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시즌3 6화|the Newsroom Seson 3 EP06 What kind of day has it been|2014

총알탄 자막이 없어 훌렁훌렁 보느라 포스팅을 미루는 사이
어느덧 마지막회.
찰리 스키너의, 찰리 스키너에 의한, 찰리 스키너를 위한 마지막회를 보고
더이상은 참을 수 없다.
모두의 빅맨, 찰리에게는 명복을 빌기보단 안부를 물어야할 것 같다.
눈물 흘리는 사람은 아무도 등장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찰리의 빈자리를 느끼며 그리워하고
그 장례식에 찰리가 온대도 그들 중 하나로 그럴듯하게 어울렸을 것 같은
멋진 장례식이었다.



며칠 전 미국무부 장관이 CIA고문보고서를 보도한 기자에게 내부고발자를 더이상 묻지 않겠다고 하던데, 설마 윌의 옥살이가 영향을 준 건 아닐까 생각해봤다.
예측 할 수가 없는 상황인데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
첫회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나는 뒤늦게서야 눈치챘던
'이 모든 것은 찰리의 계획'이었음을,
리오나 랜싱 여사는 생각보다도 더 멋진 사주였음도 알려준
친절하고 따뜻한 엔딩.
1-2 시즌에 비해 박진감(?)은 덜했지만
다 보고 난 지금 어느새 사람들은 성큼 다가와있어
헤어지기가 아쉽다. 


-주려고 챙겨놓은 게 있어요.
-스키너 부인.
-낸시라고 부르세요.
-낸시....꼭 말씀드릴 게...찰리는 저 때문에 심장마비가 왔을지도 모릅니다. 그랬을 거에요. 찰리가 보도하도록 시킨 뉴스가 있었는데 제가 안했거든요. 찰리가 굉장히 화를 냈고..그리고...
-프린스턴대 학생요?
-저요?...아, 네...
-찰리도 원하지 않았어요. 당신이 계속 대들길 바랬죠. 리오나가 프루이트에게 회사를 팔아치운 지난 몇 주간이 찰리에게 지옥이었던 건 맞아요. 하지만 자기에게
든다고 화를 내진 않았어요. 오히려 그게 의지가 됐죠. 찰리는 당신을 사랑했어요, 돈. 자랑스러워했구요. 당신 때문에 찰리가 그렇게 된 거 아니에요. 
하기 힘든 얘기였을텐데 말해줘서 고마워요. 그치만 상관없어요. 찰리가 살아있을 때 당신이 해준 게 더 중요하니까. 어쨋거나..좀 바보같지만, 이거 당신이 가졌으면 해요.   

마지막 회에 이르러
닐은 귀향살이를 끝내고 돌아왔고,
찰리가 떠난 빈자리를 빼고는 모두가 같은 자리에 선 마지막 방송을
윌이 시작했다.


기묘한 감옥체험이었지만 윌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얻었고,
슬로안은 윌 이상의 결단력으로 윌의 빈자리를 화끈하게 해치웠고,
돌아온 닐도 단 몇 분 만에 복구작업에 착수했다.
백악관을 드나드는 현장기자를 선택한 매기의 앞날도 궁금하고
첫사랑(!)에 빠진 짐의 연애가 이번에는 괜찮을지,
생각보다 오랜 역사(?)가 있었던 슬로안의 러브라인도 안녕하길.
돈은 슬로안의 사랑을 받을수록 멋져지는 느낌^^


-정말 고마운 말이지만...면접은 보러 갈래.
-왜?
-현장취재를 하고 싶어, 워싱턴에서. 백악관 출입도 하고.
-내가 널 추천했고 널 떠나보내려는 속셈이라 속상한 거라면...
-아냐.
-그럼 왜 여기 프로듀서 자리가 싫은건데?
-현장취재가 하고 싶다고. 워싱턴이야, 백악관출입도 하게 될. 아까 안들었어?
-됐어.
-됐다니?
-같이 보낸 3일이 별일 아닌 게 아니었어. 며칠인지는 안 중요해. 나도 맨 정신이고, 그건 그 이상이란 말야.
-내게도 그래.
-정말?
-그냥 그렇게 내뱉은 것 뿐이야.
-여기 있는 거지?
-아니. 나 워싱턴 면접 볼거야, 왠지 알아?
-금요일 방송끝나고 마지막 비행기 타서 월요일 첫비행기로 돌아오지 뭐.
-내가 가끔 뉴욕으로 올수도 있고.
-아니면 뉴저지 중간에서 만나고.
-맞아.
-그래.
-장거리 연애 많이 해봤어?
-응.
-잘된적 있어?
-전혀.
-이번엔 뭐가 달라질건데?
-그땐 사랑했던 게 아니니까.
-잠깐, 뭐?

