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Cart|2014


영화가끝난 뒤 올라온 자막은
일산 홈플러스의 뒷얘기를 떠올려 주었다.
까르푸가 홈에버로 바뀌며 직원들이 해고되었고
이랜드가 홈에버를 인수하면서 해고문제를 방치했다가
그나마 홈플러스가 인수하면서
노조간부들이 복직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나머지 직원들이 복직되었던 곳.
그 뉴스를 보고 한 번 가봤던 그 '마트'의 직원들은 유난히 친절했다.

솔직히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선-악이 명확한 구도에서
굳이 그 그지같은 인간들에게 당하는 힘없는 사람들.
힘이 없어서
배신을 하고 제 살길을 찾아간대도 다 이해해줘야할 것 같은 사람들의 모습이 예상됐고,
싸움을 알았을때나 지금이나
나의 지지가 무슨 도움이 될까 싶어서.

카트가 넘어선 지점은
배신이 없어도 넘지 못하는 산의 높이와
배신을 해봤자 끊어질 수 없는 연대였다.
아쉬움이라면
이 모든 사람들이 '목숨걸고' 싸우고 있음을 강조하는 것 뿐인데.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이 그렇듯 노동에도 치별이 없었으면 한다.
수학여행비를 벌기 위해서든
병든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든
노동의 가격은 노동자가 아닌 노동을 기준으로 해야한다고 얘기해줬으면 좋았을 걸 싶다.
생각해보면 웃긴 일이다.
삶을 위해 생긴 일터들이
사람들 다스리게 된다는 것 자체가.
그런데 거기에 더해 온갖 원가절감 방식을 사람이 사람에게 쓰고 있다.
부지영이 그 생각을 안 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아마도 그 지점이 상업영화로 넘어서는 문턱이었겠지,

하지만 이야기의 강렬함을 넘어서는 인상깊은 장면들과 이야기의 흐름은
재미있었다.
몰래 카메라 같은 앵글로 시작하는 마트직원들의 모습,
힘이되어 줄 것 같았던 노조위원장의 인간적인 자폭,
그리고 엔딩.
강렬한 불만이라면
좀 ^&&%%&했던 음악...?

연대를 막는 것은 '특정화'과정이다.
나보다 못해보이는 형편에 대해 동정하기보다는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없는 것들을 하는
무식한 집행에 대해 의문을 품고 도전해야 한다.
그래야 열심으로 복종하는 사람의 노동과
필요한 만큼의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의 노동이
노동으로 연대할 수 있다.

감동의 염정아.
평범한 찬사는 그녀의
화장기 없어 표정이 드러났던 얼굴이었지만
회사의 알바 투입을 알리려 달리던 그녀는
정말 절박하고 서툴러 보였다.

'미스터 고'에서 같은 우정출연일 줄 알았던 김강우.
정말 못하는 게 없으시다^^
편파적으로 멋진 남자.

편의점에서 알바해본 적 있는데
그때의 시급은 기억나지 않지만
태영이가 백룸에서 라면쓰레기 버릴 때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하필이면 그 장면을 보여주는 부지영의 선택. 
그 좁은 자리에서 편의점 안주와 안팔리는 술을 모아 회식하던 재미도 생각나지만....
 
별로 지킬 것 없이 살고 있지만
늘 뭔가를 지키기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신념,
특히 그것이 연대에 뿌리를 두었을 때는
더더욱 큰 존경심이 생긴다.
나는 늘 존경심을 가지고 지지하지만
이런 지지도 보탬이 되기는 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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