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셈블리|Assembly|2015

폼생폼사!

밀어부치는 진상필이 없는 것보다
반성하는 백도현이 없는 것이 불행(이었는지 문제 였는지 확실치 않지만)이라는 댓글이 생각난다.
정말 이렇게만 자신을 들여다볼 줄 알아준다면-하는 생각이 간절히 들던 국회구경.
어셈블리를 보면서
추경예산이란 게 뭔지도 알았고
법안 하나가 어떻게 결정되는지도 얼핏 볼 수 있었기에
한편으로는 더 갑갑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뭐 개별 품질은 그렇다 치고
절차상으로는 나름 까다로운 자격을 매긴 대의입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고
그들의 직업이 법안을 만들고 고치는 것임에도
이렇게나 까다로운 절차가 있다는 것이
진상필의 입장에서야 부당한 일이기도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법의 정신,
법 없으면 안되는 경우를 대비한 법을 만드는 절차로서는 나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누가-인셈이다.
현재 대한민국 국회에는
박춘섭의 자리를 차지하고는 있으나
박춘섭만큼의 철학-자신이 대변하는 국민이 누구인가-도 없는 사람과
진상필의 꿈을 가지고 등원했지만
홍찬미가 되었다가 강상호가 되어버린 경우가 부지기수일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오히려 강상호 정도라면 솔직하고 우아한 편에 속할지도 모르겠다.

언제부터인가
다른 나라의 거주민 또는 국민이 되는 것이
나에게는 신나는 상상이 아니었다.
짜증나고 열 받고 부끄러울 때가 있어도,
내가 선택한 게 아닌 채로 익숙해진 것이어도, 
그냥 한국사람으로 죽겠구나-받아들이기로 했는데
어셈블리를 보면서
그 이유 하나가 또렷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든
저렇게도 될 수 있을 것 같은 곳이라서,
될 것 같은 게 안되기도 하고,
정말 안될 것 같은 게 되기도 하고.
알 수 없는,
포기를 막는 에너지가 남아있는 곳이어서.
그 에너지를 밖에서 평가하는 게 아니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자격을 그냥 가지고 있고 싶어서.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건 이거다.
폼나게 살고 싶어 뱃지달고 싶었던 인간들이
왜 그렇게 구질구질한 뱃지 인생을 구걸하고 연명하는데 연연하는지.

멋진 드라마의 필수조건.
명연기에 바치는 찬사.

정재영.
박중훈이 연기에 대해 찬사를 받을 때나 미지근한 반응을 얻을 때나
일관되게 '작품'이 중요하다고 하던 게 생각났다.
한 번도 연기를 못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지만
확-와닿지는 않았던 정재영이 여기서 그랬다.
진상필은 매력적인 인물이긴 하지만
정재영이 충혈된 눈으로, 쉰 목소리로 연기하지 않았다면
용접공 출신의 말 잘하는 벼락의원의 죄충우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극의 흐름을 따라온 입장에서는
그럴 줄 알았던 감성적인 연설이었는데도 눈물이 떨어진 건 그의 힘.
그는 멋졌다.
"어째서 부자를 돕는 것은 투자라고 하고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은 비용이라고 합니까!"
(룰라가 한 말이라지만 저는 진의원께 들었습니다요~)
-그 뒤에 이어진 '최선'발언은
노동평가를 감정적으로 하는 것 같아 찬성하지는 않지만
정의가 다를 수 있으므로 패스.

장현성.
진짜 이상한 역할이다, 백도현은.
미친 것도 아니고 안 미친 것도 아니고
욕망의 동네에서 대장 노릇을 하겠다면서
이따금 어딘가를 찔려하는 햄릿같은 인간.

언제나 미묘함이 깔려있는 인물.
진짜 있을 것 같은
-다만 백도현 같은 결단은 무기한 미루고 있다는 게 흠이겠지만-
희망과 배신의 아이콘 백도현은 장현성이었다. 
봄이 아빠였던 게 언제였던가....