-뉴스나이트 안한다고 했다며?
-응. 더 적게 벌면서 28만7천시청자들이 보는 프로를 할 수 있는데 왜 110만 시청자들이 보는 프로를 하나?
-그렇다치고, 왜?
-나아지고 있으니까. 좋아지는 중이니까.
-그동안도 좋았잖아.
-다음분기엔 28만8천 시청자가 볼거야. 두고 봐.
-우린 다시 자리 잡은 거네.
-응. 네가 찰리를 해치운 거 빼면.
-농담이라도...재미없어. 찰리가 평생의지에 반해서 신념 없는 일을 위해 말그대도 죽도록 싸웠는데, 다들 아무렇지도 않은걸까?
-프로이트가 너랑 맥을 해고하려고 했을때 갑자기 찰리의 신념이 된 게 뭔지 우리 다 봤잖아.
-찰리가 보고 싶어.
-저기. 낸시가 네가 가졌으면 한다며 뭘 줬어.
-뭔데?
-몰라.
 
헐....짐의 퐝당한 첫사랑 고백.
옛 여친들에게는 참으로 '찢어죽이고 말려죽이고 싶은' 발언이자,
레전드급 환상특집고백 등극.
그래도 1-2시즌과 달리 매기가 여전히 괜찮아 보이는 걸 보니
아무래도 시즌3의 최대 수혜자는 매기.
참 어렵겠지만 신념과 도덕이 있는 기자로 쑥쑥 자라주길.
바람피우고 거짓말하고 뭐 그런 이유들 말고
신념이 달라 헤어질수도
신념이 같아 사랑이 깊어질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분 전에 드디어 제대로 된 뉴스를 했어. 어떻게 했는지 알아? 
우리가 그러기로 했으니까!
좌우명 삼고 싶은 멋진 말, We just decided to. 
.....하지만, 이 마지막 에피소드는 뒤늦게 알게 된 당신이 
그런 '우리'에 앞서 먼저 결심하고 많이 애썼음을 보여주네요...
안녕, 찰리....

다이빙벨|The Truth Shall Not Sink with Sewol|2014



세월호 초반에 외신과 함께 한 두번 봤던 고발뉴스.
다이빙벨이 투입이 생중계라는 것을 알았고, 혹시나 하는 희망이 있었는데도
긴 새벽을 뿌연 수중과 밤의 팽목항 구석 장면으로 버티지 못해 못 본 것이 아쉬웠는데
이렇게 종합편으로 만들어낸 이상호의 패기가 있어 다행이다.

서서히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오히려 절망적인 지금
도대체 영문을 모르고 죽어가던 수 백 명의 사람들과
가까이서 그들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안타까움이
아마도 뉴스 밖이었을 감정씬들에 알알히 새겨나오고 있었다. 
냉철하고 날카로운 기자도 좋지만
이렇게 지키고 싶은 것을 잃고, 뭇매를 맞으면서도, 멈출 수 없는 사람들의 곁에서 
함께 울어주는 기자도 한 명쯤은 있어 다행이다. 
이종인 멋있다. 

소년이 온다|한강|2014

그래. 초를 태우면 냄새가 없어지겠구나....도청에서 왔다고 하면 헐하게 주거나 그냥 가져가라는 사람이 많아 큰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초가 넉넉해서, 유족이 지키지 않는 관과 미확인 시신들의 머리맡까지 모두 밝힐 수 있었다.

....여태 초등학생같이 키가 안 자란 정대. 그래서 정미 누나가 빠듯한 형편에도 우유를 배달시켜 먹이는 정대. 정미누나와 친남매가 맞나 싶게 못생긴 정대. 단춧구멍 같은 눈에 콧잔등이 번번한 정대....

썩어가는 내 옆구리를 생각해.
거길 관통한 총알을 생각해,
처음엔 차디찬 몽둥이 같았던 그것,
순식간에 뱃속을 휘젓는 불덩어리가 된 그것,
그게 반대편 옆구리에 만들어놓은, 내 모든 따뜻한 피를 흘러나가게 한 구멍을 생각해.
그걸 쏘아보낸 총구를 생각해.
차디찬 방아쇠를 생각해.
쏘라고 명령한 사람의 눈을 생각해.

