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그녀|Miss Granny|2013

헐...정말 대단한 심은경~!

명절이면 찾아오는 가족관람의 시간.
안 보겠다고 하다가 예고편 속 그녀에게 반해 맘을 바꿨다.
변신 전 말순 할매는 정말 밉상에 밉상.
욕이나 말보다도 
바늘하나 안 들어갈 것 같은 가족주의자의 아집이 그랬다.
단지 몸이 바뀌었다고 그 밉상이 사랑스러워 진다는 건 
결국 내용보다는 껍데기가 중요하다는 씁쓸한 현실인가 싶던 찰나
젊은 말순이 된 순간부터 가족보다는 자신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깨를 누르는 무게가 아니었다면 누렸을 발랄함을 빼앗긴 세대에
좋은 기회를 주고 싶어하는 따뜻함을 느꼈다.
말순 할매도 설마 말을 안했어도 반성했겠지...생각하고 싶다.
변신 전은 밉상할매에 재미도 없었지만
변신 이후 심은경의 원맨쇼는 정말 대단하다.
함께 관람한 엄마는 스트레스까지 다 풀렸다고 좋아하셨다.
게다가 지고지순한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이라니,
이제 김수현은 할매들에게도 남자~ ㅋㅋ
가장 팬 스펙트럼이 넓은 청춘스타 등극~!

다짜고짜 웃겨보자는 대단한 전투력에 초반중반 입고리가 찌그러진 적도 있지만
흡족한 디테일들도 있었다.
모처럼 꽃띠처자가 되었는데 
큰 맘까지 먹고는 자기 스타일을 고수하며 
시장 옷가게로 가서 지름신을 맞이하던 오두리,
시장통 붙들이 발목에 묶여있던 짠한 새끼줄.
진지한 성동일 좋았고
오랜만의 황정민도 반가웠고
하얀나비도 좋았다.

웃긴 대사 많았지만 난 여기가 제일 빵터졌다 ㅋㅋ
   
정확히는 요기 바로 앞장면-고등어 서스펜스^^


일부러 할매같이 부르는 것 같은데 짠한...

창작자들이 관객이나 독자를 더 의식할 수 밖에 없는 건
때론 무섭게 외면하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의 성의에 대해서는 팬들은 이해심이란 걸 발휘하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전문가들의 비평을 모두 피해갈 경우 영화가 주었던 즐거움이 손상될 
현실적인 위험을 알고 있기에
하나가 좋으면 그 다음은 조금 용서해주는 아량(^^)을 베풀어 주며, 
자신의 즐거움을 널리 공유하고 싶어하는 특성이 있으니까.
전혀 다른 분위기지만 
받아줄 관객에 기대어 배우를 앞세워서 달려간다는 점에서
수상한 그녀와 변호인은 비슷한 영화다.
보았노라, 즐겼노라, 그리고 한 번으로 족했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