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The Attorney|2013

드디어 떼관객에 합류^^

잃어버린 10년이란 말을 들을 때 
뭔가 더 어울리는 말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요,
그 10년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두려움 없이 당당한 권력을 추억으로 쌓은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게 21세기에 일어나는 일인가 눈을 의심하지 않고
저게 지금 사람이 한 말인가 어이없어하지 않으며
적어도 인간의 조건을 의심하는 일 없이
희망을 가지고 상식적인 비판을 할 수 있었던
당당한 권력이 그립습니다.
지금은 이런 그리움도 두려워할 엄청 겁많은 권력의 시절이라서요.

송변호사의 마지막 변론이 당연하지만 좌절당한 정의에 대한 애도가 아니라
겁먹은 정권을 향한 표효라서 좋았습니다.
미국을 사랑하기에 미국을 망치는 권력자를 지치지 않고 미워하는 마이클 무어를 부러워했는데
송변호사도 있어서 다행입니다.
두려워해야 하는 권력은 두려움만큼 자신의 정당성을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죠.
진정한 좌절은 빨리 희망을 버리는 것에서 오는 것 같네요.
그래서 조금은 희망적인 생각을 가져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진우씨 덕분에 이제 그런 고문은 없어졌어요.
-게다가 이제는 국회의원도 진우씨와 똑같이 법정에 섭니다, 세상 이제 완전 평등하죠 ㅆ.
윤중위 덕분에 감히 진실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마침 어제 군에서 십여년 전 의문사가족에게 성희롱 한 것을 공식 사과했네요, 군 완전 민주화 ㅆ
차경감 덕분에 아직 남은 갈 길을 가늠하게 되네요.
-당신이 당신 아버지 처럼 처형당하지 않을만큼 민주주의가 발전했네요, 이건 진심.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는 건 어쩔 수 없다쳐도
 왜 항상 그 열매는 엉뚱한 사람들의 무릎위에 떨어지는지.

박변호사 덕분에 정의는 외롭지 않다고 생각하려구요.
송우석 변호사 덕분에 사람이 희망이라고 생각하려구요.
그래도, 순애씨 눈물은 아직 마르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참 폼 안나게 입은 양복속에서 더 빛나던 '처음'의 마음
마지막 재판정에서 변호사들을 뒤돌아보던 그 눈빛 하나가 영화 한 편 같던
열연 송배우 
게다가 박찬욱-봉준호와의 의리도 멋있어요~

무대인사를 능가하는 거물 곽배우 
 그래도 마지막은 웃는 얼굴이 보고 싶어서...

연극|한국연출3색 3-손진책 연출 '벽속의 요정'



새 세상을 배우고 배운대로 행하며 꿈을 이어가던 한 청년정신이
벽장에 갖혀서야 살아남았다.
그 청년이 벽장속에서 맞이한 세상에 절망하고 분노하고 실성하고 다시 삶을 다지도록,
옆에서 서서히 정든 어린 색시는 아내가 되고 벗이 되고 보호자가 되며
좌절의 시대를 살아낸다.
온전치 못한 가족이었다고 늙어버린 청년은 가족 앞에 속죄했지만
시대에 당당하며 가족을 사랑한 멋진 아버지임을
자랑스러워 하셔도 됩니다...

역시 그렇다.
양심은 양심이 자랄 텃밭을 가진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어서
어떻게 저러고 사나 싶은 사람들은 갈수록 심장 밭을 뻔뻔하게 차지하며 살고,
꼭 안 그래도 될 것 같은 사람들이 그 마지막 자리만은 양보안한 채 속죄를 한다.
화가 치미는 현실이지만 한편 그렇게 양끝을 잡아주며 세상을 지탱하고 있는 걸 거라고,
그래서 아름다움이 아직 남아있는 거라고 믿는다. 

-내게 큰 빚을 진 사람들이오!
-그러니 당신만 죽으면 그 빚이 없어지잖아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사람이니까요.

사람을 아름답다고 말하는 순덕이 엄마의 삶을 살아가는 자세다.
그녀는 이렇게 자식을 키우고 남편을 돌보고 사랑하며 격랑을 지났다.
요즘 공교롭게도 이런 비슷한 얘기를 많이 들었다.
사람들이 나를 이해 못하는 게 당연하니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는 것에 감사하라거나,
원래 불행한 것이니 행복을 감사하라거나...
자유와 사랑과 소통의 정의가 사람 숫자만큼이니 그럴 수 밖에 없겠다 싶으면서도
그 다양한 정의들을 관통하는 아주 일반적인 요소가 있다면
이렇게 우울한 배경을 깔지 않고서도 세상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놀랍게도 스페인 내전 당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일본 희극을 각색한 연극이라고 한다.
감정의 흐름이 깨질 법도 한테
친히 '옆구리'문을 통해
스르륵 객석을 끌어 무대로 올라가신 노련함과 우아함이 멋지던 김성녀. 

배우는 몸도 쇠할 수 없다.
네살배기 꼬마의 몸짓부터 분노 어린 장정의 노래에 할머니의 손짓까지
두 시간 동안 쉬지않고 혼자서 여럿의 대화를 이어가야 하는 배우의 무한도전장.
놀랍게도 네살배기 김성녀는 정말 귀여웠다^^
내년에 10주년 공연이 있다고 한다. 그땐 엄마랑 보러가야 겠다.
다음 세대 이 연극을 이어할 배우가 있을까, 그건 누구일까 궁금해진다.

PS1.최서방 주제가 중 2월의 노래-그런 달은 왜 있는지^^
      별거 없는 가사인데 김성녀의 천연덕스런 최서방스타일에 객석이 빵 터졌다 ㅋㅋ
PS2.모시 웨딩드레스와 우산-보기에 멋지던 물건들^^

TV|비밀 11-12회 미스터리

센스있는 인물소개^^

일상이 정치적이라는 말이 이해가 되는 것이 나와 아무 상관없는 현상들에 대해서 분노하고 응원하는 나를 너무 자주 보기 때문이다. 하다 못해 드라마를 보는 것도 그렇다. 그냥 재미있게 보기만 하면 될텐데 추적자나 비밀같은 드라마들은 거기에 보태 응원까지 해주고 싶어지니 말이다.
처음에 비밀은 좀 궁금하긴 했다. 오랜만에 컴백하는 대스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름도 낯선 작가와 연출자에 정통멜로라니...그래서 1회를 봤는데 솔직히 별로 재미없었다. 그래서 그냥 잊고 있다가 우연히 리모콘 지나는 길에 6회를 보다가 그만 멈춰버린 것이었던 것이었다....!

시작은 세 개의 사랑이야기였다. 희망찬 미래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던 도훈과 유정, 현재의 서로에 깊이 빠져있던 민혁과 지희,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세연의 짝사랑.
이제 11회에 이르러서는 채 못다한 사랑을 복수로 달래보려던 민혁과 열심히 사랑했지만 모든 것을 읽은 유정이 새로운 끌림에 다가서고 있고, 여전한 짝사랑이되 그간 더 많이 망가진 세연과 온전한 사랑을 버리고 괴물이 되어가는 도훈이 남았다.

가장 의외의 인물은 도훈이었다. 유정의 넘치는 사랑, 부담은 되었을지언정 절대적인 가족의 사랑속에 살아온 도훈을 결정적으로 망가뜨린 게 목표의 좌절이라는 걸 보면.
도훈은 유정이 떠나서 망가진 게 아니라, 오랫동안 꿈꿨던 검사가 되고 나서 겪은  목표의 좌절로 망가졌다. 하지만 그는 이 지점에서 아랫것들 최고의 꿈을 비현실적으로 꾸고 있는데 감히 재벌가의 아들을 적수로 생각하는 것, 그 재벌아들의 약혼자와의 특별한 관계가 가능하다고 믿는 것이 그렇다.
민혁과의 대결에서 꽤 설득력있는 항변을 펼쳤음에도 도훈이 기껏해야 이카루스의 결말을 맞게 되리란 건 뻔하다. 정신나간 사이코패스로 봐야할지 다크 돈키호테로 봐야할 지 알 수가 없다.

