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시즌3 6화|the Newsroom Seson 3 EP06 What kind of day has it been|2014

총알탄 자막이 없어 훌렁훌렁 보느라 포스팅을 미루는 사이
어느덧 마지막회.
찰리 스키너의, 찰리 스키너에 의한, 찰리 스키너를 위한 마지막회를 보고
더이상은 참을 수 없다.
모두의 빅맨, 찰리에게는 명복을 빌기보단 안부를 물어야할 것 같다.
눈물 흘리는 사람은 아무도 등장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찰리의 빈자리를 느끼며 그리워하고
그 장례식에 찰리가 온대도 그들 중 하나로 그럴듯하게 어울렸을 것 같은
멋진 장례식이었다.



며칠 전 미국무부 장관이 CIA고문보고서를 보도한 기자에게 내부고발자를 더이상 묻지 않겠다고 하던데, 설마 윌의 옥살이가 영향을 준 건 아닐까 생각해봤다.
예측 할 수가 없는 상황인데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
첫회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나는 뒤늦게서야 눈치챘던
'이 모든 것은 찰리의 계획'이었음을,
리오나 랜싱 여사는 생각보다도 더 멋진 사주였음도 알려준
친절하고 따뜻한 엔딩.
1-2 시즌에 비해 박진감(?)은 덜했지만
다 보고 난 지금 어느새 사람들은 성큼 다가와있어
헤어지기가 아쉽다. 


-주려고 챙겨놓은 게 있어요.
-스키너 부인.
-낸시라고 부르세요.
-낸시....꼭 말씀드릴 게...찰리는 저 때문에 심장마비가 왔을지도 모릅니다. 그랬을 거에요. 찰리가 보도하도록 시킨 뉴스가 있었는데 제가 안했거든요. 찰리가 굉장히 화를 냈고..그리고...
-프린스턴대 학생요?
-저요?...아, 네...
-찰리도 원하지 않았어요. 당신이 계속 대들길 바랬죠. 리오나가 프루이트에게 회사를 팔아치운 지난 몇 주간이 찰리에게 지옥이었던 건 맞아요. 하지만 자기에게
든다고 화를 내진 않았어요. 오히려 그게 의지가 됐죠. 찰리는 당신을 사랑했어요, 돈. 자랑스러워했구요. 당신 때문에 찰리가 그렇게 된 거 아니에요. 
하기 힘든 얘기였을텐데 말해줘서 고마워요. 그치만 상관없어요. 찰리가 살아있을 때 당신이 해준 게 더 중요하니까. 어쨋거나..좀 바보같지만, 이거 당신이 가졌으면 해요.   

마지막 회에 이르러
닐은 귀향살이를 끝내고 돌아왔고,
찰리가 떠난 빈자리를 빼고는 모두가 같은 자리에 선 마지막 방송을
윌이 시작했다.


기묘한 감옥체험이었지만 윌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얻었고,
슬로안은 윌 이상의 결단력으로 윌의 빈자리를 화끈하게 해치웠고,
돌아온 닐도 단 몇 분 만에 복구작업에 착수했다.
백악관을 드나드는 현장기자를 선택한 매기의 앞날도 궁금하고
첫사랑(!)에 빠진 짐의 연애가 이번에는 괜찮을지,
생각보다 오랜 역사(?)가 있었던 슬로안의 러브라인도 안녕하길.
돈은 슬로안의 사랑을 받을수록 멋져지는 느낌^^


-정말 고마운 말이지만...면접은 보러 갈래.
-왜?
-현장취재를 하고 싶어, 워싱턴에서. 백악관 출입도 하고.
-내가 널 추천했고 널 떠나보내려는 속셈이라 속상한 거라면...
-아냐.
-그럼 왜 여기 프로듀서 자리가 싫은건데?
-현장취재가 하고 싶다고. 워싱턴이야, 백악관출입도 하게 될. 아까 안들었어?
-됐어.
-됐다니?
-같이 보낸 3일이 별일 아닌 게 아니었어. 며칠인지는 안 중요해. 나도 맨 정신이고, 그건 그 이상이란 말야.
-내게도 그래.
-정말?
-그냥 그렇게 내뱉은 것 뿐이야.
-여기 있는 거지?
-아니. 나 워싱턴 면접 볼거야, 왠지 알아?
-금요일 방송끝나고 마지막 비행기 타서 월요일 첫비행기로 돌아오지 뭐.
-내가 가끔 뉴욕으로 올수도 있고.
-아니면 뉴저지 중간에서 만나고.
-맞아.
-그래.
-장거리 연애 많이 해봤어?
-응.
-잘된적 있어?
-전혀.
-이번엔 뭐가 달라질건데?
-그땐 사랑했던 게 아니니까.
-잠깐, 뭐?

-뉴스나이트 안한다고 했다며?
-응. 더 적게 벌면서 28만7천시청자들이 보는 프로를 할 수 있는데 왜 110만 시청자들이 보는 프로를 하나?
-그렇다치고, 왜?
-나아지고 있으니까. 좋아지는 중이니까.
-그동안도 좋았잖아.
-다음분기엔 28만8천 시청자가 볼거야. 두고 봐.
-우린 다시 자리 잡은 거네.
-응. 네가 찰리를 해치운 거 빼면.
-농담이라도...재미없어. 찰리가 평생의지에 반해서 신념 없는 일을 위해 말그대도 죽도록 싸웠는데, 다들 아무렇지도 않은걸까?
-프로이트가 너랑 맥을 해고하려고 했을때 갑자기 찰리의 신념이 된 게 뭔지 우리 다 봤잖아.
-찰리가 보고 싶어.
-저기. 낸시가 네가 가졌으면 한다며 뭘 줬어.
-뭔데?
-몰라.
 
헐....짐의 퐝당한 첫사랑 고백.
옛 여친들에게는 참으로 '찢어죽이고 말려죽이고 싶은' 발언이자,
레전드급 환상특집고백 등극.
그래도 1-2시즌과 달리 매기가 여전히 괜찮아 보이는 걸 보니
아무래도 시즌3의 최대 수혜자는 매기.
참 어렵겠지만 신념과 도덕이 있는 기자로 쑥쑥 자라주길.
바람피우고 거짓말하고 뭐 그런 이유들 말고
신념이 달라 헤어질수도
신념이 같아 사랑이 깊어질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분 전에 드디어 제대로 된 뉴스를 했어. 어떻게 했는지 알아? 
우리가 그러기로 했으니까!
좌우명 삼고 싶은 멋진 말, We just decided to. 
.....하지만, 이 마지막 에피소드는 뒤늦게 알게 된 당신이 
그런 '우리'에 앞서 먼저 결심하고 많이 애썼음을 보여주네요...
안녕, 찰리....

다이빙벨|The Truth Shall Not Sink with Sewol|2014



세월호 초반에 외신과 함께 한 두번 봤던 고발뉴스.
다이빙벨이 투입이 생중계라는 것을 알았고, 혹시나 하는 희망이 있었는데도
긴 새벽을 뿌연 수중과 밤의 팽목항 구석 장면으로 버티지 못해 못 본 것이 아쉬웠는데
이렇게 종합편으로 만들어낸 이상호의 패기가 있어 다행이다.

서서히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오히려 절망적인 지금
도대체 영문을 모르고 죽어가던 수 백 명의 사람들과
가까이서 그들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안타까움이
아마도 뉴스 밖이었을 감정씬들에 알알히 새겨나오고 있었다. 
냉철하고 날카로운 기자도 좋지만
이렇게 지키고 싶은 것을 잃고, 뭇매를 맞으면서도, 멈출 수 없는 사람들의 곁에서 
함께 울어주는 기자도 한 명쯤은 있어 다행이다. 
이종인 멋있다. 

소년이 온다|한강|2014

그래. 초를 태우면 냄새가 없어지겠구나....도청에서 왔다고 하면 헐하게 주거나 그냥 가져가라는 사람이 많아 큰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초가 넉넉해서, 유족이 지키지 않는 관과 미확인 시신들의 머리맡까지 모두 밝힐 수 있었다.

....여태 초등학생같이 키가 안 자란 정대. 그래서 정미 누나가 빠듯한 형편에도 우유를 배달시켜 먹이는 정대. 정미누나와 친남매가 맞나 싶게 못생긴 정대. 단춧구멍 같은 눈에 콧잔등이 번번한 정대....

썩어가는 내 옆구리를 생각해.
거길 관통한 총알을 생각해,
처음엔 차디찬 몽둥이 같았던 그것,
순식간에 뱃속을 휘젓는 불덩어리가 된 그것,
그게 반대편 옆구리에 만들어놓은, 내 모든 따뜻한 피를 흘러나가게 한 구멍을 생각해.
그걸 쏘아보낸 총구를 생각해.
차디찬 방아쇠를 생각해.
쏘라고 명령한 사람의 눈을 생각해.

그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 잠든 그들의 눈꺼풀 위로 어른거리고 싶다, 꿈속으로 불쑥 들어가고 싶다, 그 이마, 그 눈꺼풀들을 밤새 건너다니며 어른거리고 싶다. 그들이 악몽에서 피 흐르는 내 눈을 볼 때까지. 내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왜 나를 쐈지, 왜 나를 죽였지.

 방학하는 날까지 그녀는 날마다 정류장 옆 공중전화 부스에서 도청 민원실에 전화를 걸었다. 분수대에서 물이 나와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제발 물을 잠가주세요. 손바닥에서 배어나온 땀으로 수화기가 끈적끈적했다. 예에, 의논해보겠습니다. 민원실 직원들은 인내심 있게 그녀를 응대했다. 꼭 한번 나이 든 여사무원이 말했다. 그만 전화해요, 학생. 학생 같은데 맞지요. 물이 나오는 분수대를 우리가 어떻게 하겠어요. 다 잊고 이젠 공부를 해요.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김진수가 더 많은 고통을 받았을까요.
  아니요, 나도 충분히 고통받았습니다.
  김진수가 더 잠을 못 잤을까요.
  아니요, 나도 잠을 못잡니다. 하루도 깊이 못 잡니다. 숨이 붙어있는 한 계속 그럴 겁니다.
  선생이 나에게 처음 전화를 걸어 김진수에 대해 물은 뒤 생각했습니다. 다시 전화를 걸어온 선생과 이곳에서 만날 약속을 잡은 뒤에도 생각했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왜 그는 죽었고, 아직 나는 살아있는지.

