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DF 2014| 전기도둑 로하|Powerless



감독 : 디프티 카카, 파하드 무스타파 Deepti KAKKAR, Fahad MUSTAFA 인도 | 2013 | 82분 | 월드 쇼케이스
: 전기와 힘을 중의적으로 의미하는 것 같은 제목인데 한글로는 단박에 정리되어 버린--;;

나라면-나 하나만 간수하면 되는 간편한 입장이니
전기 없이 사는 쪽으로 애를 썼겠지만
이 사람들은 안 싸우면서 훔치는 평화로운(^^) 해결책을 선택한다.
결국은 싸울 수 밖에 없었지만.
끝까지 보고 나면 이 영화는 전기도둑 로하의 성공담이자,
전기회사 사장의 실패담이지만
로하는 얻은 것 없이 계속 가난하게 살고,
사장은 좌천일 망정 별로 크게 잃지는 않았다.

차라리,
체납자들을 한번쯤 만나보고 현실적인 납부계획을 세워가며 징수를 했으면 어땠을까,
로하같은 전문가를 유지보수기사로 채용해서 소비자들의 불만을 좀 줄였음 어땠을까,
싶었다.
  
한편 승리처럼도 보이는 칸푸르의 선거 후
영세민들의 전기고지서 형편은 좀 나아졌을까?
제일 궁금한 걸 안 가르쳐줬던 불친절한 영화.

코믹포인트>
70개 전선으로 연결된 양수기를 돌리는 주민과 전기를 열심히 훔치는 로하가 만나
서로의 공적을 칭찬한다.
겸손한 물도둑과 전기도둑이
서로의 공적을 칭송하는 것을 보자니 웃음이^^

EIDF 2014| 공대생의 연애공식|Love & Engineering



감독 : 토니슬라브 흐리스토브 Tonislav HRISTOV 핀란드, 독일, 불가리아 | 2014 | 84분 | 월드 쇼케이스
:그는 과연 pickup master가 되었을까요...ㅋㅋ

자신의 결혼경험을 토대로 공식에 맞는 성공적인 연애를 하겠다는 엔지니어다운 생각.
결국  다른 극영화에서 많이 본 것 처럼
완벽하게 잘 살다가 잠깐의 연애 후 인생이 흔들린
귀염둥이 청년의 항변을 클라이막스로
결국 연애는 기계적으로는 불가능하나
경험만은 소중하다는,
초반의 발랄함을 무참히 꺽는 결말에 이른다.

알 수 없는 엔지니어링의 세계,
얼마 전 수학 다큐멘터리를 생각해보면
의외로 많은 분야에 착실히 적용되는 게 과학이라고는 해도
자기 자신이기를 원하는,
그래서 세상의 단 하나로 존재하고 싶어하는 애인을
익명의 '여자들'로 다루는 전제가 바뀌지 않는 한
아무리 과학적 실험을 거듭해봤자 뭐하나 싶었다.
스스로 미숙하다고 생각해서
새로운 것을 구하려 용기를 냈으면서도
그조차 익숙한 방식으로 하려고 하는
고집스러움이 그들의 첫번째 방해물이 아니었을까...하고 주관적인 진단을 해봤다.

되게 웃겼던 장면.
데이트 때 총쏘기 게임 얘기 한 걸 자랑삼으며
그 게임의 승리비법을 다음 데이트에 얘기해주겠다는 남자에게
내가 여자라면 너랑 사귀겠다며 감탄하며 걸어가는데
우와....개콘을 능가하는 걸어다니는 연애바보군단^^

EIDF 2014| 마이크로토피아|Microtopia

감독 : 예스퍼 워시메이스터| Jesper WACHTMEISTER 스웨덴 | 2013 | 52min
  
 살고 싶은 집 1위: 사막집의 밤과 낮

 살고 싶은 집 2위: 크레인집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지 모를 집: 작은 집

 살고 싶지 않지만 놀라운 집: 트레일러(?)집

아마도 가장 특이한 집: 이것이야말로 웨어러블 하우스^^


 살고 싶지 않지만 구경가보고싶은 집: 도둑(??)집

 정말 안 살고 싶지만 신기한 집: 자급자족 은둔자의 집

역시 안살고 싶지만 대단한, 쓰레기(^^)섬 집 

 우리나라 캠핑장에 있으면 대박날 것 같은 텐트


우와, 굉장하다.
집을 사지 않거나 산골로 들어가는 것 말고 이렇게 사는 방법들이 있었다니.