그 다음은 김서형.
김서형은 데뷔작부터 한 번도 발연기를 한 적이 없음에도
별로 연기파라는 생각은 안해봤는데
여기서는 묘하다.
예전 파리의 연인 이후로
오랜만에 제 옷을 입은 느낌이다.
나경원의 코스프레 같았던 초반에 이어
후반부의 인간적인 변모가
이렇게나 자연스러울 수가.
장면을 사로잡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마지막 그녀의 고백에서
-그럴리가 많지는 않겠지만-
보고 배우는 사람들이 있으면 참 좋겠다.

내내 기쁨조 해주신 강상호 의원.
내 기억이 맞다면 이 분은 옛날 베스트셀러극장에서 행글라이더를 타던 분이신데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에서도 한 번 놀랐었지만
여기서도 화려하지 않은 명연기를 펼치신다.
뻑하면 혹시 전직 조폭?-을 의심스럽게 만드는 몸짓에
국회본회의장에서 날개없는 천사 시전이라는 무리수를 이 분이 아니었다면 어찌...ㅋㅋ
이원재-이름을 이제서야 찾아보다니...죄송!

뒷심을 발휘하신 조웅규 의원.
따지고 보면 좀 밀리는 순위였음에도
왠지 아나운서 출신일 것 같은 분위기와
그럴싸하게 못된 연설을 일삼는 꼴이 정말 너무 재수없는데도
웃겼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기억은 잘 안나지만
앞으로는 어셈블리에서봤던 걸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19회를 못보고 마지막회 중간부터 봤고
끝을 보고 나니 19회는 안봐도 될 것 같았는데
정작 19회를 보고 나니
이게 최종회였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게도
분명 대박날 것 같은 드라마였는데 시청률이 그다지 높지 않아서
끝까지 품질이 유지된 것 같은 느낌^^
정도전을 안봐서 몰랐지만
정현민 작가.
 대단하다.

근데 이 드라마는 제목이 참 많이 깎아먹고 들어간 느낌......

EIDF 2015|드론|Drone|2014

토니에 헤센 셰이 Tonje Hessen Schei|78분|노르웨이

뉴스룸에서 슬로안이 드론 공격기사를 들고 흥분했을 때 전혀 실감하지 못했던 참상.
드론에 대해 들을수록 게임과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는데
게이머들이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입이 떡 벌어졌다.
진짜 미친 거 아냐.
세살 짜리 쿠르디의 죽음으로 세계가 결단을 내리기 시작한 때에
훨씬 더 많은 아이들이 무방비상태로 폭격당한다는,
더 적극적인 살인현장의 희생자가 된다는 사실을 보자니
무릎이 팍 꺾이는 기분이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오바마가 다시 보인다.

Justice binds and blinds.
최근에 들은 말 중에서 가장 인상 깊게 남은 말.
나는 옳으니까 옳치 않은 저들을 처단해도 된다고 믿게 된다고 한다.
그러 면에서 지금 미국의 방침이 다른 나라의 선례가 되면 어쩔거냐는 비난은
설득력이 있다.

역시나 물꼬를 튼 것은 내부고발자,
스스로 전범이 될 위험을 무릅쓴 조종사였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더 편했겠지만
그래도 이 선택이
그냥 그대로 사는 것 보다는
나은 것임은 그도 이미 알고 있을 터.

참 사람들 양심도 없다.
남을 죽이면서 나는 털끝하나의 위험에도 처하지 않겠다,
최대한 멀리서 죽여 비명도 듣지 않겠다니.
드론들에게 드론을 보내고 싶어진다.

그와중에도 희망이 느껴지는 건
전 세계에서 찾아와 함께 있어 준 사람들.
지붕에 희생된 아이들의 사진을 붙인 것이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으면 좋겠다.

EIDF 2015 후기

2주간 즐거웠다, EIDF가 아니었다면
찾아보지 못했을 재미있는 영화들과의 만남.
몇 편 안본 상태로 궁금해서 시상식을 봤는데...
헐.
작년도 그렇고 제발 축하공연은 좀 빼는 게 어떨까.
입구 옆자리도 R석 같은 그 작은 장소에서
다큐멘터리 영화제와는 아무 상관 없이
한류의 냄새라도 좀 풍겨보겠다는 안 어울리는 공연시간은
앉아서 보는 사람이나 공연하는 사람이나
그 모두의 그 불편함이
모니터를 뚫고 생생하게 전해진다.
-그래서 그동안은 딴짓함.