 나중에 알았습니다. 그날 군인들이 지급받은 탄환이 모두 팔십만발이었다는 것을. 그때 그 도시의 인구가 사십만이었습니다. 그 도시의 모든 사람들의 몸에 두발씩 죽음을 박아넣을 수 있는 탄환이 지급되었던 겁니다. 문제가 생기면 그렇게 하라는 명령이 있었을 거라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학생 대표의 말대로 우리가 총기를 도청 로비에 쌓아놓고 깨끗이 철수했다면, 그들은 시민들에게 총구를 겨눴을지도 모릅니다. 그 새벽 캄캄한 도청 계단을 따라 글자 그대로 콸콸 소리를 내며 흐르던 피가 떠오를 때마다 생각합니다. 

...저는 조합 활동을 적극적으로 못해요. 해고되면 안되거든요. 동생 학비도 보내야 하고, 언젠가 저도 공부를 할 거니까요. 의사가 되고 싶어요......사방에 흩어진 우리 신발을, 정미가 전부 모아서 노조 사무실에 갖다 놨대. 쪼그만 게 그렇게 서럽게 울더란다. 

 나중에 느이 작은형이 그러드마는. 총을 맞고 피를 너무 흘려서 네 얼굴이 그리 희었다고. 그래서 관이 가벼웠다고. 네가 아무리 덜 컸다고 해도, 그렇게 관이 가벼울 수는 없었다고. 그람스로 두 눈에 핏발이 서드라이. 이 원수는 내가 갚을랍니다. 그것이 뭔소리다냐, 깜짝 놀라서 내가 그랬다이. 나라에서 죽인 동생 원수를 무슨 수로 갚는다냐. 너까장 잘못되면 나도 따라 죽을 거이다.
 그라고 삼십년이 흘러가도록, 너하고 느이 아부지 기일에 그 자식이 가만히 서서 입다물고 있는 것을 보면 마음이 이상해야. 네가 죽은 것이 저 때문이 아닌디, 왜 친구들 중에 제일 먼저 어깨가 굽고 머리가 하얗게 세었을까이. 저것이 아직도 원수 갚을 생각을 하고 있단가, 생각하면 가슴이 내려 앉아야.

 특별히 잔인한 군인들이 있었던 것처럼, 특별히 소극적인 군인들이 있었다. 
 피흘리는 사람을 엎어다 병원 앞에 내려놓고 황급히 달아난 공수부대원이 있었다. 집단발포 명령이 떨어졌을 때, 사람을 맞히지 않기 위해 총신을 올려 쏜 병사들이 있었다. 도청 앞의 시신들 앞에서 대열을 정비해 군가를 합창할 때, 끝까지 입을 다물고 있어 외신 카메라에 포착된 병사가 있었다. 
 어딘가 흡사한 태도가 도청에 남은 시민군에게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총을 받기만 했을 뿐 쏘지 못했다. 패배할 것을 알면서 왜 남았느냐는 질문에, 살아남은 증언자들은 모두 비슷하게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들이 희생자라고 생각했던 것은 내 오해였다. 그들은 희생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 남았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을 어떻게든 전두환에게 읽힐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다. 지금도 그 자의 사면복권은 김대중의 월권이라 생각하지만, 정 그래야 했다면 최소한 자기 자신의 죄를, 그 모든 기록을 똑바로 보고, 최소한 며칠쯤은 그 원한을 온몸뚱이로 받아주게 했어야 했다.

그저 수백 수천의 희생자의 일부로, 실감나지 않던 그 삶, 한 명 한 명에게 이렇게 이름을 붙여주고 있는 한강. 소설 속에서 하나 하나의 죽음과 고통은 모두 다른 사람의 기억으로 남아 살아남은 자들의 죄의식과 슬픔을 전하며, 넋나간 채 직후의 애도시간을 잃어버렸던 그들과 갑작스런 통곡으로 공명하게 한다. 

책을 읽기 전엔 그냥저냥 들었던 한강이 출연한 팟캐스트를 다시 듣는데, 우리 모두의 중요한 역사가 어쩌다 한 지역의 한이 되어버렸다는 얘기, 이 책은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던 작가의 당부가 깊게 남았다.

*책말미 한강이 각별히 감사드린 자료집 목록
광주오월민중항쟁사료전집/한국근대사 사료연구소/풀빛/1990
광주, 여성/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후마니타스/2012
우리들은 정의파다/감독 이혜란
오월애/감독 김태일
5.18자살자-심리부검보고서/연출 안주식

인터스텔라(어쩌면 스포일러)|Interstellar|2014


보면서 내내 컨택트와 그래비티가 겹쳐보였는데
우주 하면 떠오르는 칼 세이건의 그림자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뭘 좀 알고 봐야한다길래 좀 찾아본
초끈이론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시각적으로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다 멈춰서는 장면이나,
시간의 상대성,
아버지와 천재과학자(가 되는) 딸의 관계의 유사점이 더 컸다.
시공을 넘나드는 것이 중력인지 사랑인지 결판을 내보자고
세 시간의 대 장정이라니.
게다가 타나토노트라는 소설이 마지막에서 그저 크게 놀란 주인공만 보여주고
그게 뭔지는 상상해내지 않은 작가때문에 황당했을 때처럼
아무 설명 없이 5차원을 겪고 블랙홀에서 빠져나온 주인공은
참 너무했다.

나의 의심은
놀란 감독이 다음 영화들을 위한 연습장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것...
아님 말구.
다크나이트 시리즈의 깊은 여운을 간직하고 있는지라앞으로의 기대까지 접지는 않겠다...

결국 그가 내 놓은 마지막 결말이란
예전에는 곧잘 4차원이라 부르던 것에 대한 상상을
놀란의 이름으로 5차원이라 정하고 그림으로 보여준 것 뿐이다.
게다가 그 탐험의 끝에서 그가 직접 얻은 지식이란
선택자가 자신이 아닌 딸이었다는 것 뿐,
그렇게 호의적이라는 '그들'이 왜 굳이 그런 개고생을 시켜가며
정보를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다른 은하계로의 여행을 준비했던 우주선에
사고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연료가 부족했거나
웜홀과 블랙홀을 떨어뜨려 놓은 설정에서
100년도 남지 않은 시간에 우주로 이사가야 한담서
굳이 그저 미지일 뿐인 블랙홀 주변의 행성으로 답사를 보낸 것도
이해가 안간다.
어차피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새로운 인류 창조를 위한 플랜B가 속뜻이었다면
굳이 서두를 필요도 없었잖아, 지구가 언제 망하든 탈출할 소수는 있을텐데.
저항하라는 시를 읊으면서 거짓말을 하는 노과학자라니, 웬 허세? 
게다가 예기치 않은 골동품,
설마 맷 데이먼이? 하고 의심스러웠던
요즘은 거의 멸종된 줄 알았던 1차원 악당의 등장이었다.
본격적인 분노게이지가 상승하던 지점.
신뢰가 거의 바닥이던 쿠퍼 남매의 극적인 화해도 그렇다.
아빠 얘기 한 마디와 포옹으로 다 끝?
장난하냐....
되게 사소한 걸로는 우주복.
그래비티에서는 그렇게 힘겹게 입고 벗던 우주복이
여기서는 거의 소방대원 방화복 수준이었다.
내가 모르는 깊은 뜻이 있었거나
미래에는 그 정도의 신소재가 개발되었다고 믿어야겠지만 어쨌든 싼티.
내내 감정선을 지배하려들던 음악도 거슬렸고.

보고 감동을 받았다는데
거기다대고 어디가 왜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를 따져묻는 건
바보같은 대화-라고 부를 수는 없는 게 될 수도 있는-가 되기 십상이다.
남들이 설레발을 치건 말건 아마도 보고 싶었던 마음이 조금은 있었을테니
원망할 것도 없고.
그러니 세시간이 지루하지않게 감동을 받은 관객들을 그냥 부러워하는 걸로.
그러나... 
큰 화면을 보라고 해서 아이맥스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서
저렴한 조조가 아닌 굳이 아이맥스를 선택하여 본 보람은 별로, 아니 전혀 없고
(아이맥스로 볼만한 장면보다는 드라마장면이 훨씬 많은데다가
일산 CGV 아이맥스의 사운드는 거의 재앙이다..!)
마지막의 30분, 그것도 아예 끝은 황당하기까지한 이 이야기를 위한
2시간 반의 설레발은 내겐 무척 과했던 당신.
초반에 좀 졸다가 뒷부분을 전혀 자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76% 신뢰수준의 분노와 짜증 때문이라고나 할까...

또 하나 의심은
유명 감독의 화제작 치고는 엉성했던 번역.
자막은 있었으나 없었던 것처럼
뭔가 훌러덩 본 느낌?
나의 무식 때문만은 아니었을 거라고 강력히 의심해본다...

계속해보겠습니다|황정은|2014

그게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렇게 가정하고 생각해보는 것은 조금 두렵다. 순자씨는 그 도시락으로 나나와 내 뼈를 키웠으니까. 그게 빠져나간 뼈란 보잘것없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구조적으로도 심정적으로도 보잘것없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대단하지 않아? 보잘것없을 게 뻔한 것을 보잘것없지는 않도록 길러낸 것. 
무엇보다도 나나와 내가 오로지 애자의 세계만 맛보고 자라지는 않도록 해준 것.
그게 그녀의 도시락이었어. 
다만 도시락.
그뿐이었고 그 정도나 되었으므로 대단히 대단하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당신이 상상할 수 없다고 세상에 없는 것으로 만들지는 말아줘.

이것은 몇번째 태몽인지 모르겠습니다. 수줍은 듯 일렁이던 달을 생각하자 묘하게도 가슴이 미어집니다. 그렇구나, 생각합니다. 가슴이 미어진다는 것은 이런 말이었구나. 여러개의 매듭이 묶이는 느낌. 가슴이 묶이고 마는 느낌. 

한편 생각합니다. 
무의미하다는 것은 나쁜 걸까.
소라와 나나와 나기 오라버니와 순자 아주머니와 아기와 애자까지 모두, 세계의 입장에서는 무의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의미에 가까울 정도로 덧없는 존재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소중하지 않은 걸까, 생각해보면 도무지 그렇지는 않은 것입니다. 

덧없어도 소중하다가 아닌, 덧없으니까 소중하다는 말은 아직 공감하지 못하겠는데, '도무지 그렇지는 않은 것'이라는 저 말은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게 된다.  
언뜻 보면 말장난 처럼 이래저래 말의 밥상을 차리는 것 같지만 죽 따라가다보면 거짓말 하기 싫은 사람의 정확한 표현을 만나게 된다. 흙으로 그린 동화같은 이야기.   
궁금함을 참지 못해 결국 책다방을 먼저 들은 뒤 책을 읽었더니...후회막급이다. 팟캐스트에서 들려줬던 인상깊은 구절들이 책에서는 방송 때만큼의 감흥을 주지 않았다. 그들을 직접 만날 기회를 놓치다니, 아깝다......! 