감탄하는 와중에도
궁금증 1.좀 무섭지 않을까...
궁금증 2.아무 땅에나 저렇게 놓고 살아도 되나..?

처음에는 작은 공간, 꼭 필요한 집이란 무엇인가에서 시작해
결국 삶의 방식을 실현시켜 줄 자신만의 집을 만들어 살아가는
대단한 에너지의 주인공들과 만날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도시 속에서 새로운 집을 찾든,
사람들과 떨어진 곳에 혼자만의 공간을 만들고 살아가면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고 싶어하는 사람들.
친밀하고 직접적인 관계를 떠나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다수와의 연결고리를 유지하는 모습이 처음엔 모순 같았지만
어쩌면
만들고 유지하는데 많은 수고가 드는 친밀감을 포기하면서도
정말 혼자가 되고 싶지는 않은
혼자쟁이들의 새로운 생존전략도
그들의 집만큼이나 적극적인 적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이지 않는 어디에선가
이렇게 숨구멍을 뚫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처절한 운명 같던 생존이
실은 매우 창의적이고 생산적일 수도 있음을 본다.
그렇게 '살아남는' 사람들이 희망임도. 

2014 고양아람누리 마티네콘서트| All that Strings 4|열정의 현, 남미의 리듬에 빠지다

그리고  양성원

아무래도 현악기 편성이라서 작년 피아노공연 때와 달리 
올해는 이번이 두번째.
첫공연이었던 6월의 바람 만난 현은
딱히 내가 좋아하는 곡들이 없어서
단정하고 모범적인 양성원의 첼로만 기억난다.

이번 공연은 
피아졸라의 망각 때문에 예매했었는데
악기 편성을 위해 했다는 편곡이 솔직히 좀 맘에 들지 않았지만
-리베르 탱고는 그냥 양성원 혼자 연주하는 게 더 좋았을 것 같은 아쉬움..
이런 공연이 아니면 아마 평생 못들어봤을 기타소나타와
양성원 첼로의 매력을 느껴 흡족하다.
 
라틴음악이라고 할때 남미만 생각하면
이탈리아와 스페인 음악이 섭섭해한다며
고루 곡을 골라준 정성도 느껴졌고, 웬일로 앵콜까지^^

처음은 아닌 것 같은데
듣기 좋았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 중 겨울이
가장 좋았던 곡.

선곡을 보면
양성원이 좋아하는 음악들과 나는 거리가 좀 있는 것 같은데
가을 공연은 무려 슈베르트와 브람스라니 기대가 된다.

참 포스터에서 마크 패드모어라는 테너의 공연소식을 봤는데
반주를 폴 루이스가 한다고-
공연 한번 봤다고 반갑지 뭐야 ㅎㅎ

EIDF 2014|왜 나는 수학이 싫어졌을까?|How I Came to Hate Math?



감독 : 올리비에 페이용 Olivier PEYON | 프랑스 | 2013 | 103min | 기술과 문명

"다들 수학에 꼴찌였다고 말하니 놀라울 밖에요, 웬꼴찌들이 그렇게 많대요?"
의외의 허를 찌르는 설득력있는 반론^^
하지만 듣도 보도 못한 원칙이
들어도 모르겠는 법칙에 수렴함을 증명했다는 공로로
수학계 최고 권위라는 필즈상을 수상하는 수학자들을 보자니
역시 수학이란...쩝...


아 좋아, 명쾌한 결론
-사람들이 수학을 싫어하게 된 건
좋은 수학교사가 없기 때문!
...근데 이것도 어쩌면 모두가 알고 있던 거 아닐까...?
근데, 보고 나면 오랜만에 수학문제를 하나 붙들고 씨름해보고 싶어진다..
미쳐가는 거?