그리고
그 여러 편 중 진짜 맘에 안 들던 아주 소수의 영화 중 한 편이 상을 받았는데
그 영화를 제외하고도
수상작들은 공통점이 있다.
전부 다 아주 개인적인 화제에 집중한다는.
사회나 정치나 세상과는 아무 상관없이.
그러고 보니 작년의 화제작 다이빙벨은 후보에도 없었네.
작년의 홈스는 불타고 있다-처럼 워낙의 압도적인 한 편이 없긴 했지만
올 해는 수상작이라도 더 보고 싶어지도 않는 정도이고
오히려 초대작들이 더 호기심을 끈다.
스페인어 배우면서 티타임은 한 번 봐야지..생각했지만.
노르웨이 영화가 많았던 것도 특징.

이번 EIDF에서의 제일 큰 수확은 Dbox를 알게 된 것이다.
다큐전용상영관이라 맘에 든다, 보고 싶은 영화도 좀 있고.
하지만 무료 공개기간 끝나면
흡연장면 모자이크 처리했던 것 같은 TV의 흔적은 지워주셔야지?

EIDF 2015|발레 보이|Ballet Boys|2014


케네트 엘베바크  Kenneth Elvebakk|73분|노르웨이

주섬주섬 주워 읽은 얘기들이 있었다.
비보이였다가 성공적으로 발레로 정착한 무용수,
뒤늦게 발레를 시작했는데 별 무리 없이 주연 무용수가 되었다든가,
발레리노들의 주요 역할이 발레리나들을 들어올리는 거라는 얘기 등등. 
그래서 발레리노들의 세계는 경쟁이 별로 치열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어딘들 열심히 하려는 사람들 사이에 경쟁이 없겠어.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춤을 추지는 않겠다는 쉐르게이의 한마디가
기특하게 와닿았다.

쉐르게이는 인종차이를 얘기하는 대목에서도 느낌을 남겼는데
한 사회의 성숙도를 얘기할때
성인이 아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게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
어른들은 아닌 척하며 믿고 싶은 방향으로 묻고 가는 것을
유일하게 예리하게 느끼는 시기가
바로 이 때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발레라는 아주 특별한 분야의 이야기였지만
역시나 교육을 생각하게 된다.
MOOC의 수업을 들으면서 감동한 적이 몇 번 있다.
대부분 유학생이 많은 학교들이라 경험이 쌓여 그랬을 수도 있지만
온라인이고--찾아가 항의할 수 없는 물리적인 환경,
선발과정 없이 신청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학생탓 하기 쉬운 조건에
심지어 무료인 수업인데도
끊임없는 학업독려,
그리고 무식에 좌절하지 않도록
학생들이 모름직한 것들에 신경 쓴 구성과 도움,
학생들의 제안사항을 반영하는 소통구조 때문이다.

징글징글한 경쟁력을 배경 삼아
교육과정에 맞을 수 있는 학생들을 뽑겠다며
입시지옥 생존자들의 수학능력을 평가해서 선발하고도
모르면 니가 바보-주의를 고수하는
한국의 교육기관들을 생각해 보면
재능만 아니라 몸의 능력치까지 꼼꼼히 지켜보지만
선발 후에는 냉동실에 보관할 음식의 분량까지 일대일로 설명해주는
정말로 학생의 발전에 대한 관심과
그 관심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멋져보였다.

언젠가 공연을 보게된다면
무척 반가울 세 얼굴.