처음 제목을 들었을 때는 굉장한 의지가 담긴, 멈추지 않겠다는, 굴하지 않겠다는 '계속해보겠습니다'로 생각했는데, 소설속 '계속해보겠습니다'는 이어집니다, 끝나지 않았습니다-의 의미였다.

선언도 출사표도 아닌, 살아있고, 살아가겠다는 나즈막한 안내말씀.
그들의 행복이 참 든든하다.

백의 그림자|황정은|2010

삶이 고단해지면 그림자가 일어선다. 이야기는 주인공 은교가 자신의 그림자가 일어난 줄도 모르고 따라갔다가 연인인 줄도 몰랐던 무재의 부름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시작해서, 어느덧 무재의 그림자도 일어나버린 후지만 소박한 사랑을 이어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나름 귀여운 연애에 그림자빛이 감도는 이야기. 

빚을 지지 않고 살 수 있나요?
그런 것 없이 사는 사람도 있잖아요.
글쎄요, 하고 무재씨가 나무뿌리를 잡고 비탈을 내려가느라 잠시 말을 쉬었다가 다시 말했다.
그런 것 없이 사는 사람이라고 지칭하고 다니는 사람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조금 난폭하게 말하자면, 누구의 배도 빌리지 않고 어느 날 숲에서 솟아나 공산품이라고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알몸으로 사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자신은 아무래도 빚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뻔뻔하다고 나는 생각해요.
공산품이 나쁜가요?
그런 이야기가 아니고요, 공산품이란 각종의 물질과 화학약품을 사용해서 대량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라 여러 가지 사정이 생길 수 있지 않아요? 강이 더러워진다든지, 대금이 너무 저렴하게 지불되는 노동력이라든지. 하다못해 양말 한 켤레를 싸게 사도, 그 값싼 물건에 대한 빚이 어딘가에서 발생한다는 얘기에요.


무재는 여기서 원죄를 이야기 하고 있다. 깨닫기 전에 한 일이라도 죄없다고 말할 수 없다, 공산품에 대한 생각에서는 자본에 기댄 모든 생산은 부정한 과정을 겪는 게 필연이다-라고. 이 온화하고 소박한 남자가 나름 발끈하는 것 같은 이 대목은 잊고 있던 현실의 먹구름을 가리키는 손가락 같기도 하고, 마치 종교처럼 군림하고 있는 자본주의를 짚어주는 통찰같기도 했다. 

그림자는 보이잖아요?
보이지. 빤히 보이는 것을 두고 못 본 척을 하고 있으니 내가 직접 그림자가 있는 곳을 가리켜 보이며 그림자야, 그림자, 라고 말해도 말이야.
이렇게 살짝, 이라면서 여 씨 아저씨는 허공을 꼬집듯 왼손 엄지와 검지를 붙여 보였다.
얼굴을 찌푸리고 혐오스럽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기만 하는 거야.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나는 아무래도 좋은 거구나, 나 따위 그림자를 따라가더라도 상관없다는 거구나, 싶기도 하지  않겠어? 에이 썅, 따라가고 말아 버릴까, 싶어서.
따라가셨어요?
따라갔지. 그런데 그것도 잘 되지 않더라고. 목소리가 따라와.
목소리요?
차마, 차마, 하고 내 목소리가. 하여간에 십 리도 가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어. 어처구니가 없었지. 나라는 놈은 그림자도 따라가지 못하고, 하면서. 그 밤에 달이 얼찌나 밝은지 분화구가 다 보이고.
라면서 여 씨 아저씨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분화구 윤곽이 선명한 달이 뜬 밤에 구불구불 늘어진 그림자를 거느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여 씨 아저씨의 모습을 나는 생각해 보았다. 
여 씨 아저씨가 말을 이었다.


요즘도 이따금 일어서곤 하는데, 나는 그림자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야. 저런 건 아무것도 아니다, 라고 생각하니까 견딜 만해서 말이야. 그게 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가끔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맞는 것 같고 말이지. 그림자라는 건 일어서기도 하고 드러눕기도 하고, 그렇잖아? 물론 조금 아슬아슬하기는 하지. 아무것도 아니지만 어느 순간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닌 게 되어 버리면 그때는 끝장이랄까, 끝 간 데 없이 끌려가고 말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하여간에 말이지, 라면서 여 씨 아저씨는 서랍 속에서 드라이버를 꺼내 앰프 껍질에 꽂힌 나사를 돌리기 시작했다. 

 
여 씨 아저씨는 그림자를 따라나섰던 길에서 집으로 돌아왔다고 하지 않고 돌아갔다고 했다. 아직 마음이 다잡히지 않은 그림자가 남아있는 삶. 이 체험담은 모든 것이 마음 먹기 달렸다는 평범한 경구를 반복하면서, 본능적으로, 자기도 모르게 잡아끌었다는 목소리의 질긴 생명력을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이 대목이 강렬하게 와닿았던 건 저런 본능적인 담백하고 진솔한 여 씨 아저씨의 고백속에서 분화구와 달과 그림자와 여씨 아저씨를 주인공으로 수묵화를 그려 낸 은교의 상상에 대한 묘사였다.

그림자가 일어난 두 연인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랑하는 이야기.
그들 삶의 터전이
다른 작가들은 별로 쓰지 않는
내가 기억 속 느낌 그대로의
내가 가본적 있는 곳이어서 반가왔다.
서로의 말을 반복해주는 은교와 무재의 은교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심리상담 기법 중 '반영'이 생각났다.
상대의 말을 마치 내가 잘 들었다는 걸 확인시켜주듯 반복하는 것.
별 거 아닌 것 같은 이 대화법은
평소 충분히 존중받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큰 효과가 있다고 했다.

매력적인 소설을 읽고
그런 소설을 쓰는 황정은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어 즐거운 2014년이다.

PS1. 책 내용을 옮겨 적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띄어쓰기 어렵다!!!!!!
국어학자들은 띄어쓰기 시험보면 다 백점 맞을수 있을까?

PS2. 책의 끝에 이 소설을 읽고 기사도 정신이 발동한 신형철이 현실의 자명성, 불행의 평범성, 언어의 일반성, 윤리적인 무지, 연인들의 공동체라는 다섯 개의 제목을 붙여가며 이 소설이 잘못읽히지 않기를 바라는 자신의 소망 담아 쓴 정성담긴 서평이 실려있어서 놀랐다. 아니 이런 서평도 썼으면서 왜 문학이야기에 황정은이 안나왔던 걸까. 

양성원과 엔리코 파체 듀오 리사이틀

마티네공연의 학습효과인지
연주가 끝나면 양성원이 일어나서 설명을 해줄것만 같았다^^

마티네공연때 양성원의 첼로에 반해 갔던 공연.
양성원의 첼로는 
몸체에 갇힌 소리 실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하지만 자신있게 뽑아내는 것 같아서 매력적이었다.

엔리코 파체의얘기를 들어보면
양성원은 자유로운 곡해석을 한다는데
내 귀에는 두 사람 보두 모범생같았다.
자유로운 모범생인가...?

브람스, 슈만, 슈베르트
피아노곡으로는 완소하는 작곡가들인데
첼로 소나타는 확 와닿지 않았다.
유튜브를 검색해 다른 연주자들을 들어보니
브람스의 1번 소나타를 빼고는
곡들이 내 취향이 아니었던듯.
마티네때도 느꼈지만
양성원의 선곡은 나와 취향이 좀 먼 것 같다...

메디슨카운티의 다리와 만추|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1995 and Late Autumn 1981

어제와 오늘 EBS가 골라준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와 1981년 김수용 감독의 두번째 만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주인공 로버트의 말을 빌자면, 
평생 한 번 뿐인, 
그것도 아무에게나 오는 것이 아닌,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있는지도 모른다는 특별한 사랑의 이야기이다.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소설로 읽었던 매디슨 카운티의 모든 감동이 
비를 쫄딱 맞고 선, 
퍽 안쓰러운 클린트 이스트우드 할아버지의 강렬한 비주얼로 
한방에 날아가버렸던 안타까운 기억의 영화라서
딱히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데
나도 모르게 끝까지 보고 말았다.

로버트의 절절한 고백이 좀 닭살스러웠던 것은
그의 말의 간절함이 
보여준 간절함보다 컸기 때문이다.
그 특별한 운명의 사랑의 시들어감 보다는 
일상의 시들어감을 선택한 프란체스카의 선택이 이해가 됐다.
결국은 희생을 한 사람만이 공감도 얻을 수 있다는 
연애人들의 안타까운 선택.
순수의 시대에서의 다니엘 데이 루이스를 보는 것 같았다.

그에 비하자면 만추는 
그들의 선택은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끌렸고
어쩔 수 없이 헤어졌다.
다시 못할 재회를 약속하고 털어놓지 않은 남자의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그렇게 잊어달라는 고전적인 배려가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다음주는 탕웨이의 만추던데 혹시 지난주엔 오리지널 만추를 해줬던 걸까?
놓쳤다면 아쉽네....


김혜자와 정동환이라니...멋진 조화.

이미 치열하게 다쳐도 보고 지쳐도 본 여름을 지나
바람부는 계절에 만난 특별한 연인들.
여름의 뜨거운 상처가 가을을 익어가게 했지만
지금은 좀 스산해 보였던 그들의 가을 사랑 이야기.
하지만 누구도 후회는 하지 않았을테니
겨울도 좀 더 따뜻해 지지 않을까......

신형철의 문학이야기 그리고 라디오책다방

듣기 시작한지 한 달 만에 신형철의 마지막 방송 공지를 듣게 되었다.
아, 섭섭하다...
신형철의 전문 분야는 물론 문학이지만,
책을 거의 안 읽은 지 어언 수년차에 접어들고서는
신형철이 소개하는 책이 읽은 책일 수가 없어서
가끔 씨네21에서 영화평만 읽고 있었는데
차분히 읽어주는 낭독도 좋았고
이러저러 책을 얘깃거리 삼아 들려주는 그의 사색이 반가왔다.
일상적인 수다에서는 잘 하게 되지 않지만
여행길에서 마주친 짧은 길벗에게 우연히 깊은 대화를 듣는 기분이었다.
이제 신형철의 새로운 문학이야기는 없을테니
골라 듣느라 빼놓았던 나머지 방송들이나 가끔 꺼내 들어야겠지.
문학방송이었지만
목소리 때문인지 프로그램의 분위기 탓인지 오래 전 전영혁의 방송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때처럼 오프닝과 클로징의 시그널 음악
에피톤프로젝트의 봄날, 벚꽃 그리고 너
푸디토리움의 If I could meet you again 에 빠졌다. 
푸디토리움의 음악은 판매중인 음원 버전과 달라서
유튜브 확장 버전을 따로 검색했을 정도로.