그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 잠든 그들의 눈꺼풀 위로 어른거리고 싶다, 꿈속으로 불쑥 들어가고 싶다, 그 이마, 그 눈꺼풀들을 밤새 건너다니며 어른거리고 싶다. 그들이 악몽에서 피 흐르는 내 눈을 볼 때까지. 내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왜 나를 쐈지, 왜 나를 죽였지.

 방학하는 날까지 그녀는 날마다 정류장 옆 공중전화 부스에서 도청 민원실에 전화를 걸었다. 분수대에서 물이 나와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제발 물을 잠가주세요. 손바닥에서 배어나온 땀으로 수화기가 끈적끈적했다. 예에, 의논해보겠습니다. 민원실 직원들은 인내심 있게 그녀를 응대했다. 꼭 한번 나이 든 여사무원이 말했다. 그만 전화해요, 학생. 학생 같은데 맞지요. 물이 나오는 분수대를 우리가 어떻게 하겠어요. 다 잊고 이젠 공부를 해요.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김진수가 더 많은 고통을 받았을까요.
  아니요, 나도 충분히 고통받았습니다.
  김진수가 더 잠을 못 잤을까요.
  아니요, 나도 잠을 못잡니다. 하루도 깊이 못 잡니다. 숨이 붙어있는 한 계속 그럴 겁니다.
  선생이 나에게 처음 전화를 걸어 김진수에 대해 물은 뒤 생각했습니다. 다시 전화를 걸어온 선생과 이곳에서 만날 약속을 잡은 뒤에도 생각했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왜 그는 죽었고, 아직 나는 살아있는지.

 나중에 알았습니다. 그날 군인들이 지급받은 탄환이 모두 팔십만발이었다는 것을. 그때 그 도시의 인구가 사십만이었습니다. 그 도시의 모든 사람들의 몸에 두발씩 죽음을 박아넣을 수 있는 탄환이 지급되었던 겁니다. 문제가 생기면 그렇게 하라는 명령이 있었을 거라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학생 대표의 말대로 우리가 총기를 도청 로비에 쌓아놓고 깨끗이 철수했다면, 그들은 시민들에게 총구를 겨눴을지도 모릅니다. 그 새벽 캄캄한 도청 계단을 따라 글자 그대로 콸콸 소리를 내며 흐르던 피가 떠오를 때마다 생각합니다. 

...저는 조합 활동을 적극적으로 못해요. 해고되면 안되거든요. 동생 학비도 보내야 하고, 언젠가 저도 공부를 할 거니까요. 의사가 되고 싶어요......사방에 흩어진 우리 신발을, 정미가 전부 모아서 노조 사무실에 갖다 놨대. 쪼그만 게 그렇게 서럽게 울더란다. 

 나중에 느이 작은형이 그러드마는. 총을 맞고 피를 너무 흘려서 네 얼굴이 그리 희었다고. 그래서 관이 가벼웠다고. 네가 아무리 덜 컸다고 해도, 그렇게 관이 가벼울 수는 없었다고. 그람스로 두 눈에 핏발이 서드라이. 이 원수는 내가 갚을랍니다. 그것이 뭔소리다냐, 깜짝 놀라서 내가 그랬다이. 나라에서 죽인 동생 원수를 무슨 수로 갚는다냐. 너까장 잘못되면 나도 따라 죽을 거이다.
 그라고 삼십년이 흘러가도록, 너하고 느이 아부지 기일에 그 자식이 가만히 서서 입다물고 있는 것을 보면 마음이 이상해야. 네가 죽은 것이 저 때문이 아닌디, 왜 친구들 중에 제일 먼저 어깨가 굽고 머리가 하얗게 세었을까이. 저것이 아직도 원수 갚을 생각을 하고 있단가, 생각하면 가슴이 내려 앉아야.