유정도 대책없이 착하지만은 않다. 착한 사람인 것은 분명한데도 늘 참고 양보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그냥 열심히 사는 사람, 그래서 사랑도 참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보인다는 게 신선하고, 그런 열심의 결과에 배신당했을 때의 폭발은 절대 다 이해 될 수 밖에.
잊고 웃으면서 살까봐 그게 더 무섭다는 유정-비현실적일 정도로 지독한 고난 속의 주인공이지만 그녀의 변화는 꽤 현실적이다.

비밀은 일단 보는 사람은 존중해주는 느낌이 든다. 내가 겪어보지 않아서 모를 진한 감정들이 묻어나는 한마디 한마디가 인물을 만들어가고, 서서히 빠져들게 된다.
명대사는 말빨이 아니라 상황이 만든다던데
11회와 12회의 베스트 대사,  "넌 툭하면 남의 건물에 와서 이러더라.(민혁)"
정말 민혁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은 깊이가 느껴졌다.

11회와 12회에서 베스트 7.

7.거울에 와인잔을 던지고 쓴사랑을 시인하는 신세연.
세연의 손 위로 도훈의 눈물이 떨어지던 장면만큼이나 보기에 멋졌다.

6.파일복구됐다는 소삭에 걸어나가는 민혁과
K그룹 복도를 걸어가는 도훈의 연결-멋진 속도감 이었다.

5.사장님 빽이 있는 직원인 줄 알면서도 야단치는 호기로운 점장,
회장이 병중이라 하더라도 이사회의 결정이 공식 후계자를 위협하기도 하는 재벌.
K그룹 나름 상식적인 대기업일세~

4.생일이라는 말에 눈을 반짝이며 달겨들어 생일빵 하는 언니들 완전 귀여웠는데
원플러스원 등 명대사를 남발하는 산드라 황, 유난히 눈을 번득이며 던벼들던 이자영. PPL걸 노릇하느라 욕보고 있는 양해리-멋지다.

3.생일노래 하나 듣겠다고 수작 부리는 민혁,
눈치보면서 노래하는 유정에
짬도 안주고 산통깨는 세연의 등장,
현란한 카메라끈을 매고 뻘쭘하게 등장하는 광수까지
타이밍마저 디테일이 살아있던 (무려 웃기기까지 했던) 명장면.

2.민혁과 도훈의 대결.
단지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하수인이 저 도망갈 구멍을 파놨다고 해서,
처음 음모를 꾸민 민혁이 당당해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도훈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명령이 가혹할수록 아랫것들은 더 추잡해져야 한다-감당할 것이 많아지니까.
그러나 우아하게 한마디 했다고 해서 그 범죄까지 우아해질 수는 없다.
다만 아랫것들도 한 짓만큼은 벌을 받기를 바란다.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이므로.

1.아마도 내가 본 가장 진한 키스.
참 많은 사연과 역사가 캐릭터를 타고 키스씬으로 드러난다.
사랑할 여유도 없는 유정의 닫힌 마음과 정말 말 그대로 '미친'상태를 숨기지 않던 민혁이
서로를 바라보며 새로운 시작을 하기까지를
긴 키스씬으로 이어가다니...
외과의사 봉달희 이후 처음으로 연출자의 존재감이 느껴지는 드라마다...

그렇지만 이렇게 재미있는데도 보는 사이 여러 개의 물음표가 떠올랐다.
재미있어서 꼴딱 넘어갔지만 생각해보면 이상한 연결이 한 두개가 아니다.
여기서부터는 비밀 미스터리

1. 안도훈 만난 일로 혼난 유정과 기껏 심각한 대화를 나누고 레스토랑을 나선 민혁이
생일 축하 바람을 맞아 패악을 떠는 세연의 스튜디오 장면 이후에
갑자기 다시 레스토랑에서 유정에게 생일노래를 시킨다. 어떻게 된 일?

2.딴 때는 전화를 잘도 하더니, 유정이 맘고생하는 거 빤히 알면서 투자유치라는 엄청난 소식을 굳이굳이 직접 전하는 민혁-그나마 거기서도 안 만났으면 계속 전화한통 안 할 생각이었어?
언제부터인가 둘 사이에는 전화란 게 존재하지 않는다.

3.민혁사마, 12회 키스 미수사건 이후 전화받고 나가면서 유정에게 광수 보낼테니 기다리래 놓고 왜 아무 소식 없었쎄여..?

4. 해리가 불쑥 내미는 화장품을 젖히고 다녀오겠다는 인사까지 하고 나간 유정이 갑자기 레스토랑에서 해리와 같이 애기손님을 생일축하 노래를 부른다. 그냥 같이 나오지, 인사는 왜 했을까?

5.도훈의 회상속에서 민혁은 지혜를 외쳤다,
유정에게 고백할 땐 지희를 따라 죽지 못했다고 했는데.
돌아가신 그 분은 지희? 지혜?

6. 어머니 사연은 모르겠지만,
유치원 때부터 일편단심인 것 같은 신세연에,
절대적인 애정을 보내는 아버지에,
믿음직한 충신까지 거느린데다
꽤나 서로 좋아했던 애인까지 있었던 민혁이
원하는 것 얻고 나면 너도 떠날거냐고 묻다니,
주변에 원하는 걸 얻자마자 떠난 사람 있었어?

7.이건 뭐 옥의 티 수준이지만
한남동에서 출발할 때와 유정의 집에 도착했을 때
차에서 앉은 자리는 갑자기 왜 바뀐 거지..설마 차에 탈 때 유정이 든 핸드백 때문...?

8.생일노래를 부르던 유정과 민혁은 텅 빈 레스토랑에 있었고
세연은 스튜디어에서 바로 들이닥친 것처럼 연결되는데
대체 시간은 몇시?

한 가지 더 안타까운 건 파리의 연인에서 아예 씨리얼 광고문구를 읽어주던 조은지 생각이 날 정도로 맹활약 중인 PPL걸 해리씨다. 항상 이런 역할은 왜 연기 잘하는 조연들한테 떠맡기는 지 몰라. 슬프게도 '비밀'역시 유한회사 작품이다.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고 눈이 벌개진 제작환경이라는 뜻이다. 이런 이야기를 골라낸 그 모험정신은 고마우나 뜬금 없는 PPL로 이렇게까지 하는 걸 보면 김은숙 드라마를 방불케한다. 
광고는 신세연의 옷이나 장신구들, 민혁의 식당처럼 납득이 가는 수준에서 끝내면 안될까?
우느라 눈이 퉁퉁부은 주인공한테 연결도 안되는 장면에서 화장품까지 들이미는 건 너무 했다. 삼겹살에 허브오일도 그렇고.
이런 제품들은 꼭 확인해서 불매운동까지 해주고 싶은 심정.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도 막판 PPL이 정말 짜증났었는데...차라리 시청률이 낮은 채로 유지되는 게 드라마 품위유지에는 도움이 될 듯.
이제 미스테리는 그만~

***13회
민혁과 도훈을 대할때 180도 달라지는 유정을 보는 재미-안도훈이 새로운 유정을 탄생시켰다고나 할까? 네 사람의 먹이 사슬(^^)같은 관계!

민혁-도훈: 신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어느 하나 밀리지 않는 최고의 대진
도훈-유정: 도훈이 아무리 기를 써봐야 이길 수 없는 역사의 힘
유정-민혁: 민혁에서 유정으로 힘의 균형이 옮겨가는 중~
민혁-세연: 좀 미안해서라서라도 고분고분할만한데 어제부터 전쟁모드-나쁜 남자 스타일?
세연-유정: 유정 성격에, 세연 앞에서는 계속 미안해할 듯.
세연-도훈: 끝날때까지 세연의 승리일 듯...
>그러고보니 모두에게 이길 수 있는 세연이 제일 불쌍하구나...

어제는 조민혁의 디테일에 지성을 재발견하는 시간이었다.
멋있게 세팅된 장면들보다 커피가 뜨겁다는 아주 일상적인 대사들이 반짝반짝.
인디언썸머를 생각나게 하던 철문대화장면은 안타깝기도 했고.
하지만 엔딩에서는 정..말....오그라듦-설정도 설정이지만 느린화면까지...
조민혁이 열심히 손의 위치를 잡는 모습만 안쓰럽게 봤음...