시간이 지나 자신이 쓴 글을 보게 되면 부끄러워지는 게
그만큼 성장한 거라는 신형철의 얘기를 들으며
나의 미성숙은 거기에서부터 시작된 게 아닐까 의심스러워졌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같은 자리를 맴도는 같은 고민들.
사람의 성장이란 나선형이어서
같은 원을 그리며 조금씩 넓어지느라
단계를 훌쩍 넘어버리진 못한다며
대신에 같은 것 같아도 조금은 달라졌을 거라는 말로 한때는 위로를 받았었지만
정말 그런 걸까 하는 의심이 이제사 든다.
소외감이 느껴질 정도로 자기들끼리 호호깔깔 홍수인 팟캐스트동네에서
심지굳은 친구 하나가 떠나간 기분.

이제 책다방만 남았네...
나날이 환상의 짝궁이 되어가는 김두식과 황정은.
김두식이 망했다거나 마지막에 잊지말아주세요-하고 인사할때면 마구마구 귀엽다.
목소리로 밥먹고 살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로 매력적인 목소리의 황정은이
활달하게 웃으며 농담하는 것도 반갑고
가끔 나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감성을 특유의 무게감있는 목소리로 전할때면
아연해지기도 하지만
김두식과 황정은은 알아서 균형을 잡는 장한 궁합을 보여주고 있다.
책이야기라기 보다는 매번 교양강좌를 듣는 것 같은 독특한 분위기도 좋고
즐기는 코너는 아니지만 
이제니의 피로와 파도와를 소개해준 '밖으로 간 시'는
그렇게라도 일주일에 시 한편으로 귓구멍에 바람쐬주는 기분이랄까.
오래오래 지금처럼요~를 부탁하고 싶다...

 
 

네트워크|Network|1976

헐...이래서 네트워크 네트워크 했던 거구나...
EBS 세계의 명화

뉴스룸이 시작했을때
왜 사람들이 이 영화를 얘기했는지 이제 이해가 된다.
지금이야 많은 사람들이 외치고 있는 
뉴스룸의 뒷방이야기지만
75년도의 예지력으로 보자면 어마어마하다.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자 끝인 
하워드 빌은 영화속에서도 네트워크에서도
네트워크를 위한 소도구로 철저히 소모되었다.
그리고 계속 이 네트워크를 움직이는 힘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다이애나의 기획안대로 만들어진 어이없는 방송을 보면서
지난 해 예능과의 접목이라며 화제를 모았던
엠빙신이 떠올랐다.
하지만 굳이 비교를 하자면
우리나라 신문방송들의 오염은 딱히 '달러' 때문만도 아니다.
어디서 나오는 지 알 수 없는 힘을 믿고
청와대를 손가락 하나 까딱여 움직이려는 야심 때문일 때도 있고,
평생망신도 불사하며 자리 하나 보고 달려드는
불나방클럽에 휘둘려서일때도 있다.
이익추구를 위해 살인도 간단하게 결정하는 달러그룹 이나
권력을 조종하려는 그룹의 사악함은 거대하고 멀게 느껴지는데
불나방 그룹은 좀 더 복잡하다.
생활밀착형 치졸함에 민간인들도 자신의 삶을 재보게 되는 것이다.
나는 성공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으며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어디까지 봐줄 수 있나-같은 질문을 하며.
설마 더는 없겠지 할 때쯤
새로운 대한민국 신기록 보유자들이 등장하는 것도 진귀한 광경이다.

좀 정신줄이 들어왔다 나갔다 했지만
건질 얘기도 있었던 하워드 빌의 'bull shit'과
압도적이었던 젠슨의 '기업우주론'-
힘이 있었다.
워낙 명대사의 향연이다 보니
한번 읽어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페이 더너웨이.
열변으로 보스들을 하나 둘 정복한
열정과 신념에 찬 일중독자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맘껏 해를 끼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내 기억속엔 돈주앙 드마르코 속
말론 브란도와의 커플 연기 뿐이었는데
그때도 멋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런 에너지를 가진 배우였는지는 몰랐었다.
멋지다.
 
자연스러움과 소탈함이 각광받는 시대에
품위의 가치를 생각나게 하던 영화.
마침 뉴스룸 시즌3이 11월에 시작한다는 뉴스와도 잘 어울렸다네~

2014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한국:북한

어제 후반전 밖에 못 봐서 다시 보기를 하는데
헐...전반전 북한 정말 잘한다.
그 와중에 첫골을 넣다니 정설빈 대단하다.
게다가 그 슛이 수개월 간 집중훈련한 결과라는 박문성 얘기를 듣고나니
그 투지에 더 큰 박수를 보내게 된다.
지소연 패스도 좋았고, 후반전 골대 맞은 슛 너무 아깝지만,
북한이 정말 잘한데다 운까지 따라준
어쩔 수 없는 패배.
각본 없는 드라마를 쓴 허은별도 대단하다.
지소연 울면서 출국했다니 좀 짠하네...
성공했으면 정말 지메시의 진가를 보여주는 슛이었는데.

내년 여자월드컵은 캐나다라니
새벽중계 볼 수 있겠다~
배성재-박문성 중계면 좋겠다!

ps. 여민지가 부진으로 선발되지 못했다니 충격...
ps2. 박은선 보고싶다...
  
한국:북한 경기 다시보기
http://sportstv.afreeca.com/2014asian/highlight.php?board=vod&c_id=2014asian_highlight&b_no=76159&control=view&szFrom=daum

한국:대만 경기 다시보기
http://sportstv.afreeca.com/2014asian/highlight.php?board=vod&c_id=2014asian_highlight&b_no=75769&control=view&szFrom=daum

딱 한 골 들어갔는데 그 슛이 정말 예술~

2014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한국:몰디브

축구는 나에게 영화제 같은 거라서
남자축구는 월드컵만 보고,
여자축구도 국제경기만 보---
--고 싶은데 보기가 쉽지 않다.
별의 별 비인기종목을 다 중계해주는 아시안게임 기간인데도
여자축구는 공중파에서 안해준다.
4강쯤 가면 해주려나...

지난 경기에서
몰디브를 15대 0로 이긴 인도를
우리나라가 10대 0로 이겼을 때
과연 우리나라는 몰디브를 상대로 몇점을 낼지
기대만발이었는데
13대 0이라는 예상보다는 양호한(^^) 골차이로 이겼다.

몰디브는 10년 전에 처음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을 꾸렸다는데
이번 대표팀에도 농구하다가 축구로 바꾼 선수까지 있다는 걸로 봐선
그 10년도 다부진 역사는 아닌 게 분명하다.
하긴, 아시아에서 나름 수준급이라는 우리나라도
여자축구에 대한 지원이 그지같으니
몰디브는 더하겠지.

골이 많이 터졌지만 승부와 상관없이 놓친 골도 많아 좀 아깝기도 했는데
최유리의 발리슛(아님 말구^^)같은 멋진 골도 보고
골문 앞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몰디브 선수들은
오랜만에 슛돌이 축구도 보여주고^^

대패를 하면서도 이따금 소녀미소를 짓던 몰디브 선수들.
내 보기엔 풋풋하고 귀엽기도 했고,
전력은 생각도 않고 10대 몇인데 웃음이 나오냐며
경기 끝나기도 전에 고향에서 욕편지를 날리는 사람들이
몰디브엔 없나 생각했다.
아님, 기적의 승리가 있기 전까지 경기를 하던 말던 신경끄고 있나..?오늘 많이들 쓰러졌는데
크게 다친 건 아니길 바래요~

그나저나 지소연과 박은선이 빠지는 건 알고 있었는데
여민지는 왜 빠진 건지 아무리 검색해도 안나온다.
국가대표 명단도 블로거가 가르쳐 주고.
아시안게임 홈피 참 부실하다.

EIDF 2014| 홈스는 불타고 있다|Return to Homs



 감독 : 탈랄 덜키 | Talal DERKI 시리아, 독일 | 2013 | 90분 | 페스티벌 초이스
시리아 소식  http://syrianvoices.wordpress.com/abd-el-basset-el-sarout/
영화를 보자마자 찾아봤던 바셋의 소식
-4월에 친구의 계정을 통해 소식을 전해왔다고 한다. 

나는 아직도 광주를 제대로 다녀본 적이 없다.
공항과 터미널 같은 곳 말고는.
그렇게 15년 전 홈스를 지나간 적이 있다.
배낭족이었던 내게 홈스는
북적거리던 국경도시 알레포와 수도 다마스쿠스 사이
교통의 요지였을 뿐이었고
딱히 기억나는 것이 없지만
시리아가 내게 잊을 수 없는,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어서

시리아 전역에 피바람이 분다는 소식이 들려오던 그때부터
자꾸만 마음이 갔다.
국민에게 총을 겨누며 해외 보석 쇼핑을 하고
독가스 화학전까지 하는 미치광이라는 것 까진 몰랐지만
시리아의 독재자는 그때도 이상해서
커다란 대통령 사진이 카퍼레이드를 벌이며
알레포 시내 한복판을 지나는 것을 본 기억도 난다.
대통령 생일 축하 퍼레이드였다고 했다.

그래서 차를 함께 마시던 사람이 죽었다-는 담담한 나레이션이 철렁했다.
그 많은 주검들 속에 분명 나를 반겨주고 차를 권하던 분들도 있을텐데.
혹시 그때 어린 바셋을 지나쳤을지도......
 
2011년 보다 훨씬 이전에도 홈즈에서는 이런 대학살이 있었다고 한다.
피로 뒤덮일 거라는 어른들의 충고는 겪어본 자의 머뭇거림이었고
순식간에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버린 젊은 그들은 그것을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전장의 한복판에 서게 된 바셋은
수없이 많은 순교자들의 죽음을 지나느라 후회할 겨를도 없었을 것 같다.
바셋이 부르던 노래가사의 코피 아난은 이제 반기문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구의 절반이 죽거나 다치거나 조국을 떠났다는 시리아.
세상엔 신도 없고 정의도 없으며 슬픈 주검만 줄을 서는 것 같은데
아무것도 해주지 않지만
어떤 절망에서도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되어주기 때문에 신이 위대한 것일까.
아니면 현실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희망의 빈 자리에 앉혀 둘 이름이 신인 것일까.