 특별히 잔인한 군인들이 있었던 것처럼, 특별히 소극적인 군인들이 있었다. 
 피흘리는 사람을 엎어다 병원 앞에 내려놓고 황급히 달아난 공수부대원이 있었다. 집단발포 명령이 떨어졌을 때, 사람을 맞히지 않기 위해 총신을 올려 쏜 병사들이 있었다. 도청 앞의 시신들 앞에서 대열을 정비해 군가를 합창할 때, 끝까지 입을 다물고 있어 외신 카메라에 포착된 병사가 있었다. 
 어딘가 흡사한 태도가 도청에 남은 시민군에게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총을 받기만 했을 뿐 쏘지 못했다. 패배할 것을 알면서 왜 남았느냐는 질문에, 살아남은 증언자들은 모두 비슷하게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들이 희생자라고 생각했던 것은 내 오해였다. 그들은 희생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 남았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을 어떻게든 전두환에게 읽힐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다. 지금도 그 자의 사면복권은 김대중의 월권이라 생각하지만, 정 그래야 했다면 최소한 자기 자신의 죄를, 그 모든 기록을 똑바로 보고, 최소한 며칠쯤은 그 원한을 온몸뚱이로 받아주게 했어야 했다.

그저 수백 수천의 희생자의 일부로, 실감나지 않던 그 삶, 한 명 한 명에게 이렇게 이름을 붙여주고 있는 한강. 소설 속에서 하나 하나의 죽음과 고통은 모두 다른 사람의 기억으로 남아 살아남은 자들의 죄의식과 슬픔을 전하며, 넋나간 채 직후의 애도시간을 잃어버렸던 그들과 갑작스런 통곡으로 공명하게 한다. 

책을 읽기 전엔 그냥저냥 들었던 한강이 출연한 팟캐스트를 다시 듣는데, 우리 모두의 중요한 역사가 어쩌다 한 지역의 한이 되어버렸다는 얘기, 이 책은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던 작가의 당부가 깊게 남았다.

*책말미 한강이 각별히 감사드린 자료집 목록
광주오월민중항쟁사료전집/한국근대사 사료연구소/풀빛/1990
광주, 여성/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후마니타스/2012
우리들은 정의파다/감독 이혜란
오월애/감독 김태일
5.18자살자-심리부검보고서/연출 안주식

인터스텔라(어쩌면 스포일러)|Interstellar|2014


보면서 내내 컨택트와 그래비티가 겹쳐보였는데
우주 하면 떠오르는 칼 세이건의 그림자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뭘 좀 알고 봐야한다길래 좀 찾아본
초끈이론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시각적으로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다 멈춰서는 장면이나,
시간의 상대성,
아버지와 천재과학자(가 되는) 딸의 관계의 유사점이 더 컸다.
시공을 넘나드는 것이 중력인지 사랑인지 결판을 내보자고
세 시간의 대 장정이라니.
게다가 타나토노트라는 소설이 마지막에서 그저 크게 놀란 주인공만 보여주고
그게 뭔지는 상상해내지 않은 작가때문에 황당했을 때처럼
아무 설명 없이 5차원을 겪고 블랙홀에서 빠져나온 주인공은
참 너무했다.

나의 의심은
놀란 감독이 다음 영화들을 위한 연습장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것...
아님 말구.
다크나이트 시리즈의 깊은 여운을 간직하고 있는지라앞으로의 기대까지 접지는 않겠다...

결국 그가 내 놓은 마지막 결말이란
예전에는 곧잘 4차원이라 부르던 것에 대한 상상을
놀란의 이름으로 5차원이라 정하고 그림으로 보여준 것 뿐이다.
게다가 그 탐험의 끝에서 그가 직접 얻은 지식이란
선택자가 자신이 아닌 딸이었다는 것 뿐,
그렇게 호의적이라는 '그들'이 왜 굳이 그런 개고생을 시켜가며
정보를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다른 은하계로의 여행을 준비했던 우주선에
사고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연료가 부족했거나
웜홀과 블랙홀을 떨어뜨려 놓은 설정에서
100년도 남지 않은 시간에 우주로 이사가야 한담서
굳이 그저 미지일 뿐인 블랙홀 주변의 행성으로 답사를 보낸 것도
이해가 안간다.
어차피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새로운 인류 창조를 위한 플랜B가 속뜻이었다면
굳이 서두를 필요도 없었잖아, 지구가 언제 망하든 탈출할 소수는 있을텐데.
저항하라는 시를 읊으면서 거짓말을 하는 노과학자라니, 웬 허세? 
게다가 예기치 않은 골동품,
설마 맷 데이먼이? 하고 의심스러웠던
요즘은 거의 멸종된 줄 알았던 1차원 악당의 등장이었다.
본격적인 분노게이지가 상승하던 지점.
신뢰가 거의 바닥이던 쿠퍼 남매의 극적인 화해도 그렇다.
아빠 얘기 한 마디와 포옹으로 다 끝?
장난하냐....
되게 사소한 걸로는 우주복.
그래비티에서는 그렇게 힘겹게 입고 벗던 우주복이
여기서는 거의 소방대원 방화복 수준이었다.
내가 모르는 깊은 뜻이 있었거나
미래에는 그 정도의 신소재가 개발되었다고 믿어야겠지만 어쨌든 싼티.
내내 감정선을 지배하려들던 음악도 거슬렸고.

