 친구들 얘기, 학교 얘기-보통 여행할 때는 잘 하게 되지 않는
일상적인 친구들의 대화를 오랜만에 들었다.
영국악센트 때문에 더그렇게 들리지만
아무튼 까탈스러운 듯 하나 어딘가 허당일 것 같은 베스, 
너무 남들을 받아주는 것 같다며 성격을 한탄하지만
천적이 없을 땐 나름 한 고집할 것 같은 마티네도 
기억에 남을 캐릭터인 듯. 
아까의 어린 폴란드 처자도 모험심이 대단한 것 같던데 
조세핀과의 기싸움이 보고 싶다. 
내려오는 길에 배낭 메고 올라가는 두 사람과 재회. 
오늘 캠핑 무사히 잘 하고 오길 바래!

Conjur del Azul 은 너무나도 고지식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이어지는 곳이었다. 
여길 왜 택시까지 타고 왔는지 나의 무계획을 한 번 더 반성하면서 
마지막 한 시간을 거의 무의식 상태로 걸었다. 
시장이나 갔다가 언덕이나 갈 걸...마지막에 비까지 와서 정말 완벽한 마무리--;;
내일 비오는 건 싫은데 추적추적 내리는 게 길게 올 것 같다....
그래도 오는 길엔 버스를 잡아탈 수 있었다. 

어제는 음악 뿐이었는데 오늘은 춤에 카드까지.
배낭여행 홍보책자에 나올 법한 분위기랄까.
역시 노는 건 성격이다. 
누군가는 최고라고 기억할텐데 나는 그다지-라고 생각하면 좀 아까운 생각도 든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껏 즐기는 건 보기에 즐겁지만
어딘가 좀 쓸쓸하기도.

Day 40 노닥노닥 타운


원래는 먹을 거리를 사고 Cerro Amigo를 갈 예정이었지만 
비가 와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장만 보고 돌아왔다. 
걸어가는 길에 치즈농장에 들러서 맛보고 크림치즈를 조금 샀다. 
되게 평화롭고 조용한 동네인데 이상하게 거친 개들이 좀 있다. 
몇 년 전에 누가 물리기도 했다는데, 혹시 쫓아 오면 돌을 줍는 시늉만으로도 도망간다고는 한다. 
하지만 짖는 걸 보고 나니 혼자 걸어다닐 엄두가 나지 않는다. 거의 터키 개들만큼 무서운 녀석들... 

다행이 읍내 Jauja식당에서 환전할 수 있었다. 
나의 블루환율은 우수아이아부터 계속 14페소. 
북쪽이 엄청 싸다고 해서 파타고니아를 떠나는 것이 아쉽기도 하고 안심되기도 한다.
이 동네 물가는 정말....하는 것 없이 거의 뉴욕에 육박하는 돈을 쓰고 있다. 특히나 교통비는 어마어마하다.

칠로에 가는 길을 물어봤더니 섬남쪽으로 가는 길을 알려줬는데 인상적이게도 히치하이킹을 권한다. 
한 번도 안해봤다고 하니 그 좋은 걸 왜 안하냐고 되묻는다. 
하는 사람을 많이 보긴 했는데 다들 그래서일까? 
하지만 혼자서는 여전히 좀 엄두가 나지 않아서 고민 중. 
환전한 식당 바로 옆 같은 이름의 아이스크림 가게는 
바닐라빈을 썼음에도 엘 칼라파테보다 떨어지는 맛이었고, 달기만한 티라미수도 실패.

하지만 오늘 저녁엔 필사의 불고기가 있다. 
며칠 머무를 거라서 여기 있는 동안 매일 불고기 덮밥을 먹을 예정이다. 
좋아하는 건 계속 먹을 수 있는 편리한 입맛이니까, 즐기자!
맛있다는 아르헨티나 쇠고기의 맛이 어떨 지 기대 중.

내일은 터미널에서 만났던 베스-마티네와 근처 산에 갈 예정이었는데 비가 온다니, 또 노닥거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탱고와 음악, 여행을 즐기는 더치부부의 즐거운 여행이야기. 
파타고니아에서 사는 것, 삶의 경제적 요건에 대한 의견은 달랐지만 
여전히 잘 듣고 고집스럽지 않은 그들과의 대화는 즐거웠다. 
나이가 든다는 건 경험만큼 해주고 싶은 얘기가 많아진다는 것일지 모른다. 
잘 듣는 것과 유연함이 젊음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