무어라 하든
감사하기에는 너무나도 가혹하게 살아내고 있는 시리아의 사람들.
해외 뉴스의 헤드라인에서 사라진 뒤로
지금은 어떻게든 해결된 게 아닐까 막연한 기대도 있었지만
그동안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았다.

그들의 희망은 충분했지만
적은 상상 이상이었기에
지금도 죽어가고 있다.
그들은 분노를 표현할 충분한 힘이 있지만
아직 승리하지 못했다.
희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독재자의 욕망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독재는 언젠가 반드시 끝나고
그들의 숨통을 고통스럽게 끊으며 순교자들 위한 위령제를 지낼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그날을 당신은 볼 수 없을지도 몰라요.
그런데도 당신은 무슨 힘으로 싸울 수가 있나요.

죽는 게 더 쉬울 것 같은 그곳에서
그는 노래도 하고 외치고 좌절도 했지만 싸운다.
잊지 말아달라고 관심을 구걸하는 대신
바셋은 이렇게 노래했다.
-그 외침을 외면하는 게 부끄럽지 않은가.
그런데 부끄러울 겨를도 없이
나는 슬프기만 했다.

인류가 거듭거듭 발전하고 있다면
왜 아직도 누군가의 목숨은 도화선이, 방호벽이, 불쏘시개가, 불꽃이 되고 있는 것일까.

----EIDF 대상을 수상하던 감독의 수상소감.
어서 승리해서 우리나라의 전쟁기념관 처럼 지금의 홈즈-시리아의 싸움이 그런 기록으로 남는 날이 오길 바란다는...너무 기뻐하던 그 모습이 그 날을 앞당기는, 그리고 바셋에게 힘이 되어주기를. 

EIDF 2014| 미아와 알렉산드라|Twin Sisters



감독 : 모나 프리스 베테유센 Mona Friis BERTHEUSSEN노르웨이 | 2013 | 59min | 가족과 교육
좀 달라보이기도 하는데 자기도 구분을 못하겠다니, 쌍둥이에 대한 새로운 정보.

다행이 이 사랑스러운 두 아이는
가족을 소중하게 여기며
그 마음을 이어갈 능력이 있는 부모를 만나서
앞으로도 계속
가족과 혈육을 다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은 어른들 짐작보다 생각이 많기도 하고 복잡하다지만
이 두 아이는 어쩌면
만날 수 있는 자매를 그리워하느라
낳아준 부모에 대한 그리움이 좀 덜하게
그래서 좀 덜 가슴아파하며 자랄지도 모르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헤어져 입양된 일란성 쌍둥이들은
인간의 유전적 특질 연구의 단골소재라는 건 들었지만
혈육임이 분명한데도 말이 통하지 않는 현실적인 어려움,
너무나 명백한 가족이지만 함께 살지 못하는 그리움은
이렇게 보여주기 전엔 생각 못했었다.
서양에서 자랐으니 쿨하게 받아들일 거라고
멍청한 짐작을 했으니까.
좀 더 자라서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같이 배워 얘기할 모습을 그려봤다.
이쁘게, 행복하게 잘 자라렴.

...이 두 아이를 떠나보낸 가족에 대해서는
이 아이들을 키울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는 것 밖에 알지 못한다.
미래를 기대할 수 없는 부모들, 아니면 한쪽의 부모가
아이들의 미래를 빼앗고 자신들의 불행을 가속화시킬 수 없어서
최선이라 믿고 선택했을 것이다.
가난 때문에 생이별했다가 뒤늦게 찾아온 자식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나
그래서라면 괜찮다고 위로하는 입양인을 TV에서 보기도 했다.

다른 환경속에서 사랑받으며 자라는 두 아이의 현재.
혈육을 찾아오든 안 찾아오든 번듯하게 자라난 관대한 입양인들의 모습으로 남아
비슷한 상황의 부모들에게 같은 선택을 권하고 있는 건 아닐까.
자신의 기준으로 타인의 삶에서 불행을 읽어내는 눈에게
이 두 아이는 전형적인 가난하고 불행한 운명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이겠지만
실감하기에는 너무 멀고 생소한,
그래서 뭐가 있을지도 모르겠는 미래의 번민을 생각해보면
정말 모르겠다.
눈에 보이는 조건만으로 이 결정을 최선이라고 계속 생각해도 되는 것인지.

EIDF 2014| 전기도둑 로하|Powerless



감독 : 디프티 카카, 파하드 무스타파 Deepti KAKKAR, Fahad MUSTAFA 인도 | 2013 | 82분 | 월드 쇼케이스
: 전기와 힘을 중의적으로 의미하는 것 같은 제목인데 한글로는 단박에 정리되어 버린--;;

나라면-나 하나만 간수하면 되는 간편한 입장이니
전기 없이 사는 쪽으로 애를 썼겠지만
이 사람들은 안 싸우면서 훔치는 평화로운(^^) 해결책을 선택한다.
결국은 싸울 수 밖에 없었지만.
끝까지 보고 나면 이 영화는 전기도둑 로하의 성공담이자,
전기회사 사장의 실패담이지만
로하는 얻은 것 없이 계속 가난하게 살고,
사장은 좌천일 망정 별로 크게 잃지는 않았다.

차라리,
체납자들을 한번쯤 만나보고 현실적인 납부계획을 세워가며 징수를 했으면 어땠을까,
로하같은 전문가를 유지보수기사로 채용해서 소비자들의 불만을 좀 줄였음 어땠을까,
싶었다.
  
한편 승리처럼도 보이는 칸푸르의 선거 후
영세민들의 전기고지서 형편은 좀 나아졌을까?
제일 궁금한 걸 안 가르쳐줬던 불친절한 영화.

코믹포인트>
70개 전선으로 연결된 양수기를 돌리는 주민과 전기를 열심히 훔치는 로하가 만나
서로의 공적을 칭찬한다.
겸손한 물도둑과 전기도둑이
서로의 공적을 칭송하는 것을 보자니 웃음이^^

EIDF 2014| 공대생의 연애공식|Love & Engineering



감독 : 토니슬라브 흐리스토브 Tonislav HRISTOV 핀란드, 독일, 불가리아 | 2014 | 84분 | 월드 쇼케이스
:그는 과연 pickup master가 되었을까요...ㅋㅋ

자신의 결혼경험을 토대로 공식에 맞는 성공적인 연애를 하겠다는 엔지니어다운 생각.
결국  다른 극영화에서 많이 본 것 처럼
완벽하게 잘 살다가 잠깐의 연애 후 인생이 흔들린
귀염둥이 청년의 항변을 클라이막스로
결국 연애는 기계적으로는 불가능하나
경험만은 소중하다는,
초반의 발랄함을 무참히 꺽는 결말에 이른다.

알 수 없는 엔지니어링의 세계,
얼마 전 수학 다큐멘터리를 생각해보면
의외로 많은 분야에 착실히 적용되는 게 과학이라고는 해도
자기 자신이기를 원하는,
그래서 세상의 단 하나로 존재하고 싶어하는 애인을
익명의 '여자들'로 다루는 전제가 바뀌지 않는 한
아무리 과학적 실험을 거듭해봤자 뭐하나 싶었다.
스스로 미숙하다고 생각해서
새로운 것을 구하려 용기를 냈으면서도
그조차 익숙한 방식으로 하려고 하는
고집스러움이 그들의 첫번째 방해물이 아니었을까...하고 주관적인 진단을 해봤다.

되게 웃겼던 장면.
데이트 때 총쏘기 게임 얘기 한 걸 자랑삼으며
그 게임의 승리비법을 다음 데이트에 얘기해주겠다는 남자에게
내가 여자라면 너랑 사귀겠다며 감탄하며 걸어가는데
우와....개콘을 능가하는 걸어다니는 연애바보군단^^

EIDF 2014| 마이크로토피아|Microtopia

감독 : 예스퍼 워시메이스터| Jesper WACHTMEISTER 스웨덴 | 2013 | 52min
  
 살고 싶은 집 1위: 사막집의 밤과 낮

 살고 싶은 집 2위: 크레인집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지 모를 집: 작은 집

 살고 싶지 않지만 놀라운 집: 트레일러(?)집

아마도 가장 특이한 집: 이것이야말로 웨어러블 하우스^^


 살고 싶지 않지만 구경가보고싶은 집: 도둑(??)집

 정말 안 살고 싶지만 신기한 집: 자급자족 은둔자의 집

역시 안살고 싶지만 대단한, 쓰레기(^^)섬 집 

 우리나라 캠핑장에 있으면 대박날 것 같은 텐트


우와, 굉장하다.
집을 사지 않거나 산골로 들어가는 것 말고 이렇게 사는 방법들이 있었다니.

감탄하는 와중에도
궁금증 1.좀 무섭지 않을까...
궁금증 2.아무 땅에나 저렇게 놓고 살아도 되나..?

처음에는 작은 공간, 꼭 필요한 집이란 무엇인가에서 시작해
결국 삶의 방식을 실현시켜 줄 자신만의 집을 만들어 살아가는
대단한 에너지의 주인공들과 만날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도시 속에서 새로운 집을 찾든,
사람들과 떨어진 곳에 혼자만의 공간을 만들고 살아가면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고 싶어하는 사람들.
친밀하고 직접적인 관계를 떠나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다수와의 연결고리를 유지하는 모습이 처음엔 모순 같았지만
어쩌면
만들고 유지하는데 많은 수고가 드는 친밀감을 포기하면서도
정말 혼자가 되고 싶지는 않은
혼자쟁이들의 새로운 생존전략도
그들의 집만큼이나 적극적인 적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이지 않는 어디에선가
이렇게 숨구멍을 뚫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처절한 운명 같던 생존이
실은 매우 창의적이고 생산적일 수도 있음을 본다.
그렇게 '살아남는' 사람들이 희망임도. 

2014 고양아람누리 마티네콘서트| All that Strings 4|열정의 현, 남미의 리듬에 빠지다

그리고  양성원

아무래도 현악기 편성이라서 작년 피아노공연 때와 달리 
올해는 이번이 두번째.
첫공연이었던 6월의 바람 만난 현은
딱히 내가 좋아하는 곡들이 없어서
단정하고 모범적인 양성원의 첼로만 기억난다.

이번 공연은 
피아졸라의 망각 때문에 예매했었는데
악기 편성을 위해 했다는 편곡이 솔직히 좀 맘에 들지 않았지만
-리베르 탱고는 그냥 양성원 혼자 연주하는 게 더 좋았을 것 같은 아쉬움..
이런 공연이 아니면 아마 평생 못들어봤을 기타소나타와
양성원 첼로의 매력을 느껴 흡족하다.
 