***14회
오늘은 다들 여기저기로 서류배달 다니다 끝났네...
드라마의 최후품질은 아무래도 PPL손에 달린 듯...

***15/16회
드디어 비밀의 아쉬운 마지막회.
유정이 민혁을 재벌가의 후계자라는 후광에 눌리지 않고
자신과 아버지의 정을 보듯 민혁과 '회장님'의 관계를 이해했을 때
대인배가 되었다.
재벌가들이란 부모자식간이건 형제간이건 사촌간이건 돈싸움하다가
선대의 창립자들이 죽고나면 뿔뿔이 갈라서다
늙으나 젊으나 법정소송에 까지 이르고 마는
결국은 콩가루 집안들이 아니었던가.
다행히 소송할 형제들이 없는 민혁이라서인지 아버지에 대한 정이 각별한 것을
편견없이 개인적으로 바라봐주다니 오지랖 유정.

계옥이 큰소리치며 아이를 빼돌린 것을 합리화 시킬때,
그렇게 못 키웠을까봐라고 큰소리 치던 유정도 멋있었다.
그렇다-니가 뭔데!
버림받지 않았음을 알게될테니 산이는 건강하게 행복하게 잘 자랄 것 같다. 
어쩌면 엄마아빠 마음고생까지 품어줄 수 있을 지도...

슬퍼하는 유정에게 건네던 자영언니의 정리도 깔끔하고 멋있었다.
거친 듯 바른 말하시는 자영씨 좋아요~

게다가 마지막 회에서까지 등장한 지성의 먹는 모습 이쁨^^
-앞으로 광고에서 많이 보다가 질릴 것 같은 예감ㅎ

도훈이 검찰에 출두할 때
도훈을 깔아 뭉개 버릴 것 같던 불안정하고 거대한 압박으로 나타난 건물 장면 멋있었다.

자기 앞의 생-읽고 친구에게 추천까지 해주고
추천해준 친구에게 엄청 울었다는 인사까지 받은 책인데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남--;;

마지막회가 되어서야 자세히 보여주던, 다섯 사람의 운명을 바꾼 사고의 순간.
하나의 사건은 여러 우연의 매듭이라는 설정은
그 때 그사람들이나 분노의 윤리학에서도 있었지만
어쨌든 성실한 짜임새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 벌을 받은 건, 억울한 유정과 결국 내버려진 도훈 뿐...
그림로비, 갤러리들의 자금세탁, 대기업법무담당자의 양심선언..
드라마 소재를 구체적으로 다양하게 해주기만 할 뿐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불쑥-씁쓸하다.

Q1. 15회 민혁과 유정의 이별은 정말 그렇게 시간 점프였을까?
다시보기 하면서 느낀 거지만 이 연출자는 대본을 막 잘라먹는 것 같던데
만약 그 이별 장면도 맘대로 짜집기한거라면
오래 전 김수현마마님께서 드라마 속에서 하신 말씀이지만
작가로 데뷔하시기를 권함.
예쁜 그림이 연출의 전부라 믿고 이야기의 힘을 과감히 생략해버리신 게 맞다면.

Q2. 신의원님이 하신 일은 과연 무엇?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1995-2004-2013


영화나 드라마나 소설은
나를 닮은, 때로는 내가 알던 사람을 닮은 사람들이  
언제든 내가 문을 열기만 하면 그때 그 모습 그대로 나타나주는  
바래지 않는 추억상자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무려 20년에 걸쳐 나타나 준 제시와 셀린느.
최근작인 비포 미드나잇을 보고 벼르다 드디어 세 편을 연달아 봤다.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 1995

IMG:http://www.theguardian.com/film/movie/58808/before-sunrise

마침 대판 싸우고 있는 중년 독일부부의 고성을 피하다가 만나게 된 제시와 셀린느.
제시는 스페인으로 1년 동안 고대하던 여자친구방문여행을 갔다가 마음이 산산조각이 나서 기차에 몸을 맡긴 상태였고, 셀린느는 할머니를 만나고 파리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두 사람은 자기들 얘기, 세상 얘기, 사람얘기를 웃기도 발끈하기도 하며 끊임없이 나누는데,
입시지옥의 탈출구인 '대학생'에 담긴 선망의 20대와
돌아보면 꼭 같진 않아도 비슷하게 그리워할 수 있을 것 같은 추억의 20대를 합쳐놓는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치기어리게 운명에 모든 것을 걸고 아쉬움과 그리움을 만끽하는 마지막 까지 
풋풋하고 예쁜 그림이었다. 
남자는 나이가 들면 고음을 못알아 듣고, 여자는 저음을 못알아듣게 되는 것이
셀른느의 말처럼 불통의 씨앗이 될 지, 제시의 말처럼 안잡아먹고 살게 해주는 힘이 될지를
그들이 20년 후 보여주게 되리란 걸 생각도 하지 못했을 테지만^^
레코드가게의 좁은 청음실에서 수줍게 서로를 바라보던 모습과 
레스토랑에서 친구와의 통화를 가장해 고백하던 장면들이 풋풋한 연애감성을 불러일으킨다.

Kath Bloom 'Come Here'
아마도 분위기 있는 멜로디를 떠올리며 집어들어들었을텐데 
담백한 목소리에 의외로 대담한 가사가
수줍게 시선을 피하는 두 사람의 풋풋함과 정말 잘 어울렸다. 

여기만 봐서는 정말 연애고수 같은 셀린느^^
   
비포 선셋 Before Sunset, 2004

IMG:http://e-filmblog.blogspot.kr/2012_08_01_archive.html

성공한 작가가 되어 파리로 책소개 여행 초대를 받은 제시와 그 소식을 듣고 찾아온 셀린느의 재회.
잘 알던 여자친구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두고 소원한 부부관계에 외로움을 느끼는 제시와 
종군사진기자와 만나면서도 비엔나 재회 실패 이후로 
헤어진 남자친구들이 모두 다른 여자와 결혼한 것에 상심한 셀린느가 
울컥 마음을 열다가 다시 시작할 듯한 전조를 보이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아쉬움속에서 마침 제시가 고른 셀린느의 자작곡-왈츠는 이 영화속에서 제일 인상깊었던 장면.
하지만, 중요한 건 9년이 세월을 너머, 
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와의 대화를 원하고 즐기고 있다는 것.

서로를 응시하는 두 사람. 
셀린느의 공간속으로 들어간 제시는 
여행에서 생활로, 
좀 더 넓어질 두 사람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비포 미드나잇 Before Midnight, 2013


IMG:http://www.flixist.com/sundance-review-before-midnight-214447.phtml

파리에서의 재회로 쌍둥이의 부모가 된 제시와 셀린느의 여름휴가. 
그리스로 작가초청여행을 온 제시는 오랜만에 만난 아들을 공항에서 배웅하며 아쉬워한다. 
이혼 후의 문제들-전 배우자와의 관계, 사춘기 아들과의 관계, 집안일, 거주지, 주도권싸움 등등 
이제 10주년을 바라보는 부부의 문제는 이 낭만 연애커플도 피해가지 못했다.
그들의 대화는 이제 자기 자신의 생각보다는 서로가 잘 아는 사람들에 대한 것으로 바뀌었고, 
더 이상 털어놓고 나누는 것만으로 끝날 수 없는
-해결이 필요한 문제들이 대부분의 대화를 잠식한다. 
앞의 두 편의 기억이 아련한 상태로 처음 비포미드나잇을 봤을 땐, 
쉴세 없이 잡다하게 이어지는 대화가 좀 피곤도 했지만, 
연작으로 다시보니 그 대화들의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이 둘은 다른 무엇보다도 대화로 이어진 연인이 아니었던가. 
애틋함과 설렘, 아쉬움과 그리움이 사라진 자리엔 
무게도 부피도 있는 실체적인 일상의 감정들이 역사처럼 쌓여 
더 이상 그들은 낭만의 세계를 유유히 헤어쳐나가지는 못하지만, 
언제든 쉽게 관계를 끊어버릴 법한 격한 감정의 발산조차도 
감정의 역사의 한 장으로 쌓아올리는 단단한 성숙을 이뤄낸다. 
다시 시작하는 그들의 마지막. 
이렇게 서로를 바라보고 얘기할 수 있는 상대-내가 셀린느라도, 
다시 돌아간 오스트리아 기차에서 제시를 따라 내리기를 망설이지 않을 것 같다. 
어찌보면 더 깊은 낭만을 보여주려는 일상으로의 침투였는지도^^ 

해뜨기 전, 해지기 전, 한밤이 되기 전...
사람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성취한 것으로 나이를 세며 
마치 그 순간이 결승지점인 것 처럼 표현하는데 익숙한데 반해, 
모두 before로 시작하는 연작의 제목은 
삶을, '무엇'을 이루었는지 보다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정작 해가 뜨고, 해가 지고, 한 밤이 왔을 때의 그들의 삶은
영화 밖에 있지만,  
삶은 그렇게 계속 되고, 그러니 
남아있을, 오지 않은 것들을 계속 기대하라는 희망적인 부추김 같기도 하다.
  