EIDF 2015|시네마: 퍼블릭 어페어|Cinema: A Public Affair|2015

elangelexterminador.com.ar/17o-bafici-joao-benard-da-costa-outros-amarao-as-coisas-que-eu-amei-cinema-a-public-affair/
 타티아나 브란트루프  Tatiana Brandrup|100분|독일

너무 오랜만이다. 
영화박물관이라는 곳-을 책임지던 나움 클레이만-이 들려주는
조심스럽고 설레며 기대가 생기는 영화에 대한 느낌같은 것.
언제부터인가 
존재한 적도 없는 것처럼 잊고 있었던 
예술로서의 영화를 다시 만난 깜짝스런 경험이었다. 
나움 클레이더만이
세계의 변화로 시작해 비폭력과 자립을 화두로
전함포템킨을 소개할 땐
-결국은 아직도 못 본 영화지만-
한때
지하철 정액권과 필름보관소 회원증으로 하루를 보내던
평화로우면서도 지루하지 않았던 백수시절이 생각났다.
키노를 뒤적이며 영화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풀고 싶어하던 때의 공기가
슬쩍 지나가는 것도 같았다.

좀 모순같은 게
꽤나 친미를 표방하는 한국의 보수정권들은
러시아의 현재를 닮았다.
시대를 거꾸로 가는 것 같은 영화박물관의 현재와 각종 규제, 낙하산의 폐해는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것과 똑같다.
영화박물관의 부관장이 
독립을 기뻐하는 구 소련 연방국들의 기쁨 같은 건 아랑곳없이 
구소련인을 회고할 땐 좀 이질감이 느껴졌지만
아무튼.
러시아는 좀 궁금한 나라이다.
전에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피아니스트 에밀 길렐스가 군부대에서 연주하는 동영상을 본 적 있는데 
소녀시대 같은 허벅지도 아니고, 엉덩이춤도 아니고
중년 피아니스트의 피아노 독주 공연에 환호하며 앵콜을 청하던 젊은 군인들이 신선했었다.
고다르의 초기작이 인기가 많다는 얘기라든가
씨네마테크 분위기일 게 뻔한데도 꽤 큰 극장이 꽉 차있는 상영행사장 풍경이나,
40분 짜리 영화를 보고 두 시간을 토론하는 분위기라니
이 또한 놀랍지 아니할 수가...

푸틴 시절이라는 게 결정적인 안타까움이지만, 
러시아 가고 싶다......

나움 클레이만의 두 마디.
숙명론은 사람을 (원시 시대의)노예로 만든다.
사라진 십일계의 열한번째 계명은 '두려워 마라'.

적은 보수지만 다들 서로의 소중함을 알고 능력을 인정하며
무능한 조직과 운영에 반발해 전원이 사표를 내는 직장.
세계 최고 멋진 직장인 것 같다.
이들에게 이 직장은 일을 하는 곳이 아니라
각자의 예술을 구현하는 곳이었던 듯.

영화와 영화를 사랑한 사람들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하는 영화 또한 이상적이지 아니한가.

EIDF 2015|월스트리트의 예언자|The Forecaster|2014


마르쿠스 베터  Marcus Vetter|94분|독일


과거의 자료들을 토대로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적중률이, 그것도 돈벌이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99%라면
추앙받아 마땅하겠지.
그렇다 하더라도 그가 겪은 사건들은
어떻게 보면 피해망상가의 항변 같기도 한데
그러기에는 너무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의혹이 이는 일들은 의혹의 강도가 의심과 비례하기에
마틴에 대한 많은 의혹은 꽤
그럴듯하다.
법정모독죄 7년 징역이라니....

어쨌든 그는 12년의 어둠을 견디고 다시 세상으로 나왔다.
예언자로서의 그의 실력은
http://www.armstrongeconomics.com
에서 볼 수 있을 것..
 
여전히 신기하다.
일어난 일들에 꿰맞추는 것이 아니라
정말 예언이 가능하다는 것이.

EIDF 2015|스위스 비밀계좌를 팝니다|Falciani's Tax Bomb - The Man Behind the Swiss Leaks|2015

http://www.polarstarfilms.com/en/news.php
벤 루이스 Ben Lewis|90분|독일/스페인

전 세계 조세회피 계좌들을 폭로한
팔치아니라는 은행원의 거대한 리스트.
유럽에서 터진 사건이니
바로 세상이 뒤바뀔 것 같았는데
의외로 유럽에서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유는 불법자료를 의회에서 받아들일 것인가-때문이었는데
유럽도 다 같은 유럽이 아닌지라
어떤 유럽에서는
친척들의 이름을 발견한 유력인사가 리스트를 좀 손 보느라 시간이 지체되기도 하고
생각보다 많은 선진국들에서는
세금 좀 더 걷은 것에 의미를 두고
죄를 묻지 않기도 했다.
익숙한 풍경이다.