라틴음악이라고 할때 남미만 생각하면
이탈리아와 스페인 음악이 섭섭해한다며
고루 곡을 골라준 정성도 느껴졌고, 웬일로 앵콜까지^^

처음은 아닌 것 같은데
듣기 좋았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 중 겨울이
가장 좋았던 곡.

선곡을 보면
양성원이 좋아하는 음악들과 나는 거리가 좀 있는 것 같은데
가을 공연은 무려 슈베르트와 브람스라니 기대가 된다.

참 포스터에서 마크 패드모어라는 테너의 공연소식을 봤는데
반주를 폴 루이스가 한다고-
공연 한번 봤다고 반갑지 뭐야 ㅎㅎ

EIDF 2014|왜 나는 수학이 싫어졌을까?|How I Came to Hate Math?



감독 : 올리비에 페이용 Olivier PEYON | 프랑스 | 2013 | 103min | 기술과 문명

"다들 수학에 꼴찌였다고 말하니 놀라울 밖에요, 웬꼴찌들이 그렇게 많대요?"
의외의 허를 찌르는 설득력있는 반론^^
하지만 듣도 보도 못한 원칙이
들어도 모르겠는 법칙에 수렴함을 증명했다는 공로로
수학계 최고 권위라는 필즈상을 수상하는 수학자들을 보자니
역시 수학이란...쩝...


아 좋아, 명쾌한 결론
-사람들이 수학을 싫어하게 된 건
좋은 수학교사가 없기 때문!
...근데 이것도 어쩌면 모두가 알고 있던 거 아닐까...?
근데, 보고 나면 오랜만에 수학문제를 하나 붙들고 씨름해보고 싶어진다..
미쳐가는 거?

수학교육의 문제라고 짚었던부분은
고등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을 걸러내는 용도의 학문이 되어버려서
이해 중심으로 교과서를 개혁해봤자
교사들은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실수하지 않으려 책대로만 가르치게 되고
정작 학생들의 능력개발에 중요한 사고력보다는
필요한 점수를 위한 요령수업을 시키게 되니
학생들은 점점
흥미를 잃고 점수를 따야하는 악순환의 희생양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헐...어쩌지...
전세계 수학교육의 잘못된 길을
우리나라에서는 영어도 걷고 있는 것을....

보고나서 알게 된 것.
-세계의 5억명이 매일 구글과 페이스북을 이용한다니
생각보다 적은 수의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네.
-복잡한 수학문제를 푸는 기계가 탄생한 것은 복잡한 문제를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간단한 단계로 쪼개서 풀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는데
상담이론 중 하나에서 들었던 것과 비슷하다.
인생의 복잡한 문제도 하나씩할 수 있는 것부터 해결해나가라는
-부피의 차이였나 암튼 그런 재미로 재봉을 즐긴다던 프랑스의 고등수학교사가 나왔다.
숫자말고 개념에 집중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수학을 가르치던.
-수학자 출신의 대박투자전문가
지금 이 혼란 중에는 무슨 생각을 하실지....

수학의 큰 세계를 보여주려는 어느 수학애정자의 열렬한 연설문이라고나 할까.

EIDF 2014|마르마토|Marmato


감독 : 마크 그리에코 Mark GRIECO | 미국 | 2014 | 87분 | 페스티벌 초이스

너무나도 그 결말을 잘 알 것만 같던 마르마토 이야기.
언제나 그렇듯 떠오르는 의문들은 비슷하다.
애초에 저 금이 많은 산은 어쩌다가 주인이 생겼을까?
30%만 고용이 승계된다면 왜 나머지 70%는 고용뿐 아니라 재산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억지로 떠나야 하나?
처음의 공공의 행복을 계산하던 공리주의에서는
분명히 전체 행복에서 전체의 고통을 빼는 계산이었을텐데
이제는 실체도 모르겠는 국익이라는 이름뒤에 숨은 소수가
존재하는 다수를 하나씩 고립시켜
마땅히 희생하지 않는 이기주의자로 몰아부치고 있다.
제비뽑기 정도의 기회도 없는 일방적인 선별을 통해서.

마르마토에서는
불법이지만 밀어부치겠다는 선진국 대기업의 대리인에 맞서며 시작된 싸움이었다.
콜롬비아에선 그나마 외국자본이라는 근거로
생존과 애국을 함께 묶어 호소할 수 있었지만
한국처럼 한 나라안에 없는 게 없어서
쫓겨나는 사람이나 내치는 자본이 같은 국적일때라면,
그 내쫓김은
당신들은 이등국민이라는 선언같은
존재의 가치마저 부정당하는 서글픔이었겠구나...짐작하게 해준다.

하지만 우리가 후진국 취급하는 콜롬비아에서도
공권력이 투입되는데 6년이 걸렸고
그 전에 두 번의 법 개정이 있었다.
빨리 달려간 시간과 거리는
언제나 우리에겐 더 길게 돌아갈 수 밖에 없는 미래가 되고 있는 것만 같다.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살아남음으로 승리를 기록해가는 마르마타의 사람들-멋졌다.
정치적 죽음이 만연한 나라에서는 자본에 의한 죽음이 덜하기 마련인데
이 두 가지 모두가
보기에는 덜 잔인해보여도 실은 별 다를 거 없이 계속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도
한번쯤은 있었으면 좋겠는 생존동화.
6년간 기록한 감독도 대단하다.

EIDF 2014|112번의 결혼식|112 Weddings



감독: 덕 블록 Doug BLOCK | 미국 | 2014 | 95분 | 페스티벌 초이스

제일 멋져 보이던 언니네 사진이 없네...
언니의 마지막 말씀-Give it a try. What the hell?
그 말을 듣던 남편의 헐~ 스런 모습도 귀요미 ㅋㅋ
 
꽤 지미있어보이는 작품소개였음에도
종합해보면 사실 별로 새로울 건 없었지만
-하긴 사람과 사람 관계에서 새롭다는 게 또 뭘까 싶기도 하고....
진짜 부부들의 용감한 카메라 앞 직접 고백은 확실히 실감났다.
영화속에서 이미 봄직한 오랜 결혼 생활이 외도로 끝장나는 부부도 있었고,
-그녀의 고백 중 남편의 외도는 아이를 잃는 것 다음가는 고통이란 말이 인상깊었다
영화보다 영화 같은 부부도 있었다.
-아이의 예상치 못한 투병생활이나 한쪽의 발병으로
급변한 결혼생활을 이어가거나 끝내 마침표를 찍었던.
언젠가 읽었던'개방결혼'의 형태를 선택한 것 같은 한쌍이 등장했는데
오히려 젊은 시절보다 더 잘 어울리는
안정감있고 평온한 표정으로는
이들이 가장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두 아이가 있고 오랜 생활을 같이 해왔다 해도
다른 장기 동거 커플들의 실패한 결혼을 생각하면
이들 역시 '결혼'에서는 신인이므로
앞으로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부부 중
주로 말이 많은 사람들일수록 오히려 말하지 않는 게 많게 느껴지기도 했고,
꼭 하고 싶은 말을 참는 모습이 위태로와 보이기도 했다.
운명같던 만남도 시간이 지나면
신동이 나이들며 평범해지듯
같은 단계의 계단을 오르게되는 모양이다.
다들 이견없이 입을 모으던 의견은 단 하나-행복한 결혼이 매우 어렵다는 것^^
물론 이 말이 결혼 하지 않는 게 더 행복하기 쉽다는 것과 같지 않음은 알지만,
얼마 전 엄청 웃었던 댓글 하나가 다시 생각났다.
우리 결혼했어요를 보고 결혼하고 싶어지면 사랑과 전쟁으로 달래고
아빠 어디가 보고 아이 낳고 싶어지면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보면서 달랜다는 ㅎㅎ
다들 나름 살 궁리 하며 사는 거지 뭐^^ 

내내 나오는 사람들의 인상을 주로 보게 됐는데
결혼생활과 상관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십수년 전 보다 더 외모가 멋져 보인 건

1. 나도 노화중이라 친근해서?
2. 현대의학의 대중적인 보급?
3. 아니면 사랑의 힘?

뭘까...? ㅎㅎ

EIDF 2014|그 노래를 기억하세요?|Alive Inside: A Story of Music & Memory


Directed by 마이클 로사토 베넷 Michael ROSSATO-BENNETT USA l 2014 l 74min
http://www.eidf.org/kr/2014/openning

'생기없음'이라는 물건이 있다면
그것으로 꽉 차 있을 것만 같은 요양병원에서도
특히나 아무런 미동없이 홀로였다는 할아버지가
눈을 손을 머리를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단지 음악이 나오는 헤드폰을 씌워주었을 뿐인데.
혹시나 더 흥분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던 조현증 환자도
의외로 즉각적인 감정 발산을 제어한다-
영화의 이 시작은
앉은뱅이가 벌떡 일어나는 것을 목격하는 것 같은 신비로운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사실 모든 인류의 도착지점, 그러니 우리 모두의 미래인
노인들이 생기를 잃게 된 이유와
어떻게 음악이 이렇게 큰 변화를 끌어내는 도화선이 될 수 있는지 차분히 들려준다.
 
똑같이 이가 없고 쭈글쭈글한데
아기와는 절대 다른 대접을 받는 노년기.
그 시간이란 과연 무엇인지를 찬찬히 설명해주는 차분한 인간설명서 같은 다큐멘터리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하고
전과 달리 스스로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지고
요양원이라면 자유도 없는,
이 모든 변화가 한꺼번에 찾아오면 어떻겠느냐던 질문은
화들짝 가깝게 다가왔다.

지금도 테마곡처럼
어떤 기억 혹은 어떤 사람을 그때인듯 불러주는 음악의 힘을 생각하면
이 영화의 얘기는 사실 아주 놀라운 것이 아닌데...
그만큼 내 머릿속 노년이 화석화되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내가 엔터테이너라 폄하하며 듣지 않는 많은 음악들 또한
지금은 상상할수도 없을 에너지의 청춘들이 
추억을 스스로 찾을 수 없을 만큼
힘이 없어지고 외롭고 그래서 도움이 필요할 때
추억과 감성을 되살리는 길잡이가 되어 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예술의 자유란 소중하군요...

한 사람의 꿈이 모든 인간의 미래에
남아있을 것 같지 않던 생기를 모아주는 기적같은 이야기였다, 아직 진행 중인.