PS. Before Sunrise가 만들어진 95년은 경제한파가 몰아치기 직전이었고 
해외여행 자율화가 시작된 지도 몇년 지나 우리나라에도 배낭여행이 번져가던 때였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다들 '만나면 뭘하냐, 말이 안통하는데'라고 한숨들을 쉬었던 기억이 난다. 
세상이 '현실적'이라는 절대신에 복종하고 있는 것 같은 지금 
다시 본 낭만의 소소한 스케치가 보고 난 뒤 조금 울적하게도 만든다... 

2013 아람누리 마티네콘서트 5 - 건반을 타고 흐르는 낭만의 대서사시


기다리고 기다리던 콘체르토의 아침과 함께 막을 내리다...
내년은 All that String이라고 한다.


-모두 1악장만 연주-
라흐마니노프 2번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았지만 또 다른 콘체르토의 세계를 구경했다.

첫번째, 스크리아빈.
박종훈이 아름다운 곡이지만 들을 기회가 별로 없어 아쉽다며 소개한 스크리아빈의 피아노 콘체르토 F # minor OP20은 연주되는 동안 곡번호를 외워둘 만큼 맘에 들었다.  



두번째, 드디어 라흐마니노프.
내가 이 곡을 들을 때 피아니스트에게 반하는 두 곳이 있는데, 하나는 시작할 때-소리가 얼마나 단계적으로 깊어지는 지와 1악장의 클라이막스 직전-얼마나 영롱하게 또로록 구슬 떨어지는 소리가 나는 지이다. 피아니스트 이효주에게 깜짝 놀란 건 어마어마한 파워. 즐겨 듣는 리흐테르 스타일과 비슷하면서도 약간 섹시하달까? 그 격정에 끌려 눈물까지 흘렸다. 1악장 뿐인 것이 아쉬웠고, 정말 멋진 연주라서 엄청난 환호와 브라보를 예상했는데 헐..이번 공연 관객들은 너무 얌전^^
독주회를 찾아가고 싶은 피아니스트.

세번째 쇼스타코비치.
트럼펫 에서 트럼펫과 피아노에서 결국 피아노콘체르토가 되었다는 2번. 이상하게도 스크리아빈과 쇼스타코비치에서 유난히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의 소리가 따로 들렸다. 오케스트라도 매끄러웠고, 피아노도 좋았는데...왜 그랬을까.

네번째 차이코프스키.
들을 때마다 망아지 같이 건반을 열심히 달리던 소년 키신의 모습이 생각나서 일단은 웃으면서 듣게 되는 1번  콘체르토. 박종훈은 오케스트라에 잘 맞춰주는 피아니스트인 것 같다. 이 공연에서 가장 오케스트라 호흡이 좋았던. 1악장이긴 해도 워낙 긴데(리흐테르 버전은 무려 22분) 연주 끝나고 숨을 몰아쉬는 박종훈을 보니 그동안 여러 번 얘기하긴 했지만 정말 그동안 큰 일했구나 싶었다.
그동안 즐거웠어요, 짝짝짝~~~

(중간에 짤림...)

다섯번째 프로코피에프.
아마도 이런 극적인 분위기 때문에 발레음악을 많이 작곡한 게 아닐까? 듣는 동안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밝은 성격의 주인공에게 극 초반 갑작스런 시련이 닥친다. 고민하는 주인공에게 다가온 익살스런 친구의 충고. 충고를 따르는 주인공에게 다시 닥쳐오는 또 다른 시련. 힘겹게 헤쳐가다 포기하려는 순간 느닷없이 펼쳐지는 행복한 평원-뭐 이런 거^^ 어느 대목에서 발레리나가 달려나와도 자연스러울 것 같았던 음악. 김영호 피아니스트는 박종훈이 20년 전 듣고 바로 악보를 사서 연습하게 만든 연주자라고 한다. 연주자도 관객도 기억하는 공연이라니 듣기만 해도 멋지다.

박종훈의 앵콜은 항상 겸손하게 시작해서 즐겁게 끝나는 열린마당이다. 관객들에겐 아쉬움을 달래주는 뒤풀이지만, 연주자들에겐 사귐이 시작되는 인트로 같은 느낌? 오늘은 마지막 러시아민요 앵콜을 두고 네 명의 피아니스트가 가위바위보를 했다(김영호 피아니스트가 젤 귀여웠음^^).
차례로 두손, 네손, 여섯손, 여덟손이 될때까지 반복되던 멜로디.
2월 시작공연만 해도 언제 10월이 올까 했는데 어느새 마지막-아쉽다.

두달만인데도 가을이 깊어져서인지 달라진 아람누리 풍경.
예전을 떠올려보니 어마어마한 변화가 느껴진다. 5년 전 공연장은 피아노콩쿨을 앞 둔 것 같은 꼬맹이들과 보호자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어느 새 공연장은 중년들로 가득 차 있다. 혼자 오는 사람들도 드물지 않지만, 특히 해가 갈수록 연령이 높아지면서 부부가 함께 오는 모습이 늘고 있다.
덩그마니 놓여있는 공연장이 아니라 동네 안에서 사람들과 함께 세월을 쌓아가고 있는 느낌.
가까이 있어 더 즐거운 친구다.

우연한 맛집 둘-안국동 상해 삼선짬뽕, 남포면옥 평양냉면

안국동 상해 삼선짬뽕

백반이 먹고 싶었는데 시간도 없고 해서 맛있게 생긴 간판을 믿고 그냥 들어간 중식당, 상해.
짜장면이 먹고 싶다가도 막상 주문할 때가 되면 항상 짬뽕을 외치게 되는 이상한 징크스(^^)덕에 오늘도 짬뽕.
동네와는 비교도 안되게 심히 단정한 첫모습이었다.
면은 특별할 거 없었고,
하얀 냉동오징어, 너무 싱싱한 건지 안 싱싱한 건지 암튼 뭔가 다른 새우,
홍합과 야채가 삼선급이라 보기엔 양이 적었는데
요즘 같은 때에는 이렇게 적당한 양이 오히려 안심이 된달까.
나중에 뒤 쪽의 다른 손님들이 짜장이 비싸다고 하는 바람에 얻어들은 설명은
삼선이 세 가지 해물이 들어있다는 뜻이고
이 식당엔 그냥 짜장면은 없다는 것.
암튼 푸짐하고는 거리가 멀지만 맛은 깔끔했다.

   
남포면옥 평양냉면

먹기 힘든 종목이라 읍내 나들이 간 김에 가까운 곳을 검색해 찾아간 냉면집이다.
꽤 오래된 듯한 간판,
입구에 늘어선 동치미 항아리 등등 역사가 쌓인 것 같은 분위기의 식당.
일하시는 분들도 식당과 꽤 오랜 인연 같아 보였다.
금방 나온 물냉면.
우리 동네보다 쫄깃한 면이 푸짐해서 냉면만 먹고도 배가 부르다.
무 하나 고추 하나 띄운 동치미는 별로 특이한 맛이 아니었고
냉면 국물도 밍밍-사이다를 좀 넣어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
따뜻한 육수를 한 컵 주는데 그건 약간 조미료 맛이 나서 뒷맛이 남았다.
냉면국물은 깔끔 했지만 이곳의 평양냉면이 진정 최고라면
사이다 한병 가지고 가서 넣어 먹어야 할 듯....
참, 한 점 올려준 고기는 맛있어서
수육은 좀 기대할만 할 것 같았다.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2013(스포일러 가득)

갑자기 든 생각.
화이는 '아버지'만 죽였다,
'아빠'들은 죽게 했을 뿐. 