수학교육의 문제라고 짚었던부분은
고등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을 걸러내는 용도의 학문이 되어버려서
이해 중심으로 교과서를 개혁해봤자
교사들은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실수하지 않으려 책대로만 가르치게 되고
정작 학생들의 능력개발에 중요한 사고력보다는
필요한 점수를 위한 요령수업을 시키게 되니
학생들은 점점
흥미를 잃고 점수를 따야하는 악순환의 희생양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헐...어쩌지...
전세계 수학교육의 잘못된 길을
우리나라에서는 영어도 걷고 있는 것을....

보고나서 알게 된 것.
-세계의 5억명이 매일 구글과 페이스북을 이용한다니
생각보다 적은 수의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네.
-복잡한 수학문제를 푸는 기계가 탄생한 것은 복잡한 문제를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간단한 단계로 쪼개서 풀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는데
상담이론 중 하나에서 들었던 것과 비슷하다.
인생의 복잡한 문제도 하나씩할 수 있는 것부터 해결해나가라는
-부피의 차이였나 암튼 그런 재미로 재봉을 즐긴다던 프랑스의 고등수학교사가 나왔다.
숫자말고 개념에 집중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수학을 가르치던.
-수학자 출신의 대박투자전문가
지금 이 혼란 중에는 무슨 생각을 하실지....

수학의 큰 세계를 보여주려는 어느 수학애정자의 열렬한 연설문이라고나 할까.

EIDF 2014|마르마토|Marmato


감독 : 마크 그리에코 Mark GRIECO | 미국 | 2014 | 87분 | 페스티벌 초이스

너무나도 그 결말을 잘 알 것만 같던 마르마토 이야기.
언제나 그렇듯 떠오르는 의문들은 비슷하다.
애초에 저 금이 많은 산은 어쩌다가 주인이 생겼을까?
30%만 고용이 승계된다면 왜 나머지 70%는 고용뿐 아니라 재산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억지로 떠나야 하나?
처음의 공공의 행복을 계산하던 공리주의에서는
분명히 전체 행복에서 전체의 고통을 빼는 계산이었을텐데
이제는 실체도 모르겠는 국익이라는 이름뒤에 숨은 소수가
존재하는 다수를 하나씩 고립시켜
마땅히 희생하지 않는 이기주의자로 몰아부치고 있다.
제비뽑기 정도의 기회도 없는 일방적인 선별을 통해서.

마르마토에서는
불법이지만 밀어부치겠다는 선진국 대기업의 대리인에 맞서며 시작된 싸움이었다.
콜롬비아에선 그나마 외국자본이라는 근거로
생존과 애국을 함께 묶어 호소할 수 있었지만
한국처럼 한 나라안에 없는 게 없어서
쫓겨나는 사람이나 내치는 자본이 같은 국적일때라면,
그 내쫓김은
당신들은 이등국민이라는 선언같은
존재의 가치마저 부정당하는 서글픔이었겠구나...짐작하게 해준다.

하지만 우리가 후진국 취급하는 콜롬비아에서도
공권력이 투입되는데 6년이 걸렸고
그 전에 두 번의 법 개정이 있었다.
빨리 달려간 시간과 거리는
언제나 우리에겐 더 길게 돌아갈 수 밖에 없는 미래가 되고 있는 것만 같다.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살아남음으로 승리를 기록해가는 마르마타의 사람들-멋졌다.
정치적 죽음이 만연한 나라에서는 자본에 의한 죽음이 덜하기 마련인데
이 두 가지 모두가
보기에는 덜 잔인해보여도 실은 별 다를 거 없이 계속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도
한번쯤은 있었으면 좋겠는 생존동화.
6년간 기록한 감독도 대단하다.

EIDF 2014|112번의 결혼식|112 Weddings



감독: 덕 블록 Doug BLOCK | 미국 | 2014 | 95분 | 페스티벌 초이스

제일 멋져 보이던 언니네 사진이 없네...
언니의 마지막 말씀-Give it a try. What the hell?
그 말을 듣던 남편의 헐~ 스런 모습도 귀요미 ㅋㅋ
 