해적:바다로 간 산적|2014

시원하고 유쾌하고 좀 웃었음^^

왠지 아주 중요한 걸 잘 잃어버리게 생긴 오달수
진지한 듯 웃길 줄도 아는 안내상
이 둘의 커플 귀여웠고
주연이 유해진이었던^^ 시원한 여름영화로 즐겁게 봤다.

해적아버지와 해녀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고래 절친까지 둔 여월을 보고
다들 초면에 이년저년하는데 걸쭉한 욕 한마디 해주지 싶은 아쉬움이 좀 있었고,
여월이 어쩌다가 소두목(?) 자리까지 올랐으며
소마가 그 정도 소갈딱지로 어떻게 대장노릇을 하고 지냈는지 참 궁금했다.   
리셀웨폰에서 본 적 있는 상처자랑씬 이후론
아기자기한 다른 장면들까지 다 어디서 짜집기 한 거 아냐 싶은 의심이 들었지만
보는 동안 재미있었다.
산적 미안, 해적 이경영 멋있었음.
베스트
여월의 수로?타기 후룸라이드 액션
철봉이의 모든 열연
가끔 화면 밖 인물들의 궁시렁
그리고 산적 2인자 춘섭이 아저씨~~

워스트
이젠 코믹영화가 마지막 감동의 강박에서 벗어냈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은 쫌 많이 무리.
그렇게나 쉽게 왕을 만날 수 있고 
왕이 단박에 따르도록 가르침을 줄 줄 아는 능력자가 
왜 그 개고생을 사서 하며 산적으로 전전한다는 것인지.
내가 당장 박언니를 만나 정신이 바짝 나도록 해줄 능력자라면
내 인생은 보통이 아닐 것 같은데 말이야...
다른 영화에서는 이거 하나로 만신창이가 될 수 있는 개연성이란 것을
오점 하나로 배째는 코믹영화의 악덕.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Attila Marcel|2013

오랜만에 보는 깜찍한 포스터
 
 마법의공간^^
(미미가 빠져서 아쉽네~)
 
 맛 없는데 얘기 듣다보면 먹고 싶어지는 마들렌

피아노경연대회 전까지만 해도 난
프루스트 아줌마가 폴의 기억을 살짝 손봐준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이었던 거야?
공포영화속에서의 기억은 어두운 무게를 지닌 채 봉인된 것들이었는데
이렇게 발랄하게 살아날수도 있다니.

상담심리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누구나 어느 정도는 다 상처받고,
그 상처는 일어났던 사건의 강도보다는 받아들이는 사람 마음의 강도와 상관이 있어서
다칠줄 알게 태어난 인간인 이상
굳이 캐내지 말고
기억하는 만큼만 달래가며 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갈데까지 가봐야 얻는 게 있다네?

순교자가 있어야 진심이라는 강박은 좀 안 어울렸지만
기억 속을 거슬러 올라갔다가
고사리손으로 셔츠 단추를 하나씩 여며주고 내려오는 느낌.
폴의 연주도 예상외의 뽀나쓰였지만
마지막 장면의 정말 예쁜 애기는 특급뽀나스~

영화에서는 귀여웠는데 이렇게보니 좀 무서워보이는 아스파라거스 칫솔~

나만의 영화주간을 맞이하여(^^) 어제 오늘 조조로 영화를 보면서
커피랑 샌드위치반쪽짜리 모닝스페셜 메뉴를 사 가지고 갔는데
어제 해무를 볼 땐 아예 의식도 못했건만
오늘 이 영화는 씹는 소리까지 들릴 지경이라
폴의 부모님이 등장할 때만 간신히 씹을 수가 있었다.
예전에 어떤 해외 영화평론가가 
한국영화는 음악을 많이 쓰기도 하고 소리가 크다고도 하더니만
오늘 그걸 완전 체감했다.
   

해무|2014

영화속엔 없는 장면: 다시 만난 그들의 표정들이 이럴것 같은...


목숨값의 돈봉투들이 돌아다니는 사이,
정작 그 목숨이 얼마나 연약하기도 하고 질기기도 한지를 한꺼번에 보여주면서
목숨과 '값'을 이어서 생각하고,
그 '값'을 매기는 행위 자체,
그 '값'의 합당함을 생각하게 만들던 드라마, 해무.

다 죽이고 다 조각내 내려놓더라도 배는 지키겠다는 선장,
한 배를 탔으니 무조건 충성하겠다는 갑판장,
챙길 것 챙기면서 할 욕은 다하는 경구,
피는 묻혔어도 지킬 건 지키겠다더니 정말 살인도 해버린 동식,
앞일이 어찌됐던 굴러들어온 가이내와 꼭 한 번 해보고 말겠다는  창욱.
이 광기들이 바다안개에 취하면서 
전장이라기보다는 도살장에 가까운 무대가 된다.
생각보다 일찍이라 허망하고 깜짝스럽게 밀항자들의 운명이 결정되어 버리면서부터
대체 마지막 장면은 무엇이 될까 궁금했는데
헐...광기의 끝이라 하기에는 옛날 베스트극장 같은 엔딩.
게다가 저런 인간의 끝을 보인 강선장에게
타이타닉의 디카프리오 같은 마지막이라니
너무도 안 특별하지 않소....!
기관실은 공간이 특별해서 인지 오히려 괜찮았지만
다른 동식-홍매씬은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
웃기라고 넣었나보다 싶은 대사가 안 웃길 때마다
여기서 웃게 해줄 수 있는 감독이었으면 좋았겠다 생각이 들었다.

강선장 김윤석.
이런 역할 이젠 징글징글할 법도하고 보는 사람도 지겨울 법한데 매번 좀 다르다. 
머리숙이지 않는 척 현실과 타협하다 스스로의 맹목에는 맹렬하게 달려나가는.
배가 왜 있는 지 생각 안하고
다 죽여서라도 선장노릇할 배를 지키겠다는 폭주하는 독재자의 말로.
근데 가장 충격적이었던 모습은 돋보기 였음^^
 
창욱 이희준
이쯤되면 이 사람은 변태인지 저능인지 구분이 안간다.
다들 그렇긴 했지만 진짜로 진짜 선원같던 이희준.
근데 정말 이해안가는 비호감 인물이라 당분간 이희준에 적응이 안될듯^^
감독이 여러 번 자신의 변태기질을 자랑할 때 그게 변태식 아트일 줄 알았는데
설마 곧이곧대로의 변태 농축액을 창욱에게만 다 써버린 거?

홍매 한예리
뉴스룸 시즌1에서 매기가 불법이민자들에 대해 '목숨걸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더 나은 대접을 해야한다'고 웅변하고, 그걸 또 짐이 듣고 넘어갈 때, 참 논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구로3동을 목적지 삼아 여러 번 목숨 걸고 별 걸 다 살아남는 이 처자를 보면 이 이상 여기에 살 자격이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게다가 한예리 참 이쁘다.
+ 짧았지만 강렬했던 율녀 조경숙: 언니, 멋져요~

기관장 문성근
가장 약해서 인간적이었던 까닭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어찌보면 가장 슬픈 최후를 맞이한 인물,
최근 들어 짧은 악역 전문이었던 때문일까.
여기서 봤던 문성근의 모습을 더 보고 싶어진다.
이런 얼굴도 있는 배우인데.

갑판장 김상호
위기상황에서 누구나 바라는 믿음직한 동료일지 모르지만, 자기 생각이라는 게 없는 듯한 그의 맹목적인 동조야말로 가장 섬뜩한 것일지 모른다. 데카르트식으로 치면 이 인물이야 말로 가장 비인간적. 그래서 마지막이 그렇게 허망한가.....

경구 유승목
선원하면 동시에 떠오르는 두 개의 이미지 중 동식이의 가장 반대편에 자리잡을 것 같은 경구. 기대 많이 했는데 아직까지 내게 있어 그의 대표작은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동식 박유천
박유천이 나온다고 했을때 봉준호가 어린 박해일을 찾았구나 싶었는데,
그래도 박해일이 더 좋았을 걸에 한 표.
딱 한 장면 오홋~했던 순간은
동식이가 아주 능숙하게 식판을 들고 선장실로 올라가서는
선장님도 밀항은 처음이지요-묻던 순간이다.
섣불리 입에 못 올리는 그 말을 직접 묻고 마는 순진함에
노련한 강선장도 허를 찔린 듯 당황하는 기색이 그대로 느껴졌다.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외치는 꼬마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 밖엔 박유천이 책 읽어주는 연기돌이 아닌 것만 알려줬을 뿐. 

분장 잘 한 모형 전진호가 어항에 떠 있는 것 같던 첫 장면을 보는 순간
화면은 별 기대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에 진짜 배를 띄워놓고 찍어서
배우들이 진짜 선원들처럼 움직이게는 했겠지만
정작 그림에선 아주 티나던 밀항자들의 승선 장면을 빼고는 
그게 세트인지 진짜 배인지 보는 사람한텐 그닥...
이야기의 힘이 궁금한 연극 해무에 대한 기대만 커진 채로 끝나는 영화다.
궁금해서 안 볼 수는 없었고, 이야기만으로는 권할 만 하지만,
봉준호의 영화는 아니란 것을 까먹으면 안됨.

명량|2014


서양 신화속 아킬레스 같은 느낌의 이순신
용맹이나 지략 보다도 피의 무게를 괴로와 하는 그의 모습이 
더 묵직하게 다가왔다.

난중일기를 읽었을때 나는 책만 읽으며 그가 남긴 기록속에서
무장의 일기가 보여주는 인간적인 면모를 엿보기만 했는데
인터뷰에서 최민식은
짧으나마 매일의 기록을 남긴 이순신에게서 사색가를 느꼈다고 한다. 
영화속 어디가 사실이고 어디가 상상인지와 상관없이 
재능 있는 배우의 탐색이 
입체적이면서 일관성있는 인물을 표현해 낸 것 같다.

50분이 넘는 전투씬을 기대하며 갔지만
요즘 영화치고는 드물게 허술해뵈는 후반부의 CG와 특수분장,
설마 고증 후에 나온 것이겠지만 
내 눈엔 후레쉬맨 같던 일본 장수들,
전 세계 외국어 전문배우 류승룡을 제외하고는 리듬이 깨진 것 같은 일본어 대사-
등등의 방해로
막간 취침과 병행한 오랜만의 영화감상이었다.
제일 멋있었던 건 마지막,
이순신보다 더 멋있던 거북선의 등장^^

나는 완벽하다고 알려진 실존인물의 그 완벽성을 잘 믿지 못한다.
사람인데 그럴 수 있을까-라는 의문보다도
기록이 남겨지고 전해지는 과정속에서 이루어졌을 자발적 혹은 의도적인 편집을 
그냥 따라가고 싶지 않다는 어린 반항심이 있다.
그가 백성을 향해 충심을 가진게 사실이든 아니든
구국의 영웅을 변치 않는 사실로 믿는 것과는 별개.