영화를 찍는 것은 괜찮고 보는 것은 안 된다니,
자기 표정이 무엇을 던졌는 지 여진구 청소년만 모르겠구나^^

아버지의 상징은 권위, 이길 수 없는 라이벌, 숙적.
화이는 모르는 채 생물학적 아버지를 죽이면서 괴물로 다시 태어나 
생물학적 엄마를 보호할 힘을 자각했고
무려 다섯이나 되는 키워 준 아버지들을 죽이면서 
키워 준 엄마를 지켰다.

넌 나 처럼 살지 마-아버지
 화이는 그런 아버지에게서 두뇌를 얻었다.

 딴 거 필요없는 돈 아버지
화이는 풍족했다.

세상과 싸우는 기술을 가르쳐준 아버지
화이는 아버지의 가르침으로 살아남고 지킨다.

또 하나의 기술과 정 아버지
화이가 목숨을 유지하면서 사람답게 울게도 해주었다. 

화이는 처음부터 물었다, 왜 절  키우신거에요?
하지만, 아버지들은 누구 하나 우리한테 왜 이러니 라고 묻지 않았다....
그들이 아버지이긴 했던 것 같다.

아버지들이 화이의 총부리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건 화이를 아들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사랑 덕에 화이는 아버지들을 모두 처치할 수 있었다.


"자, 내 가족들을 소개해 드리지요. 딸 둘과 아들 하나를 두었는데, 모두 내 새끼들이지요.
그러니 내가 죽어버리면 대체 누가 저 애들에게 사랑을 베풀겠습니까?
반대로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저 애들 말고 누가 나처럼 추악한 인간에게 사랑을 베풀겠습니까? 
이것은 나 같은 부류의 모든 인간들을 위해 하느님께서 만들어 놓으신 위대한 사업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나 같은 인간도 누군가의 사랑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도스또예프스끼>

사람의 눈이 아니라던 석태는 외롭고 두려운 나머지 괴물을 가장한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쓸쓸한 아버지들의 초상.
하지만, 그 긴 기다림과 눈물나는 고백에도
화이는 돌아가지 않았다.

아무리 진심으로 사랑한다해도 괴물은 사람도 괴물로 키우고 만다는 
어떻게 보면 잔혹동화 같던 화이.
살인, 강도 뿐 아니라
사기, 거짓말, 각종 불법으로 잘 먹고 잘 사는 부모들에게 가장 큰 형벌은 
똑같은 방법으로 자식에게 배신당하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다른 개성의 배우들이 여럿 등장하면서도 합이 하나도 어그러지지 않던 
기묘한 에너지의 힘,
강력한 쾌감질주였던 화이-아빠들의 추격씬,
거친듯 진하게 남는 여운이 그 낭자한 피를 덮고도 남는다.
마지막에 석태 아부지가 너무 심하게 순식간에 무너져 당황했지만^^
유쾌 상쾌하고는 애초에 담 쌓은 이야기인데
이상하게도 묵직하게 개운하다.
마지막은 해피엔딩 같기도...


 완전 싸이코 같은데 하나도 튀지 않던 김성균, 
정말 짠하던 조진웅,
오랜만에 제 옷을 입은 것 같은 장현성,
김윤석 아니면 누가하리 김윤석.
멋지다.

 번외편 놀람-박용우가 특별출연이래.....그럼 안되지 않나.
나중엔 욕까지도 명대사 같던 박용우.
박용우의 이런 모습 또 보고 싶다.
사납게 돌아가신 이경영과  그 부인께도 명복을...
머리가 으깨져 돌아가신 문성근 회장님-왠지 속으로 즐겼을 것 같은 느낌 ㅎㅎ
임지은은 왜 스틸도 없는 것일까...
거친 화면도 그렇고 심하게 적은 숫자의 스틸은 왠지 저예산 영화 분위기^^

 하지만 이 영화는 화이의 영화다...!

PS. 화이는 나중에 커서 레옹이 되었습니다...이려나^^
스토커의 인디아랑 소개팅을 해도 좋을 것 같고 ㅎ

PS. 평소에 아끼는 평론가는 아니지만(^^) 재미있는 '화이' 평
http://magazine.movie.daum.net/w/magazine/film/detail.daum?thecutId=6491

PART 2
결국 두번째 보고 말았다.
액션호러폭력물은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못봐서
무려 김지운의 악마를 보았다와 신세계도 안봤는데
내가 맷집이 좋아진 걸까...
이태리 타올을 가지고도 그렇게 잔인한 연출을 했던 장준환이
사실 장면만으로 보자면 더 끔찍할수도 있었을 장면들을 조금은 살살 다뤄준 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든다. 아님, 말구....암튼 반복관람 가능한 이상한 잔혹영화.

오동진의 이야기에 솔깃해진다.
화이가 악이 되어 악을 더 확실히 처단하는 괴력을 보여주었으니까.
악을 더 잘 알고 악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존재가 악을 처단할 짐을 지는 것도 공평한 것 같다.
선택한 건 아니더라도 그 악의 유산을 누리며 살아온 것도 사실이니까.
악의 속성도 그렇다.
악은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 선을 해친다.
하나가 되지 않는다면 봉인된 양심이 언제 괴로와질 지 모르니.
화이의 괴물은 처음엔 늑대같았는데
사라질 땐 근영이의 방 모빌에 있던 반짝이는 고래모양이었다.

두번째 보는 석태의 사랑은 더 쓸쓸했다.
악도 외로움은 못이기는 구나...
엔드크레딧 이후의 임지은 클로즈업은 아마도 고생한 여배우에 대한 감사의 표시^^
추격씬은 더 보고 싶을만큼 매력만점.
이런 영화 만들면서
만드는 사람들은 사악(^^)한 기운을 대방출 했을 것 같은 생각이...

PS1. 화이, 볼 일 보고 손도 안씻어....
PS2. 아빠들 14년 간 동결된 외모...총잡이 아빠는 대체 몇살인가...!
PS3. 문성근이 화이 보충촬영 했다는 트윗을 본 것 같은데
         세 번 중 어떤 게 보충촬영이고 어떻게 바뀐 걸까...
PS4. 엊그제 극장들이 일년에 단 두번 의자청소를 해서
의자에 진드기가 장난아니고, 엄청 더럽다는 기사를 읽었다.
기사의 마지막은 극장 다녀와서는 옷을 세탁하라 였는데,
그 얘기 읽고 났더니 영화보는 중에도 왠지 온 몸이 근질근질...
골동품 같은 페브리즈를 오랜만에 꺼내썼다.....
근데 정말 1년에 두 번은 너무 한 거 아냐?!

이제사 인터뷰 같은 인터뷰들이 등장..