보고 감동을 받았다는데
거기다대고 어디가 왜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를 따져묻는 건
바보같은 대화-라고 부를 수는 없는 게 될 수도 있는-가 되기 십상이다.
남들이 설레발을 치건 말건 아마도 보고 싶었던 마음이 조금은 있었을테니
원망할 것도 없고.
그러니 세시간이 지루하지않게 감동을 받은 관객들을 그냥 부러워하는 걸로.
그러나... 
큰 화면을 보라고 해서 아이맥스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서
저렴한 조조가 아닌 굳이 아이맥스를 선택하여 본 보람은 별로, 아니 전혀 없고
(아이맥스로 볼만한 장면보다는 드라마장면이 훨씬 많은데다가
일산 CGV 아이맥스의 사운드는 거의 재앙이다..!)
마지막의 30분, 그것도 아예 끝은 황당하기까지한 이 이야기를 위한
2시간 반의 설레발은 내겐 무척 과했던 당신.
초반에 좀 졸다가 뒷부분을 전혀 자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76% 신뢰수준의 분노와 짜증 때문이라고나 할까...

또 하나 의심은
유명 감독의 화제작 치고는 엉성했던 번역.
자막은 있었으나 없었던 것처럼
뭔가 훌러덩 본 느낌?
나의 무식 때문만은 아니었을 거라고 강력히 의심해본다...

계속해보겠습니다|황정은|2014

그게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렇게 가정하고 생각해보는 것은 조금 두렵다. 순자씨는 그 도시락으로 나나와 내 뼈를 키웠으니까. 그게 빠져나간 뼈란 보잘것없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구조적으로도 심정적으로도 보잘것없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대단하지 않아? 보잘것없을 게 뻔한 것을 보잘것없지는 않도록 길러낸 것. 
무엇보다도 나나와 내가 오로지 애자의 세계만 맛보고 자라지는 않도록 해준 것.
그게 그녀의 도시락이었어. 
다만 도시락.
그뿐이었고 그 정도나 되었으므로 대단히 대단하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당신이 상상할 수 없다고 세상에 없는 것으로 만들지는 말아줘.

이것은 몇번째 태몽인지 모르겠습니다. 수줍은 듯 일렁이던 달을 생각하자 묘하게도 가슴이 미어집니다. 그렇구나, 생각합니다. 가슴이 미어진다는 것은 이런 말이었구나. 여러개의 매듭이 묶이는 느낌. 가슴이 묶이고 마는 느낌. 

한편 생각합니다. 
무의미하다는 것은 나쁜 걸까.
소라와 나나와 나기 오라버니와 순자 아주머니와 아기와 애자까지 모두, 세계의 입장에서는 무의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의미에 가까울 정도로 덧없는 존재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소중하지 않은 걸까, 생각해보면 도무지 그렇지는 않은 것입니다. 

덧없어도 소중하다가 아닌, 덧없으니까 소중하다는 말은 아직 공감하지 못하겠는데, '도무지 그렇지는 않은 것'이라는 저 말은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게 된다.  
언뜻 보면 말장난 처럼 이래저래 말의 밥상을 차리는 것 같지만 죽 따라가다보면 거짓말 하기 싫은 사람의 정확한 표현을 만나게 된다. 흙으로 그린 동화같은 이야기.   
궁금함을 참지 못해 결국 책다방을 먼저 들은 뒤 책을 읽었더니...후회막급이다. 팟캐스트에서 들려줬던 인상깊은 구절들이 책에서는 방송 때만큼의 감흥을 주지 않았다. 그들을 직접 만날 기회를 놓치다니, 아깝다......! 

처음 제목을 들었을 때는 굉장한 의지가 담긴, 멈추지 않겠다는, 굴하지 않겠다는 '계속해보겠습니다'로 생각했는데, 소설속 '계속해보겠습니다'는 이어집니다, 끝나지 않았습니다-의 의미였다.

선언도 출사표도 아닌, 살아있고, 살아가겠다는 나즈막한 안내말씀.
그들의 행복이 참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