꽤 지미있어보이는 작품소개였음에도
종합해보면 사실 별로 새로울 건 없었지만
-하긴 사람과 사람 관계에서 새롭다는 게 또 뭘까 싶기도 하고....
진짜 부부들의 용감한 카메라 앞 직접 고백은 확실히 실감났다.
영화속에서 이미 봄직한 오랜 결혼 생활이 외도로 끝장나는 부부도 있었고,
-그녀의 고백 중 남편의 외도는 아이를 잃는 것 다음가는 고통이란 말이 인상깊었다
영화보다 영화 같은 부부도 있었다.
-아이의 예상치 못한 투병생활이나 한쪽의 발병으로
급변한 결혼생활을 이어가거나 끝내 마침표를 찍었던.
언젠가 읽었던'개방결혼'의 형태를 선택한 것 같은 한쌍이 등장했는데
오히려 젊은 시절보다 더 잘 어울리는
안정감있고 평온한 표정으로는
이들이 가장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두 아이가 있고 오랜 생활을 같이 해왔다 해도
다른 장기 동거 커플들의 실패한 결혼을 생각하면
이들 역시 '결혼'에서는 신인이므로
앞으로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부부 중
주로 말이 많은 사람들일수록 오히려 말하지 않는 게 많게 느껴지기도 했고,
꼭 하고 싶은 말을 참는 모습이 위태로와 보이기도 했다.
운명같던 만남도 시간이 지나면
신동이 나이들며 평범해지듯
같은 단계의 계단을 오르게되는 모양이다.
다들 이견없이 입을 모으던 의견은 단 하나-행복한 결혼이 매우 어렵다는 것^^
물론 이 말이 결혼 하지 않는 게 더 행복하기 쉽다는 것과 같지 않음은 알지만,
얼마 전 엄청 웃었던 댓글 하나가 다시 생각났다.
우리 결혼했어요를 보고 결혼하고 싶어지면 사랑과 전쟁으로 달래고
아빠 어디가 보고 아이 낳고 싶어지면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보면서 달랜다는 ㅎㅎ
다들 나름 살 궁리 하며 사는 거지 뭐^^ 

내내 나오는 사람들의 인상을 주로 보게 됐는데
결혼생활과 상관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십수년 전 보다 더 외모가 멋져 보인 건

1. 나도 노화중이라 친근해서?
2. 현대의학의 대중적인 보급?
3. 아니면 사랑의 힘?

뭘까...? ㅎㅎ

EIDF 2014|그 노래를 기억하세요?|Alive Inside: A Story of Music & Memory


Directed by 마이클 로사토 베넷 Michael ROSSATO-BENNETT USA l 2014 l 74min
http://www.eidf.org/kr/2014/openning

'생기없음'이라는 물건이 있다면
그것으로 꽉 차 있을 것만 같은 요양병원에서도
특히나 아무런 미동없이 홀로였다는 할아버지가
눈을 손을 머리를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단지 음악이 나오는 헤드폰을 씌워주었을 뿐인데.
혹시나 더 흥분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던 조현증 환자도
의외로 즉각적인 감정 발산을 제어한다-
영화의 이 시작은
앉은뱅이가 벌떡 일어나는 것을 목격하는 것 같은 신비로운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사실 모든 인류의 도착지점, 그러니 우리 모두의 미래인
노인들이 생기를 잃게 된 이유와
어떻게 음악이 이렇게 큰 변화를 끌어내는 도화선이 될 수 있는지 차분히 들려준다.
 
똑같이 이가 없고 쭈글쭈글한데
아기와는 절대 다른 대접을 받는 노년기.
그 시간이란 과연 무엇인지를 찬찬히 설명해주는 차분한 인간설명서 같은 다큐멘터리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하고
전과 달리 스스로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지고
요양원이라면 자유도 없는,
이 모든 변화가 한꺼번에 찾아오면 어떻겠느냐던 질문은
화들짝 가깝게 다가왔다.

지금도 테마곡처럼
어떤 기억 혹은 어떤 사람을 그때인듯 불러주는 음악의 힘을 생각하면
이 영화의 얘기는 사실 아주 놀라운 것이 아닌데...
그만큼 내 머릿속 노년이 화석화되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내가 엔터테이너라 폄하하며 듣지 않는 많은 음악들 또한
지금은 상상할수도 없을 에너지의 청춘들이 
추억을 스스로 찾을 수 없을 만큼
힘이 없어지고 외롭고 그래서 도움이 필요할 때
추억과 감성을 되살리는 길잡이가 되어 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예술의 자유란 소중하군요...