PS4. 푸하하!요절복통 김윤석 석태 '파더' 인터뷰
http://tenasia.hankyung.com/archives/174489

PS5. 읽으면 즐거운 장준환 인터뷰
http://tenasia.hankyung.com/archives/174984

PS6. 헐...인디아랑 소개시켜주면 안되는 거였구나....씨네21을 벗어나니 오히려 괜찮아보이는 황진미
http://www.entermedia.co.kr/news/news_view.html?idx=2846

광해, 왕이 된 남자|Masquerade|2012

벌써 1년 전이구나

표절이라 하기에 왕자와 거지 컨셉은 너무나 흔하고,
허균과 광해의 행적이 잘 맞물려져 있다보니
이 이야기의 흐름이 더 강렬하게 느껴진다. 
다만 오래두고 광해는 대기업 배급사의 무리한 흥행기록달성 대표영화로 기억될 거니까
감독으로서는 썩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처음부터 대사를 하지 않아도 
누가 광해이고 누가 하선인지 알 수 있게 해준 굉장한 이병헌.
의외의 발군이었던 한효주, 
처음엔 의아했지만 나중에 왜 그 작은 역을 맡은 건지 알게 해준 심은경,
영화를 보는 내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좋은 왕은 길러지는 것이라고 해서 왕정제가 있었다.
그렇게 왕의 성품에만 기대는 것이 모험이라는 정도전의 제상제에도 솔깃할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좋은 왕은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백성을 향한 진심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역모 수괴의 누명을 쓴 중전의 오라비를 직접 찾아가 묻거나
사월이의 한을 개인적으로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풀어주려 했던 것 등
하선은 순식간에 왕을 흉내내는 광대에서 
진짜 뭘 좀 아는 왕이 되어버렸다. 
체인지에서 케이타는 갑자기 수상이 된 후
그저 안 자고 읽고 또 읽으며 필요한 정보는 직접 얻은 뒤 옳은 선택을 했다면
하선은 조내관을 통한 과외도 있었겠지만
느닷없는 임기웅변과 직관까지 노력 이상의 자질을 보여주었다.
좋은 왕이 되려는 노력없이도 
그냥 그렇게 하기로 결심만 하면 되는 왕.
백성은 그저 기다리며 알아보기만 하면 되는...
좀 맥 빠진다.

프로듀서|The Producers|1967

코미디 풀코스, 푸하하~~!


영화소개만 읽고는 망한 공연으로 어떻게 떼 돈을 버나 했는데
회계문제가 아니라 사기에 대한 것이었다. 
왠지 아직도 이렇게 돈 버는 사람이 있을 것도 같은 ㅎㅎ

다 처음 보는 배우들이고 감독의 이름만 귀에 익은데 
에너지가 어마어마하다.
관객이 극이나 공연을 보면서 배우가 연기를 잘 한다고 생각한다는 건 
배우에게 최상의 찬사는 아닌 것 같다. 
배우가 극 중 인물이 아닌 그 배우로 보인다는 뜻이니까.
이렇게 극 중 인물이 되어 나타나야 진짜 배우.

비알리스톡의 육탄 제작비 모금기, 
뒤늦게 그러면 안되는 곳에서 자아를 찾은 레오,
얼굴만 봐도 웃겼던 울라,
한 사람 한 사람 성의껏 웃겨준 오디션 장면까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웃겼다.
히틀러 오디션 장에서 
개떼처럼 득시글 거리던 히틀러 지망생들이 
완전 미치광이 군단으로 보였던 것도 압권.   

예상치 못한 월척~!

iOS7 업데이트




먼저 건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일단 iOS7의 용량은 700MB 이상.
홍보영상을 먼저보고 뭔가 편해보여서 일단 다운로드.
다운로드 시간은 한 30분 정도?
배터리가 모자라서 중간에 전원에 연결했다. 

 
이것은 바뀐 첫화면과 통화 화면-맘에 든다.


여기는 앱아이콘들-말들 많았던 만큼 더 예뻐질 줄 알았는데 
맘에 안 든다--;;

배경화면 색에 맞춰 파스텔톤의 테두리색이 자동으로 설정되는데 좀 탁한 느낌이다. 
그냥 투명톤으로 음영을 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그보다 더 맘에 안드는 건 야광톤의 아이콘들...왜 그랬을까.... 


사파리 브라우저 화면-요건 보기에 더 편한 것 같다.

이게 좀 편해진 건데 아래서 위로 쓰윽 밀어올리면 
이런 화면이 뜬다-손 쉬운 설정화면 환영~! 

처음에 몰라서 헤맸던 사용하지 않는 앱 중단시키기:
홈버튼을 두번 누르면 이런 화면이 뜨는데
위쪽의 큰 화면을 손가락으로 밀어올려 화면밖으로 날리면
중단된다-쫌 재밌다~

예전엔 오른쪽으로 밀었지만 
이번엔 아래로 당기면 모든 화면에서 다 전체검색 가능.

새로 추가된 아이튠즈라디오
 
뮤직으로 들어가면 라디오가 추가되어 있다.

방송국으로 들어가면 듣고 있는 노래를 
바로 구입할 수 있는 모양.
아직 음악 종류가 다양하지는 않다.


라디오는 무난하게 들을 채널 몇개는 있는데
취침용 음악방송은 아직 없다.
야광단추랑 탁한 테두리 말고는 아직 별 불만없음..

관상|The Face Reader|2013


웃긴 대목에 들어서기 전
안 그래도 자기 발로 일하겠다고 찾아간 사람을
굳이 술을 먹여 부당계약을 하는 상황도 짜증났고,
민초들이 아무때나 막 잡혀가서
아무짓이나 당해버리는 상황을 계속 보는 것도 짜증났다.
아무리 왕이 기운 빠졌어도,
악의 결정체 같은 왕자가 기운이 뻗쳐도 그렇지
인물들 따라가자고 주변은 신경쓰지 않고 돌진하면서
모든 이야기의 힘이 아귀를 맞추는 것에 전력을 다하는
전형적인 공모전 당선작 스타일.

생각지도 않았던 피바다가 너무 자세하고 길게 들어가 있었고
선악구도가 선명한 수양과 김종서를 위한 설정일 뿐
조선시대일 필요도 없던 이야기.
결정적인 두 고비를 모두 엿듯기 신공으로 돌파하다니,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박력이로다.
하필이면 9천원짜리 티켓으로 보는 바람에
더더욱 화를 끓인 영화 되시겠다.
팽헌의 느낌을 그대로 전해준 조정석,
김혜수의 아우라가 비치긴 했어도 연홍이었던 김혜수,
연기 잘한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 이정재
-만 좀 아까웠을 뿐.

은밀하게 위대하게도 그랬지만
정말 사람들의 취향을 알 수가 없네...
혹시 다들 나처럼 보고나서 후회하는 거--;;?!

