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립|Flipped|2010


어린애 둘 나오는 영화를 이렇게 몰입해서 보게 될 줄이야....
참 특별한 첫사랑이다.
모두와는 다르겠지만 하나쯤은,
혹은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바로 그 때의
그 기억과 닮았을.

그래도 좋아-였던 줄리와
왠지 싫어-였던 브라이스의 콩당콩당 첫사랑 이야기.
화면속에서 오래전에 사라진 것 같은 1960년대의 미국이 배경이다.
브라이스네 누나 머리모양을 보는데 갑자기 백투더퓨처 생각이^^

 수박냄새가 좋았다는 줄리
베니와 준에서도 준을 돌보더니 
이제는 남동생을 돌보는 착한 형이 된 에이단 퀸
부부싸움 후 각각 어린 딸을 찾아와서 하던 얘기들: 
아이를 존중한다는 건 이런 것이겠지.

줄리가 아빠를 따라 요양원에 있는 정신지체장애인 삼촌을 만나고 오면서
가족임을 실감하는 모습을 보는데
얼마 전 끝난 일드 아임홈의 마지막이 겹쳤다.

관계란 손에 닿아야 하는 것임을.

편견에 사로잡힌 브라이스의아버지,
-아마도 하고 싶던 음악에서의 좌절이 깊은 상처로 남아있는 듯한
모자라도 최선을 다해 마음은 지켜가는 줄리네 아빠,
'지혜'가 생각나게 해준 할아버지,
조용히 할 일들 하시는 엄마들.
첫사랑을 둘러싼 두 가족이야기랄까.
이런 귀여운 영화의 감독이 로브 라이너라니.
더 반갑지 아니한가...!

 드디어 생각났다-브라이스네 엄마 힐러리 닮았다^^

나의 절친 악당들|Intimate Enemies|2015(본의 아닌 스포)

어쩌지, 나 하나도 안 놀랐음...

임상수와 류승범의 영화가 일주일도 안되서 심야반으로 쫓겨나다니...
어쩔 수 없이 좀 떨어진 극장을 찾아가서 봤다.

뭐래...
하수인들 잘라버릴때까지는 분해서 잠이 안오고
그거라도 잘라버리고 나니
눈 앞에서 원흉을 놓치고도 해피한거야? 그런거야?
'회장님'에게도, 시키는 대로 사는 노비들에게도, 거기에도 못끼는 딱한 것들에게도 
공평하게 다 X같은 세상에서는
복수도 찌질해진다는 나름 냉철한 진단이신지.
이왕 내지를 거면 갈때까지 갈 수 있는 비책을 장만한 뒤에 영화를 만들었어야지.
시원하려다 짜증남.

그래도...
승범도 승범이려니와
지누 같은 남자는 맘에 쏙 듦.
임상수는 이번에 좀 실망이지만
지누때문에 못 버리겠네 ㅋㅋ

주연배우 못 벗길때
대신 조연배우 막 벗겨대는 감독들 정말 재수 없었는데
임상수의 예의도 맘에 든다.

그러나...
저열한 인격에 저렴한 욕은 잘 맞는 짝이라해도
하는 사람은 시원할지 몰라도
듣는 욕은 좀 많이 피곤했다.
김주혁 진짜 욕.봤.다.

웬지 풍기던 무국적 영화의 스멜...
ㅎㅎㅎ역시나 투자책임자가 외국인.
한국사람 돈으로 만들었다면
야반도주해야했을지도^^
이상하게도 이번 영화는
누구 보라고 만든 영화라기보다는
만들고 싶은대로 만든 영화같은 느낌이 들었다.
신나게 만들고 본인도 별로 여러 번 봤을 것 같지 않아.

시키는대로 한 죄...
'돈의 맛'에 이어 또 한마디 툭 던지고 가시네.
하지만 이번엔 이미 깨달아버린 다음이었다우.
그런 걸 이런 영화로 만들 줄은 몰랐지만.
암튼 니들만 해피하고 보는 나는 안 시원한 마지막.
꼭 죽여야 맛은 아닌데 암튼 그렇다고....