한 사람의 꿈이 모든 인간의 미래에
남아있을 것 같지 않던 생기를 모아주는 기적같은 이야기였다, 아직 진행 중인.

해적:바다로 간 산적|2014

시원하고 유쾌하고 좀 웃었음^^

왠지 아주 중요한 걸 잘 잃어버리게 생긴 오달수
진지한 듯 웃길 줄도 아는 안내상
이 둘의 커플 귀여웠고
주연이 유해진이었던^^ 시원한 여름영화로 즐겁게 봤다.

해적아버지와 해녀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고래 절친까지 둔 여월을 보고
다들 초면에 이년저년하는데 걸쭉한 욕 한마디 해주지 싶은 아쉬움이 좀 있었고,
여월이 어쩌다가 소두목(?) 자리까지 올랐으며
소마가 그 정도 소갈딱지로 어떻게 대장노릇을 하고 지냈는지 참 궁금했다.   
리셀웨폰에서 본 적 있는 상처자랑씬 이후론
아기자기한 다른 장면들까지 다 어디서 짜집기 한 거 아냐 싶은 의심이 들었지만
보는 동안 재미있었다.
산적 미안, 해적 이경영 멋있었음.
베스트
여월의 수로?타기 후룸라이드 액션
철봉이의 모든 열연
가끔 화면 밖 인물들의 궁시렁
그리고 산적 2인자 춘섭이 아저씨~~

워스트
이젠 코믹영화가 마지막 감동의 강박에서 벗어냈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은 쫌 많이 무리.
그렇게나 쉽게 왕을 만날 수 있고 
왕이 단박에 따르도록 가르침을 줄 줄 아는 능력자가 
왜 그 개고생을 사서 하며 산적으로 전전한다는 것인지.
내가 당장 박언니를 만나 정신이 바짝 나도록 해줄 능력자라면
내 인생은 보통이 아닐 것 같은데 말이야...
다른 영화에서는 이거 하나로 만신창이가 될 수 있는 개연성이란 것을
오점 하나로 배째는 코믹영화의 악덕.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Attila Marcel|2013

오랜만에 보는 깜찍한 포스터
 
 마법의공간^^
(미미가 빠져서 아쉽네~)
 
 맛 없는데 얘기 듣다보면 먹고 싶어지는 마들렌

피아노경연대회 전까지만 해도 난
프루스트 아줌마가 폴의 기억을 살짝 손봐준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이었던 거야?
공포영화속에서의 기억은 어두운 무게를 지닌 채 봉인된 것들이었는데
이렇게 발랄하게 살아날수도 있다니.

상담심리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누구나 어느 정도는 다 상처받고,
그 상처는 일어났던 사건의 강도보다는 받아들이는 사람 마음의 강도와 상관이 있어서
다칠줄 알게 태어난 인간인 이상
굳이 캐내지 말고
기억하는 만큼만 달래가며 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갈데까지 가봐야 얻는 게 있다네?

순교자가 있어야 진심이라는 강박은 좀 안 어울렸지만
기억 속을 거슬러 올라갔다가
고사리손으로 셔츠 단추를 하나씩 여며주고 내려오는 느낌.
폴의 연주도 예상외의 뽀나쓰였지만
마지막 장면의 정말 예쁜 애기는 특급뽀나스~

영화에서는 귀여웠는데 이렇게보니 좀 무서워보이는 아스파라거스 칫솔~

나만의 영화주간을 맞이하여(^^) 어제 오늘 조조로 영화를 보면서
커피랑 샌드위치반쪽짜리 모닝스페셜 메뉴를 사 가지고 갔는데
어제 해무를 볼 땐 아예 의식도 못했건만
오늘 이 영화는 씹는 소리까지 들릴 지경이라
폴의 부모님이 등장할 때만 간신히 씹을 수가 있었다.
예전에 어떤 해외 영화평론가가 
한국영화는 음악을 많이 쓰기도 하고 소리가 크다고도 하더니만
오늘 그걸 완전 체감했다.
   

해무|2014

영화속엔 없는 장면: 다시 만난 그들의 표정들이 이럴것 같은...