소문에 듣던 대로 울컥한 지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남들이 어디서 울컥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초반 바다의 배가 그랬다.
그냥 바다의 배를 보는 것만으로 세월호가 떠올랐고
눈물이 났고
곧 깨달았다. 
한번은 이렇게 울어야하는 거였다. 
그렇게 시작한 이 영화의 감상리듬이 멋대로 달리는 바람에
방치된 백성들이 영웅에 환호하며 마지막힘까지 다할 때
나는 명량의 승리가 이순신의 승리라고 믿고 싶지 않아졌고,
백성이 소중한 건
마지막엔 뭐든 되어주고 뭐든 해줄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라 생각하면서도
순식간에 영웅의 지휘를 따라 
공포와 용기를 뒤집어내는 그 많은 사람 속 하나이고 싶지는 않아졌다.

멋진 백성이면서 멋진 남자.

이것은 백성의 초상^^


세 집단이 동일하지 않으므로 이렇게 보는 것은 전혀 논리적이지 않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친일파 겸 독재자의 딸을 선거로 대통령에 당선시켜놓고
북한괴뢰도 아니고 핵폭탄도 아니고
수백명을 바다에 묻은 지 몇 달도 안되서
왜구를 처부수는 수백년전 장군에 열광하고 있다...니...뭐지 이건?

무한도전과 지방선거

이번은 정말 투표할 의욕이 완전 떨어져서 안할까 하는 생각까지 처음 했지만
결국 막판에 투표소를 잘못 찾아가는 삽질 끝에 하기는 했다.

지난 주 무한도전 투표결과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변화를 얼마나 위험하게 여기는 지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워낙 훌륭하신 유느님과 공식 인증된 돌아이의 대결이라고는 하지만
기발할수록 특이할수록 나쁠 것 없는
오락프로그램의 리더에서조차 안정감이나 듬직함을 찾다니
참, 엄격들도 하시다...

지금 한창 개표 중인 자치단체장과 교육감 선거 결과를 보니
단체장은 이해관계를 따라가더라도
적어도 보수에게 배울 게 없다는 것에는 전국적인 동의가 이루어진 듯.

그것 말고는 쪼다인증같은 결과지만
SBS 그래픽 덕분에 웃다 잔다..,푸하하.

경기도지사로 모피아 김진표를 내밀다니
새정치 잘도 하는구나, 쪼다 같이...

바람둥이 길들이기|I love you to death|1990


www.fanpop.com

거듭 거듭 살아나는 조이를 볼 때 마다 이게 말이 돼-?를 외치게 되지만
놀랍게도 이 이야기는 실화라고--;;

예전 비디오 시절, 
내가 좋아하는 남자배우들이 이렇게나 어이없는 모습으로 단체로 등장했던 충격은 잠시 
뜻밖의 쾌작이었던 기억으로 간직했던 영화.

줄거리는 정말 황당하다.
부인을 제외한 동네 온갖 처자들에게는 소문난 바람둥이 피자가게 주인 조이.
완다라는 이름의 물고기에서 빛나던 케빈 클라인이다. 
조이는 배달 핑계로, 세입자 관리 핑계로 
아내에게는 과로를 호소하기도 하는 뻔뻔함까지 과시하는데다가
꼬박꼬박 고해성사도 잊지 않으며
바람 피우는 여자들에게는 아내를 사랑한다고 선을 그어가며 애타게 만드는 
위풍당당 바람쟁이.

그에게는 남편을 엄청 사랑하는 아내와
못 고치는 기계가 없지만 사위에 대한 애정은 좀 식은 장모와
귀여운 두 아이들이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인물은 조이의 아내 로잘리를 엄청 사랑하는 피자가게 알바생 디보.
이름만 들어도 아련해지는 리버 피닉스다. 
디보는 조이와 로잘리에게 나름 경고도 하지만
로잘리의 아이들이나 엄마와도 사이좋게 지내는 
참한 청년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날 로잘리가 조이의 바람질 현장을 목격하는데
평소의 다짐대로 배신남 남편을 정말 죽여버리려고 한다. 
이것저것 다 망하자 결국 
어설픈 살인청부업자들을 끌어들이는데
그 어이없는 두 콤비 할렌과 말린이 무려
윌리엄 허트와 키아누 리브스^^
이런 윌리엄 허트는 어디서도 보기 힘들고 
키아누 리브스는 엑셀런트 어드벤처의 벙~소년 약물중독 버전이다^^

결국 살인시도는 사실 다 성공이었지만 
죽지 않는 불사조(^^) 바람둥이 덕에 모두 미수로 끝나고 
죽도록 자신을 사랑하는 아내의 정열에 감복한 바람둥이가
총맞은 기념으로 개과천선 한다는 해피엔딩.
뭐야~ 싶지만 실화라는데 어쩌리..^^

보고 싶은 그들이 한꺼번에 생각날 때가 있는데 
그런 날 딱이다. 
케빈 클라인이 피비 케이츠 남편이란 걸 처음 알았을 때 깜짝 놀랐는데
헐...여기 피비 케이츠가 나왔던 걸 지난 번엔 왜 못봤을까.
  
국내에서는 구할 길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아마존에서 샀는데 
헐, 한글 자막이 있...다!!!
워낙 옛날 영화인지라 지금 같은 세련된 자막도 아니고
틀린 구석도 있긴 하지만 아무튼 뜻밖의 선물^^

연애도 인생도 멋져서 오랫동안 애정하던 조니뎁이 
그저 스타일만 훌륭한 평범한 중년남으로 전락한 이후라서 인지
코미디 속에서도 자기 색을 발하는 리버 피닉스가 더 아쉬웠다. 


사월의 미, 칠월의 솔|김연수

김연수의 책, 그것도 단편집을 다 읽는데 두 달이 걸렸다.
기억에 남는 단편...없다.
누군가가 참 열심히 쓴 서평이 뒤에 있었는데 그걸 읽고 나서도 공감은 되지 않았다.

스포일러: 궁금했던 제목의 미와 솔은 음계로 행복했던 순간의 빗소리가 그렇게 들렸다고 한다.

로즈 앤 그레고리|The Mirror Has Two Faces|1996

마지막 뮤지컬씬은 혹시 바바라 감독님의 사심이 아니었을까 ㅋㅋ


예쁜 여자는 멍청하고 변덕스러우며 만족을 모르고
못생긴 여자는 착하고 똑똑하다는 식상한 이분법.
여기서는 거기에 더해 애인의 뮤즈까지 될 수 있는 능력까지 필요했다.

수업시간에 데이트 광고 응모자들의 사진을 보고
똑똑함을 교수능력으로 연결시키지는 못하며 
저 혼자 떠드는 전형적인 수학과 교수(나의 기억속의 수학교사들과 같은)
그레고리는 떠나가는 예쁜 여자들에 상처받는 것에 질려
외모불문 애인구하기에 나섰다가 
언니의 짝사랑과 결혼하고서도 애인모집 광고에 관심을 보이는 여동생이 있는
로즈를 만나게 된다. 

그냥 플라토닉이 좋을 동안 그렇게 지내다 
끌리면 관계를 바꾸기로 했었으면서도
강렬한 트라우마로 평범한 부부가 되기를 거부하는 그레고리.
그레고리를 떠난 로즈는
어린 시절 자신이 못난이가 아니었다는 상처를 치유받고 
이쁜이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헐...그동안은 외모포기자였다는 거?

일단 바바라 스트라이샌드의 매력적인 외모를 좋아하기에
못난이 설정 같은 건 정말 맘에 안 들었다.
메릴 스트립이나 바바라 스트라인샌드 같은 배우들이
오래 동안 외모커플렉스에 시달렸다는 얘기를 들은 것도 같지만
참, 예나 지금이나 자기 이쁜 줄 모르는 사람들 왜 이렇게 많은지.
게다가 여기서 변신 전후의 로즈의 차이가 집나간 바람둥이가 돌아올 정도라곤 
전혀 보이지 않음....

꾸미기 전의 로즈가 좋다가 아니라 
꾸미건 말건 좋다고 했어야지.
오래 전에 해외토픽에서 
남편이 장기 출장 간 사이 남편에게 사랑받으려고 다이어트했다가
돌아온 남편이 아내의 사라진 뱃살을 돌려달라며 소송해서 승소했다는 
웃긴 기사를 본 게 기억이 났다.
뱃살 보다 아내의 선택을 존중해줬어야지.
예뻐서 좋아-가 못생겨서 좋아-와 
다를 바 없는 걸. 

내용은 그저 그렇지만
이 영화의 미덕은 
바로 바로 제프 브리지스.  
자신의 미모를 남사스러워 하지 않고
평범하게 뽐내고 있다. 
그런 눈빛을 가지고도 멜로물이 인색한 필모를 가진 
제프 브리지스의 귀한 연애영화라는 것으로 만족.

필라델피아|Philadelphia|1993



꽤 오래 전인 것은 당연지사, 93년작이라는 것도 놀랍지 않았는데 
지금에서 21년 전이라니 느낌이 다르다. 
헐리웃 영화들이 꽤 근사하던 시절의 또 한 작품.
재미있게 보고도 결말이 기억나지 않는, 
심지어는 '충격적인 결말'이라는 생각은 기억나는데
정작 그 '충격'은 기억이 나지 않는 기막힌 나의 기억력이 
실망을 너머 웃길 지경인지 꽤 됐는데, 
놀랍게도 필라델피아는 인상깊은 모든 장면들이 
기억하는 그대로였다. 
임산부와 노약자도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올 수 있을
가족적인 장례식도 그대로.
한때 이런 장례식을 꿈꾸었는데
아마 부를 사람이 없을 것 같음 ㅋㅋ
조나단 드미 님은 지금 어기서 무얼하고 계신지요....

에이즈에 대해 전 세계가 무지하던 시절, 
병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우회하지 않는 직구방식으로 전해준 것에 감탄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4년 뒤에도 무고한 어린아이를 통해서나 전할 수 있었던 것인데.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닐 영, 마리아 칼라스까지
멋진 음악도 그대로 기억이 난다. 
요즘 EBS에서 하는 영화들이 
마침 90년대의 영화들이 많아서 즐겁다.


뭐니뭐니해도 하이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