역시나 국익을 위해서는 물불 안가리는 미국이 나서서
초국가적 권한을 '합법적'으로 행사하는 총대를 멨고
그에 뒤지기 자존심 상하는 유럽국가들이 나서서
몇 년의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합법적인 제도를 만들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전 세계권에는 못 들지만
우리나라에도 삼성떡검리스트나 성완종리스트, 장자연리스트
내부고발자들의 정의감은 그 못지 않았는데
처리되는 과정을 보면
정말 비교가 된다.

팔치아니의 리스트에 한국인들도 있을테고
그 사이 남들이 나서준 덕에 합법적인 길도 열렸다지만
그렇게나 나라사랑을 부르짖는 대한민국 정부는
아무 관심이 없다.

팔치아니가 애초에 기밀 서류를 복사한 의도는
별로 순수하지 않은 것 같고,
어찌보면 한 유능하고 야심찬 개인의 대활극처럼도 보이지만,
이러저러 난관에 부딪히며 그가 선택한 결론도,
그로 인해 시작된 변화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내부고발자에게 추징금의30%까지 지급한다는 미국의 호탕주의.
그것은 아마도 정치인들의 자신감과 비례할 것이다.

사기업의 폐해에는 이렇게나 파격적이면서
줄리언 어센지와 에드워드 스노든을 세계유랑민으로 만들어버린
그 정치색을 생각하면
대체 정치가 뭐길래...싶다.

불법이 창의적이라는 말이
거짓말이 창의적이라는 말과 겹치면서
예측하기 어려운 창의성을 앞지르겠다는 의욕을 불태우느니
명백히 드러난 불의를 단호하게 처단하는 것에 집중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어진다.
 
세상의 모든 내부고발자들에게 축복을!

EIDF 2015|수메 - 혁명의 사운드|Sumé – The Sound of a Revolution|2014

 이누크 실리스 회아이  Inuk Silis Høegh|73분|덴마크/핀란드
포스터, 멋지고 시원~하다!


록의 정신을 거창하게 얘기할 것도 없이
떠나본 사람들이 더 빨리 각성하게 되는 현실.
그린란드어 시간이 있었다는 덴마크 식민지 시절
프로코하렘의 셍연주에 맞춰 '부르스'를 추고
수메의 노래에 맞춰 흔들어대던 그 시절 공연의 풍경이라니^^

살기 척박한 땅을 그린란드라고
살기 좋은 땅을 아이슬란드라고 이름지은 이유가
모르는 사람들을 오해하게 만들어서
욕심 못내게 하려는 심산이었다는 얘기가 생각났다.
아직도 인구 6만을 넘지 못하는 그린란드에서
마을 하나를 비워버릴 정도라면 어마어마한 사건이었을텐데.

아직 그때의 얼굴이 남아있는 말리크 멋있었다.
신기하게도 폭발력을 가진 음악가들 중
굉장히 내성적인 사람들이 있다.

그외에
이누크, 말리크...
이름들 너무 멋있다

밴드의 정치색이 싫었다는 멤버는 국회의원이 되었고
사람들을 각성시키고 싶었다는 멤버는 음향기사가 되었다는 자막은 반전.


EIDF 2015|시를 파는 소년|Poem of the Day|2015

http://www.eidf.co.kr/dbox/movie/view/142
요우디드 카베지  Youdid Kahveci|29분|독일

자기 앞의 생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기분,
정확히 무슨 종목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감당할 수 없는 고지서 대금을 놓고 고민하는 아멜리아와
그녀를 돕고 싶어하는 이웃집 소년 케빈의 이야기.