목숨값의 돈봉투들이 돌아다니는 사이,
정작 그 목숨이 얼마나 연약하기도 하고 질기기도 한지를 한꺼번에 보여주면서
목숨과 '값'을 이어서 생각하고,
그 '값'을 매기는 행위 자체,
그 '값'의 합당함을 생각하게 만들던 드라마, 해무.

다 죽이고 다 조각내 내려놓더라도 배는 지키겠다는 선장,
한 배를 탔으니 무조건 충성하겠다는 갑판장,
챙길 것 챙기면서 할 욕은 다하는 경구,
피는 묻혔어도 지킬 건 지키겠다더니 정말 살인도 해버린 동식,
앞일이 어찌됐던 굴러들어온 가이내와 꼭 한 번 해보고 말겠다는  창욱.
이 광기들이 바다안개에 취하면서 
전장이라기보다는 도살장에 가까운 무대가 된다.
생각보다 일찍이라 허망하고 깜짝스럽게 밀항자들의 운명이 결정되어 버리면서부터
대체 마지막 장면은 무엇이 될까 궁금했는데
헐...광기의 끝이라 하기에는 옛날 베스트극장 같은 엔딩.
게다가 저런 인간의 끝을 보인 강선장에게
타이타닉의 디카프리오 같은 마지막이라니
너무도 안 특별하지 않소....!
기관실은 공간이 특별해서 인지 오히려 괜찮았지만
다른 동식-홍매씬은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
웃기라고 넣었나보다 싶은 대사가 안 웃길 때마다
여기서 웃게 해줄 수 있는 감독이었으면 좋았겠다 생각이 들었다.

강선장 김윤석.
이런 역할 이젠 징글징글할 법도하고 보는 사람도 지겨울 법한데 매번 좀 다르다. 
머리숙이지 않는 척 현실과 타협하다 스스로의 맹목에는 맹렬하게 달려나가는.
배가 왜 있는 지 생각 안하고
다 죽여서라도 선장노릇할 배를 지키겠다는 폭주하는 독재자의 말로.
근데 가장 충격적이었던 모습은 돋보기 였음^^
 
창욱 이희준
이쯤되면 이 사람은 변태인지 저능인지 구분이 안간다.
다들 그렇긴 했지만 진짜로 진짜 선원같던 이희준.
근데 정말 이해안가는 비호감 인물이라 당분간 이희준에 적응이 안될듯^^
감독이 여러 번 자신의 변태기질을 자랑할 때 그게 변태식 아트일 줄 알았는데
설마 곧이곧대로의 변태 농축액을 창욱에게만 다 써버린 거?

홍매 한예리
뉴스룸 시즌1에서 매기가 불법이민자들에 대해 '목숨걸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더 나은 대접을 해야한다'고 웅변하고, 그걸 또 짐이 듣고 넘어갈 때, 참 논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구로3동을 목적지 삼아 여러 번 목숨 걸고 별 걸 다 살아남는 이 처자를 보면 이 이상 여기에 살 자격이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게다가 한예리 참 이쁘다.
+ 짧았지만 강렬했던 율녀 조경숙: 언니, 멋져요~

기관장 문성근
가장 약해서 인간적이었던 까닭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어찌보면 가장 슬픈 최후를 맞이한 인물,
최근 들어 짧은 악역 전문이었던 때문일까.
여기서 봤던 문성근의 모습을 더 보고 싶어진다.
이런 얼굴도 있는 배우인데.

갑판장 김상호
위기상황에서 누구나 바라는 믿음직한 동료일지 모르지만, 자기 생각이라는 게 없는 듯한 그의 맹목적인 동조야말로 가장 섬뜩한 것일지 모른다. 데카르트식으로 치면 이 인물이야 말로 가장 비인간적. 그래서 마지막이 그렇게 허망한가.....

경구 유승목
선원하면 동시에 떠오르는 두 개의 이미지 중 동식이의 가장 반대편에 자리잡을 것 같은 경구. 기대 많이 했는데 아직까지 내게 있어 그의 대표작은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동식 박유천
박유천이 나온다고 했을때 봉준호가 어린 박해일을 찾았구나 싶었는데,
그래도 박해일이 더 좋았을 걸에 한 표.
딱 한 장면 오홋~했던 순간은
동식이가 아주 능숙하게 식판을 들고 선장실로 올라가서는
선장님도 밀항은 처음이지요-묻던 순간이다.
섣불리 입에 못 올리는 그 말을 직접 묻고 마는 순진함에
노련한 강선장도 허를 찔린 듯 당황하는 기색이 그대로 느껴졌다.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외치는 꼬마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 밖엔 박유천이 책 읽어주는 연기돌이 아닌 것만 알려줬을 뿐. 