참 또 하나 찝찝한 거.
예고편 하나에 쓰인 음악이
Smells like teen spirit의 분위기를 그대로 따왔다.
마디는 비껴갔지만 난 표절로 판정.
이건 진짜 실망.

카트|Cart|2014


영화가끝난 뒤 올라온 자막은
일산 홈플러스의 뒷얘기를 떠올려 주었다.
까르푸가 홈에버로 바뀌며 직원들이 해고되었고
이랜드가 홈에버를 인수하면서 해고문제를 방치했다가
그나마 홈플러스가 인수하면서
노조간부들이 복직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나머지 직원들이 복직되었던 곳.
그 뉴스를 보고 한 번 가봤던 그 '마트'의 직원들은 유난히 친절했다.

솔직히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선-악이 명확한 구도에서
굳이 그 그지같은 인간들에게 당하는 힘없는 사람들.
힘이 없어서
배신을 하고 제 살길을 찾아간대도 다 이해해줘야할 것 같은 사람들의 모습이 예상됐고,
싸움을 알았을때나 지금이나
나의 지지가 무슨 도움이 될까 싶어서.

카트가 넘어선 지점은
배신이 없어도 넘지 못하는 산의 높이와
배신을 해봤자 끊어질 수 없는 연대였다.
아쉬움이라면
이 모든 사람들이 '목숨걸고' 싸우고 있음을 강조하는 것 뿐인데.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이 그렇듯 노동에도 치별이 없었으면 한다.
수학여행비를 벌기 위해서든
병든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든
노동의 가격은 노동자가 아닌 노동을 기준으로 해야한다고 얘기해줬으면 좋았을 걸 싶다.
생각해보면 웃긴 일이다.
삶을 위해 생긴 일터들이
사람들 다스리게 된다는 것 자체가.
그런데 거기에 더해 온갖 원가절감 방식을 사람이 사람에게 쓰고 있다.
부지영이 그 생각을 안 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아마도 그 지점이 상업영화로 넘어서는 문턱이었겠지,

하지만 이야기의 강렬함을 넘어서는 인상깊은 장면들과 이야기의 흐름은
재미있었다.
몰래 카메라 같은 앵글로 시작하는 마트직원들의 모습,
힘이되어 줄 것 같았던 노조위원장의 인간적인 자폭,
그리고 엔딩.
강렬한 불만이라면
좀 ^&&%%&했던 음악...?

연대를 막는 것은 '특정화'과정이다.
나보다 못해보이는 형편에 대해 동정하기보다는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없는 것들을 하는
무식한 집행에 대해 의문을 품고 도전해야 한다.
그래야 열심으로 복종하는 사람의 노동과
필요한 만큼의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의 노동이
노동으로 연대할 수 있다.

감동의 염정아.
평범한 찬사는 그녀의
화장기 없어 표정이 드러났던 얼굴이었지만
회사의 알바 투입을 알리려 달리던 그녀는
정말 절박하고 서툴러 보였다.

'미스터 고'에서 같은 우정출연일 줄 알았던 김강우.
정말 못하는 게 없으시다^^
편파적으로 멋진 남자.

편의점에서 알바해본 적 있는데
그때의 시급은 기억나지 않지만
태영이가 백룸에서 라면쓰레기 버릴 때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하필이면 그 장면을 보여주는 부지영의 선택. 
그 좁은 자리에서 편의점 안주와 안팔리는 술을 모아 회식하던 재미도 생각나지만....
 
별로 지킬 것 없이 살고 있지만
늘 뭔가를 지키기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신념,
특히 그것이 연대에 뿌리를 두었을 때는
더더욱 큰 존경심이 생긴다.
나는 늘 존경심을 가지고 지지하지만
이런 지지도 보탬이 되기는 하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