굳이 책을 읽어주겠다는 건
구걸은 하지 않겠다는 마음일 것이고,
알고보면 케빈은 책을 썩 잘 읽지도 못했는데
아마도 책을 좋아했거나
어쩌면 책을 읽는다는 것이
학교도 안다니는 케빈의 자부심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우연한 폭소 포인트는
아버지뻘 손님에게
총을 훔쳐 사고치고 도망가버리겠다는 대목을 읽는 장면^^
아멜리아는 끝까지 대답하지 않았을까...

다큐라는데 영화 같은, 짧은 시같은 영화였다.

EIDF 2015|행성, 지구|Planetary|2015


가이 리드  Guy Reid|85분|영국

분위기는, 다큐멘타리란 이런 것이다-스러운데
내용은 신흥종교의 탄생 같기도 하고
지구가 지구를 바라보듯 시작했지만
사람들 속에서는 결국
철학없이 명상으로 마무리해버리는 듯한
허전한 마지막.
뭐지-? 싶었던 사진은
미국 원주민 한 부족의 지도자가 의식을 행하는 장면.

EIDF 2015|먹을래? 먹을래!|Just Eat It: A Food Waste Story|2014


http://www.foodwastemovie.com/
 그랜트 볼드윈 Grant Baldwin|75분|캐나다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렇게나 많이 버리고 있다니...
내가 생각했던 건 먹다 남은 음식 정도였는데
밭에부터 시작되는 버리기 절차는
선별 공장에서
판매장에서
구매자의 냉장고에서 
식탁에서
모두 어마어마했다.

설마 우리나라도 저럴까 싶게 
아예 진열대 몇 개를 털어낸 것 같은 
포장도 뜯지 않고, 유효기간도 남아있는 음식들.
계속 비난의 목소리를 들은 다음이긴 해도
사실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같은 값이면 제일 멀쩡하고 제일 유효기간이 긴 것을 사고 싶고,
싼 값이어도!
갈등은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식품안전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이다보니
아마 저렇게 버리기 전에 누가 주워서 
스티커 고쳐서 팔고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
한동안 밤에 장을 보게 되면서 
밤이면 신선식품들의 가격이 싸진다는 걸 알게 됐는데
처음엔 웬지 돈 버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가
몇 번이 되니 
뭐랄까, 웬지 좋은 시절 다 보낸 기력 없는 것들만 주워먹는 것 같은
슬픈 느낌--;;이 들어서 
그다지 열광하지 않게 됐다.
사실 몇 시간의 차이일 수도 있는 건데
이런 우울증 환자 같은 생각에까지 이르고 보니
이 다큐멘터리가 정말 남의 일 같지 않다.

하지만!
나는 이미 이들의 제안 중 여러가지를 하고 있는 걸?
난 장보기 목록도 짜고, 
먼저 먹을 것도 빼놓고
-이것도 계속 되면 
내가 냉장고에서 음식물쓰레기통으로 가는 통로 같은 생각이 들때도 있다-
있는 걸로 먹을 걸 만들때도 많으니깐.
특히나 내가 만든 음식은거의 버리지 않고 
사놓은 재료를 버린 적도 별로 없는데 
하필 지난 주에 버린 국산 고사리가 생각나서 속이 쓰리다......
한때 음식 남기지 않기를 철칙으로 삼았으나
이게 내적동기 없이 그냥 어려서부터 
쌀은 한톨도 버리면 안된다고 들은 게 거의 족쇄같이 남아있던 거라
누군가가, 뭐하러 꾸역꾸역 힘들게 다먹냐-고 하는 순간 
와르르 무너진지 어언 몇 년이었는데
역시 다 먹는 게 편하겠다 싶다.

신선한 도전이었고
일단 굉장히 재미있었다.
특히 그 이쁜 복숭아들이 '폐기' CG스티커를 붙이고 데굴데굴 굴러오는 건
안타깝기도 하면서 너무 귀엽지 뭬야...!
돼지농장 할아버지의 놀라운 재활용 정신과 사업수단은 멋졌지만
아...그 음식물쓰레기를 능숙하게 휘휘 젓는 손길에 난 그만 오바이트 쏠림 ㅋㅋ   

몰랐던 것 알려주고
할 수 있는 일도 갈쳐주고-이상적인 다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