분장 잘 한 모형 전진호가 어항에 떠 있는 것 같던 첫 장면을 보는 순간
화면은 별 기대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에 진짜 배를 띄워놓고 찍어서
배우들이 진짜 선원들처럼 움직이게는 했겠지만
정작 그림에선 아주 티나던 밀항자들의 승선 장면을 빼고는 
그게 세트인지 진짜 배인지 보는 사람한텐 그닥...
이야기의 힘이 궁금한 연극 해무에 대한 기대만 커진 채로 끝나는 영화다.
궁금해서 안 볼 수는 없었고, 이야기만으로는 권할 만 하지만,
봉준호의 영화는 아니란 것을 까먹으면 안됨.

명량|2014


서양 신화속 아킬레스 같은 느낌의 이순신
용맹이나 지략 보다도 피의 무게를 괴로와 하는 그의 모습이 
더 묵직하게 다가왔다.

난중일기를 읽었을때 나는 책만 읽으며 그가 남긴 기록속에서
무장의 일기가 보여주는 인간적인 면모를 엿보기만 했는데
인터뷰에서 최민식은
짧으나마 매일의 기록을 남긴 이순신에게서 사색가를 느꼈다고 한다. 
영화속 어디가 사실이고 어디가 상상인지와 상관없이 
재능 있는 배우의 탐색이 
입체적이면서 일관성있는 인물을 표현해 낸 것 같다.

50분이 넘는 전투씬을 기대하며 갔지만
요즘 영화치고는 드물게 허술해뵈는 후반부의 CG와 특수분장,
설마 고증 후에 나온 것이겠지만 
내 눈엔 후레쉬맨 같던 일본 장수들,
전 세계 외국어 전문배우 류승룡을 제외하고는 리듬이 깨진 것 같은 일본어 대사-
등등의 방해로
막간 취침과 병행한 오랜만의 영화감상이었다.
제일 멋있었던 건 마지막,
이순신보다 더 멋있던 거북선의 등장^^

나는 완벽하다고 알려진 실존인물의 그 완벽성을 잘 믿지 못한다.
사람인데 그럴 수 있을까-라는 의문보다도
기록이 남겨지고 전해지는 과정속에서 이루어졌을 자발적 혹은 의도적인 편집을 
그냥 따라가고 싶지 않다는 어린 반항심이 있다.
그가 백성을 향해 충심을 가진게 사실이든 아니든
구국의 영웅을 변치 않는 사실로 믿는 것과는 별개.

소문에 듣던 대로 울컥한 지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남들이 어디서 울컥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초반 바다의 배가 그랬다.
그냥 바다의 배를 보는 것만으로 세월호가 떠올랐고
눈물이 났고
곧 깨달았다. 
한번은 이렇게 울어야하는 거였다. 
그렇게 시작한 이 영화의 감상리듬이 멋대로 달리는 바람에
방치된 백성들이 영웅에 환호하며 마지막힘까지 다할 때
나는 명량의 승리가 이순신의 승리라고 믿고 싶지 않아졌고,
백성이 소중한 건
마지막엔 뭐든 되어주고 뭐든 해줄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라 생각하면서도
순식간에 영웅의 지휘를 따라 
공포와 용기를 뒤집어내는 그 많은 사람 속 하나이고 싶지는 않아졌다.

멋진 백성이면서 멋진 남자.

이것은 백성의 초상^^


세 집단이 동일하지 않으므로 이렇게 보는 것은 전혀 논리적이지 않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친일파 겸 독재자의 딸을 선거로 대통령에 당선시켜놓고
북한괴뢰도 아니고 핵폭탄도 아니고
수백명을 바다에 묻은 지 몇 달도 안되서
왜구를 처부수는 수백년전 장군에 열광하고 있다...니...뭐지 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