뉴스룸 시즌2 9화|the Newsroom S02E09 Election Night, Part II|2013

드디어 뉴스룸 시즌3 제작 공식발표!
2014년 가을 마지막 시즌이 방송예정이라고 HBO가 공식 발표했다.
마지막이 아니라 기쁨^^

~~~~~~~~~~~제프 대니얼스 에미 남우주연상 수상 축하~~~~~~~~~~~~~~~
하지만 HBO에서는 아직도 시즌3 공식 발표가 없구나...애론 소킨 사마를 잘 꼬셔보도록~!

회사가 그지 같고 부당하다고 느낄 때,
동료들과 뜻을 모아 내 남은 인생을 걸고 나를 고용할 힘이 있는 그들에 맞서 싸우는 것보다는
내 한 몸 털고 나와 새 직장을 찾는 것이 훨씬 더 편한 선택이다.
굳이 저렇게 싸우면서까지 그 일터를 지켜야 할 이유를 느껴 본 적이 없기에 
그렇다고 외치며 아직도 크레인와 철탑에 오르는 모든 투사들을 존경한다.

드디어, 뉴스룸의 시즌2 마지막.
대망의 대선일이지만 선거는 중요하지 않았다. 
제노아를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며 앙탈을 부리던 찰리가 마지막 순간에 선택한다,
11개월 간 한 몸 같았던,
언제든 해고하고 때려칠 수 있던 처지에 그 풍파를 함께 헤쳐 온 '그들'을. 
시즌 2 들어서 유독 강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한 찰리가 마지막 회에서
결국 명예롭겠다고 큰소리 치던 리오나,
리오나에게서 전권을 위임 받은 리스,
고집부리던 윌,
꼽사리 끼어 보려던 레베카도 물리치고
사표를 안 내겠다고 당당히 선언하면서 최고의 명예의 전당에 스스로 오르고 말았다.
별로 숨기지도 않는 알콜중독인 것 같았지만
보고 싶은 뉴스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자신의 사람들을을 알아볼 혜안이 있으며
때로는 놀림거리가, 바람막이가, 치어리더가, 신호등이 되면서 
그들의 의지가 될 만큼 사랑스러워보이기도 하는 신공의 노장, 찰리 스키너.
그런 찰리가 선언한 것은
 최선을 다했지만 어마어마한 실수를 저질렀을 때
남은 사람들의 마음에 짐을 지우고 떠나기보다는
잃은 것을 되찾으려 다시 선봉에 서는 것,
이상적인 보스의 전형 같은 찰리의 선택은 멋있었다.
맞춤 능구렁이가 때와 장소에 맞춰 넘나들 것 같은 찰리도
리스의 손에 목이 달린 것을 알았던 순간에는
앞을 제대로 못보고 걸을만큼 흔들리기도 했지만.
어쩌면 그것이 더 큰 그림을 보는 리오나의 계획이었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건물 꼭대기 층까지 가닿는 이 이상적인 직장의 스멜. 멋지다.
한 때 우리나라의 어린이들도 장래희망에 '기자'를 쓰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런 시절 꿈의 직장이 이런 것 아니었을까....

마지막회라서 인지 사랑의 스튜디오^^ 오바마 재선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
한동안 소식이 뜸하던(^^) 리사가 등장해 짐을 더 빛내줌과 동시에
할리와 헤어질 빌미를 던져주고 갔지만,
(짐이 한 걸음에 리사를 찾아 파티장으로 올라가서
자기가 멍청해 보이는 것 같았다는 자책을 덜어준 것 같지만
결국 짐은 그 말 한 마디를 남기고는
매기의 쥐뜯어먹은 헤어스타일의 전모를 파악하고 내려와서는
현재의 여자친구인 할리가 물리적으로 멀어서 섭섭하다는 뉘앙스를 남기며 
결국 아직 매기를 다 떠나지도 못했고
여차하면 원거리연애에서 나가 떨어지기도 하겠다는 암시를 남겼을 뿐)
그리고 드디어 윌이 매킨지에게 청혼을 했지만, 
(그래, 차라리 이 둘은 더 이상 밀당으로 모두에게 미움사지 않는 편이 윈윈^^)
가장 화끈했던 이벤트는 역시 슬로안에게서 나왔다. 
게리가 가짜로 독일로 싸인한 책을 1000불이나 주고 산 주인공이
바로바로 돈 키퍼라는 사실을 알자마자 냅다 공공키스~
매기와 연애할 땐 재수없는 밀당이더니 이쯤되면 돈도 이뻐보이게 해 줄 임잘 만난 느낌^^
7회 부터 없으면 아쉬울 자리를 차지한 사주, 리오나도 여전히 매력 만점.

지난 주에 이미 3시즌이 시작될 거라는 제프 대니얼스의 트윗이 있었다지만
이 마지막회를 보자니 왠지 대단원의 느낌이라 조금 불안하다.
애론 소킨 사마 일정이 바쁘신데다, 열광과 저주-극단의 팬을 거느린 드라마의 작가로서
심기도 많이 너덜너덜 하시다는데 설마, 발표 하고도 엎어지는 건,
혹시 제프 대니얼스의 트윗도 마지막회 시청률을 위해 HBO사장에 낚인 건 아니겠지?

그나저나 아론 소킨, 어딘가에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게 아닐까 의심스럽다.
내가 진저리치면서도 너무 좋아하는 그 오글거림을 이렇게도 능수능란 구사하시다니...!
(DC패거리 대 뉴욕패거리는 쫌 반댈세^^)
1시즌이 서서히 살이 오르면서 형태를 잡아가는 것 같았다면
2시즌은 이제 어떻게 꿈틀거리는 지를 본 것 같은데,
3시즌은 또 뭘 보여줄 지... 진짜 이게 끝은 아닌 거겠지...?

 자꾸만 화면 속에 끼어들던 매기
 반가운 리사는 알바 중~
 다시  매기를 향하기 시작하는 짐?
"너는 그 애를 침대 밑에서 꺼내 업고 버스로 달렸고,
게리가 넘어져서 돌아봤을 뿐이야.
그게 무슨 죄야?"
- 봉달희의 안중근 선생에 이어 엘리스의 합리적 정서치료를 시전하는 짐^^
원래 이런 녀석인 걸 알고 좋아했지만 마지막회에서 짐은 정점을 찍었다.
매기가 시킨대로 리사와 얘기하고,
할리가 시킨대로 매기에게 물어보고,
리사 말 듣고 할리에게 확인하고^^
오늘 자네는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이었네 ㅎㅎ

 싸인도 해주고, 키스도 해주고 돌아서는 멋진 언니 슬로안~!
 채용안될 지도 모를 순간에 옐로우카드짜리 뉴스를 보던 짐이 매기는 좋았었다네?
 나 사표 안 쓸래!
- 사표 수리 안한다니깐?
- 수리할 기회를 안 준다니깐?
일주일 새 더 이뻐진 왕언니로 대미를 장식하겠어~!
(잠깐씩 가끔 나오면서도 이런 포스라니...)

PS.음악 좋았는데, 제목도 안 갈쳐주네...
PS. 찾았다...그런데 놀랍게도 CCM이라니 #$%^!
Let my love open the door: Pearl Jam ver.

신사협정|Gentleman's Agreement|1947

신사협정: 다른 두 세력 간에 구두로 맺어지는 비공식 협의로, 서로의 명예를 존중하고 이익을 도모하도록 예를 갖추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 기자가 유대인의 차별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유태인으로 위장(그저 한 마디 했을 뿐이지만^^)하고 몇 주간의 체험기를 연재한다-는 간단한 줄거리.

그가 겪었던 차별은
모임에서 유대인이라고 한 마디 하자마자 전직원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되는 것,
유대인식 이름을 썼을 때 거절받는 것(이것은 그의 비서도 증언했다),
유대인식 이름표를 우편함에 썼을 때 관리자와의 마찰,
유대인 의사에 대한 편견을 듣게 된 것,
술집에서의 시비,
고급호텔의 투숙거부,
결정적으로 아들의 왕따사건.

저 '유대인'자리에 다른 단어를 넣어 보면
전 세계 활개를 치고 다니는 모든 차별을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코딱지만한 대한민국에 자리잡은 온갖 차별도 그렇고.
차라리 술집의 취객처럼 시비를 걸어온다면 오히려 한번 끓어 올리며 풀 기회라도 있을 테지만
대부분 이런 차별은 지원서를 거절받는 경우처럼 은근하다.
역시 미국의 다시 오지 못할 전성기 40년 대 영화인 관계로
인류를 향한 무한한 사명감이 불타는 등장인물들의 다짐이 따끈한데
그것이 인류애라면, 더 나은 세상이라면 선의를 그대로 받아주고 싶다.
물론 지금의 유대인들의 세력화를 생각한다면
유대인을 향한 것이라기보다는 그냥 인류애까지만...

정말 그런 기획 연재기사가 있었을 것만 같던 설정,
유대인 과학자의 명쾌한 정의를 복습 다시 생각해보면.
"유대인이라는 민족은 인종구분상 존재하지 않고
난 유대교를 믿지 않으니 유대인이 아니오."
그래도 사람들은 당신을 똑똑한 유대인의 리스트에 올려놓을 것이오 ㅎㅎ
엘리아 카잔은 이스탄불에서 태어난 그리스의 후손이었다는...

멋진 어머니와 아들 

 멋진 남자와 그 애인..인데 흥..

나로서는 더 지지해주고 싶던 연애

로마의 휴일에서는 연애질만해서 몰랐는데
헐..이토록 지적인 미남이라니....미모가 거슬리지 않아^^

발레|돈키호테|Don Quixote|국립발레단|2013

국립발레단 해설이있는발레 3탄 유형종과 함께하는 돈키호테

안무 마리우스 프티파(Marius Petipa)
음악 루드비히 밍쿠스(Ludwig Minkus)
카테리아 김지영, 바질리오 이동훈(2013.8.31)

발레 돈키호테에서 돈키호테는 춤을 추지 않는다. 
소설 돈키호테의 상징적인 모습-무모한 그러나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장면도 생략되어 있다. 
발레 돈키호테는 스페인이라는, 당시로서는 더 이국적이었을 배경과 
연애하는 젊은 남녀의 발랄함, 그리고 잔치의 떠들썩한 분위기를 빌려 
내내 밝고 경쾌하고 역동적인 춤을 이어간다. 


이번 공연은 특별히 해설이 있었다.
덕분에 주로 환상이나 꿈을 표현한다는 고전발레식 구성요소인 발레블랑도 알게 되었고
라바야데르와 돈키호테를 작곡한   루드비히 밍쿠스가 춤곡에 맞는 음악을 미리 작곡해두었다가
의뢰에 따라 조립해서 발레곡을 완성해낸 덕에 서랍작곡가라는 별명이 있었다는 뒷얘기도 들었고,
국립발레단이 이번 돈키호테를 독창적인 버전으로 만들기위해
일부 춤의 난이도를 높였고
또 원작에 맞게 연애의 결말을 수정했으며
다른 발레와 달리 돈키호테에게 약간의 동작-정말 약간이어서 제대로 웃겼던-이 추가되었다는
정보도 들었다.
알차면서도 흥미로운 해설이어서 해설발레에 대한 흥미까지 생겼다.
고전발레에만 쏠리는 관심을 현대발레에도 쏟아달라는 마무리가 여운이 남아
10월 공연 고민 중 ^^

워낙에 쉴틈없이 화려한 춤이 이어진데다
유난히 열광적이었던 분위기라 더 재미있게 느껴졌는데
인물들도 많다보니 역할구분도 쉽지않았다.
선원인지 해적인지 암튼 바다 사나이 복장의 발레리노의 점프가 가볍고도 깔끔해서 멋있었다.
그리고 잠깐이긴 했지만 역시 깔끔하게 점프마니아를 만족시켜준 동물삼형제도
이번 공연 나의 베스트~
전과는 의상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예전엔 나도 한번 입어보고싶은 옷들이었다면 이번엔 완전 극중복장.
전의 분위기가 가끔은 보고싶을 듯.
내년에 정식 공연이 있다는데
그때쯤엔 그 어려운 동작들이 더 가벼워 보이겠지?
기대를 부풀게 하는 좋은 소개였다.

이중배상|Double Indemnity|1944


1938년의 미국, 꽤 괜찮는 보험회사 직원 월터가
고객의 아내인 필리스에 한 눈에 빠져 벌어진 보험사기극인데
1920년대 실화에 기초한 이야기라는 것이 좀 놀라왔다.
월터의 고백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도 방식도 신선하고
선뜻 범죄에 말려드는 월터가 참 대범(^^)하다 싶지만
나름 발버둥치다가 이왕의 대박을 노리던 욕심으로 오히려 일을 그르쳐 교훈을 더하기도 한다.

영화는 음모를 꾸미고 실행에 옮기는 월터와 필리스가
보험조사를 하는 키스와 대결하면서 흥미진진해진다.
월터의 동료이자
몸속에 작은 인간이 살아서
사기의 냄새가 나는 보험청구를 보면 밥이 안넘어가는 바람에
결국 모든 보험사기사건을 잡아내고 만다는
바톤 키스.
너무 가까이 범인이 있었던 탓에 범인을 잘못 짚는 실수를 하지만
결국 두 공범을 막다른 골목까지 몰고감으로써
둘의 범죄적 연애를 파국으로 치닿게 하고, 자백까지 받아내게 된다.
1938년에 이미 20년간 보험사정을 했다는 키스와
지금 벌어진다해도 그럴싸할 보험사기극의 치밀함이 놀라웠고
월터와 키스의 엔딩은 느와르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게다가 빠질 수 없는 팜므파탈까지.

바람직하게 다들 반성하고 끝나는 깔씀한 고전적 마무리까지
옛날 영화라 이름 붙여버리기엔
재미와 느낌이 넘치는 명작.


카리스마 넘치는 20년 경력의 보험사정인

센스있는 스틸~

뉴스룸 시즌2 7화|the Newsroom S02E07 Red Team III|2013

우리가 미디어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 얘기들.
TV의 맛집 프로그램들이 어떻게 맛집들은 탄생시키는 지를 밝히려
한 감독이 맛집 지망생 식당을 직접 차려 맛집으로 만드는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찍었다. 
TV뉴스에 나오는 일반 시민의 한 마디가 
알고보니 인터뷰를 진행한 방송기자의 요구사항을 따른 것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이런 '직접'적인 개입이 아니더라도
미디어는 개입할 지점이 참 많다. 
그들은 정보를 모은다-이 지점은 누구나 예외없이 '최대한, 빨리'의 원칙을 따를 것이다.
그 다음은 뉴스가 될 것과 안 될 것을 추릴 텐데, 
누군가는 뉴스가 될 수 없을 것을 미리 추릴 수도 있다.
그 다음, 뉴스가 될 것 중에서 그래서는 안되는 것들이 탈락할 차례다.
그 중 안 될 것 같은데, 뺄 수도 없는 것이 생기면
'안 되는' 이유와 ''뺄 수 없는' 이유 둘 다 애매하게 '뉴스'를 만들기도 한다. 
아주 긴급한 상황이 되어
그래서는 '안 되기'때문에 '뺄 수 없'는 뉴스가 완성된 채로 
방송을 목전에 두고 사망하기도 한다. 
여기에 그 빈자리를 메우려 
그래서는 안 되는 것들이 뉴스의 자리를 차지 하기도 했었다. 
어느 미국 영화에선가 권력자들이 그런 탄식도 했었다,
미국의 언론은 특종경쟁 앞에선 애국심이고 뭐고 다 팽개쳐 버리기 때문에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다고.  

최악의 사태가 왔다. 
케이블 뉴스 사상 최고의 시청률이라는 어마어마한 성공의 순간을 거둔 직후에.
자랑스럽게도 이 성공은 시청자들에 기호에 영합한 싸구려가 아니라
조심조심 사실을 확인해가며 진실에 다가가려는 노력 끝에 얻은 것이었다. 
그런데, 
근거1번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마어마한 야심가 사이러스 웨스트 
근거2번 스위니: 기억불완전 가능성이 30%인 부상 후유증으로 인한 미필적고의의 거짓증언 
근거3번 hamni8의 트윗-끝까지 미궁
근거4번 NGO 리포트
증거5번 아들의 죽음에 원한을 품은 비밀요원의 계획적 떡밥
증거6번 프로듀서의 왜곡편집
증거7번 프로듀서에게 끌려간 소신 없는 편향된 진술
결국 다음 단계로 끌어주던 근거들은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고
다들 거기에 휘둘렸으며,
끝까지 의심하던 사람들이 의리를 위해 결국 찬성표를 던지는 가운데
진실을 알리겠다가 의지 수준을 넘어 어떤 욕망이 되어버린 셈이다. 

그들은 외부의 위협이 아니라 자신들이 하는 일의 중요함을 믿었기에 
열심히 검증했고,
확신이 생기자 망설이지 않았다. 
확신에 이르는 과정이 완벽하진 않았지만
무엇에 굴하지 않아 비겁하지 않았던 전진이었다.
유혹에 굴한 한 사람 빼고.
보도가 끝난 뒤 그들은 
직장을 잃을까, 소송당할까봐가 아니라,
더 이상은 누구에게도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을 두려워했다.
그들에게 무서운 시청자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
아직도 두려운 존재로 남아있는 뉴스나이트의 시청자들이 부럽다.

이 제노아 재앙은 한 사람의 야망을 진정시키지 못한 조직적인 오류가 맞다.
그리고 더 간략하게는 제리 왕따 사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직은 정정보도와 개망신으로 대가를 치뤘는데
그렇게 나서서 열변을 토해놓고
막지못한 조직을 욕하는 건 쫌...
제리는 오보가 아니라 소양부족문제로 해고당하는 거다.

사건의 크기를 떠나 
어떨 때는 물고 뜯다가 결정적인 순간에는 편을 들어주는 ACN.
그 인공적이면서 화학적인 조미료 맛은 싫지만,
오늘 따라 유난히 정신머리 없어 보이던 리오나 랜싱 여사가
결국은 멋져보이고야 말았다 .
나가서 별 짓을 다하고 
안에서 별 화풀이를 다한다해도
결국 자긍심이 높던 주인마마님이라니.

오늘은 날이 날이니 만큼 ACN직원들이 총출동했으며
심지어는 야밤에 특근미팅까지 했지만
그래도 오늘의 베스트는 이 언니.

GET IT BACK!
젤 예쁘게 입어서 뽑은 것은 아니여요^^